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지난 26일 ‘계엄 정당화 메시지 전달’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경기도 과천 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가 12·3 내란 때 홍장원 당시 국가정보원 1차장이 “계엄을 합법이라 전제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는 국정원 간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일 파악됐다. 홍 전 차장은 해당 간부 본인이 자의적 판단으로 ‘계엄 합법 전제’ 지시를 하고선 자신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반박한다.
국정원 A국장은 최근 종합특검 조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 상황 당시 홍 전 차장이 부서장 회의를 주재하며 ‘합법, 비합법을 논하지 말고 계엄이 합법이라는 전제 하에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을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국장은 “부서장 회의에서 홍 전 차장의 이 같은 지시를 받아 B실무관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종합특검은 국정원 직제상 A국장은 1차장 산하 부서장이기 때문에 홍 전 차장의 지시가 있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종합특검은 당시 계엄군의 국회 투입이 방송 생중계된 뒤였기 때문에 A국장이 계엄의 불법성을 인식하고서도 B실무관에게 ‘계엄 합법 전제’ 지시를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A국장이 부적절한 지시의 책임을 피하려 허위 진술을 한다는 입장이다. 홍 전 차장은 4차례 종합특검 조사에서 “부서장 회의에서 구체적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앞서 열린 정무직(지휘부) 회의에서 조태용 당시 국정원장이 “법률상 계엄 시 국정원이 뭘 해야 하는지 매뉴얼을 정리해 보고하라”고 지시했고, 자신은 10여분간 부서장 회의를 열어 단순 전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명령 체계상 차장들은 원장을 보좌하는 참모들이고, 실·국장이 실무를 총괄해 재량권이 크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이 홍 전 차장을 의심하는 핵심 증거는 B실무관의 다이어리 메모이다. 해당 메모엔 “원장님은 우리가 그간 을지연습(전시·사변·비상사태 대비훈련) 때 논의하고 고민했던 부분을 지금 하면 될 것 같다고 하심” “방첩사 컨택(연락) 유지” “경찰청 컨택 유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지만 메모엔 홍 전 차장 측에 유리한 내용도 담겼다. B실무관은 홍 전 차장 지시 부분을 추려 ‘차장님 발언’으로 정리했는데, “정무직들도 갑작스러운 일이라 생각이 많지 않음” “각 부서에서 할 일 정리해보고 내일 아침에 보자고 하심”이라고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홍 전 차장 측은 이런 메모들이 당시 회의에서 자신이 구체적 지시를 하지 않은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특검은 조만간 ‘계엄 합법 전제’의 지시자가 홍 전 차장인지 A국장인지를 판단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홍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청구하지 않을 계획이다. 홍 전 차장은 계엄 다음날 국가안보실이 우방국에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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