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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 경기지사 차출론… 경기일보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 경기도민 모욕”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동영 한조관계 발언, 한국일보 “한조관계, 조한관계라는 말은 해괴해”

10월 검찰청 폐지, 중앙일보 “전국 10개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검사 정원 절반 수준”

조선일보도 “천안지청 검사 1인당 미제 500건 배당, 피해 국민이 입을 것”

기자명박서연 기자

  • 입력 2026.03.27 07:34

  • 수정 2026.03.27 07:43

▲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3월23일 오전 국민의힘 대구시당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결정한 자신의 대구시장 후보자 컷오프(공천배제)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 차출설에 “저는 경기도지사 출마할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밝혔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지난 25일 조선일보 유튜브에 출연해 ‘경기지사 후보로 차출해야 된다’라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두고 “감사한 일”이라면서도 “차라리 서울시장으로 출마하라고 했으면 얘기가 되죠. 저 서울에서도 좀 살았으니까. 서울시장, 대구시장은 맞지만 경기지사는 맞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진숙 전 위원장은 이어 “인지도를 가지고 경기 지사할래?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고 이거 역시 민주적 절차에 대한 능멸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는 경기지사 차출설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조광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같은 날 YTN라디오 ‘김준우의 뉴스정면승부’에 출연해 “이진숙 위원장님이 딱 저기 그 ‘그래 내가 대구를 떠나서 경기도에서 한번 해보겠다’ 이렇게 하신다면 저는 굉장히 그 의미 있는”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유튜버 고성국씨는 자신의 유튜브채널에서 “(이 전 위원장이) 서울시장이나 경기지사 출마를 하면 해볼 만하지 않냐는 주장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이진숙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내세워질 거라는 소식에 27일자 경기도 지역 신문들은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국힘의 이진숙 경기지사 차출론, 경기일보 “경기도민 모욕”

경기일보는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 사설에서 “가정을 해 보자. 경기도에서 몇 달을 선거운동했다. 경기도지사가 되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런데 그제 컷오프됐다. 그러더니 오늘 대구시장 후보로 차출돼 뛰어들었다. 대구 유권자들이 순순히 받아들이겠나”라며 “똑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다. 전국 최대 1천400만 경기도지사다. 31개 시·군을 두고 있는 거대 광역이다. 이 자리가 대구시장 컷오프 사흘 만에 대체될 수 있는 자리인가. 성사 여부를 떠나 보기에 불편하다. 이런 일을 듣는 것도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27일자 경기일보 4면.

▲27일자 경기일보 사설.

이어 “(국민의힘에) 쉽지 않은 선거가 예상된다. 그러자 유력 후보군이 모조리 백기를 들었다. 선두권인 김은혜·안철수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당 밖의 유승민 전 의원도 선을 그었다. 실제로 경선에 나선 주자는 2명이다. 중량감, 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이라며 “그러더니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이다.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닌가”라고 반발했다.

경기일보는 “자질이 웬만해야 한다. 상황이 어느 정도여야 한다. 엊그제까지 다른 지역 발전 공약 외우던 사람이다. 고향에서 지역구까지 모든 게 무관한 사람이다. 불출마를 입에 달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경기도지사감이라며 계측을 하고 있다. 직접 내놓기 미안한지 빙빙 둘러서 내놓는다. 이제는 도민도 다 안다. 그래서 자존심에 상처받고 화내기 시작했다”라며 “이제라도 겸손하고 진지해라. 그리고 상식적으로 풀어가라. 그게 작은 불씨나마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

경인일보도 <전국 자중지란 벌인 국민의힘의 경기지시 전략공천> 사설에서 “전국선거판을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공관위원장이 이제서야 경기도에 관심을 갖더니 일성이 전략공천이다. 전략공천만 잘하면 선거를 뒤집을 수 있다고 큰소리친다. 양, 함 두 예비후보는 졸지에 2등급 후보가 됐다. 그런데 전략공천 대상이 10개월 전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출마의지가 없는 유승민 전 의원이다.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까지 들먹인다”라고 비판했다.

▲27일자 경인일보 사설.

이어 “국민의힘이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뒤집을 생각이었다면, 당력을 총동원했어도 부족했을 선거판세다. 민주당의 김동연-추미애-한준호 경선구도의 중량감을 감안하면 더욱 그랬다. 이를 외면하고 전국적인 자중지란으로 여론을 잔뜩 악화시킨 채 경기지사 전략공천을 거론하니, 민심과 격리된 국민의힘의 현실만 더욱 또렷해졌다”라며 “전략공천의 초라한 실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의 ‘선거판을 뒤집을 경기지사 공천’ 발언이 허언으로 들린다. 전략공천이 성사돼도 후유증으로 판을 뒤집을 판세 형성이 가능할지 의문이고, 전략공천이 좌절될 경우엔 공관위원장이 2등급 후보로 격하한 예비후보 자원으로 본선을 치러야 한다. 또 한번의 자충수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정동영 한조관계 발언, 한국일보 “한조관계, 조한관계라는 말은 해괴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적대의 종식과 평화공존을 위한 한반도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 학술회의 개회식에서 “한국-조선관계, 한조관계이든, 서로에게 이익이 되고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새로운 관계 설정을 통해서 남과 북이 함께 공동이익을 창출해 나가길 강력히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남측에도 북측에도,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한의 공식 국호고, 북한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선언한 후 조한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재명 정부에서 한조관계라는 명칭을 쓰자는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통일부 장관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한조관계라는 표현을 쓴 것을 두고 비판이 나왔다.

한국일보는 <남북관계가 ‘한조관계’라니... 통일장관의 아집 지나치다> 사설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불렀다. 정 장관이 공식 자리에서 북한이 호명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 한 건 처음이다. 심지어 남북관계는 ‘한조관계’라고 했다. 우리 정부 입장도 아니고 국민 다수의 공감대도 없는데 이래도 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 호칭은 대한민국 정체성과 직결된 중차대한 사안이다. 북한을 상대하는 주무부처 장관이 이재명 정부의 조율된 입장이 아닌 상황에서 아집에 사로잡히는 건 공직자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27일자 한국일보 사설.

이어 “북한은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칭하지만 우리가 북한으로 부르는 건 헌법에 근거한다.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3조)이고,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한다(4조). 국가 간 관계가 아니라 특수한 관계다. 그래서 한조관계가 아니라 남북관계다. 통일부라는 특별한 부처가 존속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북한과 국가관계라면 외교부가 대북정책을 도맡으면 될 일이다. 정 장관은 헌법을 무시하고 통일부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라고 썼다.

한국일보는 “북한이 우리를 한국으로 부르니 우리도 저들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자는 정 장관의 발상은 터무니없다. 북한과 평화공존을 추구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노력은 평가받아야 하지만 한조관계, 조한관계라는 말은 해괴하다. 16년 전 오늘 천안함 46용사가 북한의 어뢰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정 장관 주장대로 북한 국호를 인정하려면 갈 길이 멀다”라고 했다.

10월 검찰청 폐지, 중앙일보 “전국 10개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검사 정원 절반 수준”

조선일보도 “천안지청 검사 1인당 미제 500건 배당, 피해 국민이 입을 것”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둔 가운데, 지방 형사사법 기능을 책임지는 전국 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의 검사 인력이 정원의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다 분석 기사가 나왔다. 현재 3특검, 상설특검, 2차 종합특검 등 5개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67명에 달해 많은 검사 인력이 차출됐고, 올해 사직 검사만 최소 60명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이 전년도에 배당이 200건이었는데, 500건으로 늘어나 마비 상태라 그 피해를 국민이 입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7일자 중앙일보 3면.

중앙일보는 2면 <절반은 텅 빈 검사실…“이미 파산지청 됐다” 눈물> 기사에서 “2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10개 차치지청(차장검사를 둔 지방검찰청) 안산·성남·고양·부천·천안·대구서부·안양·부산동부·부산서부·순천지청의 실제 근무 검사 수는 파견과 휴직자를 제외하고 총 213명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정원(383명)의 55%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차치지청은 지검이 직접 관할하기 힘든 다수의 지방 도시 사법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이다. 예컨대 순천지청은 순천뿐 아니라 여수·광양·보성·구례·고흥 등 전남 동부권 전체를 관할한다. 검사 14명이 남게 될 천안지청은 인구 110만 명 규모의 천안·아산시를, 정원 절반만 근무하는 안양지청은 안양·군포·과천·의왕시(약 105만 명)를 책임진다. 인구 100만 명 규모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기소 여부 판단, 경찰 신청 영장 청구 검토, 공소유지 등 업무를 10여 명이 감당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순천지청장을 지낸 김종민 변호사는 중앙일보에 “과거에는 정원에서 5~6명의 결원만 생겨도 비상이 걸렸는데, 지금처럼 절반 가까이 빠지면 정상적인 청 운영이 불가능하다. 지방 지청의 붕괴는 단순히 검찰 조직의 허리가 무너지는 것을 넘어, 지방 의료 붕괴처럼 지역 사법 시스템 전체의 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안미현 천안지청 검사는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천안지청은 수사검사 8명, 공판검사 4명인데 이 중 초임 검사가 7명”이라며 “수사 검사 1인당 미제 사건은 이미 500건을 넘겼다. 인간의 능력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자기 위안을 하다가도, 두통과 호흡곤란이 오고 침대에 누우면 저절로 눈물이 났다”라고 썼다.

중앙일보는 “최악의 인력난을 부른 핵심 원인으로는 이른바 ‘특검 블랙홀’이 꼽힌다. 현재 3특검, 상설특검, 2차 종합특검 등 5개 특검에 파견된 검사만 67명에 달한다. 정경유착 합동수사본부 파견 인력까지 합치면 약 80명의 핵심 연차 검사들이 현장을 떠났다”고 한 뒤 “검사들의 줄사직은 인력난을 가중하는 또 다른 악재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수리된 사직서만 58건으로 집계됐다. 사직이 임박한 천안지청 검사들을 포함하면 이미 60명 이상이 현장을 떠난 셈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지난해 기록한 역대 최다 사직 규모(175명)를 올해 가뿐히 넘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다”라고 분석했다.

조선일보도 <폐지 예정 검찰 이미 ‘파산’, 범죄자들 좋은 세상 될 판> 사설에서 “대전지검 천안지청 소속 검사의 1인당 미제 사건이 500건을 넘었다고 한다. 1인당 200건 수준이던 1년 전보다 배 이상 늘었다. 무엇보다 현 정권이 만든 각종 특검과 합동수사본부가 검사들을 대거 차출한 탓이 크다. 실제 정원 30명인 천안지청 평검사 인원은 현재 12명으로 줄었는데 그나마 남은 검사 중 7명은 초임 검사라고 한다. 사건 처리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 와중에 검사 2명은 사직서를 냈다고 한다. 곧 검찰 폐지로 희망이 없으니 다른 길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천안지청은 기능 마비 상태에 빠질 것이다. 사실상 ‘파산’”이라고 했다.

▲27일자 조선일보 사설.

이어 “부산지검과 수원지검 등 대형 검찰청 상황도 비슷하다. 두 곳에서 지금 근무하는 평검사도 정원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고 한다. 사건 처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실제 검찰이 3개월 넘게 결론 내지 못한 장기 미제 사건이 1년 새 두 배 넘게 늘었다. 2024년 1만8198건에서 지난해 3만7421건으로 늘었다”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검사들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가 됐고 검사들은 의욕을 잃었다. 의무감 책임감도 없어졌다. 수사기관이 파산하고 식물기관으로 전락하면 득을 보는 것은 범죄자들 뿐이다. 그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라며 “중수청이 설립되면 검찰은 맡고 있던 사건을 중수청 등 다른 수사기관에 넘겨야 한다. 공소시효가 임박해 계속 담당할 수밖에 없는 사건도 90일 이내에 처리하거나 다른 수사기관으로 넘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범죄자가 법망을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미제 사건이 급증한 상태에서 중수청이 들어서면 수사에 앞서 산더미 같은 사건 처리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다. 정부 여당은 검찰을 흔들지만 말고 남은 6개월이라도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줄 방안을 찾아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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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이란대사 “한국은 비적대국…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3.26 17:28
  •  
  •  댓글 0
 
   
 

어린이 167명 희생... "미·이스라엘 만행 세계가 봐야"
"한국은 비적대국... 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호르무즈 해협 '새 원칙' 예고... "파병은 또 다른 위험"
"트럼프 휴전 제안은 기만... 지상군 투입 시 미군 위험"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공습 첫날인 2월 28일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긴 피 묻은 교실과 아이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울부짖는 부모들의 장면이 기자회견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는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이스라엘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를 규탄하며 호르무즈 해협 통행, 트럼프의 휴전 제안 등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주한 이란대사관에 전시중인 사진전
주한 이란대사관에 전시중인 사진전

어린이 167명 희생... "미·이스라엘 만행 세계가 봐야"

이날 회견은 전쟁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상영으로 시작됐다. 영상에는 이란 남부 미나브시 학교 공습 현장 수습 장면이 담겼으며, 영상 속 현장 시민은 “이 장면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만행을 알 수 있도록 세계 모든 사람이 봐야 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또 생존 학생은 희생된 친구들을 떠올리며 “얘들아 아직 선생님이 숙제를 확인하지도 않았잖아”, “아직 수학 시험도 안 봤잖아”라고 울부짖었다.

이란 측에 따르면 이번 학교 공습으로 7세에서 12세 사이 어린이 167명을 포함해 총 180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다. 쿠제치 대사는 “남녀 학생이 포함된 단일 학교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학살로 기록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은 비적대국... 미 파병 요구에 선 그어야"

쿠제치 대사는 질의응답에서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규정하며 우호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이란 정부는 한국 정부가 미국 요구에 동참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미국은 타국이 전쟁에 연루돼 피해를 보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내 한국 선박과 관련해 “외교 채널을 통해 선박 정보를 요청하는 등 긴밀히 소통하고 있고, 현재까지 한국 선원과 교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한국 대기업이 과거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호르무즈 해협 '새 원칙' 예고... "파병은 또 다른 위험"

해협 통행과 관련해 그는 “전쟁 이후 상황은 이전과 다를 것이며 새로운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향후 통제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는 이란군과의 사전 협의와 허락하에 안전 항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쿠제치 대사는 미국의 파병 요청에 동조하는 행위에는 단호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기뢰 제거함 파견은 상식 밖의 일이며, 선박 호위함 파병도 또 다른 위험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란 국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상황에서 미국 관련 기업의 경제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정당한 자위적 권리”라고 말했다.

"트럼프 휴전 제안은 기만... 지상군 투입 시 미군 위험"

트럼프 행정부의 휴전 제안에 대해서는 “다시 공격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기만 행위”라며 “이란은 이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또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과 관련해 “단적으로 핵 활동 포기 요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확인한 평화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상군 투입은 미군을 위험에 빠뜨리는 잘못된 선택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외부세력이 지원을 한 이라크와의 8년 전쟁을 견딘 경험과 저력, 국민적 단합이 있는 한 누구도 이란을 굴복시킬 수 없다”며 항전 의지를 재확인했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대사가 26일 서울 용산구 주한 이란 대사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질의응답]

Q1. 이란은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보는가?

A. 우리는 한국을 비적대국으로 보고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그런 정책을 유지하기를 바란다.

호르무즈 해협 통과는 원칙적으로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 정부와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 선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최근에도 우리 외무장관이 한국 측과 통화하면서 선박 정보를 요청하는 등 협력 채널이 유지되고 있다.

Q2. 트럼프의 휴전 제안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오만의 중재로 두 차례 미국과 소통했고, 작년 6월에는 다섯 번째 회의 이후 여섯 번째 회의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공격을 받았다.

올해 2월에도 새로운 대화를 시작했고, 빈에서 기술적 합의를 마무리하기로 했으나 그 직전에 공습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을 보면 지난 2년간 미국과의 관계는 배신과 기만의 연속이었다. 미국은 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의 휴전 제안 역시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다시 공격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으로 판단한다.

Q3. 미국의 평화안(15개안)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트럼프가 제시한 15개 안을 불법적이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으로 본다. 이는 모험주의적 작전이 실패한 이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핵활동 포기 요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우리의 핵활동은 평화적이며, IAEA 회원국으로서 정당한 권리다. 실제로 IAEA 보고에서도 군사적 활동이 없다는 점이 확인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면서도 사찰을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우리의 핵활동을 문제 삼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우리는 현재 미국과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있으며, 백악관의 요구를 고려할 상황도 아니다.

Q4. 호르무즈 해협 통제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현재 전쟁 상황에 있다. 전쟁 첫날 호르무즈 해협 인근 미나브 지역이 공습을 받았고, 학교가 공격당해 180명의 어린 학생이 희생됐다.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그 이익에 동조하는 세력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이다. 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활동하며 이익을 얻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차단하는 것은 우리의 자위권이다.

우리 국민은 공장, 민간시설, 의료시설, 주거지 등에서 잔혹한 공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관련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그대로 두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

Q5. 해협 통과 요금 부과 및 관련 법안은?

A. 우리는 혁명 이후 지속적으로 미국의 압박과 제재를 받았지만, 그동안 해협 통과는 자유롭게 협조해왔다.

현재 이란 의회에서 통과 요금과 관련된 법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다만 미국과 이스라엘이 모험적인 군사 행동을 시작한 이상, 전쟁 이후에는 해협 관리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Q6. 해협 통과에 관한 한국과의 소통 상황은?

A. 우리는 해협을 봉쇄하지 않았다. 26일간의 전쟁 상황에서도 많은 선박이 통과했다.

우리 군은 선박들이 통과할 수 있는 안전한 항로를 안내하고 있으며, 우리와의 합의 하에 선박이 통과할 수 있다.

한국과도 외교장관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고, 주한 이란 대사관을 통해 한국 정부에 선박 정보를 요청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불법 공습이 지속되는 한 현재 상황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Q7. 통행 허용, 불허 국가 명단 존재 여부 및 비용 부과설은 사실인가?

A. 우리는 그러한 명단을 들어본 적도 없고 인정하지도 않는다. 통과 비용 부과 역시 사실이 아니다.

해협 관련 조치는 재정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다.

우리는 한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전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니다. 다만 일부 한국 대기업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동참한 점은 유감스럽다.

양국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이러한 협력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Q8. 지상군 투입 가능성에 대한 입장은?

A.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한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지상군이 투입된다면 미군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현재 이란 국민들은 단결하여 정부와 군을 지지하고 있으며, 계속된 공습 속에서도 거리로 나와 이를 보여주고 있다.

Q9. 기뢰제거함·호위함 파견에 대한 입장은?

A. 현재 해협에는 기뢰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기뢰제거함 파견은 명분이 없다. 또한 선박 호위함 파견 역시 새로운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않기 위해 다른 국가들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Q10. 전쟁 이후 해협 관리 구상은?

A. 우리는 전쟁 이후 상황이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새로운 원칙이 필요하다.

현재까지 약 2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국민들은 이번에는 강력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대응할 것이다.

Q11. 이란의 전쟁 지속 능력의 원천은?

A. 우리의 저력은 역사적 경험과 국민의 단결에서 나온다. 우리는 이라크와 8년간 전쟁을 치렀고, 그 과정에서 외부 지원과 화학무기까지 동원된 상황을 겪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비윤리적인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현재도 국민들은 정부와 군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으며, 미국의 애초 계획과 달리 내부 혼란이나 반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 지지가 있는 한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Q12. 추가 메시지 (한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입장)

A. 우리는 한국 언론과 국민이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란이 겪고 있는 피해와 긴장 상황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가짜 휴전을 원하지 않는다. 휴전을 명분으로 다시 공격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평화는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전체의 문제다. 이스라엘의 팽창 정책이 통제되지 않는 한 전쟁과 긴장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을 신뢰하지 말고, 이 전쟁에 개입하지 않기를 바란다. 미국은 민간인의 피해에 관심이 없으며, 다른 국가들이 전쟁에 연루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이번 사태는 세계 에너지 위기를 초래할 수 있음에도 미국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동맹국의 이익조차 무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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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탄 숲 방치한 지 1년…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입력 2026.03.26 07:00

영남산불 1년, 고운사 실험의 결과는?

‘역대 최대 규모’ 사찰림 98% 탔다

1년 뒤, 불에 탄 나무에서 움튼 새싹

회복 빠른 자연복원, 동물도 돌아와

고운사, ‘자연복원 참고 사례’ 될까

경북 의성군 고운사의 지난해 3월26일(왼쪽) 화재 당시 모습과 지난 17일(오른쪽) 자연복원이 진행된 모습. 성동훈·백경열 기자

어제(25일)는 산불 피해에 대처하는, 고운사의 ‘무심한’ 실험이 시작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 실험이란 불에 탄 숲의 복원을 자연에 맡기는 건데요. 환경단체들은 이곳에서 자연의 탁월한 회복력이 관찰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아직 ‘인공조림보다 낫다’고 단언하긴 이르지만 주목할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는 건 사실인데요. 1년 동안 경북 의성군 고운사 숲에서 벌어진 일들과 그 의미, 점선면이 정리했습니다.

‘역대 최대 규모’ 사찰림 98% 탔다

지난해 3월25일 고운사 서남쪽 16㎞ 떨어진 곳에서 시작된 산불이 강풍을 타고 삽시간에 번졌습니다. ‘천년고찰’로 널리 알려진 고운사도 불길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절과 주변 숲이 송두리째 타버린 겁니다.

이 산불로 연수전·가운루 등 보물뿐 아니라 고운사의 자랑이던 사찰림의 97.6%(243㏊)가 타버렸는데요. 국내 사찰림 산불 피해 중 역대 최대 규모였습니다. 당시 고운사 스님은 “열기가 있어 새싹이 못 자란다”며 기약할 수 없는 복원에 막막한 심정을 드러냈습니다.

지난해 3월25일 경북 의성군 고운사 주차장에서 바라본 산들이 불타고 있다. 경북도 제공

1년 뒤, 불에 탄 나무에서 싹이 텄다

그런데 1년 만인 지난 17일 고운사 사찰림에는 1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나무들이 솟아 있었습니다. 검게 변한 나무에는 수십개의 흰구름버섯류(곰팡이)가 점처럼 박혀 있었고요. 현장을 둘러본 이규송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불에 탔지만 완전히 죽지 않은 나무가 살아남은 조직에서 싹을 틔우려고 시도하는 현상”이라고 말했습니다.

숲의 회복을 지켜본 고운사 주지 등운스님도 “산 능선을 따라 나무가 되살아나는 현상이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실제로 ‘고운사 사찰림 자연복원 프로젝트’ 연구진에 따르면 고운사 사찰림 면적의 약 4분의 3(76.6%)에서 높은 자연 회복력이 관찰됐습니다. 빠른 회복에 비례해 토양침식 위험도도 크게 감소했고요.

“자연에 맡기는 것이 지혜”

이런 변화는 고운사가 숲 복원을 자연에 맡긴 결과입니다. 등운스님은 지난해 7월 경향신문과 만나 “이렇게 땅과 산이 다 타버린 열악한 환경에서는 자연에 맡기는 게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라며 자연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하도록 기다리겠다고 말했는데요. 그것이 과거에 집착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합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언뜻 도교의 ‘무위자연’도 떠오르지만 철학적인 개념만은 아닙니다. 최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인공조림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거든요. 인공조림은 침엽수를 주로 심는데, 침엽수가 산불에 취약할 뿐 아니라 조림 시 산불 피해목과 뿌리를 제거하기 때문에 산사태 등 추가 재난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자연복원은 비용이 적게 들고, 탄소 저장량·수종 다양성 측면에서 인공조림보다 낫다는 연구가 나오고 있고요.

지난해 9월 고운사 인근 야산에 불에 탄 나무 사이로 풀이 자라나 있다. 이규송 교수 제공

회복 속도 빠른 ‘자연복원’, 동물도 돌아왔다

실제로 2000년 4월 동해안 산불 뒤 인공조림(52%)과 자연복원(48%)으로 비교하는 실험이 진행된 바 있는데요. 2020년 중간 점검 당시 자연복원지의 숲이 더 촘촘한 것으로 관찰됐습니다. 초반 회복 속도도 더 빠른 것으로 평가됐고요.

원래 숲으로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침엽수림이었던 고운사 사찰림은 활엽수림으로 바뀌고 있는데요. 산불 전 침엽수림 면적이 235.8㏊에 달했지만 이후 3.4㏊로 급감했습니다. 반면 활엽수림은 25.3㏊에서 363.5㏊로 크게 증가했습니다.

뛰어난 회복력 덕분에 고운사에서는 멸종위기종 등 야생 생물의 관찰 빈도도 크게 늘었습니다. 삵은 고운사 경내에서, 수달·담비는 숲에서 관찰됐는데요. 지금까지 포유류 17종과 조류 35종 등이 확인됐습니다. 향후 조류는 70~80종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됩니다.

자연복원도 한계는 분명히 있습니다. 환경생태학자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산림은 마을이나 농경지와 가까운 곳이 많아 산사태 등의 2차 피해 우려가 있어 자연복원이 어렵다”고 지적했는데요. 자연복원만 기다리다 인명·재산상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척박한 토양에서는 소나무 위주의 인공조림이 낫다는 주장도 있고요.

지난해 8월22일 경북 의성 고운사 인근 숲에서 오소리 한 마리가 풀 밭에서 배설을 한 뒤 지나가고 있다. 한상훈 한반도야생동물연구소 소장 제공

“고운사 사례 참고해 자연복원 과정 만들자”

전문가들은 고운사 사찰림의 자연복원 조사를 계기로 인공조림 일변도였던 국내 산림정책의 방향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산불 피해지역에 자연복원을 기본으로 하고 식생의 회복력을 진단한 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복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겁니다.

이규송 강원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숲의 대부분은 자연복원에 의해 회복된 것”이라며 “고운사의 사례를 참고해서 자연복원 과정을 만들도록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영남산불 피해지의 생태계가 복원되려면 최소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후변화로 산불은 더 잦아지고,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요. 그런 규모라면 변화에 적응하는 해법은 자연만이 알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일단 고운사 자연복원 프로젝트는 오는 5월까지 이어집니다. 연구진은 어떤 결론을 내릴까요? 직접 변화를 확인하고 싶은 분께는 고운사 방문을 추천드립니다. 산불에도 살아남은 일주문 기둥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운사에 갈 이유는 충분합니다.

고운사 일주문. 고운사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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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미대사관 앞 ‘항의’… “제국주의 맞서 민주노총이 앞장 선다”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3.25 19:12
  •  
  •  댓글 0
 
   
 

“수탈에 맞서 민주노총이 앞장서야”
“군대 보낸 부모, 파병 말만 들어도..”
“사드 반출, 한국 병참기지화 한 것”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침략이 노동자 민중의 삶까지 흔드는 실정이다. 이에 민주노총이 청와대부터 미대사관까지 행진하며 “파병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내라”고 촉구했다. 미대사관 앞에서는 그 자리에 누워, 전쟁 중단을 요구하며 항의 행동을 이어갔다.

25일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긴급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현지는 물론, 자국민에게까지 악영향이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 침략으로 인해, 세계 석유 가격이 상승하며 경제적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일부 마트에서 비닐 대란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에 청와대도 발맞춰, 추경을 추진하는 한편, ‘비상경제상황실’을 설치해 상황에 따른 대응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파병에 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에 민주노총은 현 정세를 “미 제국주의적 침탈이 심화되는 국면”이라고 판단하며, 전쟁 확대에 맞선 반전·평화, 자주권 수호 투쟁을 결의했다.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름값의 폭등으로 노동자,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며 “심지어 쓰레기봉투 사재기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의 침략 전쟁은 제국주의적인 수탈의 면모를 분명히 보인다”며 “베네수엘라의 석유를 빼앗기 위해 대통령 부부를 납치하고 그린란드의 자원을 강탈하기 위해 영토를 탐하더니만 석유 패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탐욕이 이란과 중동을 불바다로 몰아넣고 있다”고 규탄했다.

박영환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파병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낸 국민의힘 의원들을 질타했다. 안철수, 조정훈,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을 지적하면서 “특히 조정훈 의원은 교육위원회 간사임에도 청년을 보내야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냐”고 따졌다.

 

이어 “우리는 아이들에게 세상은 정의롭고 평화로워야 한다는 명제를 가르치는데, 이번 비극은 많은 교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고 피눈물나게 했다”고 지적하며 “이 모든 비극을 종식시킬 유일한 길은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일병으로 아들이 군 복무 중이라 밝힌 전지현 전국돌봄서비스노조 위원장은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의 입장에서 파병 논의 자체가 큰 불안”이라며 부모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의원이 동맹을 강조하며 파병을 이야기 할 때 아직도 내란세력이 남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정부와 민주당을 향해 “뭘 하고 있냐” 따지며 “전쟁광 트럼프 전쟁에 반대한다는 말을 왜 못하냐”고 지적했다. 이어 “반년 동안 계엄을 넘고 광장에서 새로운 정부를 만든 이유는 안전한 세상이었다”며 “국민의힘으로 어려움과 고통을 함께 넘어온 대한민국의 국민들을 자랑스럽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연대 발언에 나선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국이 성주에 있던 사드를 반출한 것을 두고 “미군 기지는 우리나라 안보와 평화가 아닌, 미국 침략 전쟁의 병참기지였단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침략 전쟁을 위한 미군이 침략 무기를 비충하는 곳간임이 여실히 드러났다”며 “대한민국도 총체적 위기에 빠트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 노동자 민중들과 각계각층 국민들은 지난 더 추웠던 겨울 여의도 한남동, 광화문과 안국동에서 세월 윤석열 퇴진 투쟁의 길을 연 민주노총 여러분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며 “윤석열 퇴진 때 길을 열었던 것처럼 미국의 침략 전쟁을 규탄하고 파병 반대 투쟁에 민주노총이 길을 열고 이 집회를 한 것을 항상 지지하고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20260325-미국 이스라엘 침략전쟁 규탄 파병 반대 민주노총 결의대회 ⓒ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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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최저' 트럼프, 또 이란 뒤통수 치기? '협상' 외치며 공수부대 파병하나

며칠 내 중동에 해병대·공수부대 수천 명 도착할 듯…이란 "미, 자기 자신과 협상" 조롱

김효진 기자 | 기사입력 2026.03.25. 22:29:08

지지율이 취임 뒤 최저치로 떨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을 연일 언급하며 전쟁 종결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미 육군 정예 공수사단 병력이 이란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지상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장한 이란 최후 통첩 시한에 맞춰 공수사단과 미 해병대 병력 수천 명이 중동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이 최소 협상과 군사 위협 양면 작전을 펴고 있거나 시간을 끌고 있다는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미국인들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이 2기 취임 뒤 최저치인 36%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7~19일 실시된 같은 기관 조사 결과(40%)에 비해 4%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이번 조사는 20~22일 미국 성인 127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미국의 이란 공격 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소매 휘발유값까지 뛴 것이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25%만 트럼프 대통령의 생활비 문제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대통령의 생활비 문제 대응에 부정적 평가를 내린 공화당원 비율도 지난주 27%에서 이번 조사 34%로 뛰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 지지율은 29%에 불과했다. 이는 취임 뒤 가장 낮은 수치일 뿐 아니라 30%를 웃돌았던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최저 지지율보다도 낮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 아래 물가 상승을 비판하며 집권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의 63%가 미국 경제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이란 공격에 대한 지지율도 여전히 낮았다. 응답자 35%만 공격에 찬성했고 이는 지난 조사 결과인 37%보다도 하락한 수치다. 응답자 61%는 이란 공격에 반대했다.

<로이터>는 민주당 전략가 더그 패러가 이번 결과를 두고 "민주당이 국가안보, 경제, 이민 등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더 많이 다루는 문제에 집중해 중간선거에서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이란, 협상 간절히 원해"…이란 "미, 자기 자신과 협상 중"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란 전쟁에 대한 지지율 확보에 실패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이란과의 협상과 작전 성과를 언급하며 전쟁 종결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백악관에서 열린 마크웨인 멀린 신임 국토안보부 장관 선서식에서 취재진에 "우린 적절한 지도자들과 대화하고 있고 그들은 협상 타결을 간절히 원한다"며 사위 재러드 쿠슈너, JD 밴스 미 부통령, 스티브 위트코프 미 특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협상에 참여 중이라고 밝혔다. 이란 쪽 협상 대상자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쪽이 "우리에게 선물을 줬고 오늘 도착했다"며 '선물' 내용이 "석유와 가스 관련"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란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주장하고 "성공"을 거뒀다며 목표 달성에 가까워졌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포함해 이란 지도부가 대거 사망했지만 하메네이의 아들이 이후 최고지도자에 오르는 등 기존 정권 인사들이 후임자가 돼 정권 교체를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복수의 외신이 파키스탄이 미-이란 협상 중재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한 가운데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는 24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파키스탄이 양국 회담을 주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이란이 동의하면 파키스탄은 진행 중인 분쟁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고 결정적인 회담을 가능하게 하는 주최국 역할을 기꺼이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터키) 중재자들이 향후 48시간 내, 26일까지 미-이란 회담 성사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다만 양쪽 입장 차이가 여전히 크다고 아랍 및 미 당국자들이 전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에 15개항 요구안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24일 <뉴욕타임스>(NYT)는 외교 상황에 정통한 두 당국자를 인용해 종전을 위한 이 요구안에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핵프로그램,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해상 항로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란이 이를 협상 기반으로 받아 들일지는 불분명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전쟁 종식 노력 강화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NYT "미, 82공수사단 중동 이동 명령…하르그섬 장악 투입될 수도"

다만 트럼프 정부가 미 육군 정예 부대 82공수사단을 이란에 투입할 거라는 보도가 나와 협상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히 제기된다. 미 CNN 방송은 82공수사단 소속 병력 약 1000명이 며칠 내 중동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이 사안에 정통한 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파병 인원엔 82공수사단에서 신속대응군(IRF) 역할을 맡고 있는 제1전투여단 소속 대대가 포함된다고 전해졌다. 신속대응군은 전세계 어디든 18시간 내 배치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82공수사단에서 중동으로 이동하는 인원이 2000명에 달하며 이미 국방부에서 이동 명령이 떨어졌다고 국방부 관계자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분쟁 지역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가 주요 영토와 비행장을 확보하는 훈련을 받는 공수사단 병력이 이란 석유 수출기지인 페르시아만 하르그섬 장악에 투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제31해병원정대(MEU) 소속 해병대 2500명도 이번 주 후반 중동에 도착할 것으로 추정돼 이들 또한 하르그섬 점령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행 지원에 투입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신문은 최근 미국 공습으로 하르그섬 비행장이 파손됐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전투 공병을 갖춘 해병대가 이 섬에 먼저 투입될 수 있다고 미군 전직 지휘관들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3~4주 안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11해병원정대 소속 해병대 2200명을 포함한 4500명 병력이 더해지면 병력 약 1만 명이 추가돼 미군은 이 지역에 6만 명을 배치하게 된다.

해병대 일부 및 공수사단 도착 시점이 트럼프 대통령이 연기한 호르무즈 해협 관련 최후통첩 기한인 이번 주말과 맞물릴 걸로 예상돼 협상 언급을 시간 벌기, 최소 대화와 군사 위협 양면 작전으로 볼 유인이 충분한 셈이다.

이란은 미국과의 협상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을 보면 25일 이란군 중앙군사본부 카탐 알안비야는 미국에 "자기 자신과 협상 중인 건가"라고 반문하고 이란이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역내에서 치열한 공격을 주고 받는 중이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란이 24일에만 13차례 미사일 공격을 가한 데 이어 25일 오전에도 미사일을 발사해 이스라엘 중부 및 남부에 경보가 울렸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이란이 24일 공격 때 집속탄을 사용해 중부 브네이브라크에서 어린이 6명과 80대 고령 여성 1명을 포함해 9명이 다쳤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IDF)도 24일 이란 내 탄도미사일 발사대, 무기 생산 시설 등 수십 개 목표물에 120발 이상의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25일에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주요 해상순항미사일 생산 시설 2곳을 공습했다고 공개했다.

이란의 인근 걸프국 공격도 계속됐다. <워싱턴포스트>(WP)를 보면 사우디아라비아 당국자들은 24일 오전 수도 리야드 방공망이 무인기(드론) 20대 이상을 요격했다고 밝혔고 아랍에미리트(UAE)는 탄도미사일 5대와 무인기 17대에 대한 방어 작전을 수행했다고 했다. 바레인에선 이란 공격으로 인해 상업 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었고 쿠웨이트군도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보면 공격은 25일 오전에도 계속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미사일과 무인기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25일(현지시간) 이란 미사일 공격 뒤 이스라엘 해안 도시 네타냐 상공에 로켓 궤적이 보인다. ⓒAFP=연합뉴스

김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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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안중근 의사 유해, 뤼순감옥 묘지 지하 2.1미터 아래 잠들어 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3/26 07:59
  • 수정일
    2026/03/26 08:0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규수 전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교수, 매장지 특정할 미공개 사료 최초 공개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3.26 06:00
  •  
  •  댓글 0
 
 

116년전 오늘은 안중근 의사가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에서 일제에 의해 사형 집행을 당한, 순국일이다. 

형제들에게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返葬)하라"는 유언을 남겼지만 안 의사의 유언은 116년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사형 집행 후 유해가 어디에 매장되어 있는지 조차 명확치 않다. 일제가 철저히 은폐한 탓도 있지만 노력이 부족했다는 자책을 피할 길 없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에서 동쪽으로 약 1km 떨어진 마잉푸(馬營浦) 위쪽 산 중턱의 지하 약 2.1미터 깊이에 매장되어 있다는 사료가 최초로 확인됐다.

이규수 전 일본 히토츠바시대학 특임교수는 1910년 9월 10일 '방외생'(方外生, 기자 고마츠 모토고(小松元吾)의 필명)이 일본 [오사카 마이니치신문]에 기고한 '안중근의 묘'라는 제목의 르포기사를 발굴해 안 의사 순국 116주기를 앞두고 공개했다.

지금까지 국내외에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사료이다.

안중근 의사 순국(1910.3.26) 5개월여 뒤에 나온 '고마츠 모토고' 기자의 기사는 안 의사의 매장 위치를 특정할 수 있을 만큼  결정적인 단서가 담겨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뤼순감옥 소장의 증언과 현지 답사를 통해 작성된 기사의 신뢰도 높고, 매장지의 구체적인 위치와 거리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묘사가 구체적이다. 특히 안 의사와 바로 이웃해 묻힌 일본인 및 중국인 사형수의 실명이 기록되어 있어 이를 확인할 경우 안 의사의 매장지를 1~2m내로 좁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1910년 9월 10일 [오사카 마이니치신문]의 '안중근 의사 묘' 관련 기사 [사진-이규수 교수 제공]
1910년 9월 10일 [오사카 마이니치신문]의 '안중근 의사 묘' 관련 기사 [사진-이규수 교수 제공]

"실은 당시 안중근의 형제가 너무나 유해를 원했던 점과 우리 일본인들의 격앙이 심했던 탓에 신중하게 고려했다. 다른 죄수들처럼 그 묘표(墓標, 무덤 표시)라고 하기에는 정말 간단한 나무 표식으로, 높이는 지상 1척(약 30cm) 남짓, 폭 4촌(약 12cm) 가량의 널빤지 겉에는 성명을, 뒤에는 사망 연월일을 기록한 것을 묘표로 세우지 않고, (관과 함께) 묻어서 흙을 덮고, 그 위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어, 일부러 매장 지점의 형태와 흔적을 완전히 감추어 버렸다.

이 때문에 유해에 관한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고, 지금도 그 억측을 믿는 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실상은 당시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보도와 같이 특별히 들여온 백목(白木, 원목을 제재하여 표면을 가공하지 않은 목재) 두꺼운 판자의 좋은 재목으로써 파격적인 일본식 침관(寝棺, 시신을 눕히는 관)을 만들었고, 또한 만에 하나 발굴되는 일이 없도록 일반 죄수와 같은 지하 4척(약 1.2m) 이내에 묻지 않고, 특별히 7척(약 2.1m) 아래로 깊이 묻었으며, 매장한 장소는 물론 이 감옥 부속 수인 묘지 안이다."

안 의사 수감 당시 뤼순감옥의 전옥(典獄, 교도소장)이며, 고마츠 기자가 취재할 당시에도 소장으로 근무하던 구리하라 사다키치(栗原貞吉)의 증언이다.

구리하라 소장은 안 의사가 순국 직전 "어머니가 보내주신 흰 한복을 입고 죽고 싶다"고 한 요청을 흔쾌히 허락하고 사형집행 현장에서 사형집행문을 낭독한 인물.

항아리 모양의 관에 세로로 세워 묻은 일반 죄수들과 달리 안 의사의 유해는 백목으로 침관을 만들어 뤼순감옥 부속 수인묘지 구역 안에 매장했으며, 불의의 발굴을 예방하기 위해 약 2.1m 깊이에 묻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고마츠 기자는 이에 대해 "안중근의 유해는 실은 감옥 묘지에 매장되지 않았다거나, 일단 매장되었으나 지금은 그곳에 없다"는 등의 소문이 있었으나 구리하라 전옥의 이야기를 듣고 의구심이 눈녹듯 풀렸다고 기록했다.

뤼순감옥 묘지로 알려진 이 구역은 현재 뤼순감옥박물관과 민간단체 등에서 유력한 매장지로 추정하는 일명 '동산파'(東山坡) 지역이다.

국가보훈부가 △1910년 3월 26일 관동도독부 작성 『사형집행보고』(안중근 금일 사형집행. 유해는 뤼순에 매장함) △조선통감부 1910년 작성 『사형집행보고서』(안의 사체는 감옥서에서 제작한 침관에 넣고 백포를 덮어 (중략) 오후 1시 감옥서의 묘지에 매장하였다) △오사카아사히신문 1910년 3월 27일자(안의 시체는 침관에 안치되는 대우를 받고 감옥묘지에 매장되었다) △만주신보 1910년 3월 29일자(사체는 오후 감옥 공동묘지에 매장되었다) 등 단서를 근거로 안 의사 매장지를 뤼순감옥 묘지로 지목하고 있는 것과 일치하는 결론이다.

이어 고마츠 기자는 구리하라 소장이 특별히 동행시킨 안내자와 함께 감옥으로부터 약 10정(약 1km) 떨어진 묘지로 향했다.

"안내자는 두 산이 서로 근접해 길이 막 끝나려 하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이곳이라고 알려 주었다"며, 묘지의 위치를 설명했다.

"묘지는 자세히 살펴본 뒤에야 비로소 그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울타리도 담도 없는 산 중턱, 무성한 잡초 사이에 규칙적으로 두 줄을 이루어 50~60기의 무덤이 서 있었다. 산은 높지 않아서 약 1정(약 109m) 앞까지는 마차도 다닐 수 있고 골짜기는 깊지 않아 건장한 남자라면 오르내릴 수 있다. 

고개를 들어 보면 정면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 정상에 청나라 통치 시대의 기병영(騎兵營) 터가 거의 흙담이 완전한 형태로 있고, 고개를 숙이면 오른편으로 마잉푸(馬營浦)라 불리는 작은 부락 거리의 한쪽 끝으로 약 1정(약 109m) 남쪽 산기슭과 가깝고, 눈앞 바로 아래에는 개인 소유의 화약고와 그 파수막 등 빈집이 각각 한 채씩 계곡에 임하여 서 있다."

묘지의 위치는 감옥에서 약 10정(약 1km) 떨어진 곳. 감옥 담장 옆이 아니라 감옥에서 상당한 거리에 있는 산중턱에 있는데, 정면의 언덕 정상에는 청나라 시대 기병영의 흙담 잔해가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마잉푸라 불리는 작은 부락의 끝자락이 산기슭에 닿아 있으며, 바로 아래에는 계곡을 굽어보는 위치에 개인 소유의 화약고와 파수꾼의 빈 오두막이 있다는 것.

묘지에서 바라 본 전망에 대한 묘사도 나온다.

"칭하기를 감옥의 공동묘지라 하나, 그 실상은 하등(下等) 중국인의 버려진 무덤(廢墳)과 거의 맞닿을 만큼 근접해 있고, 그 수는 20~30기에 불과하다. 그중에는 아주 오래되지 않은 것도 1~2기가 있다. 지명과 산의 이름은 미상이나, 이름을 붙이자면 '마잉푸(馬營浦)의 위쪽'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까. 3면이 산으로 막혀 있고, 오직 남쪽만이 마잉푸 마을을 넘어서 멀리 황금산(黄金山)과 라오후웨이(老虎尾)를 마주하고 있어, 그 사이로 항구 밖의 바닷물(海水)을 바라보고, 조금 서쪽으로 치우쳐 백옥산(白玉山) 꼭대기의 표충탑(表忠塔)이 우뚝하니 하늘에 솟아 있는 것을 본다."

그리고 마침내 "잡초 아래 침관(浸棺) 크기라고 인정할 만할 형태를 희미하게나마 지상에 드러내고 있으나, 한 조각의 나무 표식도 세우지 않고, 한 덩어리 돌멩이(石卵)도 놓지 않은 곳, 바로 이곳이 그해 천하를 뒤흔들었던 광한(狂漢) 안중근의 형여(刑餘, 처형된 몸)가 영원히 누워 있는 곳"이라며, 안 의사의 매장지를 확인한다.

고마츠 기자는 "2~3년전 다롄에서 중국인 환전상을 꿰어내어 2천엔을 강탈한 뒤 교살한 모토야마 겐이치(本山謙市)와 야마무라 세이이치(山村精一), 그리고 불과 얼마 전 처형된 중국인 살해범 혼다 오토마쓰(本田音松), 일본인 살해범 위안광가오(袁廣高) 등 두 강도의 흙이 마르지 않은 새 무덤과 인접한 지점"이라고 안 의사의 자리를 특정했다.

"이(李), 오(呉), 원(袁), 유(劉), 형(邢) 등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처형된 마적들이 나란히 있는 그 열 바로 아래, 즉 앞 열"이라고 덧붙였다.

사료를 발굴한 이규수 교수는 뤼순감옥 '옛터'(舊址, 구지)를 기점으로 반경 약 1km 지점에 대해 위성지도 및 고지도와 대조해 청나라 기병영 터와 마잉푸 부락의 위치를 확인해 산 중턱 골짜기의 실제 매장지를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발굴범위를 획기적으로 좁혀주는 좌표이기 때문이다.

또 안 의사 주변에 묻힌 것으로 명시된 모토야마 겐이치, 야마무라 세이이치, 혼다 오토마츠, 위안광가오의 판결문과 사형집행 및 매장보고서는 일본 법무성이나 외무성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들의 묘지번호(매장 위치) 등을 확인하면 안 의사의 묘는 바로 그 옆으로 특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하 2~3m 심도를 탐색하는 고성능 GPR(Ground Penetrating Radar,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통해 두꺼운 소나무관 등의 이질적인 신호(Anomaly)를 탐지하면 안 의사의 유해를 찾을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중국측에 탐사 협조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고마츠 모토고 기자 [사진-이규수 교수 제공]
고마츠 모토고 기자 [사진-이규수 교수 제공]

한편, 이 글을 쓴 고마츠 모토고 기자는 1875년 일본 고치현 우사기다(兎田) 태생으로 24살부터 28살까지 미국에서 생활하다 1904년 러일전쟁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다롄의 요동신보(遼東新報)에 입사했으며, 이때 오사카 마이니치신문의 특파원으로 안중근 의사 재판을 방청하고 법정 스케치를 남긴 인물이다.

고마츠 기자는 당시 일본의 국익을 대변하는 취재진의 일원으로 안 의사를 '광한'(狂漢, 미친 사내)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지만 사형이 예견된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안 의사가 보여준 당당한 기개와 논리 정연한 '동양평화론', 그리고 적국 일본의 천황이나 민중을 증오하기보다 동양의 진정한 평화를 역설하는 태도에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기사뿐만 아니라 당시 법정의 모습을 정밀하게 묘사한 삽화를 남기며 안 의사의 마지막 투쟁을 충실히 기록했다.

사형집행을 앞둔 1910년 3월, 고마츠 기자는 안 의사를 면회해 평소 품었던 경의를 표시하며 글씨를 청했고, 안 의사가 그에게 써 준 유목과 가족사진첩은 그의 외손자인 고마츠 료지가 2016년 11월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했다.

《일본어 원문 번각》(전문)

○ 安重根の墓

○ 於旅順

○ 方外生

○ 《大阪每日新聞》 1910年 9月 10日

毒彈一射、我伊藤公の生命を哈爾賓に奪ひて一時天下の視聴を其一身に集めたる狂漢安重根は、爾来月を閲する滿五の本年三月二十六日を以て刑に就き、茲に關東州未曾有の大裁判も局を結び、世人の記憶漸く將に弱からんとする今日、忽ち韓國併合條約成立して故公の遺業殆んど完きを告げんとす、予は一種の感に打たれつゝ、大連より旅順に來り、故公を弔する心を以て重根の墓を探り兼ねて、當時の共犯三囚の現狀を見るべく旅順監獄を訪へり。

重根の遺骸は處刑の當時、其骨肉數名旅順に來り、故郷に葬らんことを哀訴愁願する所あり。我官憲は陽に之を諒として陰に之を拒みたるも、彼等は尙之を覺らず最後に斷然其哀訴を排斥せらるゝや安の二弟は忽ち獄門に怒號憤泣して誓つて日本に報ひんと揚言せり。

然るに後に到りて說の耳より耳に傅へらるゝものあり曰く重根の遺骸實は監獄墓地に埋められず否一たび埋められたるも今や無しと、予輩心窃に其必無を斷ずべからざるを思ひ其眞相を知らんと期したり。

而も顧みて假令其眞相を探究するとも輕々しく之を發表すべきにあらざるを思ひ其儘打過ぎしが、今や此探究に適當なる時機とはなれり。

當時の主任者にして現に尙其職に在る栗原典獄は終に口を開きて曰く「實は當時餘りに安の兄弟が遺骸を欲しがりたると邦人の激昂甚しかりしに慮る所ありて他囚の如く其墓標と言つてもホンの簡單なる木標で高さ地上一尺餘幅四寸許の板に表は姓名、裏は死亡年月日を記したるを立てず埋めて土を着せ、其上を雑草の生ひ茂るに任せて、故らに埋葬地點を明にせず、全く形跡を糊塗し去りたるより、種々の臆說行はれ、現に依然臆說を信ずる者少からざる由なれど、其實當時貴紙報道の如く、特に取寄せたる白木厚板の良松材を以て、破格の日本式寢棺を作り、且萬一發掘せらるゝが如きことなきやう、一般囚は地中四尺以下に埋むる例なるを以て、特に七尺以下となしたり。其場所は勿論當監獄附属の囚人墓地内なり」と。

予輩の愚かなる疑念は此一言にて容易に氷解したり。乃ち予は典獄が特に附し吳れたる案内者に從ひ、監獄より約十町なる墓地に向ひ、兩山相逼つて道將に盡きんとする所、案内者歩を停めて「此處です」と告ぐ。  

墓地は細視して後始めて其れと知られたり柵なく墻なき山腹菁々たる雜草の間に、規律正く二列となりて五六十基立てり。山高からず一町程手前迄馬車を通じ得べく谷深からず屈強の男ならば下りて又上るべし。

仰げば正面對崗の頂上に清治時代の騎兵營の残墟略ぼ土墻を完うし。伏せば右方馬營浦と稱する小部落市街の一端となりて約一町の南なる山脚に迫り、眼前直下には私人の火薬庫と其番小屋の空家各一棟溪に臨みて立つ。

稱して監獄の共同墓地となすも其實下等支那人の廢墳と殆んど相觸るゝばかりに接近し、其數は二三十個に過ぎざるも二三個甚だしく古からぬものあり。地名山名共に詳ならず、假に名くれば馬營浦の上手とも稱すべきか。三方塞がり唯南方のみ馬營浦を越えて遙に黄金山と老虎尾とに對し、其間より港外の海水を望み、少しく西に偏して白玉山頭の表忠塔屹として天空に聳立するを見る。

立て列ねたる墓標の主は、何れ關東州內外、我行政圈を騷がせたる馬賊、強盗、殺人犯の類ならぬは無きが中に李、呉、袁、劉、邢など一時に刑せられたる馬賊の並べる其列の眞下卽ち前列にして二三年前大連に於て支那人の兩替商人を誘き出し二千圓を奪ひて之れを絞殺したる本山謙市、山村精一等を始め纔に此程刑せられたる許りの支那人殺し本田音松、日本人殺し袁廣高兩強盗の土未だ乾かざる新墓と隣接せる地點に雜莠の下、正に寢棺大と認めらるゝ形を覺束なげながら地上に現はし、一片の木標も立てず、一塊の石卵も置かざる所、卽ち是れ當年天下を聳動したる狂漢安重根の刑餘の身体が永く横はる所なり

秋漸く深くして蟲晝鳴く、知らず唧々たる聲亦大韓獨立を叫ぶや否や。(번각 : 이규수, 감수 : 최세경)  * 쉼표와 마침표 등은 번각자가 편의상 삽입한 것입니다.

 

《기사 한국어 번역》(전문)

○ 안중근의 묘(安重根の墓)
○ 장소 : 뤼순(旅順)에서
○ 필자 : 방외생(方外生, 기자 고마쓰 모토고의 필명)
○ 출전 :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大阪每日新聞》 1910년 9월 10일

흉탄 한 발로 하얼빈에서 우리 이토 공(公)의 생명을 앗아가, 한때 천하의 이목을 그 한 몸에 집중시킨 광한(狂漢) 안중근은 그 후 해를 넘겨 만 5개월이 되는 올해 3월 26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이에 관동주(關東州) 미증유의 대재판도 종결되고 세인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려 하는 작금, 홀연 한국 병합조약이 성립되어 고(故) 이토 공의 유업이 거의 완성을 고하려 한다. 

나는 감회에 젖어 다롄(大連)에서 뤼순(旅順)으로 와 고인을 애도(이토 히로부미를 의미함-이규수)하는 마음으로 안중근의 묘를 찾고, 동시에 당시 공범이었던 세 수인(囚人,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이규수)의 현황을 살피고자 뤼순감옥을 방문하였다. 안중근의 유해는 처형 당시 그 혈육 몇 명이 뤼순에 찾아와 고향에 안장하기를 애소하고 애원했는데, 우리 관헌은 겉으로는 이를 승낙하는 체하면서도 내심으로는 이를 거부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를 깨닫지 못했고 결국 그 애소가 단호히 거절당하자, 안중근의 두 동생(안정근, 안공근–이규수)은 돌연 감옥 문 앞에서 분노하여 울부짖고 통곡하며 맹세코 일본에 보복하겠노라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훗날 귀에서 귀로 전해지는 소문에 따르면, 안중근의 유해는 실은 감옥 묘지에 매장되지 않았다거나, 일단 매장되었으나 지금은 그곳에 없다고 한다. 나는 내심 정말로 없다고 단정할 수 없어 그 진상을 알고자 하였다.

게다가 돌이켜보건대, 가령 그 진상을 탐구한다 해도 경솔하게 이를 발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여 그대로 지나쳐 왔으나, 이제야말로 탐구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되었다. 

당시 감옥의 주임으로서 현재까지도 여전히 그 직에 있는 구리하라(栗原) 전옥(典獄, 교도소장)은 마침내 입을 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은 당시 안중근의 형제가 너무나 유해를 원했던 점과 우리 일본인들의 격앙이 심했던 탓에 신중하게 고려했다. 다른 죄수들처럼 그 묘표(墓標, 무덤 표시)라고 하기에는 정말 간단한 나무 표식으로, 높이는 지상 1척(약 30cm) 남짓, 폭 4촌(약 12cm) 가량의 널빤지 겉에는 성명을, 뒤에는 사망 연월일을 기록한 것을 묘표로 세우지 않고, (관과 함께) 묻어서 흙을 덮고, 그 위를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도록 내버려두어, 일부러 매장 지점의 형태와 흔적을 완전히 감추어 버렸다. 이 때문에 유해에 관한 갖가지 억측이 나돌았고, 지금도 그 억측을 믿는 자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 실상은 당시 오사카 마이니치신문 보도와 같이 특별히 들여온 백목(白木, 원목을 제재하여 표면을 가공하지 않은 목재) 두꺼운 판자의 좋은 재목으로써 파격적인 일본식 침관(寝棺, 시신을 눕히는 관)을 만들었고, 또한 만에 하나 발굴되는 일이 없도록 일반 죄수와 같은 지하 4척(약 1.2m) 이내에 묻지 않고, 특별히 7척(약 2.1m) 아래로 깊이 묻었으며, 매장한 장소는 물론 이 감옥 부속 수인 묘지 안이다”라고 말하였다. 

나의 어리석은 의구심은 이 한마디로 눈 녹듯 쉽게 풀렸다. 이에 나는 전옥이 특별히 붙여준 안내자를 따라 감옥에서 약 10정(약 1km) 떨어진 묘지로 향했다. 
안내자는 두 산이 서로 근접해 길이 막 끝나려 하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이곳이라고 알려 주었다. 묘지는 자세히 살펴본 뒤에야 비로소 그곳임을 알 수 있었다. 

울타리도 담도없는 산 중턱, 무성한 잡초 사이에 규칙적으로 두 줄을 이루어 50~60기의 무덤이 서 있었다. 산은 높지 않아, 약 1정(약 109m) 앞까지는 마차도 다닐 수 있고, 골짜기는 깊지 않아 건장한 남자라면 오르내릴 수 있다. 고개를 들어 보면 정면 마주 보이는 산등성이 정상에 청나라 통치 시대의 기병영(騎兵營, 기병대 병영) 터가 거의 흙담이 완전한 형태로 있고, 고개를 숙이면 오른편으로 마잉푸(馬營浦)라 불리는 작은 부락 거리의 한쪽 끝으로 약 1정(약 109m) 남쪽 산기슭과 가깝고, 눈앞 바로 아래에는 개인 소유의 화약고와 그 파수막 등 빈집이 각각 한 채씩 계곡에 임하여 서 있다. 

칭하기를 감옥의 공동묘지라 하나, 그 실상은 하등(下等) 중국인의 버려진 무덤(廢墳)과 거의 맞닿을 만큼 근접해 있고, 그 수는 20~30기에 불과하다. 그중에는 아주 오래되지 않은 것도 1~2기가 있다. 지명과 산의 이름은 미상이나, 이름을 붙이자면 ‘마잉푸(馬營浦)의 위쪽’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까. 

3면이 산으로 막혀 있고, 오직 남쪽만이 마잉푸 마을을 넘어서 멀리 황금산(黄金山)과 라오후웨이(老虎尾)를 마주하고 있어, 그 사이로 항구 밖의 바닷물(海水)을 바라보고, 조금 서쪽으로 치우쳐 백옥산(白玉山) 꼭대기의 표충탑(表忠塔)이 우뚝하니 하늘에 솟아 있는 것을 본다. 

줄지어 선 묘표의 주인은, 모두 관동주 안팎에서 우리 행정권을 어지럽힌 마적, 강도, 살인범의 부류가 아닌 자가 없는 와중에 이(李), 오(呉), 원(袁), 유(劉), 형(邢) 등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처형된 마적들이 나란히 있는 그 열 바로 아래, 즉 앞 열에는 2~3년 전 다롄에서 중국인 환전상을 꾀어내어 2천 엔을 강탈하고 그를 교살한 모토야마 겐이치(本山謙市), 야마무라 세이이치(山村精一) 등을 비롯해, 불과 얼마 전 처형된 중국인 살해범 혼다 오토마쓰(本田音松), 일본인 살해범 위안광가오(袁廣高) 등 두 강도의 흙이 마르지 않은 새 무덤과 인접한 지점에, 잡초 아래 침관(浸棺) 크기라고 인정할 만할 형태를 희미하게나마 지상에 드러내고 있으나, 한 조각의 나무 표식도 세우지 않고, 한 덩어리 돌멩이(石卵)도 놓지 않은 곳, 바로 이곳이 그해 천하를 뒤흔들었던 광한(狂漢) 안중근의 형여(刑餘, 처형된 몸)가 영원히 누워 있는 곳이다. 가을이 점차 깊어져 벌레 울음소리가 들리는데, 알지 못하겠구나, 찌르르
우는 소리 또한 대한독립을 외치는 것일까 아닐까. (번역 : 이규수, 감수 : 최세경)

*3월 27일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 현황과 남북 공동대응 과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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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 국토미래연구소장, 시민인권위 공동위원장

leewys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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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단임제가 100년의 미래를 결정하는 모순

원전의 설계 수명은 40~60년이며, 해체와 폐기물 처리까지 고려하면 그 영향력은 100년을 훌쩍 넘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시간축을 결정하는 우리 정치 시스템은 고작 '5년'이라는 단기 사이클에 갇혀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에너지 정책은 180도 뒤집힌다.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다시 그 반대로 춤을 추는 동안 국가 전략의 일관성은 증발했고 사회적 갈등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쌓였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 정권의 과오가 아니다. 1987년 체제의 구조적 한계다. 당시의 시대정신은 '독재 방지'였고, 그 결과 권력의 분산과 단임제를 얻었으나 '장기적 국가 전략' 수립 능력은 상실했다.

민주화 40년이 지난 지금, 우리에게 더 치명적인 위협은 독재의 회귀인가, 아니면 국가 생존이 걸린 전략적 일관성의 부재인가. 이제는 87년 체제가 남긴 공백을 채울 새로운 의사결정 모델이 필요하다.

기실 현재 대의제 민주정은 자본권력의 대리인이나 다름없다. 이 현상은 21세기에 극심해졌다. 공산권의 독재처럼 민주정에서도 의사결정능력 저하가 인류의 진짜 위기다. 윤석열과 트럼프가 단적인 예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새로 발명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젠 민치제(民治制)가 병행되어야 한다.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국민이 책임을 갖고 손수 결정하는 흐름이 중시되지 않으면 안된다.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모습. 2011년 3월 25일. AP 연합뉴스

대의제의 한계와 '숙의 민주주의'의 필요성

대리운전 같은 현행 대의제는 구조적으로 '현재의 유권자'만을 대변한다. 30년 후 이 땅의 주인일 미래 세대는 오늘 투표권이 없다. 원전, 기후위기, 연금 문제는 모두 미래의 몫을 현재가 가로채는 구조적 모순 속에 방치되어 왔다.

이미 세계는 이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아일랜드는 무작위로 추출된 시민 99명이 수개월간 전문가와 숙의하여 낙태권 같은 초장기적 사회 갈등을 해결했다.

우리 역시 에너지 전환 30년 로드맵을 단순한 정쟁의 도구로 두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숙의 과정을 거쳐 로드맵을 확정하고, 이를 어떤 정권도 뒤집지 못하도록 헌법적 수준으로 법제화하는 '에너지 헌법'이 절실하다.

'기명(記名) 투표', 역사 앞에 선 주권자의 명예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에너지 전환 로드맵에 대한 국민투표를 '기명(記名)'으로 실시하자는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비밀투표의 원칙은 신성시되지만, 이는 과거 권력의 압박으로부터 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나 국가의 명운을 결정하는 초장기 과제에서 익명성은 때로 '무책임'의 가면이 된다. 19세기 미국 민주주의 초기에는 시민들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고 공개적으로 투표하며 주권자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금도 스위스의 일부 지역(란츠게마인데)에서는 광장에 모여 손을 들어 공개적으로 정책을 결정한다.

우리에게는 '족보(族譜)' 문화가 있다.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이고자 하는 마음, 내 이름 석 자에 책임을 지는 명예 문화가 DNA 속에 흐르고 있다. 기명 투표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다. 익명의 그늘에 숨어 현재의 편익만 좇는 나를 버리고, 역사와 미래 세대 앞에 선 주권자로서의 나를 소환하는 성스러운 의식이다. 미국 독립선언서의 56인이 자신의 목숨과 명예를 걸고 이름을 남긴 것처럼, 우리도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하는 계약서에 당당히 이름을 남겨야 한다.

세대 간의 신성한 계약

"30년 후 우리는 어떤 세상을 물려줄 것인가"를 지금 결정하는 것은 단순한 에너지 정책이 아니다. 그것은 민주주의의 진화이며 세대 간의 신성한 계약이다. 기명 투표를 통해 남겨진 기록은 훗날 우리 자손들이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런 미래를 꿈꾸며 책임 있는 선택을 하셨구나"라고 확인하는 역사적 유산이 될 것이다.

국가의 명운은 5년 정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제 국민이 직접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핵지뢰의 공포를 걷어낼 대장정의 첫걸음을 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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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그알 보고 윤석열 뽑았다’ 글 공유하며 “조작 보도는 선거방해”

수정 2026.03.24 23:40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엑스에 올린 SBS 뉴스 시청자 게시판 갈무리. 엑스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20대 대선 당시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방송을 보고 이 대통령이 아닌 윤석열 전 대통령을 뽑았다’는 취지의 누리꾼 글을 공유하며 “악의적 조작 보도로 주권자의 결단을 비트는 것은 민주공화정을 부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에 “이 캡처는 그알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라는데 진위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이 글이 의미하는 바는 매우 엄중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언급한 글은 지난 22일 SBS 뉴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SBS 노조는 진정한 언론이 뭐라고 생각하나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해당 글에서 이 누리꾼은 “언론의 자유는 분명히 중요하다. 그러나 그 자유는 거짓을 포장하여 만든 기사에 대한 언론의 자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며 “저도 그때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를 봤고 제 주위에도 그 프로그램을 보고 이재명이라는 사람을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여 투표 당시 윤석열을 뽑았다”고 주장했다.

이 누리꾼은 이어 “윤석열 당선 후 며칠 안 돼서 저는 그 프로그램을 본 저를 그리고 그 프로를 원망했다”며 “그런데 확실히 거짓 보도였다는 판결이 난 지금은 너무 저주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권리만 따지지 말고 먼저 거짓 기사로 인한 결과에 대해 먼저 반성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적었다. 앞서 SBS 노조가 그알을 향한 이 대통령의 사과 요구에 “언론 길들이기”라며 반발한 일을 비판하는 취지다.

이 대통령은 “그알의 문제된 보도처럼 정치적 목적에 따라 정치인을 악마화한 조작 보도로 주권자의 선택을 바꾼 것은 정치인에 대한 명예훼손이기도 하지만, 이를 넘어 주권자의 국민주권을 탈취하는 선거방해, 민주주의 파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주권자의 선택으로 완성되는데 악의적 조작 보도로 주권자의 결단을 비트는 것은 민주공화정을 부정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며 “사실 이 방송의 제작·송출 관련자들이 사과할 대상은 정치인 이재명보다 대통령 선택권을 박탈당하거나 심지어 이분처럼 반대의 선택을 강요당한 후 억울함과 후회에 가슴을 치는 대한민국 주권자들”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방송에 속아 다른 선택을 하고 가슴 아파하시거나 지금도 저를 살인 조폭 연루자로 알고 계신 분들께 말씀드린다”며 “지연된 그 몇 배로 열과 성을 다해 지금 된 것이 그때 된 것보다 훨씬 더 나은 대한민국을 반드시 만들 테니 안타까워 마시기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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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명 희생자 낳은 참사에…안전공업 대표는 "유족이고 XX이고" 폭언

이대희 기자 | 기사입력 2026.03.25. 07:30:02

74명의 사상자가 나온 대전 안전공업 화재 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 대표인 손주환 씨가 일부 직원을 향해 폭언했다는 뉴스 보도가 나왔다.

25일 SBS 보도를 보면, 손 대표는 이번 화재 참사 관련 언론보도를 본 후 회사 임직원을 향해 "야 어떤 X이 (언론을) 만나는지 말하란 말이야. 뉴스에 뭐 '사장이 뭐라고 큰소리치고 후배들에게 얘기한다'고 하는데 거기에 대한 변명이 전혀 없는 거냐'라고 폭언했다.

언론에 평소 손 대표가 직원들에게 막말을 일삼았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를 질책하면서 또 막말하는 내용이 보도된 셈이다.

손 대표는 심지어 화재 참사 희생자를 향해서도 막말했다.

손 대표는 특정 희생자 실명을 거론하면서 "조장·반장·리더가, 대표가 죽은 거다. 집에 어머니가 자식이 누구 불에 타 죽을까 봐 뒤돌아보다가 늦어서 죽은 것"이라고 했다.

또 "늦게 나와서 죽었다. 늦게 나오면 되겠느냐"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는 또 자신의 발언 중 누군가가 유가족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하자 "뭘 가만히 있어봐. 유족이고 XX이고 간에!"라며 욕설까지 섞어 유가족을 향해 막말했다.

▲대형 화재로 7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대전 안전공업의 손주환 대표이사가 23일 오후 합동 감식과 압수수색이 진행 중인 안전공업 본사를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언론에 제보한 이들은 손 대표의 막말을 보다 못한 가족이 그를 말려 회의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손 대표 가족은 회의 참석자들에게 손 대표를 대신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대표의 이런 막말이 나온 회의 당시 참석자 가운데는 이번 참사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직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막말이 나온데 대해 손 대표 가족 중 한 명은 "이런 상황을 이겨내고 어떻게든지 재건해서 회사를 다시 만들"고자 이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사장님 행위를 너그럽게 생각해 달라. 제가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에도 관리직 등을 향해 막말을 일삼은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손 대표는 이번 참사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됐다.

▲23일 오후 대전시청 1층 로비에 마련된 대덕구 안전공업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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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필요한 노인들 도와야" 공습중 문 연 이란 약사 폭사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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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3.24 17:11

  • 수정 2026.03.24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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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스라엘 공격 3주째 민간인 1500명 희생

인터넷 차단, 국제전화 불통에도 일부 알려져

같은 건물 IT 회사 겨냥한 공습에 다하긴 폭사

집이 그리워 돌아와 잠자던 몰라니 목숨 잃어

세 살 배기 일마 빌키 중상 하루 만에 세상 떠

남부 미나브 초등학교 희생 58명만 신원 확인

BBC "병원 20여곳 공격 당한 사실 확인했다"

파라스테시 다하긴(왼쪽)과 베리반 몰라니는 미국과 이스라엘 공격에 스러진 민간인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극히 일부다. 소셜미디어 갈무리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과 이란의 항전이 3주를 넘긴 가운데 이란 수도 테헤란을 비롯해 여러 도시들의 수천 개 목표물이 타격을 받아 1400명 넘는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이 차단됐고 국제전화도 이란에서 해외로 거는 것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민간인 희생자들의 신원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의 짙고 검은 연기와 인터넷 차단 속에서도 이란에서 아주 적은 분량의 정보들이 새나오며 민간인 희생자 가운데 극히 일부의 이름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고 영국 BBC가 23일(현지시간) 전해 눈길을 끈다.

파라스테시 다하긴은 약국에서 일하던 중 폭사한 젊은 약사였다. 집이 그리워 테헤란 자택에 돌아온 블로거 베리반 몰라니는 다음날 침대에 누워 있을 때 공습 잔해에 머리를 다쳐 결국 목숨을 잃었다. 세 살배기 일마 빌키는 서부 사르다슈트에서 부상 하루 만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인권문서센터에 따르면, 다하긴은 테헤란 아파다나 지역에 있는 자신의 약국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이란의 인터넷 차단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정보통신(IT) 회사를 겨냥한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오빠 푸랴는 인스타그램에 여동생이 살해될 때 단지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테헤란이 안전하지 않다며 일하는 것을 그만 두라고 말렸지만, 여동생은 "다친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고 대꾸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오빠에게 "노인들이 약이 필요해 약국에 온다. 난 여기 남아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는 것이다. 푸랴는 "너는 정말 고귀했어"라고 경의를 표했다.

 

일마 빌키는 이달 초 미-이스라엘 공습 이후 사망했다. 헹가우 제공

세 살배기 일마 빌키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 그의 사진은 쿠르드 인권 단체 헹가우가 BBC에 제공했다. 이 단체는 그 아이가 이달 초 미국과 이스라엘 공습에 중상을 입은 지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만 전했다.

몰라니는 스물여섯 살의 라이프스타일 블로거로 온라인 의류점을 운영했다. 외동딸로 집을 몹시 그리워했다. 이란 북부의 안전한 곳에 머무르다 전날 테헤란 집으로 돌아왔는데 변을 당했다. 그녀의 가족은 에스마일 카티브 정보부 장관이 부유층 동네에 위치한 자택의 건너편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친구 라지에 잔바즈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란 적신월사가 공개한 야간 동영상을 보면 구조팀이 무너진 석조물을 치우고 그 속에 갇힌 베리반의 어머니에게 접근하려 애쓰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녀는 "우리 딸이 살아 있나요?"라고 애원하듯 묻는다. 베리반은 이미 잔해에서 구출된 상태였지만,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 몸이었다.

잔바즈는 "그녀는 3월 17일 미사일 공격 당시 잠자리에 들기 직전 침대에서 사망했다"고 적었다.

이란 핸드볼 대표팀 출신인 잔바즈는 지난주 카티브 장관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베리반의 이웃 몇 명이 사망했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갔는데 친구의 운동화 한 켤레가 길바닥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잔바즈는 "이 가족은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결국 그녀를 잃었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인권운동가 통신(HRANA)는 지금까지 1400명 이상의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는데, 그 중 15%가 어린이다. 가장 치명적인 단일 사건 가운데 하나는 전쟁 초기에 남부 미나브의 한 초등학교에 대한 미사일 공격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이 인근 군사기지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군은 학교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쿠르드 인권단체 헹가우는 학교에서 사망한 어린이 48명과 성인 10명의 신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헹가우는 증가하는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란은 자국의 군사 손실을 보고하지 않는다. HRANA는 개전 후 적어도 1167명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전쟁 중 많은 이란인들이 인터넷 사용으로 체포됐다. 하지만 강력한 현지 인맥을 가진 인권단체들조차 사상자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헹가우는 이란 국경수비대가 이라크의 전화 및 인터넷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사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네트워크들은 때때로 양국 국경 근처에서 접속할 수 있다. 정권은 인구와 전쟁 서사를 통제하려 한다. 헹가우의 아와이어 셰키는 "사람들에게 정말 가슴 아픈 상황"이라면서 사람들이 "두려워한다"고 BBC에 말했다. 그는 "올해 초 이란 정부에 의해 거리에서 살해당했고, 이제는 폭탄 테러로 인해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주거 지역에도 정부 건물이 있다고 덧붙였으며, 테헤란 같은 대도시에도 민간 방공호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민간인들이 전쟁으로 인해 "충격적인"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밝혔다. 적신월사 활동가 하미드레자 자한박쉬도 희생됐다.

 

벵상 카사르 ICRC 대표단 단장은 "국제 인도법은 명확하다.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는 공격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의료진과 응급 구조대원, 의료 운송 및 시설, 인도주의 인력은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나흘째인 지난 3일(현지시간) 수도 테헤란의 간디 병원은 공습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위 사진은 위성 사진 업체 밴터(Vantor)가 제공한 지난 1일의 사진이며 아래는 3일 공습 이후 촬영한 사진이다. 직접 타격을 받지 않은 건물 지붕이 재로 뒤덮여 새카맣게 변했다. 밴터 제공 AFP 연합뉴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재 20건이 넘는 의료 시설 공격을 확인했으며, 더 많은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최소 9명의 보건 요원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 국영방송 본사 근처 간디 병원의 영상은 광범위한 피해를 보여준다. 중동 전쟁에 대한 WHO의 대응을 지휘하는 이안 클라크는 "공격이 그 시설을 직접 겨냥했는지, 아니면 인접한 시설을 겨냥했는지 판단하는 것은 우리가 할 일이 아니다"면서 "이것은 건강에 대한 공격이며, 분쟁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민간인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의료 시설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다. 의료에 대한 어떤 공격도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BBC는 간디 병원은 물론, 서부 마하바드 마을의 적신월사 병원, 그리고 지난 3일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들이 대피되는 모습이 목격된 남부 항구 부쉐르의 병원 등 여러 피해 병원의 영상을 확인했다.

현재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지만, 테헤란의 옛 동료들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외과의사 하심 모아젠자데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다친 이들의 목숨을 구하려 한 지 몇 주 만에 공공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이제는 공습 부상자들을 돌보다 "극도로 탈진한 상태"라고 전했다. 폭탄의 위력이 매우 크고 민간인 사상자도 매우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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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처벌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경찰 앞에서 지문 닦아낸 목사

[보이지 않는 아이들] 베이비박스 17년, 이종락 목사가 아직 그 자리를 지키는 이유

26.03.25 06:46최종 업데이트 26.03.25 06:46

베이비박스(재)주사랑공동체

몇 년 전 베이비박스를 찾아 서울시 관악구 난곡동 언덕길을 처음 올랐다. 예상보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면서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 이 험한 길을 찾아든 절박한 사연의 사람들과 영문도 모른 채 박스 안에 넣어졌을 아이들이 떠올라서였다.

어느 추운 겨울 새벽, 대문 앞 생선 박스에 담겨 있던 아이를 맞이하면서 시작된 베이비박스였다. 이를 계기로 사람들의 관심 밖이었던 유기아동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양육이 포기되는 보호아동과 그 부모들의 참혹한 사연도 함께 떠올랐다.

베이비박스 하면 자동으로 따라오는 이름인 이종락 목사는 그 뒤로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이 목사의 베이비박스에서 시작된 고민의 갈래가 유기아동에서 모든 보호아동으로, 여성이 처한 현실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까지 확장되어 왔다.

한때 우리 사회의 격렬한 논쟁거리였던 베이비박스는 이제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은 아니다. 다만 불완전한 존재인 인간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하는 불멸의 고통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고통을 오롯이 받아 안은 장치가 베이비박스였고 그곳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미래는 우리 사회가 안전하게 받아 안아야 마땅했다.

하지만 아이들의 미래는 베이비박스가 생긴 이래 현재까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아이들을 위해 작동해야 할 법과 제도의 공백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나마 존재하는 법과 제도는 사각지대를 만들었고 그늘진 그곳에서 아이들은 신음하고 있다.

찬반 논란에 휩싸였던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재)주사랑공동체

난곡동 언덕길을 다시 올랐다. 베이비박스로 오는 아이들 숫자는 그새 80~90% 가까이 줄어들었지만 이종락 목사는 아직 거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베이비박스가 언론에 알려지기 시작하자 곧 찬반 논란에 휩싸였다. 와중에 찾아온 것은 격려가 아닌 공문이었다.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는 내용이었다. 발송처는 보건복지부와 서울시, 구청과 경찰이었다. 공문은 폐쇄와 처벌을 예고하며 3년 동안 반복해서 날아왔다. 이 목사는 항변했다.

"아니 당신들이 공무원 맞나. 내 집에 내가 구멍을 뚫어서 만든 생명 살리는 박스를. 정부에서 하지 못한 일을 (아이들을) 살리고 있는데 정부는 대책도 없잖아. 그러면 법 제도 행정 복지로 아이들이 베이비박스에 안 들어오도록 만들어라. 외국에서는 지금 그렇게 하고 있다."

결국 구청이 철거하러 오겠다고 최후 통첩했다. 이 목사는 날짜와 시간을 특정해달라 요구하고 KBS·MBC·SBS에 연락했다.

"3사 방송국이 다 온다고 그랬어요. 그게 그 사람들이 알고 난 뒤에 철거를 무산시켰죠."

방송보도에 따른 여론의 비난이 두려웠던 것 같았다. 경찰도 가만있지 않았다. 과학수사대가 출동해 베이비박스로 아이가 들어 온 직후 지문 채취를 시도했다. 이 목사는 경찰이 보는 앞에서 수건으로 지문을 닦아낸 뒤 자기 지문을 찍고 말했다.

"(이 지문의 당사자가) 아이를 맡긴 사람이니까 지문 조사해서 처벌해라. 국가가 보호자가 보호할 수 없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무작정) 엄마를 처벌하겠다는 게 말이 되냐."

경찰은 '목사님 뜻 알겠습니다'라며 돌아갔다. 그 뒤로 지문 채취 시도는 없었다.

국가기관과 별개로 민간에서도 반대 움직임이 있었다. 여성운동 단체 활동가들이 직접 베이비박스 앞에서 상주하기도 했다. 그들은 베이비박스가 아이를 유괴하는 곳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여성들을 직접 상담해서 아이를 받겠다고 했다. 그들은 24시간 3교대로 편성해 베이비박스 앞을 지키고 서서 한 달 가까이 버텼다.

하지만 찾아온 여성들과 마주쳐도 상담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 목사가 추운데 안으로 들어와 차도 마시고 라면도 먹자고 권했지만 이들은 끝내 들어오지 않고 버티다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철수했다.

연락 끊어버린 남성들, 혼자 남겨진 여성들

이 목사의 문제의식은 국가나 단체와의 대치에서 멈추지 않았다. 베이비박스를 찾은 생모들과 쌓아온 상담 경험이 그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이 목사는 10년 넘게 천 건 넘은 상담을 직접 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으로 지겹게 들어야 했던 사연이 있었다. 임신만 시키고 연락을 끊어버린 남성들과 혼자 남겨진 여성들이었다.

"상담을 해보니까 엄마들이 임신만 시키고 도망간 아빠들에 대한 증오심이 어마어마했어요. 그로 인한 강박관념과 정신적 고통, 출산 우울증까지. 성이라는 게 생존의 도구이기 때문에 책임감이 따라야 된다는 말이야. 쾌락의 도구로만 사용하고 아무 책임을 안 지려는 행동에 대해... 그래서 부성애법까지 만든 거예요."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목사가 직접 법을 설계했다는 사실이 단순하게 들리지 않는다. 현장에서 10년 이상 쌓아온 상담 경험이 제도의 공백을 가장 먼저 알게 했고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의 사연은 법조문을 만드는 질료가 되었다.

2024년 7월 시행된 보호출산법의 기원이 이종락 목사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5년 그는 지금의 보호출산법의 모태가 되는 '비밀출산법'을 직접 설계하고 입법을 추진했다.

"11년 전에 비밀출산법을 만들었어요. 부성애법까지 함께요. 이 법이 왜 필요하냐. 항상 이야기했던 것처럼 법 제도 행정 복지가 잘 되면 베이비박스가 큰 기능을 안 해도 된단 말이야. 선진국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 지금 되고 있으니까 우리 한국에(서)도 할 수 있다. 이 생각이 들었고 그러므로 베이비박스가 큰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비밀출산법을 만들기 시작했죠."

성산생명윤리연구소에 용역을 의뢰해 법학 교수, 변호사, 판사 출신 인사들과 함께 일 년 반에 걸쳐 설계했다. 수천만 원 비용으로 만들어진 법안은 당시 오신환 국회의원(서울 관악을, 19·20대)을 통해 발의됐지만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고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그 법안이 10년 뒤 김미애 국회의원(부산 해운대을, 21·22대) 손을 거치면서 '위기임산보호출산법'으로 부활했다. 이 목사는 부성애법을 비밀출산법에 함께 담았다. 주 내용은 양육비 미납 시 운전면허 취소에 이어 여권취소와 월급 압류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소득이 없다면 국가가 먼저 대납하고 소득이 생겼을 때 환수하는 구상권 조항까지 포함된 법안이었다. 이 원안의 핵심 두 가지는 10년이 지나서야 현실이 됐다.

운전면허 제재는 2021년 법 개정으로 처음 도입됐고 2024년 9월에 적용 기준이 갖춰졌다. 국가 선지급 후 구상 제도는 2025년 7월에야 시행됐다. 아쉽게도 방향은 이 목사의 원안을 따랐지만 강도는 달랐다. 운전면허 취소가 아닌 6개월 정지였고, 여권 취소 조항은 빠졌다. 이 목사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거는 이 사람 안 잡는 법이야. 없으면 안 되니까 마지못해 한 거예요. 느슨하게. 이래가지고는 어떻게 책임감 있는 아버지가 생겨요?"

다시 베이비박스로 돌아오는 사람들

감사원 감사결과 2012년 입양특례법 시행 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베이비박스 아동의 시설보호율은 96.6%였다. 아이들이 입법의 피해자였음이 확인됐다. 무려 1000명이 넘는 아이들의 삶을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시설로 떠넘긴 셈이다. 출처 : 감사원 감사보고서(2019) / 보건복지부 '보호대상아동 현황보고'김지영

한편 2024년 7월 보호출산제가 시행됐다. 베이비박스 입소 아동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2023년 79명이던 수치가 2024년 52명으로 2025년에는 26명으로 내려갔다. 이 목사는 변화를 인정하면서도 단서를 달았다.

"법 제도 행정 복지가 잘 돼서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출산이 전반적으로 줄고, 결혼을 안 하고, 철저한 생명 경시가 팽배해졌죠."

베이비박스 입소 아동이 줄어드는 수치만 놓고 보면 보호출산제는 분명 가시적인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출생아 수는 10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고, 보호 출산 아동은 기존 유기아동 통계와 다른 항목으로 분류된다. 줄어드는 숫자가 현실의 개선인지, 측정 방식의 변화인지는 구분이 필요하다.

주사랑공동체가 별도 집계하는 병원 밖 출산 비율은 2018년 12.4%에서 7년이 지난 2025년에는 23.1%로 오히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베이비박스로 오는 상담자를 보호출산제의 공적 상담 창구인 1308로 넘기고 있지만 다시 베이비박스로 돌아오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공무원과의 상담이 주는 심리적 부담과 익명성의 한계 때문이다.

"상담이 지금 잘 안되고 있잖아요. 상담 자체가 자기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담이 아닌 거예요. 공무원한테 상담할 때 벌써 부담이 엄청나게 되는 것 같아. 우리는 익명 상담이잖아요. 엄마의 상담이기도 하고 아빠의 상담이기도 하고 가족 상담처럼 편안하게 자기 마음을 다 오픈할 수 있는 상담이 돼야 되는데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보호출산법이 품지 못하는 사각지대는 또 있다. 불법 체류 외국인 산모다. 이들은 해마다 빠지지 않고 통계에 잡힌다. 법적으로 도무지 국적 문제 해결이 난망하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책임 있는 말을 듣지 못했다. 문제는 있는데 답이 없다.

이 목사는 홍콩에서는 출산 즉시 270~280만 원을 지원하고 산후조리와 주거지까지 연계하는 정책을 예로 들며 '선지원 후행정' 원칙 도입을 강조했다.

"한국은 신청하고 두 달은 지나야 지원이 나와요. 동남아에서도 하는 지원이 왜 대한민국에선 안 되느냐는 말이야. 약자들한테 호의를 베풀지 못하는 복지가 지금 생명 경시를 일으키고 있어요."

입양 시스템의 붕괴 또한 이 목사는 강하게 질타했다. 2025년 7월 입양특례법 시행으로 공적입양체계가 본격화한 이후 입양 건수가 사실상 제로인 현실을 지적하면서다.

"법이 통과되고 시행까지 2년이 넘도록 세팅이 안 됐어요. 이거는 변명할 여지가 없어요. 국가가 아이들 인권을 짓밟는 몰지각한 행위가 아닌가. 회개해야 돼요."

이종락 목사가 아직 그 자리에 있는 이유

베이비박스 아동의 공적 보호경로김지영

2009년부터 시작된 베이비박스다. 처음 입소한 아이가 만으로 17세가 됐다. 시설에서 자란 그 아이가 내년이면 사회로 나온다. 이 목사는 이들의 사회 정착이 또 다른 벽에 부딪힐 것을 우려했다.

"보육원 출신 아이들이 이력서를 내면 통과가 안 된대요. 소년원 출신하고 범죄자 취급을 같이 한다는 거야. 정착을 하려고 하다가 안 되니까 나쁜 길로 빠지거나, 하다 하다 안 되면 자살 하잖아요. 자살이 많아요."

베이비박스 아동의 약 50%가 시설에 배치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목사의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그가 준비하는 다음 단계는 시설을 나온 청년들의 사회 정착을 돕기 위한 '달란트 학교'다. 직업 연계 대안학교 형태다. 보육원 출신 아동 중 64%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구상했다.

"ADHD는 장애가 아니에요. 한쪽만 바라보고 한 우물을 파는 사람들이 그럴 가능성이 많아요. 에디슨, 아인슈타인이 다 그래요. 달란트를 찾아주면 돼요. 전국 중소기업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적성 상담사를 불러서 자기가 제일 잘 하고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스마트팜 유기농 기술까지 연계해서 시골에 정착시키려고 해요."

일산에 짓는다는 달란트 학교는 2026년 하반기 설계 착수 예정이다. 그 외 영아일시보호소는 사단법인으로 이미 설립을 마쳤고, 베이비박스 건물 1층에는 서너 명의 산모가 아이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에서 시작된 보살핌을 말이 아닌 자리로 증명해 왔다. 아이가 들어오는 자리, 위기 산모가 머무는 자리에 이어 퇴소한 청년이 다시 설 자리까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베이비박스가 더 이상 필요 없는 순간이 올까요?

"제로는 안 돼요. 독일에도, 미국에도, 프랑스에도, 체코에도 1년에 30~40명은 들어와요. 병원 밖 출산이라는 극한 상황은 어쩔 수 없어요. 한 명이라도 살려야 되니까 그 한 명 때문에라도 존재는 해야죠."

난곡동 언덕길을 다시 떠올렸다. 세월이 흐르고 법이 만들어지고 숫자가 줄어드는 동안에도 그 언덕을 오르내리는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파른 그 길을 17년째 오르내리는 이종락 목사가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 이유였다.

덧붙이는 글 이 인터뷰는 2026년 3월 10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72분 55초간 진행됐습니다. 인터뷰이의 발언은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정리했습니다.

#베이비박스 #이종락목사 #유기아동 #비밀출산법 #위기임산부보호출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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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전쟁 파병 논란을 통해 본 동맹현대화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3/25 07:39
  • 수정일
    2026/03/25 07:3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문장렬 전 국방대 교수
  •  
  •  승인 2026.03.24 17:46
  •  
  •  댓글 0
 
   
 

‘한미동맹 현대화’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구조
주한미군만이 아닌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존속 재검토

ⓒ뉴시스

이란전쟁의 세계경제에 대한 부정적 여파가 쓰나미급으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국패권의 쇠퇴와 다극화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 따라온다. 동북아와 한반도의 전략환경도 그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한국의 안보도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와 싸드 미사일 등 전력이 중동으로 차출되었다. 규모나 거리의 문제를 떠나 한국이 미군의 ‘발진기지’가 된 셈이다. 곧이어 한국군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논란이 일어났다. 규모와 형식의 문제를 떠나 한국이 미국의 전쟁에 참여할 가능성이 대두된 것이다. 정부는 파병 문제에 대하여 ‘신중히’ 검토하고 미국과 ‘긴밀히’ 협의한다고 했다. 늘 그랬다. 그러나 미국이 원하는 대로 해주기로 미리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차제에 한미동맹의 근본 문제들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더이상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 오기 전에 말이다.

‘한미동맹 현대화’는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복무하는 구조

2025년 7월 경에 ‘한미동맹 현대화’가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8월의 한미정상회담 결과는 11월에야 소위 팩트시트(fact sheet)로 발표되었고 그에 기초하여 같은 달 한미 국방장관들의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동맹현대화의 기본개념이 밝혀졌다. 핵심은 주한미군의 주역할을 한반도 방위에서 중국 견제로 변경하는 것이다. 국방비와 주한미군 주둔비 증액 문제는 부차적이다.

12월 초 트럼프행정부는 국가안보전략서를 통해 지구의 서반구를 ‘완전장악’하면서 기타 지역에서의 통제권 유지,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가장 중요한 전략목표의 하나로 지정했다. 금년 1월 공개된 미국의 새 국방전략서는 한국이 대북억제에서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음을 명시하고 그러한 책임 조정이 “한반도에서 미군의 태세를 최신화함에 있어서 미국의 이익과 부합한다”는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요컨대 한국의 입장에서 평화 주권 비용 등 제반 최고 국가이익이 한미동맹에 관한 한 미국의 주도에 따라 제약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너머엔 미국의 전쟁에 한국군이 ‘끌려갈’ 가능성이 어른거린다. 주권 문제인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심이 든다. 연합훈련이 내걸고 있는 평화와 안보라는 간판 뒤에 전쟁의 위험성이 숨어 있다.

주한미군만이 아닌 한미연합군의 전략적 유연성?

주한미군이 자기 필요에 따라 한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자유 즉, 전략적 유연성은 이제 기정사실화됐다. 2006년 1월에 발표된 양국 외교장관의 합의에 따라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respect)하고 미국은 한국이 원치 않은 동북아지역 분쟁에 연루되지(involved) 않는다는 입장을 존중한다. 얼핏보면 상호존중이지만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에 비추어 보면 그렇지 않다. 주한미군은 한국의 동의가 불필요한 무제한적 출입증을 얻었고 한국은 연루의 위험성을 머리에 이고 존중을 받기 위해 애써야 한다.

주한미군만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한다면 경우에 따라 한국에게 그리 심각한 위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주한미군이 자기네 방공자산을 중동 지역에 ‘순환배치’한다 하면 현실적으로 막을 방도가 없고 한국의 방위태세가 갑자기 위험에 빠지는 것도 아니다. 문제는 미국이 한국의 ‘참전’을 요구하는 경우다. 전략적 유연성이 ‘한미연합군’으로 확대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 동의만 얻으면 괜찮은 것이 아니다.

이란전쟁을 계기로 일어난 파병 논란은 우려해온 대로 동북아지역에서 유사한 사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이 연루될 가능성에 대한 전조로 볼 수 있다. 전쟁의 결과가 어떻든 ‘종결’되고 나면 미국의 관심은 중국으로 다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중국을 ‘다음 차례’로 하여 전쟁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대만이 연결고리가 되어 우크라이나전쟁과 유사한 ‘대리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은 대다수의 ‘설마’라는 인식 속에 질기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위기 대응은 평시 대비가 중요하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에만 협의와 절차를 거쳐 허용되도록 제어장치를 만들고 한국군의 참전은 한국이 외부로부터 불법적인 군사공격을 받을 경우로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동맹현대화는 동맹절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한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할 때다.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한 연합사 존속 재검토

만일 자주권이 국가이익 중 으뜸이라면 작통권 환수(전환)가 한미동맹의 미래에 가장 중대한 과업이라는 데에 이견을 달기 어려울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2012년 시한으로 환수하기로 합의한 것이 그동안 정부가 다섯 번이나 바뀌고 국력과 군사력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어도 여전히 ‘진행중’이다. 환수는 맞지만 시기가 더 중요하다면서 ‘신중한 검토’와 ‘긴밀한 협의’로 세월을 보냈다. 이재명 정부도 임기 내 환수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한미동맹의 미래 청사진이라 할 만한 동맹현대화의 내용에는 그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 합의하여 지금까지 유효한 소위 ‘조건에 기초한 전환’은 한국군의 지휘능력과 군사력이 충분히 갖추어지고 안보여건이 좋아지면 한다는 것이다. 조건 충족의 검증은 북한이 극렬히 반발하는 한미연합훈련을 통해 3단계를 거쳐 하기로 했기 때문에 안보여건과 ‘충돌’하는 모순이 내재한다. 아마 연합훈련은 적절히 축소하여 안보여건 악화를 최소화하면서 검증을 진행할 요량인 듯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군 4성장군이 지휘하고 같은 계급의 미군 장성이 부사령관이 되는 연합사령부는 존속한다는 것이다. 과연 한국군이 미군 참모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는지 의문시되고 전시에 부사령관이 모자를 유엔군사령관으로 바꿔 쓸 경우 지휘와 협조 관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문제다. 윤석열 정부 때인 2024년 7월 합의한 ‘한미 재래식-핵 통합(CNI)’도 미군이 핵작전을 주도하고 한국군은 지원하는 체계이므로 핵전쟁의 지휘 관련 연합사령부와의 관계 설정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핵전쟁은 안 일어날 테니 걱정하지 말라 하면 안 된다. 전쟁 대비는 평시에 하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와 연합사령부는 지난 3월 10일부터 열흘간 실시된 ‘자유의 방패’ 한미연합훈련이 작통권 환수를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발표했다. 3단계 검증에서 두 번째인 완전운용능력(FOC) 검증을 마무리했고 사실상 양국 통수권자의 정치적 결단인 마지막 세 번째 ‘완전임무능력(FMC)’ 검증만 남았다는 것이다. 사령부 예하의 육·해·공·해병 ‘구성군 사령부’는 상설화했고 특수작전과 정보지원작전 구성군 상설화도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이란전쟁 파병 논란으로 온나라가 시끄러울 때 작통권 환수 노력을 계속한 것은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일이다. 그러나 위에서 제기한 여러 근본문제들은 남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아마 연합사 존속 여부일 것이다. 연합사를 해체하고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독립적인 사령부를 유지하면서 협조하는 체계는 처음 노무현 정부의 복안이었다. 단순하고 깔끔했다. 연합사를 다시 유지하기로 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논의를 시작하여 문재인 정부가 ‘최종’ 결정했다. 그리고 문제가 갑자기 복잡해졌다. 또 다시 연합사를 해체하기로 결정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그것이 ‘완전한 작통권’ 환수를 위해 더 낫다면 또 다시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않을까. (끝)

문장렬은 1982년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 미국 퍼듀(Purdue)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98 국방부 군비통제관실에서 비확산정책을 담당했고 이후 1999-2019까지 국방대학교 군사전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노무현정부에서 2년간 국가안보회의 전략기획실 국방담당으로 근무했다, 현재 (사)외교광장 이사, 한국중립화추진시민연대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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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하게 폭행하고 사회적 불구로... 가해자의 이름 공개합니다

[1980 사북, 늦은 메아리] <왕사남> 천만 넘는 나라에서 46년간 방치된 이 사건

26.03.24 06:48최종 업데이트 26.03.24 06:48

특별기획 '1980 사북, 늦은 메아리'는 박봉남 감독의 영화 <1980 사북> 전국 상영을 계기로 공론화한 사북 사건을 단지 과거사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국가의 대응, 공동체와 시민 사회의 변화 과정을 추적 기록해 국가 폭력의 기억과 치유 과정을 시민들과 공유하고자 합니다.[기자말]

영화 <1980 사북> 스틸컷엣나인필름

'S'의 이야기

그는 46년을 살았다. 태어나 자라고 학교 들어가고 직장을 잡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리고 다시 자녀를 낳아 그 아이들이 성인의 문턱에 와 있을 시간. 46년이면 '세월'이라는 말이 붙어도 좋을 만큼, 누구에게든 삶 전체가 완성되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다.

하지만 그에게 지난 46년은 마치 존재할 가치가 없었던 것 마냥 삶 전체가 송두리째 부정 당하고 파괴되어 온 시간이었다. 그동안 그는 부당하게 덧씌워진 누명과 낙인 속에서 불명예를 안고 숨죽이며 살아왔다.

가장 가까운 이웃들이 제일 먼저 그를 멀리했고, 심지어 그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직장을 잃고 변변한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가르치지도 못했고, 몸은 나이보다 더 늙고 병들었다.

어디 가서 높은 분들에게 좀 이야기를 하자고 해도 본체 만체, 아무리 하소연을 해도 들은 체 만 체다. 왜곡된 과거 때문에 어디 가서 당당히 말하기도 힘들었던 그의 이름을 그냥 S라고 하자.

'K'라는 두려운 이름

S는 누구 때문에 삶이 이렇게 꼬여버렸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그 이름을 말하는 것은 금기였기 때문이다. 스무 해가 지나서야 S는 처음으로 그 이야기를 꺼냈다.

S를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 잔혹하게 폭행하고 사회적 불구로 만들고 가정을 파탄 나게 만든 자들의 정체는 그로부터 거의 십 년이 지났을 때 처음으로 밝혀졌다. 입에 올리기가 두려운 그 단체의 이름은 일단 K라고 해두자.

밝혀진 데 따르면 K는 한 사람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20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그 짓을 했다고 한다. 그 사이 수많은 피해자들이 고통 속에 병들고 죽어갔지만 K는 그들에게 배상은커녕 사과 한 마디조차 없었다. 이미 책임이 밝혀진 이상 뒤늦게라도 사과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주변 사람들이 오래 전 권고를 했지만 K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최근에도 또 한 번 S에게 사과하고 필요한 구제 조치를 하라는 조언이 나왔지만, 당사자인 K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K는 그 사이 힘을 잃은 적이 없었고 대를 이어 그 지위를 이어왔다.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S와 같은 피해자를 구제할 힘이 충분했음에도 K는 수수방관했다.

대표자가 바뀔 때마다 측근들에게 물어보면 '예전에 그런 일이 더러 있어서 S를 콕 집어서 특별히 언급하기도 그렇고 그런 것까지 세세하게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삶을 멋지게 완성하고 어엿한 가정을 이루고 함께 행복을 누리는 동안, S는 삶 전체를 부정 당하고 여전히 고통 속에 가족 전체의 삶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도 핵심 당사자인 K가 해야 할 일 중에 이보다 급한 일이 무엇인지 S는 궁금할 뿐이다.

'지연된 정의'에 대한 심각한 오해

K가 다른 일로 바쁘다며 방관하는 동안, 수많은 S들의 삶이 속절 없이 무너져갔다. S와 같은 시기에 K에게 피해를 당했던 몇몇이 최근에 또다시 세상을 떠났다. 양심을 가진 지식인들이 나서 K에게 점잖은 어조로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늦었지만 '지연된 정의'를 실현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여기서 문제 삼는 것은 '지연된'이라는 말에 담긴 시기일 뿐 '정의' 자체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착각이 있다.

'지연된 정의'가 말 그대로 그저 '뒤늦게 작동하는 정의'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명백한 오해다. 지연된 정의는 훼손된 정의다. 정의는 힘이 세지만, 지연된 정의는 위력이 약하다. 정의는 제때에 작동할 때 효력이 크고 영향력도 크지만, 뒤늦게 작동할 때는 그 효력과 힘에 훼손이 생긴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있다.

한 사람의 삶이 완성되어야 할 시간 동안, 거꾸로 삶이 속절 없이 무너져 폐허가 되었는데 지연된 정의로 도대체 무엇을 한단 말인가? 그를 이렇게 만든 가해자는 누릴 것을 다 누리고 세상에서 모습을 감추었는데 지연된 정의가 어떻게 온전한 정의일 수 있는가? 지연에는 그 시간 만큼의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하지만 K와 그 핵심 측근들은 '지연된 정의'를 실현하자는 점잖은 충고조차 들어주지 않을 태세다.

왜 지금 그 이름을 불러야 하는가

영화 <1980 사북> 스틸컷엣나인필름

마흔여섯 번째 봄이 그냥 지나가기 전에, 이제 우리가 S의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어야 한다. 그의 얼굴에 찍힌 낙인을 지우고, 그의 등을 짓누르고 있는 멍에를 벗겨주어야 한다. 비극적인 죽임을 당한 조선의 어린 생명을 추모할 따뜻한 마음이 천만이 넘는다면, 비극적인 현세의 삶을 살고 있는 S의 어린 아이들을 보살피고자 하는 마음은 적어도 수백 만은 되어야 맞다.

눈을 잠시 돌려 S를 바라보자. 우리가 제대로 몰랐고, 우리가 애써 외면했던 S의 이름은 바로 '사북'이다.

간절히 기다려온 이 찬란한 새봄이 그냥 지나가기 전에, 이제 우리는 '사북'을 송두리째 망가뜨린 K의 이름도 용기 있게 말해야 한다. 딴 곳을 쳐다보는 그 시선을 돌리게 하고, 더 늦기 전에 당장 행해야 할 그의 오래된 책무를 다시 한 번 일깨워야 한다. 권력을 찬탈한 폭군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과 '왕과 사는 남자'에 얽힌 수백 년 전의 이야기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천만이 넘는 나라라면, 국가 폭력에 유린 당한 '1980사북'에 얽힌 수십 년 전의 이야기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왜 이토록 적은가에 대해 문제를 느껴야 마땅하다.

이제 귀를 잠시라도 열고 K의 입을 바라보자. 더 이상 '사북'을 방관해서는 안 될 가장 큰 당사자로서, 많은 사람들이 차마 말하기 민망했던 K의 이름은 바로 '국가'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북사건

1980년 4월에 발생한 사북사건은 이른바 '광주사태'와 함께 그 해 '10대 뉴스'에 선정될 만큼 당시에는 널리 주목을 받았고, '부마', '광주'와 함께 민주화 이행기에 일어난 이른바 "3대 사태"로 언급되었던 큰 역사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전두환 신군부가 통제하고 왜곡한 집단 기억 속에서 폭력 난동 사건으로 낙인 찍혔고, 수사당국의 협박과 당사자들의 침묵 속에 오랫동안 잊힌 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비상계엄 시기 작은 광산 마을에 살던 수천 명의 광부와 부녀자들까지 대거 가담했던 이 사건의 이유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사건의 주요 당사자들이 20년 만에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피해 구제를 김대중 정부에 청원하였고, 2008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아래 진화위)는 방대한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이 본질적으로 국가 폭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건이라고 진실 규명을 결정하면서 국가 사과와 피해자 구제 조치를 권고하였다.

그 이후 관련자들의 추가 증언과 역사가들의 후속 연구를 통해 이 사건의 발단과 악화와 은폐의 모든 국면에 국가 폭력이 깊숙이 개입되어 있으며 한국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의 국가 폭력이 자행 되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2024년 제2기 진회위는 추가 조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이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당사자로서 국가의 사과를 재차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사과나 후속 조치는 현재까지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피해자·유족들은 여전히 고통 속에 방치되고 있다.

2024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장편 경쟁부문 대상을 수상한 영화 <1980 사북>(감독 박봉남)은, 비상계엄 치하 1980년 4월 강원도 광산촌 사북에서 일어난 광부들의 항쟁과 그 전후로 벌어진 국가폭력의 실상, 그리고 여전히 아물지 않고 있는 공동체의 상처를 뒤늦게 시대의 공론장으로 불러낸 작품이다(관련 기사 : '사북사건' 6년의 기록, 아들뻘 군인에게 맞은 아버지와 무너진 가족).

지난해 12월 2일 국회 초청 상영회를 계기로 "허공 중에 흩어져서 되돌아오지 않는 45년 전 광부들의 외침에 이제라도 화답하겠다"는 뜻으로 1980사북시민상영위원회 <늦은 메아리>가 출범했고, 국정 최고 책임자의 공식 사과 이행을 목표로 서명운동과 영화 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전국에서 시민 초청 상영회를 이어가고 있다. 오는 4월 21일은 사북항쟁 제46주년 기념일이다.

* 영화 <1980 사북> 오마이뉴스 초청 무료 상영회 신청하기(https://omn.kr/2hfje)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www.jcrc.kr(정선지역사회연구소 1980사북 특별페이지)에도 실립니다.

필자는 정선지역사회연구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1980사북 #국가폭력 #국가사과이행 #사북사건 #늦은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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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 시계'도 사과 안 하더니…SBS에 쌓인 울분 폭발

 
 

이명박 정권 때 원세훈 국정원과 검찰이 배후

"언론에 흘려서 망신 줘라"…SBS 사장도 만나

2년 뒤 하금열 사장은 이명박 비서실장에 발탁

국정원 TF 발표했지만 SBS는 "확인할 수 없다"

'이재명 조폭 연루' 보도에 노조 사과 대신 규탄

정청래 "몰염치하고 사악…당신들도 언론인가"

대변인 명의 당 공식 입장, 의원들 발언 잇따라

조국도 "치가 떨려…정정보도 등 언론개혁해야"

SBS가 2009년 5월 13일 8뉴스를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두렁 시계’를 보도하는 장면. 유튜브 화면 갈무리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인간 사냥식 보도의 대명사로 통하는 2009년 소위 '논두렁 시계' 파문은 이명박 정권 시절 국정원-검찰-SBS로 이어지는 '삼각 공조'의 결과물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단독'이라며 대대적으로 전파해 노 전 대통령 명예에 심대한 타격을 주고 당시 여론을 결정적으로 악화시켰던 SBS 측은 보도의 주체로서 지금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최근 SBS 노조가 자사의 '이재명 조폭 연루설' 보도를 두고 사과는커녕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언론 길들이기'를 한다고 강력 규탄한 것을 계기로 여권에서는 SBS에 대해 그간 쌓였던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3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강금원 기념 봉하연수원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던 도중 "예고 없이 뉴스 기사를 한 번 들려드리겠다"며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를 자신의 휴대전화에 갖다 댔다. 그리고 지난 2017년 10월 23일 JTBC 뉴스룸에서 첫 번째 꼭지로 보도한 <'논두렁 시계' 배후엔 MB 국정원…"언론에 흘려 망신 줘라"> 리포트 내용을 틀었다.

앞서 2009년 4월 22일 KBS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명품 시계를 선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단독 보도했고, 이어 SBS는 5월 13일 "노 전 대통령이 해당 명품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단독 보도했는데, 그 배후에는 원세훈 국가정보원이 있었다는 '국정원 적폐 청산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를 전하는 내용이었다. 적폐 청산 TF는 문재인 정부 들어 서훈 국정원장이 취임하면서 만들어진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에 설치된 기구였다.

 

2017년 10월 23일 JTBC 뉴스룸에서 SBS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에 이명박 정권 시절 원세훈 국정원이 있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2017년 10월 23일 JTBC 뉴스룸에서 SBS '논두렁 시계' 보도의 배후에 이명박 정권 시절 원세훈 국정원이 있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TF 조사에 따르면 검찰의 노 전 대통령 소환을 앞두고 원세훈 원장 측근인 국정원 모 간부가 4월 21일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대검 중수부장을 만나 "고가 시계 수수 건은 중요한 사안이 아니므로 언론에 흘려서 적당히 망신 주는 선에서 활용하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노골적으로 언론플레이를 주문한 뒤 방송사를 통해 실제 보도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심지어 국정원 측은 SBS 하금열 사장도 직접 만나 "노 전 대통령 수사를 적극 보도해달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후일담이지만 하금열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도 논두렁 시계 보도 2년여 뒤인 2011년 12월 12일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전격 임명됐다. 당일 청와대 춘추관 기자들이 발탁 이유를 묻자 "그 부분이 애매하다"며 "이명박 대통령 취임 뒤 지난 4년 동안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따로 뵌 적이 없다"고 답해 인선 배경을 두고 의구심이 제기된 바 있다. 논두렁 시계 보도 당시 SBS 보도국 책임자였던 최금락 보도국장 역시 2011년 9월 28일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영전했다. 두 사람은 2017년 국정원 적폐 청산 TF 발표 이후 SBS에 자체 진상조사위원회가 꾸려졌을 때 조사위 면담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고, SBS는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한 국정원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는 공허한 결론만 내놨다.

이 같은 SBS 행태에 오랫동안 울분이 누적됐을 정청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무도한 검찰만이 아니다. 몰염치하고 사악한 언론도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몬 흉기 같은 보도를 많이 했다"며 "대표적인 것이 SBS '논두렁 시계 버렸다'는 보도"라고 지목했다. 이어 "SBS, 그 이후 논두렁 시계 보도에 대해서 사과한 적 있느냐? 여기 SBS 혹시 와 계신가? 대답 좀 해보라"고 SBS 기자를 찾기도 했다. 급기야 "SBS에게 한마디 한다. SBS, 당신들도 언론인가? SBS 당신들의 몰염치, 그것이 알고 싶다. 참, 생각할수록 열 받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강금원기념봉하연수원 강연장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황명선 최고위원도 "도대체 무엇이 언론 길들이기라는 건가? 사과를 요구하는 피해자를 다시 탄압자로 모는 것이 정당한 일인가?"라며 "대통령은 오보로 인한 피해에 진솔한 사과 한마디를 요청했을 뿐이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가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피해자로서의 당연한 권리이고 그 피해자가 대통령이라고 달라질 이유는 없다. 자신들의 잘못은 외면한 채 언론 탄압이라고 덮어씌우는 것이야말로 또 다른 폭력"이라고 SBS 노조 측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진짜 언론 탄압, 언론 길들이기가 무엇인지 말씀드릴까? 윤석열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억지 의혹으로 면직시키고 KBS, MBC, EBS의 이사와 경영진을 해임하거나 교체하려 했다. '도어 스테핑'에서 불편한 질문을 했다는 이유로 순방 전용기에서 MBC 기자를 배제하고 기자단에서도 쫓아내려 했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를 이유로 명예훼손 혐의 수사와 압수수색도 자행했다"고 여러 사례를 든 뒤 "이번 언론노조 SBS 본부의 성명은 오히려 언론개혁이 검찰개혁 못지않은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김기표 대변인은 당 공식 입장을 정리해 오후에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가졌다. 김 대변인은 "한 사람의 인격과 명예를 짓밟고 정치적 생명에 치명상을 입히려 했던 오보는 백 번, 천 번의 사과로도 모자란다. 그러나 이 참담한 사태 앞에서도 언론계의 자성은 없다"면서 SBS 노조를 향해 "대법원 판결로 허위임이 확인된 사안에 대한 책임 요구마저 탄압으로 호도하는 것은 진정한 언론의 자세가 아니다. 대한민국 언론이 얼마나 깊은 '자기 면책'의 늪에 빠져 있는지 보여주는 씁쓸한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헌법이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라는 뜻이지, 허위사실을 마음대로 유포할 '면책 특권'을 준 것이 아니다. 팩트체크 부실, 익명 취재원의 남용, 포털용 클릭 장사와 자극적인 제목 장사 등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를 이제는 고쳐야 한다"며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드는 언론 탄압 프레임에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스스로 자정할 능력을 상실했다면 이제는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의 공정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입법적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조폭 연루설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8년 7월 21일자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방송의 한 장면. 진행자인 김상중 씨가 "이재명 변호사 이름이 등장해 당혹스럽다"며 한숨을 쉬고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보기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조폭 연루설을 보도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8년 7월 21일자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방송의 한 장면. 진행자인 김상중 씨가 "이재명 변호사 이름이 등장해 당혹스럽다"며 한숨을 쉬고 손으로 머리를 짚고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다시 보기 화면 갈무리

이번 SBS 사례를 통해 언론개혁의 당위성과 시급성이 재확인됐다는 당내 폭넓은 공감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별 의원들의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NYT(뉴욕타임스)는 오보 기사에 대한 정정 기사가 많다. SBS '그알' 보도 이후 2021년 국힘 등 일부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조폭 PJ파로부터 20억을 수수했고, 5만 원권 지폐 등이 언론에 사실인양 보도됐다"며 "의혹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는 사과 정정 보도를 해야 당연하다. 그래야 세계적 언론 NYT처럼 존경받는다"고 했다.

이연희 의원은 문제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2018년 7월 21일자 방송 <권력과 조폭 - 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편을 다시 봤다고 한다. 그는 "몇 번을 돌려봐도 노조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실제 방송을 다시 살펴보면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이 조직폭력배와 연루돼 있다는 의혹을 충분한 근거 없이 제기한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면서 "이는 공적 검증을 가장한 의혹 부풀리기이며, 결과적으로 특정 정치인에 대한 흠집 내기 의도가 개입됐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허위사실을 보도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일탈한 일종의 테러 행위다. 그리고 근거 없는 보도에 대해 사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고 폭력"이라며 "윤석열 정권에서는 찍소리하지 못하던 노조가 지금에 와서 언론 자유를 앞세워 조작 보도를 정당화하려는 모습은 이중적이고 개탄스럽다. 지금 SBS 노조가 해야 할 일은 변명이 아니라 성찰과 반성"이라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3일 국회 본청 앞 정치개혁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에 이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23일 국회 본청 앞 정치개혁 천막 농성장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 개혁에 이은 언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2026.3.23.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관련 글을 올린 데 이어 이날 최고위원회의 공식 석상에서 다시금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윤석열 내란 즈음에 우리 사회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바로 기득권, 특권층 해체"라며 "이 와중에 유독 개혁을 거부하는 곳이 있다. 언론이다. 특히 SBS 노조의 행태는 개탄스럽다"고 했다. 아울러 "정말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면서 "오보를 사과하라는 게 언론 탄압인가? 언론은 어떤 식으로 논평해도 문제가 없고, 공직자는 상대가 허용해야 논평할 수 있다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조 대표는 "더욱이 SBS가 어떤 곳인가?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논두렁 시계 보도'를 '단독기사'라고 내보낸 곳이다. 이는 이명박 정권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흘려준 것이었음이 추후 확인됐다. 그 뒤 SBS가 노무현 대통령 유족에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 없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좌표 찍기, 허위 보도로 조리돌림 당한 대표적 희생자다. 하이에나식으로 집단 공격을 가했다. 유사한 경험을 했던 저로서는 동병상련을 느끼며, 치가 떨린다"고까지 표현했다.

그러면서 "SBS 노조에 묻는다. 윤석열 독재정권이 대놓고 언론 길들이기를 할 때는 왜 가만히 있었나? 이렇게 이중 잣대를 대고 편향적이니 국민 신뢰가 낮은 것"이라며 "성역 없는 취재와 보도도 중요하지만 언론 스스로 성역이 될 수는 없다. 권리만 주장하고 책임은 나 몰라라 하면 책임은 강제될 것이다. 차제에 명백한 오보가 드러나면 같은 지면에 같은 양으로, 같은 방송 시간대에 같은 양으로 정정 보도하도록 법제화하는 등의 언론 개혁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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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군, 뇌물 브로커 공범 소유 토지 7억2000만원에 매입…시세의 2배 넘는 금액

장세일 군수 측 "만원주택 부지" 해명했지만 수의계약·리베이트 의혹엔 침묵…입장문마다 '조작→함정→허위' 용어 바뀌어

공범 배우자 땅, 시세 3억원인데 군비 7억2000만원에 매입

장세일 측, 수의계약·리베이트 의혹엔 일절 해명 없어

김원이 도당위원장, 목포시장 경선 "교통정리" 스스로 자인

보성 김철우 군수, 아들 마약·음주뺑소니에도 감점 없이 적격 판정

2026-03-24 00:14:58

 

영광군이 장세일 군수의 뇌물 의혹과 관련된 공범의 배우자 소유 토지를 군비 7억2000만원에 매입한 사실이 공식 문서로 확인됐다. 해당 토지의 근저당권 설정액은 3억2500만원으로, 시세의 2배가 넘는 금액이 지급된 셈이다. 장세일 군수는 금품수수를 부인하면서도 핵심 쟁점인 수의계약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는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세 3억원 토지에 7억2000만원 지불

뉴탐사가 영광군의회 제출 문서를 확보해 확인한 결과, 영광군은 2026년 1월 9일 녹사리 62번지 토지 단 한 필지를 '전남형 만원주택거리사업' 부지 명목으로 협의 취득했다. 매입 금액은 7억1169만4000원이다. 토지 소유자는 임모씨로, 뉴탐사가 앞서 보도한 뇌물 전달 공범의 배우자다. 주변 8필지는 키즈카페 부지로 한꺼번에 매입하면서, 이 땅만 별도 사업 명목을 붙여 콕 집어 사준 것이다.

▲영광군이 영광군의회에 보고한 '2026년도 정기분 공유재산 관리계획(안) - 전남형 만원주택 건립사업' 문서. 녹사리 62번지 토지 1건(1488.9㎡)을 기준가격 7억1269만4000원에 협의취득한다고 적혀 있다. 소요예산 7억2000만원은 군비 100%로 집행됐다.

▲같은 문서의 붙임 1 '대상재산 내역'. 공시지가는 ㎡당 10만3000원인데 매입단가는 ㎡당 47만8000원으로, 공시지가의 4.6배에 달하는 금액이 지급됐다. 토지 소유자는 임O숙씨로 기재돼 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토지의 근저당권 채권최고액은 2020년 11월 2억6000만원으로 설정됐다가 2021년 변경계약을 거쳐 3억2500만원으로 올랐다. 담보 가치가 약 3억원으로 평가된 땅이다. 2014년 최초 매입가는 7000만원이었다. 이 토지의 면적은 약 450평(1488.9㎡)으로, 공시지가는 ㎡당 10만3000원이다. 영광군의 매입단가는 ㎡당 47만8000원으로 공시지가의 4.6배에 달한다. 영광군이 지급한 7억2000만원은 어떤 기준으로 봐도 정상적인 매입가로 보기 어렵다. 키즈카페 부지와 만원주택 부지 모두 군비 100%로 집행됐다.

뉴탐사 취재에 따르면 해당 공범은 지인에게 "이 땅이 팔리지도 않아 골치"라고 하소연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팔리지 않던 땅을 영광군이 시세의 두 배를 쳐주고 사준 이유에 대해 장세일 군수 측은 답하지 않고 있다.

장세일 측 반론, 세 차례 문서에서 용어 바뀌어

장세일 군수는 3월 22일 입장문, 같은 날 경찰 수사촉구서, 3월 23일 뉴탐사에 보낸 반론 요청서 등 세 차례에 걸쳐 입장을 밝혔다. 뉴탐사가 세 문서를 대조한 결과, 영상에 대한 규정이 매번 달랐다.

3월 22일 입장문에서는 "조작된 영상"이라고 했다. 같은 날 경찰에 제출한 수사촉구서에는 "함정영상"이라고 적혀 있다. 조작이면 영상 자체가 가짜라는 뜻이고, 함정이면 영상은 진짜이되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었다는 뜻이다. 3월 23일 반론 요청서에서는 "허위"라는 표현을 썼다. 영상의 존재 자체는 인정하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장세일 군수가 3월 22일 오후 10시 38분 페이스북에 올린 입장문(왼쪽)과 3월 23일 오후 7시 43분 뉴탐사에 보낸 반론보도 요청 메일(오른쪽). 입장문에서는 "조작된 영상"이라며 "비열한 인격살인에 가까운 범죄 행위"라고 했지만, 18시간 뒤 반론 요청서에서는 "뉴탐사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톤이 크게 달라졌다. 두 문서 모두 수의계약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해명은 빠져 있다.

장세일 군수는 반론 요청서에서 "문자 메시지를 통해 금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문자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문자의 발송 시점도 밝히지 않았다.

수의계약 해명은 여전히 빠져 있다

장세일 측이 낸 세 차례 문서 어디에도 수의계약에 대한 언급이 없다. 뉴탐사가 보도한 핵심 의혹은 뇌물 전달 뒤 동일 업체와 3억5000만원 규모 수의계약이 체결됐다는 것이다. 뇌물은 대가를 전제로 한다. 그 대가의 핵심이 수의계약이다. 리베이트 의혹에 대해서도 장세일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한마디조차 하지 않았다.

장세일 군수의 딸이 뇌물 전달자를 형사고소했지만, 장세일 군수 본인 명의의 고소장은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개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담양한평영광장성지역위원회가 경찰에 제출한 문서도 '고소장'이 아니라 '수사촉구서'였다. 고소나 고발과 달리 수사촉구서는 무고죄 책임이 따르지 않고, 경찰 출석 조사 의무도 없다.

민주당 윤리감찰단, 이틀째 뉴탐사에 자료 요청 없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3월 22일 윤리감찰단에 감찰조사를 지시했다. 그로부터 만 이틀이 지난 23일 현재까지 민주당 측은 뉴탐사에 영상 원본 제공을 요청하지 않았다. 보도 내용의 진위를 확인하려면 보도 매체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첫 단계다.

▲더불어민주당 담양함평영광장성지역위원회(위원장 이개호 의원) 관계자들이 경찰에 수사촉구서를 제출하고 있다. 고소장이나 고발장이 아닌 수사촉구서를 낸 것이어서 무고죄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정청래 대표가 윤리감찰단에 진상조사를 지시한 당일, 같은 당 지역조직이 장세일 군수 편에서 움직인 셈이다.

오히려 같은 당 지역위원회가 장세일 군수 편에 서서 수사촉구서를 제출했다. 당 대표가 진상조사를 지시한 상태에서 지역 당 조직이 피조사 대상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행위는 당 대표의 지시를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다. 민주당이 진상조사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목포시장 경선, 김원이 도당위원장 "교통정리" 자인

전남 지역 공천 문제는 영광에 국한되지 않는다. 목포시장 경선에서도 김원이 도당위원장의 노골적인 개입이 확인됐다.

목포시장 경선에는 강성휘, 전경선, 이호균 세 후보가 출마했다. 여론조사 2위였던 전경선 전 도의원은 과거 탈당 이력을 이유로 25점 감점 통보를 받았다. 이 탈당은 이미 특별복당으로 사면된 사안이며, 2022년 선거에서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갑자기 감점 사유로 적용됐다.

전경선 전 도의원은 뉴탐사 전화 인터뷰에서 "김원이 의원이 도의원 출마를 제안했고, 제가 수락했다"고 확인했다. 김원이 도당위원장 본인도 페이스북에 "전경선 예비후보에게 전남도의원에 도전할 것을 제안했다"고 적었다. 그동안 "공천에 개입해서도 안 되고 개입할 수도 없다"고 했던 엄정중립 선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반면 여론조사 3위인 이호균 목포과학대 총장은 2012년 30억원 넘는 교비 횡령 전력에도 감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탐사 제보자는 "박지원 의원이 이호균을 밀고 있고, 이호균 본인도 지인에게 '박지원 어르신 만나서 정리 끝났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목포시장 경선은 강성휘 대 이호균의 양자 대결로 좁혀졌다.

보성 김철우 군수, 아들 마약·음주뺑소니에도 적격 판정

보성군에서도 공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김철우 보성군수는 자격심사에서 적격 판정을 받아 3선 도전에 청신호가 켜졌지만, 아들의 범죄 전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뉴탐사가 판결문을 확인한 결과, 김철우 군수의 아들은 음주운전 전과가 2건 있는 상태에서 마약 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 또다시 음주뺑소니를 저질렀다. 면허 취소 후 2~3개월 만에 다시 음주운전을 했지만, 변호사 5명을 선임해 징역 1년에 그쳤다.

보성 지역 주민들은 김철우 군수의 잦은 업무상 횡령·배임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전남광역청 반부패수사대에 사건을 접수하면 보성경찰서로 이첩된 뒤 고발인 조사도 없이 각하되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박성주 현 국가수사본부장이 광주경찰청장 시절 김철우 군수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의혹도 나온다. 박성주 전 청장은 보성군민의 날 '영예로운 보성인'으로 선정됐는데, 수상 사유를 보성군청이 아닌 박성주 측 경무계에서 작성해 내려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뉴탐사는 장세일 측이 25일 제출하겠다고 한 자료를 포함해 추가 취재 결과를 확인하는 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간다. 전남 지역 공천 비리 취재도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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