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는 29일 서울의 한 구청에서 시민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5.9.29 연합뉴스
2011년 당시 영국 정부는 무려 2,000여 개의 부처 및 정부 기관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다. 모두 따로 놀았다. 온라인 공공 서비스 이용률은 민간 부문에 훨씬 뒤처져 있었고, 시민들에게는 끔찍한 경험을, 정부에게는 막대한 비용을 초래했다.
IT프로젝트는 빈번히 실패했다. 2002년 시작한 NHS(국가보건서비스, 건강보험) 국가 IT 프로그램은 96억 달러 규모로 출발했지만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며 총 비용이 무려 195억 달러까지 올라갔다. 정확한 비용은 아무도 몰랐다. 영국 정부의 '비즈니스 링크'라는 웹사이트는 5백 페이지 정도의 소규모 사이트였지만 외주로 운용한 덕분에 해마다 7700만 달러의 비용을 쓰고 있었다.
2011년 영국 의회 공공행정위원회는 "정부와 IT바가지의 공식: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는 리포트를 발표하며 IT 전문성 부족, 중앙집중식 수평적 IT 거버넌스 부재, 소수의 대형 민간 공급업체와의 대규모 장기 계약 의존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영국 정부는 '처음부터 디지털'(Digital by default)을 기치로, 민간 개발자로 구성한 GDS(정부디지털서비스 Government Digital Service)를 만들었다.
2011년 2월, GDS를 설립하라는 임무를 받은 공무원 크리스 찬트는 세계 최대의 시빅해커(자신의 개발역량을 시민사회를 위해 쓰는 사람)단체 <마이소사이어티> 창립멤버인 베테랑 개발자 톰 루즈모어에게 팀 구성 임무를 맡기며 말했다. "필요한 사람들을 데려오세요." 가디언지의 디지털개발 책임자 마이크 브래큰을 비롯, 최고의 민간 엔지니어들이 속속 합류했다. 정부의 느리고 답답한, 이해할 수 없는 서비스에 지친 개발자들은 자기 손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반가워했다.
GDS에 모인 최고의 민간 엔지니어들은 머리를 맞대고 역사에 길이 남을 정부 디자인의 10가지 원칙을 발표한다. 이 원칙은 이후 전세계 정부 IT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나는 이만큼 아름다운 정부 문서를 본 적이 없다. 최대한 원문을 인용한다.
1. 사용자 요구에서 시작하라(Start with user needs): 서비스 디자인은 사용자 요구를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면, 올바른 것을 만들 수 없다. 조사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용자와 대화하라. 짐작하지 마라. 사용자에게 공감하고, 그들이 요청하는 것이 항상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라.
2. 덜 하라 (Do less): 정부는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작동하는 방법을 찾았다면, 매번 바퀴를 다시 발명하는 대신 재사용 가능하고 공유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이 그 위에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과 레지스터를 만들고, 다른 사람들이 사용할 수 있는 리소스(API 같은)를 제공하며, 다른 사람들의 작업에 링크하는 것을 의미한다.
3. 데이터로 설계하라 (Design with data): 대부분의 경우 기존 서비스의 실제 사용 패턴을 관찰함으로써 배울 수 있다. 직감이나 추측이 아니라 데이터가 의사결정을 이끌도록 하라. 서비스 출시 이후에도 사용자와 함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테스트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라. 분석 도구는 처음부터 내장되어 항상 작동하며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분석은 필수 도구다.
4.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 애쓰고 애써라 (Do the hard work to make it simple): "겉모습을 단순하게 꾸미는 것은 쉽다. 진짜 어려운 것은 실제로 사용하기 쉽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 뒤에 있는 시스템이 복잡할수록 더욱 그렇다. '원래 그래왔습니다'라는 변명을 받아들이지 마라. 단순하게 만드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하지만 그것이 올바른 길이다.
5. 반복하라. 또 반복하라 (Iterate. Then iterate again):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비결은 작게 시작해서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다. 최소 기능 제품을 빨리 내놓고, 실제 사용자와 테스트하라. 알파에서 베타로, 정식 버전으로 나아가며 필요한 기능은 추가하고, 쓸모없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사용자 피드백으로 계속 다듬어라. 반복이 위험을 줄인다. 대형 참사를 막고 작은 실수를 배움의 기회로 만든다. 프로토타입이 실패하면? 버리고 다시 시작하라. 두려워 말고.
6. 이것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This is for everyone): "접근 가능한 디자인이 곧 좋은 디자인이다. 우리가 만드는 모든 것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고, 명확하고, 읽기 쉬워야 한다. 세련미를 포기해야 한다면 포기하라. 우리는 '타겟 청중'이 아닌 '실제 필요'를 위해 일한다. 디지털에 능숙한 이들만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위해 디자인한다. 우리 서비스를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바로 그것을 가장 사용하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그들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어야 한다."
7. 맥락을 이해하라 (Understand context): 우리는 화면을 위해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디자인한다.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황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도서관에 앉아 있는가?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가? 페이스북밖에 모르는가? 아예 인터넷을 처음 쓰는 사람인가?
8. 웹사이트가 아니라 서비스를 구축하라 (Build digital services, not websites): 서비스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리의 일은 사용자의 필요를 발견하고, 그 필요를 충족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그 중 상당 부분은 웹 페이지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웹사이트를 만들러 온 것이 아니다. 디지털 세계는 현실 세계와 연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서비스의 모든 측면을 생각하고, 그것들이 합쳐져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하는 무언가가 되도록 해야 한다.
9. 일관성을 유지하되, 획일적이지 마라 (Be consistent, not uniform): 같은 언어, 같은 디자인 패턴을 써라. 그래야 사용자가 익숙해진다. 안 되면 최소한 일관성을 유지하라.
이건 족쇄가 아니다. 상황은 늘 다르다. 좋은 패턴을 찾으면 공유하고 이유를 설명하라. 하지만 더 나은 방법을 찾거나 사용자 필요가 바뀌면? 주저 없이 개선하고 바꿔라.
10. 공개하라, 그것이 더 좋게 만든다 (Make things open: it makes things better):할 수 있을 때마다 공개하라. 동료, 사용자, 세상 모두에게. 코드, 디자인, 아이디어, 의도, 실패까지. 많은 눈이 볼수록 서비스는 좋아진다. 실수가 발견되고, 더 나은 대안이 나오고, 기준이 올라간다.
우리 일은 오픈소스와 커뮤니티의 관대함 덕분에 가능하다. 우리도 보답해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됐을까? GDS는 1,882개의 서로 다른 정부 웹사이트를 하나의 GOV.UK로 대체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GOV.UK는 1년 이내에 출시됐고, 운영비는 즉각 30% 미만으로 떨어졌다.
2012년에서 2015년까지 3년간 디지털 및 기술 전환을 통해 35.6억파운드(약 5조 8천억 원)를 절감했다. 영국 정부사이트는 출시한 그해 모든 민간 사이트를 제치고 올해의 디자인상을 수상했다. GDS 창설 후 5년 이내에 영국은 UN 전자정부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좋은 일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정부 홈페이지 개편을 추진중이던 뉴질랜드정부는 영국 정부의 새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사이트의 코드는 모두 영국정부의 디자인원칙 10. "공개하라, 그것이 더 좋게 만든다'에 따라 오픈소스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우리는 '바퀴를 재발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GOV.UK 디자인 시스템을 기반으로 구축한다. 덕분에 훌륭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라고 밝혔다. 사이트 구축비용이 터무니없이 줄어든 것은 물론이다.
2025년 9월 26일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불이 났다. "재해복구시스템(DR, Disaster Recovery)이 있어서 금새 재가동할거다", "백업을 하고 있어 3시간내 가동이 될거다"... 약속들이 많았지만 하나도 맞지 않았다. 공주에 무려 전자기파(EMP)공격에도 버틸 수 있는 재해복구센터가 있다고 했지만 이것도 작동하지 않았다.
1년도 더 전인 2024년 1월 대한민국 정부는 디지털사고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철저한 상시 장애 예방 ▲신속한 대응․복구 ▲서비스 안정성 기반 강화가 3대 추진전략이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이번 종합대책은 지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와 같은 대민서비스 중단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며, 신속하게 대응․복구하는 장애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 나아가 장애를 근원적으로 방지할 수 있도록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사업 관련 제도와 인프라 전반을 전면 개편하는 것을 기본방향으로 하고 있다.
○ 정부는 종합대책 수립을 위해 지난 11월 29일부터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14개 기관이 참여하는 범정부 TF를 운영하였으며,
○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기업인, 학계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 특히, 이번 종합대책은 지난해 장애 대처 과정에서 신속한 인지·복구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민원·행정처리를 포함한 적절한 대응·조치가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는 데 중점을 두는 한편,
○ 과거 30년간 디지털정부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행정·공공기관의 정보시스템이 급격히 증가하며 누적된 복잡성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고 노후화 및 구조적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
말하자면 지난 30년간 누적된 복잡성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하고, 노후화 및 구조적 제약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종합대책이었다. 그런데도 이런 사고가 난 것이다.
"이번에 불이 난 것은 정전에 대비해 SK C&C 데이터센터가 보유한 배터리라고 한다.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있다. 당연히 다른 건물에 두거나, 방화벽으로 고립된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 물로는 불을 끌 수가 없으니 하론 가스나 이산화탄소 소화기가 자동으로 작동되게 해두어야 한다. 바이패스, 즉 배터리 쪽으로 가는 전원을 차단할 수 있는 기능도 제대로 작동했어야 한다. 그랬다면 전체 전원을 내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전원이 이중화돼 있으면 한쪽 전원을 차단해도 다른 쪽 전원이 살아 있다. 또한 배터리는 통상 불이 나기 전에 온도가 올라간다. 온도센서가 있었는지, 일정 온도 이상이면 전원이 자동으로 차단되고 운영자에게 경고가 가는지, 소화기는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돼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게다가 같은 층에 예비발전기를 위한 경유 1만5000L가 함께 보관돼 있었다. 화재가 자칫 대형 폭발로도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장애가 발생했을 때의 프로토콜을 SK가 제대로 갖추고 있었는지도 확인이 필요하다."
3년 전에 쓴 글이다. 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있으니 당연히 다른 건물에 두거나, 방화벽으로 고립된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고 썼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어느 것도 하지 않았다. 배터리는 서버에 바짝 붙어 있었다.
"2001년 9·11 테러로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가 참혹하게 붕괴됐다. 25개 층에서 직원 3700명이 일하고 있던 모건스탠리 투자은행의 본사도 통째로 사라졌다. 하지만 모건스탠리는 살아남았다. 원본을 고스란히 저장해둔 재해복구 시스템이 가동됐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복구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많은 회사들이 건물 붕괴와 함께 사라졌다. 이후로 전 세계에서 재해복구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시작됐다. 21년 전 얘기다.
'카오스 몽키'라는 개념이 있다. 넷플릭스에서 나왔다. '야생의 원숭이가 무장을 한 채 우리 데이터센터에서 난동을 부려도 우리 서비스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개념이다. 카오스 몽키와 카오스 고릴라, 카오스 콩이 있다. 몽키는 서비스에 장애를 주입해보는 일이다. 그래도 서비스가 견디는지를 보는 것이다. 고릴라는 가용 영역 하나를 통째로 날려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데이터센터 두 곳을 운용하고 있었다면 그중 하나의 전원을 끄고, 남은 데이터센터가 서비스를 이어받아 중단 없이 가동하는가를 본다. 콩은 한 지역 전체의 가동을 멈추는 것이다. 서울의 데이터센터 전체 가동을 멈춘 뒤 다른 도시나 다른 나라의 데이터센터들이 제대로 이어받는지를 보는 것이다.
재해복구 시스템은 말 그대로 '재해'에 대비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사태는 단지 데이터센터의 전원이 예고 없이 내려간 것이다. 서버도, 사람도 다친 데 없이 고스란히 남았다. 이것을 재해라고 부른다면, 얼마나 큰 재해라고 할 수 있을까?"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도 작동하는 게 재해복구시스템이라고 썼다. 그게 작동하는지를 '카오스 몽키'로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3년 전 얘기다. 1년 전에는 정부 스스로 30년간 쌓인 복잡성에 대응할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도 안 됐다. 왜 이럴까?
영국의 사례로부터 배울 수 있다. 영국 의회 공공행정위원회는 "정부와 IT바가지의 공식: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라는 리포트를 발표하며 IT 전문성 부족, 중앙집중식 수평적 IT 거버넌스 부재, 소수의 대형 민간 공급업체와의 대규모 장기 계약 의존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전문성이 부족하다. 고시 출신의 공무원들은 IT를 모른다. 순환보직은 문제를 더 키운다. 한자리에 채 2년을 근무하지 않는다. 구르는 돌에 이끼가 낄 리가 있나. 전문성을 앗아갈 뿐 아니라 면피에도 그만이다.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조금만 있으면 다른 보직으로 옮겨간다. 내가 할 정책이 아니니 마구 던져도 그만이다. 후임자는 전임자 탓을 하면 된다. 사뭇 편리한 구조다.
종합적인 IT 거버넌스도 당연히 부재하다. 제품요구사항을 담은 문서(PRD) 한 장 쓰지 못하는 간부가 책임을 맡는다. 그러니 시스템 설계가 제대로 되기가 어렵고, 된들 담당공무원은 까막눈일 때가 많다. 검은 건 글씨고 흰 건 종이다.
모든 개발은 외주개발사에 맡기는데, 갑을병정무기경신... 하청에 하청을 거듭해 반토막이 난 예산을 작은 중소기업이 초급개발자를 데리고 개발하기가 일쑤다. 개발이 끝나면 개발사는 떠나고 운영사가 뒤를 잇는데, 운영계약기간은 대개 1~2년이다. 두세 번 운영사가 바뀌고 나면 개발 히스토리를 아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이때쯤부터 무서워서 시스템을 건드리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것은 우리가 AI전환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AI는 데이터를 먹고 산다. 데이터를 쓰려면 클라우드가 기본이 된다. 그런데 시스템이 이 지경이다.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가 된다. 모두가 아다시피 정부는 클라우드를 제대로 운용할 전문성이 없다. 영국 정부가 일찍이 2017년부터 '민간 클라우드 우선' 정책을 편 것은 그 때문이다. 몇 억씩 하는 민간 개발자의 연봉을 감당할 수도 없거니와, 그 많은 클라우드 기반의 서비스를 '바퀴를 다시 발명하듯' 만드는 게 옳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 민간 클라우드를 쓰려면 국정원의 PPP(민관협력형클라우드) 인증을 받았거나, CSAP(클라우드서비스 보안인증)를 받아야 한다. PPP는 사실상 개점휴업이고, CSAP는 보안을 상중하 3등급으로 나눠서 민간클라우드를 쓸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세부 규정이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다. 쓸 수 없다는 얘기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하나씩 짚어보자. AI는 데이터를 먹고 산다. 일을 할수록 데이터가 쌓이는 구조여야 정부를 AI정부로 만들 수 있다. 각 부처가 제각기 서버를 끌어안고 사일로처럼 일을 하고 있으면 천 년이 지나도 AI정부는 무망하다. 클라우드는 AI를 위한 기본이다. 그러니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러이러한 규정을 충족해야 민간 클라우드를 쓸 수 있다"는 틀렸다. "민간 클라우드를 쓸 수 있기 위해서는 보안규정이 이렇게 발전해야 한다"가 맞는 말이다. 시대에 뒤처진 보안규정이 사고는 제대로 막지도 못하면서 진보에 발목을 제대로 잡고 있는 게 현상황이다. 질문이 틀린데 답이 맞을 순 없다.
전문성이 없으면 시스템을 운영할 수 없다. 영국 정부의 선례가 있다. GDS와 같은 기관을 만들어 최고의 전문가들이 사회를 위해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버넌스도 이렇게 유지하는 게 옳다.
매번 사용할 때마다 우황청심환을 먹어야 하는 정부의 민원페이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기꺼이 손을 들 민간 개발자들이 차고도 넘칠 것이다. 톰 루즈모어는 영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당장 우리 AI수석만 해도 세계 최대·최고 권위의 AI 학회인 NeurIPS2025에서 수석심사위원(Senior Area Chair)으로 활약중인 최고의 엔지니어다. 수석심사위원은 연구 성과와 역량, 경험이 검증된 전세계 Top AI연구자 199명으로 구성된다. 시빅해커는 충분히 있다. 없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의 용기와 의지다.
영국 정부가 GDS를 시작할 때 모토는 '진화가 아니라 혁명을!'(Revolution not evolution!)이었다. 부족한 것은 정부의 용기와 결단이다. 또 하나의 번지르르한 종합대책을 보탠 채 흐지부지해선 미래가 없다. 100조의 AI 예산을 이 시스템에다 싣는다고?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30일 배임죄 폐지를 공식화하며 선의의 사업주 보호를 골자로 한 ‘경제 형벌 합리화 1차 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과도한 경제형벌이 정상적인 경영 판단까지 범죄로 몰아 기업 운영에 부담을 줬다”며 배임죄 폐지를 기본 방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방안이 현실화하면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도입된 배임죄가 72년 만에 사라지게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비상경제점검TF, 지난 15일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한국에서 투자 결정을 잘못하면 배임죄로 감옥 갈 수 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러면 어떻게 사업을 하느냐”며 배임죄 재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구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죄로 기소된 이 대통령에게 면소 판결을 받게 하려는 조치라는 주장이다.
이날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가 배임제 폐지를 1면에 다뤘다. 또한 대부분의 주요일간지가 사설로 배임제 폐지에 대해 다뤘다. 다음은 주요 일간지의 배임제 관련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형법상 배임죄 폐지, 정교한 보완책 전제해야>
동아일보 <72년 만에 배임죄 폐지… 불합리한 경제형벌 확 줄여야>
서울신문 <배임죄 폐지, 기업인 부담 덜되 정치적 논란 없앨 해법을>
세계일보 <배임죄 폐지… ‘李 대통령 구하기’ 오해 불식시키길>
조선일보 <배임죄는 과도한 적용이 문제,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중앙일보 <배임죄 폐지, 기업 자유 넓히되 정치 면죄부는 경계해야>
한겨레 <당정 배임죄 폐지, 처벌 공백 없도록 보완책 마련해야>
한국일보 <배임 폐지 후속조치 단단히… 정략적 의도는 없애야>
▲1일 동아일보 1면.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배임죄는 경계가 모호한 규정 때문에 기업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의견에, 재벌 총수·경영진 전횡을 막는 안전망이라는 반론이 맞섰던 뜨거운 쟁점”이라며 “하지만 배임죄가 재벌 총수·경영진의 권한 남용을 견제해온 수단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당정은 ‘경영 위축 방지’를 폐지 근거로 내세웠지만 지금까지 배임죄가 적용된 대부분 사례는 재벌 총수일가의 편법 승계, 일감 몰아주기 같은 부당 내부거래 문제였다. 배임죄 폐지가 투명한 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추진한 상법 개정 취지와 일관성을 무력화한다는 우려도 일리 있는 지적”이라 전했다.
동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해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배임죄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는 배임죄가 아예 없다. 주로 손해배상 등 민사적 수단으로 해결하거나 필요하면 사기죄로 다룬다”며 “다만 오랫동안 유지돼 온 배임죄가 갑자기 사라질 경우 법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충분한 논의를 바탕으로 보완 입법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 전했다.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등은 이날 사설에서 배임제 폐지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이재명 구하기’라는 관점을 언급하며 대체 입법을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정치적 논란 차단도 절실한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장 등 공무원의 배임죄까지 없애야 하는지 고개를 젓는 사람이 많다”며 “당장 야당은 배임죄 폐지를 ‘이재명 구하기’라고 반박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 사건으로 배임 혐의를 받는 이해 당사자다.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 대체 법안을 서둘러 모색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마저 위축시켰던 배임죄의 폐지는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라 하겠다”라면서도 “당장 형법상 배임죄가 폐지된다면 대장동·백현동·성남FC 사건에서 관련 혐의로 기소됐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그 측근의 면소(免訴)를 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중요 범죄에 대한 사법 집행 공백이 없도록 당정이 약속한 대로 대체입법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 전했다.
▲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사설에서 “배임죄의 과도한 적용이 문제이지 배임이 범죄가 아닌 것은 아니다. 폐지에 따른 처벌 공백이 생길 수도 있다는 뜻”이라며 “국민의힘은 배임죄 폐지가 ‘이재명 구하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대장동 사건에서 배임죄로 기소된 이 대통령에게 면소 판결을 받게 하려는 조치라는 것이다.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런 의심을 하는 국민도 적지 않다. 정부가 배임죄 보완 내용과 입법 일정을 밝히면 사라질 의심”이라 전했다.
중앙일보는 “주주 충실 의무 등을 강화한 상법 개정안이나 과도한 친노조 성격의 ‘노란봉투법’ 등으로 기업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경영 활동까지 옥죄던 각종 법제도를 폐지·개선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도 “야당은 ‘친기업법으로 포장한 배임죄 폐지가 실상은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는)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 법’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이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대체 입법 과정에서 주체와 행위 요건을 구체화하고, 기존 배임죄에 해당하는 범죄와 관련해 정치인 등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법적 장치를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국일보는 “배임죄를 두고 ‘경영상 판단까지 처벌하는 과잉 형벌’이라는 지적이 꾸준했던 만큼 제도를 손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해 죄 자체를 없앤다는 의심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당정은 배임 비범죄화 본질이 ‘이재명 구하기’가 아니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반면 한겨레는 배임제 폐지 자체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날 사설에서 “배임죄 등 형사처벌이 일감 몰아주기 같은 재벌 총수의 사익 편취 행위를 견제하는 유력한 수단이 돼온 것 또한 사실이다. 제도적인 대체 장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폐지할 경우 기업 투명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1일 한겨레 사설.
검찰청 해체에 검사 40명 집단 행동, 한겨레 “이게 검사인가”
검찰청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30일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에 파견된 검사 40명 정원이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이 마무리되면 원래 소속된 검찰청으로 복귀시켜달라”고 특검에 요청했다.
검찰개혁과 관련해 검사들이 집단 목소리를 낸 것을 주요 일간지들은 1면과 사설에서 다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검사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사설을 냈고 중앙일보는 검사들의 집단행동은 잘못된 것이라면서도 수사와 사법 시스템 보완을 강조했다. 다음은 검찰 개혁 관련 1일 사설을 낸 신문들의 사설 제목이다.
▲1일 서울신문 1면.
경향신문 <검찰개혁 싫다고 특검서 빼달라는 검사들의 몰염치>
중앙일보 <무리한 검찰청 폐지가 불러온 혼란과 파열음>
한겨레 <‘개혁 반발’ 특검 수사도 팽개치겠다니 이게 검사인가>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검찰개혁이 싫다고 특검에서 빼달라는 검사들의 후안무치에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어이가 없다. (...) 검찰청 해체는 전적으로 검찰이 자초한 일이다. 윤석열 정권하에서 검찰이 한 일을 스스로 돌이켜보라. 최소한의 독립성과 중립성도 지키지 않고, 정권의 시녀 노릇만 하지 않았나”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이날 사설에서 “검찰청을 해체하고 수사-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에 반발한 집단 항명이다. 조직의 이해관계를 위해 공직자의 직무를 볼모로 삼다니 좌시할 수 없는 공직기강 문란”이라며 “검사들은 김건희 특검이 왜 출범했는지 벌써 잊은 모양이다. 다른 특검도 아니고 김건희 특검은 검찰이 윤석열 정권 내내 김씨의 각종 의혹을 노골적으로 봐주거나 덮어온 탓에 도입됐다. 검찰의 과오를 씻기 위해서라도 파견 검사들은 특검 수사에 한층 더 매진해야 마땅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어떤 이유로든 파견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름이 뭐가 됐든 수사기관은 인사와 예산을 통제하는 정권의 영향력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수사와 사법 시스템이 특정 세력의 이해관계가 아닌 국민 전체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아직 1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들의 문제 지적을 겸허하게 듣고 문제점을 충실히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1일 중앙일보 사설.
조희대 청문회에 한국일보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한 조희대 대법원장 국회 청문회가 30일 끝났다. 민주당은 2심에서 무죄가 난 이재명 대통령 사건을 대법원이 대선 직전 서둘러 파기환송한 경위와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 지귀연 내란사건 재판부의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 건을 추궁하겠다며 청문회를 열었으나 조 대법원장은 사법 독립 등을 내세워 출석하지 않았다. 법사위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기존 대법원 국정감사 일정을 하루 더 늘리고 오는 15일엔 대법원에 직접 가서 현장 국감을 하기로 의결했다. 다음은 관련 주요일간지 사설 제목이다.
경향신문 <조희대 대법원장, 언제까지 ‘대선 개입 의혹’ 입 닫을 건가>
국민일보 <맹탕 청문회 이어 대법원 현장 국감까지 의결한 법사위>
서울신문 <‘조희대 청문회’ 헛심… 與, 독주 자제하고 국정 뒷받침을>
한국일보 <조희대 없는 조희대 청문회…사법개혁 스스로 훼손한 與>
경향신문은 “삼권분립과 사법독립 침해 논란까지 감수하며 청문회를 열어 얻은 실익이 무엇인지
민주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 조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라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다수 국민은 대법원의 전광석화와 같은 파기환송을 사법부의 대선 개입 시도로 본다”고 전했다. 이어 “사법독립 보호막 뒤에 숨어 입을 닫는 식으로는 임계점에 이른 사법불신만 더욱 커질 뿐이라는 걸 ‘조희대 사법부’는 직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민일보는 “이재명 대통령 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 과정에 대해선 조 대법원장의 해명이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청문회 등으로 밀어붙이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얘기”라며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청문회 수준의 국감을 진행하겠다고 엄포를 놓기 전에 의혹의 근거를 먼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그러지 못한 채 대법원장에 대한 공격을 이어간다면 사법부에 대한 정치 공세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사법개혁이 필요하더라도 이쯤에서 여당은 자제력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맹탕 청문회로도 모자라 맹탕 국감으로 사법부를 계속 흔드는 모습으로 국민 눈에 비칠 수 있다”고 썼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민생을 외쳐온 집권여당이 되레 정쟁을 부추기는 격이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도 정당성이 훼손되기 마련”이라며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런 행태를 또 지켜봐야 하나. 막무가내로 상대를 흔들고 뭉개는 거대여당 폭주에 국민의 갑갑함이 쌓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의를 대변하는 국회가 얼마든지 의혹을 제기할 수는 있다. 다만 입법부 우월주의를 앞세워 대법원장을 손보려는 건 사법부 독립과 삼권분립을 무시한 일방 행위일 뿐”이라며 “조 대법원장 출석을 촉구하기에 앞서 여당이 납득할 만한 추가 근거를 공개하는 게 먼저”라 전했다.
1. ‘평화공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2. 한반도 핵전쟁 위험을 없애기 위해
3. 트럼프의 강탈을 막기 위해
4. 내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의 ‘평화공존 전략’이 좌초될 위기다. ‘비핵화 목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독일을 방문 중인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북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 국가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되기까지는 아직 역부족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의 지적처럼 이재명 대통령 주변에는 위성락 안보실장 같은 한미동맹 맹신자(동맹파)가 너무 많이 포진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미국이 싫어하기 때문에 ‘비핵화 목표’를 폐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 동맹파의 주장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반도 현실에서 비핵화를 언급하는 순간 평화공존은 고사하고, 대화조차 불가능해진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미 “비핵화는 영원히 없다”고 선언했으며, “그 어떤 협상도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연설에서 여전히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하는 일명 ‘E.N.D’ 구상을 끌고 나왔다. 결과는 예상대로 냉담한 무반응과 대화 단절이다.
비핵화 목표는 이제 낡은 간판이다. 이를 폐기해야 하는 이유를 4가지로 정리한다.
1. ‘평화공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이재명 정부는 ‘남북간 대화 재개, 긴장완화·신뢰구축, 제도화’라는 평화공존 전략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비핵화는 평화공존의 전제가 아니라 걸림돌이다.
조선(북한)은 핵무장을 '국체'로 선언했고, 이를 포기하라는 요구는 곧 정권 붕괴를 노린 적대행위로 간주한다. 더구나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다른 핵보유국에겐 그러지 않으면서, 조선에게만 비핵화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잣대다.
사실 평화공존 전략이 실현돼 남북이 적대하지 않고 관계 정상화가 이룩되면, 조선이 핵을 가지고 있든 없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관계 정상화가 실현된 중국과 러시아의 핵이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요컨대 비핵화 목표를 폐기해야 평화공존 전략이 실현되고, 평화공존이 이룩되면 비핵화는 의미 없는 목표가 된다.
2. 한반도 핵전쟁 위험을 없애기 위해
비핵화를 고집하는 한 미국과의 핵 공조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한미 핵협의그룹(NCG), 핵‧재래식 통합훈련(CNI), 새로운 작전계획(OPLAN)의 초전 타격 시나리오로 나타난다.
핵 선제공격이 포함된 군사 훈련은 북의 핵 대응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뇌관이 된다. 상시적 한미연합훈련(연 340회 이상)은 조선에겐 사실상 ‘선전포고’로 해석된다. 정전체제에서 군사훈련은 곧 전쟁준비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화를 언급하는 것은 평화를 이야기하며 핵전쟁을 준비하겠다는 모순이며, 긴장 완화는커녕 핵전쟁의 가능성만 높이는 셈이다.
3. 트럼프의 강탈을 막기 위해
트럼프는 ‘안보’를 미끼로 한국에 막대한 관세와 '투자 조공'을 요구하고 있다.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맞물려, 한국 정부의 대미 자세는 더욱 위축됐다. 이는 전형적인 제국주의 방식이다. “핏값을 내라”는 식의 협박을 동맹국에게 거리낌 없이 구사하는 트럼프의 방식은, 전쟁 동맹이 경제 착취로 이어진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관세 협상에서조차 미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구조는 종속적 군사동맹이 낳은 결과다. 평화공존을 통해 전쟁동맹을 해체하지 않는 한, 미국의 강탈은 반복될 것이다. 비핵화 목표 폐기는 전쟁 구조를 깨는 첫걸음이자, 경제주권 회복의 단초다.
4. 내란세력을 척결하기 위해
비핵화 기조는 ‘북풍 정치’를 가능케 한 내란 세력에게 힘을 실어주는 논리다. 이들은 헌법 제3조를 앞세워 남북 간 관계 정상화를 가로막고, 선거철마다 ‘안보 장사’를 벌이며 권력을 잡아왔다.
조선을 ‘핵 위협’으로 고정시켜야 정권 유지가 가능한 이들은, 평화공존이나 관계 정상화는 결코 원하지 않는다. 조선과의 관계 정상화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적이 없는 정치’는 이들의 존재 기반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목표를 폐기하고 평화공존을 현실로 만들어야, 이들의 정략적 안보 이용을 끝장낼 수 있다.
이제는 정직하게 말해야 한다. 비핵화는 불가능하고, 대결만 부추긴다. 비핵화를 말하는 순간, 대화는 사라지고, 미국의 지배는 강화되며, 평화는 멀어진다. 반면 비핵화를 폐기하는 순간, 비로소 남북은 마주 앉을 수 있다. 이는 항복이 아니라 현실 인정이다. 냉철한 인정 위에서만 진짜 평화는 시작된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8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에 참석해 있다. 2025.9.18. 연합뉴스
'사법 독립'을 가장한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 독재' 행태를 두고 국민적 분노가 갈수록 응집되고 있다. 국회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의 참여자가 29일 10만 명을 돌파했다. 해당 청원이 국회 사이트에 등록된 지 1주일, 공개된 지는 불과 3일 만이다.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관한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는 이날 오후 10시 30분 기준 10만 3785명을 기록했다. 이 청원은 지난 23일 등록됐으며 청원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국회 측 검토를 거쳐 26일부터 공개됐다. 청원서 공개로부터 30일 뒤인 다음 달 26일에 종료되기 때문에 시민들이 동의에 참여할 수 있는 기간은 아직 27일이나 남아 있다.
국민동의청원이란 국회에 입법 등에 관해 청원을 하려는 자가 국회법에 근거한 전자청원시스템을 이용해 청원 사항을 등록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 제출하는 제도를 말한다. 30일 이내 5만 명이 동의하면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에 이미 청원 접수 요건을 100% 충족한 상태지만, 남은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시민이 서명해 들끓는 민심을 입증한다면 '조희대 탄핵'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만들 수도 있다.
동의 기간이 종료되면 이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다. 법사위는 청원심사소위원회의 심사 및 전체 위원회 의결을 거쳐 해당 청원을 본회의에 부의하거나 폐기하게 된다. 지난해 7월 법사위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 동의가 100만 명을 넘자(최종 143만여 명) 관련 청문회를 2회에 걸쳐 개최한 바 있다('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과 '김건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에 관한 청원'에 대한 동의자 수는 29일 오후 10시 30분 기준 10만 3785명을 기록했다. 국회전자청원 홈페이지
청원인은 카이스트 최초의 여성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현재 카이스트 '입틀막' 재학생‧졸업생 대책위원회 공동대표, 국민의힘해체행동 상임대표 등을 맡고 있는 김혜민 씨다. 김 씨는 30일 오후 국회에서 '조희대 탄핵 청원 10만 돌파'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 관련 기사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응원봉은 꺼지지 않는다">
김 씨는 이번 청원 취지에서 "우리 헌법은 국민주권과 삼권분립을 근본 원리로 삼고 있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장은 대선을 앞두고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고 이례적인 속도로 재판을 추진해 정치 개입, 대선 개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며 "이에 국회가 헌법 제65조에 따라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절차를 개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을 규정한 헌법 제65조 1항에는 '법관'이 포함돼 있다.
청원 이유에서 제시한 조 대법원장 구체적인 탄핵 사유 5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독립성을 스스로 훼손했다. 대법원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특정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와 연계된 태도를 보임으로써 사법부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사법부 최고책임자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재판 방향을 조율하려 한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누구나 법 앞에 공정하게 판결해야 할' 사법부의 수치이다.
둘째, 재판 절차의 이례적인 운영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훼손했다.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은 일반적 절차를 벗어나 신속히 전원합의체로 회부되었고, 그 과정과 시기가 투명하지 않아 국민적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재판 절차의 비정상적 운영은 국민의 공정한 재판 받을 권리를 침해한 중대한 문제이다.
셋째, 헌법과 법률상 책무를 위반했다. 헌법 제103조는 법관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정치적 고려 속에 사법 행정을 운영하고, 권력과 이해관계에 유리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헌법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
넷째, 이로 인해 사법부 전체의 신뢰가 심각하게 추락했다. 국민은 사법부가 더 이상 정의와 법치의 최후 보루가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느끼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태이다.
김 씨는 "위와 같은 이유로 조희대 대법원장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책무를 저버리고 사법부 독립성과 국민 기본권을 훼손한 책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국회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의결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재판 절차의 불투명성, 정치적 압력 수용 여부, 언론 보도로 제기된 문제 발언 등을 철저히 조사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과 봉쇄가 끝날 줄 모른다. 이에 맞서 세계 곳곳에서 팔레스타인 민중과 연대하려는 집단행동도 분출한다. 대학가 등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더 빈번히 개최될 뿐만 아니라(지금 미국에서는 이것만으로도 혹독한 탄압을 받을 빌미가 된다), 유럽 여러 나라 항만 노동자들이 이스라엘로 무기를 수송하는 선박의 출항을 막는 행동을 벌이고 있다. 급기야는 그간 팔레스타인인들을 테러리스트 취급하던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등이 부랴부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나섰다.
이런 와중에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는 유엔 제80차 총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슬로베니아의 나타사 피르치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을 준엄히 비판하면서 국제사회의 긴급하고 효과적인 개입을 호소했다. 반면에 9월 한 달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국을 맡은 대한민국의 이재명 대통령은 연설에서 가자 학살에 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유엔 193개 회원국 중 4분의 3(9월 현재, 158개 국)이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는데도 여전히 이 대열에 합류하지 않고 있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어울리는' 연설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게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한 험난한 상황에 과연 '어울리는' 처신일까? 관세협상, 북핵문제 등만 해도 제 코가 석자이니 괜히 이스라엘이나 미국 정부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이나 행동은 삼가는 게 한국 정부에게 최선의 방도일까? 물론 현재 가자 상황은 인류의 일원이라면 누구나 그 자체로 가장 우선시해야 할 주제다. 하지만 일단 이 글에서는 이 문제를 바라보는 한국 정부의 근시안적 태도, 그리고 이에 따라 작금의 전 지구적 혼란을 헤쳐 나갈 한국 사회의 가능성을 스스로 닫아버리는 비겁함과 어리석음에 관해 짚고 싶다.
▲2025년 8월 21일, 가자시에서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미국이라는 정박지를 떠나 항해에 나서야 할 대한민국
출범한 지 얼마 안 된 이재명 정부가 맞이한 가장 커다란 시련이 미국 트럼프 정부와 벌이는 관세협상이라는 데에는 아무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트럼프 정부의 요구는 점입가경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한국의 대미투자액으로 이야기가 오간 3500억 달러(490조 원)를 현금으로 선지급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았다. 거의 한국 외환보유고 전체(올해 7월 현재, 4113억 달러)에 육박하는 금액을 그야말로 미국에 즉각 바치라는 이야기다. 자본주의 역사상 아무리 강대국이라 하더라도 우방국에 이런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한 적이 있나 싶은 상식 밖 행태다.
이쯤 되면 트럼프 정부에 도대체 장기 비전이라 할 만한 게 있는지 의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미국 정부가 그만한 비전도 없이 관세협상으로 기존 질서를 이토록 뒤집어 놓을 리는 없다고 철석같이 믿는 많은 전문가는 지난 몇 개월간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합리적으로 설명해보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것은 점점 시지포스의 노동임이 드러나고 있다. 보호무역과 투자 유치를 통해 정말로 미국 제조업을 부흥시키는 게 목표라면, 이런 식으로 '깽판'을 칠 수는 없는 법이다. 트럼프 대통령 요구대로 단번에 현금 3500억 달러를 챙겨갈 경우, 이것은 미국 사회를 '구호'하는 한국판 '마셜플랜'이 될지언정 애초에 이야기가 오가던 제조업 투자일 수는 없다.
아무리 추리해 봐도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을 지배하는 생각은 다음 두 가지인 것 같다. 첫째는 내년 11월에 있을 중간선거 때까지 반드시 업적이라 할 만한 것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상원, 하원 모두 공화당이 지배하는 덕분에 거칠 것이 없지만, 중간선거에서 이 균형이 무너진다면 대반격이 시작될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파시즘적 국내 정책을 완강하게 밀어붙이는 만큼, 중간선거 '패배'를 계기로 닥칠 역풍 또한 미국 정치사에서 유례없는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트럼프 진영으로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중간선거에서 여대야소 구도를 지켜내야 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왜 트럼프 정부가 미국 내 산업을 부흥시키겠다는 온갖 표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제조업 투자 유치나 생산 설비 구축과는 상관없는 행보를 보이는지 쉽게 이해가 된다. 트럼프 정부에게는 단지 중간선거 때까지 미국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실적'이 필요할 따름이다.
이제 막 뼈대를 짓고 있는 미완의 공장이나 아직 눈에 띌 만큼 많은 인력을 고용하지 못한 채 가동을 준비 중인 설비 따위는 그런 '실적'이 될 수 없다. 성미 급하고 방향 모를 분노에 들떠 있으며 제조업이 무엇인지 망각한 지 이미 한, 두 세대 지난 트럼프 지지 성향 미국인들에게는 확실히 그렇다. 이들에게 '실적'이라고 자신 있게 내밀만한 것은 밉살스런 무역수지 흑자국에 매겨진, 충분히 '가혹'해 보이는 관세율이나 미국 바깥 어딘가에서 노획해온 현금 더미다.
여기까지 추리하다 보면, 트럼프 대통령 머릿속을 지배하는 또 다른 생각이 무엇일지도 가늠해볼 수 있다. 즉각적인 '실적'을 만들어내고자 혈안이 된 패권국의 폭압적 지도자가 지금 세계 지도를 펼친다면, 가장 눈길을 둘만한 곳이 어디이겠는가?
중동? 거기에는 골치 아프고 답도 없는 현안들만 있을 뿐이다. 토니 블레어한테나 맡기는 게 좋겠다. 유럽? '취임 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앞으로 24개월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판이다. 게다가 실속은 없으면서 능구렁이 같기만 한 유럽 국가들을 뜯어먹는 것은 수고롭기만 하다. 주요국 지도자들이 다 이탈리아의 극우파 조르자 멜로니 총리 같은 고분고분한 인물로 교체될 때까지 일단 놔두는 쪽이 낫겠다.
이렇게 따지고 들어가면, 결국 남는 곳은 중국과 대치한(미국이 보기에) 동아시아 국가들이다. 일본, 한국, 대만이다. 이 중에서 가장 만만치 않은 나라인 일본조차 미국에 대해서는 늘 저자세였다. 이번 관세협상에서도 일본은 스스로 나서서 불리한 협상안을 넙죽 받아들였다. 그리고 세 나라 모두 미국이 중국에 맞서 펼쳐놓은 핵우산과 미군 기지에 과거보다 더 비싼 '보호비'를 납부할 준비가 되어 있다.
게다가 이 나라들 가운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별히 써먹을 카드가 하나 더 있다. 6년 전에 한 번 낭패를 봤던 북미협상 카드가 그것이다. 중동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휴전 성사보다 더 수월하게 북미협상을 진전시킨다면, 트럼프 대통령 자신에게 훌륭한 '실적'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런 '노고'의 명목으로 한국으로부터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챙겨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북미협상을 추진하려는 '선의'의 트럼프가 따로 있고, 3500억 달러를 날로 뜯어가려는 '악당' 트럼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단 한 사람의 폭군이 있을 따름이다.
이런 그물에 지금 한국 사회가 걸려 있다. 이재명 정부는 말도 안 되는 관세협상을 놓고 당장 다음 대답을 어떻게 내놓을지 고뇌에 빠져 있다. 그런데도 정부 내 상당 부분도 그렇고 심지어는 미국 정부의 횡포에 맞서 다시 반미투쟁에 나서자고 촉구하는 이들까지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도할 두 번째 북미협상 가능성에 잔뜩 기대를 건다. 관세협상은 북미협상과는 별개이고 트럼프 정부의 세계정책도 알 바 아니며, 한반도에 평화의 기회를 열기만 하면 된다는 투다. 세상에 이런 '공상'이 또 어디에 있을까? 온 세상이 불바다인데 이곳에만 '평화의 기회'가 열린다?
대한민국은 지금 이런 '공상'에 스스로를 마취시키며 미국이라는 '불타는' 정박지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적어도 내년 말 미국 중간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라도 이 정박지 밖의 먼 바다로 나아가 전에 미처 시도하지 못했던 외교정책을 펼치며 우방국들과 함께 생존을 도모하고 시간을 벌어야 한다. '중견국'이라고 자처만 할 게 아니라 최소한 유럽 국가들이 하는 만큼은 '중견국'다운 행보를 보임으로써, 트럼프 정부와 함께 공멸하는 최악의 운명을 피하고 봐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보편성의 자리에 서서 '가자'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하자
이런 역사적 상황에 처한 한국 사회에게 '가자'는 결코 피해가면 좋을 머나먼 낯선 땅의 문제일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유엔 석상에서 민족해방투쟁과 광주항쟁을 경험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점을 밝히면서 가자 봉쇄 해제와 학살 중단을 촉구했어야 했다. 그리고 더 늦지 않게, 한국 정부는 팔레스타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가자 문제 자체만 두고 보더라도 유엔 회원국인 대한민국이 마땅히 취해야 할 최소한의 태도이자 조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운명을 개척하는 차원에서도 역시 중대한 출발점이다. 지구자본주의의 패권국이 이제껏 뒤집어쓰고 있던, 보편적 이상과 규범의 가면을 훌훌 벗어버릴 때에 한국 같은 나라가 비슷한 처지의 다른 많은 나라들의 관심과 공감을 이끌어내며 활로를 열어나갈 가장 중요한 수단은 무엇인가? 내동댕이쳐진 그 '보편성'의 자리에서 발언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한국인들에게는 그럴만한 역사적 자원이 이미 풍부하게 존재한다. 소니 픽처스가 한국 문화를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기만 기다릴 필요가 없다. 제국주의와 파시즘에 맞서 싸웠던 36년의 역사는 결코 약소국의 구질구질한 기억만이 아니다. 지기만 하는 것 같았던 이 외로운 투쟁은 제국주의 국가들까지 끼어 있던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 정상회담에서 유독 한국의 독립을 명기하는 합의를 이끌어낼 만큼 '보편적'이었다. 45년 전 봉쇄됐던 저 도시, 광주의 기억 역시 마찬가지다. 한강 작가의 소설을 통해 전해진 광주 이야기에서 세계인이 본 것은 변방인의 알아들을 수 없는 절규가 아니라 폭력과 절망을 넘어 전진하는 인류의 '보편적' 형상이었다.
이 보편성의 자리에서 이제 한국 사회는 그간 비겁하게 미뤄왔던 결정을 뒤늦게나마 과감히 내려야 한다. 자신들의 지난 역사를 근거 삼아 국제 여론을 선도하는 것이 아일랜드만의 특허일 수는 없다. 대한민국 역시 민족해방투쟁의 결실로 건국된 나라로서 팔레스타인인들의 생존권과 자결권을 옹호해야 하고, 민주화투쟁을 겪으며 성숙한 나라로서 이스라엘군의 학살을 저지하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보편성에 호소하지 못하는 하소연은 늘 무력하고 무능할 뿐이다. 포스트-트럼프 시대에 대한민국이 우선 확보해야 할 '진지'는 인류에게 호소할 근거가 되는 보편성의 자리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적 약탈을 최소화하기 위한 지루한 협상을 끌고 갈 힘도, 한반도 평화의 숨통을 틔울 기회도 이 진지에서 비롯될 것이다. 벌써부터 자국민 절반 이상과 대치하고 있는 패권국 대통령의 환심을 사려는 곡예가 아니라 말이다.
▲2025년 6월 19일, 가자시의 알시파 병원에서 열린 장례식에서 조문객들이 반응하고 있다. 이들은 전날 북부 가자지구에서 구호 물자를 찾던 중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숨진 팔레스타인인들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이다. 이는 가자 보건부의 발표에 따른 것이다 ⓒ로이터
장석준 배곳 산현재 기획위원
장석준 전환사회연구소 기획의원은 오랫동안 진보 정당 운동의 정책 및 교육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자본주의 위기에 맞선 진보적 사회과학을 재구성하고자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연구 및 출간 사업을 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레프트 사이드 스토리 : 세계의 좌파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있나>, <사회주의>, <장석준의 적록 서재>, <신자유주의의 탄생 : 왜 우리는 신자유주의를 막을 수 없었나>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국가 대 시장 : 지구 경제의 출현>, <안토니오 그람시 : 옥중수고 이전> 등이 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당 당대회, 정책토론회 소개와 2026 지방선거 목표와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29일 미국의 대미투자 압박에 정부와 여당이 보다 강하게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당 지도부가 미국을 향해 비판적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의 부당한 요구에 맞서라는 국민의 여론에 진보당이 응답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대미관계에는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에 굉장히 무리한 압박이 가해질 거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으나 그것이 외환보유고의 80% 내지는 그 이상을 당장 현금으로 내놓으라고 할 정도로 거친 압력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굉장히 거칠고 무리한 요구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나아가 한 인터뷰에서 '이러다가 내가 탄핵 당할 것 같다'는 얘기까지 쏟아냈다"며 "이는 국민적 요구가 어디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여기에 대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는 "그런데 대통령의 말과 지금 여당이나 주변 참모진의 입장에는 온도차가 상당히 있는 것 같다"며 "제가 최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보면서 가장 아쉬웠던 지점은 이 관세 협상 국면에서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트럼프 행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데 정청래 대표가 직접 이에 대해 비판하는 발언을 저는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쩔 때는 이 대통령이 너무 외롭게 싸우고 있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라며 "국민적 관심사이기도 하고 한국 경제의 명운이 걸려 있는 이 사안에 대해 도대체 왜 민주당이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인지에 대해 저는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김 대표는 최근 진보당 의원들을 비롯해 국회의원 65명이 3500억 달러 대미투자 철회와 한국 노동자 인권 보장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사실을 언급하며 "민주당 의원들은 56명 정도가 참여한 것 같다. 지도부의 독려가 있었더라면 훨씬 더 많은 분들께서 결의안에 참여했을 텐데 다소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후 결의안이 본회의에 상정된다면 적어도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 정당에선 100% 찬성이 나올 수 있도록 민주당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다 과감한 결정을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김 대표는 "오늘은 3500억 달러지만, 그걸 뜯어가고 난 다음에 그 이상을 더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게 트럼프의 본질이라고 미국 내 전문가들도 얘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이야말로 가장 선명하게 부당한 요구에 맞서라고 하는 국민들의 여론에 답할 수 있는 것이 진보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진보당이 국민들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를 면밀히 보면서 한 발 앞선 입장, 그리고 행동을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민생과 직결된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정부가 얘기하고 있는 이 주식시장 독려하는 것으로 민생의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이 될 것인가 하는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대미 투자 영역은 단순히 '진보당은 예전부터 반미 운동 했었던 세력이니까'(그래서 비판하는 것 아니냐) 이런 차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죽하면, 진보당을 두고 사람들이 다 '반기업'으로 알고 있다고 하는데 이번 만큼은 기업을 위해서라도 대미 투자의 무리한 압박을 막아내는 데 진보당이 앞장서겠다고 말하겠는가"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관세협상과 안보문제가 맞물려 미국 측에서 더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면서 "이런 상황을 놓고 봤을 때 남북관계가 개선된다거나 한반도 평화 문제가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인다면 그 고리 역시 좀 쉽게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봐다.
그는 "이재명 정부 시기 안에 남북 관계가 다시 회복 국면에 들어서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 계속되고 있는 한미군사훈련을 포함한 어떤 적대적인 정책들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보다 더 단호한 결단이 필요하다"며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중단 조치를 정부가 결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당 당대회, 정책토론회 소개와 2026 지방선거 목표와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9.29 ⓒ민중의소리
한편 김 대표는 여러 정치적 현안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여권과의 관계에 대해 "이제 대선도 끝났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진보정당이 쓴소리를 많이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관세 협상의 문제라든지 노동 인권과 관련된 문제라든지 다양한 영역에서 이 대통령이나 정부가 옳은 길을 가면 저는 전폭적으로 지원도 하고 협력도 하고 성공을 빌어주기 위한 여러 역할을 해야 되는 것이 지금 진보정당인 진보당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반면에 말로는 약속을 하고 있지만 그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거나 속도가 대단히 더디거나 하면 그것을 채근하고 또는 견인하고 쓴소리도 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다만 "지금은 원내 4석으로 대단히 작은 스피커이고, 제가 당 대표이긴 하지만 아직 중량감 있는 정치적 인물을 더 키워내지 못한 현실에서 저희의 목소리가 더 많은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며 "이것을 극복하는 계기가 내년 6월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를 통해서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다수 당선을 반드시 만들어 지방자치단체에서부터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는 진보정치의 실력을 보여드리겠다는 것이 저희로서는 절박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선거연합 가능성은 열어뒀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저희가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당시 윤석열 정권 때 퇴행적 정국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이것을 막기 위한 당시 야당들의 연대연합은 민심에 따른 것이라고 저희는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현재 국민의힘에 굉장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정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민의힘이 여론조사에선 30%대의 지지율이 나오고 있고, 굉장히 극우적 선동을 하고 있는 인물들이 또 지방선거에 출마한다는 하마평까지 돌고 있는,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마침표를 찍고 내란 세력을 완전히 청산했다고 선언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정치적 시점은 내년 지방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란 세력 청산이라는 국민적 요구를 따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결과를 잘 모으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연대연합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저희가 민주당과 같은 곳에 출마했을 때 독자적인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선거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분명히 선을 그은 뒤, "호남권에서도, 영남권에서도 할 수 있다면 민주당과 충분히 경쟁을 해서 역량도 있고 오랜 시간 동안 지역 주민들과 동거동락을 해왔던 후보들은 경쟁 구도 안에서도 당선시키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보당 당대회, 정책토론회 소개와 2026 지방선거 목표와 전략을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5.09.29 ⓒ민중의소리
아울러 김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과 진보당을 비롯한 원내 5당 대표가 모여 합의한 개혁 과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정치개혁과 관련해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점에서 기초의원 2인 선거구제를 폐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통해서 물론 저희 같은 소수정당도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사실 국민의힘이 절반의 지방의회를 나눠 가질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차단해 지금 민주당 지도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내란 청산이란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그래서 정치개혁은 단지 소수정당을 배려하기 위한 민주당의 선의에 기댄 개혁적 과제가 아니라, 내란 청산을 위해 국회 안에서 초당적으로 함께 협력해야 할 당면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합의 사항인 '원내교섭단체 요건 완화'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빨리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나아가 김 대표는 "사회대개혁위원회를 만들겠다고도 합의했는데, 굉장히 더딘 상황"이라며 "그 외에도 다양한 광장 시민들과 했던 약속들이 빠르게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저희가 정부와 민주당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이래서 되겠냐, 믿고 기다리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며 "정치개혁을 하자고 함께 서명까지 하고 약속을 했는데 아직 아무런 얘기가 없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민주당이) 개혁의 약속을 내팽개치려고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다"면서도 "개혁도 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벌써 정부 출범 4개월이 지났고 추석이 지나고 나면 이제 지방선거 국면으로 정치권의 시선이 다 넘어가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지난 겨울부터 봄까지 우리 국민들이 함께 요구했었던 개혁적 과제들에 대해 대통령실과 여당이 책임을 다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이것이야말로 독식하지 않는 권력 주권자, 국민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국민주권 정부다운 모습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 김 대표는 국회에서 발의됐지만 계류 중인 생활동반자법에 대해 "차별금지법, 그중에서도 성소수자에 대한 정치권의 지독한 경계가 있는 것 같다"며 "십수 년 동안 국민적 정서 또는 여론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런 국회 안 분위기가 생활동반자법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좀 반영이 된 게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보당 손솔 의원이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자고 공개 제안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22대 국회에서 공론화 과정이 본격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 거취 논란에 관해서는 "지난 5월 1일 조 대법원장의 사법 쿠데타에 따른 충격은 우리 국민들에게 사법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해줬고, 반성하지 않는 사법 권력에 대한 적절한 통제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정치권 안에서 다양한 세력들의 고민을 모아서 마련되고 있는 제도 개혁안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다만 그것이 지금 정치권이 몰두해야 할 최우선 과제인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다"며 "제2의 IMF가 불어닥쳐 오고 있는 이 시국에 국회는 국민들이 더 요구하는 개혁의 과제 또는 당면한 민생의 과제에 보다 책임감 있게 나서야 될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국가경제적 관점에서도, 인구 구성으로 봐도, 개인의 재테크라는 측면에서도 앞으로의 몇 년이 나와 한국의 성장·행복을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입니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지만 정치권마저도 부동산 중심의 사고에 매몰되어 있는 상황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국인들의 삶의 질이 풍요롭게 될지 함께 생각해 보는 마당이 되었으면 합니다.[기자말]
이번 주는 제가 구상한 연재의 순서대로 가지 못합니다. 한국의 구조적인 문제만 짚고 있는다는 게 한가롭게 느껴집니다. 때를 놓치면 쓸 수가 없습니다. 미루다 쓰면 쓴다 해도 그 글은 효용이 떨어지죠. 사실 이 글도 늦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연재를 잠시 미루고 현안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양해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 개의 뉴스가 쏟아져 나옵니다. 속보입니다. 특보입니다. 내용은 비슷하지만 혼란스럽습니다. 정리가 안 됩니다. 정리를 해야 합니다. 한미 양국의 관점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반영해 정리하겠습니다.
판단은 여러분이 하십시오. 다만 우리의 관점에서, 한국인의 시각으로 판단하시길 바랍니다. 헌법에 쓰인 그대로, 이 나라의 주권은 '대한국민'에게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한덕수는 무슨 생각이었을까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해 가장 먼저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한 사람은 이재명 정부의 인사가 아닙니다. 지난 4월 17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입니다. 까마득한 옛날 같지만 불과 5달 전입니다. 그가 인터뷰한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13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영미 자본주의의 대표 신문사지요.
▲보도자료국무총리비서실
총리실에서는 이렇게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핵심은 위에 나와 있지요? "맞대응하지 않겠다(will not fight back)." 미국의 관세 조치에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선언한 겁니다. 어처구니없습니다. 관세 협상을 하기도 전에 먼저 항복 선언을 한 것이죠. 왜? 그 이야기는 뒷부분에 하도록 하죠.
미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캐나다와 멕시코를 필두로 관세 전쟁을 벌였지요. 상호 관세라고 말했지만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관세에는 우방이나 적국의 개념이 없는 것 같았습니다. 인도, 브라질은 50%를 맞았고, 중국은 30%였지만 미국의 이웃이자 최우방이었던 캐나다는 35%를 맞았습니다. 영국·호주는 10%, 대만은 20%, 일본은 15%, 한국도 15%라고는 했지만 협상이 끝나지는 않았죠.
뒤죽박죽입니다. 무역 흑자국들 순으로 관세를 매겼다면 왜 한 해 3000억 달러 안팎의 무역흑자를 거둬 온 중국에는 30%를 부과하고 캐나다는 35%를 맞아야 하지요? 협상 과정에서 저항했다고? 그렇다면 그건 미국 스스로 선진 문명국이 아니라 미국이 한때 북한을 향해 멸칭한 것과 똑같은 깡패국(Rogue state)이라는 걸 자인하는 꼴이지요.
▲4월 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라는 행사를 열고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심지어 미국은 일본과 한국에는 현찰(달러)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돈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체 무엇을 얼마나 왜 원하는 것일까요? 이 모든 건 미국의 거대한 빚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은 빚에 쪼들려 있습니다. 연방정부가 지고 있는 빚이 37조 달러 정도 됩니다. 한해 이자만 9000억 달러쯤 내야 합니다. 미국의 한 해 국방비 예산에 버금가는 규모입니다. 그래서 일단 국방비를 줄이려고 합니다. 너희 나라들은 이제 각자가 지키라고 합니다. 유럽도, 일본도, 한국도, 대만도 국방비를 늘리라고 요구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시켜서 일부 정부 부처 통폐합하고 공무원들 자르게 한 것도 지출 줄이기의 일환입니다. 지출 줄이고 정부 재정에 여력이 있어야 트럼프식 포퓰리즘 정책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관세를 통해 돈을 벌어서 미국인들에게 돈을 나눠주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트럼프에게 투표한 주 지지층은 가난한 백인 노동자 계층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되지요.
그럼에도 저 거대한 빚을 당장 갚을 수 없습니다. 이자라도 적게 낼 방법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자를 적게 내려면 금리가 낮아야지요. 그래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압박해서 금리 내리라고 저 아우성인 것이지요.
그러나 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린다고 시장 금리가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미국도 환율 안정이 필요합니다. 미국 달러의 가치는 손상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37조 달러의 빚 중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을 연장할 때 기준금리는 떨어져 있어도 시장의 수요는 살아 있어야지요. 미국 돈을 사는 국가들, 기관, 연금에 매력적인 달러 가치는 보존하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달러 가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야 하는데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너무 높아버리면 미국의 무역적자는 더 심해지겠지요. 상호 모순됩니다.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시장경제적 발상이 아닙니다. 천문학적 빚에 대한 이자는 적게 내고 싶지만, 달러를 계속 찍어서 미국 국채는 계속 발행하고 싶고, 미국 내 유권자들에게 돈은 계속 퍼주면서도, 무역적자는 줄이고 싶어 합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그래서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각국을 미국이라는 침대에 묶어놓고 침대보다 키가 크면 발을 잘라버리고 침대보다 키가 작으면 모루 위에 달궈진 쇠를 놓고 망치질을 해댑니다. 인위적으로 통제하고 멋대로 끼워 맞추려 합니다.
산업 경쟁력을 단숨에 뒤엎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논리를 제조해낸 것일가요? '차라리 달러를 덜 찍는 대신 달러를 뺏어오자. 수십년동안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 달러를 가져갔으니 다시 돌려받아야 공정하지. 2024년 12월 말 기준 미국 재무부 채권을 1조 달러 이상 가지고 있는 일본부터, 그리고 한국. 중국은? 중국은 달러도 많지만 핵무기도 많잖아'.
누구나 상상은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상을 시도라도 해보려면 2가지가 필요하지요. 힘과 뻔뻔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2가지 모두를 가졌습니다.
한국
▲원/달러 환율이 넉 달 만에 장 중 1410원대까지 올라선 26일 서울 명동 시내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8.4원 오른 1409.0원으로 출발한 뒤 1410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5월 15일(장 중 고가 1412.1원) 이후 넉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연합뉴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000억 달러 정도입니다. 각국의 중앙은행은 외환을 전액 현금으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당연합니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각국이 발행한 채권을 사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주는데 왜 현금으로 갖고 있겠어요.
현금성 자산은 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직접투자나 위탁자산의 형태로 가지고 있습니다. 직접투자자산은 주요국의 중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자산으로 2024년말 현재 국외운용 외화자산의 67.2%를 차지하고, 위탁자산은 세계 유수의 자산운용사나 한국투자공사 등에 위탁해 운용하는 자산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는 다 '4000억 달러'라는 현금으로도, 다 달러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다는 말이지요. 달러가 많기는 하지만 유로화,엔화, 금 등의 형태로도 있고, 그래야 합니다. 오히려 금을 더 늘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다른 중앙은행들에 비해 달러화 자산을 많이 가지고 있지만 그게 70% 정도입니다. 4000억 달러의 70%면 2800억 달러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에 너희들 15% 관세만 맞으려면 3500억 달러를 선불로 내라는 것이잖아요. 아니면 25% 이상 때릴 거야라고 으름장을 놓습니다. 그 돈을 어디서 가져오지요? 결국 달러를 사야 합니다. 뭘로? 한국 돈으로.
자, 미국의 자칭 "핵심 안보 산업"은 왜 시들었나요? 안 팔려서 그랬습니다. 비싸서 그랬지요. 경쟁력이 없어서 안 팔렸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핵심 산업을 재건한다는 거지요? 투자를 해서 재건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왜 미국 기업들은 그 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요?
수익이 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경쟁에서 패했기 때문입니다. 산업 자체가 범용제품(철강, 자동차, 선박, PC, 핸드폰, 메모리반도체)으로 다운그레이드 됐기 때문에, 어지간한 나라는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국이 만들 수 있게 됐기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미국은 설계하고, 기획하고,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금융으로 막대한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지금 미국에 투자한다고 그 산업들이 다시 범용제품에서 높은 부가가치 제품으로 변모하지는 못합니다. 자본주의 산업사에 그런 적은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혁신으로,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가 나와야 수익이 나지요.
게다가 미국에는 수십년전 과거처럼 제철소에서, 조선소에서 일할 인력도 사라졌습니다. 미국 아재들의 환상일뿐입니다. 젊은이들의 생각은 전혀 달라요. 무엇보다 젊은이들이 제조업에서 일하길 싫어합니다. 번화한 도시 식당에서 알바만 해도 수입이 짭짤하고, 똑똑하면 소프트웨어, 거대 플랫폼 회사 취직하고 싶어합니다. 노마드로 살고 싶어합니다.
그러다가 불황이 닥쳐서 해고 당하면 막대한 실업 보조금을 뿌려주는 든든한 국가 미국이 모국으로 있잖아요. 그래서 저축도 덜합니다. 65세 고령이 된 미국 시민이면 건강보험료도 국가에서 대부분 대줍니다.
만약 자신이 성실해서 30년이상 일했다면 미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퇴직연금이 은퇴 자금으로 톡톡히 한 몫 하지요. 흥청망청 써도 금융위기가 나면 미국 달러 찍으면 되는 나라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때도, 2020년 코로나때도 미국은 달러를 거의 무제한으로 찍어 스스로를 또 세계 경제를 구제했지요. 경제위기가 되니 전 세계가 더 미국 달러를 찾게 되더라는 모순적 상황은 매번 되풀이됐습니다. 그게 기축통화의 위용입니다.
그러나 원화는 그렇지가 않지요. 과도하게 찍으면 자연히 시장경제의 원칙에 따라 돈의 가치가 떨어집니다. 원화의 가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되나요?
원유를 비롯해 대부분 산업용 원자재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한국은 그만큼 더 많은 원화를 주고 더 적은 달러로 바꿔야 합니다. 수입물품의 가격이 올라갑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겠지요. 그러나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한국의 중앙은행만 나홀로 금리를 낮출 수 있을까요?
고물가인데도 고금리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인들이 한국 돈을 더 팔아버릴 것이고, 그럼 원화의 가치는 더 떨어지겠지요. 악순환의 소용돌이로 휘말려 들어가게 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지요. 최악의 경제 시나리오가 되는 겁니다.
통화스와프가 필수적인 이유입니다. 통화스와프를 해도 이미 미국에서는 사양산업이 된 산업에 '투자'하면 위험합니다. 투자가 아니라 대출이나 대출보증을 해야 합니다.
투자와 대출의 차이는 뭔가요? 대출은 빌려주고 이자를 받습니다. 이자율은 정해져 있습니다. 투자는 투자하고 배당을 받습니다. 배당은 이익이 나야 줍니다. 만약 기업이 망하면 대출한 은행은 선순위로 원금의 몇 푼이라도 돌려받지요. 그러나 투자자는 가장 끝순위입니다. 기업이 망하면 대출해준 은행에서 선순위로 채권을 회수하고 그래도 남은 게 혹시라도 있다면 주식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지요. 그러나 대개의 경우 그 정도 상황이면 남는 건 없습니다. 빈털터리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미국은 한국에 2가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 3500억 달러 또는 그 이상을 선불로 내라. ▲ 대출이 아니라 투자다.
한국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어쩌면 진짜 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역제안하는 것이지요. ▲ 통화스와프를 하자. 마이너스 통장처럼 쓸 수 있게 당신들이 원하는 달러를 마이너스 통장에 꽂아주라. 그럼 그 돈으로 미국에 투자할게. ▲ 투자는 하겠지만 어디에 하는지는 우리도 미리 알고 결정은 같이 해야지.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선(commercially reasonable)에서 투자할 수 있게 해주라는 것입니다.
이분법은 위험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억울하지만 그렇다고 판을 깨기에는 부담스럽습니다.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현 상황을 단순하게 둘로 나눠보면 이렇게 됩니다. '3500억~5000억 달러를 주든지 vs. 관세 25% 또는 그 이상의 관세로 보복을 당하든지.'
두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라면 차라리 관세를 맞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관세 15%에서 25%가 돼도 수출대기업들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이지 수출대기업들이 망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반대로 500조 원 안팎의 달러는 조달할 형편도 안 되고, 설사 그렇게 한다고 해도 그동안 한국의 원화가치는 폭락해서 한국의 금융시장은 초토화되고 한국은 또 다시 외환위기를 맞게 될 지도 모릅니다. 잘못하면 정말 나라가 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세가 15%가 아닌 25%, 또는 트럼프의 성격상 협상을 타결 짓지 못하고 버틸 시 그 이상의 보복관세를 맞게 된다면 한국의 많은 수출대기업들이 지금보다 더 빨리 공장을 이전해 미국 현지 생산을 하려 들 겁니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밀집된 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부울경) 지역이 타격을 심하게 입겠지요. 수출대기업들과 협력업체들의 해외 공장 이전이 지금보다 훨씬 더 대규모로, 더 빠른 속도로 전개되면 부울경 지역은 미국의 러스트벨트화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이 극우화된 이유, 미국에서 트럼프가 당선된 이유를 한가지만 뽑으라면 미국 공장지대의 러스트벨트화였습니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과연 정부나 집권여당이 이런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을까요?
게다가 우리 스스로의 인식 속에서 미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뉴스타파>가 지난 8월 광복절을 맞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51%는 미국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한반도 주변 5개국(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중 최고의 호감도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미국과의 관세협정은 타결지어야 합니다. 중간에서 타협해야지요. 다만 그 중간이 우리쪽 중간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다
미국의 요구는 극악스럽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심합니다. 그러나 돌아앉아 생각해보면 모든 나라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분투하는 건 당연합니다. 자연스럽습니다. 각자의 관점에선 합리적입니다. 문제는 우리 내부에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 이후부터를 다시 돌아볼까요? 12·3 계엄은 시민들과 국회가 제압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혼란스러졌죠. 헌법재판소를 흔들어대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탄핵 반대집회가 일어났고 당시 여당 의원들 대부분은 탄핵이 부당하다며 윤석열씨를 옹호했지요.
지난 3월 7일 지귀연 판사는 윤석열에 대한 구속을 취소했습니다. 3월 27일 지상파인 SBS는 별다른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헌법재판소가 5대 3 데드락 상태에 있는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다시 공포에 사로잡혀야 했습니다. 4월 4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파면 결정으로 나라는 정상을 되찾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그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4월 20일 한덕수 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를 통해 미국에게 손짓을 했습니다. 1월 20일 취임하자마자 관세전쟁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놓고 말했지요. 미국이 취하는 관세 조치에 맞서지 않겠다. 나 또는 내가 속해 있는 정당으로 힘을 실어달라는 표현이었을까요? 사실상 주권을 포기하는 듯한 뉘앙스의 인터뷰를 하고선 그걸 토대로 총리실은 보도자료까지 냈습니다. 악의적으로 해석하면 나라 팔아먹겠다고 미국에게 SOS를 친 꼴이지요.
그런데 그 다음달 5월, 대법원이 또 이상한 짓을 합니다. 한국의 대법원은 이른바 '이재명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했습니다. 5월 1일이었습니다. 고법의 판사들이 파기 환송심을 연기했기에 망정이지 대법원의 뜻대로 갔다면 이재명은 대선 후보로 나서지 못했습니다. 유권자가 선택할 기회 자체를 대법원이 박탈해버렸다는 의심은 지금도 팽배합니다.
5월 10일 어쩌면 그게 국민의힘의 마지막 시도였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무산됐지만 김문수에서 한덕수로 대선후보를 강제로 교체하려 했지요. 김문수 후보에 비해 압도적 지지를 받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명확히 다른 점은 미국 유학파다, 경제관료 출신이다, 친미라는 인식을 명확히 심어줄 수 있다, 외신에서 난 관세에 저항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는 6월 3일에 있었습니다. 불과 넉달 전이네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취임했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내란세력이 한국을 통치했던 서너 달의 기간 미국과 물 밑에서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탄핵반대집회에 늘 등장했던 미국 성조기, 헌재를 흔들려했던 오래된 기득권세력, 한덕수씨의 4월 17일 외신 인터뷰, '이재명이 대선후보 되는 것을 막아라'는 언질을 누군가로부터 받은 듯한 5월 초 대법원의 기괴한 정치적 행보, 그리고 끝내 한덕수씨로 대통령 후보를 바꾸려한 국민의힘의 의도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한미극우동맹의 혐중, 부정선거론, 그리고 노골적인 대선불복(China Lee Out!!!)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결지어 생각해보세요. 소름 끼칩니다.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트럼프위협저지공동행동 소속 민주노총, 진보당 등 정당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네거리에서 집회를 열어 한국노동자 구금과 인권유린을 규탄하고, 트럼프 대통령 사과, 관세협박 중단, 대미투자 철회 등을 촉구하며 미국대사관앞까지 행진을 벌였다.권우성
한국의 상당수 언론은 막무가내로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미국을 탓하기 보다는 한국 정부 비난에 더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한국언론 거의 전부가 미국이 3500억 달러가 아니라 550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단독 기사를 인용 보도했습니다만, 그 기사의 헤드라인과 첫문장이 이렇게 시작되고 있다는 것은 잘 모릅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이 강경노선을 취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무역협상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한국 관료들은 우방국들에게 백악관이 골대를 옮기고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있다."(President Trump's trade deal with South Korea is on shaky ground, with Commerce Secretary Howard Lutnick taking a tough line in talks as some Seoul officials privately argue to allies that the White House is moving the goal posts.)
미국도 한국과의 관세협상이 원만히 타결되길 원합니다. 미국도 아직 수십개국들과 관세협상을 더 해야 하기 때문이죠. 다만 미국도 타협해 줄 여지가 크지 않습니다. 한국과의 관세협상 결과가 앞으로 협상할 나라들뿐만 아니라 이미 타결한 일본같은 나라에게도 큰 의미로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국이 일본보다 더 가져가는 것처럼 보인다면 일본도 다시 협상하자고 나설 게 뻔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가 얼마나 얻고 얼마나 잃을까? 자신들의 처지에서 객관적으로 자국의 국가이익만을 고려하면서 미국과 대화하고 싸우고 갈등하고 타협하려 하지요.
다만 한국의 국민의힘, 다수 언론, 일부 국민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에게 다 갖다줘야, 한국은 미국 트럼프가 하라는 대로 다 해야, 한국이 그래서 완벽히 친미라는 것을 세계 만방에 떨쳐보여야 이재명 정부가 인정받은 것인양 주장합니다.
왜 한국 정부가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합니까?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대통령, 한국 정부, 한국인들을 뭐라고 생각하든 한국의 대통령, 한국 정부, 한국인들은 최대한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미동맹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국익을 몽땅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결국 중간에서 타협하더라도 최대한 우리쪽 중간에서 합의할 수 있게 전 국민이 밀어줘야 합니다.
좀 더 기다려야 한다면 좀 더 기다려야 합니다. 잠시 기다리는 게 고통스럽다고, 당장 확정되지 않은 내일이 불안하다고 망할 길로 가는 게 뻔한 미래를 선택할 수는 없습니다. 현실 인식은 냉철하게, 판단은 주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미국의 4년짜리 대통령 트럼프에게 한국의 미래를 맡기지 마십시오. 한국의 주권은 '대한국민' 우리에게 있습니다.
▲지난 29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 등의 화재 정밀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민 피해가 극심한 가운데, 정치권은 ‘네 탓’ 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행정안전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서 조치를 하지 못했기에 피해가 확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 수습과 후속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할 국회에서 정쟁이 이어지자 “국가적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된 꼴불견 행태”(중앙일보) “한심한 노릇”(국민일보) “3년 동안 손 놓은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취임 100일 넘도록 점검 못한 정부여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한국일보) 등 언론의 비판이 나온다.
30일 주요 아침신문은 1면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관련 기사를 실었다. 정부의 데이터 대책과 디지털화가 미진하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주요 일간지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을 1면 메인기사에 배치한 것과 달리 조선일보는 여당이 4심제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30일 주요 일간지 1면 갈무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경향신문 <‘정부24’ 복구… 나흘 만에 급한 불 껐다>
국민일보 <‘재해복구 센터’ 18년째 표류… 피해 키웠다>
동아일보 <서류 떼려 연차, 수기 결재… ‘아날로그 정부’>
서울신문 <배터리 교체 무시… ‘세 번의 경고’ 놓쳤다>
세계일보 <“정상화에 최소 4주”… 민원대란 장기화>
중앙일보 <“한과 수만개 버릴판” 소사장들의 눈물>
한겨레 <국민신문고 등 96개 정상화에 최소 4주>
한국일보 <‘민원 스톱’은 풀었지만, 정상화까지 한 달>
추석 민심 향배 된 정부 책임론… 중앙 “책임 소재는 이후에 따지자”
언론은 이번 사건을 인재로 보고 있었다. 화재 이후 대처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대전 국정자원 한 곳에서 화재 사고가 불거졌음에도 피해가 정부 시스템 전반으로 확산된 것에 대한 비판이 크다. 이는 ‘백업’ 역할을 할 국정자원 개소가 연기됐기 때문이다.
▲30일 경향신문 3면 갈무리
경향신문은 3면 <운영 계획보다 13년 지연… ‘백업 역할’ 실패, 뼈아픈 ‘공주센터’>에서 “공주센터는 1·2·3센터의기능이 동시에 마비되더라도 정상 작동될 수 있는 ‘트윈 백업센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며 “문제는 이 시스템이 구축돼 개소할 시기가 올해 10월 초로 예정돼 있었다는 점”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결국 필수적인 시스템 구축 작업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이번과 같은 대규모 전산망 마비 사태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정부가 2023년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겪고도 예산 확보에 소홀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4면 <사고 겪고도 2년간 예산만 따져… ‘시스템 이중화’ 골든타임 놓쳤다>에서 “정부가 ‘디지털 정부’를 표방하며 ‘정부24’ 서비스를 개통한 건 2017년이다. 그러나 이중 운영 체계에 대한 투자는 없었다”며 “2023년 행정 전산망 먹통 사태를 잇따라 겪은 뒤 행안부는 ‘1·2등급 시스템은 모든 장비에 대한 이중화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올해 확보한 이중 운영 체계 사업 예산은 약 24억원뿐”이라고 지적했다.
▲30일 한겨레 3면 갈무리
한겨레는 윤석열 정부 시기 이중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3면 <윤석열 정부, 행정망 마비 겪고도… 대전센터 이중화 예산 61% 깎았다> 보도에서 “‘쌍둥이 시스템’ 구축 예선이 윤석열 정부에서 대폭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수십조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 탓에 기획재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화재 등에 대비한 시스템 이중화가 늦어진 것이 국가 전산망 먹통 사태를 부른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30일 중앙일보 10면 갈무리
여야는 이번 사태를 두고 책임 공방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을 요구했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이중화 대처를 하지 않으며 사건이 확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는 10면 <국민 속타는 이 와중에… 여야, 전산망 마비 놓고 정쟁> 기사에서 “국가 전산망 마비의 여파가 피부로 와 닿기 시작한 29일 여야의 책임 공방이 한층 치열해졌다”며 “정부 책임론 화살이 전 정부로 향하느냐 현 정부로 향하느냐가 추석 민심 향배를 결정할 문제로 부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30일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사설에서도 정치권의 네 탓 공방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책임 소재를 따져물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국가 전산망 마비에 또다시 번진 ‘네 탓’공방 고질병> 사설에서 “국가적 재난이 벌어질 때마다 반복된 꼴불견 행태라 놀랍지도 않다. 사태 수습은 뒷전으로 미뤄놓고 정쟁에 몰두하는 모습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며 “여야가 공수만 바뀌었을 뿐 근본적으로는 달라진 게 없다는 의미”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는 당연히 밝혀야겠지만, 지금은 사태 수습이 급선무”라며 “중요한 건 정부 전산망의 총체적인 점검과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소모적 정쟁이 아닌 생산적 대안을 찾는 데 정치권은 힘을 모아야 한다. 책임 소재는 이후에 따져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30일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국민일보도 사설 <전산망 마비 책임 놓고 ‘네 탓’ 공방만 하는 여야>를 내고 “정치권은 사태의 해결보다 상대방을 향한 비난에 힘을 쏟고 있으니 개탄스럽다. 책임 있는 자세 대신 정쟁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모습은 국민 눈높이와 한참 동떨어져 있다”며 “국민은 불편과 불안을 겪고 있는데 정작 정치권은 ‘네 탓’ 공방만 반복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이 진짜 듣고 싶어 하는 대책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심한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세계일보는 <국가전산망 마비 민원 대란에도 여야는 네 탓 공방> 사설을 통해 “민주당은 윤석열정부가 정보시스템 이중화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발생한 사달이라고 전 정권에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경질이나 요구하며 쟁점화하고 있다. 수습은 안중에 없고 정쟁만 반복하는 여야를 성토하고 싶은 심정의 국민이 하나둘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30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여야 모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민원대란 부른 ‘서버 이중화 방치’… 과정 낱낱이 밝혀야> 사설에서 “지난 3년간 손을 놓고 있었던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 취임 100일이 넘도록 점검을 못 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모두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여야가 네 탓 공방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국가 안보와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쟁점 법안 강행 “후폭풍은 어떡할 건가”
더불어민주당의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언론 비판이 이어진다. 정부조직법, 증언감정법 등 숙고를 거쳐야 할 법안이 민주당 주도로 일방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사설 <쟁점 법안 일방적 강행 처리…후폭풍은 어떡할 건가>에서 “야당의 필리버스터는 각 법안 의결을 고작 24시간 지연시킬 뿐 사실상 무력했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78년 만에 검찰청이 사라지는 데 따른 후폭풍이 가장 심각하다”며 “만약 검찰청 폐지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난다면 정부와 여당은 엄청난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생각인가”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번 국회에서도 재연된 여당의 입법 폭주는 이재명 정부의 협치 약속을 무색하게 한다”며 “졸속 법안이 야기한 부작용의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다. 강성 지지층만 의식한 비이성적 독주를 계속한다면 결국 중도층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여당은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30일 서울신문 사설 갈무리
서울신문도 <강성 지지층만 보이는 여야… 민생은 안중에도 없다> 사설을 통해 “민주당의 급발진 법안 처리는 우려할 만하다”며 “과유불급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이런 독단적 행보는 이재명 대통령과 당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사법위원회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한국일보는 추미애 위원장 체제 법제사법위원회가 국회의장 권한까지 넘보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국회의장 권한까지 넘으려 한 '추미애 법사위'의 안하무인>에서 “민주당은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에게 우원식 국회의장보다 더 센 권한을 부여하는 개정안을 졸속 처리하려다 결국 당 안팎 반발에 물러섰다”이라고 지적했다.
▲30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민주당이 추진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증감법)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나 특위에 출석한 증인·감정인의 위증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사위 민주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이 아닌 법사위원장 명의로 고발하고, 법사위원장이 위증사건 수사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지만 우원식 국회의장 제동과 당내 반대에 개정안을 다시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국회법 등에서 근거를 찾을 수 없는 초유의 권한을 ‘추미애 법사위’가 행사하겠다는 의도”라며 “법치와 의회민주주의의 보루여야 할 법사위가 왜 이 지경이 됐는가를 추 위원장과 민주당이 돌아보기 바란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1면 갈무리
조선일보, 김현지 비서관에 “만사현통”
이재명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현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제1부속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야당에선 김현지 비서관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조치가 내려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세계일보는 4면 <국감 회피용?… ‘李 측근’ 김현지 돌연 보직변경> 기사에서 “사실상 국감 출석을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김현지 비서관을 향한 조선일보의 비판이 거세다. 조선일보는 1면 <‘만사현통’의 힘> 보도를 통해 “이번 (대통령실) 인사는 국민의힘이 김현지 비서관의 국감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김현지 비서관은 이 대통령의 시민단체 활동 시절부터 함께해 온 가장 오래된 핵심 측근으로, ‘실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했다.
▲30일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또 조선일보는 사설 <‘실세 비서관’ 국회 출석 막으려 보직까지 바꿨나>를 내고 “국감을 앞두고 돌연 부속실장으로 발령 낸 것은 국회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김 실장은 ‘실세’라는데도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 대통령을 시민운동 시절부터 줄곧 보좌해왔다는 것이 전부다. 1급 공무원이지만 나이, 학력, 경력 같은 기본 사항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모든 일은 김현지를 통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런 사람일수록 국회에 나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그래야 훗날 정권 부담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관광온 중국인에 ‘혐중’ 발언하는 국힘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시행됐지만 국민의힘은 연일 ‘혐중’ 발언을 쏟아낸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무비자 입국으로 국민 불편과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며 중국인 관광객 범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비를 걸어오는 낯선 사람을 직접 응대하지 말고 신고와 촬영을 하라”는 주장을 내놨다, 나경원 의원 역시 “국정자원 화재로 국민 신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중국인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 불안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30일 경향신문 4면 갈무리
야당처럼 ‘혐중’ 인식을 드러내는 일간지는 없었다. 경향신문은 4면 <또 ‘혐중’ 선동하는 국힘> 보도에서 “(국민의힘 주장은) 올해 초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면에서 중국의 선거 개입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설파하며 혐중 분위기를 고조시킨 극우 세력의 주장에 맞닿아 있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유커 무비자 입국 개시, 한중 상호인식 개선 계기 되길>에서 “불법체류와 질서문란 행위에 대해선 반중 정서를 확산시키는 만큼 당국의 정당한 대응이 이뤄져야겠으나, 분별없는 혐중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30일 매일신문 사설 갈무리
지난 비상계엄 국면에서 보수적 논조를 보여온 대구경북 지역 일간지 매일신문 역시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지역 관광 활성화 계기로> 사설을 내고 중국인 관광객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혐중’ 논조는 없었다. 매일신문은 “3인 이상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 시행이 이뤄지면서 ‘차이나 특수’를 통한 내수 회복이 기대된다”며 “중국 국경절 연휴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APEC 정상회의 참석 등이 활력을 보탤 전망”이라고 했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가 28일 소화수조에 담겨 있다. 지난 26일 정부 전산시스템이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무정전·전원 장치(UPS)용 리튬이온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정부 전산 서비스가 대규모로 마비된 바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가 발생해 647개의 정부 주요 시스템이 일제히 마비됐다. 그중 96개 시스템은 완전히 불에 타버렸다. 정부24, 모바일 신분증, 우체국 우편·택배·금융 서비스, 범칙금 납부 등 정부의 온라인 행정이 멈췄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이 입주한 경기도 성남 판교의 SK C&C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난 지 3년여만이다. 당시 5000만 국민이 가입한 카카오톡을 포함해 국민 생활에 스며든 카카오 계열 플랫폼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화재는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진화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송구하다. 중요 민생 시스템은 밤을 세워서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복구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3년 전 카카오톡이 먹통 됐을 당시 정부는 카카오톡에 똑같은 기능의 서버 2대를 데이터센터 간 동시에 가동할 수 있게 이원화를 주문했다. 그러나 정작 자신들은 손 놓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자 아침종합신문들 1면은 일제히 ‘정부판 카카오톡 먹통’ 사태 소식을 다뤘다.
카톡 먹통 사태처럼 배터리 불이 원인, 데이터센터 이원화 미비도 유사
이번 정부 시스템 마비 사태는 3년 전 카카오톡 먹통 때와 유사하다. 카카오톡 역시 데이터센터 전기실 내부의 배터리에서 불이나 전체 전원이 차단돼 서비스가 멈췄다.
▲2022년 10월17일 조선일보 4면.
당시 시총 22조 기업인 카카오는 다른 곳에 데이터센터를 운영하지 않는 등 비상복구 대책 마련에 소홀했다고 지적받았다. 2022년 10월17일 조선일보는 4면 기사에서 “10년 전인 2012년 4월에도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 끊겨 카카오톡이 4시간가량 먹통이 됐는데, 카카오의 데이터센터가 단 한 개 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당시 카카오는 사과문에서 ‘어서 돈 많이 벌어서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가동해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카카오는 매출 6조1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현재 수도권에 4곳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서버 3만2000대를 둔 판교가 ‘메인 데이터센터’다. 카카오는 비용 문제를 이유로 판교 센터의 트래픽을 소화할 만큼 충분한 공간을 다른 데이터센터 3곳에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평소 메인 데이터센터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한 재난 복구 훈련도 제대로 이루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29일 한겨레 3면.
29일 한겨레는 3면 <2년 전 행정망 마비 겪고도…정부, 전산망 이중화 손놓고 있었다> 기사에서 “3년 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를 계기로 기업에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재해복구(DR·Disaster Recovery)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라고 보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 12월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개선책으로 ‘데이터센터 간 이중화’를 요구한 바 있다.
한겨레는 “정부는 동작(액티브) 중인 서버가 화재 등으로 멈췄을 때 대국민 서비스가 차질 없이 제공되도록 대기(스탠바이) 서버를 외부 데이터센터로 분산할 것을 주문했다. 나아가 똑같은 기능의 서버 2대를 데이터센터 간 동시에 가동할 수 있게 ‘동작-동작’ 형태로 이중화할 것도 요구했다. 실제 정부는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서비스가 일시에 중단될 경우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방송통신발전기본법상 ‘재난관리 의무 대상 기업’을 기존 이동통신사에서 부가통신사업자 및 데이터센터 사업자까지 크게 확대했다.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 구글, 쿠팡 등의 기업에 재난관리 책임이 부여된 셈”이라고 했다.
▲29일 한국일보 3면.
그러면서 정작 정부는 데이터센터 이원화를 하지 않은 점을 비판했다. 한겨레는 “하지만 주무 부처인 과기정통부도 민간 사업자가 아닌 정부 전산망의 이중화에 대해선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는 탓에 행안부 산하 국가정보자원관리의 허술한 관리 체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민간 기업에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해석했다.
조선·한겨레 “카카오톡에 보완책 지시한 정부, 정작 자신들은 손 놓아”
조선일보는 <국가 전산망 마비, 재생에너지 무분별 확대에 보내는 경고음> 사설에서 “2022년 카카오톡이 화재로 마비됐을 때 전 국민이 큰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 국가 전산망은 카카오톡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당시 카카오톡에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해 놓고 정작 정부는 2년여간 손 놓고 있었던 셈”이라고 비판했다.
▲29일 조선일보 사설.
▲29일 한겨레 사설.
한겨레도 <‘정부 디지털 심장부’ 마비, 정보기술 강국 맞나> 사설에서 “정보기술(IT) 강국을 자처하는 나라에서 이 무슨 황당한 일인가. 2022년 ‘카카오 먹통’ 사태 때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던 정부가 정작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은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역시 <‘국정자원’ 화재로 국가전산망 올스톱… 이게 대한민국 맞나> 사설에서 “ 3년 전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먹통 사태’가 발생했을 때 정부가 서버 분산, 실시간 백업 체계 구축 등의 대책을 강도 높게 요구해 놓고는 정작 국가 전산망 관리는 손놓고 있었던 셈이다. 국정자원의 자동 백업 시스템은 시험 가동 중이고 충남 공주의 백업서버센터 개소는 예산 문제로 연기됐다고 한다”라고 지적한 뒤 “2년 전에도 국정자원의 네트워크 장비 이상으로 행정 전산망이 마비된 적이 있는데, 땜질 처방만 하다가 사태를 키운 꼴이 됐다. 정부는 국가 전산망 실태를 전면 재점검하고 최악의 상황까지 포함한 위기 대비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국정자원 한 층이 불났다고 대한민국 행정이 올스톱되는 현실에선 ‘디지털 정부’ ‘IT 강국’을 운운하는 것조차 낯뜨거운 일”이라고 했다.
15년 만에 대규모 개편한 카톡… 중앙·동아 “이용자들 혹평에 개선”
15년 만에 카카오톡 메신저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자 이용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용자들의 주된 불만은 카톡 메뉴 가장 왼쪽에 위치한 친구탭을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피드형으로 전환한 것이다. 직장동료 등 지인들의 사생활이 자꾸 보인다는 점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는 피드백이 많았다. 이에 따라 카카오 측은 28일 “이용자들 반응 및 피드백을 면밀히 듣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개선 방안을 적극 논의 중이다. 친구탭 개선 방안도 조만간 공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 중앙일보 경제 1면.
중앙일보는 경제 1면 <15년 만에 개편한 카톡…이용자 악평 쇄도하자 5일 만에 “개선안 낼 것”> 기사에서 “하지만 개편 이후 이용자들의 부정적인 평가가 속출했다. 23일 이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 올라온 카톡 앱 후기에는 1점 평가가 줄을 이으며 ‘불편하다’ ‘본연의 메신저 기능에 집중하라’ 등의 악평이 쏟아졌다. 업데이트 이전 4점 대였던 플레이스토어 평점도 28일 기준 2.8점으로 떨어졌다”라고 보도했다.
이어 “이용자들의 주된 불만은 카톡 메뉴 가장 왼쪽에 위치한 친구탭을 피드형으로 전환한 데에서 나왔다. 카톡 친구가 프로필 사진을 바꿀 때마다 피드에 크게 뜨게 돼 직장 동료 등 지인들의 사생활을 의도치 않게 자꾸 보게 된다는 것이다. 사적인 사진이 카톡 친구들에게 노출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이용자들의 하소연도 이어졌다”라고 했다.
▲29일 동아일보 경제 1면.
동아일보도 경제 1면 <카톡 개편 혹평 쏟아지자 “친구-숏폼탭 개선”> 기사에서 “카카오톡 개편 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대거 쏟아지고 있다. 28일 소프트웨어 기업 피엑스디가 카카오톡 개편이 있었던 23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및 앱스토어에 달린 카카오톡 리뷰 1000개를 분석한 결과 업데이트 전반에 만족하지 않는다는 리뷰가 42%를 차지했다. 앱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별점 평가’에서도 업데이트 이후 5점 만점에서 1점으로 평가한 리뷰가 크게 늘었다”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특히 이번 업데이트로 목록형에서 격자형으로 바뀐 ‘친구탭’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격자형으로 바뀌며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원하지 않는 친구의 소식과 광고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숏폼탭을 두고도 미성년자가 숏폼에 무제한 노출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라고 했다.
대한민국헌법은 사법권의 독립에 관하여 제103조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역대 어떤 대법원보다 지금의 조희대 코트가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조희대 코트는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마치 아무 이유 없이 사법부의 권한을 침탈하려는 것처럼 주장하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윤석열 정부 아래에서 조희대 코트가 사법부 독립을 주장했던 예가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사법권의 독립을 존중했고, 이재명 정부는 그렇지 않은 건가요?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권의 독립을 판사의 심판 권한에 대한 절대적 존중인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법권의 독립은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헌법 원칙으로서의 사법권 독립이 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인가요? 그것은 어떤 역사적 과정을 거쳐서 정립되었을까요?
사법권 독립의 역사적 기원은 잉글랜드의 1701년 왕위계승법(Act of Settlement)에 규정된 제한 조항이었습니다. 그전까지 영국 국왕이 자신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한 판사를 수시로 해임했고, 그에 대해 의회가 반발하면서 의회의 동의가 없다면 판사를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한 것이 사법권 독립의 시초입니다. 왕에게 불리한 판결이란 시민에게 유리한 판결을 의미합니다. 즉 사법권 독립의 목적은 판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사법권 독립의 주창자는 행정 권력에 대항한 의회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사법권을 침탈하는 주범으로 민주당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법원 개혁의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지 민주당이 법원을 장악하기 위한 것인가요?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의 위헌성
2025년 4월 22일 대법원 제2부에 접수된 이재명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은 배당된 지 2시간 만에 전원합의체에 올려졌고, 한 달에 한 번 열리던 합의 기일을 이틀 간격으로 두 차례 열어 사건이 접수된 지 9일 만에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대법원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유죄 취지로 환송했습니다. 심리에 관여한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10명이 파기환송 의견을 냈고, 2명만 반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반대 의견을 냈던 오경미 · 이흥구 대법관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 표명으로 보는 것이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례의 흐름에 부합한다”면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죄형법정주의나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 기본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습니다.
사건의 실체적 측면을 먼저 살피면, 판결의 대상은 ‘선거법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법리였고, 해당 사건 주심 대법관이 그 보다 몇 개월 전 유사한 사건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으며, 이 사건 항소심 판결이 무죄 선고의 법리적 근거로 삼은 판결이 바로 이 판결이었습니다. 그리고 절차적 측면을 보면, 제1심과 항소심의 견해가 나뉘었다는 점에서 단지 9일 만에 각 쟁점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대한민국 어느 시골의 작은 법원도 접수된 지 9일 만에 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없습니다. 그런데 파기환송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왜 그렇게 신속한 판결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구구한 변명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 한 보충의견은 초고속 판결의 근거로 미국 연방대법원의 2000년 대선 직후 재검표 사례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위 케이스는 당해 선거의 당선자를 서둘러 확정하기 위한 것이었음에 반해, 이재명 사건은 이미 3년 전 패배로 끝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적용의 유사성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게다가 해당 케이스는 미국 내에서도 연방대법원이 대선에 개입한 정치적 판결이라는 비판을 받는 사례였습니다. 당시 이흥구, 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에서 “대법원이 유례없이 짧은 기간 내에 심리를 마무리하고 결론을 내놓게 되면서 법원의 공정성과 심리의 충실성에 대한 국민의 기대와 신뢰”에 대한 우려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조희대 코트의 이재명 판결은 단지 국민 신뢰를 저버린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고, 우리 헌법을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었습니다. 만약 판결이 정당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그 결론을 다툴 수 없을 것이나, 단지 9일 만에 선고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절차가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하게 진행되었다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이로써 이재명은 6 ․ 3 대선 전에 후보 자격을 상실당할 처지에 빠졌고, 5월 11일 후보 등록 마감 기간을 놓친 민주당은 후보 등록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는 결과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법관들이 6만 쪽이 넘는 재판기록을 이틀 만에 다 읽을 수 있는지에 대해 시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적어도 그 전자기록을 열람했는지 로그기록을 공개하라는 서명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운동이 시작된 지 이틀 만에 100만 명을 돌파하였고, 이러한 시민들의 거센 열기에 서울고등법원은 변론기일을 추정하고 재판을 중지하였습니다. 시민들이 거세게 저항하였기 때문에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 판결의 효력이 현실화하지 않았을 뿐, 당시의 판결은 법원이 행정부 수장 선거에 개입하여 3권분립을 침해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유력한 공당의 후보를 지지하는 국민의 보통선거권(헌법 제24조)을 침해한 것이었고, 피고인으로서의 이재명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헌법 제27조)를 침해하였습니다.
26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는 판사가 회의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법권 독립 침해 문제 등을 논의했다. 2025.5.26. 연합뉴스
왜 판사들은 5 ․ 1 판결의 위헌성을 비판하지 못할까?
조희대 코트의 이례적 판결로 인한 정치 개입에 대해 현직 판사들의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로 인해 2025년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개의되었는데, 안건은 의장인 김예영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제안한 두 건이 상정됐습니다. 첫 번째는 “민주국가에서 재판독립은 절대적으로 보장돼야 할 가치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바탕인 재판의 공정성과 사법의 민주적 책임성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밝힌다”는 안건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특정 사건의 이례적 절차 진행으로 사법 독립의 바탕이 되는 사법에 대한 신뢰가 흔들린 것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개별 재판을 이유로 한 각종 책임추궁과 제도 변경이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첫 번째 입장은 조희대를 지지하는 강경파의 의견으로 사태의 원인이 조희대 코트의 판결로부터 기인하였다는 사실 자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 입장이 아주 특이합니다. 조희대 판결의 문제점이 사태의 원인이라고 인정하였으면서도, 재판독립을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한다는 기괴한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원인이 조희대라면 조희대에게 책임을 추궁해야 하는데, 거꾸로 조희대에 대한 비판을 재판독립의 침해라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최근 9월 18일에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송승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조희대 대법원장에 건의한다는 글을 올렸는데, ‘5 ․ 1 판결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5 ․ 1 판결은 2025년 5월 26일 전국법관대표회의의 두 번째 입장이 밝힌 것처럼 단지 사법 신뢰가 흔들린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며, 송승용 부장이 표현한 것처럼 유감을 표시할 정도의 사소한 대상이 아닙니다. 그 판결은 우리 헌법을 중대하게 훼손한 위헌적 판결이며, 조희대 코트는 그 판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송승용 부장은 자신의 글에서 모든 판결이 비판의 대상이 된다는 용기 있는 주장을 하면서도 “저 같은 일개 판사가 하는 하급심 판결…”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대한민국 판사들은 설령 대통령이 자신의 법정에 당사자로 서더라도, 결코 주눅 들지 않으며 대단히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일관합니다. 다만 그들은 오직 단 한 사람에 대해서는 “저 같은 일개 판사”라고 자신을 낮추는데, 그는 바로 대법원장입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은 무엇으로부터 기인하는가?
그 이유는 대법원장이 모든 판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헌법과 법원조직법에 따라 법관 3,000명의 임명권과 승진, 전보의 권한을 갖고 있으며, 재임용 여부도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 출세가 보장되는 영장전담판사를 법원장이 정하고, 법원장은 대법원장이 임명하며, 대법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함으로써 제왕적 대법원장-제왕적 대통령제가 완성됩니다. 따라서 ‘일개 판사’는 대법원장 또는 대법원의 어떤 문제에 대해서도 감히 비판하지 못합니다. 설령 조희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대법원장이나 대법원을 비판한 젊은 판사는 다음에 임명될 대법원장에게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18대 대선에서 원세훈 국정원장의 댓글공작 사건에 관하여 서울중앙지법 이범균 부장판사가 “정치 개입은 맞지만, 대선 개입은 아니다”라는 기괴한 논리로 국정원법위반 유죄, 선거법위반 무죄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김동진 부장판사가 ‘지록위마’라고 비판하고,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에 중점을 둔 판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 뒤 이범균은 고등법원으로 승진했고, 김동진은 징계를 받았습니다.
왜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사람이 대법관과 대법원장으로 선임될까?
아마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할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며, 그 근거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 그리고 헌법 제24조의 보통선거권입니다. 그러나 개인으로서의 조희대가 아닌 대법원장으로서의 조희대가 그러한 자신의 정치적 선택을 대법원의 판결로써 관철하는 것은 3권 분립이라는 헌법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고, 국민의 보통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희대 판사의 극단적 편향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보였습니다. 36년 뒤에 재심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던 1989년 인노회 영장발부 결정, 친일파 이해승 후손 토지환수 사건에서 개정법의 소급적용 불가의견, 2017년 40대 기획사 사장의 여중생 임신 사건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2018년 ‘리벤지 포르노 재촬영’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주한미군의 한국인 여경 성폭행 미수사건에서 감형, 집행유예 및 무죄판결, 2019년 이재용이 정유라에게 ‘3필의 말’을 제공한 것에 관한 무죄취지 소수의견, 2020년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 등이 그것입니다. 위 판결들이 가지는 극단성이 5 ․ 1 판결에도 일관되게 이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정치적 편향성 또는 비상식적 극단성을 가지는 대법관 또는 대법원장이 선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희대의 5 ․ 1 판결을 비판하면서, 유시민이나 김어준과 같은 비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등용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등장했었습니다. 그러나 만약 민주당 대통령이 유시민이나 김어준을 대법관으로 임용한다면, 나중에 보수당 대통령은 전광훈이나 전한길을 대법관으로 임용할지도 모릅니다. 문제의 본질은 대법관이 법조인가 비법조인가에 있지 않고, 그를 누가 임명하느냐에 있습니다. 즉 제왕적 대통령이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대법원장을 선임하고, 그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선택하여 제왕적으로 지배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했기 때문에, 조희대가 충성을 다했던 거라는 유치한 논리를 주장하려는 게 아닙니다. 윤석열이 극우적 편향성을 가진 조희대라는 사람을 대법원장으로 선택했다는 것이 사태의 핵심입니다. 조희대의 극단적 편향성이 5 ․ 1 사법쿠데타를 감행하게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은 상식적인 인물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당파적으로 부합하는 인물을 우선하여 대법원장으로 임명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대법원장은 다시 비슷한 성향의 판사를 대법관으로 임명함으로써 이들을 제왕적으로 지배해 왔습니다. 단적으로 2025년 4월 22일에 배당된 사건의 판결을 9일 만에 선고하는 것에 대해, 대법관 12명 중 9명이 마치 군사 조직의 일원인 것처럼 유죄 취지의 파기 의견을 그대로 따랐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합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을 어떻게 혁파할 수 있을까?
대법원장이 ‘사법 군주’로서 제왕적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이유가 ‘인사권’에 있으므로, 바로 인사권을 박탈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인사권을 누가 가지는 게 올바를까요? 대통령, 의회 또는 외부 기관 누군가가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가지는 순간, 사법권은 그 기관에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판사회의를 법률기구로 구성하고, 각 판사에 대한 인사권과 보직권을 판사회의에 일임하는 것이 옳습니다. 판사 사회가 집단지성으로써 자신들의 인사와 보직에 관한 기본 규칙을 정하고, 그에 따르는 것이 타당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각 조직이 그 구성원들의 총의에 의한 민주화를 이룸으로써,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한층 확장될 것입니다. 여기서 판사회의는 지금 구성되어 있는 대의기구로서의 ‘법관대표자회의’가 아닌 직접민주주의 기구로서의 전체회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극단적 편향성을 가지는 사람들이 대법관이나 법원장에 선임되는 것을 막으려면,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선택하는 현재의 구조를 깨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사전체회의가 대법관을 선출하고, 대법관 중에 대법원장을 호선하도록 함으로써 대법원장에게 전원합의체 판결을 이끄는 권한만을 부여하고 그 이외의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은 판사전체회의가 가지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법원장은 해당 법원의 판사들이 직접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장이 판사들의 판결 업무를 지원하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대법관과 법원장을 뽑는 선거는 공약을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그 판사가 선고했던 과거의 판결을 토론의 대상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한 판사회의는 변호사협회의 판사 평가를 공식적인 자료로 채택하고 부당하게 행동하는 판사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사실이 밝혀진 때에 페널티를 부과해야 합니다. 이로써 판사들의 판결을 공론의 장에 공개하고, 판사들로 하여금 자신의 판결을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한다면 40대 기획사 사장의 여중생 임신 사건 무죄나 ‘리벤지 포르노 재촬영’ 무죄와 같은 판결을 선고한 비상식적이고 극단적인 판사가 법원장이나 대법관에 선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입니다. 판사들의 집단지성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판사를 고위 법관으로 선택할 것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무슨 무슨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구성된 준정부적 기구가 그 선출에 관여하게 되면,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친정부적 인사들로 고위 법관들의 자리가 채워질 것입니다.
법관의 독단, 법원의 오류는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가?
사법권 독립의 역사는 불가피하게 법관의 독단과 법원의 오류를 양산해 왔습니다. “왕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The King does not wrong!)는 군주제적 신화는 이제 “대법원은 오류를 저지르지 않는다!”(The Supreme Court does not wrong!)는 변형된 신화로 부활했습니다. 당장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인 5 ․ 1 판결을 취소할 수 있는 제도가 우리에게 없습니다. 따라서 지귀연 구속영장 취소 결정과 같이 법률의 문언을 넘은 판결, 5 ․ 1 판결처럼 절차를 중대하게 위반하고 헌법원칙을 위반한 판결은 헌법재판소의 심판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사유들은 법관의 징계사유로도 삼아 사법권 남용을 경계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개정헌법에서는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제103조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랄 독립하여 심판한다.”의 문장 뒤에 “다만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판결은 이 조항으로 보호되지 아니한다”라는 단서를 부가해야 할 것입니다.
애초에 본문 자체로 헌법과 법률을 벗어난 판결은 사법권 독립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헌법을 위반한 5 ․ 1 판결이나 지귀연 결정이 헌법 제103조를 앞세워 자신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위 단서를 명문으로 규정함으로써, 사법권 남용의 위험성을 판사들에게 경고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의 대법관 30명 증원 방안은 필요한 조치이기는 하지만, 적확한 조치는 아닙니다. 당장 조희대 코트의 위헌적인 5 ․ 1 판결이나 법률의 문언을 넘어서는 지귀연 결정과 같은 법관의 독단을 방지하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대법관의 숫자를 막연히 확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대법원은 판결의 통일성 확보라는 중대한 기능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독일연방기본법은 일반 민형사는 연방최고법원, 그리고 행정, 재정, 노동, 사회분야로 나누어 최상급법원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연방재정법원과 연방노동법원 사이에 판결의 통일성이 덜 예민하게 요구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분야의 구분 없이 대법관의 숫자를 만연히 증대하면, 대법원판결 사이에 불일치가 초래되고 법률 해석과 법적용의 일반성이 훼손될 여지가 있습니다.
청년 판사들에게 호소함
대한민국 청년 판사들에게 간절히 고합니다. 사법권 독립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이 과연 정당한 절차를 밟았는지, 지귀연의 결정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정당한 해석방법을 따른 것인지 되돌아볼 것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 법원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살피고, 그 문제를 혁파하려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함께 고민하고 행동에 나서기를 바랍니다. ‘사법권 독립’은 사법엘리트의 엘리트 독재로 변질될 수 있는 위태로운 경계에 언제나 서 있습니다. 5 ․ 1 판결이 선고된 다음 날인 2025년 5월 2일 송경근 청주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법원 내부망에 올린 “국민이 주인입니다”라는 글을 아래 링크에 연결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부끄러운 선배만이 있지 않고, 이렇게 따를만한 분도 계십니다. 조희대 코트의 5 ․ 1 판결은 대한민국 사법 역사에서 가장 위험스럽고 치욕스러운 판결로 기록될 것입니다. 다만 이 사건을 대한민국 법원이 국민의 편에 설 수 있는 계기로 삼는 것은 여러분의 몫이며, 개혁의 대상이 되지 말고 개혁의 주체가 되기를 권고합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공소청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남소연
지난 26일 검찰청을 폐지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고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됨으로써 수사·기소 분리의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바야흐로 민주 진보 진영의 숙원이던 검찰 권력 해체가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틀이 만들어졌으면 내용물을 채워야 한다. 검찰권 분산이 실현된 만큼(유예기간 1년 내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현시점에서는 좀 더 검찰개혁의 본질에 맞는 방법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바로 견제와 균형 원리에 맞는 효율적 수사구조 확립과 대국민 수사 서비스 향상이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조직과 인력 재정비가 불가피하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의문 한 가지. 그렇다면 그간 수사 업무에 관여해 온 검사와 수사관은 어떻게 되는 거지? 검찰개혁의 사각지대라 할 만한 이 문제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여기에는 보완수사권 또는 보완수사 요청권 존치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수사·기소 분리가 제일 중요한데 그건 하기로 하지 않았나? 수사가 부실해지지 않도록 치밀한 장치가 필요하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전문적으로 검토하자."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 검찰개혁에 관해 한 말이다.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적 가치관이 돋보이는 이 말에는 이런 함의가 담겼다고 본다.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청의 공소청 전환과 중대범죄수사청 신설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검찰 수사권 폐지로 경찰(또는 중수청)의 부실 수사가 우려되는바, 이를 보완할 제도(장치)가 필요하다.'
검찰개혁 논쟁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대통령이 말한 '장치'에 '보완수사'도 포함됐음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권의 검찰개혁 강경파는 '보완수사 절대 불가'를 외친다. 보완수사도 수사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검찰 수사권을 남겨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야말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다.
그런데 검찰권력의 최대 피해자라 할 만한 이 대통령이 여기에 '제동'을 건 셈이다. "감정을 배제하고 논리적 전문적으로 검토하자"는 말은 검찰개혁 강경론자들의 주장이 이성보다는 감정에, 실용보다는 도그마에 치우쳤음을 넌지시 지적한 것이다. 보완수사를 허용하자는 게 아니라 열린 마음으로 충분히 논의하자는 뜻으로 이해된다. 검찰개혁 목적이 검찰권력 해체를 넘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수사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 이 대통령 말을 곡해할 이유가 없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 고민해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입구연합뉴스
수사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띤다. 인권침해적이고 특정 방향으로 나아가는 목표지향적 경향이 있기에 점검과 견제가 필요하다. 수사하는 사람의 능력과 의지, 양심에 따라 사건 향방이 달라진다. 수사권 오남용 폐해는 검찰이나 경찰이나 마찬가지다.
보완수사 찬반논쟁이 뜨거운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다만 검찰 수사권에 대한 국민적 불신과 반감이 워낙 큰 만큼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대안이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사실 보완수사나 보완수사 요청 절차가 사라지면, 검사의 수사 권력은 사라지지만 기소 권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수사 부실이든 과잉이든 증거 부족이든, 검사가 이런저런 이유로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를 미루면 경찰의 대응 방법이 마땅찮기 때문이다.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한 경찰 처지에서는 검사에게 목맬 수밖에 없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협력이 원활치 않으면 국민이 피해를 본다. 일본의 공소심사위원회처럼 검사의 불기소에 대해 민간인이 심의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형사소송법 195조에 따르면, 검사와 사법경찰관은 수사, 공소 제기 및 공소 유지에 관하여 서로 협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검경 수사 준칙(대통령령)에는 상호 협의 의무화(6, 7, 8조)와 수사기관협의회 상설 운영(9조)에 관한 규정이 있다. 이런 법규대로만 검경이 협력한다면 굳이 보완수사를 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런데 현장에서 이 규정은 빛 좋은 개살구다. 기관 이기주의와 편의주의 탓이다. 검경 간 오랜 반목과 불신도 한몫한다.
이에 대한 실효적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게 검사 파견제다. 이를테면 공소청 검사가 경찰 국가수사본부 법률지원검사단(가칭)에 파견돼 수사 초기부터 송치 단계까지 관여하면서 수사 내용을 법률적으로 검토하고 조언하는 것이다. 수사·기소 분리 차원에서 파견 기간 내에는 공소청 소속에서 벗어나 경찰에 배속하게 한다. 검찰 수사관들이 주축을 이룰 중수청에도 이를 적용할지는 별도의 검토가 필요하다.
잘만 운용된다면 불필요하게 과열된 보완수사 논쟁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실용적인 검경 수사 협력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수사 과정에서 파견 검사의 조언을 충분히 받고 송치한다면 공소청 검사가 보완수사를 요청할 명분도 약해질 테니. 다만 자칫 수사 지휘로 비치거나 변질될 수 있다는 점과 경찰의 반감과 위화감이 걸림돌이다. 따라서 파견 검사의 업무는 법률적 조언이나 자문에 국한하고 대등한 협력관계의 틀을 벗어나지 않게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이 경우 파견 검사가 영장 청구 업무를 겸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검찰개혁안에 따르면 영장청구권은 공소청 검사의 몫이다. 수사기관 견제용이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영장청구권도 수사권의 일환인 만큼 공소청에서 그 권한을 갖는 것은 역으로 수사·기소 분리 취지에 맞지 않는다. 일본 경찰이나 미국 연방경찰(FBI)처럼 수사기관이 직접 법원에 청구하는 게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다. 물론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시한 헌법(12조 3항)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럽지만.
검사 파견제는 검찰 인력 재배치 차원에서도 고려해 봄 직하다. 현재 검찰청 소속 검사 수는 약 2300명이다. 그런데 검찰에서 직접수사(인지수사)를 하는 반부패수사부나 공공수사부는 규모가 크지 않고 검사 수도 얼마 안 된다. 상당수 검사는 간접수사를 하는 형사부 소속이다. 형사부 검사는 경찰에서 송치한 사건을 점검하고 보완해 기소하는 것이 주 업무다. 따라서 공소청으로 바뀌더라도 대다수 검사는 하던 일 그대로 하면 된다. 독자적인 수사 욕심 내지 말고.
만약 현행 보완수사권이나 보완수사 요청권이 살아남는다면, 형사부 검사 수는 굳이 줄일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반대로 공소청이 보완수사 관련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뗀다면 조직과 인원 감축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검사가 단순히 경찰이 넘긴 수사 기록만 검토해서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면 업무량도 줄고 업무강도도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반부패수사부와 공공수사부 등에서 직접수사 업무에 종사했던 검사들은 직무 전환이 불가피하다. 이들에게는 크게 네 가지 길이 있다. ① 형사부 검사들이 주축을 이룰 공소청 검사 대열에 합류하거나 ② 중대범죄를 전담하는 중수청 수사관으로 옮겨가거나 ③ 판검사 잡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를 지원하거나 ④ 변호사로 개업하는 것이다.
중수청 설립 취지는 검찰이 맡던 중대범죄 수사 기능을 이관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개혁안에서 중수청이 우선 수사권을 행사할 중대범죄 수도 6개에서 8개로 늘렸다. 하지만 검사가 중수청으로 옮겨갈 일은 거의 없을 듯싶다. 검사 계급장을 떼고 오라는 것은 오지 말라는 뜻이다.
신념이나 이론에 실용 접목해야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실에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검사들의 명패가 준비돼 있다.남소연
검사보다 더 심각하게 거취 문제를 고민해야 하는 사람은 7000명 안팎의 검찰 수사관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사라지는 만큼 수사관 인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설사 형사부의 보완수사 관련 업무가 계속된다 해도 최소한에 그칠 것이기에 지금처럼 검사실에 여러 명의 수사관이 근무하는 광경은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여차하면 변호사로 변신할 수 있는 검사와 달리 수사관은 직업 선택의 폭이 좁다. 중수청 설립 취지를 살리려면 인지수사 부서에 근무한 수사관이 많이 옮겨가야 한다. 중수청 전직을 원하는 수사관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인원이 제한된 만큼 상당수는 공소청에 남아 각자도생해야 할 처지다. 공소청에서 일하려면 수사 대신 기소와 공소 유지에 종사해야 한다.
그런데 형사부 소속 수사관조차 줄거나 자칫 직제에서 사라질 판이기에 생존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뀐다고 공무원 신분인 수사관들에게 기존 업무와 관계없는 전직이나 전출을 강요하면 법적 다툼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자칫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 검찰 수사관 관련 규정을 개정해 법무부 산하 일반 행정직 전환의 길을 열어주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검찰개혁이 정치적 진영 대결의 전리품으로 인식되는 건 곤란하다. 어느 정권에서든 수사기관은 민주적으로 통제받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 검찰개혁 방법론의 기준은 소수의 정치적 사건이 아닌 다수의 민생 사건이어야 한다. 검찰개혁 수혜자는 일반 국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신념이나 이론에 실용을 접목해야 한다. 검찰 인력 재배치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검찰개혁론자 중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당위성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수사·기소 분리의 큰 틀이 갖춰진 이제는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당위성에만 매달리다가는 검찰개혁의 본질에서 벗어날 수 있고 현장을 놓칠 수 있다. 한때 이 대통령의 검찰개혁론에 의문을 품기도 했지만, 수사의 질과 국민 편익의 관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검토하려는 자세는 옳다고 본다.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 비상계엄, 그리고 대통령 탄핵으로 초래된 조기 대선으로 이렇다 할 준비없이 출범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다고 주어진 업무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했지만 추경 편성, 민생회복지원금, 미국과 관세 협상, 정부조직 개편 등 굵직한 사안들을 처리했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무난하다. 지난 9월 19일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60%였다. 이는 대선 때보다도 높은 지지율이고 비슷한 시기 역대 대통령의 지지율 중에는 세 번째로 높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재명 대통령의 "퇴임하는 마지막 그 순간 국민의 평가, 즉 마지막의 지지율이 제일 중요하다"는 말처럼 아직 임기는 4년하고도 8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았다. 그동안은 12·3 비상계엄으로 제기능을 못했던 국가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남은 기간은 국민이 체감할 만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에서 <프레시안>은 창간기념으로 이재명 정부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그리고 좀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노동, AI, 재생에너지, 여성, 저출산, 부동산 등 6개 분야에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2배로 확대하려 한다. 현재 35GW(기가와트)에서 78GW로 증대할 계획이다. 매년 9GW가량은 신설해야 하는 목표다. 대부분 서남해안 등 생산비용이 저렴한 지역에 풍력, 태양광 대규모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뒤따를 지역 반발은 '햇빛연금'으로 알려진 주민참여형 에너지 생산 방식 등을 통해 잠재우면서 전환 속도를 끌어올릴 계획이다.
에너지 고속도로는 또 다른 축이다. 서해안-동해안-수도권을 잇는 'U자형'의 전 국토 단위 전력망 인프라로, 송전선로와 변전소가 지금보다 30% 더 확충된다. 지금도 대부분 재생에너지 생산이 서남해안에 몰려 있기에, 전력 생산지와 소비지의 불균형을 송전선로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골자다. 당장 전북을 지나는 초고압 송전선로만 13개가 신규 건설 계획에 포함됐다.
이때 에너지 전환의 육하원칙 중 입장 차이가 첨예한 요소는 '누가'와 '어떻게'이다. 공공과 민간, 누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책임질 것인가? 그리고 그 경로는 어떤 원칙을 지키는 길이 돼야 하나? 이재명 정부는 민간의 역할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발언 중에 국가 주도의 에너지 생산이나 공공성 등을 강조한 적이 없고, 국가 재정 투자 규모도 지나치게 적은 데다 공기업의 역할과 비중을 정책화하지 않았다.
공공성은 학계, 산업계, 관료사회를 통틀어 전기·에너지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듣기 힘든 단어다. 비교적 논의가 활발한 유럽, 남미 등과 대조적이다. 이 와중 지난해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출범했다. 공공성과 민주성을 근간으로 한 에너지 전환 새판짜기를 주장하는 시민, 전문가들이 모였다. <프레시안>은 연대 구성원인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을 지난 17일 만나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한 제언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프레시안 : 이재명 정부 재생에너지 정책 설계에 대해 총평하자면?
한재각 : 재생에너지 확대를 강조하는 측면에서 윤석열 정부보다는 훨씬 낫고, 문재인 정부보다도 좀 더 진일보했다. 실용주의 정부라 자임해서 그런지, 일단 근본적인 문제는 피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먼저 하자는 태도가 느껴진다. 이를테면 핵발전 문제다. '탈원전'을 얘기하진 않고, 덮고 간다. 재생에너지 분야도 비슷한데,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긍정적인 부분은 분명하지만, 이걸 누가 어떻게 확대할 것인가에 있어선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전체적으로 보면, 민간기업과 시장이 늘리도록 하고, 이들을 잘 지원하겠다는 걸로 보인다. 국가가 주도적으로 늘리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재생에너지 민영화를 가속하는 방식으로 확대가 될 것 같다.
국가 주도·공공성, 자취 감춘 단어
프레시안 : 민영화의 가속화라면, 현재도 한국 재생에너지 생산 시설을 민간 기업이 많이 소유하고 있나?
한재각 : 한국은 전력시장 민영화의 역사가 있다. 2000년대 초반 추진된 민영화는 당시 거센 반발에 부딪혀 1단계만 추진된 채 나아가지 못했다. 현재 전국 각지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발전 공기업 6개사는 당시 민영화 과정에서 한전에서 분리된 것들이다. 이후 지금까진 '우회적 민영화'가 진행됐다. 신규 발전에 민간 기업 진출을 허용한 방식이다. 주로 LNG(천연가스) 발전소가 그랬다. 57%(2021년 설비용량 기준)가량이 민간발전사 소유다.
풍력, 태양광 발전소는 97.7%가 민간 소유다. 지난 3월까지 허가받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보면, 95개 중 87개가 민자 사업이다. 용량으론 94%다. 이 중 해외자본이 60.7%가량을 차지한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확대안은 이 기조를 그대로 유지한다. 이대로라면, 앞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 대부분이 민간 기업 소유로 구성된다. 그래서 우회적 민영화다.
▲한재각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손가영)
프레시안 : 재생에너지는 늘리는 게 중요한 것 아닌가? 민영화인지, 공영화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한재각 : 에너지 민영화가 진행되면, 결국 모든 시민이 더 비싼 전기요금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전기 싸게 써온 거 아니야?'라는 질문과는 구분해야 한다. 민간 기업이 이윤을 더 가져가기 위해 그 비용을 시민들이 더 내게 되는 문제를 말한다. 기업은 수익성 중심으로 투자할 텐데, 재생에너지가 수익이 안 되면 정부를 협박할 거다. '재생에너지 늘리고 싶으면, 보조금이든 뭐든 지원하라'는 식으로. 그럼 전기요금을 인상하든, 보조금을 늘리든, 국가가 감당하는 방식으로 지원은 늘 거다.
전기요금은 국가가 마음대로 못 올린다. 올릴 수 있어도 한계가 있다. 국가 재정상 보조금도 한계가 있다. 자기 목적만큼 돈을 못 번다면 기업은 '배 째라' 식으로 철수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에 해가 되는 결과다. 이런 불확실성은 줄곧 있었다. 발전사업 허가 다 받아놓고 '금리나 자재비가 높아서 불리하다' 등의 이유를 대며 착공을 미룬다. 전력 당국은 계획대로 발전이 이뤄져야 하는데, 민간기업들은 수익성을 이유로 지키지 않는다. 약속한 발전소 건설 계획을 늦추면 사업 허가를 취소하는 페널티 조항이 도입됐던 이유다.
프레시안 : 에너지 민영화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나?
한재각 : 유럽은 1998년부터 전력, 에너지 부문을 적극적으로 민영화해 온 대표 지역이다. 그런데 이제는 에너지 인프라가 '재공영화'되는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수도, 교통, 폐기물처리 등 공공서비스 전반이 그렇다. 민영화의 실패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가격은 상승했고, 에너지 빈곤층이 양산됐다. 유럽연합이 보고서로도 여러 번 인정한 결론이다.
유럽연합은 2023년 총인구의 약 10.6%가 자택 난방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남부 유럽 경우 15%를 넘었다. 또 민간기업은 재생에너지의 큰 투자 비용과 낮은 이윤율, 긴 원금 회수 기간, 변동성 등의 문제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재공영화가 활발한 나라 중 하나가 독일이다. 2005~2017년 동안 독일에서는 284건의 에너지 인프라 재공영화 사례가 발생했다. 함부르크 주민들은 주민투표 등을 통해 2013년엔 송전망을, 2019년엔 가스망을 민간기업에서 주 공기업 소유로 바꿔냈다. 에너지를 완전히 민영화했던 영국조차 올해 국영 재생에너지 투자 기관(GBE)을 설립했다. 한국에선 잘 조명되지 않는 얘기다.
프레시안 : 한국전력, 한전 산하 발전 공기업 5곳(한국수력원자력 제외)이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한재각 : 맞다. 대부분 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데, 정부는 2040년까지 모두 폐쇄하겠다고 공약했다. 존폐 기로다. 근데 왜 안 할까? 언론들이 취재해달라. 부족한 노력 문제는 차치하고, 그들도 비공식적으로는 할 말이 많을 거다.
정부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보자. 기획재정부는 2022년 한전과 발전공기업 6곳을 '재무위험기관'으로까지 선정하며 쪼았다. 부채율이 높다는 이유다. 이때 가장 먼저 축소된 게 재생에너지 투자 계획이다. 부채율을 '악화'하는 사업 구조여서다. 재생에너지는 초기 투자 비용은 많이 들지만 원금 회수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국가가 재정 통제만 하지 투자를 안 하니 불거지는 문제다. 공기업 자본을 늘려주든지, 회사채를 발행해 주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안 한다. 공기업은 부채를 늘릴 수밖에 없는데, 그럼 기획재정부가 줄 세우는 재정 건전성 지표에 당장 걸린다. 아무것도 못 하게 되는 구조가 있다.
발전공기업 경영평가 지표를 봐도 100점 만점에 재생에너지 사업 지표는 3점이다. 공기업 사장들이 이걸로 동기부여가 될까? 2023년엔 재생에너지 지표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서부발전이 최종 평가에선 5개 사 중 꼴찌를 했다. 국가가 '국가 주도의 에너지 전환'을 정확히 공언하고, 충분하게 재정을 지원하고, 명확히 방법을 제시해야 공기업이 움직일 수 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는가?
"7조 원? 턱 없이 부족… 민간 자본 끌어오겠단 뜻"
프레시안 : 결국 정부의 공적 투자 규모로 귀결되는 것 같다. 정부는 향후 5년간 7조 원을 투자한다고 했다.
한재각 : 턱 없이 부족하다. 송배전로 보강 등을 다 빼고 발전(생산) 부문만 산술적으로 보면, 2050년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략 1년에 20조 원 정도가 든다. 문재인 정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자료에 근거한 계산이다. 정부는 이렇게 말할 거다. '정부가 돈이 없지 않습니까' 라고. 즉 5년간 7조 원만 배정했단 건, 민간자본 끌어온다는 말이다.
7조 원은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마중물이 될 것 같다. 가령 6조 원 규모 해상풍력 사업이 있다면 이게 성공할지 모르는 투자 불확실성이 있으니, 정부가 먼저 투자금을 넣고 이걸 최후순위 채권으로 둔다. '수익 나면 기업이 먼저 뽑아가고, 손해가 나면 공공이 보겠으니 투자하라.' 이렇게 자본을 조달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비용이 상승할 거다. 저리 융자 정책자금 등 공공기관이 직접 투자할 때 금리가 1.75~3% 정도이고 민간에서 조달한 자본의 금리는 6%라고 비교하면 쉽다. 민간자본은 훨씬 높은 금리로 수익을 20년간 '쑥쑥' 뽑아간다.
프레시안 : 그럼 무엇을 할 수 있나? 공공재생에너지연대의 재정 원칙과 구상은 무엇인가?
한재각 : 재정 부문에선 '기후정의세' 도입과 '녹색공공투자은행' 설립이 골자다. 기후정의세는 탄소 배출에 더 큰 책임이 있는 부유층과 대기업에 소득세와 법인세의 누진율을 강화해 조성하는 세금이다. 녹색공공투자은행은 이를 주 재원으로, 발전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투자 등을 지원하는 국가은행이다.
공적 투자는 불필요한 '민영화 비용'을 없앤다. 수익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전환을 내버려두는 기업의 변덕 문제를 해소해, 에너지 정책을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해나갈 수 있다. 민간 자본 조달에 따른 비용 증가도 방지한다. 해상풍력을 민간사업자가 개발할 경우, 1GW 용량 기준으로 연간 2000억 원의 비용이 더 발생한다는 연구가 있다. 기업은 공공기관보다 약 3% 높은 금리로 자금을 빌리니, 민간 자본이 공적 투자보다 약 15%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정부는 햇빛바람연금 정책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주민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참여하면, 발전 수익의 일부를 보상받는 제도다. 에너지 전환과 지역 반발 완화, 주민 소득 증가 등의 효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이는 어떻게 보나?
한재각 : 우려스러운 점은 언론, 정치권에서 잘 다루지 않는 것 같다. 수사적 측면은 지지하고 찬성하나, 실제로 그게 어떻게 작동되고 누가 비용을 부담하느냐는 가려져 있다. 우선 재생에너지 단지는 땅값이 가장 낮은 곳부터 차례로 채워졌다. 서남해안이다. 그리고 돈(투자금)이 있는 자가 누구인가? 부유층, 대기업이다. 거기서 수익을 대부분 가져가는데, 일부 투자할 기회를 열어 줄 테니 주민들이 와서 가져가라는 구조다. 재원은 한전의 전기요금 수입이다. 각 가구 전기 고지서에 적힌 '기후환경요금'에서 REC 판매 수입(재생에너지 보조금)이 나간다.
더 근본적으로는 '투자자 모델'의 문제다. '이익을 분배받길 원하면 투자하라'는 것인데, 재생에너지원은 공유재다. 공유재를 쓰면서 '공유재 모델'은 배제하고,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계층만 이익을 취한다. 시민들의 전기료가 주주 배당, 금융 조달 비용이란 명목으로 투자자와 금융기관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 구조적으로 '돈 놓고 돈 먹기' 금융산업으로 전락할지 우려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햇빛과 바람은 모두의 것"이라 했다. 공유재는 사적 소유될 수 없다는 뜻 아닌가? 민간사업자가 공유재 재생에너지로 이익을 얻으면, 이를 독점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설치된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태양광 모듈. ⓒ연합뉴스
재생에너지 시장, 공유재 활용해 수익은 사유화
프레시안 : 공유재 재생에너지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어떤 의미인가? 제도적으로 어떻게 가능한가?
한재각 : 제주에 '풍력자원 공유화기금 조례’가 있다. 풍력발전사 당기 순이익의 17.5%를 기부받아 ‘풍력자원 공유화 기금’을 조성하는 제도다. 개발 이익을 도민에게 환원해, 지역 에너지 자립과 에너지 복지 기금에 쓰도록 한 조례다. 제주도는 이미 선례가 있었다. '지하수 공수화' 원칙이다. 제주도는 2000년 특별법을 통해 지하수를 도민 공동자산으로 명시하고, 사유재로 이용되는 걸 지양해 민간 기업의 진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제주 지하수 먹는 샘물 사업은 제주도개발공사와 한국공항(대한항공 자회사)밖에 하지 못한다. 한국공항은 법 제정 이전부터 사업을 했기에 어쩔 수 없이 포함됐다. 지난 7월 27일엔 공공재생에너지연대가 추진한 '공공재생에너지법'이 5만명 청원을 얻어 국회 정식 의안으로 상정될 자격을 얻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19일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법률 제정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켰다.
프레시안 : 에너지 시장 확대를 주장하는 측은, 한전이 재생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한전의 송·배전망 독점 구조가 비효율성을 늘린다며 독점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재각 : 한전이 그동안 재생에너지 투자를 제대로 안 한 건 맞고, 비판받아야 한다. 배전망 개선 얘기가 나온 지 10여 년이 더 지났는데, 이제야 관련 계획을 꺼내 든다. 배전망은 쉽게 전봇대를 생각하면 된다. 원래는 전기가 일방향으로 소비지로만 향했다면, 지금은 태양광이 배전망에 물리면서 전력이 들어오고, 전압도 올라가는 등 복잡해지는 거다. 인프라 개선과 관리가 필수인데 한전이 방치했다. 그런데 동시에 왜 투자를 못 했는지도 살펴야 한다. 발전 공기업은 기획재정부의 재정 건전성 평가에 발목 잡힌다. 더 근본적으론 국가가 재정 지원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또 이 주장의 함의가 무엇인지 제대로 봐야 한다. 결국 더 많은 에너지 인프라가 시장화되는 결론이다. 통신에 빗대보면, 과거 공기업 한국통신(KT 전신)이 공적 투자로 통신망을 깔아서 제공하던 통신 서비스가 지금은 민영화돼 민간 기업이 엄청난 이익을 뽑아가고 있는 것처럼, 전력 서비스도 민영화를 하자는 이야기다. 통신업계의 '망중립성' 주장처럼, 발전 자회사를 가진 한전이 다른 민간사업자를 '차별'할 수 있다면서 '전력 산업의 망중립성' 주장까지 한다. 민간사업자들이 돈 벌어갈 수 있도록, 한전은 망이나 잘 깔고 유지하라는 소리다. '에너지로 돈을 버는 게 뭐가 어때서?'라 물으면, 돈 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에너지는 공유재에서 멀리 벗어나 돈을 벌 투자 상품으로 전락한다. 마치 땅처럼. 과거 자본주의적 생산관계에 속하지 않았던 것이, 기술 발전 등으로 투자 상품이 돼 돈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투자해서 더 많이 이윤을 뽑아가는 수단이 된다.
프레시안 : 이 대통령은 발전공기업 통합을 직접 주문했다. 무엇이 기대되고, 무엇은 우려되나?
한재각 : 대통령의 직접 지시 사항이니 발전공기업은 어떻게든 통합될 거다. 민영화 추진은 중단됐는데 6개로 분사된 발전공기업 구조는 그대로니, 불필요한 경쟁 비용만 발생한다는 비판은 오래 있었다. 그러나 이 체제로 20여 년이 흘렀으니, 이런저런 기득권이 형성돼 반발은 만만찮을 수 있다. 이들이 지자체에 냈던 세금도 상당하다.
여러 개 안이 거론된다. 6개사를 모두 통합하자, 한국수력원자력을 제외한 5개 사를 통합하자, 5개사를 지역별로 여러 개로 통합하자 등의 안이다. 한수원은 나머지 5개사와 상황이 달라서 6개사를 통합하는 안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나머지 5개사를 두고 에너지원별, 지역별 통합 등이 거론되는데, 에너지원별 통합은 부적절하다. 석탄은 쇠퇴하고, 재생에너지는 확대되는데 원별로 구분하는 건 상생의 구조가 아니다. 연대는 '한국발전공사법'을 제안했다. 발전 공기업을 통합한 한국발전공사에 공공재생에너지 확대란 공적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정의로운 전환의 의무를 명시한 법이다. 발전 공기업 통합은 원·하청 발전노동자들이 화석연료 발전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부문으로 옮겨 가 총 고용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동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21일 내란특검은 심우정 전 검찰총장을 피고발인으로 소환해서 조사했다. 17시간 이상 진행된 조사에서 주로 추궁한 혐의 내용은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를 포기하고 석방한 것과 관련된 의혹 ▲불법적인 비상계엄 후에 윤석열 측이 구성하려고 했던 합동수사본부에 검사들을 파견하려고 했다는 의혹이었다고 한다.
4일 동안 3억 4천 2백만원의 특활비를 사용한 심우정
특검의 수사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심우정 전 검찰총장에 대해 수사가 필요한 대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내란(비상계엄) 당일과 직후에 해당하는 2024년 12월 3일부터 6일까지 3억 4천 2백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집행이었다.
구체적으로 보면 12월 3일 5,300만 원, 12월 4일 6,400만 원, 12월 5일 6,100만 원, 12월 6일 1억 6,400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쓴 것이다. 이 돈들은 검찰총장 비서실이 관리하는 현금으로 지출된 것이다.
그리고 4일 동안 사용한 3억 4천 2백만 원은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월 평균 특수활동비 집행액(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비서실 보관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월 평균액) 3억 3천만 원보다도 많은 금액이었다.
2024년 12월 4일 심우전 전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2024년 12월 4일 심우전 전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 집행내역 ⓒ대검찰청
대검찰청의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
내란으로 인해 극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이렇게 거액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대검찰청은 ‘12월 6일 내란 혐의 수사를 위한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는 비용이 많이 들었다.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라고 해명했지만, 이런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을 실제로 수행하는 자에게 필요한 시기에 지급해야 한다. 12월 6일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수사가 이뤄진 것은 그 이후이다. 따라서 12월 6일에 그렇게 많은 특수활동비가 집행될 이유는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심우정 전 검찰총장 2024.9.18 ⓒ대통령실 제공
이뿐만 아니라 ‘나머지는 통상적으로 매달 나가는 특활비’라고 해명했는데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다. 12월 3일부터 12월 5일까지 집중적으로 사용된 특수활동비 집행패턴은 그 이전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집행패턴이기 때문이다.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비슷한 집행패턴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연말 몰아쓰기와 잔액 털어쓰기?
또한 심우정 전 검찰총장은 2024년 12월 한달 동안 무려 7억 4,541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사용했다. 이는 평균적인 월별 사용액(3억 3천여만원)의 2배가 넘는 것으로, ‘기밀수사와 무관하게 연말에 남은 특수활동비를 몰아서 쓴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한 국회에서 2025년부터 검찰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하는 쪽으로 논의가 되고 있는데, 그 직전인 2024년 12월에 이렇게 많은 특수활동비를 쓴 것은 ‘잔액 털어쓰기’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2024년 12월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사용한 특수활동비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래서 3개 시민단체(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은 지난 9월 16일 공수처에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만약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특수활동비를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한 것이라면, 형법상 업무상 배임 또는 횡령에 해당할 수 있고, 그 액수가 1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국고손실죄에 해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란특검이 진행 중에 있지만, 내란특검이 이 부분을 밝혀내지 못한다면, 별도의 상설특검을 통해서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진상규명이 되어야 한다. 현재 국회에는 ‘검찰 특수활동비 오ㆍ남용 및 자료폐기, 정보은폐 의혹에 대한 상설특검안’이 이미 발의되어 있기 때문에, 그와 병합해서 상설특검을 추진해도 된다. 발의되어 있는 상설특검안은 작년 12월 3일 황운하, 장경태, 윤종오 의원 등 국회의원 27명이 발의한 특검안이다.
현재 검찰청이 폐지되기로 확정되었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은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그럴수록 검찰이 그동안 국민세금을 어떻게 써 왔는지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개혁에 대한 저항은 과거의 권력남용과 세금오·남용의 진실을 드러냄으로써 극복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호남에서 불 안 나나’라는 망언을 한 당사자가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으로 드러났다. 김 의원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초당적 협력을 촉구하는 차원이었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지만, 파장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 과정에서 나왔다. 영남권 산불 피해를 지원하는 특별법안에 대해 투표하는 과정 중 국민의힘 의원석 쪽에서 “호남에서 불 안 나나”라는 발언이 튀어 나왔고, 주위에 있던 의원들이 크게 웃는 목소리까지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파문이 커지자, 김정재 의원은 해명에 나섰다. 김 의원은 SBS, 경향신문과의 인터뷰 등에서 해당 특별법에 대한 기권 표에 항의하는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당시 조국혁신당 의원 등 일부 의원이 해당 특별법을 두고 산사태 유발 및 산림 난개발 우려 조항 때문에 기권 표결했는데 이에 대한 반발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은 해당 인터뷰에서 “국가 재난만큼은 초당적인 차원에서 다 같이 찬성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어제 표결에서 노란색(기권) 불이 들어오니, 재난에 영호남이 어디 있느냐, 그걸 경상도 말로 짧게 축약돼 말하다 보니 (오해를 산 듯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 등에서 나오는 제명 요구에 대해서도 “저인 줄 알면서도 누군지 신고하라고 하고 게임을 하듯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도 논란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러니까 ‘호남에는 불 안 나나’의 주인공이 김정재 의원이라는 거죠”라며 “그 경을 칠 헛소리와 주변 의원의 웃음소리…그 소리를 들은 국민께 이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리위 제소하고 제명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혁신당 차규근 의원도 “김정재 의원 발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아는 사람으로서 한마디 한다”며 “김 의원의 발언은 동료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을 부담하고 결정하는 표결 내용에 대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거나 그 고민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고 마치 ‘영남 지역 산불 지원법이니까 호남 쪽 의원들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라는 시대착오적인 반사회적 지역감정에 근거한 인식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 통합에 역행하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차 의원은 “영남 산불 지원법이라서 호남 의원들이 반대한다는 발상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며 “김 의원은 시대착오적인 지역감정에 근거해 사회통합에 역행하는 충격적인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국회에서 검찰청 폐지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번 결정은 단순한 제도 개편을 넘어, 한국 사회가 수십 년간 쌓아온 권력 집중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체하고, 사법 정의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역사적 사건이다.
‘조국 사태’ ‘세월호 참사’ 수사… 무수한 검찰 권력 남용의 예들
한국 검찰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정의의 수호자’라는 이름으로 국민 위에 군림해왔다. 선택적 수사, 정치적 목적을 위한 기소 남용, 내부 은폐 문화는 이미 여러 차례 국민의 신뢰를 무너뜨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9년 ‘조국 사태’다. 당시 검찰은 조국 전 장관과 가족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과도한 압수수색과 언론 전략을 활용하며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수사 과정의 불투명성과 폭압성은 검찰 권력의 독점적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고,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불러왔다.
또한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검찰은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보다는 정치적 고려를 우선하며 수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늦은 대응과 정보 은폐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고통을 가중시켰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검찰 구조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권력집중형 검찰 구조가 국민의 권리와 정의를 얼마나 위협했는지를 분명히 증명한다.
검찰. 연합뉴스 자료사진
민주주의 강화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권력 분산
검찰청 폐지의 핵심은 권력의 분산과 책임 있는 수사·기소 체계 구축에 있다. 단일 기관이 수사와 기소를 독점하는 구조는 필연적으로 권력 남용을 초래하며, 자의적 판단과 정치적 편향으로 인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가 위협받는다. 폐지는 이러한 구조적 독점을 해체하고, 독립적 감독과 기능 분리,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제도화함으로써 권력 남용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다.
해외 사례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독일과 일본은 검찰과 경찰, 사법 기관 간 권한을 명확히 분리하고 외부 감시 체계를 강화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했다. 독일에서는 검찰 권한이 지방검찰청과 연방검찰청으로 분산되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며, 주요 사건의 수사는 외부 감사와 법원의 감독을 받는다. 일본 또한 검찰과 경찰 기능을 분리하고, 수사와 기소에 대한 법적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여 정치적 편향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은 한국 사회가 반드시 참고해야 할 모범 사례였다.
기존 권력의 저항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물론 변화에는 저항이 따른다. 일부 검찰 관계자들은 ‘조직의 권한 약화’를 이유로 폐지에 반발할 것이며, 언론과 여론에서도 ‘법 집행의 혼란’을 이유로 불안이 확산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권력의 불편함과 저항을 이유로 개혁을 미루는 것은 역사적 책임과 국민 정의를 외면하는 행위다. 권력의 독점적 구조 속에서 누려온 기득권의 안락함이 흔들리는 순간, 불만과 저항은 당연히 발생한다. 문제는 그 저항을 국민과 정의의 편에서 어떻게 극복하느냐이다.
이번 개혁은 단순히 한 권력기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권력 독점과 비민주적 관행을 끝내고 사법 정의를 국민에게 되돌려주는 역사적 결단이다. 선택적 정의와 권력 편향, 은폐와 축소 수사로 얼룩진 과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강력한 제도적 혁신을 선택해야 한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권력 기관의 불투명성과 독점에 의해 위협 받아서는 안된다. 국민의 통제와 참여, 그리고 투명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실현된다.
정의 회복을 위한 결단
검찰청 폐지는 독점 권력의 불가피한 퇴장이고, 정의와 민주주의 회복의 시작이다. 불편함을 감수할 용기, 권력의 독점을 깨뜨릴 결단, 국민의 권리를 최우선으로 세우는 실천이 결합될 때,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과거 검찰 권력의 무소불위적 지배와 그로 인한 사회적 폐해를 직시할 때, 이번 개혁의 의미와 필요성은 명백하다.
검찰청 폐지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권력 구조를 민주적으로 재편하고 정의를 회복하려는 사회적 결단이다. 국민의 신뢰와 정의를 되찾기 위한 이번 조치는 결코 멈출 수 없는 역사적 과정이며, 국민이 주인이 되는 사법 체계, 권력이 아닌 정의가 중심이 되는 사회를 위해 우리는 이 변화를 지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일부 정치적 검찰 세력의 반발은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그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는 권력이 아닌 정의가 중심이 되는 사회, 국민이 통제하는 사법 체계의 실현을 향한 길을 흔들림 없이 걸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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