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李 정부 ‘정상외교 슈퍼위크’ 시작, 한겨레 “국익과 실용 최우선”

[아침신문 솎아보기] 아세안+3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정상외교 슈퍼위크’

경향신문 “트럼프·시진핑 방한, APEC 실용외교 진면목 보일 기회”

트럼프 ‘북한 일종의 핵보유국’…중앙일보 “북핵 인정 계기 돼선 안돼”

조원철 ‘이재명 무죄’, 조선일보 “법제처장이 대통령 개인 변호 자리인가”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10.27 07:39

▲ 지난 8월 한-일 정상회담 등을 위해 출국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리고 이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개최되는 등 이재명 정부가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맞는다. 27일 주요 신문에선 이재명 정부를 향해 ‘국익 중심 실용외교’ 역량 발휘를 당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통해 온라인 스캠 범죄 대응 공조 방안을 집중 논의한다. 같은 날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를 한 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달 31일부터 11월1일까지 열리는 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등 21개 회원국 정상 등이 경북 경주에 모인다. 이번 회의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의 상용화라는 전지구적 변화의 물결, 미국발 관세 전쟁이 초래한 정세적 혼돈 속에 열리며 글로벌 경제와 새로운 국제 질서의 향방을 가늠할 외교 무대가 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이 차례로 이뤄질 예정이며, 한-일 정상회담 일정도 조율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깜짝 회동’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현지 시간) 북한을 “일종의 핵 보유국”으로 칭하며 김 위원장이 연락해 온다면 만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동아일보는 1면 기사 <트럼프 “北, 일종의 핵보유국” 김정은 만남 제안>에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보유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방한 기간 김 위원장과의 ‘깜짝 회동’에 나설 의지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라며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며 핵 폐기 대신 핵 동결 또는 핵 군축 협상으로 방향을 전환한 것을 시사한 것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한겨레는 APEC 정상회의의 또 다른 관심거리로 ‘경주 선언’이라 이를 만한 공동선언이 나올 것인지, 나올 경우 ‘자유 무역’ 관련 언급이 포함될지를 꼽았다. 한겨레는 기사 <미·중 정상 첫 동시 국빈방한…20개국 정상들 숨가쁜 외교전>에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아펙 정상회의 공동선언에는 모두 ‘세계무역기구(WTO)가 그 핵심을 이루는 규칙 기반의 다자간 무역체제’라는 표현이 담겼다”며 “그러나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주요국 간 통상 갈등으로 자유무역 질서가 흔들리고 있어 올해 회의에서도 예년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 “외교 슈퍼위크, 이재명 정부 국익과 실용 택해야”

한겨레는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한국의 3500억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이행 방안 등을 두고 미국이 마지막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과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되, 국익과 상업적 합리성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한-중 정상회담에 대해선 “11년 만의 국빈 방문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한-중 관계 복원의 출발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당부했고, 일정을 조율 중인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선 “극우적 성향이 우려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도 긍정적인 한-일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아무쪼록 이번 아펙 정상회의는 개최국으로서 전체 회의를 안정적으로 치러내 전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계기로 만드는 것과 함께, 미·중·일 등의 양자 회담을 통해 우리 국익을 지켜내야 하는 두가지 숙제를 동시에 수행해내야 한다”며 “전방위적 외교 과제 앞에 국익과 실용을 최우선에 두고 긴장과 세심함을 잃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경향신문도 사설을 내고 이번 한 주가 “이재명 대통령이 누차 강조해온 ‘국익을 지키는 실용외교’의 진면목을 보여줄 시기”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 “난제는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의 시기·방법을 놓고 여전히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는 관세협상”이라며 “통상여건 악화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조속한 매듭이 필요하지만, APEC 시한에 맞추느라 협상 타결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이 대통령 다짐대로 ‘국익에 반하는 합의는 절대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을 가지고 막바지 협상에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한국은 의장국으로서 APEC 회원국들 간 협력을 조율하고 국제사회에 유익한 논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며 “이재명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빈틈없는 진행으로 초대형 정상외교가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의장국인 한국의 위상을 국제사회에 각인시키고 한·미, 한·중 사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전기도 마련해야 한다”며 “대통령과 외교당국자들이 각별한 긴장감을 갖고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은 일종의 핵보유국’ 발언에 대해선 우려가 나온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트럼프의 방한 중 깜짝 회동이 실제로 성사돼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한다면 그 자체로는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미국이 북한의 핵을 사실상 인정한다면 한반도는 핵의 위협 속에 놓이게 된다”며 “우리 머리 위에 핵을 이고 살아야 하는 최악의 결과다. 동북아 ‘핵 도미노’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중앙일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 목표를 위해 국제 안보 질서, 특히 동북아 핵 질서를 흔드는 일이 결코 벌어져서는 안 된다. 북·미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그 출발점은 어디까지나 ‘완전한 비핵화’가 원칙이어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이런 우려를 미국에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북·미 접촉 과정에서 한국이 배제되는 ‘코리아 패싱’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트럼프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비핵화는 물 건너 간다. ‘미국 우선주의’ 입장에서 북의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없애고 중·단거리 미사일을 그대로 두면 한국은 핵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다”며 “‘정치 쇼’를 좋아하는 트럼프 성향을 김정은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북·중, 북·러 관계가 순풍인 상황에서 ‘핵 보유’까지 언급하기 시작한 트럼프를 이용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조원철 ‘이재명 무죄’ 발언, 조선일보 “법제처장이 대통령 개인 변호 자리인가”

조원철 법제처장이 지난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5개 사건 12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데 대해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모두 무죄”라고 주장했다.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이다. 이를 두고 일부 신문에선 ‘법제처의 책임자가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는 사설을 내고 “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은 사건에 대해 법제처장이 유무죄를, 그것도 국정감사장에서 주장해도 되나”라고 물으며 “부적절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조 처장은 공직을 맡고서도 여전히 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처럼 말하고 행동한다. 전 정부 비난하더니 정권을 잡자 한술 더 뜬다”며 “조 처장 같은 사람이 계속 나오면 공직을 ‘대통령 방탄용’으로 나눠 줬다는 비판을 면키 힘들다”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중앙일보 역시 관련 사설을 내고 “법제처 수장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법제처의) 책임자가 마치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판이 중단된 상태에서 유무죄를 언급하는 것은 법적으로 무의미하며, 정치적 논란만 키울 뿐”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법제처가 정권의 ‘법률 방패’처럼 행동하거나 정치적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다면 국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의 사법 문제에 대한 평가는 법원의 몫이지 행정부 공직자가 함부로 언급할 일이 아니다. 국가 법제의 수장이 법치의 경계를 허물어선 안 된다”고 했다.

▲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도 “행정부 내 법령 해석 최고 권위 기관인 법제처의 수장이 재판 중 사건에 대해 무죄를 단정한 것은 사법 독립을 침해하고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조 처장은 이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장동·성남FC 사건 변호인으로 임명 때부터 ‘이해 충돌’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번 발언은 그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며 “법제처장에게 요구되는 것은 개인적 인연이나 정치적 신의가 아니라 헌법에 대한 존중과 국민 앞에서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내 최대 잣 생산지의 비극... 목사가 보여준 잔혹한 광경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10/27 08:57
  • 수정일
    2025/10/27 08:5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2025 환경생태 현장르포]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 반대 투쟁하는 박성율 목사

사회 차성덕(gloomy114)0

25.10.27 06:40최종 업데이트 25.10.27 06:40

박성율 목사는 길 위에 있다. 십자가와 저항의 깃발을 들고, 설교 대신 구호를 외치며 힘없는 이들 곁을 지킨다. 지난 9월, 그를 만나러 강원도 홍천을 찾았을 때도 박성율 목사는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제 막 도착한 차였다. 산황산 골프장 추가 건설 반대 목소리에 힘을 보태기 위해 직접 트럭을 몰고 다녀왔단다.

"뭐가 많죠? 투쟁할 때 필요한 모든 걸 여기 싣고 다니거든요."

집기로 꽉 찬 운전석을 치우며 그가 말했다. 트럭은 박성율 목사의 교회였다. 연대가 필요한 곳이라면 그는 어디든 달려간다. 그의 트럭이 멈춘 곳에서 열리는 '강원 생명 평화 기도회'는 10월 17일, 671차를 맞이했다. 박성율 목사가 강원도 환경운동에 앞장서게 된 것은 2008년, 골프장 건설로 살던 땅에서 강제로 쫓겨나게 된 홍천군 두촌면 괘석리 주민들을 위해 '토지난민연대'를 꾸려 목소리를 내면서부터다. 그 후로 강원도 난개발을 둘러싼 투쟁엔 늘 그가 있었다. 현재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이기도 한 박성율 목사는 지금,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시작된 7여 년 긴 싸움의 최전선에 서 있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 사람만 있다면..."

2025.6.10.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반대 기자회견 현장의 박성율 목사성덕

"국민이나 주민을 위한 개발은 아니에요. 저는 그건 확실하다고 봅니다."

풍천리는 잣으로 유명한 강원도 산골 마을이다. 1936년 일제 강점기 때 마을 숲에 심어진 잣나무들은 100년의 세월 동안 1800헥타르에 이르는 국내 최대 잣나무 숲을 이루었다. 숲에서 채취된 잣은 우리나라 잣 생산량의 70%를 책임지며 한 세기 가까이 마을 사람들의 생존을 든든히 책임지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수달,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동물의 집이기도 하다. 그런 풍천리에 양수발전소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된다면 잣나무 11만 2천 그루가 벌목되거나 훼손되고 51가구는 수몰되어 그곳에 살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당할 예정이다.

박성율 목사는 소개할 사람이 있다며 산자락 아래 다소곳이 자리한 어느 집으로 향했다.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아래 주민대책위원회) 총무를 맡고 있는 이창후의 자택이었다. 그는 대표도 부대표도 공석이 돼버린 주민대책위원회에 남은 유일한 임원이랬다.

"여기(풍천리)서 태어났어요. 어려서부터 활동했던 고향이죠. 동네 산도 물도 참 좋아요. 한여름에도 선풍기도 거의 안 틀어도 될 정도로 시원하고요. 공기도 깨끗하고, 사람들 인심도 좋고요…. 둥지가 가장 편하죠. 외지로 나갈 생각은 한 번도 안 했어요. (이창후)"

이창후에게 투쟁이니 운동이니 그런 건 먼 이야기였다. 홍천군 화촌면 풍천리에서 태어나 올해 환갑을 맞이한 그는, 양봉업과 잣을 수확하는 일로 온 생계를 꾸려왔다. 선대가 살아왔듯이 자연이 준 것에 감사하는 소박하고 순순한 삶이었다. 그런데 2018년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이장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그에게 이장은 목소리를 낮췄다. 혼자만 알고 있으라며 풍천리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서게 됐단 소식을 흘렸다. 아찔해진 이창후는 주민들에 이 소식을 알렸다. 양수발전소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무엇부터 해야 좋을지 막막했다.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 구체적인 문제 제기와 대응 방법을 함께 찾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구원투수처럼 떠오른 이가 바로 박성율 목사였다.

"'싸우다 그만둘 거면 같이 못 한다. 보상이나 다른 목적이라면 함께 할 수 없다. 끝까지 싸우겠다는 한 사람만 있다면 끝까지 하겠다.' 그게 저의 유일한 요구사항이었어요. 포기하지 않을 각오를 해야 지켜낼 수 있으니까요."

박성율 목사는 자신을 찾아온 이창후의 손을 기꺼이 맞잡았다.

박성율 목사를 가운데에 두고 이창후와 그의 어머니 허춘자님이 환하게 웃고 있다. 처음 서로 손잡았을 때의 약속처럼 박성율 목사와 이창후는 이 투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있다.성덕

박성율 목사가 합류한 주민대책위원회는 2019년 3월, 홍천군에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립 반대' 민원을 접수했다. 당시 홍천군수(허필옹)는 3월 21일 "풍천리 주민들이 원치 않는다면 양수발전소 유치를 하지 않겠다"라는 약속을 했고, 홍천군의회는 3월 28일 그 내용을 담은 공문을 발송했다. 그러나 홍천군은 약속을 번복했다. 군수가 주민들에게 했던 약속은 뒤로 한 채 4월 17일, 주민들의 알권리를 주장하며 주민 설명회를 강행한 것이다. 양수발전소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고, 박성율 목사가 덧붙였다.

그러나 군의 뜻과는 반대로 주민들은 설명회를 통해 양수발전소 건립이 추진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송전탑이 세워지고 고압선이 홍천리 일대를 지난다는 몰랐던 사실도 드러났다. 게다가 양수발전소 설립을 찬성하며 주민 설명회를 유도했던, 'A면 이장 협의회' 이름으로 전달된 주민 설명회 건의서도 이장 한사람의 뜻이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민 보상 내용 또한 불충분했다. 피해지역에 가구마다 7500만원의 보상을 준다는 소문에 대해 한수원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토지 강제수용으로 쫓겨나는 주민들에게 시세보다 3~4배 보상을 더 해준다던 것도 공시지가의 감정평가에 기준 하는 보상임도 확인했다. 쉽게 말해 당연한 것을 혜택인 양 포장한 거였다.

실상을 확인한 주민들은 분개했다. 결국 주민들은 2019년 4월 19일 밤샘 농성 끝에 홍천군수로부터 양수발전소 추진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재차 받아 냈다. 그러나 두 번째 약속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군수는 끝내 홍천 풍천리양수발전소 사업을 유치했다. 홍천리 주민들의 투쟁은 본격화했다.

민주적인 절차를 외면하는 행정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사안에 뛰어드는 만장일치 토론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이며 건강한 방식이라고 생각하는 박성율 목사는 이번 투쟁에서도 주민들이 주도하는 토론을 통해 주민대책위원회 내부 회의를 이끌었다.

"힘을 가진 소수 세력의 다수결로 중대 사안이 결정되는 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저는 모든 활동에서 전적으로 구성원 간에 만장일치를 추구해요. 회의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한 번씩 발언하는 게 기본 규칙인데요. 반대면 반대, 찬성이면 찬성이라고 자기 의견과 이유를 밝혀야 합니다. 예외는 없어요. 회의에서 발언하려면 각자가 공부해야 해요. 공부하다 보면 이 문제에 대해 알게 되고, 주인의식이 생겨요. 자기가 싸우는 이유를 스스로 알게 되니까 흔들리지 않게 되는 겁니다."

처음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걸 주저하던 주민들은 토론이 거듭될수록 자기 의견을 내는데 거리낌이 없어졌다.

"토론이 안 끝나서 2박 3일 동안 먹고 자고 한 적도 있어요. 어떤 사안이든지 만장일치를 해야 끝나니까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는 거죠. 회의 중간에 잠깐 쉬면서 담배를 태우다가도 또 서로 이야기를 나눠요. 그러면 '죽어도 아니다'라고 했던 사람도 생각이 바뀌어서 들어오기도 하고요."

이러한 주민들의 열정은 작은 성과로 이어졌다. 2024년 7월 1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립에 대한 토론회를 이끈 것이다. 이 자리엔 한수원(사업자), 홍천군(지방정부), 시민단체 3자가 참여했다. 주민대책위원회는 다시금 '끝장 토론회'를 제안했다. 끝장 토론회는 1차 토론회부터 2주 후인 7월 15일에 열렸다. 이 토론회에 참석한 한수원 측 홍천양수건설소장은 "홍천군이 양수발전소 개발을 포기하면 한수원과 산자원은 양수발전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마침내 한수원의 양수발전소 계획을 백지화시킬 수 있는 실낱같은 빛이 보이는 듯했다.

이에 주민들은 홍천군수에게 '만장일치 토론회'를 제안했다. 이제껏 주민들이 해왔듯 가장 민주적인 방식인 만장일치를 통해 홍천군과 주민 모두에게 이로운 결정을 내리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홍천군수는 '찬반 토론회'를 주장하며 주민들의 제안에 응답하지 않았다.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양수발전소 개발을 포기하길 요청하며 군수의 답이 올 때까지 군청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이들의 기다림은 나흘 동안 이어졌다. 군청에서 군수의 응답을 기다렸을 뿐인 60~80대 주민 7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퇴거 불응'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200만~300만 원씩 총 18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 법 앞에서 약자는 영원한 약자더라고요. 판결할 때 피해자의 의견이나 입장은 참조 사항일 뿐이고요... 힘 있는 자들은 편법을 일삼습니다.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법을 이용하는 거죠. 법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무기가 돼버리는 겁니다."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우리로서 양수발전소 반대는 투쟁이라기보다 몸부림이에요. 생계를 지키려는 몸부림… (이창후)"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운동을 '몸부림'이라고 한 이창후의 표현은 과장이 아니다. 양수발전소 건설이 본격화 되어 잣나무 숲이 사라지면, 잣 수확으로 생계를 꾸려온 풍천리 주민들 70~80%의 생존권이 흔들리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양수발전소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제일 쉽게 말하는 게 지역경제 활성화예요. 그런데 풍천리는 이미 국내 최대 잣 생산지로 유명하거든요?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면 더 적극적으로 잣을 홍보하고 상품화시키고 잣나무 숲에 트래킹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관광객을 유치시키는 등 여러 방법이 있을 텐데, 왜 굳이 100년 된 숲을 없애고 주민들을 내쫓고 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는지...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박성율 목사는 홍천리 양수발전소 설립이 경제적 측면으로 봐도 '비상식적'이라고 일갈했다. 양수발전소 건설에 1조 원 이상이 투입되지만 현재 운영되는 양수발전소들도 적자 행진이다. 양수발전소를 굳이 새로 건립할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거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양수발전은 한수원 재정을 악화시키는 '돈 먹는 하마'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수원이 양수발전소 총 16호기를 운영하면서 지난해 1323억 원의 당기순이익 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2015~2019) 총 적자 규모는 연평균 1408억 원에 달한다. 양수발전은 일평균 가동시간이 3시간도 안 돼 발전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호기별 발전일 평균 발전 시간은 2시간 54분에 불과했으며, 전체 양수발전 16호기의 발전일 평균 발전 시간은 46시간에 그쳤다. (<에너지신문>, "한수원, '돈먹는 하마' 양수발전에 3.6조 투자")

게다가 양수발전소 건립은 시대착오적이며 친환경적이지 않다고 박성율 목사는 말한다.

"양수발전소는 핵발전소와 쌍을 이루거든요? 핵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가 낮에는 남아도니까 그 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양수발전소를 만드는 거예요. 하지만 지금 전 세계적으로 탈핵을 외치고 있는데, 양수발전소를 또 짓는다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일입니다. 양수발전소는 절대 신기술도, 친환경 기술도 아닙니다. 있던 산을 깎고, 마을을 물에 잠기게 하고, 살던 사람들과 동물들을 못 살게 하고 송전탑을 놓고... 그거 어디에 친환경이 있습니까? 순 파괴뿐이죠."

양수발전 건설 계획 조감도에 보이는. 훼손될 지역(붉은색 안쪽)을 가리키는 박성율 목사. 양수발전은 전력수요가 적은 심야시간대의 전력을 이용하여 하부댐의 물을 상부댐으로 끌어올려 저장하였다가, 전력수요가 많은 낮 시간대에 상부댐의 물을 하부댐으로 떨어트린 낙차로 전력을 생산하는 발전 방식이다. 따라서 양수발전을 위해서는 두 개의 댐이 지어져야 하는데, 이로 인한 지형 파괴 및 생태 훼손은 심각한 문제다.성덕

소리 없는 아우성은 계속된다

투쟁이 시작된 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금은 동네가 완전히… 양수발전소 문제로 동네가 쪼개졌어요…. 이 문제로 동네 자체가 망가졌어요." 이창후의 목소리에 슬픔이 어렸다.

풍천리에서는 매년 '한마음 잔치'가 열리곤 했다. 70년대 정부의 화전민 이주 정책으로 마을을 떠나게 된 옛 주민들까지 초대해서 풍천리 사람들 모두 함께 어울리는 자리였다. 그러나 양수발전소 문제로 주민들의 의견이 갈리면서 더 이상 한마음 잔치는 열리지 않게 됐단다. 투쟁에 앞장섰던 두 사람은 '빨갱이' 소리까지 들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양수발전소 반대 투쟁을 이어나는 중이다.

2025년 6월 10일,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는 대통령실 앞을 찾았다. 이들은 새로운 정부를 향해 홍천 양수발전소 건설을 전면 중단할 것과 전국 신규 양수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는 풍천리 주민들과 더불어 다른 환경단체들이 함께했다. 이날 박성율 목사는 풍천리 주민들을 대표로 새로운 정부 민원실에 의견문이 담긴 서한을 전달했다.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2025년 8월 1일, 국정기획위원회 홍천양수발전소 반대 기자회견장의 풍천리 주민들.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2025년 8월 22일, ‘강원생명평화기도회’에 모인 사람들이 홍천 풍천리 양수발전소와 송전탑 백지화 결의를 다지고 있다. 가운데 박성율 목사가 보인다.강원생명평화기도회

그러나 주민들의 꾸준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 한수원은 홍천 양수발전소 1, 2호 토건 공사 시공사로 대우건설을 낙찰했고, 9월 1일, 공사 수주를 주었다. 그러나 끝까지 싸우겠다는 이들의 의지는 여전히 충만해 보였다. 어떤 힘으로 그 긴 시간을 싸울 수 있었냐는 내 질문에 "그냥 일상이 된 거죠"라며 박성율 목사가 웃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듯 하루의 일과 속에 풍천리 양수발전소 반대 운동이 자리 잡은 거였다.

"옳은 일이니까 끝까지 싸운다는 마음도 매우 중요하지만, 생태나 기후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하나의 일로써가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활동이 필요해요. 보수도 없고, 인정도 못 받고, 거꾸로 그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데도 왜 이걸 하느냐? 삶의 일부니까 하는 거예요. 거기서 꾸준히 투쟁할 힘이 생겨요. (...) 결국 우리가 지향할 삶은 이타적인 삶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내 삶 속에서 실천하는 거죠. 서로 사랑하는 거란? 내가 당하기 싫은 걸 타인에게 하지 않고, 내가 좋은 걸 타인에게 하는 거죠. 그게 바로 '정의'예요. 그 정의를 실천할 때 느껴지는 게 '기쁨'이고, 그 기쁨 속에서 진정한 '평화'가 오게 됩니다."

우리 모두의 문제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잣을 수확하러 일어서는 이창후와 작별 인사를 하고 다시 트럭에 올랐다. 마을 곳곳에 양수발전소를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댐 2개 양수발전소가 관광자원? 아무도 믿지 않을 거짓말!’ 풍천리 마을에 붙은 플래카드.성덕

트럭은 56번 국도로 향했다. 공사 먼지로 뒤덮인 '산촌생태마을 홍천 1리' 표지판을 지나자, 흙이 훤히 드러난 가리산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사장 안내 표지판의 공사 목적엔 '홍천양수발전소 건설로 인한 매몰지 내 국도 56호선 이설로 지역 주민과의 교통편의 향상과 홍천양수발전소의 적정 공사기간 확보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양수발전소 사업이 통과 되지도 않은 지난 3월부터 시작된 공사라고 했다.

이설 공사가 한창인 56번 도로 부근의 가리산이 훼손되고 있다.성덕

양수발전소 하부댐이 건설되면 사진에 속에 보이는 기둥 하단 1/3지점까지 물에 잠긴다. 그를 대비해 한수원은 56번 국도를 기둥 위로 끌어 올리는 이설공사를 진행 중이다.성덕

트럭은 공사장을 가로질러 가리산 진입로에 접어들었다. 양수발전소가 들어서면 이 진입로는 통제될 것이다. 산길을 달리는 차 창 너머 어린이들을 위한 생태체험이 가능했던 '가리산 유아숲체험원'도 폐쇄된 채 방치 중인 게 보였다. 이윽고 산 중턱에 트럭이 멈췄다. 박성율 목사가 보여줄 게 있다며 앞장섰다. 좁은 오솔길을 오르자, 풍천리 전경이 펼쳐졌다. 첩첩이 숲을 이룬 아름다운 산자락에 벌목된 부분이 붉은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름답고도 잔혹한 풍경이었다. 박성율 목사는 풍천리 양수발전소 문제가 비단 풍천리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힘주어 강조했다.

그 수사자가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넉넉히 찢어 주고 암컷들에게 먹이를 잡아 주더니. 제 바위굴을 먹이로, 찢어 놓은 고기로 제 굴을 가득 채우더니. (구약성서 나훔서 2장 13절)

"나훔서 2장엔 아시리아(고대왕국)의 멸망에 대해 쓰여 있어요. 먹지도 않을 고기를 굴에다가 잔뜩 쌓아놓은 사자처럼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타인의 것을 수탈하는 것이 곧 멸망의 길이라고 성경은 말하거든요. 저에겐 이 구절이 오늘날 자본주의에 관한 이야기로 읽혀요."

기후 위기가 현실 문제로 대두되고 생태계 파괴가 가속화 중인 우리의 세계는, 이윤 창출과 팽창의 열망을 연료로 폭주 기관차처럼 달릴 줄밖에 모르는 자본주의적인 방식이 아닌, 다른 가치로 재편돼야 한다고 그는 힘주어 말했다.

"저는 우리가 서로 먹고 먹혔으면 좋겠어요. 내가 얻은 것은 누군가의 희생이란 걸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에요. 그 '누군가'에는 자연도 포함돼요. 자연은 순환구조예요. 먹고 먹히죠. 최상위 포식자라 해도 죽으면 다시 썩어서 자연의 일부로 환원되고, 그게 다시 1차 생산자에게 에너지를 공급하는 역할을 하고요. 하지만 자본주의에서 추구하는 구조는 피라미드 구조예요. 계속 위로, 더 위로 성장만 하려고 하죠. 그게 오늘날 인류의 위기이지 않을까요? 아무도 죽으려고 하지 않으면 파괴밖에 없으니까요. 파괴가 계속되면... 결국 종말이죠."

박성율 목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개개인의 실천도 좋지만, 개발과 환경보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십수 년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와 싸웠던 그였다. 그런 그가 새 정부에 바라는 게 무얼까 궁금했다. "글쎄요? 딱히 없는데요?" 갑작스러운 물음에 허허 웃던 얼굴이 이내 진지해졌다. 잠시 생각하듯 침묵을 지키던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정부에) 바라는 건… 산은 산이게 하고, 강은 강이게 하고, 살던 사람은 살던 데서 그대로 살게 두는 겁니다. 멀쩡한 산을 헐어버리고, 잘 살던 사람들을 내쫓고 그 자리에다 다른 걸 짓는 무의미한 개발을 더 이상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뿐입니다."

드론으로 찍은 풍천리의 전경풍천리 양수발전소 건설반대위원회

[필자 소개] 차성덕 :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중이다. 중요하지만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을 세상에 보이게 하고 들리게 하는 게 영화와 르포의 역할이자 공통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이야기의 힘을 굳게 믿는다.

덧붙이는 글 기획 공동진행: <(사)세상과함께>, 익천문화재단 길동무

자료참조: 한수원 「전략환경영향평가서」 , 한국수력원자력 홈페이지

#홍천풍천리양수발전소 #풍천양수발전소건설반대 #박성율 #강원생명평화기도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하승수의 직격] 심우정 특활비 ‘명절떡값·셀프수령’···윤석열 의혹도 불붙었다

서울동부지검 ‘먹칠없는’ 자료로 드러난 검찰 특활비 실태···세금 오·남용, 전면 감사·수사 불가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2024.9.18 ⓒ대통령실 제공
드디어 실체가 드러났다. 검찰 고위직들이 특수활동비를 ‘셀프수령’하고, 명절떡값으로 뿌리는 등 세금을 오·남용한 실태가 증거를 통해서 확인된 것이다.

필자는 2019년 10월부터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들을 대표해서 검찰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했다. 그리고 2023년 4월 대법원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일부 공개하라’는 취지의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2023년 6월 23일 사상 최초로 대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자료를 공개받았다.

 

 

 

사상 최초로 공개된 특활비 집행명목과 수령인


그러나 검찰로부터 공개받은 특활비 자료에는 온통 먹칠이 칠해져 있었다. 검찰이 집행 명목, 수령인 등 핵심적인 정보를 가리고 공개한 것이다. 그래서 검찰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뉴스타파가 검사장이 바뀐 4곳의 검찰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임은정 검사장이 있는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명목과 수령인(수사관은 제외)까지 나와 있는 자료를 공개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10월 2일 서울동부지검으로부터 집행내역과 수령인이 나와 있는 ‘먹칠없는 검찰 특수활동비’ 자료를 사상 최초로 공개받았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검증한 결과 검사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과 같은 심각한 세금 오·남용이 드러났다. 또한 그동안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명절 떡값’도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셀프 수령’과 ‘명절 떡값’의 장본인은 바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었다.

 

 

 

사실로 드러난 ‘명절 떡값’


심우정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2021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근무했다. 그 기간 동안 추석명절과 설명절이 있었다.

그런데 심우정 전 총장은 두 번의 명절을 앞두고 서울동부지검의 모든 부서장과 차장검사 등에게 50만원~100만원씩의 돈봉투를 돌렸다. 전형적인 ‘명절 떡값’이다.

2021년 9월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1,16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명절 떡값’으로 사용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 1·2·3·4·5·6부장과 여성아동범죄부장, 사이버범죄형사부장, 중요경제범죄조사단장에게 특수활동비를 지급했고, 차장검사와 인권보호관 등에게도 특수활동비를 나눠줬다.

2022년 설 명절을 앞두고는 1,35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간부급 검사들에게 골고루 나눠줬다.

 

 

 

검찰이 명절을 앞두고 특활비를 지급한 내역 ⓒ하승수 제공

명절 떡값 의혹은 그동안 윤석열의 특활비 사용과 관련해서도 제기됐던 의혹이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4번의 명절을 앞두고 총 2억5천만원을 떡값으로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서울동부지검 자료를 통해 특활비가 ‘명절 떡값’으로 뿌려져 왔다는 점이 명백하게 확인된 것이다. 심우정의 ‘명절 떡값’이 확인된 것은 윤석열이 뿌렸던 돈도 ‘명절 떡값’이었다는 점을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것이다.

 

 

 

심우정 등의 셀프 수령


또한 심우정 전 총장의 특활비 셀프 수령도 드러났다. 심우정 전 총장은 명절을 앞둔 때에 부하검사들에게 특활비를 나눠주면서 본인도 셀프 수령을 했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24일 심우정은 100만원의 특활비를 셀프 수령했고, 1월 28일에도 50만원을 추가로 셀프 수령했다. 설명절을 앞두고 심우정 전 총장 자신이 150만원의 특활비를 챙긴 것이다.

 

 

 

심우정 전 총장의 특활비 셀프수령 사례 ⓒ하승수 제공

심우정 전 총장은 서울동부지검장으로 재임한 13개월 동안 총 2,136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셀프 수령’했다. 그 기간 동안 서울동부지검에서 집행된 특수활동비 총액인 1억4천여만원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런 셀프 수령은 ‘업무상 횡령’이 될 수도 있다. 민간기업의 대표이사도 회사금고에 있는 돈을 가져다가 마음대로 썼다면 그건 횡령이다. 그런데 검사장이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나 정보수집에 써야 할 특수활동비를 마음대로 가져다 썼다면 그건 횡령일 수밖에 없다.

심우정에게만 셀프 수령 행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8명의 검사장 가운데 5명에게서 셀프 수령 사례가 드러났고, 그 중 3명의 지검장은 셀프 수령한 특활비가 재임기간 동안 사용한 전체 특활비의 10%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셀프 수령건의 경우 카드영수증이 붙어 있는 경우도 있었는데, 식당에서 밥값으로 사용한 것이었다. 기밀유지가 필요한 수사활동에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경우들이었다.

 

 

 

전면적인 자료공개와 감사·수사가 필요


이번에 서울동부지검의 ‘먹칠없는 특활비’를 통해 그동안 의혹으로 제기되어 왔던 세금 오·남용의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심우정 등의 특활비 셀프수령, 명절 떡값 등의 행태가 모두 증거자료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서울동부지검만의 문제도 아니고, 심우정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 특활비 자료의 전면적인 공개가 필요하다.

서울동부지검은 공개 가능했는데, 다른 검찰청은 공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모든 검찰청의 특활비 자료는 공개 범위에 대해 다시 검토되어야 하고, 수령인과 집행명목까지 원칙적으로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검찰 특활비 집행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수사가 필요하다. 이런 악질적이고 고질적인 세금 오·남용에 대해 제대로 제재하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에서 예산을 둘러싼 부패와 낭비는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 하승수(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 응원하기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대통령의 경주빵·귤 ‘먹방’…CNN서 “K푸드는 최고 건강식”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시게 될 것”

박현정기자
  • 수정 2025-10-26 01:59
  • 등록 2025-10-25 19:17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미국 시엔엔(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 언론 시엔엔(CNN)과의 인터뷰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하는 김밥을 비롯해 경주 황남빵, 제주 귤 등 한국의 먹을 거리를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각) 시엔엔 누리집에 공개된 인터뷰 영상 ‘네, 심지어 한국 대통령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시청한다’에서 “케이(K) 푸드는 전 세계적으로도 건강식으로는 최고일 것”이라고 홍보했다. 경주 황남빵을 기자와 함께 먹으며 “아펙이 열리는 경주에 오시면 십중팔구는 이 빵을 드시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경주의 명물 ‘황남빵’은 외교부 심사를 거쳐 이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아펙) 회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됐다. 제주 귤에 대해선 “오렌지와 다른데 매우 맛이 좋다”며 먹어보길 권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를 배경으로 한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 대해 “매우 한국적이고 한국 중에서도 아주 특정한 지역 제주이고, 시대로 보면 과거 (이야기인데) 이걸 과연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했다”며 “저 자신도 (이 드라마에) 매우 깊이 빠져들었지만 전 세계인들이 공감하는 것 자체가 매우 놀라웠다”고 했다.

한국의 문화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 대통령은 “이 문화의 최고봉은 가치와 질서인데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대함이 전 세계의 표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난해 12월3일부터 봄을 거치면서 우리 국민들이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언급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보라조끼' 입은 외국인 유족, 통곡의 이태원... "정의를 원한다"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말이 통하지 않아도 서로를 부둥켜 안았다. 자식 잃은 슬픔은 이날 이태원역의 공용어였다.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나흘 앞둔 25일,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처음으로 참사 현장을 찾았다. 곁엔 같은 보라색 조끼를 입은 한국인 희생자 유족들이 함께 했다. 화창한 햇살이 내리쬐는 해밀톤 골목은, 유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고 슬픔을 토해내는 울음소리로 가득찼다.

위로와 슬픔, 울음바다 된 이태원 해밀톤 호텔 골목의 외국인 유족들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서로를 위로하며 고통과 슬픔을 나눴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유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을 찾은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사고 현장을 살펴본 뒤 유가족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이날 참사 현장을 방문한 외국인 희생자 유족은 40여 명이다. 이란, 러시아, 미국, 호주, 중국, 일본, 프랑스,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리랑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12개국에서 온 이들은 한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방한해 전날(24일)부터 한국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은 이태원 참사 현장인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을 방문하는 것으로 방한 첫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대부분의 유족들이 한국을 방문한 것도, 참사 현장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오후 1시 8분. 40여 명의 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 유족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도착했다. 한국인 유족과 마찬가지로 이태원 참사 유족임을 드러내는 보라색 조끼를 맞춰입은 채였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한국인 유족들이 곧바로 다가가 외국인 유족들을 맞이했다. 현장은 금새 눈물바다가 됐다. 유족들은 너나할 것 없이 서로를 부둥켜 안으며 울음을 토해냈다. 인종, 나이, 출신국을 불문하고 유족들은 연신 휴지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야 했다. 한 참석자는 보라색 손수건을 꺼내 히잡 쓴 또 다른 외국인 유족의 눈물을 직접 닦아주었다.

희생자들의 마지막 숨결이 흩어진 해밀톤 골목에 닿자, 외국인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이들은 좁은 골목을 차례로 오르고 헌화하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어떤 이는 미소짓는 딸의 영정사진 액자를 품에 안고 골목을 한바퀴 돌았고, 어떤 이는 추모 공간 한 구석에 멈춰서서 벽에 머리를 박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주황색 해밀톤 호텔 벽을 직접 쓸면서 희생자에 말을 건네는 유족도 있었다. 흰 국화를 든 유족들의 손은 부들부들 떨렸고, 일부 유족이 걷기 힘들어 넘어지려 하자 또 다른 유족이 이를 부축하기도 했다.

오열하며 참사 현장을 한바퀴 돌아본 유족은 이내 내·외국인 할 것 없이 서로를 끌어 안으며 슬픔을 위로했다. 몇몇 유족은 골목 한켠에 조성된 추모 공간에 포스트잇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그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설명 불가한 슬픔, 책임자 합당한 처벌 원해"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러시아에서 온 라이나씨(고 크리스티나 가드너씨 여동생)는 참사 현장을 둘러보는 내내 언니의 사진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는 "언니의 작은 영혼의 조각이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며 "한국에 있어 2년이나 보지 못하는 언니를 만나려고 약속을 잡는 사이에 언니가 희생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까지도 가슴이 많이 아프다"며 "책임자들의 처벌을 원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Grace Rached)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Joan Rached)씨 역시 한국을 찾은 이유를 "정의를 위해서(for justice)"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 온 그는 참사 후 한국을 세 차례 방문했고, 지난 2주기 시민추모대회 때도 직접 연단에 나서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었다. 조안씨는 참사 현장을 둘러본 심경을 "슬프다(It's sad)"고 전하며 "안전 책임을 무시한 이들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원한다"고 밝혔다. 함께 온 남편 라쉐드 라쉐드(Rached Rached)씨 역시 "너무 힘들다(It's so hard)"며 "자식 잃은 심경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가"라며 울먹였다.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은 직후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3주기 4대 종교 기도회'에도 함께했다. 기도회 현장 맨 앞자리에 자리한 유족들은 동시통역되는 기도 내용을 들으면서도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모두들 "진상을 규명하라!"라 쓰인 피켓을 손에 들고, 서로의 손을 꼭 붙든 채였다.

이 자리에서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운영위원장 유형우씨(고 유연주 양 아버지)는 "3년이 흘렀지만 아직 진실은 다 밝혀지지 못하고, 책임져야 할 이들이 아직도 뉘우치지 못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이 추모의 자리는 단지 눈물로 그리움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 아픔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변화하도록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되는 세상이 되도록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불교·기독교·천주교·불교의 추모 기도가 차례로 끝난 뒤, 외국인 유족들을 포함한 이태원 참사 유족들은 용산 대통령실을 거쳐 서울광장까지 행진한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 멈춰선 이들은 정부를 향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재차 촉구하기도 했다.

홍두표씨(고 홍의성 군 아버지)는 "진상조사가 시작된지 4개월이 됐지만 아직도 미비하다"며 "정부에 간곡히 말씀드린다. 우리 아이들이 왜 죽었는지 밝혀달라. 책임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해주고,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광장까지 행진한 유족들은 이어 오후 6시 34분, 같은 곳에서 열리는 시민추모대회에도 참석한다. 시민추모대회 시작 시각인 오후 6시 34분은 참사 당일 최초 112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다. 이날 추모대회에서는 각종 추모공연이 이어진 뒤 외국인 희생자 유족들도 직접 추모 메시지를 낭독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은 오는 30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유가족 간담회, 특별조사위원회 방문, 합동 기자회견, 3주기 당일 정부 공식 추모식 등 일정을 이어간다.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희생자 유가족이 고인의 넋을 기리며 묵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희생자 유가족과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이 찾아 현장을 살펴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에서 불교 스님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합장을 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원불교 교무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기독교 목사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에서 천주교 신부가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기원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 10.29 이태원참사 3주기를 앞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참사 현장 앞에서 열린 원불교, 기독교 천주교, 불교 4대 종교 추모기도회를 마친 희생자 유가족과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요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 유성호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이태원#이태원참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트럼프의 3,500억 달러 요구는 투자 아닌 수탈...주권자 국민이 투쟁할 것

  NO트럼프 2차 범시민대행진..."정부는 美 압박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10.25 20:46
  •  
  •  수정 2025.10.25 20:49
  •  
  •  댓글 0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주최하는 '대미 투자강요 트럼프 규탄!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 트럼프 범시민대행진' 두번째 행동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주최하는 '대미 투자강요 트럼프 규탄!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 트럼프 범시민대행진' 두번째 행동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트럼프 방한을 나흘 앞둔 25일 오후 서울 숭례문 앞에서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준)이 주최하는 '대미 투자강요 트럼프 규탄!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NO 트럼프 범시민대행진' 두번째 행동이 진행됐다.

대미투자를 명목으로 지난 7월부터 한국 정부를 상대로 터무니없는 압박을 해온 트럼프가 에이펙에 앞서 최종 타결을 목표로 한국방문 일정을 잡은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의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남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강원비상행동 상임공동대표, 이영곤 창원진보연합 상임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넷 대표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의장,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김남순 내란청산·사회대개혁 강원비상행동 상임공동대표, 이영곤 창원진보연합 상임대표, 박세희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넷 대표가 시국선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NO트럼프 범시민대행진 참가자들은 시국선언문에서 "트럼프의 3,500억 달러 대미투자요구는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수탈하는 것"이라며, 이는 "무너져가는 미국 경제의 회생을 위해 한국을 쥐어 짜내려는 것이다. 트럼프의 강압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이재명 정부가 미국의 약탈적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기업파산, 금융붕괴, 일자리 상실, 경제파탄으로, 가슴아픈 IMF의 비극이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이같은 굴욕적 협상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위기에 처한 쪽은 미국이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하면서, 국민들은 트럼프의 협박에 결코 굴하지 않으니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 뜻을 따라 당당히 맞설 것을 촉구했다.

또 "수십년간 계속되어 온 불평등한 한미관계가 트럼프의 강압적 요구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한반도를 대중국 전쟁에 연루시키고 우리 혈세를 패권전쟁을 위해 강탈하려는 '동맹현대화'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박석운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마치 마피아인듯 휘몰아치는 트럼프의 협박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시한에 쫓겨 허겁지겁 약탈당하는 만만한 호구라는 걸 보여주면 안된다"며, "자주와 국익의 원칙아래, 국제적으로 정의의 연대를 모색하면서 실사구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누가 대신할 수 있겠나? 통상과 경제주권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와 먹거리 주권을 지키기 위해, 공공정보와 안보주권을 지키기 위해 주권자인 국민들이 떨쳐 일어나 함께 투쟁할 것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은정 전국여성연대 상임대표는 미국의 '동맹현대화' 요구는 '전쟁 현대화' 계획에 다름 아니라고 하면서 "지금 트럼프는 한국을 전쟁의 전초기지로 만들고 우리 국민을 파국의 전쟁에 내몰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재명 정부가 동맹현대화 요구를 수용하며, 국방비 증액과 미국 무기구입을 적극 추진하려는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복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복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윤복남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미국이 '불공정한 조건 강요를 금지'한 한미FTA, 일방적 관세인상을 허용하지 않는 세계무역기구(WTO)의 규범은 물론 트럼프가 국제배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 조치를 위헌으로 판단한 미국연방순회 항소법원의 결정을 모두 어기면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데 한국정부가 이에 보조를 맞출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이재명 정부는 재정부담이 막중한 이 사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협상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미국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협상타결을 압박하고 있을 것이고, 정부 관료들 중에는 현금비율을 조금 낮추고 지급 기한 적당히 늘렸으니 빨리 도장 찍자고 서두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미국의 거친 압박과 이를 수용하려는 일각의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국민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권은 심판받게 된다는 것이 지난 겨울과 봄, 우리 모두가 똑똑히 확인한 역사"라며 "전 세계를 상대로 강도짓을 벌이고 우방국에게는 더 잔인한 약탈을 강행하려는 트럼프에 맞서서 모두 힘을 모아서 싸우자"고 독려했다.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대미투자 전면 재검토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날갈도 미국. 이게 동맹이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날갈도 미국. 이게 동맹이냐!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숭례문 앞에서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남대문-명동-종로-광화문 사거리를 거쳐 미국 대사관까지 'NO 트럼프' 구호를 외치며 도심행진을 진행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진행한 마무리 집회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 달러는 투자가 아니다. 기준도 없고 이윤도 남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금조차 돌려받지 못할 일방적인 강탈에 불과하다"고 하면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대한민국에만 현금 500조원을 내놓으라고 하는데, 마치 식민지 노예처럼 살아가는 이 현실이 서글프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지금까지 한국이 많은 대미 무역흑자를 보았다는 미국의 주장에 대해서는 "미국은 그동안 달러를 흥청망청 찍어내서 대한민국 노동자들이 저임금으로 생산한 공산품을 사들여가서 나라를 유지해 왔다. 지금도 미국은 대한민국의 국부를 갈취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3,500억 달러를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에 분노하고 또 분노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김 대표는 "나라의 지도자는 목숨을 걸고, 집권세력은 정권을 내려놓을 각오를 하고 전국민을 단결시켜 미국에 맞서 투쟁해야 그들을 이길 수 있다"며, "미국의 경제수탈에 분노하고 국익을 지키려는 80% 이상의 국민이 단결하여 투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29일 트럼프 방한 일정과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는대로 다시 한번 대규모 반대 대회를 준비해 공지하겠다고 알렸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9일 오전 방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또는 부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하고 이튿날 오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진행한 뒤 당일 밤 미국으로 출국한다.

트럼프는 자신의 관심사를 관철하기 위해 개별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일정을 발표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 : 연결, 혁신, 번영(Building a Sustainable Tomorrow: Connect, Innovate, Prosper)'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에이펙 정상회의 본 회의(10.31~11.1)에는 불참한다.

23일(현지시각) 캘러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일정에 따르면, 그는 한국에 오기 전 26일 말레이시아에 맨 먼저 도착해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와 양자회담, 아세안 정상들과 실무만찬을 진행한 뒤 27일 일본 도쿄로 이동해 2박 3일간 머물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는다. 이 대통령은 말레이시아에서 트럼프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별도 회담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주 에이펙을 계기로 압박 강도를 끌어올리며 한국이 최종 사인을 하게 하려는 일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에이펙 주제인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에는 관심없다는 듯 미국의 관심사를 관철하기 위해 개별 국가들과의 만남을 중심으로 짜여진 일정이다.

약탈적 투자강요 트럼프를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약탈적 투자강요 트럼프를 규탄한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 대사관 앞 마무리 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미국 대사관 앞 마무리 집회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재명 정부가 넘어야 할 두 개, 세 개의 산

장정수 편집위원

jsjangster@gmail.com

다른 기사 보기

  • 정치

  • 입력 2025.10.25 05:00

  • 수정 2025.10.25 09:08

  • 댓글 2

내란 세력 쳑결과 민생 안정, 검찰·사법 개혁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윤석열 일당의 내란 책동을 이겨내고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성패는 내란 척결, 검찰·사법 개혁, 민생 안정이라는 세 과제의 동시 실현에 달렸다. 3대 특검 수사로 드러나는 윤석열 정권의 추악한 민낯과 사법부의 사보타주는 민주당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입증한다.

나라 안팎 위협하고 있는 온갖 경제 악재들

그러나 내란 세력 청산이 곧 정부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민생 개선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지지기반이 확대되고 선거 승리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가 두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사법 처리하고도 재집권에 실패한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지 못한 탓이었다. 결국 민심은 경제에 의해 좌우된다.

49.4% 득표율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현재 55~65%를 유지하며 비교적 견고하다.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정치 지형에서 이는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현 지지율 유지는 보장되지 않는다. 집권 초기 정점을 찍은 지지율은 시간이 흐르며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책 불만층이 누적되기 때문이다. 지지율의 향방은 결국 경기, 부동산, 고용, 물가 등 민생 이슈에 달렸으나, 어느 하나 해법이 용이하지 않다.

대외 여건도 어둡다.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관세 전쟁으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내란 청산에 비해 민생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위험하다. 한미 관세 협상 같은 중대 사안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목소리는 두드러지나, 민주당의 구체적 대응은 미미하다. 내란 청산이라는 정치적 성과만으로는 민심을 지탱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분과 리더십 부재로 존재감이 희박한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긴장감을 흐트러뜨렸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안일함이 지속된다면 민심 이탈은 피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20일 현행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 화환이 놓여 있다. 2025.10.20 연합뉴스

민생 놓치면 서울시장 선거 놓치고 보수 동력 살아날 것

한국 정치는 여전히 진보와 보수가 팽팽히 대립하는 구도다. 경제 전망은 어둡고 민생 현안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생에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전할 수 있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는 결코 녹록지 않다.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가격 폭등을 억제하지 못한 정책 실패로 서울 정치 지형이 보수 우위로 기울었고, 이는 2022년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

만약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의 연합이 성사된다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지방선거 시점에는 내란의 여론 효과가 희석되고 부동산 가격과 경제 상황이 주요 변수로 부상할 것이다. 만에 하나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한다면, 수세에 몰린 보수 세력은 심리적 동력을 얻어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를 맞는다. 민주당은 이러한 위험을 직시하고 다각적 민생 대책으로 서울 민심을 재확보해야 한다.

민생 안정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도해야 할 핵심 과제지만, 민심과 접촉하는 민주당이 그 목소리를 경청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온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당정 관계는 엇박자를 보여왔다. 우상호 정무수석이 "당정의 속도와 온도 차이가 종종 있다"고 밝힌 점이 이를 드러낸다.

민주당 지도부 내부에서도 주요 현안을 둘러싼 불협화음도 감지된다. 윤석열 정권의 검찰 독재에 맞서 일사불란했던 과거와 달리, 집권 후 지도부의 리더십 혼란과 중진들 사이에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과열 경쟁 양상도 보인다. 이는 당내 응집력을 약화시키고 민생 대책 수립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불필요한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러한 난맥상을 극복하고 민심에 기반한 실질적 민생 정책을 당정 협력으로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

 

고강도 대출 규제가 여전히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도 계속 오름세를 보이며, 아파트값 양극화까지 심화하면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여전히 어렵다. 23일 오후 강원 춘천시에 자욱하게 핀 안개 위로 아파트 단지와 건설 현장이 보이고 있다. 2022.6.23 연합뉴스

당정 합심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는 양극화 해소

이재명 정부가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는 한국의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 해소다. 역대 어느 정부도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했으며, 더 이상 방치할 경우 사회적 불안정은 임계점을 넘어선다.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46.5%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다. 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은 14.7%로 일본(10.4%)을 크게 넘어선다. 청년 체감 실업률은 16.4%에 달하며, 대졸자의 25.1%가 비경제활동인구이고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머물고 있다.

선진국들에서 극우 세력이 확산되는 양상은 우려할 만한 대목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등 민주주의가 뿌리 깊은 국가들조차 경제적 불안정과 이민 증가로 정치적 극우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정치불안정의 위기임을 시사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청년층의 극우화, 중산층의 불만 증폭, 계층 이동 사다리의 붕괴는 유럽의 전철을 밟을 수 있는 위험한 신호다.

미국에서도 이러한 현상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로 한층 심화되었다. 2008년 서브프라임 금융위기 이후 과도한 달러 찍어내기로 물가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데다 빈부격차 심화가 겹치면서, 'MAGA'라는 선동적 구호를 내세운 트럼프 정권이 부활했다. 미국 제조업의 심장부로 불렸던 러스트 벨트 지역의 몰락한 중산층과 백인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으나, 경제적 문제 해결에 무능한 민주당에 실망해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트럼프주의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으로 자리 잡았고, 유럽 극우의 확산과 연동되어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극우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경제 불평등 완화와 청년 실업문제의 해결로 정치적 극우화의 싹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미래혁신기술박람회(FIX 2025)'를 방문해 어린이 관람객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5.10.24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10년 간 300만 청년 일자리 만들어낸 뉴딜 정책의 현재적 의미

역사적으로 중산층의 붕괴는 극우 세력의 득세와 민주주의 위기의 전조였다.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몰락이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독일 최초의 민주적 헌정체제이자 한때 유럽의 모범적 민주주의로 평가받던 정치 체제였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천문학적 전쟁 배상금과 1929년 대공황으로 촉발된 초인플레이션, 대량 실업은 중산층과 노동자 계층을 경제적 절망으로 내몰았다. 이러한 경제적 파국 속에서 절망한 이들은 극단적 해법을 제시한 히틀러의 나치당에 몰표를 던졌다. 나치당은 1933년 합법적 선거를 통해 43.9%의 득표율로 권력을 장악했다. 쿠데타가 아닌 민주적 절차를 통한 집권이었다. 바이마르 공화국의 붕괴는 경제적 안정 없이는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이재명 정부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뉴딜 정책에서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1930년대 대공황 시기의 미국과 21세기 한국의 맥락은 크게 다르므로, 한국 실정에 맞춘 정책적 조정이 필수적이다.

 

일자리를 잃었거나, 취업을 준비 중이거나, 집에서 그냥 쉬는 '청년 백수'들이 지난달 120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거나, 비경제활동 인구 중 '쉬었음' 또는 '취업준비자'인 청년의 수를 모두 더하면 120만7천명이었다. 사진은 17일 서울 한 대학에 채용 정보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5.3.17 연합뉴스

루스벨트의 뉴딜 정책은 대공황으로 붕괴된 미국 경제를 재건한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그중 시민보존단(CCC)은 대표적인 청년 실업 구제 프로그램으로, 1933년부터 1942년까지 약 300만 명의 18~25세 실업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CCC는 숲 관리, 도로·공원 건설 등 공공 인프라와 환경 보호 사업을 통해 청년들에게 임시 일자리와 직업 경험을 제공하며 경제적 자립을 지원했고, 참여자들에게 월 30달러(현재 가치로 약 600달러)의 임금을 지급해 생계 안정에도 기여했다.

경제 회복 없는 정치적 승리는 모래 위의 성 불과할 뿐

이재명 정부 역시 과감한 공공 투자와 사회 안전망 강화를 통해 현재의 경제 위기와 청년 실업, 부동산 문제 등 민생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 화려한 정치적 업적만으로는 민심을 움직일 수 없다. 국민의 일상적 경제 고통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내란 척결 같은 숭고한 업적도 빛을 잃는다. 민생 없는 정의의 실현은 공허하며, 경제 회복 없는 정치적 승리는 모래 위의 성에 불과하다. 이재명 정부가 검찰·사법 개혁 포함한 내란 청산과 경제 회생이라는 두 가지 역사적 과제를 동시에 완수함으로써 민주주의를 수호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덕후'의 탄핵 깃발에 홀려버린 서울대 교수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일리아스>의 문장을 변형해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는 깃발을 들었던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월대 앞에서 다시 만나 깃발을 함께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2024년 12월 28일 오후 5시. 이른 일몰이 찾아온 광화문 광장은 어둑어둑했다. 차가운 겨울 공기가 낮게 깔린 그날의 광장을 밝힌 건, 각양각색의 응원봉과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시위 소리, 그리고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들이었다. 매주 탄핵 집회에 참가하던 석민주(여, 29)씨도 그날 깃발을 품에 안고 광장에 나섰다. 평소 좋아하던 호메로스(Ὅμηρος)의 <일리아스(Ἰλιάς)> 첫 구절을 변용한 문구가 적힌, 2m짜리 대형 깃발이었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

그때였다. 웬 아저씨가 다가와 민주씨에게 말을 걸었다. 그는 대뜸 민주씨가 깃발에 수놓은 <일리아스>의 첫 구절("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을 그리스어 원어로 읊었다. 그러면서 자신을 "<일리아스>를 가르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민주씨의 깃발을 알아본 건,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남, 56)였다. <일리아스>를 좋아하는 20대 여성 '덕후'와 <일리아스>를 가르치는 50대 남성 교수의 기묘한 만남이었다. '덕후'와 '교수'의 교류는 이어졌고 뜻밖의 사건들을 탄생시켰다.

첫 만남으로부터 10개월가량이 흐른 지난 18일, 민주씨와 안 교수는 다시 한 번 그들이 처음 만났던 광화문 광장 월대 앞에 섰다. <일리아스> 깃발을 사이 좋게 나눠 들며 활짝 웃은 두 사람은, 그간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에 전했다.

첫 만남 : <일리아스>를 아세요?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일리아스>의 문장을 변형해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는 깃발을 들었던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다시 만나 근황을 나누고 있다. ⓒ 유성호

민주씨가 깃발을 탄핵 집회에 가져간 이유는 명쾌했다. 민주씨의 '최애'가 <일리아스>였기 때문이다. 그는 "유명한 문구여서 누군가 한 명쯤은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이런 분(안 교수)일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당시 각자 좋아하는 걸 주제로 깃발 만드는 게 유행이었어요. (2024년 12월) 7일 탄핵소추안 표결이 한 번 불성립했을 때 사태가 장기화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할 수 있는 걸 다 해보자는 심정으로 <일리아스> 깃발을 제작해 들고갔어요." - 민주씨

지인과의 술 약속 때문에 우연히 광장을 찾았던 안 교수가 민주씨의 깃발을 알아본 것도 우연이 겹친 덕이었다.

"당시 광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만나기로 한 지인을 찾을 수 없었어요. 때마침 깃발들이 많으니까 지인에게 내 위치를 알려주려고 '이 깃발' 밑에 있다고 사진을 찍어보냈는데, 가만 보니 문구가 익숙했어요. 그게 바로 <일리아스> 깃발이었던 거죠." - 안 교수

"고전의 재활용이 흥미로웠다"는 안 교수는 곧장 민주씨에 다가가 "깃발 문구가 무슨 뜻인지 아냐"고 물었다. 민주씨도 처음엔 안 교수를 "문구가 멋있어서 물어보러 온 사람인 줄 알았"으나, 전공 교수라는 말을 듣고 "너무 반갑고 신기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그 자리에서 "아킬레우스(<일리아스>의 주인공) 이름 뜻풀이"에 관한 대화를 나눴고, 신이 난 민주씨는 <일리아스> 첫 문장을 새긴 반지를 안 교수에 보여주며 자랑하기도 했다.

민주씨는 이 만남을 엑스(X, 옛 트위터)에 생중계했고 많은 이들이 호응했다. INFP로 밖에선 낯을 가린다는 민주씨는, 엑스에서만큼은 '하길'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헤비 트위터리안'이다. 안 교수 또한 인터뷰하는 내내 민주씨를 "엑스의 여왕"이라 칭하며 "난 한 게 없는데 '엑스의 여왕' 덕분에 (사연이) 알려졌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민주씨는 안 교수와의 만남이 엑스에서 화제될 것을 곧바로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엑스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위 '팥차' 밈(meme)이라고 해서, 실력있는 대학생이 교수의 눈에 띄면 '팥차'를 타주면서 대학원으로 잡아간다는 밈"이라며 "이것도 교수님에게 간택받았다는 점에서 약간 그런 재질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두 사람의 '밈 같은' 만남이 담긴 엑스 게시글은 당시 1만 3000회 이상의 리트윗을 기록했다.

석민주씨는 2024년 12월 28일 탄핵 집회 현장에서 <일리아스> 깃발을 알아본 안재원 교수를 만났고 이 이야기를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생중계했다. 해당 게시글은 리트윗 수가 1만 3000회를 넘어갈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 석민주(하길)씨 엑스

두 번째 만남 : 해물라면에 삼겹살 어때요?

깃발 아래 첫 만남은 둘의 '서사시'로 치면 시작점일 뿐이었다. 현장에서 안 교수가 민주씨에 명함을 건네며 "대화를 더 나누고 싶다"며 본인의 연구실로 초대했고, 이후 두 사람의 교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첫 만남 직후 안 교수는 엑스 이용자인 제자를 통해 민주씨에 "해물라면에 삼겹살을 사주고 싶다"고 재차 '러브콜'을 보냈다. 안 교수의 초대에 민주씨 역시 "한없이 설렜"다. "평소 좋아하던 <일리아스>에 대한 설명을 연구자로부터 들을 수 있다"는 점이 민주씨의 심장을 뛰게 했다.

해가 바뀌고 1월 6일, 두 사람은 안 교수의 연구실에서 두 번째 만남을 가졌다. 안 교수는 이 자리에서 "<일리아스>에 나오는 죽음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 다섯 가지"를 민주씨에게 들려줬다. 민주씨 또한 안 교수의 설명을 경청하며, 직접 제작한 <일리아스> 소형 깃발과 자석 굿즈를 안 교수에 선물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카카오톡 대화를 이어가며 '덕후'와 '교수'로서의 해석을 주고 받았다. 민주씨는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일리아스>를 비교한 감상문과 "좋은 나라"에 대한 안 교수의 칼럼을 읽고 이를 탄핵 정국과 연결지은 에세이를 작성해 안 교수에게 전했다. 민주씨는 또 "헥토르와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에 있어 각각에 대한 애도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등 평소 <일리아스>를 독학하며 해소하지 못했던 궁금증을 안 교수에 질문하기도 했다.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일리아스>의 해석에 관한 의견을 주고받았던 카카오톡 대화. ⓒ 석민주(하길) 제공

민주씨의 열정에 안 교수조차도 혀를 내둘렀다. 안 교수는 민주씨를 "전공자인 나조차도 감당못하는 진짜 덕후"라고 설명했다. 민주씨는 "덕후들은 책을 그냥 읽지 않고 캐릭터 분석을 많이 하는데 혼자로는 한계가 있었다"며 "같이 얘기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교수님이 나타났다. 나보다 훨씬 깊이 아는 전공자의 시각을 접하니 해석이 풍부해져서 좋았다"고 전했다.

민주씨와의 대화는 안 교수에게도 특별한 경험이었다. '덕후'가 던지는 질문들이 연구자인 그에게는 새롭게 다가온다는 점에서, "서로가 필요한 존재였던" 것이다. 안 교수는 "아직도 생각나는 건 파트로클로스의 시신은 왜 썩지 않았는지 그 질문이 가장 힘들었다"며 "이는 학계에서는 저평가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죽어서도 온전했으면 하는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를 관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논의다"고 평가했다.

안 교수는 "'덕후'들은 섬세하고 독특하며, 나보다도 훨씬 깊이 파고든다"며 "학계에서는 '<일리아스>의 저자가 한 사람이냐, 두 사람이냐'를 두고 싸우지만 이러한 논쟁만이 학문적 가치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전이 일반 독자와 '덕후'들에 던져질 때는 전혀 다른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사람들이 원하는 해석의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열 달 사이 : 성덕이 된 덕후, 덕질 잔치 연 교수

▲'일리아스'를 아세요?...50대 교수는 탄핵 집회서 20대 '덕후'를 만났다 유성호

둘의 교류는 점점 더 화제가 됐고, 새로운 기회가 열리기도 했다. 을지로에 위치한 독립서점 '소요서가'에서 안 교수에게 그리스 고전을 가르치는 강연을 요청하게 된 것이다. 안 교수는 월 1회 소요서가에서 호메로스의 <오뒷세이아>,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플라톤의 <국가> 등을 가르치는 특강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2월 4일 '소요서가'에서 열린 첫 특강은 두 사람에게 뜻깊은 <일리아스>를 주제로 했다. 이 자리엔 안 교수와 민주씨 외에도 둘의 이야기를 듣고 달려온 또다른 고전 문학 '덕후'들로 가득했다. 안 교수는 "셰익스피어 덕후, 오페라 덕후 등 별별 덕후들이 다 있었다"며 "일종의 '덕질 잔치'인 셈인데, 한국에서 드문 새로운 종류의 취미 공동체의 탄생이었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근처 술집에서 뒤풀이를 했는데 <일리아스> 속 캐릭터와 장면 분석도 하고 '윤석열 언제 쫓겨나나' 이런 얘기들도 했다"고 했다. 얘기를 듣던 민주씨 역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하는 바람에 지하철 막차 때쯤 돼서 뛰고 그랬다"고 맞장구치며 웃었다.

민주씨의 삶도 180도 뒤바뀌었다. 그는 <일리아스>를 즐겨 읽던 독자에서, <일리아스>에 대한 해석을 전하는 저자가 됐다. 민주씨는 지난 2월 전자책 구독 서비스인 '밀리의 서재'로부터 연재 제안을 받았다. 이후 "일리아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총 13화 분량의 에세이를 지난 6월까지 연재하며, 본인만의 시각으로 <일리아스>를 풀어냈다.

내년 4월에는 정식 책 출판도 목표로 하고 있다. 출판사 '창비'로부터 "탄핵 광장과 <일리아스>"를 주제로 책을 써달란 요청을 받아 작업 중이다. 민주씨에게 이 기회가 더 뜻깊은 건, 공동 저자로 이준석 한국방송통신대 문화교양학과 교수가 함께하기 때문이다. 민주씨는 이 교수의 번역본을 통해 <일리아스>를 처음 접했다. 민주씨는 "유명한 곳들에서 자꾸 출판을 제안하니 얼떨떨하면서도 영광이었다"며 "특히 이 교수님과 함께 책을 쓰며 진정한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열 달 후 : 삶에 녹아든 광장의 가치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당시 <일리아스>의 문장을 변형해 '분노를 노래하소서, 민중이여'라는 깃발을 들었던 석민주씨와 안재원 서울대 서양고전문헌학과 교수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 유성호

두 사람은 서로의 만남이 이토록 화제가 된 이유를 "탄핵 광장에서만 탄생할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공감했다. 민주씨는 "고전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평범한 20대 여성 직장인으로서 안 교수는 절대 만날 일 없는 사람이지만, 광장이 매개체가 돼줬다"며 "당시 광장에선 세대를 뛰어넘는 교류가 많았다. 만날 일 없는 이들이 위계 없이 수평적으로 소통한 의미 있는 현상이었다. (저와 안 교수의 만남은) 어둡고 힘든 시국을 이겨내는 소소한, 재밌는 일화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된 것 같다"라고 전했다.

안 교수 역시 "탄핵 집회 당시 나부꼈던 수많은 깃발들에 적힌 내용들의 성격이 중요하다"며 "당시 고양이 밥주자는 사람들을 포함해 온갖 좋아하는 것들을 적은 깃발이 등장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광장에서 자랑한다는 것은 곧 타자가 좋아하는 것도 인정한다는 뜻이고, 이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성숙도와 포용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안 교수가 민주씨에게 선물받은 <일리아스> 깃발 굿즈를 그리스에 전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안 교수는 지난 2월 말 직접 그리스를 찾아 아리스토텔레스대학의 학생들에게 민주씨가 제작한 <일리아스> 깃발 굿즈를 나눴고 "탄핵 광장이 지닌 가치"를 설명했다.

안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극우화가 진행 중이고 민주주의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이 이를 극복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서 탄핵 광장의 <일리아스> 깃발 일화를 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를 듣던 민주씨 역시 "(깃발 수출 사실이 알려지자) 다들 '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라고 그랬다(김구는 생전 문화의 힘을 강조 - 기자 주)"라며 웃었다.

두 사람은 이 우연한 만남이 각자의 삶에 미친 영향을 이렇게 설명했다.

"안 교수와의 만남을 통해 <일리아스>를 더욱 깊이 있게 이해하고 분석했는데 또 다른 적성을 찾은 느낌입니다. 생업에서의 스트레스를 푸는 돌파구이자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이습니다." - 민주씨

"내 인생 재밌는 에피소드의 한 챕터이자, 탄핵 광장 이후 공동체가 무엇일까, 국가와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 안 교수

안재원 교수는 석민주씨로부터 선물받은 <일리아스> 굿즈를 지난 2월 그리스 아리스토텔레스대학의 학생들에게 나눠줬다. ⓒ 안재원 교수 페이스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서울 경찰 15% 아펙 지원…‘경비 공백’ 우려에 임시부대 편성

서울경찰청 산하 31개 경찰서별 60명씩 부대 꾸려

송인걸기자수정 2025-10-25 10:22등록 2025-10-25 10:16경찰특공대가 대테러훈련을 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제공
경찰특공대가 대테러훈련을 하고 있다. 충남경찰청 제공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 정상회의에 경찰력이 대거 투입되면서 서울 도심의 경비 공백이 우려되자 서울경찰청이 임시 부대를 편성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조희대와 대법원이 너무나 이상하다

 [박세열 칼럼] '악의 평범성'을 제거할 수 있는 재판이 되기 위해선

법원이 요새 이상하다는 건 다들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의 말처럼, 사람들은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불안해 하고 있는데 조희대 대법원은 엉뚱하게 사법부의 '독립'이 필요하다 외치고 있다. 영점이 엇나간 느낌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윤석열의 12.3 불법 비상계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는 공식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12월 3일 내란의 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4일 오전 1시 2분) 전에 대법원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지시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과 배형원 차장, 실장급 간부와 관련 심의관 등이 모여 계엄 관련 상황을 논의했다고 한다. 조희대는 공관에서 관련 사항을 보고받다가 4일 새벽 청사로 출근해 회의를 주재했다.

 

이 회의에서는 무슨 내용이 논의됐을까? <조선일보>가 12월 4일 보도한 데 따르면 대법원 관계자는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게 옮겨간다"며 "계엄사령관 지시와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KBS 보도도 보자. 4일 새벽 보도에 따르면 "회의에서는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관련 규정을 검토해 향후 대처 방안을 수립할 것으로 보인다. 계엄법에 따라 비상계엄사령관의 지시를 불이행하거나 내란·외환의 죄, 공무 방해나 공안(公安)을 해치는 죄, 국가보안법 위반죄 등의 재판은 군사법원이 한다. 이에 따라 해당하는 죄목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재판도 군사법원으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5월 2일 국회에 출석해 "비상계엄 당일 저희들 간부회의에서 제일 먼저 (비상계엄이) '위헌적'이라는 발언을 꺼낸 분이 바로 대법원장"이라고 말했다. 무려 6개월 만에 밝혀진 사실이다. 앞서 천대엽이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와 관련해 처음 '위헌'이라는 공식 입장을 낸 것은 비상계엄 8일만인 지난해 12월 11일이었다. 천대엽은 국회에서 "저희는 지금 이 사태가 위헌적인 군 통수권 행사"로 보고 있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의 첫 공식 입장이었다.

그러나 간부회의에서 가장 먼저 '위헌적'이라는 인식을 보인 조희대 대법원장, 그리고 <조선일보>에 나온 '대법원 관계자' 발언 사이의 간극은 너무나 크다. 전자는 계엄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인데, 후자는 대법원이 그 '위헌적 계엄'의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오보를 냈든지, 대법원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법원행정처장이 전했는지 알 수 없다.

 

게다가 왜 이런 판단에 8일이나 걸렸는지 알 도리가 없는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위헌을 제일 먼저 지적했다'고 한 말이 왜 쿠데타 6개월 만에 비로소 밝혀진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은 그들의 말을 믿어보기로 하자. 현직 대법관이 설마 거짓말을 했겠는가. <조선일보>가 말도 안 되는 오보를 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현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유지하기 위해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다. 시스템을 의심하는 순간 무간지옥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해소되지 않는 의문때문에 모두가 두려워하고 있다. 특히 최근 내란 관련 재판관들은 대법원의 인식과 결이 다른 판단을 연이어 내고 있다. 구속 기간을 '날'이 아닌 '시'로 계산해 윤석열 석방을 결정한 지귀연 재판부도 그렇고, 최근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에 대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며 내세운 논리도 그렇다. 계엄 후속 조치 이행 방안을 지시한 의혹을 받는 박성재에 대해 박정호 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피의자가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와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했다.

 

천대엽에 따르면 조희대는 12월 3일 밤 간부회의 자리에서 "위헌"이라는 말을 제일 먼저 꺼냈다고 했다. 그리고 8일 후 천대엽은 계엄을 "위헌"이라고 규정했다. 그렇다면 최고 사법기관의 규정에 따라 '불법 계엄'의 '불법 포고령'을 실행하려 한 행위 역시 '위헌'일 것이다. 하지만 영장판사의 논리는 위헌적 행위에 가담한 것은 위법이지만, 그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따져보자고 한다.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박성재의 주장을 그럴듯하게 포장해 준 것이다.

 

"기계(윤석열 정부)의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했을 뿐인 자신은 단지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고 과거 나치 전범 재판에서 아돌프 아이히만은 말했다. 그래서 그는 유대인을 '죽음의 열차'에 실어 나르는 '기계'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그 결과 600만 명이 죽었다. 악은 적극적 광기가 아니다. '적극적 광기'에 주체성과 책임을 떠넘긴, 충실하고 영혼 없는 '법무 비서'의 행위에서도 악은 태어날 수 있다. '악의 평범성'이다.

 

법원의 논리에 따르면 위헌적 행위에 따른 것이 위법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큰 문제가 생긴다. 위헌적 행위에 따르지 않은 고위공무원들과 박성재의 차이가 제거되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당일 사표를 낸 류혁 법무부 감찰관, 정치인 체포의 위헌, 위법적 명령을 받고 실행을 거부한 홍장원 국정원 1차장과 계엄 합수부 검찰 파견 검토 지시를 내린 박성재의 차이는 사라진다. 만약 박성재, 이상민 같은 인간들이 계엄 포고령에 따라 언론사를 폐쇄하고, 전공의를 처단하고, 정치인을 체포한 후에도, 나중에 '위법성 인식이 없었다'고 하면 처벌하지 못하는 것인가?

 

'위헌위법'을 인지하고 이를 막기 위해 적극적 행위를 한 자나, '위헌위법'을 인지하지 못했다면서(박성재의 주장) 불법 포고령을 실행하려 한 자가 같은 취급을 받는다면, 앞으로 '비상계엄' 같은 사태가 났을 때 어떤 공무원이 나설 수 있겠는가.

 

박성재는 지금 뻔한 법기술을 부리고 있다. 비상계엄 후 열린 법무부 실국장 회의에서 승재현 법무부 인권국장은 "일체 정치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 1호 1조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 시 계엄을 해제한다고 명시한 헌법 77조에 반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면전에서 그런 말을 듣고도 묵살한 박성재가, '위법인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판사들이 이런 주장을 인정해주고 있다. 이건 '내란에 가담해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는 희망을 윤석열과 한덕수에게 던져주는 꼴이다.

 

윤석열의 비상계엄에 거수기로 가담한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는 그 경중을 따질 필요는 있을지언정, 전원이 법적 단죄를 받아야 마땅하다고 본다. 국무위원은 헌법기관인 국무회의를 구성하는 구성원이고, 헌법을 수호하며 국가와 국민 전체에 봉사해야 한다. 대통령의 불법 무도한 비상계엄에 들러리를 선 것 자체가 위헌적 행위일 수밖에 없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교수형을 당할 때까지도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법원은 그를 단죄했다. 손에 피를 묻히는 건 사악한 괴물이 아니라, 그 괴물의 '영혼없는 손발'이다. 악의 평범성을 제거해야 '악행'도 제거된다. 이스라엘은 이걸 알았다.

 

비상계엄을 '위헌'이라고 즉시 판단했다는 조희대와 대법원의 주장을, 그것이 거짓말이라고 하더라도 이 시스템의 안녕을 위해서 믿고 싶다. 내란특별재판부도, 내란전담재판부도 싫다고 한다면, 최소한 '내란 사태'의 엄중함을 재인식하고 재판에 임해주길 바란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내란 재판의 성격에 대해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변인'을 통하지 말고 본인의 육성으로 '독립된 사법부'의 입장을 명확하게 다시 한번 밝혀줬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조희대와 사법부를 계속 의심할 수밖에 없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앞서 세종대왕 관련 전시물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임성근 구속됐지만…'한덕수 기각' 판사, 이종섭 또 기각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다른 기사 보기

  • 법조

  • 입력 2025.10.24 06:55

  • 수정 2025.10.24 07:25

  • 댓글 0

임성근, '하나님의 사랑과 가호' 끝까지 기만책

휴대폰 비번 20자리 '기적적 발견' 되려 자충수

이정재 판사, "증거인멸 우려"로 구속영장 발부

다만 공범 관계 해병대 최진규 중령 영장 기각

정재욱 판사는 '수사 외압' 5명 모조리 기각해

'정점' 윤석열과 핵심 연결 고리 끊겨 특검 타격

앞서 한덕수 영장도 "법적 평가 다툴 여지" 기각

반면 이진관 판사는 '내란 중요 임무 종사' 추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연합뉴스

채 해병 순직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결국 구속됐다. 2023년 7월 19일 채수근 상병이 무리한 수중 수색 작전에 투입됐다 급류에 휩쓸려 숨진 지 2년 3개월 만이다. 임 전 사단장은 그간 숱한 거짓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고, 막판엔 구속 위기가 닥치자 2년 동안 기억이 안 난다던 휴대전화 비밀번호 20자리를 '기적적으로 발견'해 특검에 제출했다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가호'를 느꼈다고 끝까지 기만책을 짜냈다. 그러나 특검이 오히려 그 사실까지 구속영장 청구 사유에 포함시킴으로써 스스로 증거인멸의 무덤을 판 셈이 됐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후 3시부터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군형법상 명령 위반 혐의를 받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24일 새벽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지난 7월 출범한 순직 해병 특별검사팀이 피의자 신병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임 전 사단장은 지난 2023년 7월 경북 예천군 내성천 일대에서 수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구명조끼 등 안전 장비를 지급하지 않은 채 '바둑판식 수색'을 비롯한 무리한 수중 수색을 지시해 채 해병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다른 해병대원들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를 받고 있다. 또 당시 작전통제권이 육군으로 이관된 상태였음에도 상급 부대장으로서 지원하는 정도를 넘어 구체적인 수색 지시를 내리는 등 임의로 작전통제권을 행사한 혐의(군형법 제47조 명령 위반)도 있다.

다만 이 부장판사는 임 전 사단장과 같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23일 오후 6시 50분부터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최진규 전 해병대 1사단 포11대대장(중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있고, 관련 증거도 관련자 진술 및 휴대전화 압수 등을 통해 상당 부분 수집돼 있어 현 상태에서 피의자가 객관적 사실과 관련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최 중령이 조사에 불응한 적이 없고, 주거가 일정하며, 직업 및 부양할 가족 관계 등을 살필 때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현재까지의 수사 진행 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구속해야 할 이유 내지 그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앞서 이명현 특별검사가 이끄는 순직 해병 특검팀은 지난 21일 임 전 사단장과 최 중령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중령에겐 채 해병 실종 당시 현장 수색 작전을 지휘하면서 허리까지 입수해 수색하라고 지시한 혐의가 적용됐다. 최 중령은 영장실질심사에서 "사건 당시 작전 지휘권자가 누구였냐"는 이 부장판사의 물음에 "실질적으로 임성근 사단장인 것 같다"고 답했다.

최 중령의 진술은 임 전 사단장의 그간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023년 7월 경북 예천 수해복구 작전 당시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제2작전사령부의 단편명령에 따라 작전통제권은 육군 제50사단장에게 있었다. 임 전 사단장은 작전통제권이 없어 수색 작전에 대해 그 어떤 지시를 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고, 실제 지시를 한 바 없다고 항변해 왔다. 하지만 수해 복구 및 실종자 수색 작전에 투입된 현장 지휘관인 최 중령은 작전통제권이 없는 임 전 사단장이 직접 현장을 지도하는 등 권한 없는 지시를 했다고 인식한 것이다.

임 전 사단장은 채 상병 순직 이후 불거진 윤석열 정부의 수사 외압 사건과 직결된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박정훈 대령이 이끄는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서 주요 혐의자로 적시됐다가 이른바 'VIP 격노' 이후 제외됐고, 이어진 경북경찰청의 수사에서도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됐다. 특검팀은 윤석열을 정점으로 대통령실과 국방부 등이 조직적으로 해병대 수사단 및 경찰에 외압을 가한 정황을 다수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확대해왔다.

 

채상병 순직 및 수사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고 있다. 2025.10.23. 연합뉴스

그러나 이날 수사 외압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모조리 기각되면서 윤석열의 혐의를 확정하는 데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2·3 비상계엄 이후 의도적으로 배치한 것으로 의심되는 소위 '수원지법 출신 3인방' 영장전담 판사들이 한덕수 전 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구속영장을 상식 밖의 이유로 기각하는 등 결과적으로 윤석열과의 주요 연결 고리를 끊어주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3일 오전 10시 10분부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24일 새벽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부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어느 정도 소명되나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고,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책임 유무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며 "장기간에 걸쳐 진행한 광범위한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한 증거가 수집된 점, 수사 진행 경과, 수사 및 심문 절차에서의 출석 상황과 진술 태도, 방어권 보장 및 불구속 수사 원칙까지 고려할 때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섭 국방부 장관. 2023.9.12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앞서 특검팀은 지난 20일 이종섭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6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채 상병 순직 당시 국방 업무를 총괄하며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 기록이 경찰에 이첩되지 않도록 적극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이 박정훈 대령에 대한 보직 해임과 항명 혐의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조사본부에 대한 결과 축소 압력 등 일련의 과정에도 주도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 전 장관을 구속한 뒤 이를 동력으로 삼아 '수사 외압 사건의 종착역'인 윤석열을 정조준한다는 계획이었으나 법원의 영장 기각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으며 수사 일정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저인망식의 광범위하고 치밀한 수사 끝에 임 전 사단장 신병을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음에도 예상치 못한 법원의 무더기 기각 결정으로 빛이 바랜 형국이다. 이 전 장관 등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지 순직 해병 특검팀의 대응이 주목된다.

정재욱 부장판사는 지난 8월 27일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해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정 부장판사는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한 전 총리 사건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3차 공판에서 한 전 총리에게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까지 추가하도록 공소장을 변경하라고 특검팀에 직접 요구했다. 내란 중요임무종사로 유죄가 인정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행위 방조 혐의를 받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2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청사를 나와 차량에 탑승해 있다. 2025.8.27. 연합뉴스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인터뷰] 김한규 의원 “2002년부터 제주도에 중국인 몰려왔지만, 큰 문제는 없다”

[중국인 관광객 막자는 국민의힘4] 20년 넘게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로 받아온 제주도는 현재 어떨까

  •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2 ⓒ민중의소리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시적으로 비자 없이 한국 전역을 여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제주도에만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지만, 이번에는 전담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에 한해 전국으로 무비자 입국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이에 극우단체는 반발하며 서울 도심에서 혐중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혐중 정서에 편승해 이를 확산하는데 앞장서고 있다는 건 더 큰 문제다.

2002년부터 중국 관광객들을 대거 받아오던 제주도 입장에선 의아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중국 관광객들이 찾는 우리나라 1순위 명소다. 실제로 올 상반기 제주 방문 외국인 관광객 101만5900여명 중 77%(77만7600여명)가 중국인 관광객이다. 극우세력의 논리대로라면 지금 제주도는 범죄로 뒤덮여 엉망진창이 돼있어야 한다. 제주도 땅이 거의 중국 땅이 돼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아름답고 평온하다.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지다.

제주도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제주도에 20여 년 동안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오다가 코로나로 인해서 한동안 관광객이 끊겼다. 그러다가 최근에 단체만이 아니라 개인 관광객들도 제주도로 많이 오는 상황이었다"며 "앞으로 한국에 단체 관광이 허용되면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면에서 제주도민들도 기대를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무비자 입국 제도가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면서 관광객들을 다른 지역으로 뺏기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기도 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의원은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일반 도민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다 보면 그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우리의 공중 예절하고 조금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보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며 "그래도 다른 지역보다는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들이나 국내에 체류하는 중국인들에 대한 경험이 많이 쌓여서 근거 없는 혐중 정서는 크지 않은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정치권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는 현실에 개탄했다. 김 의원은 특히 부산시에 지역구를 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말 바꾸기에 혀를 내둘렀다. 주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정부 당시엔 크루즈 선사를 통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고 스스로 홍보하더니,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을 '간첩 면허증'이라고 하는 등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의원은 "과거 주진우에 대해 현재 주진우가 반대하는 꼴"이라며 "과거 주진우의 생각이 맞지 않았겠나"라고 꼬집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9일 인천 중구 인천관광공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으로부터 인천항 내항 재개발 사업 관련 설명을 듣고 있다. 2025.09.29. ⓒ뉴시스

 

국민의힘의 이중적 태도, 그리고 가짜뉴스


국민의힘의 이중적인 태도는 주 의원에 그치지 않는다. 민중의소리 취재에 따르면 서울(오세훈), 부산(박형준), 인천(유정복) 등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있는 지방자치단체도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 유치 경쟁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에 반대하고 있는 국민의힘 입장과는 완전히 다른 행보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아마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들은 되게 난감할 것"이라며 "실제로 관광업에 종사하는 상인들은 어느 나라 국적이든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는 부분, 그래서 소비가 짐작되는 부분에 대한 기대가 있다. 그래서 지자체에서는 다양한 행사도 하고 지원도 하고 있는데 중앙당 차원에서 혐중 정서에 기대어서 계속 중국인 관광객들을 오히려 내모는 발언을 하고 있으니 (지자체 입장에선) 아마 어떤 입장을 취해야 되나 고민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 걱정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단체장들도 결국 주민이 아니라 중앙당만 보고 잘못된 정책을 펴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기도 어려운데 관광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국적을 가리지 않고 많은 관광객이 와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K-pop 등 한류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이 와야 한다"며 "그런데 제1야당에서 혐중 정서에 기댄 정치 행위를 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서 관광객이 급감하게 되면 그로 인한 우리 상인들의 피해는 어떻게 감당할 건지 한번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범죄 조직이 침투할 것이다',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진다', '중국인이 건강보험에 무임승차한다', '중국인 때문에 집값이 폭등한다' 등 황당무계한 주장이 난무하고 있는 데 대해 큰 우려를 표했다. 김 의원은 "마치 그럴듯하게 국민들한테 알려서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는데, 저희가 적극적으로 사실을 알리려고 해도 자극적인 가짜뉴스가 더 빠르게 전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의 상황을 예로 들어 '가짜뉴스'를 반박했다. 김 의원은 "제주도에선 부동산을 5억 또 10억 원 이상 구매하면 영주권을 주는 제도가 있는데, 제주도 부동산 경기에 사실 도움이 많이 됐다. 그분들은 별도의 단지를 조성해 부동산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고, 제주도민들과 섞여서 충돌이 일어난 일도 거의 없다"며 "중국인에 대해서 긍정적이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는 제주도민들도 일단 부동산 경기가 좋아지고 제주도에 돈이 도니까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호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 관광객들이나 중국의 투자 자체가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우리가 오히려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권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정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혐중 정서에 기댄 국민의힘의 주장은 '정치적인 공세'일 뿐이라는 게 김 의원의 생각이다. 김 의원은 "중국은 외국환을 규제해서 5만 달러 이상 해외 투자가 쉽지 않은 나라"라며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땅을 구매한 사례를 침소봉대해서 마치 우리나라 부동산의 상당수를 중국인이 가지고 있다고 허위 제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면적 기준으로 보면 가장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외국인의 국적은 미국으로, 외국인 소유 토지 중 50%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며 "제주도를 포함해서 중국인들이 부동산 소유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는 않은 건 사실이지만 전체 비율로 봤을 땐 매우 낮고, 지금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김 의원은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세금 강화 등을 반대해온 국민의힘의 그간 입장과도 어긋난다고 짚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규제, 보유세 강화 등에 대한 국민들의 주장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 부동산 공급 부족은 다주택자 탓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은 건데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며 "다주택자가 가지고 있는 부동산과 중국만이 아니라 모든 외국인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의 규모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주택자의 부동산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자신의 주장에서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부분을 희석시키기 위해 자꾸 중국을 끌고 들어오는 것 같은데, 그런 주장은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0.22 ⓒ민중의소리

"우리는 지금 이 돈 저 돈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냐"

혐중은 중국인 관광객뿐만 아니라 국내에 살고 있는 중국인들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실제 관광지뿐만 아니라 아니라 중국인 밀집 거주지에서 혐중 시위가 집중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 내에서 반한 여론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 의원도 "유럽에서는 이민자들에 대한 인종 차별 주장을 많이 한다. 우리도 언제든지 당할 수 있는 이이다. 저도 미국에서 짧은 유학 생활을 하면서 (인종 차별을) 여러 번 겪었다. 그럴 때 우리도 같이 분노하지 않나"라며 "혐중 정서를 가지고 실제로 관광객들을 위협하거나 집단적인 시위를 해서 (중국인들 사이에) 더 이상 한국을 찾지 말아야겠다는 정서가 퍼지게 되면 결국은 우리가 손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광업에 종사하지 않는 분들이나 해외에 나가서 사업하지 않는 분들은 우리가 무슨 손해를 보겠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 측면에서 한번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아직도 전 세계적으로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고려하면, 지금 우리가 중국이든 어느 나라든 인종을 토대로 비난해선 안 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즘 대만 관광객들이 '나는 중국 사람 아니에요'라고 적힌 배지를 달고 들어온다고 하더라. 그 얘기는 이제 대만에서도 '한국에 갔더니 중국인이 혐오 대상이더라'는 경험이 공유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에도 이미 많이 알려졌을 것이다"라며 "반대로 우리가 중국으로 여행을 가거나 중국에서 사업을 할 때 한국에 대한 혐오로 인해서 우리가 피해를 받는다고 한다면 어떨까. 우리가 (혐중을 부추기는) 극우세력에 대해 비판을 더이상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외국인 관광객이 몰려 들어오는 것은 "엄청난 수출 효과"를 내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혐중 시위에 대한 엄단을 여러차례 주문한 바 있다. 김 의원 역시 외국인 관광객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클 것이라고 봤다.

김 의원은 "안타깝게도 국내 관광객들이 요즘 돈을 잘 안 쓴다. 제주도 와서 한라산을 등반하고, 러닝(달리기)을 하고, 자전거를 탄다. 뛸 때는 운동화만 가지고 오면 되고, 심지어 자전거도 가지고 온다. 한라산에 갈 땐 도시락을 싸가지고 온다"며 "제주도 입장에선 관광객들이 먹기도 하고 잠도 자고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다. 장기체류를 할 수 있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굉장히 간절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물론 그들이 관광을 와도 면세점에서만 쇼핑을 하고 있어서 소상공인에게는 별로 도움이 안 되는 측면도 있지만, 그건 우리가 먹거리나 문화를 홍보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의원은 "올해 기대 관광 수입이 29조 원이라는 기사도 있다. 우리가 29조 원어치의 물품을 수출하려면 얼마나 힘들겠느냐"며 "수출이든 관광수지든 모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외화가 국내에서 들어오는 일이라 동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처럼 우리나라의 K-culture(문화)가 전 세계에서 관심을 받는 게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다.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아니면 우리가 잘 관리해서 훨씬 더 오랜 시간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는데,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그런데 이런 시점에 우리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에 대해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면 우리나라 관광수지가 큰 피해를 입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은 "관광객들이 와서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간다든지 한다면 캠페인으로 대응해야지, 마음에 안 든다고 오지 말라고 대놓고 행동을 보이는 건 결국 관광객들을 우리 스스로 줄여나가는 것"이라며 "우리가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기회로 생각해주면 어떨까 싶다"고 당부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이 돈 저 돈 가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아주 잘 살고 있다고 한다면 왜 민생회복지원금을 주고 그러겠느냐"라며 "현재 경기가 매우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이 시작된 지난달 29일 오전 크루즈를 타고 방한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인천 연수구 인천항크루즈터미널을 통해 입국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뉴스1

"반중 감정도 일부 인정해야, 국력 키우는 데 노력 필요"

김 의원은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도 필요하다면 개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신중해야 한다. 김 의원은 "현재 우리가 중국에 가는 건 무비자이기 때문에 쉽다. 반면 중국은 개인이 아니라 법무부 허가를 받은 여행사가 모집한 단체 관광만 무비자로 한국에 입국할 수 있다"며 "오히려 우리에게 더 유리한 상황인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다만 무비자로 들어와 불법 체류하는 경우는 우리보다는 중국인들이 더 많을 수 있다. 그렇다면 무비자 정책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법 체류가 많은지 정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며 "정말로 문제가 된다면 우리가 무비자로 중국에 입국할 수 있는 정책이 정지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중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안 할 것인지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극우세력의 주장처럼 중국인의 불법 체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는 "제주도의 경우 무비자라서 불법 체류자들이 꽤 많은 건 사실인데 최근엔 중국보다는 동남아 쪽에서 오신 분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며 "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온 불법 체류자들이 농업과 어업 등 1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며 "중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한편으론 그들이 없으면 1차 산업이 유지되기 어려운 현실이라 정부도 이를 알면서 어느 정도는 관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비자를 훨씬 강도 높게 관리하기는 어려운 현실적 조건도 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김 의원은 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우리 국민들, 특히 젊은층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중국인들이 스스로 대국이라고 생각해서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행동하는데, 그게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불쾌할 수 있다는 걸 저도 느껴봤고 젊은층은 더 느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왜냐하면 젊은층은 우리가 중국보다 훨씬 더 훌륭한 경제 강국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납득이 안 되는 부분들이 있을 것 같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우리나라 국력을 키우는 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그래도 우리를 무시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반도체를 비롯한 산업 부문에 있어서 여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K-pop(가요)이 뜨기 전에도 도 대한민국의 문화를 두고 중국이 굉장히 부러워하기도 했다"고 짚었다. 그는 "이렇게 우리 나름의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성장시키는 게 정치인들의 역할인 것 같다"며 "다른 나라가 우리를 무시한다는 감정을 국민들이 느끼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국력을 키우는 데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 기사

  •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민간인 살해, 무력분쟁' 모잠비크 고통으로 살찌는 한국…"무슨 일 있는지 알아달라"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10/24 09:22
  • 수정일
    2025/10/24 09:22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모잠비크 가스전' 막으려는 환경단체 JA 활동가 방한 "한국 금융, 모잠비크 고통돼"

"모잠비크에서 일어난 일이 한국에서도 일어났다면, 한국 기관들은 이렇게 투자했을까? 민간인 살해, 인권 유린 등 한국에서 절대 수용 못 할 문제는 모잠비크에서도 수용할 수 없다. 우린 다 똑같은 인간이다. '이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건 모잠비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인권 유린 사태를 뒷받침하는 일이라는 걸 꼭 생각해 달라."

 

지난 22일 <프레시안>과 만난 케테 미렐라 푸모(Kete Mirela Fumo) 씨와 다니엘 리베이로(Daniel Ribeiro) 씨가 한목소리로 말했다. 모잠비크 환경운동 단체 JA(Justica Ambiental·환경 정의)의 활동가들이다. 이들이 자국으로부터 1만 5400여km 떨어진 지구 반대편에서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하나다. '모잠비크 가스전' 사업에 투자한 한국 공공기관과 기업에 정의롭고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모잠비크 가스전은 모잠비크 북부 해상의 천연가스를 추출하는 LNG 사업으로, 아프리카 대륙 최대 규모의 천연가스 개발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주목은 곧 우려로 바뀌었다. 강제 이주와 불충분한 보상 등 사업의 문제뿐 아니라, 모잠비크 사회가 급속도로 불안정해지는 과정에 가스전 사업도 일부 영향을 줬다는 점에서다. 2021년 1200여 명의 사망자를 낳은 '팔마 사태'는 대표적인 사례다.

개발이 본격화한 지 올해로 8년이 더 넘었다. 그동안 모잠비크에선 무슨 일이 벌어져 왔을까. 또 이들이 한국 사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뭘까. 서울 성수동 인근에서 두 활동가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모잠비크 부자 만들어준다? 실상은 빈곤 심화

케테 씨는 먼저 가스전 사업이 지역 빈곤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LNG 플랜트 등이 개발될 해안가의 주민들이 해안에서 10~15km 떨어진 내륙으로 강제 이주됐는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상과 지원이 이뤄지지 않아 광범위한 피해가 양산됐다는 것이다.

 

▲지난 22일 <프레시안>과 인터뷰한 JA 활동가 케테 미렐라 푸모(Kete Mirela Fumo) 씨. ⓒ프레시안(손가영)

 

그는 "운영사는 강제 이주된 주민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준다고 약속했지만, 많은 주민이 아직까지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생업 문제가 특히 심각한데, 농지를 잃은 농부에게 제대로 된 대체 농지를 주지 않고 어업지를 빼앗긴 어부들도 제대로 된 어업 대체지를 제공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10ha(헥타르) 농지를 가졌던 농부가 1ha 농지를 보상받는다거나, 수세대 동안 해안에 살며 물고기를 잡았던 어촌 공동체가 해안에서 10~15km 떨어진 내륙으로 강제 이주돼 생계 수단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케테 씨는 "운영사는 교통수단을 제공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역부족이었다"며 "아예 군사 보호 지역을 어업 대체지로 받은 어부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가스전 관련 인프라가 이미 구축돼 있거나, 군사 활동이 언제든 가능해 위험하니 어부들은 예전처럼 일을 할 수 없었다. "많은 주민이 다른 수역을 찾아 떠나거나 생업을 포기했다"고 케테 씨는 전했다.

 

간접 피해도 컸다. 강제 이주된 주민들이 재정착한 지역의 농민들이다. 운영사는 이들의 주거지를 만들기 위해 기존 주민의 농지를 활용했다. 케테 씨는 "빼앗긴 농지에 대해 다른 대체 수단을 제공한다고 약속해 놓고, 보상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또 농지 보상이 짧게는 2~3년, 길게는 6년이 걸리는데, 이는 6년 동안 생계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케테 씨는 "이 사업으로 매우 많은 지역 사회가 직간접적인 여파를 겪었다"며 "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토지보다 훨씬 더 넓은 토지가 영향받았다"고 지적했다.

 

▲상공에서 촬영한 모잠비크 북부 아푼지 지역 가스전 관련 건설 현장. ⓒJA

 

불안한 정세, 촉매제 된 가스전 개발

 

이후 이어진 '군사화'는 주민 생명·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했다. 모잠비크에 2000~2010년대 빈곤, 불평등 등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누적되며 사회 불안정이 극심해졌다. 이 과정에서 2017년경 '알샤바브'라 불리는 극단주의 반군 집단이 힘을 얻었다. 다니엘 씨는 "이런 사상은 원래 동아프리카 지역에 계속 있어 왔는데, 지난 10여 년간 청년들의 참여율이 굉장히 높아진 점이 다르다"며 "왜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결국 사회경제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모잠비크 북부에서 반군이 세를 넓혀 치안이 악화하자, 개발 사업지의 군사화가 시작됐다. 2017년경 모잠비크 군인과 민간 보안업체들이 개발지에 투입되며 경비를 강화했다. 다니엘 씨는 "이것이 오히려 반군 세력이 커지는 악순환을 초래했다"며 "모잠비크는 전 세계 빈곤국 순위 10위 안에 든다. 자원 자체가 굉장히 부족한데, 군사화를 진행하면서 군사들에게 제대로 된 훈련이나 월급도 지원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어떤 시점에 이르러선 급기야 군인들이 절도하거나, 납치, 성폭력 등의 인권유린 사태를 일으키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다니엘 씨는 "자기 가족이 괴롭힘이나 성폭행을 당했다면, 그리고 이런 문제를 봤다면, 여기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더 많은 청년이 반군에 합류하게 되는 흐름이 만들어졌다"며 "가스전 개발을 보호하려고 도입된 군사 시스템이 심각한 인권 유린 사태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2021년 3월 '팔마 사태'까지 발생했다. 반군이 가스전 개발 사업 건설 현장 인근의 팔마시를 습격한 사태다. 운영사 토탈에너지(프랑스기업)가 사업 부지의 군사 보호가 취약하다며 강화를 요구해 군인 800여 명이 증원된 지 3개월 후다. 내전이 벌어졌고, 그 결과 1193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고 200여 명이 납치됐다. 이후 지금까지도 반군에 의해서든, 정부군에 의해서든 무력 분쟁, 민간인 사살 등이 꾸준히 발생했다. 2023년 1월 기준, 사망자 수는 4500여 명, 실향민은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왜 이렇게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까? 우선 당시 군은 민간인을 전혀 보호하지 않고 가스전 사업지를 보호했다. 또한 토탈에너지가 민간인을 보호하지 않았다는 정황 증거는 계속 나오고 있다. 당시 인명 구출을 위해 헬리콥터를 띄웠는데, 연료가 부족해 토탈에너지사에 연료 사용을 묻자 거절당했고, 이에 헬리콥터가 다시 떠났던 지역으로 선회하면서 탑승자들이 전원 사망한 사건이 있다."

 

다니엘 씨는 "개발 구역 내로 대피하려던 민간인들의 진입을 막아 피해자들이 더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도 나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말했다. 또 '컨테이너 학살' 사건을 언급하며 "사업 부지 내의 한 컨테이너에서 군인의 민간인 살해 사건이 일어났는데, 토탈에너지가 이를 알았는지 UN 차원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프랑스 검찰은 토탈에너지를 대상으로 과실치사, 구조·지원의무 불이행 등의 혐의로 예비 수사를 하고 있다. 팔마사태 생존자와 피해 유족은 2023년 10월 토탈에너지가 해당 지역의 보안 위험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안전 확보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토탈에너지를 고소했다.

 

다니엘 씨는 "이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기관에 '적어도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투자 결정을 미뤄달라'고 요구한다"며 "한국은 이 개발사업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지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JA 활동가 다니엘 리베이로(Daniel Ribeiro) 씨. ⓒ프레시안(손가영)

 

한국수출입은행·한국가스공사 등 3조 6000억여 원 지원

 

모잠비크 가스전은 크게 두 개 광구에서 개발이 이뤄진다. 1광구에선 1개 사업이, 4광구에선 3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 기관은 모든 사업에 참여했다. 공공기관을 보면, 2023년 8월 기준 한국수출입은행이 총 1조 9870억 원의 금융 지원을, 산업은행은 총 3577억 원을, 무역보험공사는 1조 3300억 원의 금융 지원을 제공했다. 한국가스공사는 4광구(3개 사업) 사업 지분 10%를 보유했다.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3년 8월까지 누적 사업비는 1조 2000억원이다.

 

삼성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은 사업 운용에 핵심이 되는 LNG 운반선 건조, 육상 플랜트 공사 등으로 각 사업에 참여했다. 이 중 삼성중공업의 참여 비중이 가장 크다. 현재 건설 중단 상태인 1광구의 개발 사업과 관련해선 LNG 운반선 8척 건조도 계약을 예정해 뒀다.

 

두 활동가는 가스전 개발과 모잠비크 내 지정학적 불안정은 긴밀한 연관이 있다고 봤다. 다니엘 씨는 "사회경제적 불만이 고조하는 데 간접적인 영향을 줬다"며 "모잠비크가 부자 국가가 된다느니, 일자리가 창출된다느니 약속해 기대를 부풀렸으나, 실상은 그 반대로 삶의 수준은 악화하거나 그대로였다"고 했다. 나아가 모잠비크 정부가 이 사업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았고, 이에 따라 2016년 IMF 등의 국제기구에서 원조가 대부분 끊기며 의료, 교육 등 사회 인프라가 붕괴하기도 했다.

 

가스전 사업이 재개한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폭력 사태가 심화하는 건 또 다른 방증이다. 케테 씨는 "특히 올해 초, 정부가 중단됐던 1광구 개발사업 재개를 공식 발표하자 폭력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해졌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참여하는 '코랄 사우스 프로젝트'(4광구 사업 중 하나)도 2022년에 진행되면서 이 해안가에 군사화가 더 강화됐고, 어민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이 부근은 폭력 사태가 빈번해졌고, 지난 7, 8, 9월 민간인이 죽는 사건도 연이어 벌어졌다"고 밝혔다.

 

다니엘 씨는 "개발 사업을 재개하기엔 여전히 위험하다"며 "아직 반군 활동이 너무나 활발하다"고 말했다. 그는 "토탈에너지나 정부는 보안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며 사업을 재개하나, 안전은 전혀 고려치 않은 것"이라며 "사업을 연기할수록 비용이 발생하니, 이윤만 생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명확히 두 가지를 요구한다. 두 활동가는 "이 개발 사업과 관련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알아달라. 그리고 이를 모두 고려해서 투자 여부를 고민해달라"고 말했다. 다니엘 씨는 "특히 이 사업은 우리가 가진 탄소예산의 약 17%(220억 톤 CO₂)를 소비하게 된다. 엄청난 수치"라며 "한국이 기후 위기를 진정 우려한다면 이 사업엔 참여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의 모잠비크 가스 프로젝트 참여 현황 및 개요 ⓒ기후솔루션

손가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국민 신뢰 손상"... 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프랑스

[목수정의 바스티유 광장]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 수감, 5공화국 역사상 처음

25.10.24 06:55최종 업데이트 25.10.24 06:55

21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가운데) 전 프랑스 대통령이 2007년 대선 자금을 리비아에서 조달하려는 범죄적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복역하기 위해 파리의 라 상테 교도소에 도착하고 있다.AP 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2007 ~2012년 재임)이 수감되었다. 2007년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대통령으로부터 불법 자금 조달을 공모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 받은 지 26일 만이다. 프랑스로선 루이 16세를 교수대에 세운 이후 232년 만에 있는 일이자 프랑스 5공화국 역사상 대통령이 갇힌 건 처음이다.

유럽연합(EU) 성립 후 회원국 가운데 전·현직을 막론하고 국가 최고 지도자가 감옥에 간 최초의 사례다. 부르주아 엘리트 카르텔이 사면이나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징역형을 면하게 할 핑계를 찾아낼 거라는 의구심이 세간에 팽배했기에, 파리의 라 상테 교도소 독방에 수감된 사르코지의 모습은 프랑스 사회에 신선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사르코지 캠프의 카다피 선거 자금 수수 의혹이 처음 제기된 것은 2011년 3월 리비아 국영 통신사를 통해서다. 며칠 뒤 카다피의 차남인 사이프 알 이슬람이 프랑스 언론 유로뉴스 인터뷰에서 앞의 이 보도를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사르코지는 자신의 선거운동을 위해 리비아로부터 받은 돈을 갚아야 한다. 우린 그의 선거운동을 재정 지원했고 모든 세부 사항을 갖고 있으며 곧 공개할 준비가 되어 있다. (...) 우리는 그가 대통령이 되게 도왔지만 그는 우리를 실망시켰다."

이런 폭탄 선언이 나온 시점은 리비아가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연쇄적 시민 봉기에 휩싸여 있을 무렵이다. 석유 국유화를 토대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를 이룬 이면에는 42년 독재와 철권 정치에 대한 피로감, 억압돼 온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자라고 있었다.

시민들의 시위에 리비아 정부가 강경 진압으로 대응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한 내전 양상으로 번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민간인 희생을 막기 위해 리비아에서의 군사적 개입을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은 그 인터뷰가 나온 다음 날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 리비아 정부군 진압에 나선 프랑스군의 개입을 시작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리비아 내전에 개입했다. 안보리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앞장서 군을 파견한 사르코지의 결정이 어쩌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막고자 한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의 판결이 암시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카다피 일가의 일방적 주장일 수도 있었던 폭로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은 2012년 4월 29일 프랑스 탐사보도 매체 <메디아파르>의 보도를 통해서였다. 이들은 "니콜라 사르코지 후보의 대선 캠페인을 위해 5000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한 원칙적 합의"가 명시된 리비아 정보기관의 문서를 공개했다. 프랑스 사법 당국은 이 보도가 발단이 되어 2013년 4월 본격적인 사르코지-카다피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좋은 판례

2019년 4월 12일 4년 간의 공사를 거쳐 리모델링된 파리의 라 상테 교도소의 감방.AFP 연합뉴스

카다피의 아들은 카다피의 매부 세누씨에 대해 프랑스가 발부한 체포영장 철회의 대가로 리비아 자금을 건네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국제사회에서 오랜 기간 고립되어 있던 리비아가 프랑스를 통해 서방 국가와의 관계 개선 또는 외교적 지위를 확보하려는 의도도 있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사르코지는 프랑스 대통령으로 취임한 해에 카다피를 국빈 초청한 바 있다. 2007년 12월 10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방문 기간 양국은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을 뿐 아니라 무기 구매와 원자력 발전 협력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2003년 12월 핵 포기 선언을 한 리비아가 서방과의 관계 회복해 나가는데 프랑스가 동반해 줄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당시 카다피는 영빈관이나 호텔을 이용하는 대신 베두인 전통 텐트를 시내에 설치하고 거기서 거주하는 기행으로도 시선을 끌었다. 오랜 기간 독재를 하면서 반대자들에 대한 정치 탄압과 고문을 자행해 악명 높았던 그의 국빈 방문은 당시 시민사회와 국회로부터 큰 반발을 사며 격한 반대 시위를 불러일으켰다. 훗날 이 국빈 초대는 리비아의 자금 지원에 대한 보답이 아니었겠느냐는 합리적 추측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르코지가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재판부는 사르코지 캠프가 카다피 측으로부터 돈을 받았고 선거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확실한 증거는 찾지 못했다. 그런 이유에서 무죄를 확언해 왔던 사르코지는 감옥에 들어가는 날 아침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입장문에서 "오늘 아침 갇히는 건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무고한 한 인간"이라며 "진실은 승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75%에 달하는 절대다수의 프랑스인이 그의 수감에 환호하지만 지지자들이 거세게 그를 옹호하며 반론을 펼치는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증거 불충분에도 유죄 판결이 내려진 이유는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자금을 확보하거나 확보하려 "시도했다"는 사실만큼은 명확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했기 때문이다. 리비아 정보기관이 제시한 문서 외에도 리비아의 석유장관이었던 추크리 가넴이 숨지기 전 남긴 비망록에 리비아 정권 인사들이 사르코지 대선캠프에 넘긴 것으로 보이는 금액의 송금 경로가 상세히 기록되어 있어 재판부가 이를 법적 증거로 인정했다.

이 비망록에 나오는 금액과 송금 경로는 검찰 조사 결과 발견된 계좌 및 페이퍼 컴퍼니의 자료와도 일치한다. 어떤 경로를 통해 사르코지 측에 전달되었는지가 불분명할 뿐 당시 사르코지의 측근들이 리비아 정보기관이나 정권 책임자들과 비공개 회담을 가진 사실도 확인되었다.

만에 하나 사르코지가 주장하듯 리비아의 돈이 그에게 전달된 바 없다 해도 프랑스 형사법상 공모죄는 성립한다. 따라서 외국으로부터의 선거 자금 유입 혐의나 수동적 부패 혐의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사르코지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측근들이 캠프 자금 조달을 위해 리비아 측과 접촉하며 자금 유입 시도를 방조한 책임에 대해서는 공모자로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실제 금전 수수에 대한 증거가 입증되지 않았어도 계획하고 진행한 과정에 대해 범죄 사실을 인정한 이번 판결은 고위 공직자들이 지닌 막중한 책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향후 고위 공직자 범죄에 대한 좋은 판례로 남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세 번째 유죄 판결

21일(현지시간) 프랑스 니스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가면을 쓴 시민이 경찰서 앞 광장에 사르코지의 이름을 붙이겠다는 니스 시장의 제안에 반대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AFP 연합뉴스

항소심이 남아있음에도 징역형이 바로 집행된 이유에 대해 나탈리 가바리노 판사는 "예외적으로 심각한 행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자금 조달을 위해 외국 정권과의 은밀한 협잡을 도모한 행위는 국민이 그들을 대표한다고 믿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판결문에 언급되지 않았으나 사르코지가 사소하지 않은 권력형 범죄 경력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점도 즉각적인 실형 집행을 부른 또 하나의 근거다. 2012년 재선에 도전한 사르코지는 대선 과정에서 허용된 비용을 초과해 지출한 후 이를 숨기기 위해 홍보회사를 이용한 행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21년 1년의 징역형이 내려졌으나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2개월에 그 중 6개월은 집행유예가 내려졌으며 현재 상고가 진행 중이다.

2013년 카다피로부터 선거 자금 수수 혐의로 조사받던 사르코지는 당시 판사에게 모나코 고위직을 제안하는 대가로 수사 정보를 얻으려 한 판사 매수 혐의로 기소되어 다시 한번 유죄판결을 받았다. 3년의 징역형 중 2년은 집행유예, 1년은 전자발찌 착용 조건부 가택 구금으로 집행되었다. 세 번째 유죄 판결에 이르러선 더 이상 집행유예는 없었다.

출세를 향한 지칠 줄 모르는 열망을 가진 사르코지는 헝가리 이민 2세로 대통령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08년 금융 위기 속에서 부자 감세와 서민 증세로 오늘날 프랑스가 짊어진 부채와 빈부 차 극대화를 업적으로 남겼다. 과도한 욕망과 그것을 감추기 위해 벌인 또 다른 범죄로 세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은 끝에 마침내 수감된 그는 추한 인생 행보의 피할 길 없는 말로를 제대로 입증했다.

사르코지가 감옥에서 맞이한 첫날 밤 다른 재소자들이 벽을 치며 "우리가 카다피를 대신해 너에게 복수할 거야. 우린 모든 걸 다 알고 있다구"라거나 "수백만 달러를 리비아인들에게 돌려주라구" 같은 말을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를 배신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군대까지 동원했던 중죄인을 꾸짖을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을 터이다.

감옥에 던져진 지난날의 권력자는 잡범들이 들끓는 교도소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저지른 짓의 실체를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법원이 각 잡고 제대로 휘두른 칼날이 기울어 가던 프랑스 사회를 한 뼘 일으켜 세웠다.

#사르코지 #카다피 #리비아 #상테 #감옥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이 대통령, “북미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난다면...”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10.23 11:46
  •  
  •  수정 2025.10.23 11:50
  •  
  •  댓글 0
 
[CNN]과 인터뷰하는 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CNN]과 인터뷰하는 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북미 양 정상이 전격적으로 만난다면 좋은 일”이라고 기대했다.

이날 아침 공개된 [CNN]과의 인터뷰에서 ‘APEC 정상회의 계기로 2019년에 있었던 김 위원장과의 비무장지대(DMZ) ‘깜짝’ 회동이 재연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시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도 생각한다”면서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아 달라고 청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CNN 인터뷰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는 질문에도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에 한미 통상 협상을 타결할 수 있을까’는 의문에 대해, 이 대통령은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다”고 대답했다. 다만 “미국의 합리성을 믿는다”면서 “두 나라가 합리적인 합의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대통령과 인터뷰한 [CNN] 윌 리플리 기자는 “한국에서 비공개적으로 회자되고 있는 사안, 바로 국내총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3,500억 달러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관리하는 투자 기금에 출연하는 이야기를 이 대통령이 조심스럽게 피해 가는 모습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 이 제안이 나왔을 때는 많은 사람들이 농담이거나 스팸 메일이거나, 개인 정보를 노린 사기라고 생각했”으나 “실제 제안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거듭 한국에 ‘선불’ 지급을 요구했고, 한국 정부는 물밑에서 이를 조율하고자 애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23일 아침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북미 정상 간 깜짝 만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9년 6월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하루 전에 연락해서 판문점에서 됐던 것을 생각하면, 막판에 언제든지 있을 수 있겠다”는 것. 다만 “(미국 측에서) 이런 것을 준비하고 있다거나 우리에게 통보해온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새로 부임하는 케빈 김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에 실무적으로 관여했던 인물이지만, 그가 부임하는 이유가 북미 정상 회동과 관련 있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상당히 창의적”이라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