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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재에 묻고 또 물은 이진관, "무죄" 판사들과 딴판

임병선 에디터

byeongseon1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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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6.02.10 10:20

  • 수정 2026.02.10 10:29

  • 댓글 0

계엄 선포 불법 인지했는지 집요하게 추궁

박 전 장관 "반대한 건 맞다"면서도 쩔쩔 매

다른 법관들과 달리 적극적 공판 주도 눈길

류혁 "박 전 장관 후속 조치 논의한다고 생각"

연합뉴스TV 화면 갈무리

9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법정으로 돌아가보자. 12·3 비상계엄 선포에 가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이진관 형사합의33부 부장판사의 날카로운 질문 공세에 쩔쩔 맸다.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 첫 공판부터 집요한 질문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있었다.

같은 날 '김건희 집사'로 불리던 김예성 씨가 공소 기각과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에 낙담하던 이들은 이 부장판사의 집요한 추궁, 적극적 공판 진행에 그나마 커다란 위안을 받았다.

(이 부장판사와 박 전 장관의 답변을 정리한다. 연합뉴스와 이날 공판 내용을 보도한 방송사 뉴스 화면 등을 참조했다. 실제 발언 내용과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순서가 틀렸을 수도 있겠다.)

"변호인의 말에 따르면 12·3 비상계엄에 반대했다고 한 거 같은데, 피고인 어떻습니까? 반대하신 게 맞습니까?"

"여러 가지 문제점과 얘기를 하면서 반대를 했던 것은 맞습니다. 제가 반대하는 모습을 못 봤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은데, 대통령 집무실 안에서 계엄의 문제에 관해 얘기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후 밖에 나와 대접견실에서도 제 행동을 CCTV로 봤더니 제가 기억하지 못한 여러 행동으로 만류하는 모습들이 있었습니다."

"왜 반대했습니까?"

"그 당시 법률적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은 당시에 말씀을 듣고 너무 당황해서 제가 그 하나하나를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한 부분은 대단히 아쉽고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계엄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말씀드렸고, 계엄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비상계엄을 할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 말씀이신가요?, 비상계엄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지 않은가요?"

"계엄을 하는 게 옳지 않다는 생각과 그걸 말려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앞서서, 하시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었고, 법률적으로 하나하나 따져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당시 경황이 없었다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12·3 비상계엄이 요건을 갖추고 있습니까?"

"(내란 혐의 관련 다른 피고인들) 재판 진행에 관한 언론보도 등을 봤을 때 계엄 상황이 법률적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그런 부분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럼 그 당시에는 법률적 요건 갖추고 있지 못하는 걸 알지 못했다는 겁니까?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옳다 그르다 판단할 상황에 있지 못했다는 상황을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비상계엄에 반대한 게 법적인 문제 때문인가, 정치적 상황 때문인가?"

"대통령께서 우려한 여러 상황을 계엄으로 해결할 순 없다고, 계엄을 막는 데 주력했다. 나머지 내용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했다."

"차차 증인 신문을 통해 필요한 부분을 더 확인해보겠다."

우리는 그동안 김건희 씨, 명태균 씨,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 김예성 씨, 김상민 전 검사 등의 공판 과정에 계약서와 같은 명백한 불법의 증거를 하염 없이 기다리다 이것이 없으면 "무죄", 온갖 반대 정황에도 차용증과 같은 증빙 자료만 제시하면 그걸 빌미로 "무죄", 보통 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퇴직금과 성과급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아 챙겨도 "공소기각"과 "무죄", 애써 김건희로 건너갈 수 있는 다리를 불태우기 위해 "공소기각"과 "무죄"를 남발하는 법관들을 연이어 지켜봤다. 한 법관은 일 년 가까이 변호인들의 '침대 재판'에 질질 끌려 다니고, '가족오락관' 사회자처럼 굴어 '내란 범죄자를 무슨 잡범 다루듯 한다'는 개탄을 듣다가 오는 19일 중요한 선고를 내리고 23일 다른 법원으로 '내뺄' 준비를 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 계엄 선포의 불법성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을 막은 영장전담판사도 있었다.

이런 법관들을 연이어 보며 실망하고 낙담하며 절망하던 이들에게 이진관 부장판사의 이날 집요한 추궁은 달라도 뭔가 한참 다른 모습이었다. 이 부장판사는 또 정당한 변론권의 범위를 넘어 법정 난동을 피우고 유튜브에서 온갖 조롱을 일삼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 이하상 변호사를 다른 판사의 법정에까지 쳐들어가 감치 영장을 기어이 집행하는 엄정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론 앞서의 상식 밖 판결도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바로잡힐 것으로 믿는다. 이 부장판사의 적극성과 같은, 내란 척결의 의지를 법관들이 가져야 사법부도 바로 서고, 그들이 되뇌는 '사법부 독립'도 진짜 이름값을 하게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내란 특검(조은석 특검)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징역 15년형에 처해달라고 소심하게 요구했던 것을 과감하게 23년형으로 늘렸듯이 이진관 부장판사가 속시원하게 박 전 장관에게 상응하는 중형을 선고할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부장판사는 이어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에 대한 증인 신문에 들어갔다. 류 전 감찰관은 2024년 12월 3일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오후 11시 30분쯤 법무부 실국장 회의가 소집되자 회의가 열리기 직전 사표를 내고 법무부 청사를 떠난 인물이다. 당시 공직자 가운데 유일하게 계엄에 완강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류 전 감찰관은 박 전 장관의 간부회의 소집 통보를 받고 법무부 청사 내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박 전 장관이 출입국본부, 교정본부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어 "장관님, 이게 계엄 관련 회의이면 명령이나 일체의 지시를 내려도 따를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박 전 장관이 "그렇게 하세요"라고 답했고, 그 길로 회의실을 나와 사직서를 작성했다고 법정에서 다시 확인했다.

그 뒤 류 전 감찰관은 다시 회의실에 들어가 "계엄이 뭡니까"라고 말한 뒤 나왔고, 이 과정에 김 전 장관과 교정본부장·출입국본부장이 대화하는 모습을 봤지만 포고령에 관한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류 전 감찰관은 앞선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장관이 계엄 관련 지시를 내렸을 개연성이 커 보인다'고 진술한 것과 관련해 "박 전 장관의 표정과 말투, 그 이후 들은 바를 종합해 제출한 진술"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 전 장관의 경우 용산에서 회의에 참석했을 것이고, 거기서 국무회의가 실체적으로 제대로 개최됐는지, 논의가 충분히 이뤄졌는지 충분히 목격했을 사람"이라며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포고령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졌을 것"이라고 했다.

증인 신문 도중 박 전 장관 변호인이 "판단과 추측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류 전 감찰관이 "의견을 물어보니 답하는 것"이라며 "(회의장에) 녹음기라도 가지고 들어갔어야 하느냐"고 잠깐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이런 증언도 격정적으로 했다. "(박 전 장관이) '나도 지금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될지 좀 논의를 해봅시다'라고라도 얘기를 했어야 되는데 전혀 그런 거 없었거든요. 저라면 창피해서라도 회의 주재 못합니다."

 

 

이날 재판에는 류 전 감찰관 말고도 배상업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배 전 본부장은 개인 사정이 있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과 배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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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흉물처럼...관광객마저 탄식한 동해안의 '상처'

화력발전소에 석탄을 실어나르는 컨베이어벨트 ⓒ 진재중

수도권과 산업용 전력 공급을 명분으로 강원도 동해안에는 대규모 화력발전소들이 들어섰다. 삼척·동해·강릉으로 이어진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바다는 깊게 파헤쳐졌고, 해안에 기대어 살아온 마을들은 설득과 갈등, 그리고 감내의 시간을 견뎌야 했다. 혹독한 과정을 거쳐 발전소는 완공됐지만, 그 대가는 잠든 듯 해안마을과 지역에 깊게 남아 있다.

사구는 무너지고, 바다는 마을로 다가왔다

송전망 문제로 기대했던 전력은 흐르지 않았다. 대신 지역에는 분명한 흔적만이 남았다. 해안 침식으로 무너져 내리는 해변과 생계를 위협받는 어민들의 깊은 한숨, 일터를 잃고 떠나야 했던 노동자들, 그리고 바다 한가운데 흉물처럼 남은 해상 구조물들이다. 전력을 위해 치른 대가는 결국 고스란히 지역이 떠안게 됐다.

8일 찾은 강릉 안인해변의 해안선은 과거와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던 군사도로는 사라졌고, 해안사구는 붕괴돼 모래가 바다로 유실된 상태다. 침식을 막기 위해 대형 옹벽이 설치됐지만, 발전소 해상공사 이후 파도의 흐름이 달라지면서 사구가 지니던 완충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다. 파도를 차단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은 오히려 파도의 반사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바다는 점차 육지 쪽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곳에서 평생을 살아온 한 주민은 발전소 해상공사 전과 후의 변화를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바다 모래가 유실되는 모습을 본 적도 없었고, 해변은 마을 주민들의 쉼터였다"며 "지금은 산책로가 사라지고, 모래로 가득해야 할 해안에 돌덩이만 남았다"고 말했다.

안인해변의 변화는 단순한 경관 훼손을 넘어, 해안의 완충 역할을 해오던 자연 시스템이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구를 대신해 세운 인공 구조물만으로는 바다의 힘을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이 주민들의 삶 가까이로 다가오고 있다.

바뀐 바다, 흔들리는 어민들의 삶

사구를 지키기 위해 세운 돌제, 그러나 사구는 무너지고 구조물만 남았다. ⓒ 진재중

해안사구 출입금지 경고문 ⓒ 진재중

발전소 건설 이후 어업 환경이 달라졌다는 어민들의 호소는 끊이지 않고 있다. 해상 구조물과 항만 공사로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어장 역시 예전의 모습을 잃었다.

평생 등명해변에서 미역을 채취해온 정상록(80)씨는 해상공사 이후 달라진 바다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곳은 암반 지형이라 미역이 잘 나던 해변이었는데, 공사 이후 모래가 밀려와 암반을 덮으면서 수확량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제는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이 같은 변화는 삼척 맹방해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송경근 덕산어촌계장은 "맹방화력발전소 해상공사로 각종 구조물이 들어서면서 어업 활동이 제한됐고, 바다 오염으로 조개가 거의 사라졌다"며 "어민들의 생계가 위협받고 있지만 발전소 측의 보상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가동 멈춘 발전소, 함께 멈춰 선 지역 상권

강릉 등명해변에서 미역을 수확하는 정상록 어부 ⓒ 진재중

동해안 화력발전소의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지역 경제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발전소 유지·보수를 맡아오던 하청업체들은 일감이 끊기며 부도 위기에 내몰렸고, 이들 업체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던 음식점과 상가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8일 찾은 강릉발전소 인근 상가는 침체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한때 손님을 맞이하던 공간에는 굳게 잠긴 문만 남았고, 사람의 온기는 사라진 채 허탈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발전소 가동 중단의 여파는 전력 생산을 넘어 지역 상권과 주민들의 삶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발전소 하역 업무를 맡아온 한 중견업체 근로자는 발전소 정상 가동을 기대하며 큰 비용을 들여 장비를 구입했지만, 지금은 모두 무용지물이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발전소가 다시 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상인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예전에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이었는데, 지금은 하루 종일 손님 얼굴 보기도 힘들다"며 침체된 분위기를 전했다. 발전소 가동 중단은 일터를 넘어 일상의 풍경까지 바꿔놓고 있다.

굳게 문을 닫은 상가. 한때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자리지만, 지금은 굳게 문이 닫힌 채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 진재중

콘크리트로 뒤덮인 명사십리, 멈춰 선 맹방의 시간

겨울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삼척 맹방해변. 한때 푸르고 드넓었던 명사십리 해안은 이제 하얀 콘크리트 구조물로 뒤덮였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설치된 해상 구조물들은 해안침식을 막기 위해 세워졌지만, 제 역할을 잃은 채 흉물처럼 바다 위에 남아 있다.

같은 날 찾은 현장에서는 바다 위로 다양한 형태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빽빽하게 이어져 있었고, 자연스러운 해안선은 흔적을 찾기 어려웠다. 이 구조물들은 전력을 실어 나르지도,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도 못한 채 그저 바다 위에 서 있을 뿐이다.

삼척 상맹방해변의 한 주민은 "지난여름 해수욕객도 받지 못해, 어려움이 컸다"며 "콘크리트 구조물로 가득 찬 바다를 바라만 봐야 하고, 출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겨울 바다를 찾은 관광객들 역시 한숨을 내쉬었다. 한 관광객은 "발전소 건설도 중요하겠지만, 이렇게 구조물로 뒤덮인 해안은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잃었다"며 "출입문까지 걸어 잠근 콘크리트 풍경이 삼척 맹방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삼척 맹방, 화력발전소 해상시설물 ⓒ 진재중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배경에는 발전소를 먼저 건설해 놓고도, 이를 제대로 가동할 수 있는 송전망을 갖추지 못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망이 구축되지 않으면서 가동률은 급격히 줄었고, 그에 따른 부담은 지역사회와 발전소 측 모두에 전가되고 있다. 발전과 수익이 동시에 정체된 채, 모두가 답답한 시간을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발전소 관계자는 "송전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발전소 가동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며, 회사 역시 큰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루빨리 송전망이 완비돼 정상적인 발전이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그 과정에서 불편과 피해를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발전은 멈추고, 동해안에 남은 것들

전기를 실어나르기 위해 세워진 송전선로. 그러나 연결될 길이 확보되지 않으면서 생산된 전기는 흐르지 못한 채 잠자고 있다 ⓒ 진재중

동해안 화력발전소가 남긴 결과는 분명하다. 해안침식으로 무너진 모래사장, 생계의 터전을 잃어가는 어민들의 한숨, 발전소 가동에 기대어 버텨온 소상공인들의 흔들린 일상, 그리고 바다 위에 남은 해상 구조물들이다. 수도권을 향해 설계된 전력 정책의 부담은 결국 지역에 고스란히 남았다.

발전 설비는 완공됐지만,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선로는 갖춰지지 않았다. 전력은 흐르지 못한 채 멈춰 섰고, 책임은 분산된 채 회복의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필요한 것은 또 다른 계획이 아니라, 이 구조를 만든 책임의 주체를 분명히 하고 훼손된 해안과 지역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그렇지 않다면, 또 다른 해안 역시 같은 선택과 같은 상처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강릉 안인·하시동 해안사구 사구를 지키기 위한 옹벽이지만, 자연의 흐름 대신 인공 구조물만 남겼다. ⓒ 진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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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당 정치가 '극우화'에 더 취약하다

[장석준 칼럼] 영미식 '민주주의' 교과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 기사입력 2026.02.10. 07:43:43

2026년이 시작되고 한 달이 지나도록 세계인의 눈길은 온통 미국으로 쏠렸다. 이란 시위를 비롯해 다른 심각한 사건들이 많았지만, 2기 트럼프 정부의 광기 어린 행보 탓에 미국발 뉴스가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을 독점했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납치하더니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고 위협했다. 파시스트 민병대나 다를 바 없는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풀어 민주당 지지 성향 주에 준계엄상태를 만들려던 시도는 결국 두 명의 시민의 목숨을 앗아갔다. 최근에는 관세 카드를 다시 꺼내 한국을 협박하는가 하면 쿠팡을 편들며 내정에 간섭하려 든다.

2기 트럼프 정부가 1기보다 더 권위주의적일 것이라 장담하던 논평가들마저 예상을 훨씬 더 뛰어넘는 광란에 당황하는 지경이다. 지금껏 벌인 작태만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은 헌법 위반으로 탄핵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하원 435석 중 218석, 상원 100석 중 53석을 공화당이 쥐고 있기에 탄핵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법부가 트럼프 정부의 난동을 막는 방파제 역할을 제대로 하느냐면, 이것도 의심스럽다. 연방대법관 9인 중 6인이 공화당 대통령이 지명한 대법관이다. 그래서인지, 애초에 '위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던 관세 정책에 대한 판결은 계속 지연되고만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많은 이들이 벌써 중간선거가 과연 제대로 치러질지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를 심판하자는 여론이 거세질수록 집권 마가(MAGA) 세력은 중간선거를 사실상 '내전'에 가까운 형태로 몰아갈 것이다. ICE 요원들을 통해 민주당 지지 성향 주의 투표를 방해하거나 비백인 유권자의 투표를 가로막을 것이고, '부정선거'라 딱지 붙여 개표를 방해할 것이다. 그래서 중간선거 결과 집계 자체가 무의미해지도록 만들 것이다. 그 다음은? 250년 가까운 미국 '민주주의'가 지금 낭떠러지 앞에 서 있다.

▲2026년 1월 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시위대가 비를 맞으며 행진하고 있다ⓒEPA=연합뉴스

미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주의가 전복될지 모를 위험과 마주한 유서 깊은 '민주주의' 국가가 하나 더 있다. 이 나라가 겪을 재난은 어쩌면 미국의 경우보다 더 충격적일 수도 있다. 바로 영국이다.

보수당의 몰락을 똑같이, 그러나 더 빠르게 반복하는 노동당

현재 영국 집권당은 키어 스타머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이다. 하원 650석 중 404석을 차지하고 있으니 꽤 '안정적인' 단독 내각이다. 이 수치만 보면, 영국에 무슨 '민주주의의 위기'인가 싶다. 그러나 이런 안정적 의석에도 불구하고 스타머 정부가 제대로 하는 일이 없으니 그게 문제다.

2024년 6월에 스타머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불과 한 달만에 영국에서는 격렬한 인종주의 폭동이 벌어졌다. 초등학생들이 살해된 비극적 사건의 범인이 '무슬림'이라는 가짜 뉴스가 돌자 곧바로 극우 시위대가 주위의 모스크로 몰려가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막아서자 시위는 폭동으로 비화했고, 이후 한 달간 폭동의 불길이 영국 전역을 휩쓸었다.

물론 이 폭동을 당시 갓 집권한 스타머 정부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다만, 영국 사회 상태가 이 정도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새 정부는 마땅히 비상 조치에 나서야 했다. 실제로 스타머 정부는 '비상 조치'를 밀어붙였는데, 그 내용은 전임 보수당 정부가 물려준 재정난을 줄이기 위한 복지 예산 축소였다. 자녀가 셋 이상이면 추가 아동수당을 주지 않는다, 장애인 연금을 줄인다, 노인들에게 겨울철 난방비 지원을 끊는다, 등등. '노동'당 정부가 생활비 상승으로 인해 불만을 쏟아낼 데만 찾아 헤매는 이들을 다독이기는커녕 분노에 불을 붙이는 긴축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었다. 지난 1년 반 동안 스타머 정부는 마치 스스로 지지층을 갉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것만 같은 모습으로 일관했다. 가자 학살이 벌어지는 와중에 이스라엘을 편들면서, 학살 반대 시위에 나선 자국 시민들을 '테러리스트'로 몰며 무차별 체포했다. 반이민 여론을 '흡수'한답시고 '영국이 이방인의 땅이 됐다'는, 극우파를 따라 하는 연설을 늘어놓다가 극우파로부터는 조롱을, 노동당 지지층으로부터는 항의를 받았다.

화룡점정은 최근 공개된 엡스타인 파일이다. 엡스타인 파일에는 신자유주의 전성기에 세계를 주무르던 수많은 권력자들의 이름이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빈번히 오르내리는(무려 6000번 언급된다) 이름 중 하나는 피터 맨델슨이다. 맨델슨은 '신노동당' 시기(1990-2000년대)에 토니 블레어나 고든 브라운을 배후 조종하면서 '제3의 길' 노선을 주도한 노동당 실세였다. 2010년대 말에는 '이스라엘 비판 = 반유대주의' 카드를 무기 삼아 제러미 코빈을 당에서 숙청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스타머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당 내 '원로'를 주미국 대사로 임명했다. 그런데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통해, 맨델슨이 엡스타인의 절친이었고 심지어는 엡스타인이 2008년 아동 성폭력 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뒤에도 친분을 유지했음이 드러났다. 게다가 맨델슨은 엡스타인에게 영국 정부의 내부 정보를 넘기기까지 했다. 스타머 총리가 이런 인물을 측근들의 반발을 뿌리치면서까지 멘토로 예우했으니, 이것은 맨델슨의 불명예 은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제3의 길'의 거탑이 무너지면서 스타머 총리 역시 함께 휩쓸려가야 할 처지다.

이미 영국 언론은 스타머 총리가 사임하고 노동당의 새 대표-총리가 선출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차기 총리 하마평을 싣고 있다. 전임 보수당 정부도 집권 중(2010-2024년)에 총리를 4번이나 갈아치운 바 있다. 그러니 스타머라고 봐줄 이유가 없다. 다만, 그렇게 총리를 바꾸면서 보수당은 지지층이 꾸준히 감소했다. 2024년 총선도 실은 노동당의 승리라기보다는 보수당의 패배였다. 그런데 보수당이 5명의 총리를 거치며 14년의 세월 동안 도달한 결과(지지율이 40%에서 20%로 반토막 났다)를 스타머의 노동당 정부는 불과 1년 반만에 달성했다. 요즘 노동당 지지율은 최대치가 20% 초반을 넘지 못한다.

▲5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헤이스팅스 세인트레오나즈 호른타이파크경기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보다 더 쉽게 민주주의가 전복될 수 있는 나라, 영국

문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몰락이 영국개혁당(UK Reform) 돌풍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영국개혁당은, 본래 보수당원이었다가 1990년대부터 반유럽연합-반이민-반무슬림 선동으로 악명을 떨친 나이젤 패라지가 2018년에 창당한 극우 정당이다. 트럼프와 일론 머스크가 연대감을 표하는 정당이고, 재작년 여름의 인종주의 폭동에 동참한 이들이 열렬히 지지하는 정당이다.

오랫동안 영국 정치 전문가들은 영국 풍토에서는 신생 극우 정당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영국은 미국처럼 무려 18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선거제도, 즉 단순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를 고집한다. 20세기 말에 신설된 스코틀랜드 의회, 웨일즈 의회는 독일과 비슷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했지만, 연합왕국(UK) 전체를 관장하는 웨스트민스터 의회의 하원의원들은 100% 소선거구제로 선출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소선거구제에서는 기존 양대 정당으로 표가 쏠릴 수밖에 없기에 신생 정당이 약진할 수 없다고 장담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만년 소수 제3당 신세인 자유민주당이 그 확실한 증거였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도래했다. 굳건할 것만 같았던 기존 양대 정당 중 한 축, 보수당이 급격히 지지를 잃기 시작한 것이다. 당선 가능한 두 세력 중 한 쪽을 밀어야 한다는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관성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수당이라는 축이 무너지자, 보수당을 대신해 노동당 반대편을 대표할 정당으로 영국개혁당이 급부상했다. 이미 2020년대 초부터 보수당 실망층이 영국개혁당으로 몰려, 2024년 총선에서는 이 당이 총 투표자의 14.3%로부터 지지를 받으며 패라지를 포함한 5명의 하원의원을 배출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총선 이후 여론조사에서 더 많은 보수당 실망층이 영국개혁당으로 지지를 옮기는 양상이 나타났고, 덕분에 2024년 말이 되면 보수당과 영국개혁당 지지율이 비등해진다. 그리고 다시 몇 달 뒤인 2025년 봄부터는 영국개혁당 지지율이 보수당 지지율을 확실하게 추월했고, 급기야는 집권당인 노동당 지지율까지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지금까지 1년 가까이 영국개혁당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국개혁당이 늘 30% 안팎의 지지를 받고, 노동당과 보수당 지지율은 20% 선을 오르내린다.

이 상태에서 선거가 실시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2월 26일에 맨체스터 광역시 내의 '고튼 앤 덴턴'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하원의원 보궐선거가 그 결과를 미리 보여줄 것이다. 맨체스터라면, 노동당의 표밭이다. 현 맨체스터 광역시장도 노동당 내 온건좌파인 앤디 버넘이고,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의원직을 사임한(인종차별-성차별 망언을 일삼았다) 전임 하원의원도 노동당 소속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노동당이 받은 표는 50%를 넘었다. 즉, '고튼 앤 덴턴' 보궐선거는 노동당에게는 이겨야 본전인 선거이고, 패배하는 순간 노동당 전체가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는 전투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일이 벌어질 판이다. 스타머를 제치고 대표-총리로 선출될 야심에 불타는 버넘 시장이 시장직을 내려놓고 보궐선거에 도전하겠다고 나섰지만, 스타머 집행부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버넘의 출마를 불허했다. 그러자 보궐선거 민심이 요동쳤다. 버넘을 노동당 후보로 넣은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가 53%가 나왔지만, 버넘을 빼고 묻자 영국개혁당이 36%의 지지를 받아 33%를 받은 노동당을 제치고 승리하는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이 조사에서 녹색당이 21%의 지지를 얻으며 노동당을 바짝 뒤쫓았다는 것이다.

이 여론조사(Find Out Now, 1월 25-27일)만 해도 엡스타인 파일이 공개되기 전에 실시된 조사다. 맨델슨의 추악한 진상이 폭로되고 스타머가 그런 인사와 유착 관계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은 '고튼 앤 덴턴'에서 노동당 지지율이 더 추락하고 반대로 영국개혁당 지지율은 더 올랐을 것이다. '영국의 맘다니'라 불리는 잭 폴란스키 신임 당대표가 이끄는 녹색당은 아예 노동당이 아니라 녹색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줘야 '파시스트 영국개혁당'을 물리칠 수 있다며 유권자들을 설득하고 있다. 노동당이 오랫동안 써먹어온 '반우파 대동단결' 논리를 노동당에게 되돌려주고 있는 셈이다.

만약 이번 선거가 보궐선거가 아니라 총선이라면, 영국개혁당은 현 지지율로 하원에서 안정 과반수를 확보할 것이다. 지지층이 전체 유권자의 35%를 넘지 않지만, 소선거구제의 마법 덕분에 50%가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18세기에 제정된 뒤에 조금씩 수정되기라도 한 헌법을 가진 미국과 달리, 영국은 성문헌법조차 없다. 갑자기 과반 의석을 점한 극우 집권당이 하원에서 반민주적 법령(심지어는 민주 정체 자체를 폐지하는 법령)을 통과시키더라도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없다. 그때가 되면 독재나 내전을 막을 수단은 국왕과 상원의 '중세적' 권한 밖에 남지 않는다. 이것이 21세기에 영국이 처한 처참한 정치적 전망이다.

대한민국, 영미식 '민주주의' 교과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오늘날 영국, 미국이 봉착한 현실은 소선거구제에 바탕을 둔 양당 정치가 극우화를 막기는커녕 오히려 극우화에 가장 취약한 체제임을 보여준다. 비례대표제에 바탕을 둔 다당 정치는 그간, 신생 극우 정당이 쉽게 의회에 진출하도록 허용하는 단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정당투표 득표율 3%' 진입장벽이 위헌이라는 최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 판결을 우려하는 이들 역시 전광훈 세력의 자유통일당이 원내에 진출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든다. 일리 있다. 완전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많은 유럽 국가에서 덕분에 신생 극우 정당이 주요 정치 세력으로 급부상하곤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서유럽식 다당 정치(소선거구제 원리가 일정하게 작동하는 프랑스, 이탈리아는 예외다)에서는 극우 정당조차 일정한 성장 이후에는 다른 정당들과 맺는 관계(연합이든 적대든)에 의해 규율 받는다. 이에 적응하느라 극우 이념-노선을 조율하지 않을 수 없고, 이를 거부하면 고립된다.

반면에 영미식 양당 정치에서는 극우파가 단숨에 양대 정당 중 한 쪽(미국 공화당)을 장악하고 집권까지 하는 일이 벌어지며, 양대 정당 중 한 쪽(영국 보수당)이 쇠퇴하면 극우파가 삽시간에 양대 정당 중 하나의 지위를 확보하기도 한다. 정당 질서를 통해 극우파의 '쿠데타'(국가 권력의 핵심을 일거에 장악한다는 의미에서)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8일)에 실시된 일본 중의원 총선에서도 같은 논리가 작동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유민주당의 대승은 물론 일본 사회 자체의 우경화를 반영한다. 그러나 압승의 그 규모는 분명히 소선거구제가 중심이 되는 1990년대 이후 일본 정치 체제에 힘입은 것이다. 정당투표에서 자유민주당이 받은 지지는 36.72%이고, 지역구 선거에서 받은 표도 절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49.23%), 의석은 3분의 2 이상(67.95%)을 차지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아니었다면, 다카이치 사나에의 극우 '바람'이 '태풍'까지 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실은 남의 이야기나 할 때가 아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에 바탕을 둔 양당 정치에서 극우파가 눈 깜짝할 새에 대의정치의 절반을 차지한 첫 번째 나라는 미국도 아니고, 영국도 아니다. 12.3 내란 이후 양대 정당 중 하나인 '국민의힘'이 극우 정당이 돼버린 대한민국이다.

다행히 시민의 힘으로 내란을 진압해 극우 정당을 야당으로 주저앉혔다지만, 이 당이 제1야당인 정치 지형을 최소한 2년 넘게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2년여 뒤에 더 나은 어떤 질서를 세워야 할지는 아직 감도 잡지 못한 형편이며, 양당 정치 특유의 시계추 운동에 따라 극우 정당이 차기 권력에 다가가는 지옥도가 펼쳐질 가능성 또한 없지 않다.

대한민국 시민들이 미합중국 시민들보다 먼저 극우파 내란을 진압했다는 자긍심에 취해 있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의제도 전반을 손보고 정당 질서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내란은 어쩌면 1막이 끝난 데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기는 하지만, 이제 한 가지 분명해진 점은 있다. 그것은, 지난 80여 년간 한국 정치를 지배해온 영미식 '민주주의'의 교과서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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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 촛불행동 강화하자!”…촛불행동 4차 정기총회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 촛불행동 강화하자!”…촛불행동 4차 정기총회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0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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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행동 4차 정기총회가 “촛불을 2배, 3배로 키워 내란 완전 단죄하자!”를 기조로 8일 오후 2시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렸다. 

 

  © 박명훈 기자

 

총회는 촛불행동 재적 회원 3,508명 중 직접 참가한 166명, 결정을 위임한 335명을 더해 총 501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 촛불행동 강화하자!”

“애국민주운동의 정화체 촛불행동 강화하자! 

“더욱 뜨거운 마음과 강렬한 의지로 촛불행동 강화하자!”

 

참가자들이 한목소리로 구호를 외쳤다.

 

촛불행동은 보고를 통해 정기총회 참가자 대상을 기존의 “재적 회원은 매월 정기 회비를 납부하는 정회원으로 한다”에서 “재적 회원은 정기총회 90일 이전에 가입하고, 2회 이상 회비를 납부한 정회원으로 한다”라고 바꾸는 안건을 제안했다. 

 

이에 관해 촛불행동은 각 지부가 전국 곳곳에서 자리를 잡아 조직이 확대, 안정화된 점을 반영해 해당 안건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촛불행동은 총회를 통해 김민웅 상임대표, 은우근·김은진·백자·권오혁·구본기 공동대표를 중앙대표단으로 선출했다.

 

또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촛불대행진’ 사회를 맡고 있는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를 신임 촛불행동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 박명훈 기자

 

촛불행동은 현 정세와 투쟁 방향을 반영한 ‘2026년 촛불행동 사업계획’을 보고했다.

 

현 국면에 관해 촛불행동은 ▲내란세력 최후 보루인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단죄의 길목을 겹겹이 막고 있고 ▲국힘당이 ‘정치 재편, 개편 쇼’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으며 ▲미국이 쿠팡 문제, 대만 전쟁 압박, 평양 무인기 침투 사건 등에 개입하며 전쟁과 긴장을 도발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면서 내란세력의 부활 시도와 미국의 내정간섭을 저지하려면 “애국민주운동, 국민주권운동의 산실”이며 “촛불광장을 열어내고 책임지는 국민주권실현의 주춧돌인 촛불행동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촛불행동은 5가지 과제로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범, 극우적폐세력이 내란을 꿈도 꾸지 못하도록 촛불로 몰아쳐 내란을 완전히 단죄할 것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를 개혁할 것 ▲내란 정당 극우집단 국힘당 해산(지방선거를 통한 국힘당의 정치적 매장, 국회에 정당을 해산 해산권을 주는 법안 통과) ▲내란세력에 전쟁과 계엄의 명분을 준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것 ▲촛불대행진 참가 규모를 2배, 3배로 강화할 것 등을 제시했다.

 

보고를 들은 참가자들 사이에선 ▲다가오는 지방선거·재보궐선거에서 촛불행동이 기존의 국힘당 낙선운동에서 벗어나 자체 후보를 내야 한다 ▲한날한시에 국회의원들을 방문해 조희대 탄핵을 촉구하자 등의 제안이 나왔다.

 

이에 촛불행동은 ▲지방선거·재보궐선거에 국힘당에 어부지리를 주지 않는 조건에서 촛불행동 대표단이 출마 고민을 하고 있으며, 운영위를 통해 논의를 진행할 것 ▲설 연휴가 오기 전 국회에서 조희대 탄핵을 촉구할 것 등의 답변을 했다.

 

촛불행동은 촛불대행진의 사진을 책임져 온 이호 작가에게 감사패를 증정했다.

 

이호 작가는 “내란을 청산해야 한다”라면서 “우리는 항상 누군가가 나타나서, 어떤 영웅이 나타나서 내란을 해결해 주기를 바랐지만 이제부터는 우리가 기다리던 그 영웅이 바로 여러분들이기를 바란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이호 작가.  © 박명훈 기자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내란 완전 단죄, 국힘당 해산을 위해 총력을 쏟자는 내용으로 결의대회가 이어서 진행됐다.

 

이호 작가(인천 부평 제1선거구 시의원), 강민정 전 민주당 국회의원(서울시 교육감), 박유진 서울시의원(서울 은평구 제3선거구), 김애란 서산태안당진촛불행동 대표(서산시의원 비례대표), 서지연 수원오산화성촛불행동 공동대표(수원특례시의원 비례대표), 황기전 부산촛불행동 해운대·수영·남구지부장(부산 해운대 라선거구 구의원), 구산하 국민주권당 공동위원장(광주광역시 북구갑 2선거구 시의원) 등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촛불행동 회원들이 결의를 밝혔다.

 

이어 한서진 경기촛불행동 공동대표가 발언했다. 한 공동대표가 몸담고 있는 안성촛불행동은 ‘촛불행동 지부 강화의 모범’으로 꼽힌 바 있다.

 

한 공동대표는 “광장에서 함께일 때 우리는 더욱 강해진다. 부활을 꿈꾸는 내란세력들의 헛된 망상을 산산조각 내버리기 위해 우리는 쉼 없이가 아니라, 숨 가쁘게 몰아쳐야 한다”, “총력을 다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안성촛불행동은) 긴 싸움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동지들과 함께 즐거운 투쟁을 하고 있다”, “우리의 촛불은 삶의 일상 중 제일 행복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곳이 되려고 노력한다”라면서 “우리가 국민 행복의 주춧돌이 돼야 한다. 빼앗긴 청년들을 되찾아 와야 하고, 갈라치기로 멀어진 국민도 되찾아 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점자 원주횡성촛불행동 공동대표, 김종민 부산북구촛불행동 대표, 박근하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가 참가자들을 대표해 특별결의문을 낭독했다.

 

이들은 특별결의문을 통해 “우리는 오늘 2026년을 내란 완전 반대, 조희대 탄핵과 사법부 개혁, 국힘당 해산과 국가보안법 폐지의 해로 만들기 위해 쉼 없이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라면서 “우리의 이 거창한 목표를 실현시킬 힘은 오로지 주권자 국민에게 있다. 주권자 국민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촛불광장이며 촛불광장을 책임지고 있는 것이 촛불행동”이라고 밝혔다.

 

제3회 조일권상 시상식에서는 극단 ‘경험과상상’이 수상했다. 조일권상은 말기 암 투병 중에도 촛불자봉단으로 활동하며 헌신하다가 별세한 조일권 선생(촛불행동 명예최고대표)의 뜻을 기려 제정된 상이다.

 

류성 경험과상상 대표는 “촛불국민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쉴 틈 없이 공부하고 투쟁하는 보람, 우리 뜻대로 세상을 변혁하는 재미 그리고 동지들의 뜨거운 사랑도 배웠다. 천금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가르침을 주신 조일권 선생님과 촛불행동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라고 밝혔다.

 

노래패 ‘우리나라’가 「촛불로 몰아쳐」, 「21세기 반민특위가」를 노래하며 분위기를 북돋았다.

 

총회는 참가자들이 「독립군가」를 함께 부르면서 마무리됐다.

 

  © 박명훈 기자

 

  © 박명훈 기자

 

▲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촛불행동 회원들이 결의를 밝힌 뒤 인사했다.  © 박명훈 기자

 

▲ 제3회 조일권상을 수상한 극단 '경험과상상'.  © 박명훈 기자

 

▲ 노래패 '우리나라'의 공연.  © 박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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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제9차당대회 2월하순 개최...당 정치국회의서 결정

각 도당 및 내각·군 당조직 대표회 진행...당대회 대표자 선출 마쳐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2.08 08:26
  •  
  •  수정 2026.02.08 13:32
  •  
  •  댓글 1
북한이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발표했다. 사진은 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개최한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발표했다. 사진은 7일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개최한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최고지도기관인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월 하순 평양에서 개최한다고 8일 발표했다.

[노동신문]은 8일 "당중앙위원회 정치국은 조선로동당 제9차대회를 2026년 2월하순 혁명의 수도 평양에서 개회할데 대한 결정서를 전원찬성으로 채택하였다"고 보도했다.

전날 김정은 당총비서의 지도아래 당 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제8기 제27차 정치국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전했다.

정치국회의에는 정치국 상무위원들과 정치국위원, 후보위원들이 참가하고 당대회준비위원회 해당 분과성원들인 당 중앙위원회 중요부서 부부장들이 방청했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의 위임에 따라 조용원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정치국회의를 '집행'하였으며, 회제9차당대회 관련 △대표자 자격심의 △집행부, 주석단, 서기부 구성안 심의 △일정심의 △제기할 문건심의 등 4가지 토의 안건을 논의하고 의결했다.

김 총비서는 "당대회준비위원회의 해당 분과들이 당대회준비사업을 각방으로 실속있게 추진해온데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당대회 성공을 위한 원칙적 문제들과 세부 과업을 밝혔다.

조선로동당 함경남도대표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조선로동당 함경남도대표회 모습 [사진-노동신문] 
당 내각대표회 [사진-노동신문]
당 내각대표회 [사진-노동신문]

앞서 북한은 지난달 28일부터 2월 6일까지 각 당조직의 지도기관 성원들과 시,군당대표회에서 뽑힌 대표자들이 참가한 도당 및 당 조직들의 대표회를 진행해 제9차당대회에 보낼 대표자들을 선출하고 방청자를 추천하는 절차를 마쳤다.

당대회준비위원회의 지도아래 기층당조직 총회(대표회)와 시,군당 대표회를 마치고 이어 각 도(직할시)당 대표회와 내각, 군, 사회안전성, 철도성 등 도당과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당조직들의 대표회들이 진행된 것.

지난 1월 28일에는 당중앙위원회 각급 조직들의 총회와 대표회의에서 선출된 대표자들이 참가한 당중앙위원회 본부대표회의를 열어 제9차당대회에 보낼 대표자들을 선출했다. 

당조직 대표회는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로선과 시,군 중시사상, 시,군 강화로선을 항구적인 지침으로 삼고 기층당조직들을 강화하며 당원들의 역할을 높이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을 때 당조직들의 전투력과 활동성은 배가되고 자기 지역, 자기 부문, 자기 단위를 국익수호와 전면적 국가부흥을 담보하는 든든한 초석으로 다져나갈수 있다"는 결론에 이어 "사상관점과 일본새를 근본적으로 혁신하여 우리 국가의 부흥발전과 인민의 복리를 위한 투쟁의 전위에서 최대의 분발력과 투신력을 발휘"할 것을 결의했다.

제9차당대회 개최를 위한 주요 실무적 절차는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지난 2021년 열린 제8차당대회에는 제7기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 250명과 전당의 각급 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4,750명이 참가했으며, 2,000명이 방청으로 참가하는 등 총 7,000명이 참가했다. 

당조직에서 선출된 대표자 구성은 당·정치일꾼 대표 1,959명, 국가행정경제일꾼 대표 801명, 군인대표 408명, 근로단체일꾼 대표 44명, 과학·교육·보건·문학예술·출판보도부문 일꾼 대표 333명, 현장에서 일하는 핵심당원 대표 1,455명 등이며, 여성대표자는 501명으로 10%이다.

당원 1,300명 당 1명의 결의권 대표자를 선출한다는 기준이 공개된 것을 근거로 전체 조선로동당원은 617만명 규모로 추산한다.

한편, 이번 제9차당대회에서 북이 당규약 개정에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한 앞선 노선전환을 어떻게 반영할지, 대미·대남정책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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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힘을 다해 싸운 이순신, 죽을힘을 다해 준비한 특별전"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2/09 09:12
  • 수정일
    2026/02/09 09:1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이한기의 뷰]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기획한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26.02.09 06:54최종 업데이트 26.02.09 06:54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한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유성호

"우리가 가장 존경하는 역사 인물 이순신. 임진왜란이라는 위기 속에서 나라를 구한 영웅, 그는 결코 혼자 싸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함께 했던 사람들을 잊지 않았습니다. '1592년 7월 한산도대첩'. 우리는 세계 해전사 속에서 빛나는 이순신의 승리로 기억하지만 이순신이 기억한 것은 함께 한 그들입니다. 전투가 끝나고 곧바로 임금께 올리는 장계에 그들 한 명 한 명을 기록했습니다.

<임진장초> 1592년 7월 15일 한산도대첩 보고서 중에서

중위장 순천 부사 권준

중부장 광양 혐감 이영담

전부장 방담 첨사 이순신

...... (중략)

본영 2선 진무 순천 수군 김봉수

본영 거북선 토병 사노비 김말손, 정춘

홍양2선 격군 사노비 상좌, 절노비 귀세, 절노비 맛련

...... (중략)

위 사람들은 화살과 돌을 무릅쓰고 죽을 결심을 하고 나아가 싸웠기에 혹은 죽고, 혹은 다쳤습니다. ... 여러 장수와 군사, 관리 등이 분연히 일어나 제 한 몸을 돌아보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힘껏 싸워 여러 번 승리했습니다... 군공 등급을 매기는 것을 만약 조정의 명령을 기다린 뒤에야 공로의 등급을 나누어 정하게 되면, 군사들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없습니다.

그래서 먼저 공로를 참작해 1, 2, 3등으로 별도 장계에 자세히 조목조목 기록했습니다. 처음 약속과 같이 비록 머리를 베지 않았어도 죽을힘을 다해 싸운 사람들을 신이 직접 본 것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결정하고 함께 기록하였습니다. 삼가 갖추어 임금님께 글을 올려 보고합니다.

1592년 7월 15일

절도사. 신하 이(이순신)"

서윤희 국중박 학예관 "이순신 특별전 이걸 알면 더 특별하다" ⓒ 유성호/고정미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에필로그 영상에 나오는 1592년 7월 15일 한산도대첩 보고서다. <임진장초(壬辰狀草)>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중 조정의 임금에게 올린 '장계(狀啓)'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는 수군은 물론이고 사노비와 절노비의 이름까지 세세하게 다 기록돼 있다. 왜 전시 제목을 '우리들의 이순신'으로 붙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시작해 오는 3월 3일까지 열리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은 충무공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 원본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친필본 <난중일기>, <임진장초>, 충무공 장검, <징비록> 등 258건 369점이 전시되고 있다. 국보 6건 15점, 보물 39건 43점, 국가등록문화유산 6건 9점이 포함돼 있다. 국내 39곳, 일본 5곳, 스웨덴 1곳에서 출품했다. 이순신과 관련해 열린 종합전시 가운데 최대 규모다.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 이순신 관련 최대 규모 종합전시

"이순신의 조카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충무공행록>에 나오는 구절이 있습니다.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과 조선 수군이 궤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순신은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이 대목을 떠올리면서 제가 이 전시를 이순신만큼 죽을 힘을 다해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한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관은 전시를 준비하면서 "'이순신이 승리했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함께 싸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억하는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존경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일곱 차례 본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서울여해재단 연구소장은 "'내 생애 이순신과 관련된 이런 전시를 또다시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극찬했다.

지난달 26일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한 서윤희 학예연구관을 만나 전시회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이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이순신 사후에 영의정 벼슬을 내린 문서인 영의정 증직교지를 소개하고 있다.유성호

- 국립중앙박물관 근무 경력은 어느 정도 되나.

"2007년 좀 늦은 나이에 입사했다. 지금 19년째 근무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직들은 지방에 있는 13개 박물관으로 순환하면서 근무한다. 진주박물관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면서 임진왜란 관련 전시를 했다. 조선시대 선비 오희문(吳希文)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겪으면서 쓴 피난 일기 <쇄미록(瑣尾錄)>(1591~1601) 전시를 기획·진행한 적도 있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의미있는 새로운 전시였다."

- 왜 지금, 이순신을 호출했나.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는 것을 이순신을 통해서 이야기해주고 싶었다. 모든 일은 바른 곳으로 돌아간다. 임진왜란은 일본이 명나라를 침략하기 위해서 아주 평화로운 우리나라를 침략한 거다. 그것을 응징한 게 이순신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시기, 세상이 너무 부정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런 세상에 좀 일침을 놓아주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존경하는 역사 인물 이순신이 떠올랐다."

국보·보물급 '이순신 종가 유물' 34점, 첫 서울 나들이

- '이순신'이라는 인물만을 단독 주제로 한 전시는 <우리들의 이순신>이 처음인가.

"이순신에 관한 전시는 기존에도 있었다. 국립진주박물관에서도 2003년 이순신의 삶에서부터 신화까지를 주제로 한 전시를 했다. 그런데, 이번에 국중박에서 진행하는 특별전은 이순신과 관련된 종합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순신의 유물만이 아니라 임진왜란과 관련된, 그 당시에 이순신이 사용했을 것 같은 무기들, 이순신 사후에 이순신을 추모하는 내용까지 다양하다. 이순신과 관련된 최대 규모의 종합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는 유물이 258건 369점이 전시됐다. 이순신 종가에 전해 내려오는 이순신 손때가 묻은 국보·보물을 포함한 유물이 20건 34점인데, 이렇게 대규모로 서울 나들이를 한 것은 처음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렇게 큰 규모의 이순신 종가 유물이 포함된 전시를 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관람객이 이순신이 직접 쓴 <난중일기> 친필본을 살펴보고 있다.유성호

- 이순신 특별전을 언제부터 고민했고, 기획 과정은 어땠나.

"국립진주박물관에 근무할 때부터 조금씩 생각하고 있었다. 박종평 선생님이 <난중일기>(글항아리) 번역본 책을 선물로 주셔서 이순신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하게 됐다. 나중에 전시로 풀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전시는 기획 단계가 가장 어렵다. 기존 다른 전시에서는 이순신을 어떻게 조명했는지, 그렇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키포인트와 메시지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밑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전시 방향과 스토리라인이 정해지면, 전시하고 싶은 (대여와 같은) 유물 확보가 무척 중요하다. 이번에는 일본과 스웨덴 등 외국의 기관에 있는 유물도 대여해왔다."

- 특히, 해외 기관으로부터 유물을 대여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울 것 같은데.

"해외 기관과 유물 대여와 관련해 소통하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일본 같은 경우 통상 2년 전쯤에는 섭외하고 접촉해야 한다. 스웨덴과는 계속 메일을 주고받았다. 이번에 전시한 일본 기관의 유물은 미리 가서 실사를 하고 유물 상태를 점검했다. 돌아와서는 대여 협조 문서를 보낸다. 그런 뒤에도 유물 대여에 관해 그쪽에서 방침을 결정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때로는 상호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한다.

대여가 확정이 되더라도, 유럽 같은 곳에서는 압류 면제 조항이 포함돼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유물을 반출해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유물 대여가 최종 확정되면 서로 보험을 들고, 호송관을 통해서 유물이 가져오는 절차를 밟는다. 이번 이순신 특별전에는 유물이 국내·외 45개 기관에서 왔다."

전시장 배경 음악, 한산·명량·노량 해전의 바다 소리

- 이번 전시에서 디테일한 영상이 인상적이었다. 전시실 내부 디자인과 영상 작업은 어떻게 진행됐나.

"전시할 유물이 확정되면 디자인 작업에 들어간다. 디자이너가 전시 기획자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디자인을 수정·보완하면서 완성해나가게 된다. 전시 영상도 효과가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영상도 전시 주제에 맞게 기획하고 작업을 진행한다. 디자인이나 영상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 후 실제 전시실 공사가 진행되고, 마지막에는 그래픽 작업을 한다. 진열장, 인테리어 재질, 색, 받침대, 글자 포인트나 폰트 등 세부적인 부분을 확정하고, 패널을 만들어 설명카드를 완성하면 전시 준비가 마무리된다."

- 전시장 안에 잔잔하게 흐르는 배경 음악도 낯선 듯 익숙했다. 전시장에 전체적으로 배경 음악을 트는 게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이번 전시에는 시작부터 끝까지 음향을 넣었고, 이를 위해 스피커 20대를 설치했다. 전시의 서사와 함께 음향의 서사를 도모했다. 음향은 전시를 온몸으로도 느낄 수 있게끔 하는 일종의 장치다. 이순신이 크게 이겼던 한산·명량·노량 해전의 바다 소리를 채집했다. 여기에 국악의 타악기, 구음, 칠채장단을 결합해 각 전시 파트별로 다르지만 전체적으로 통일되게 음향을 만들어 전시 공간 전체에 흐르게 했다. 음향은 의식하지 않으면 잘 모를만큼 자연스럽게 전시장을 채웠고, 관람을 방해하지 않고 전시와 조화를 이뤘다고 본다."

충무공 이순신 장검 칼날에는 '삼척서천 산하동색(三尺誓天 山河動色 석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떤다), 일휘소탕 혈염산하(一揮掃蕩 血染山河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유성호

- 처음 전시 기획 아이디어부터 따지면 준비 기간은 어느 정도 되나.

"요즘에는 한 2년 정도를 잡는다. 이순신 특별전도 구상 단계부터 따지면 2년가량 소요됐다. 유물을 직접 대여하고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는 것도 1년 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큰 전시는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전시회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 기획자로서 이번 특별전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번 전시의 의미는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제목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들'이라는 것은 우리가 너무 친근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순신에 대한 친밀감을 표현한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위기를 극복한 이순신은 큰 위기를 맞닥뜨리고도 결코 물러서거나 포기하거나 도망가지 않았다. 우리도 우리의 삶에서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시련과 고난이 닥쳤을 때 그것을 극복하고 오늘을 잘 살아낸다면 그러한 나의 이순신이 모여 우리들의 이순신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 '영웅'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건가.

"차이를 보여주기보다는 영웅 이순신 이면에 간과하기 쉬운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관람객들이 이순신의 선택과 판단을 따라가면서 두려움에 떨기도 했던 이순신, 여러가지 생각에 잠기기도 했던 이순신, 그런 인간 이순신의 면모를 다시 한번 살펴보면 좋겠다는 취지다."

-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제일 어려웠던 점은 이순신 종가의 유물을 빌려오는 일이었다. 이순신 종가 유물이 세상 밖으로 안 나온 지 오래됐다. 종가와 종친 내에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좀 있었다. 그래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되게 많이 고민했다. 이순신 종가 유물을 빌려오지 못했다면 이번 이순신 특별전이 이처럼 크게 호응을 얻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순신 친필본 <난중일기>라든지, 이순신 장검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면 그 차이를 알게 된다."

- 애초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하면서 준비했을 때 생각했던 관객 수나 반응과 실제 상황은.

"저희가 예상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뜨겁다. 상설전시실 내 특별전시실에서 전시한 이후 제일 많은 관람객 수를 기록하고 있다. (※ 2월 7일 기준 18만3000명가량의 관객들이 전시장을 찾았다.) 지난해 11월 28일 오픈했고, 개막 후 일주일 동안 무료였고, 이순신 순국 기념일과 매달 문화의 날은 무료였던 점을 감안하면 실 관객 수는 더 많다. 날씨가 아주 춥기 전에는 '오픈 런' 대기줄이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 서애 류성룡의 임진왜란 회고록인 <징비록>이 전시돼 있다.유성호

- 이순신 특별전을 기획하고 준비한 기획자로서 전시회를 찾은 일반 관객들에게 이런 부분을 관심있게 보면 좋겠다는 '관람 팁'을 준다면.

"이순신의 유물들, 이순신의 장검이라든가 <난중일기>, <임진장초>, 서간첩, 그리고 이순신이 임금에게 받은 문서들이 있다. 그 문서들을 그냥 설명카드 없이 읽기는 어렵겠지만, 그 당시에 문서들이 워낙 크고 글씨도 너무 좋다. 그런 유물을 직접 보는 기회는 참 귀하다. 이번 기회에 관심있게 보면 좋을 것 같다.

전시실 내 9가지 영상물이 있다. 도입부 전쟁 전 폭풍 전야의 이순신의 결의를 실감나는 바다로 표현한 실감 영상부터 마지막 '내 안의 이순신'이라는 체험 영상, 거북선의 외주와 내면을 보여준 영상, <난중일기> 원본을 읽어보는 영상, 정왜기공도와 울산왜성전투도 등 기록화를 세밀하게 보는 영상, 이순신과 조선 수군의 무기운용 영상 등이 있다. 모두 원본 기록들을 바탕으로 세밀하게 기획해 만들었다. 아울러 이 영상들은 옆에 있는 유물과 함께 살펴보면 의미와 감동이 더 잘 와닿을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등장하는 에필로그 영상은 8분으로 긴 편이지만 감동적이니 꼭 보고 가시길 권한다. 에필로그에서는 이순신에 대해서 기획자로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넣었다. 지금 거론한 것만 관심있게 봐도 이번 이순신 특별전에서 무엇을 강조하려고 했는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들 '면'의 전사 소식을 들은 이순신은...

- 지금까지 이순신이라고 하면 영웅, 성웅으로 위대한 인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범접하기 힘든 역사적 인물이라는 거리감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인간 이순신의 면모도 살펴볼 수 있나.

"이순신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들은 많다. 전시회 1부, 2부, 3부를 이순신이 실제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것으로 구성했다. 예를 든다면 2부 전시 제목도 '시련과 좌절의 바다를 넘어'인데, 이순신은 임진왜란 속에서 연전연승만 했을 것 같지만 시련과 좌절도 있었다. 그런 시련과 좌절을 극복했다는 것을 전시 제목에서부터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곳곳 벽면에 적어 놓은 이순신이 직접 쓴 글들을 읽으면서 전시물을 보면 더 큰 느낌으로 와닿을 것이다.

이순신이 둘째 아들 면의 전사 소식을 담은 편지를 받고 딱 펼치니까 '통곡(痛哭)'이라고 써 있었다. 그때 '면이가 죽었구나'를 직감했다. 이순신은 울부짖는다. '내가 가야 되는데 너가 갔구나. 나로인해 생긴 죄인데 너가 가다니.' 그러면서 그 밤을, '하룻밤이 1년과 같다'고 표현한다.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서 이순신도 역시 아버지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에 대한 효심 가득한 문구들을 보면서는 아들로서의 이순신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었다."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이 이순신 영정 전시물을 보고 있다.유성호

- 이순신 특별전을 준비하기 전과 지금 전시회가 진행되는 상황을 비교해보면, 기획자로서 새로운 이순신의 모습을 봤거나 달라진 생각이 있는지.

"특별전 에필로그에 쓴 부분이기도 한데, 이순신이라는 사람을 전시회 준비 전에는 잘 몰랐다. 다른 사람들이 다 아는 것처럼 매일 전투에서 연전연승한 영웅이라는 사실만 알았다. 그런데 실제 전시를 준비하면서 <난중일기>와 <임진장초>를 읽어보니 놀라웠다. 정말 이순신이 그렇게 훌륭한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실제 당시 기록들을 꼼꼼하게 읽다보니 이순신에 푹 빠져들게 됐다."

-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면.

"옥포·사천·부산포·한산도대첩 등 여러 전투를 겪고나서 왕에게 올리는 보고서(<임진장초>)를 쓰는데, 이순신이 함께 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다 기록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라웠다. 부상자라든가 사상자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이런 것들을 보게 됐을 때 '아, 이 분의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수에서부터 노비에 이르기까지 전투에서 공을 세운 모든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놨다. 그런 이순신의 면모를 보면서 '이순신이 승리했기 때문에 위대한 게 아니라 함께 싸운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기억하는 훌륭한 사람이었기에 이토록 오랫동안 존경받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공 세운 부상자와 사상자, 사노비까지 기록한 <임진장초>

- '죽을힘을 다해 싸운 이순신의 전시를 죽을힘을 다해 준비했다'고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나.

"이순신의 조카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충무공행록>에 나오는 구절이 있다. 칠천량 해전에서 원균과 조선 수군이 궤멸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순신은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죽을 힘을 다해 싸우면 못할 일이 없습니다'라고 이야기를 한다. 이 대목을 떠올리면서 제가 이 전시를 이순신만큼 죽을 힘을 다해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지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힘들기도 많이 힘들었다. 전시 한 달 전쯤에는 계속 전시 원고도 써야 되고, 설명카드도 써야 되고, 도록도 내야 하는데 일이 끝나지 않는 거다. 밤샘 작업도 많았고, 새벽 2~3시에 퇴근한 날도 있었다.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의 막을 올리기까지 정말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 전시 기획부터 진행, 유물 대여, 영상과 음향 제작, 인테리어, 홍보, 전시 운영 등의 일을 맡아주신 한 분 한 분이 소중하고 고맙다. 무엇보다도 겨울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보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주신 수많은 관람객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린다."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학생들이 거북선 모형 영상을 보고 있다.유성호

- 나중에 이순신 특별전을 다시 열게 된다면, 어떤 기획으로 이순신을 조명해 보고 싶나.

"이번 전시에서 이순신에 대한 대체적인 이야기를 펼쳐냈지만, 또 다른 이야기로 전시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전시를 열 당시의 시대가 요구하는 또다른 이순신의 새로운 이야기들이 있을 것이다. 전시라는 게 과거의 얘기를 들려주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의 이야기, 이순신을 빌어서 요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그 시점에 관객들이 어떤 것에 주목할 것인지가 중심 테마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의 이순신이니까, 새로운 이야기가 또 나오지 않을까."

- 전시라는 게 그 시대 흐름과 맞물려야 된다는 것, 현재 속에서 살아 있는 전시의 힘으로 작용해야 된다는 말인가.

"그렇다. 이번에 '우리들의 이순신'이라는 것도 실은 그런 점에 힘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거북선 영상에서도 판옥선에 덮개를 씌운 거, 이건 지금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에서는 새로운 혁신일 수도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우리가 찾아내서 이야기해 주는 것, 그런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박종평 소장 "생전에 이런 '이순신 특별전' 다시 볼 수 있을까?"

서윤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과 충무공 이순신 연구가인 박종평 서울여해재단 연구소장이 1월 26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들의 이순신> 특별전에서 '정왜기공도병' 병풍을 바라보고 있다. 1598년 왜군을 무찌르는 명군의 모습을 담은 채색화 병풍 ‘정왜기공도병’은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각각 앞·뒤 부분을 보관해왔는데,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나란히 공개됐다.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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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곽상도 부자 50억 무죄, 유권무죄 무권유죄 결정판..사법참사”

  • 민일성 기자

  • 업데이트 2026.02.07 10:09

  • 댓글 0

“31세 대리 퇴직금 50억, 어느 국민이 납득하겠나..검찰카르텔·법원 합작품”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1심 선고공판에서 공소 기각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며 입장을 말하고 있다. <사진제공=공동취재,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부자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에 대해 “사법 정의의 수치이자, ‘유권무죄 무권유죄’의 결정판”이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6일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 상식과 법 감정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사법적 참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대장동 업자들로부터 받은 50억원(세금 공제 후 25억원)을 퇴직금과 성과급으로 은닉한 혐의로 기소된 곽 전 의원 사건 선고 공판에서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사실상 두 번 받아 선행 판결의 무죄 결론을 뒤집고자 하는 의도로 자의적 공소권을 행사했다”며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인정했다.

아들 곽병채 씨의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곽 전 의원과 명시적·암묵적 공모 관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병채 씨의 50억원 수수가 곽 전 의원의 연락 하에 대리인으로서 뇌물을 받았다거나, 곽 전 의원이 직접 뇌물을 받은 것과 동일하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이에 대해 박경미 대변인은 “31세 대리가 6년 근무 후 받은 50억 원이 민정수석과 국회의원을 지낸 부친의 영향력과 무관하다는 판단을 과연 어느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병채를 통해 50억을 주겠다’는 정영학 녹취록의 명백한 물증조차 외면하는 법원의 잣대는 왜 기득권 권력 앞에서만 한없이 무뎌지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국민적 공분을 의식해 마지못해 했던 검찰의 수사와 부실 기소는 법원에게 ‘형식 논리’라는 탈출구를 열어주었다”며 “사실상 검찰 카르텔이 설계하고 법원이 승인한 합작품”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50억 원 수수가 뇌물이 아니라면, 이 나라에 유죄인 뇌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법 정의의 저울이 권력의 무게에 따라 기울어진다면 법치는 이미 생명력을 잃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거대 투기 세력과 법조 권력이 얽힌 50억 클럽의 검은 커넥션은 결코 묻힐 수 없다”며 “국민의 심판과 역사의 법정은 언제나 법정의 문보다 더 오래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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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 시민성' 자리 잡아야 민주주의 위기 극복

한상훈 전 서전고 교장,60+기후행동 운영위원

konec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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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 함께 살아갈 생태적 주체 형성하는 것

민주주의의 위기 앞에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민주시민 교육이 다시 강조되는 배경에는 민주주의가 제도적으로는 유지되고 있으나, 그 내적 토대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놓여 있다. 정치적 양극화, 공론장의 붕괴, 혐오와 배제의 언어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단지 제도나 정치 엘리트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성 자체의 위기임을 보여준다. 최근 헌법 질서를 훼손한 비상계엄 사태 역시 민주주의가 법과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이를 떠받칠 시민적 성찰과 대응이 충분히 형성되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시민 교육은 제도의 공백을 메우는 보완책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어떤 시민성 위에 서 있는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는 핵심적 과제가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우리가 전제해 온 시민성의 성격 자체를 재검토하는 일이다.

 

1월 15일 서울 경희궁 내 나무들이 벌목된 '경희궁지 생태 기후 환경숲 조성 사업' 현장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서울시에 추가 벌목 중단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6.1.15. 연합뉴스

근대적 시민성의 형성과 그 한계

근대적 시민성은 시민혁명과 국민국가의 형성과 함께 등장했으며,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이 권리의 주체로서 법과 계약을 통해 정치 공동체에 참여하는 시민상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이는 신분 질서를 해체하고 민주주의의 제도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역사적 성취다. 오늘날 민주시민 교육 역시 헌법 교육, 선거 참여, 법 준수, 토론과 합의 등이 이러한 전통 위에 서 있다.

그러나 근대적 시민성은 오늘의 복합적 위기를 감당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드러낸다.

첫째, 인간만을 시민의 주체로 상정하는 인간 중심적 시민성은 자연을 정치의 외부에 두고 생태 문제를 부차화해 왔다. 기후 위기와 생태 붕괴는 인간 사회와 자연을 분리해 사고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지만, 근대적 시민성은 여전히 이 분리를 전제로 작동한다.

둘째, 책임을 계약과 법적 의무에 한정함으로써 미래 세대, 비인간 존재, 국경 너머의 타자에 대한 책임을 시민성의 핵심에서 배제해 왔다. 전 지구적 생태 위기는 이러한 계약적 책임 개념이 구조적으로 무력함을 드러낸다.

셋째, 책임의 범위가 협소해지면서 민주주의는 단기적 이해관계와 선거 주기에 과도하게 종속되고, 장기적이고 누적적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넷째, 시민 참여를 제도적 행위에 국한함으로써 일상의 삶이 지닌 정치적·생태적 의미를 충분히 사유하지 못하게 한다. 투표, 공청회, 시민 토론 등은 중요한 민주적 실천이지만, 시민의 삶 전체가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으로까지 확장되지는 못한 결과 민주주의는 특정한 시점과 공간에서만 작동하는 제도로 이해되고, 일상의 소비, 이동, 생활 방식이 갖는 정치적, 생태적 함의는 충분히 성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천주교정의구현 전주교구사제단이 26일 전북도청 앞에서 '새만금신공항 건설 중단 및 생태계복원 기원 미사'를 드리고 있다. 사제단은 매주 월요일 전북도청 앞에서 미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2026.1.26. 연합뉴스

생태적 시민성의 필요성과 윤리적 심층

이러한 한계 위에서 생태적 시민성은 새로운 시민성의 가능성으로 제기된다. 생태적 시민성은 환경 보호를 덧붙인 시민성이 아니라, 시민이라는 존재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 하려는 시도다. 인간을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타자, 비인간 존재, 미래와 이미 깊이 얽혀 있는 존재로 전제한다.

생태적 시민성에서 책임은 계약의 산물이 아니라, 관계 속에 이미 놓여 있다는 사실에서 발생하는 비계약적 책임성이다. 미래 세대나 비인간 존재와 계약을 맺을 수는 없지만, 그들에 대한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책임은 계산 가능성과 상호성의 논리를 넘어 지속적으로 요청된다. 이는 법과 제도가 존재함에도 위기가 지속되는 이유가 책임을 감당할 시민 주체의 형식이 여전히 근대적 개인성에 머물러 있기 때문임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생태적 시민성은 책임을 규칙 준수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고 덕성의 차원을 포함한다. 여기서 덕성이란 개인의 도덕적 완성이 아니라, 자신이 어떤 세계에 속해 있는지를 감각적으로 인식하고 그 인식이 삶의 태도와 실천으로 드러나는 성향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와 윤리를 다시 연결하며, 소비·이동·에너지 사용 등 일상의 선택이 곧 정치적이고 생태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인식을 요청한다.

 

지난 1월 2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교육 부문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 행진에 참여한 교사, 학생, 지지자들 중 한 어린 시위자가 '우리 학교를 존중해 주세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교육 노조가 주도한 이 시위는 일주일간의 파업에 이어 진행되었으며, 프랑스어권 정부가 발표한 교육 예산 삭감을 규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26.1.25. EPA 연합뉴스

민주시민 교육의 전환 - 생태 시민을 기르는 교육으로

이러한 관점에서 민주시민 교육 역시 전환이 필요하다. 교육의 목적은 제도에 참여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의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을 인식하며 자신의 삶이 타자와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성찰할 수 있는 시민을 형성하는 데 있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단지 권리 행사와 의무 이행의 장으로 이해하는 관점을 넘어, 민주주의를 삶의 방식으로 체화하는 시민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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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민주시민 교육은 지식 전달과 규범 교육을 넘어 경험과 감각, 윤리적 숙고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기후 위기와 생태 문제는 교과서 속 정보로 학습될 때보다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고 성찰될 때 비로소 시민적 의미를 획득한다. 교육은 학생들이 자신이 속한 지역과 환경,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직접 탐구하고, 그 과정에서 책임이 계약이나 명령이 아니라 관계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러한 교육은 시민을 즉각적인 정치 행위자로 만들기보다, 장기적으로 세계와 함께 살아갈 주체로 형성하는 데 초점을 둔다. 생태 시민을 기르는 민주시민 교육은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보다 깊고 지속 가능한 토대로 확장하는 교육적 조건이 된다.

오늘의 민주주의 위기와 생태 위기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시민이 될 것인가. 근대적 시민성의 성취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거기에 머무를 수도 없다. 시민성은 이제 제도의 문제를 넘어 존재 방식의 문제로 확장되어야 하며, 민주시민 교육은 바로 이 전환을 사유할 때 오늘의 위기에 응답하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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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패소에도 꿋꿋했던 할머니 "내 마음 지지 않아"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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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2.08 08:35

  • 수정 2026.02.0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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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돌아보는 2017년 별세 송신도 할머니 증언

"얼굴 굳은살 박히도록 맞아 때려도 안 아파"

일본 청구소 기각에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

이 대통령, 극우 위안부 모욕에 "짐승은 격리해야"

윤미향 마녀사냥 전후 위안부 조롱 · 모욕 본격화

정의연 시위 나타나 "매춘부" 외치고 소녀상 모욕

친일 부역 과거 덮으려는 극우 기득권이 주도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와 존엄 회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에는 "할머니들의 용기와 증언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 이후 '실용 외교'를 전면에 내세우며 일본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 집중하면서 과거사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난다는 비판과 불만도 계속 제기돼 왔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독하고 역사를 왜곡해 온 친일 극우 인사들과 단체들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 달 전 이 대통령은 이들에 대해 "역사를 부정하는 얼빠진 행위"이자 "사자명예훼손"이라고 규정하며, 표현의 자유는 결코 무제한일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는 피해자 인권과 역사적 진실을 부정하는 행위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으로 읽혔다. 이어 최근에는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하고 소녀상 철거를 주장해 온 단체의 행태를 두고 "전쟁범죄의 성노예 피해자를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사람이라면 이럴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이들을 향해 "얼굴은 사람인데 마음은 짐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분노를 드러냈고, 나아가 "사람을 해치는 짐승은 사람으로 만들든지, 격리해야 한다"는 초강경 메시지를 던졌다. 이러한 발언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향한 집요하고 잔인무도한 공격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봐야 한다.

 

관련 기사 화면 갈무리

실제로 이들은 정의기억연대 수요시위 현장에 나타나 확성기를 동원해 "매춘부", "거짓말쟁이"라는 막말을 퍼부으며 조롱과 방해를 일삼았고, 피해자들을 인간이 아닌 대상으로 취급하는 역겨운 퍼포먼스를 반복해 왔다. 소녀상에 '철거'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씌우거나, 검은 비닐봉지로 얼굴을 덮는 이른바 '챌린지'를 벌인 것도 이들의 행태였다.

심지어 일본의 극우 단체들과 연대해 독일까지 원정을 가서 소녀상 철거 시위를 벌이기도 했으며, 국제사회에 "위안부는 허구"라는 허위 정보를 조직적으로 유포하는 데 앞장섰다. 이는 표현의 자유나 학문적 논쟁의 차원을 훨씬 넘어선 행동이었다. 이 모든 행위는 위안부 피해자 전체에 대한 상징적 폭력이자 테러였다.

동시에 일제 식민지배와 그로 인한 피해를 기억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해 온 모든 시민과 연대자들에 대한 모욕이기도 했다. 기억을 지우고 역사를 삭제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그 폭력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들의 목적은 분명하다. 일제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고,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는 일제에 부역했고 해방 이후에도 한미일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과거를 덮어 온 한국 사회의 친일 극우적 기득권 세력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있다. 이들에게 과거사는 기억과 반성의 대상이 아니라, 삭제해야할 장애물에 가깝다. 따라서 역사적 진실을 온몸으로 증언해 온 위안부 피해자들은 이들에게 늘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의 존재 자체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일본 우익 지배층과의 정치적·외교적 결속에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한국 사회에서 자신의 본심을 쉽게 드러내지 못해 왔다. 식민지배의 기억과, 여전히 반성과 사과를 거부하는 일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정서가 사회 전반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SNS

하지만 이들은 언제든 이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를 노려왔다. 2020년 일본 극우 세력, 한국의 족벌 언론, 그리고 윤석열 검찰이 맞물려 전개한 윤미향(정의연)에 대한 대대적 마녀사냥은 이들에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모욕은 바로 이 시기를 전후해 본격화됐다.

이것은 윤석열 집권 3년 동안 멈추지 않고 지속됐다. 심지어 친위 쿠데타 시도가 실패하고 윤석열이 구속·탄핵된 이후에도 이러한 흐름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극우 세력이 아직 충분히 처벌되거나 청산되지 않았고, 여전히 '윤어게인'을 외치며 결집을 시도하고 있으며, 국회 안에 국민의힘이라는 정치적 기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친일 극우 세력의 가장 극단적이고 반동적인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장면이다. 이에 호응하듯 국회에서도 오랫동안 표류하던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피해자에 대한 모독과 혐오를 규제하고 처벌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이재명 정부는 우선 국내에서 친일 극우 세력의 역사 왜곡과 마녀사냥을 제어하고, 그 이후 외교적으로 일본 정부와 과거사 문제를 단계적으로 제기하며 풀어나가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실용 외교'가 과거사를 덮는 명분으로 전락하지 않는 것이고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식민지배와 전쟁범죄의 역사를 가해자의 진정한 반성과 사과로 연결시키고, 윤미향 마녀사냥의 진실과 정의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를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하며, 끝까지 증언하고 사과를 요구했던 위안부 피해자들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 지난해 말 출간된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는 이러한 기억과 계승에 큰 도움을 주는 책이다.(같은 제목의 다큐 영화는 이미 2009년에 개봉한 바 있다.)

이 책은 2017년 일본에서 세상을 떠난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 할머니의 삶과 투쟁을 기록하고 있다. 책에 담긴 할머니의 피해 경험과 증언은 처절하고도 구체적이다. 16살의 나이에 중국 무창의 일본군 위안소로 끌려간 송신도 할머니는 상상하기 어려운 폭력과 공포 속에서 살아야 했다.

할머니는 "가장 괴로웠던 것은 총알이 날아오는 거였지"라고 증언한다. 군인과의 강제적 관계 도중에도 총알이 날아들었고, 관계가 끝나지 않으면 몇 시간이고 군인이 몸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한다. "나는 총알에 맞아죽으면 큰일이니까 ··· 그게 가장 괴로웠어요"라는 말은 당시 상황의 비인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금이라도 말을 듣지 않으면 구타와 폭행이 이어졌고, 그 상처는 할머니의 몸과 마음에서 평생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도 얼굴에 굳은살이 박혀서 아무리 때려도 아프지 않아요 ··· 북이랑 똑같아. 하도 맞아서", "진심으로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으니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몰라"라는 고백은 전쟁범죄가 한 인간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증언한다.

7년간의 지옥 같은 성착취 끝에 패전 후 일본으로 가게 된 과정마저 기만으로 이어졌다. 한 일본 군인의 청혼을 믿고 따라갔지만,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혼인 증명서는 찢겼고 "미군의 양공주라도 되라"는 말과 함께 버려졌다. 할머니는 기차에서 뛰어내려 죽으려 했지만, 죽음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아무 연고도 없는 일본 땅에서 할머니는 평생을 가난과 차별 속에서 살아야 했다. 같은 전쟁을 겪고 돌아온 일본 남성들이 연금을 받으며 살아가는 동안, 할머니는 과거를 숨기고 무시당하며 늙어갔다. 그러다 생활보호 신청 과정에서 "나는 중국까지 가서 훌륭하게 싸우고 온 여자야!"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과거가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재일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의 투쟁'

전쟁터에서 돌아온 남자들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이후 증언에 나선 송신도 할머니는 나아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제기했고, 이를 돕는 '지원모임'도 만들어졌다.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회피한 채 제시한 '아시아여성기금'을 단호히 거부했다. "이런 방식은 믿을 수 없어. 세 살짜리 어린애라면 믿을지 몰라도, 난 안 믿어!"

하지만 10년에 걸친 재판 끝에 2000년 도쿄고등재판소는 할머니의 청구를 기각했다. 할머니는 판결 이후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대로 바보가 되어서 돌아가도 되는데, 일본이라는 나라가 이렇게 바보같은 짓을 해도 되는지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지나가던 개가 웃어요. 배꼽을 쥐고 웃어요."

재판은 패소했지만, 송신도 할머니는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그 투쟁은 결코 실패가 아니었다. 송신도의 증언과 재판은 일본 사회에 위안부 문제를 다시 각인시켰고, 이후 민주당·공산당·사민당 등 야3당이 ‘전시 성적 강제 피해자 문제 해결 촉진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계기로 이어졌다.

할머니는 투쟁과 연대 속에서 비로소 삶의 의미를 찾았다고 했다. "사람을 못 믿고 살아왔지. 속기만 했으니까. 그런데 소송을 제기하고, 내가 당한 일을 말하고 나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 나도 조금은 인간다워졌지." 증언이 곧 회복의 과정이었다는 말이다. 한국의 '나눔의 집'을 방문해 다른 할머니들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웃고 울던 기억도 남아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쇠약해진 송신도 할머니는 결국 2017년 세상을 떠났다. 이재명 정부와 우리 사회는 송신도 할머니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삶과 투쟁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무엇보다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말아야 한다. 바로 그것이 ‘짐승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지우고 싶어 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런 잔혹한 전쟁은 두 번 다시 반복해서는 안됩니다. '위안소'뿐만이 아니라 중국 사람도, 일본 군인도, 고통받는 처참한 모습을 나는 두눈으로 똑똑히 봤습니다."(2000년 10.19 송신도 최종진술서)

"다만 전쟁은 하지말아. 다시는 전쟁을 하지 말라고. 전쟁을 하면 뭐든지 다 끌고가서 나라를 위한다면서 다 죽이지 않느냐고. 그것이 가장 괴로운 것이니까. 그런 짓을 다시는 하면 안돼."

*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 재일 ‘위안부’ 피해자 송신도의 투쟁>

재일 위안부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 (엮은이), 김민화 (옮긴이)/ 보더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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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다가는 윤석열 판결도 개판…조희대 탄핵! 법비들 응징!”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6/02/0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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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완전 단죄’를 명령하는 민심을 거스르며 ‘내란 옹호 무죄 판결’을 내놓는 조희대 사법부에 열받은 연인원 4,400여 시민(주최 측 추산)이 7일 오후 4시 대법원 앞에 모였다.

 

  © 김영란 기자


이날 촛불행동이 주최한 ‘내란청산 국민주권실현 177차 촛불대행진’은 부제를 “조희대를 탄핵하라! 국힘당을 해산하라!”에서 “조희대를 탄핵하라! 법비들을 응징하자!”로 바꿔 열렸다.

 

촛불행동이 부제를 바꾼 건 지난주 우인성 판사가 1심 재판에서 김건희의 주가조작, 공천 개입에 무죄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이번 주에도 내란세력에 힘을 싣는 상식 밖의 판결을 내놨기 때문이다.

 

이에 촛불행동은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1심 선고가 나오는 오는 19일까지 촛불대행진의 부제를 “조희대를 탄핵하라! 법비들을 응징하자!”로 정했다. 또한 같은 기간 조희대 탄핵, 윤석열 사형 선고를 위한 집중 투쟁 기간으로 결정했다.

 

구본기 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촛불 국민속으로’를 진행하기에 앞서 조희대 사법부가 “국가대표 악당(김건희와 명태균 등)”에게 “줄줄이 무죄, 줄줄이 봐주기 판결”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가다가는 윤석열 판결도 개판으로 나는 것 아니겠나!”라면서 “조희대 사법부의 재판 기조는 (내란세력을) 최대한으로 봐주고, 최대한으로 무죄 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시민은 구 공동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저것들은 사법부도 뭣도 아니다! 그냥 개법부고, 범죄자들이고, 저것들한테 사법부라는 호칭 붙일 필요도 없다!”라면서 주권자의 힘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끌어내리고, 법비들을 응징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 구본기 공동대표와의 대담에서 열변을 토하는 시민.  © 김영란 기자

 

본집회 사회를 맡은 김지선 서울촛불행동 공동대표는 “조희대 사법부는 자신들의 내란 동조 범죄에 면죄부를 받기 위해 내란범들을 풀어줄 결심을 한 것”, “그래서 우리 국민이 조희대를 즉각 탄핵하라고 했던 것”이라며 “내란에 부역했던 조희대 사법부에 무슨 내란 단죄를 맡긴단 말인가!”라고 외쳤다.

 

또한 “이제 ‘설마’라는 생각 완전히 버려야 한다. 모두 광장으로 모여야 한다”라며 “내란을 막고 1년이 지나서 내란범들이 풀려나는 꼴을 볼 수 없지 않겠는가!”라고 역설했다.

 

“내란세력 최후보루 조희대를 탄핵하라!”

“내란단죄 가로막는 법비들을 응징하자!”

“내란수괴 윤석열에게 사형을 선고하라!”

“특급범죄자 김건희 하수인 법비들을 응징하자!”

 

시민들이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힘차게 구호를 외쳤다.

 

이정권 경기촛불행동 공동대표는 기조 발언에서 “법비 우인성의 김건희 무죄 판결, 법비 김인택의 명태균·김영선 무죄 판결, 법비 오세용의 곽상도와 아들 50억 뇌물 무죄 판결. 그야말로 법비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 “이성을 잃고 이판사판 물불을 가리지 않고 여론의 눈치도 보지 않는다”라면서 “이것은 재판이 아니라 개판이다. 이것은 판결이 아니라 범죄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조희대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 재판 파기환송을 주도했던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국회에 나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정당하게 재판을 했다고 대놓고 거짓말을 늘어놓았다”라며 “국회와 국민을 대놓고 농락하는 자들이 바로 조희대 사법부”라고 규정했다.

 

계속해 “조희대 사법부는 이제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지귀연의 윤석열 내란 1심 선고에서 내란 무죄를 노리고 있을 것”이라면서 “지금 정치권이 해야 할 가장 첫 번째 임무는 조희대 탄핵이다. 조희대 탄핵이 법비들의 폭주와 난동을 제압할 수 있는 길이다. 조희대 탄핵이 바로 내란 단죄의 시작!”이라고 확언했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사법부의 행태를 요목조목 규탄해 온 무소속 최혁진 국회의원도 발언했다.

 

최 의원은 “대검찰청과 대법원은 국민을 지키라고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그런데 지금 뭐가 됐나? 내란세력의 개노릇을 하고 있다”라며 “개혁해야 한다!”, “뒤집어엎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파기환송 주심 판사(박영재)를 법원행정처장에 앉히고 법사위에 인사를 보냈다. 이건 무엇이겠는가? 국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내란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국민 앞에 사죄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덤빌 테면 덤벼보라는 그 마음, 그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분개했다.

 

또한 다른 의원들과 지난해 12월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을 공동 발의했다며 그 이유에 관해 과거 인혁당 사건 등으로 시민들을 간첩으로 조작해 사법 살인한 사법부가 여전히 “아무 반성”이 없고, “저도 어린 시절에 가족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어마어마한 고통과 시련을 겪었다. 나중에 커서 보니 이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이 한두 사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국가보안법은 “기득권, 특권세력의 재산과 세습권력을 지키는 법”이라며 “국가보안법을 칼자루로 쥐고 앉아서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저들(대검찰청, 대법원)”이 “국가보안법을 무기” 삼아 “동지 여러분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 촛불이 “횃불이 돼야 한다”, “저도 국회에서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라며 법 왜곡죄를 통과시키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해 국민을 위한 나라를 앞당기겠다고 다짐했다. 

 

  © 김영란 기자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은 최근 조희대 사법부의 판결을 언급하며 “판사들은 양심 없다!”, “법을 왜곡하는데 이 사람들을 벌 줄 방법이 없다!”, “판사들은 자기들이 아무리 법을 왜곡해도 자신들을 건드릴 법이 없다고 해서 기고만장하고 있다!”라며 “알고 봤더니 얼굴 다르고 이름 다른 지귀연이 너무 많다”라면서 김건희, 명태균, 김영선, 곽상도 등에게 무죄 판결을 한 판사들의 이름과 사법부가 자행한 간첩 조작 사건을 쭉 열거했다.

 

그러면서 “최대한 빠르게, 설 (연휴) 전에 국회가 법 왜곡죄를 통과시킬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자”라고 호소했다.

 

김기수 강남서초촛불행동 회원은 “내란 법비들이 이토록 날뛰는 이유”에 관해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공범이기에 자기 살길 찾기에 나섰고, 조희대 사법부를 탄핵해야 할 국회가 자기 역할을 못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회를 향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당신들만의 지방선거 승리가 아니라, 우리 국민이 요구하는 ‘내란세력 척결’을 통한 대한민국의 승리”로 만들어야 한다며 “지금 당장 조희대를 탄핵하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종일 영하권의 혹한이었음에도 촛불광장은 시민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시민들은 촛불대행진 무대에서 첫 공연을 펼친 안성평택촛불행동 합창단의 「누가 죄인인가」 공연을 즐기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이 노래 「바위처럼」에 맞춰 추는 율동을 흥겹게 따라 하면서 추위를 날려 버렸다.

 

또한 ‘내란 단죄 가로막는 법비들’의 얼굴 사진이 담긴 대형 현수막을 조각조각 찢는 상징의식을 함께했다.

 

시민들은 고속터미널 방향으로 행진하며 주권자가 앞장서 법비들을 응징하겠다는 기세를 드높였다.

 

촛불행동은 설 연휴가 시작되는 오는 14일에 긴급 촛불대행진, 윤석열 1심 선고일인 19일에 긴급 촛불집회를 진행한다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다.

 

  © 김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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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안양에서 온 시민- “조희대 사법부가 있는 한 절대 내란 종식이 되지 않는다. 저기 있는 조희대를 끌어내려야 한다!”  © 김영란 기자

 

▲ 왼쪽부터 이정권 공동대표, 최혁진 의원.  © 김영란 기자

 

▲ 왼쪽부터 방학진 기획실장, 김기수 회원.  © 김영란 기자

 

▲ 안성평택촛불행동 합창단의 「누가 죄인인가」 공연.  © 김영란 기자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의 「바위처럼」 율동 공연.  © 박명훈 기자

 

▲ 극단 ‘경험과상상’이 「촛불대행진」, 「내란청산별곡」, 「단결한 민중은 패배하지 않는다」, 「국민주권찬가」 노래 공연을 했다.  © 김영란 기자

 

▲ 상징의식  © 김영란 기자

 

  © 이영석 기자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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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후 노래 모임 ‘다시부를노래’가 정리집회에서 「탄핵해」, 「탄핵만이 답이다」, 「신발끈 고쳐 매고」를 노래했다.  © 이영석 기자

 

▲ 다시부를노래의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함께 율동을 추는 시민들.  © 이영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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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의 수상 소감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결국 나아갈 것"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상식에서 '성폭력 수사·재판 특별 디딤돌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피해자 김산하(가명)씨, 장도국 대책위원장, 도담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 전선정

연극계 성폭력 피해자가 연대자로서 무대에 섰다. 배우로서 여러 번 오른 무대였지만 상을 받기 위해 무대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때 피해를 겪은 것에 침묵했던 그는 이제 입을 열어 수상 소감을 말한다.

김산하(가명)씨는 4년 전 연극계 동료들, 광주여성민우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과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아래 대책위)'를 만들었다. 피해 당사자인 그는 문제를 공론화하고 연극계 권위자로 불렸던 이들을 고소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 엄벌을 촉구하고 권위주의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 노력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가 매년 선정하는 '특별디딤돌상'으로 이어졌다. 전성협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장과 반성폭력 의식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에서 시상식이 열린 4일 오전 산하씨와 장도국 대책위원장(배우), 도담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를 만났다. 이날 산하씨는 "피해자로서 대책위 활동을 하며 힘들었던 순간도 분명히 있었지만, 구성원들 덕분에 놓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라며 "최근 재판에서 힘 빠지는 일들이 있었지만, 연대의 힘을 믿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라고 밝혔다.

대책위 출범 전, 산하씨에게 가장 먼저 도움을 준 연극계 동료 도국씨는 "지금 순간만을 특별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라며 "2심 재판이 진행 중인데, 위기의 순간을 또 마주한 것 같아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분들의 연대와 응원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누군가에게 용기가 된 내 이야기"

광주 연극계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산하(가명)씨와 장도국 사건해결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전선정

- 수상을 축하드린다.

산하 "뜻깊은 상을 받아 감사하고 기뻤다. 최근 2심 재판을 받으며 한창 힘들었다. 다시 힘을 내 이 싸움의 의미를 찾으라는 뜻에서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도국 "같은 마음이다. 대책위는 그 동안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했고 치유와 회복의 과정을 함께 겪었으며반성폭력적인 제도를 마련하고자 노력했다. 이런 과정들에 좋은 의미를 부여하고 인정해줘서 감사하다."

도담 "대책위는 사법적 처벌을 촉구하는 것을 넘어 또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지 않기 위해 연극계의 권위주의적 환경을 바꿔내려는 활동까지 이어갔다. 지난해 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시행한 공연예술계 성불평등 실태조사 과정에서도 소위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활동을 이어나가는 불합리한 구조를 짚는 등 큰 역할을 했다."

- 당사자로서 공론화에 나서고, 적극 활동하는 것에 어려움은 없었나.

산하 "사법 절차만 밟을지 공론화도 할지 100일 가까이 고민했다. 피고인들은 연극판에서 소위 말하는 주류로 왕성히 활동하고 있었다. 공론화를 하지 않으면 그들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공론화는 또 발생할지 모르는 피해를 막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책위 회의에 거의 매번 참여하며 힘들었던 순간도 분명 있었다. 특히 사건 초반에는 경찰에서 했던 진술을 대책위 회의에서도 이야기하며 과부하가 오기도 했다. 또 사건의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래도 오히려 단단해졌다. 상처 받으면서도 놓지 않았다. 정말 열심히 활동했기에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아, 끝났다'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대책위가 여기까지 끌어줬다. 감사하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지난 2022년 6월 29일 오전 광주 동구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광주 연극계 권력형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고 엄중한 수사와 처벌, 성폭력 전수조사 및 징계, 재발방지책 마련, 지지와 연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 소중한

- 연대의 힘을 가장 크게 느꼈던 대책위 활동이 있다면.

산하 "대책위에서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매년 떠나는 캠프가 기억에 남는다. 2022년 한창 경찰 조사에서 2차 가해성 발언을 들으며 정말 힘들었을 때도, 구성원들과 함께하며 그 순간만큼은 머리를 비울 수 있었다. 2024년 캠프도 특별했다. 그해 5월 광주 퍼포먼스 아트계에서도 공론화된 성폭력 사건이 있었는데 그쪽 대책위화 함께한 캠프였다. 피해자 분과 만나 대화를 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대화를 나누며 내 사건을 지켜보고 지지를 보내는 사람이 정말 가까이에 있다고, 내 사건이 어떤 씨앗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웠지만, 그 분이 내 이야기로 힘을 얻는다는 것에 나도 힘을 얻었다. 그리고 무너지지 않게 책임감을 갖자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그분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피해자답길 원하는 법원"

- 1심 재판에서 극단 대표 A씨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산하 "5년 전 성폭력으로 인한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진단 받았다. 머리를 감거나 길을 걷다가도 특정한 장면이 눈 앞에 보여 그걸 깨기 위해 소리를 지르곤 했다. 그런 내가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PTSD 증상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나를 이해하게 됐다. (재판에서) A와 그 측근들이 이 인과관계를 부정할 때마다 힘들었는데 1심 재판부가 그 인과관계를 인정했다."

도담 "1심 재판부는 피해 이후 발현된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피해자들이 사법 절차를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중요한 판례를 남겼다. 그런데 A는 지금도 산하의 PTSD가 자신의 범행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디 2심 판결에서도 A에 대한 유죄가 유지되기를 바란다."

- 2심 재판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산하 "2심 재판을 시작하며 판사가 '이건 고소인의 재판이기도 하지만 피고인의 재판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피고인 중심의 이야기 같아 의아했지만) 판사는 그런 (공정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말을 문제 삼고 싶지 않다. 다만 판사가 '고소인의 재판'이라고도 했는데 재판 과정에서 '내 재판이 아닌가' 싶은 일이 발생했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하나를 말하자면 검사가 나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겠다고 신청한 적이 있다. 이때 나도 참여 의사를 밝혔는데 판사가 '필요 없다'며 기각했다. 이 시점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아 무력감을 느꼈다."

도국 "물론 재판부가 피고인의 주장에 대해 피해자 측에 확인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묻는 방식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심 재판에서 판사가 '이걸 왜 사건 발생 10년이 지나고 나서야 공론화했냐'고 산하에게 질문했다. 이건 판사가 어떻게 묻느냐에 따라 답변이 달라질 수 있다. 그 질문으로 피해자는 위축돼 신문 내내 하고자 했던 말을 잘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

산하씨가 마지막 연출을 담당한 광주의 한 극단. 2022. 06. 28. ⓒ 소중한

- 이 사건 외에도 여러 연극계 성폭력 사건 재판을 방청했다.

도국 "재판을 방청할 때마다 재판부가 피해자다움을 지나치게 요구해 피해자로 하여금 삶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피해자가 피해자다움만을 움켜쥐며 살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 여러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 사람의 성격이나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모습이 피해자다움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법원은 그런 모습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다. 사건을 공론화하고 고소 이후 산하가 했던 모든 실천은 객관적 증거로 입증할 수 있다. 만나서 회의하고 통화했던 수백 시간, 자신의 사건을 넘어 다른 피해자와 연대했던 시간들... 나는 재판부도 법정 바깥의 일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와 연대자가 약 4년 간 온몸으로 나서 하나하나 만들어간 변화들, 그리고 그 변화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알려고 노력해줬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산하 "힘든 순간들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거다. 하지만 2018년 미투, 2022년 대책위 활동 등 우리 사회가 쌓아온 용기와 연대의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일들은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우리 사회가 결국은 나아갈 거라고 믿는다."

산하씨는 처음 들어간 극단의 대표 A씨와 작가·연출가 B씨, 다른 극단의 대표 C씨를 강간, 강제추행 등 혐의로 2022년 6월 고소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A씨에게 징역 3년형을, B·C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며,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광주연극계성폭력사건해결대책위원회가 4일 오전 11시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시상식에서 '성폭력 수사·재판 특별 디딤돌상'을 수상했다. 왼쪽부터 도담 광주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활동가, 피해자 김산하(가명)씨, 장도국 대책위원장. ⓒ 전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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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먹튀 자본, 정부 '관망' 속 노동자 임금도 못 받아… 마트노조, 26일 단식 한달만에 다시 단식농성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2/08 10:23
  • 수정일
    2026/02/08 10:2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6.02.07 19:30
  •  
  •  댓글 0
 
 

임금 미지급에 구조조정 예고까지
“다 회복도 하기 전에 3차 단식”
아직도 MBK 자구책 기다린다는 정부

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5일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과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 ⓒ 김준 기자
7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5일차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과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 ⓒ 김준 기자

정부가 MBK 홈플러스 먹튀 사태를 구경만 하는 동안, 2만여 명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임금도 받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회생 시한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이에 안수용 홈플러스 지부장은 다시 곡기를 끊었다. 3번째 단식, 5일째를 맞았다.

지난 12월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적극 나서겠다”던 정부는 아직도 홈플러스 사태에 어떤 실질적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을 향한 처벌도 요원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5일, 김병주를 비롯한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 경영진의 추가 부정거래 혐의를 포착하고 검찰에 통보했지만, 지난달 14일 재판부가 MBK 경영진들의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하면서 수사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소비자와 노동자들에게 돌아갔다. 납품업체들이 대금을 받지 못해 물건 공급을 줄이거나 끊으면서 평소의 절반도 안 되는 상품이 진열되고 있다. 매대가 텅텅 비면서 피해가 소비자에게까지 미치는 상황이 된 거다.

2만여 명의 노동자들은 자금 고갈을 이유로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임금을 나누어 지급하는 등 유동성 위기가 극에 달한 상태인데, 줄지은 폐점으로 길거리에 내몰릴 위기까지 처했다. 

MBK 측은 인수합병까지 점포 폐점은 없다고 약속했으나, 사실상 파기된 상태다. 현재까지 17곳의 폐점이 확정됐고, MBK의 회생계획안에 따르면 추가로 41곳이 더 폐점될 예정이다. 수만 명의 노동자가 일터를 잃게 되는 거다. 

 

안 지부장과 강우철 위원장이 단식에 나선 결정적인 이유다. 이들은 설 명절 전까지 정부가 사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투기자본을 규제할 입법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단식 5일 차에 접어든 안 지부장은 “2차 단식 때 회복이 다 되진 않았지만 그만큼 절박했다”고 밝혔다. “아직도 정부는 MBK가 자구책을 마련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은 정부를 향해 더 강하게 압박할 예정이다. 함께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강우철 마트노조 위원장은 “9일 결의대회를 연 뒤, 단식자들이 더 나올 것”이라며 “정부가 투기자본 MBK의 책임을 엄중히 묻고 정부 주도의 정상화 방안을 제시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 경고했다.

마트노조는 9일 MBK 앞에서 임금체불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청와대 앞에서 국민대회를 이어갈 예정이다. 10일에는 무기한 단식농성단을 꾸려 광화문 월대 앞에서 삼보일배를 진행하며 정부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요구안은 ▲정부는 설 명절 전 홈플러스 사태 해결 방안 마련 ▲경영 실패 책임 있는 부도덕한 회생관리인 즉각 교체 ▲기업 파괴하는 투기자본 규제 입법 처리 ▲체불임금 해결 및 10만 노동자·입점업주 생존권 보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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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이태원까지 끌어온 ‘극우 음모론 총집약’···전한길·이영돈이 만든 ‘조작된 내란’ 관람기

수정 2026.02.0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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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 포스터. 온라인 갈무리

“비상계엄이 치밀하게 짜인 민주당과 좌파들의 공작에 의해 떠밀려서 이뤄진 것일 가능성은 생각해보지 않으셨습니까? 2024년 12월3일은 내란이 아니라 거대 야당의 체제 전복이 완성된 날입니다.”

- 영화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 중

한국사 강사 출신 유튜버 전한길씨와 이영돈 PD가 제작한 영화 <조작된 내란, 감춰진 진실>은 이런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지난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계엄 선포를 ‘민주당의 공작에 의해 강요된 선택’으로 규정합니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마저 ‘정권 탈취를 위한 거대 시나리오’의 일부라고 주장합니다.

기존 극우 음모론 ‘총집약’···60대 중후반 다수, 2030 남성들도

개봉 당일 서울 대학로 CGV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이 영화를 봤습니다. 영화는 주로 기존 극우 유튜브 담론을 집약·재구성했습니다. 개봉일에 모인 관객들은 영화 내용에 적극적으로 호응했습니다.

평일 저녁이었는데도 상영관 좌석의 약 80%가 찼습니다. 관객 다수는 60~70대로 보였습니다. 부부로 보이는 분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20~30대 남성도 일부 있었는데 젊은 여성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보는 내내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떠올랐습니다. 영화 제작자이기도 한 이 PD가 사회자처럼 다큐멘터리를 이끕니다. 자료 대부분은 기존 언론 보도와 방송 화면입니다. 여기에 극우 유튜버 ‘그라운드C’, 박주현 변호사,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헌법학자 허영·황도수 교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등의 인터뷰가 들어갔습니다.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기 보다는 기존 음모론을 연결해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엮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영화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박근혜 정부 탄핵과 윤석열 정부 탄핵은 모두 민주당의 정권 탈환 시나리오에 따른 결과”라는 것입니다.

이상한 과학의 나라 ACE

“세월호·이태원 참사, ‘정권 탈취 도구’”

영화는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부정선거 음모론을 뒷받침하는 핵심 소재로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세월호 침몰 장면과 함께 희생자들이 당시 배 안에서 직접 촬영한 영상이 그대로 나옵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해밀턴호텔 골목에서 시민들이 깔려 구조를 기다리던 장면도 여과 없이 등장합니다.

영화는 세월호 참사를 “박근혜 대통령 개인에 대한 신뢰를 회복 불능 상태로 파괴하기 위한 감정적 기폭제”로 규정합니다. “세월호의 슬픔은 분노로 전환됐고, 그 분노는 대통령을 끌어내릴 준비를 마쳤다”는 식의 주장이 이어집니다. 이른바 ‘사라진 7시간’ 역시 조작된 서사라고 주장하며,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핵심 증거였던 태블릿PC의 ‘조작설’도 다시 꺼내 듭니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나오자 일부 관객은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세월호 추모 장면이 나올 때는 욕설이 터져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화는 이태원 참사에 대해 “가파른 골목길에서 많은 젊음이 숨조차 쉬지 못한 채 쓰러져 갔다”고 표현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국민께 죄송하다며 진상을 철저히 밝히겠다고 했고, 경찰의 부실한 초기 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고 강조합니다.

이 PD는 “민주당은 사회적 비극과 국민적 분노를 대통령 개인에게 표적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며 “국가적 슬픔을 오직 대통령 개인을 향한 분노의 서사로 변질시켰다”고 했습니다. 이어 “(참사가) 오래전부터 기획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두 사건 모두 비극적 사고였지만,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책임론으로 귀결되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밟았다”고 주장합니다.

“계엄, 선거 체제 바로잡기 위한 경고”…‘국민저항권’으로 귀결

영화는 12.3 불법계엄을 “부정선거로 거대 야당이 된 민주당에 대한 경고이자 국민 계몽”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참사와 선거 조작을 이용해 의회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이 노란봉투법, 방송3법 발의 등을 통해 국정을 마비시키고, 고위 공직자들을 줄줄이 탄핵해 결국 윤 대통령이 계엄 외에는 선택지가 없도록 만들었다는 겁니다. 국민을 위한 결단이었기에, 내란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 간 투표율 차이를 문제 삼는 장면도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부정선거를 주장하며 사전투표를 기피하도록 선동해온 당사자들의 책임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증언하는 장면이 나오자 객석에서 다시 조롱, 비아냥, 욕설이 이어졌습니다.

영화는 “정치적 판단에 의한 유추”라며 대통령 연임을 목적으로 한 개헌이 되고, 민주당이 200석 이상을 차지해 이재명 대통령이 2030년까지 집권할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습니다. 그리고 그 결론은 “국민저항권밖에 없다”로 이어지고 전한길씨의 “싸우자”라는 집회 연설 장면으로 끝납니다.

상영이 끝나고 박수를 치는 관객이 많았습니다. “다들 기운 내세요”, “이런 건 넷플릭스에 올려야 한다”는 말이 객석 곳곳에서 들렸습니다.

“쿠데타로 세력 제압해야”···“마두로 체포하듯 잡아갔으면”

교회 모임에서 단체로 영화를 보러 왔다는 박모씨(72)는 “이미 유튜브로 다 알고 있던 내용이지만 전한길 선생님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왔다”며 “조만간 미국에서 부정선거 수사가 시작되고 중국과 연계된 시스템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은평구에서 배우자와 함께 왔다는 박신영씨(58)는 “이런 영화는 학교에서 틀어줘야 한다”며 “모든 것이 중국 공산화 전략과 맞물린 거대한 흐름”이라고 했습니다. 박씨는 또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같은 사람이 나와서 힘을 쓰시거나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서 세력을 제압하지 않는 한 답이 없다”며 “마음 같아서는 트럼프가 마두로를 잡아가듯이 (이재명 대통령을) 잡아갔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박씨의 남편 정인철씨(58)는 “기성 언론은 다 거짓이지 않나. 유튜브로 공부한 지 10년이 넘었다”며 “사전선거를 없애기 위해 국민투표를 부쳐야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인천에서 혼자 온 김서진씨(28)는 “세월호 참사도 민주당의 계략이었다는 게 인상 깊었다”며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그땐 민주당은 공산주의에 반민주주의로 뭉친 집단인 줄은 몰랐다”고 했습니다.

“음모론 재포장···극우 담론의 ‘준거’ 될 우려”

김종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 영화는) 그동안 축적된 부정선거 음모론을 재포장한 것에 가깝다”며 “새로운 정보나 독창적 프레이밍이라기보다는 기존 담론의 ‘완결판’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러한 ‘재포장’이 그 자체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산발적이던 음모론들을 하나의 일관된 서사로 엮고 ‘다큐멘터리’라는 형식으로 고정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우 담론 생태계 내에서 준거 텍스트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법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도 했습니다. 명예훼손이나 선거법 위반으로 대응하면 “탄압받는 진실”이라는 프레임이 강화되고, 방치하면 이런 콘텐츠가 누적된다는 겁니다. 김 교수는 “세월호, 이태원 참사를 극우 서사에 통합하려는 시도는 참사의 기억과 정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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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숨통 끊고 노동자 사지로 모는 ‘재벌 배송’ 중단하라

  • 기자명 최윤수 현장기자
  •  
  •  승인 2026.02.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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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견제’ 핑계로 풀어놓은 재벌이라는 늑대
도심 속 ‘다크 스토어’의 습격, 실핏줄 끊기는 지역 경제
노동자의 건강권과 맞바꾼 ‘죽음의 레이스’
소상공인의 절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대형마트의 심야 영업 제한 시간에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소상인과 노동자들이 이를 ‘골목상권 말살’이자 ‘살인 노동 확대’로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등 6개 단체는 6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형마트 심야 배송 허용 논의’ 중단을 촉구했다.

‘쿠팡 견제’ 핑계로 풀어놓은 재벌이라는 늑대

정부와 여당은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 허용이 쿠팡 등 거대 이커머스 공룡을 견제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쿠팡 사태의 본질은 대형마트의 심야 배송을 막아서가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독점을 방치한 결과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은정 협동사무처장은 "늑대 막아달랬더니 울타리 안에 다른 늑대 풀어놓겠다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라며, 플랫폼 규제는 회피하면서 유통 재벌의 규제만 푸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결국 거대 고래들의 싸움에 동네 슈퍼와 전통시장 상인 등 새우들의 등만 터지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다.

도심 속 ‘다크 스토어’의 습격, 실핏줄 끊기는 지역 경제

대형마트가 심야 배송을 시작하면 전국의 매장은 사실상 거대한 ‘다크 스토어(물류 거점 매장)’로 변모하게 된다. 이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대형마트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1~3시간 내 배송하는 ‘퀵커머스’ 시장에 대기업 자본이 전면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김성민 공동회장은 이를 "골목상권의 마지막 보루인 즉시성과 근접성마저 빼앗겠다는 선전 포고"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배달 플랫폼의 물류센터가 들어선 지역에서 편의점 매출이 8.4%, SSM 매출이 9.2% 감소했다는 자료는 대기업의 배송 공세가 얼마나 파괴적인지 보여준다. 한국마트협회 박용만 회장 또한 이번 조치가 "우리 중소마트 종사자들에게는 사망 선고와 다름없다"라며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노동자의 건강권과 맞바꾼 ‘죽음의 레이스’

심야 배송 확대는 노동자들을 다시금 과로사의 위험으로 내모는 일이다. 새벽 배송은 단순히 배송 노동자뿐 아니라 상품을 준비하고 옮기는 수많은 노동자의 심야 노동을 강제하기 때문이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강민욱 부위원장은 "노동자의 생명보다 더 중요하고 더 시급한 배송은 없다"라며, 이미 쿠팡에서 벌어지는 초장시간 야간 노동의 고통이 대형마트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마트 노동자들이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유일한 ‘인간다운 시간’이었으나, 규제 완화는 이 최소한의 휴식권마저 빼앗는 처사라는 주장이다.

소상공인의 절규, "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경기북부 슈퍼마켓협동조합 정연희 이사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우리 잘 살게 해 준다고 했으니까 참았다"라며 현 정부의 배신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제라도 대통령과 여당은 소상공인과 중소 자영업자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과 법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라고 촉구하며, 규제 완화 논의를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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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기각에 환히 웃은 곽상도 "난 피해자, 그만 좀 괴롭혀라"

곽상도 전 의원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뒤 입장을 밝히며 미소를 짓고 있다. 이날 법원은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곽 의원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공동취재] ⓒ 연합뉴스

공소기각 선고를 받은 곽상도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소회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활짝 웃으며 아래와 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을 '피해자'라 칭했다.

"제가 1차 수사로 기소돼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차 수사로 기소돼서 오늘 공소 기각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기간 사이에 지금 5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갔습니다. 제 잃어버린 명예랑 모든 것들을 어떤 식으로 제가 보상 받아야 할지 정말 답답합니다. (중략) 저는 이 과정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튀어나온 피해자거든요."

곽상도 전 의원은 "돈들의 성격이나 경위 이런 것들을 검사들이 조사를 안 한 상태로 그냥 기소를 했다"라며 "저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이런 일들이 생겨났는지가 정말 의문스러울 지경"이라고 밝혔다.

그는 '검찰을 향해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많다"라고 답했다. "수사 과정에서 조사했던 증거라든가 이런 자료들이 전부 지금 다 배척 다 당했지 않았나. 그럼 그 기간 검사들이 했던 행위가 다 불법이고, 공소권 남용이라는 판단을 받은 거다. (이런데도) 검사들이 항소를 할까, 안 할까"라고 되물었다.

왜 공소기각인가

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3부(재판장 오세용 부장판사)는 곽상도 전 의원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사건 선고공판에서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곽 전 의원 아들 병채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의 경우 ▲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 부분에 벌금 500만 원을 ▲ 범죄수익은닉죄 혐의 부분에는 곽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공소기각은 형사재판에서 검사가 제기한 소를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을 뜻한다. 위법한 공소 제기라고 판단해, 유무죄 판단에 나아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것이다. 곽 전 의원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만 1심을 두 번 받는 특별한 사람이냐"며 검찰의 이중기소를 문제 삼았고, 법원은 그의 주장을 100% 받아들였다.

곽 전 의원은 아들이 50억 원을 받은 한 가지 행위를 두고 ① 2022년 뇌물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됐고, ② 2023년에는 범죄수익은닉 혐의로 재차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가 이중기소라고 판단한 이유다.

검찰은 지난 2022년 2월 곽상도 전 의원이 김만배씨 청탁을 받고 사업에 도움을 준 대가로 아들 곽병채씨를 통해 50억 원(세금 등 제외 25억 원)을 받았다면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1년 뒤,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곽상도 피고인의 아들 곽병채에게 화천대유가 지급한 50억 원은 사회 통념상 이례적으로 과다하다"라면서도 "아들 계좌로 입금된 성과급 중 일부라도 피고인에게 지급되는 등 사정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 증거만으로 아들에게 지급된 돈을 피고인에게 지급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은 어렵다"라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 기소 사건에서 무죄가 나온 뒤 검찰은 수사인력을 보강하고 추가 수사에 나서 2023년 10월 곽 전 의원과 아들 병채씨를 함께 재판에 넘겼다. 이후 첫 번째 기소 사건 항소심 재판이 멈추는 동안, 추가 기소 사건 1심 재판이 진행돼 이날 판결 선고가 이뤄진 것이다. 재판부는 추가 기소를 '검찰의 자의적 공소권 행사'라고 지적했다.

검사는 곽상도와 김만배에 대한 선행 사건 항소심 절차 대신, 이 사건 공소 제기를 통해 1심 판단을 두 번 받아 선행 판결 무죄 결론을 뒤집고자 하는 의도를 갖고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했다. 이를 통해 곽상도와 김만배는 사실상 동일한 내용으로 1심 판단을 두 번 받게 되는 실질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들 병채 사건, 공소권 남용 아니지만... 무죄"

곽상도 전 의원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를 마친 후 입장을 밝히며 미소짓고 있다. 이날 법원은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곽 의원에 대한 공소를 기각했다. 2026.2.6 [공동취재] ⓒ 연합뉴스

재판부는 아들 병채씨에 대해서는 "검사 기소가 곽병채에게 실질적 불이익을 가했다거나 소추 재량을 일탈했다 보긴 어렵다"라며 "공소권 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결론은 무죄였다.

재판부는 "곽병채가 김만배로부터 50억 원으로 증액된 성과급을 지급받기로 한 것에 일부 관여했다"라면서도 "이를 두고 곽병채가 곽상도의 의사 하에 대리인으로 뇌물을 받았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범죄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뇌물 혐의를 인정하려면 곽 전 의원과의 공모 관계가 성립해야 한다"라면서 "곽상도가 하나은행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 알선 대가로 김만배로부터 50억 원 수수를 약속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만배씨에게 정치자금법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김씨가 곽 전 의원에게 전달한 후원금이 화천대유 관련 자금이기 때문에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곽 전 의원도 첫 번째 사건 1심 판결에서 아들 50억 원 성과급을 둘러싼 주된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치자금법 위반은 유죄(벌금 800만 원, 추징금 5000만 원)였다.

한편, 곽 전 의원은 법원을 떠나며 '(멈춰있는 첫 번째 기소 사건) 항소심을 어떻게 준비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더 이상 판단 받을 게 있겠냐. 똑같은 내용으로 2년 재판했는데 검찰은 더 제출할 자료도 없고 우리도 충분히 자료를 다 냈다. 이제 좀 그만 좀 괴롭혀라. 잘 좀 부탁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곽상도#김만배#공소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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