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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심리적으로 중요"... 파국 부르는 트럼프의 위험한 집착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1/22 09:17
  • 수정일
    2026/01/22 09: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강명구의 뉴욕 직설] 그린란드 위기가 드러낸 미국 채권시장의 진짜 취약점

26.01.22 06:46최종 업데이트 26.01.22 07:44

[기사 수정 : 22일 오전 7시 44분]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마린원에 탑승해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EPA 연합뉴스

새해 들어 미국발 소식들이 심상치 않다고들 느낄 것 같다. 1월 3일 베네수엘라 침공, 1월 7일 66개 국제기구 동시 탈퇴, 같은 날 그린란드에 대한 군사력 행사 위협, 1월 11일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에 대한 형사 기소 협박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했을 때, 유럽은 경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의 영토를 무력으로 위협한다는 것 자체가 전후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했고, 트럼프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섰다가 그린란드 관련 미래 합의의 영구적인 틀을 마련했다며 21일 전격 철회했다.

미국의 정치제도는 현재로선 트럼프를 제어할 수 없다. 하원 탄핵 소추에 과반이 필요하지만 여당인 공화당이 다수고, 상원 유죄 판결에는 67표가 필요하지만 공화당이 53석을 장악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화당을 완전히 장악한 지금, 정치적 견제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은 건 시장뿐이다.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 1주년에 시장은 경고를 보냈다. 10년물 국채 금리가 하루 만에 0.07%포인트 올라 4.29%를 기록했고, 주가지수는 2.1% 빠졌으며, 달러도 약세로 돌아섰다. 주식, 채권, 달러가 동시에 하락하는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미국 자산 매도)' 현상이 나타났다. 이 시장의 압력이 트럼프를 제어할 수 없다면, 우리는 더 큰 파국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빌린 돈으로 버티는 미국 국채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한 트레이더가 업무를 보고 있다. 그린란드를 인수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 미국과 유럽연합 간의 무역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변동성이 커지자 세계 증시가 하락한 반면 귀금속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AFP 연합뉴스

위기가 점증하면서 시장의 관심은 유럽연합(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nti-Coercion Instrument) 발동 여부에 쏠려 있다. 2023년 발효된 이 법은 EU 회원국이 경제적 강압을 당할 때 관세, 서비스 제한, 공공조달 배제 등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덴마크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유럽이 보유한 미국 자산은 13조~15조 달러에 달한다. 이 돈이 움직이면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가장 먼저 움직인 건 덴마크 연금펀드들이다. 1월 20일, 덴마크 아카데미커펜션이 미국 국채 전량 매각을 발표했다. 규모는 약 1억 달러로 작지만, 상징적 신호였다. 덴마크 최대 연금펀드 PFA도 같은 결정을 내렸고, 덴마크 연금업계 전체로는 2025년 한 해 동안 100억 크로네(약 15억 달러)어치를 팔았다. 방향성은 분명하지만 아직 투매 규모는 작다.

그렇다면 유럽의 금융 카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지금 미국 국채를 누가 사고 있는지 봐야 한다.

2008년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국 국채의 57%를 갖고 있었다. 주로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었다. 2024년 그 비중은 30%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빚을 너무 빨리 늘렸기 때문이다. 외국 정부들이 사는 속도를 국채 발행이 앞질렀다.

빠진 자리를 누가 메웠을까. 연준이 2025년 10월 발표한 논문이 답을 줬다. 조세회피처로 잘 알려진 케이맨제도에 등록된 헤지펀드들이다. 2022년부터 2024년까지 미국이 새로 발행한 국채의 37%를 이들이 사들였다. 보유액은 1조 8500억 달러. 일본, 중국, 영국을 제치고 사실상 최대 외국인 보유자가 됐다.

문제는 이들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헤지펀드들은 자기 돈으로만 국채를 사지 않는다. 돈을 빌려서 20배로 불려 투자한다. 1억 달러가 있으면 20억 달러어치를 산다는 뜻이다. 게다가 빌리는 돈이 하룻밤 짜리 초단기 대출이다. 매일 갚고 다시 빌린다. 2024년 말 기준 이런 방식으로 빌린 돈이 2조 5000억 달러에 달한다. 2년 만에 두 배 넘게 불어났다.

이 구조는 충격에 취약하다. 2025년 4월이 그 선례를 보여줬다. 트럼프가 '해방의 날(Liberation Day)'을 선언하며 전면 관세를 발표했을 때 시장은 발작적으로 반응했다. 주가, 채권, 달러가 동시에 하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증시는 4일 만에 12% 폭락했고 국채도 함께 팔렸다. 미국 자산 전체에 대한 불신 신호였다. 트럼프는 일주일 만에 관세를 90일간 유예했다. 채권시장의 발작에 굴복한 것이다.

현재로선 시장 반응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이 긴장 관계가 해소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양측 모두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가장 먼저 흔들리는 건 빌린 돈으로 투자한 이들이다. 20배 레버리지로 버티는 구조는 긴장이 장기화하면 스스로 무너질 수 있다.

협상 대신 협박, 그 대가

20일(현지시간)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 세워진 '그린란드는 팔지 않는다!'라는 입간판 옆으로 주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AFP 연합뉴스

채권시장의 취약성은 왜 이 지경이 됐을까. 근본 원인은 미국 자체의 예측 불가능성이다.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원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북극 항로, 희토류 자원,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할 전략적 요충지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 대부분을 미국은 이미 갖고 있다.

1951년 체결된 미국-덴마크 방위 협정이 있다. 이 조약에 따라 미국은 그린란드 어디서든 비행하고 착륙할 수 있다. 북극권 최대 군사시설인 피투피크 우주기지를 70년 넘게 운영해 왔다. 미사일 조기경보, 위성 추적, 북대서양 감시가 여기서 이뤄진다. 새로운 기지가 필요하면 덴마크와 협의해서 추가할 수 있다. 미국은 냉전 시절 운영했던 16개 기지를 언제든 재개할 수 있고, 원하는 만큼 병력을 보낼 수도 있다.

덴마크 정부는 협상 의지를 보여왔다. 미국의 그린란드 군사기지 확대에 열린 자세를 표명했고, 양국은 이미 광물 자원 협력을 논의 중이었다. 협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을, 트럼프는 협박으로 빼앗으려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트럼프는 1월 11일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동기를 언급했다. 기자가 "조약으로 기지를 열 수 있는데 왜 안 하느냐"고 묻자 그는 "소유권이 중요하다"고 했다. 왜 중요하냐는 질문에 "성공을 위해 심리적으로 필요하다"고 답했다. 심리적으로 누구에게 필요하냐고 되묻자 그는 말했다. "나에게 심리적으로 중요하다(Psychologically important for me)."

국익이 아니라 개인의 심리가 외교를 좌우한다는 고백이다. 부동산 거래에서 통했던 방식을 국제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일회성 거래지만, 동맹은 반복 게임이어서 오늘의 협박이 내일의 협력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도 무시한다.

이 패턴은 그린란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10일 법무부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대배심 소환장을 발부했다. 명목은 연준 본부 리모델링 비용 초과에 대한 의회 증언이지만, 트럼프의 요구대로 이자율을 낮추지 않아서 보복하는 것이라는 점은 시장 참여자 누구나 알고 있다. 시장의 신뢰를 갉아먹는 행동이다.

예측 가능성이 무너질 때

미국이 누리는 특권 중의 특권인 달러 패권은 미국의 군사력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동맹국들의 신뢰, 제도의 예측 가능성, 법치의 일관성이 뒷받침해야 한다. 한 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이 특권이 사라지면 미국의 지속 가능한 부채 수준이 현재보다 30% 낮아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기축통화국이 아니었다면 이미 재정 위기에 직면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트럼프가 예고한 2월 1일 관세가 발효되면 EU의 선택이 시작될 수순이었으나 관세가 철회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예정대로 관세가 발효되더라도 유럽이 물러설 가능성은 낮았다. 이건 일회성 거래가 아니라 반복 게임이기 때문이다. 오늘 그린란드를 내주면 내일은 무엇을 요구받을지 모르고, EU가 회원국의 영토를 지켜주지 못하면 연합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결국 불확실성이 장기화할수록 레버리지로 버티는 시장 구조가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작년 한 해 한국에서 급격히 늘어난 대미 투자 금액은 미국 체제의 안정성에 베팅한 셈이다. 그런데 그 체제를 이끄는 사람이 동맹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제도의 독립성을 위협하며, 개인의 심리로 정책을 결정한다면 전제가 흔들린다. 달러 패권은 총과 미사일로만 유지되지 않는다. 예측 가능성이 무너지면 신뢰도 무너진다. 그린란드 사태가 결코 먼 나라 일이 아닌 이유다.

#그린란드 #미국 #유럽연합 #도널드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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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민중 저항 '하메네이냐 팔레비냐' 양자택일 아냐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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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1.22 08:30

  • 수정 2026.01.22 08:32

  • 댓글 1

진영 논리에 갇히면 이분법적 함정에 빠져

반제국주의만 강조하면 신정 체제 옹호로

하메네이 정권 붕괴가 친미 이란으로 이어질까

가자와 테헤란 폭력과 탄압의 본질은 동일

지옥을 낳은 것은 아랍 혁명이 아니라 반혁명

이란 민중 연대와 팔레스타인 연대는 하나

오늘날 중동 정세는 세계 정치의 모순이 가장 집약적으로 분출되는 단층선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집단학살이 이란의 반정부 투쟁과 동시에 전개되면서, 이를 어떻게 바라볼지를 둘러싸고 여러 논쟁과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은 단순히 이란의 정세와 상황에 대한 평가를 넘어서는 쟁점들을 던지고 있다.

'역사는 무엇으로 움직이는가'와 '누구를 위한 반제국주의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우리를 이끈다. 미 제국주의와 지역 패권, 신정 독재와 민중 저항이라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이 얽혀 있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냉혹한 현실주의를 자처하는 '지정학적 환원주의'와 민중의 주체적 역량과 아래로부터의 연대를 강조하는 관점의 차이는 극명해지고 있다.

이란 정세를 바라보는 가장 흔하면서 치명적인 오류는 이분법적 사고다. 한쪽에서 친미 우파와 족벌 언론들은 이란에서 하메네이 체제의 붕괴가 곧 친미적이고 서구화된 이란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한다. 이들은 이란이 미국의 패권 질서에 편입될 것을 기대하면서, 좌파를 향해 ‘팔레스타인은 걱정하면서 왜 이란 인권에는 무관심하냐’고 비난한다.

반면, 신진영론에 빠져든 일부 경직된 좌파들은 미국과 대립하는 이란을 철저한 ‘반제국주의 국가’로 추켜세우며, 현재의 신정 독재 체제를 옹호한다. 이들에게 이란 민중의 민주화 요구는 외세의 개입을 불러올 위험한 시도이거나 친미 정권을 세우려는 음모로 치부된다. 이들은 팔레스타인에는 연대해야 하지만, 이란 민중의 저항은 결코 지지할 수 없다고 말한다.

 

8일 이란 테헤란에서 통화 가치 하락과 생활고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민병대인 '바시지' 대원이 거리의 불을 끄고 있다. 2026.1.8.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이 두 시각은 '이란 민중'이라는 역사의 구체적인 주체를 지워버린다는 점에서 역설적인 공통점을 보인다. 두 입장은 서로 적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동일한 전제를 공유한다. 즉, 중동에서 가능한 선택지는 ‘미국 편이냐 아니냐’라는 단순한 질문으로 환원되며, 그 사회 내부에서 전개되는 계급적 갈등과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는 삭제되어 버린다.

이 과정에서 이란 사회 내부의 복합성과 모순, 그리고 아래로부터 분출하는 저항의 정치적 의미는 쉽게 잊힌다. 민중을 지정학적 바둑판 위의 장기말로 취급할 때, 그들이 겪는 실업, 빈곤, 성차별, 정치적 억압은 선택적으로 이용되거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현실의 민중은 결코 이러한 이분법의 함정에 갇혀 있지 않다.

동전의 양면과 같은 이분법은 역사를 움직이는 힘에 대한 인식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한편에서는 '국제 질서와 현실 정치는 군사력과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요즘 매일같이 행동하며 주장하는 트럼프와 스티븐 밀러 같은 그의 참모들이 있다. 트럼프가 베네수엘라를 침략하고 그린란드를 강탈하려 하는 배경에는 이런 신념이 존재한다.

반대편에서, 미국에 맞서서 중국과 러시아를 지지하며 북한과 이란의 핵 개발을 정당화하는 일부 좌파나 지식인도 볼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는 ‘민중의 연대’나 ‘도덕적 정당성’은 한가한 소리가 되고, 심지어 "이스라엘의 폭주를 막는 유일한 힘은 아랍 민중의 연대가 아니라 인접 국가의 군사력, 총칼과 군함과 미사일"(임명묵 작가)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 등장한다.

 

이란 민중 연대와 팔레스타인 연대는 양립하기 어렵다고 주장하는 '울산함성'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역사의 결정적인 장면들을 설명하지 못한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했던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퇴한 것은 북베트남의 화력이 미군보다 우세했기 때문이 결코 아니었다. 그것은 베트남 민중의 끈질긴 항쟁, 미국 내부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반전 운동, 그리고 전쟁의 부당함을 깨달은 미군 내부의 불복종이 결합한 결과였다.

군사력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력과 맞서는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 역시 승산이 없는 싸움이 된다. 그러나 라시드 칼리디(Rashid Khalidi), 질베르 아슈카르(Gilbert Achcar) 같은 역사가와 이론가들이 지적하듯이 팔레스타인 해방의 미래는 민족해방 투쟁, 아랍 민중의 지원, 국제적 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물론, 아랍의 봄(Arab Spring) 이후 중동이 처해 있는 처참한 현실이 현실주의적 힘의 논리를 부추긴 것이 사실이다. 이집트, 시리아, 리비아 등에서는 잔인한 독재 정부가 세워졌거나, 끝없는 내전과 학살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남긴 트라우마는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에도 불구하고 중동에서 기대만큼의 연대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지옥을 만들었다'고 절망하거나 '이란 정권이 이대로 무너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를 심각하게 혼동한 것이다. 현재 중동의 비극적 상황은 ‘아랍의 봄’이 낳은 결과가 아니라, 아랍의 봄을 짓밟은 ‘반혁명’이 낳은 결과다.

'아랍의 봄'은 친미 독재 정권들과 전제 왕정들을 뒤흔든 역사적인 민중 저항이었다. 그 지역의 보통 사람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역사를 바꾸며, '아랍인과 무슬림은 민주주의를 원하지 않는다'는 오랜 편견을 뒤집고, 희망을 가져온 순간이었다. 당시에 미국과 서방 강대국들, 독재 정권들, 전제 왕정들은 이 지역에서 자신들의 기득권과 패권을 잃을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그들은 아랍 혁명의 승리와 확산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반혁명은 쿠데타로, 내전으로, 제국주의 개입으로 나타났다. 결국 아랍 혁명은 납치됐고 패배했고, 지금의 끔찍한 중동 상황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아랍의 봄이 지금의 끔찍한 상황을 낳았다'는 것은 마치 '4.19가 5.16을 낳았다'거나 '광주 항쟁이 전두환을 낳았다'는 말처럼 틀린 말이다.

지금, 하메네이 정권은 바로 이런 인식을 이용해서 이란 민중 앞에 기만적 함정을 파놓고 '혼란과 내전, 외세의 개입을 원하냐? 아니면 나를 지지하라'고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이러한 거짓된 양자택일을 거부하고, 혁명이 왜 납치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진정한 승리를 일굴 수 있을지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신정체제도 왕정 복귀도 반대한다'는 이란 민주화 지지 시위대의 행진 - 출처: 이란 출신 활동가 시야바시 샤하비 Siyâvash Shahabi의 페이스북

또, 어떤 이들은 ‘민중’이라는 개념이 단일하지 않으며 내부에 무수한 다양성과 모순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민중 저항의 의미를 깎아내린다. 자신들이 접한 하메네이의 독재를 지지하는 사람, 팔레비 왕정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사람, 혹은 팔레스타인 문제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의 목소리를 파편적으로 수집하여 그것을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물론 민중은 정의만 추구하는 단일 집단일 리가 없으며, 내부에는 보수적 생각과 편견이 뒤섞여 있다. 하지만 사회과학적 분석은 개별적인 대화의 파편이 아니라 구조적 흐름과 객관적 지표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수많은 여론조사는 이란 민중 다수가 신정 체제에 신뢰를 잃었고, 미국의 경제 제재에 분노하며, 팔레스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윤어게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다양한 민심’으로 주목하는 것과, 억압받는 소수자와 민주화를 열망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주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정치적 선택이다. 진보 좌파와 지식인의 과제는 현실을 중계하는 카메라가 아니라, 어떤 목소리가 역사적 정의와 진보를 향해 있는지 판단하며 그 힘을 키워나가는 나침반이 되도록 노력하는 데 있다.

무엇보다 이란 상황에 대한 가장 중요한 논쟁은 이란의 반정부 투쟁을 지지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연대와 양립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진영론에 빠진 일부 좌파와 현실주의를 자처하는 지식인들은 이란 정권이 무너지면 이스라엘에 저항할 힘이 약해진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이란 정권이 팔레스타인 대의를 '국내적 탄압의 방패'로 악용해 왔음을 간과하는 말이다.

 

이란 정권이 10일 넘게 모든 인터넷을 차단한 것을 고발하는 인권단체 - 출처: 이란 출신 활동가 시야바시 샤하비 Siyâvash Shahabi의 페이스북

실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지금은 악명 높은 에빈 교도소에 갇혀 있는 이란의 여성 인권 활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민간인 학살은 인류의 양심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다"라고 하면서 "외부의 비극을 언급하면서도 자국 민중의 목소리는 억압하는 위선을 멈추라"라고 이란 정권을 비판한 바 있다.

이란 정권의 박해 속에서도 국내외의 존경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계속해 온 자파르 파나히 영화감독도 "테헤란의 거리에서 시위대를 탄압하는 권력이나, 가자에서 민간인의 삶을 파괴하는 권력은 본질적으로 같은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의 일부 학생과 노동자 단체 등은 '가자에서 테헤란까지, 억압에 맞서 싸우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연대와 이란 민중 저항에 대한 지지는 얼마든지 양립 가능하다'는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팔레스타인 해방은 중동의 독재 정권들이 민중의 지지를 받는 민주 정권으로 교체될 때 더 강력한 동력을 얻을 수 있다. 독재 정권이 이끄는 모래성 같은 ‘저항의 축’보다는 억압받는 민중이 서로의 고통에 연대하는 힘이 훨씬 단단하고 근본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는 수많은 인간의 의지와 투쟁, 연대가 빚어내는 역동적인 과정이다. 우리는 제국주의의 지정학뿐 아니라 ‘반미면 무조건 우리 편’이라는 어긋난 진영론을 모두 거부해야 한다. 테헤란의 거리에서, 그리고 가자의 폐허 속에서 인간의 존엄을 위해 싸우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두 줄기 꽃이 함께 피어나는 것에 희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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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비핵화 전제 흔든 워싱턴포스트 사설…주목해야 할 5가지 이유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1.20 23:46
  •  
  •  댓글 0
 
   

미국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북(조선)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 대신 군축형 접근으로 정책 전환을 촉구한 것은 단순한 문제 제기를 넘어선다. 이는 미국 주류 언론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이며, 한반도 정책을 둘러싼 오랜 자기기만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이번 사설이 특히 주목되는 이유는 다섯 가지다.

첫째, 이번 사설은 워싱턴포스트 논설실 명의로 게재됐다는 점에서 미국 내 공식 담론의 변화를 보여준다. 단순한 외부 전문가의 기고나 일회성 칼럼이 아니라, 미국을 대표하는 유력 일간지가 편집국 차원의 판단을 통해 채택한 공식 입장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이는 북핵 문제를 둘러싼 기존의 ‘비핵화 전제’가 더 이상 미국 주류 정책 담론의 불가침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다.

둘째, 조선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는 근거를 단호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최대 50기에 달하는 핵탄두 보유 추정, 추가로 40기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 확보, 풍계리 핵실험장의 단기간 재가동 가능성 등은 이미 국제기구와 각국 정보당국이 반복적으로 확인해 온 사실이다. 이는 조선의 핵 능력이 더 이상 가설이나 논쟁의 영역이 아니며, 정책 논의의 출발점이 근본적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뜻이다.

셋째, 워싱턴포스트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조선이 완전히 빠진 이유를 ‘의도된 침묵’이라고 정확히 짚었다. 이는 단순한 누락이나 실수가 아니다. 비핵화가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그 결론이 초래할 외교·정치적 파장을 감당할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WP의 지적은 미국의 대북 전략이 실패했음을 고발하는 동시에, 더 이상 모호한 언어로 현실을 덮을 수 없다는 경고다.

넷째, ‘비핵화’ 대신 ‘핵 동결과 상한선 설정’이라는 현실적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허한 구호와 결별했다. 사설은 중국 역시 자국의 군비통제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더 이상 실현 불가능한 비핵화 구호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군축형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WP의 제안은 이상적 선언이 아닌 실행 가능한 선택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북핵 해법을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렸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다섯째,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 침묵으로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솔직해질 것을 정면으로 권고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설은 단순한 논평을 넘어 사실상의 정책 제안서에 가깝다.

 

이 지점에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이 등장한다. 조선이 왜 핵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 정확히 말해 왜 핵이 필요 없는 조건을 아무도 만들지 않았는가 하는 문제다. 지난 30년간 반복된 ‘비핵화’ 요구는 현실을 바꾸지 못했다. 오히려 조선은 핵무력을 완성했다. 실패한 전략을 반복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라 관성이다.

특히 한미연합군사훈련 문제는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 조선이 핵을 ‘체제 안전 보장 수단’으로 규정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대규모 연합군사훈련과 선제타격 시나리오가 상시화된 적대적 환경 때문이다. 비핵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는 것은 모순이다. 핵을 내려놓으라고 하면서, 핵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만드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했듯 이제 필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미국은 비핵화 목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한국 역시 그 전제 위에서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핵 동결과 군축, 신뢰 조치, 군사적 긴장 완화가 병행되지 않는 협상은 성립할 수 없다. 그 출발점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일 것이다.

비핵화라는 낡은 주문을 외우는 동안 현실은 이미 달라졌다. 이제 질문은 ‘조선이 언제 핵을 포기하느냐’가 아니라, ‘미국이 언제 대북 적대정책을 포기하느냐’로 달라져야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은 이 불편한 질문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원문 바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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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에 집중된 신천지 커넥션…'단식' 장동혁 어쩌나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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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1.20 22:50

  • 수정 2026.01.20 23:19

  • 댓글 0

검경 합수본 수사 속도 내며 '집단 입당' 구체화

전직 지파장 최 씨 "2021년 5~7월 조직적 가입"

"이재명 대통령 되면 신천지 위기, 윤석열 밀어"

이만희 교주 최측근 고동안 총무가 주도 의혹

"대선 뒤에도 꾸준히 가입, 5만 명 이상 될 것"

이미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시작

전국 12지파에 1만 670명 특별당원 가입 지시

청년회장 출신이 의원 비서관, 부대변인 활동도

신천지 "조직적 선거 개입 전혀 없어" 전면 부인

"성도 개인 정치적 선택…종교단체 다 조사하라"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홈페이지

통일교와 신천지의 정교유착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가 그간 상대적으로 미진했던 신천지(공식명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국민의힘 측과의 '커넥션'이 점점 구체적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통일교는 물론 신천지 신도들의 집단 입당 의혹도 국민의힘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신천지 특검은 거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에 초점을 맞춘 통일교 및 공천헌금 '쌍특검'을 요구해왔던 장동혁 대표에게는 '단식 투쟁' 명분이 갈수록 궁색해지는 형국이다.

검경 합수본(본부장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은 20일 신천지 전국청년회장으로 활동했던 차모 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 2002년 신천지 청년·체육회장이었던 차 씨는 그해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청년위원회 직능단장을 맡으며 보수 정당에 발을 들인 뒤 신천지 본부가 있는 과천을 지역구로 둔 안상수 의원의 비서관을 거쳐 2010년 안상수 대표 시절 한나라당 비상근 부대변인으로 일했다. 이 같은 이력에 따라 신천지와 국민의힘의 유착 내력을 잘 알고 있는 인물로 지목됐다. 합수본은 21일엔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을 지근거리에서 수행했던 경호원 등을 소환할 계획이다.

합수본은 전날엔 신천지 고위 간부 출신 최모 씨로부터 2022년 3월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신도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이 조직적으로 시행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신천지 내부의 여러 교회를 총괄하는 지파장을 지낸 최 씨는 합수본 조사에서 "2021년 5~7월 본격적으로 신천지 신도들의 국민의힘 당원 가입이 이뤄졌다"며 "이만희 총재가 전국 청년회장, 부녀회장, 장년회장 등에게 지시를 내렸고 당시 신천지 총회 총무가 당원 가입을 주도했다"는 요지로 말했다.

이만희 교주의 최측근이자 '신천지 2인자'로 알려진 고동안 전 총무를 비롯한 지도부가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대비해 지역별 입당 인원 할당량까지 내려보냈다는 것이다. 최 씨는 또 신천지 신도들이 국민의힘 입당 뒤 윤석열 후보를 밀었던 이유에 대해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신천지가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분위기였다"면서 "이 후보를 막을 수 있는 건 윤 후보밖에 없었고, 검찰총장 재직 시절 윤 후보가 신천지 압수수색을 두 번이나 막아줘 은혜를 갚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통일교와 신천지 등 특정 종교단체가 정치권에 영향을 끼쳤다는 내용의 '정교유착'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경찰 합동수사본부 김태훈 본부장이 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6.1.8. 연합뉴스

앞서 윤석열이 검찰총장이었던 2020년 3월 경찰은 코로나19를 급격히 확산시킨 신천지 대구 교회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두 차례나 반려한 바 있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코로나19 슈퍼 전파자의 동선 파악을 위해 즉각 강제수사를 해야 한다고 지휘했음에도 윤석열은 "방역과 역학조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황당한 이유를 들어 끝까지 거부했다. 그러나 2022년 1월 세계일보 단독 보도에 의하면 내막은 따로 있었다. 윤석열은 당시 건진법사 전성배 씨에게 "이만희 총회장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느냐"고 물었고, 이에 전 씨는 "이만희 총회장도 하나의 영매(靈媒)이고 당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으니 손에 피 묻히지 말고 부드럽게 가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합수본은 고동안 전 총무가 국민의힘 집단 입당과 관련한 후속 대책을 신천지 고위 관계자와 논의하면서 친윤 핵심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언급하는 녹음 파일도 입수했다. 고 전 총무는 20대 대선 과정에서 대외 업무를 담당하는 외교정책부장을 겸직하며 신도들의 국민의힘 입당 작업을 관장하는 등 교주와 정치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거액의 교단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이후 교단에서도 제명된 상태다.

합수본은 해당 녹음 파일 역시 내부 고발자인 최 씨로부터 제출받았다. 최 씨는 "2022년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고 신천지의 당원 가입이 꾸준히 이뤄졌다"면서 "당원 가입자가 전국적으로 10만 명까지는 아니더라도 5만 명 이상은 될 것이다. 국민의힘 당직자들과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당원 가입이 계속된 것"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찌감치 신천지와 국민의힘의 유착 관계를 폭로했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으로 입당한 신도가 10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홈페이지

최근 JTBC가 인터뷰한 신천지 '요한지파'(신천지 12지파 중 본부 격으로 서울 사당과 경기 과천 등 관할) 전직 간부 이모 씨 역시 2023년 5월 이만희 회장이 있는 총회에서 신도들을 국민의힘 책임당원으로 입당시키라며 할당량을 정해줬다고 증언했다. 그 규모가 전국적으로 최소 5만 명, 그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 씨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당원 가입 명단 파일도 제시했는데 여기에는 신도들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등 개인정보가 정리돼 있었다. 보안을 위해 국민의힘은 '빨간색 당', 당원 모집 프로젝트는 '필라테스'로 위장해 표기하며 입당 작업을 진행했다.

2023년 5월부터 본격화한 국민의힘 책임당원 가입은 '총동원령' 수준으로 연말까지 이어졌는데,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지파는 매일 밤 경고를 받고 심야에 인적이 드문 공원에서 '체력 훈련' 같은 기합도 받았다고 한다. 이 씨는 "교관들이 포진돼 있어서 마치 유격 훈련받는 것처럼 코스를 밤새도록 돌아야 했다"고 설명했고, 한 평신도는 "너 이러다 지옥 간다며 (서울 불광천에서) 사람 없는 새벽에 오리걸음을 시켰다"고 떠올렸다.

합수본은 신천지의 조직적인 당원 가입이 코로나19 사태 이후가 아닌, 시기를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지난 2007년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대선 경선 때부터 시작됐다는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최 씨는 합수본 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대선 후보의 당내 경선 당시에도 당원 가입 지시가 있었다"고 진술했다. 이는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신천지가 전국 12지파에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라는 제목의 문건을 하달해 청년부·장년부·부녀부 골고루 총 1만 670명의 신도를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가입하도록 지시했던 사실에도 부합한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신천지가 전국 12지파에 하달한 '신천지 대외활동 협조 안내' 문건. 청년부·장년부·부녀부에 걸쳐 총 1만 670명의 신도를 한나라당 '특별당원'으로 가입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그러나 신천지 측은 20일 '신천지예수교회 성도 일동' 명의로 성명을 내고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신천지예수교회를 정쟁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중단하고 합동수사본부는 공평한 조사를 실시하라"며 "신천지예수교회는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어떠한 정당에 대해서도 당원 가입이나 정치 활동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조직적인 선거 개입은 구조적으로도, 사실상으로도 존재할 수 없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어 "신천지예수교회는 성도 개개인의 정치적 선택을 알 수 없으며 이를 통제하지도 않는다. 개인의 정치 활동은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이다. 이에 따라 특정 정당의 당원 수를 파악하거나 관련 명단을 보유하지 않는다"면서 당원 가입을 신도들 개인의 '정치적 선택'으로 돌린 뒤 "그런데도 정치권과 일부 언론은 신천지예수교회가 특정 정당과 결부되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처럼 단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합동수사본부는 신천지예수교회 성도 명부와 더불어민주당 및 국민의힘을 포함한 각 정당의 당원 명부에 대해 동시에 공동 조사를 실시하라. 신천지예수교회는 성도들의 동의하에 교인 명부 제공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며 "어느 정당이든 당원 가입 사실이 확인되는 인원이 있다면 그 가입 경위와 조직적 지시 여부를 직접 조사하라. 신천지예수교회뿐만 아니라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모든 종교단체에 대해서도 동일한 방법으로 정교유착 여부를 조사하라"고 요구했다.

 

통일교·공천헌금 '쌍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엿새째 단식 농성 중인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0일 국회 로텐더홀 단식 농성장 텐트를 나오며 임이자 의원의 부축을 받고 있다. 2026.1.20. 연합뉴스

한편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통일교 특검과는 별도로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해 온 신천지 특검도 따로 하자고 새로운 제안을 내놨다. 송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통일교 특검은 통일교에 집중해서 수사하고, 신천지 특검은 신천지에 집중해 수사함으로써 실체적 진실을 깊이 있게 파헤쳐 국민께 알리자는 게 우리 당의 제안 사항"이라며 '통일교·신천지 별도 특검 동시 도입'을 제시했다.

이어 "민주당이 통일교 관련 금품 수수 문제가 있어 우리가 통일교 특검을 하자고 주장하고 법안을 발의했더니 민주당이 거기에 신천지를 물타기 해 함께 하자고 법안을 냈다"면서 "지금 통일교 관련 수사만 해도 방대하고 복잡할 것으로 생각되기에 신천지 특검은 별도 특검을 하자는 것이다. 장동혁 대표가 목숨 건 단식을 6일째 하는 이유는 정치권 전반에 퍼진 검은 돈을 뿌리 뽑기 위한 특검을 수용하라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당의 공천 뇌물 특검"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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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시킬 땐 '청와대 품격', 해고할 땐 '하청 직원'…모범 사용자는 없다

[끝나지 않은 굴레, 간접고용] 下 청와대 하청노동자 대량해고

최용락 기자 | 기사입력 2026.01.21. 08:00:50

새 정부가 들어선 첫해 연말, 두 건의 간접고용 노동자 대량해고가 터졌다. 민간부문에서는 한국지엠 하청 노동자 120여 명이 지난해 12월 31일 일자리를 잃었다. 노조를 만든지 5개월여 만에 원청이 하청업체를 바꾸며 20년 넘게 이어져온 고용승계 관행을 깬 것이었다. 해고자들은 일터였던 한국지엠세종중앙물류센터 안에서 농성하며 복직을 촉구 중이다.

공공부문에서는 개방 시기 청와대에서 일했던 하청 노동자 2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결정 이후 6개월여의 시간이 있었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고용보장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이에 해고자들은 삼보일배, 관저 앞 1박 2일 농성 등을 이어가며 정부에 대책 마련을 요구 중이다.

두 사업장의 이야기를 통해 여전히 위태로운 간접고용 노동자의 현실을 살폈다. 둘째 편은 지난 8일 서울 용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만난 이우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청와대분회장과의 인터뷰다. 편집자

지난해 12월 29일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출근했다. 같은 날 개방 시기 청와대에서 일했던 하청 노동자들은 길거리에서 삼보일배를 했다. 이틀 뒤면 공식화되는 해고를 막아달라고 요구하면서였다. 그러나 이렇다 할 고용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8일에는 관저 앞에서 청와대 하청 노동자의 1박 2일 농성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를 요구하며 '키세스단'이 밤을 샌 그 자리에서, 해고자들은 은박 이불을 덮고 밤을 새며 간절한 마음을 전했으나 역시 정부의 입장 변화는 없었다.

당일 농성을 준비 중이던 이우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분회장을 관저 인근에서 만났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설립한 청와대재단이 계약한 하청업체에 소속돼 2년여 간 방호직으로 일했던 그 역시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와 함께 일자리를 잃었다.

이 분회장에게 청와대에서 일했던 시기의 경험과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 결정 뒤 해고되기까지의 일을 물었다. 국가를 상징하는 공간 중 한 곳인 청와대에서 일한 200여 명의 하청 노동자에게 국가가 '모범 사용자'였던 적은 없었다.

▲ 지난 8일 한남동 관저 앞 청와대 해고자 복직 요구 1박 2일 농성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우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청와대분회장. ⓒ프레시안(최용락)

35시간 연속 노동, CCTV 통한 감시…尹 정부 시기 청와대 노동자

"런베뮤가 따로 없었어요." 청와대에서 일할 때의 노동조건을 묻는 말에 이 분회장은 '1년' 심지어 '1개월'식으로 이뤄지던 쪼개기 계약과 함께 장시간 노동 문제를 먼저 꺼냈다. 방호직의 하루 근무시간은 주간직 아침 8시에서 저녁 7시까지 11시간, 야간직 저녁 7시부터 아침 8시까지 13시간이었다. 중간에 주어지는 3시간의 휴게시간에는 임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특히 2024년에는 야간 근무를 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웠다고 이 분회장은 기억했다. 회사의 대응은 사람을 갈아넣는 것이었다. "11시간 일하고, 14시간 일하고, 다시 11시간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합하면 35시간 일했죠."

이뿐이 아니었다. 미관을 이유로 폭염기 야외에서 일하는데도 가림막이나 모자를 지급하지 않아 화상을 입은 동료도 있었다. 비가 내릴 때도 우산 없이 우비에 기대 일했다. 그속에서 경비직 노동자들은 종일 서서 근무했고, 안내직 노동자는 하루 2만 보를 걸었다.

관리자의 감시도 일상적이었다. 방호직의 동선이 CCTV를 통해 체크됐다. 화장실 가는 시간이 좀 길어진다 싶으면 전화로 연락이 오기도 했다. 민원 대응을 명분으로 지급된 녹음기도 종일 켜둬야 했다. 막상 악성 민원에 대한 대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 분회장이 청와대를 떠나지 않고 2년여 간 일한 것은 "나라에 보탬이 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보람 때문이었다. 청와대에서 열리는 여러 국가적 행사에 작게나마 기여하고, 참석한 공무원들에게 '수고하신다'는 말을 들을 때면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았다.

▲ 청와대 개방 2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해 5월 9일 오후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 시킬 땐 '청와대 품격', 불합리 따질 땐 '하청 비정규직'

그러나 그뿐이었다. 35시간 연속 노동, 악성 민원, 감시 등 청와대 노동자들이 겪은 불합리한 일에 대해서는 정부도, 공무원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간접고용 구조로 책임을 흐려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청와대 관람 사업을 처음에 국가유산청이 맡았다 나중에 문체부가 만든 청와대 재단으로 넘어갔어요. 청와대 재단은 용역업체를 통해 사람을 뽑았어요. 과로, 악성 민원 등으로 문제가 생겨도 문체부나 재단이 아닌 업체로 미룰 수 있었던 거죠."

고용구조에 맞춰 관리자들도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일을 시킬 때면 '여기는 청와대다. 품위를 지켜라'며 엄격한 근무 규율을 요구했다. 장시간 노동이나 감시 등 불합리한 일에 항의하면 '너희는 하청 비정규직일 뿐'이라며 듣지 않았다.

참다못한 이 분회장은 2024년 11월 동료들과 함께 노조를 만들었다. "시스템을 갖춘 조직, 상식을 갖춘 조직, 서로 품어줄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었다. "가시밭길을 걷더라도 한번 해보자"고 마음 먹었다.

노조를 만든 뒤 작은 변화가 있었다.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도 한 벌만 지급하던 근무복이 더 많이 지급되기 시작했다. 전과 달리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의 요구를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도 차츰차츰 생기기 시작했다.

더디더라도 조금씩, 노동조건을 개선하며 계속 이곳에서 일하고 싶었다. 지난해에는 "내년에 아이를 낳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청와대 복귀와 함께 찾아온 해고가 이 분회장의 소박한 꿈을 무너뜨렸다.

▲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로 첫 출근한 지난해 12월 29일 참모진과 차담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李 대통령, 청와대 복귀 결정 반가웠는데…결과는 해고

처음 이 대통령의 복귀가 결정됐을 때만 해도 이 분회장은 반가웠다고 말했다. 대선 공약에서 "노동 존중", "모범 사용자"를 말한 이 대통령이기에 복귀 결정이 대량해고로 이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이 대통령이 모범 사용자란 말을 처음 했을 때 손발이 떨릴 정도로 기뻤어요. '그래 이 말을 듣고 싶었지. 그래서 윤석열을 끌어내린 거잖아'라고 생각했어요. 청와대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도 당연히 돌아와야 한다고, 정말 열심히 일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기대가 무너진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고 두 달여 만인 8월 즈음이었다. 개방 사업 중단과 함께 강제 휴업이 시작됐다. 노동자들은 그 사실을 휴업 실시 2주 전에야 통보받았다. 그 전까지 노동자들에게 고용에 관해 전달된 정보는 없었다.

불안감 속에서도 이 분회장은 대책이 마련될 거라고 믿었다. 이 대통령에게 건 기대 때문만은 아니었다. 업체도 다시 일을 할 수도 있으니 '해외에 나가면 보고하라'고 지시하며 보안서약서도 받았다. 이 때문에 다른 직장을 구하지 않고 복직을 준비했다.

그러나 4개월여 간 일어난 일은 기대를 배반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9월 노조와의 면담에서 대통령실 측은 청와대 하청 노동자에 대한 고용 책임을 문체부에 넘겼다. 문체부는 사업 자체가 종료됐고 재단도 폐업했기에 고용계약은 지난해 12월까지로 끝이라는 입장을 취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지부 청와대분회가 지난해 12월 29일 서울 종로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보장 촉구 삼보일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프레시안(최용락)

"청와대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 보여주길"

이 분회장은 현재 10여 명의 동료와 함께 정부에 고용보장 대책 마련을 요구 중이다. 난점도 있어 보인다. 국회는 지난해 문체부가 편성한 청와대재단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재단 자체가 없어진 상황에서 당장 기존 노동자의 고용처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노동자들도 사잇길을 찾아 제안했다. 올해 상반기 청와대 관람 재개를 검토 중인 만큼 해당 업무에 기존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원청 사장' 격인 문체부 혹은 관계기관에 결원이 발생하면 채용해달라는 것이 노조 요구의 골자다.

국가가 정책 변화로 일자리를 잃게 된 공공부문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간접고용 구조를 짜뒀다는 이유로 회피하지 말고, 순차적이어도 좋으니 가능한 수준의 대책을 마련해 모범 사용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 이후 대화 문을 걸어잠갔다.

이 분회장은 "국가마저 낮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대화하지 않는다면 그 목소리는 누가 듣겠나"라며 "그러면 양극화도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이어 이 대통령이 "집안 문제라 할 수 있는 청와대에서부터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의지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바라며 이 분회장은 힘이 닿는 한 싸움을 이어가려 한다. 그에게 청와대는 착취와 해고의 공간이 아닌 노동의 가치와 약자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공간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최용락 기자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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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 주장 한덕수 운명의 날, 이진관 '돌직구' 피할 수 있을까

21일 오후 2시 내란우두머리방조 등 사건 선고... 법원, 윤석열 체포방해 1심 이어 생중계 허용

26.01.20 17:36최종 업데이트 26.01.20 17:36

▲한덕수 전 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5차 공판 출석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11-03이정민

내란 사태를 두고 "멘붕 상태였다", "기억이 안 난다"라고 호소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운명의 날이 임박했다.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는 내란우두머리방조 등의 혐의를 받는 한 전 총리 사건 1심 판결을 선고한다.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국무위원 가운데 처음 나오는 1심 선고다.

한 전 총리 공소사실은 ①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방조한 혐의(내란 우두머리 방조) ②비상계엄 후 절차적 하자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로 작성한 계엄선포 문건을 폐기하도록 요청한 혐의(허위공문서 작성·행사, 공용서류 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③윤씨의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증인으로 나와 '계엄 선포문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거짓말을 한 혐의(위증)다. 재판 과정에서 재판부 소송 지휘에 따라 ④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결심 공판에선 '55년 공직' 생활 강조

한 전 총리는 지난해 11월 24일 피고인 신문에서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멘붕 상태가 계속된 것 같다"며 "관련 전체 계획을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전 윤 전 대통령에게 '반대'라는 표현은 명확히 쓰지 않았지만, '재고해달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했다. 당시 하도 경황이 없고 황망해서 멘붕 상태가 계속된 것 같다. 어떤 경위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기억이 부족하다. 보고 들은 것이 제대로 인지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그는 이틀 뒤 결심공판에서 자신의 55년 공직생활을 강조했다.

"1970년 경제관료로 입직해 한평생 공직의 길을 걸어왔다. 해외 원조를 받아서 예산을 짜가면서 우리나라가 첨단산업 발전과 문화융성을 이루는데 역할했다. (중략) 제 인생 긍지와 보람이다. 대한민국은 제게 많은 기회를 줬다. 전력을 다하는 게 그에 보답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내란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은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의 내란 범행에 있어 올바른 정책 결정이 내려지도록 해야 할 헌법상 의무가 있는 국무총리가 오히려 이에 가담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범행에 가담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진관 재판장, 판결 선고에서도 어떤 말 할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의 속행 공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2025.10.24 [서울중앙지법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연합뉴스

이진관 재판장의 대쪽 같은 모습이 선고공판에서도 이어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는 지난해 9월 16일 1차 공판준비기일부터 마지막 공판까지 단호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한 전 총리 측이 변호인 교체 등을 이유로 공판을 '여유'있게 진행하려고 하자, 이 재판장은 "이 사건은 특검법에 신속재판 규정이 있고 국회에서 특별법을 정한 건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재판부도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하려고 한다. 피고인 방어권 보장은 기회주면 되는 거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불이익도 피고인이 부담해야 한다. 변호인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런데 재판 지연되면 안 될 것이다. 그에 따른 불이익도 피고인이 부담해야 한다"라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9월 30일 1차 공판에서도 이 재판장은 한 전 총리를 향해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이 있었다.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계엄행위가 위헌이라고 생각하냐, 합헌이라고 생각하냐"라고 '돌직구' 질문을 던졌다.

2025년 10월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우두머리 방조 사건 2차 공판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 CCTV에 대한 증거조사가 이뤄지고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10월 13일 2차 공판에서 비상계엄 당일 대통령실 CCTV가 법정에서 공개되자 이 재판장은 한 전 총리에게 직접 "비상계엄 그 자체로 국민 생명과 안전, 재산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12.3 비상계엄도 경찰과 군인 등 많은 수가 투입됐고, 군인은 무장상태로 투입된 게 확인됐다. 그런 상태에서 국무총리에 있던 피고인은 국민들을 위해 어떤 조치를 했냐"라고 물었다. 한 전 총리는 "계엄에 대해 전체적인 계획을 전혀 알지 못했다"는 말을 반복하며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한 총리는 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과 참모들로부터 지시 문건을 건네받고, 직접 읽은 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단둘이 16분간 문건을 돌려보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또한 국무위원 서명을 설득하는 장면, 비상계엄 선포문 전달 장면, 의사정족수 확보를 위해 송미령 장관에게 독촉 전화를 하는 장면 등 국무회의 '외관 작출(권한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겉모습을 꾸미는 행위)'에 깊이 관여한 정황도 포착됐다.

"거동 어렵다"던 한덕수, 윤석열 사형 구형된 날 호텔과 유명 식당서 포착

최근 유튜브 방송 <최욱의 매불쇼>는 14일 한 전 총리가 서울의 한 고급 호텔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영상을 공개했다. 같은 날 점심 때 서울의 한 유명 식당에서 배우자와 함께 돈가스를 주문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그날 새벽 내란특검은 윤석열씨 사형을 구형했다.

이 같은 모습은 그가 결심공판에서 고령과 공직 경력을 내세우며 읍소한 것과 대비된다. 당시 변호인단은 "피고인은 올해 77세이며, 78세의 처가 있다"며 "관절질환으로 거동이 어렵다. (피고인은) 공직생활을 통해 훈장을 수훈한 인물이다. 계엄에 찬성한 적도, 내란을 인식한 적도 없다. 재판부가 이 같은 사정을 참작해 법이 허용하는 관대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 전 총리의 운명은 21일 오후 2시부터 생중계되는 선고공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덕수 #선고 #이진관 #1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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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한미군사훈련 중단으로 관계개선·평화의 길 열어나가자"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1/21 08:47
  • 수정일
    2026/01/21 08:4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국회·종교·시민사회 시국회의, "민주주의·평화·주권 위기...총집중으로 적대 종식해야" (전문)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6.01.20 16:49
  •  
  •  수정 2026.01.20 21:29
  •  
  •  댓글 1
 
국회와 종교, 시민사회는 2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 국제회의장에서 '적대종식 평화협력 촉구 국회 종교 시민사회 시국회의'를 열고 "접경지역 적대행위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으로 관계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자"고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국회와 종교, 시민사회는 2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 국제회의장에서 '적대종식 평화협력 촉구 국회 종교 시민사회 시국회의'를 열고 "접경지역 적대행위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으로 관계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자"고 호소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인간의 존엄과 국가주권의 신성함이 훼손되는, 무례하고 비열한 공격이 개시되는 싸늘한 전환의 시대이다.

중질유와 희토류를 위해서라면,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그럴듯한 명목도 다 벗어던지고 테러와 납치를 자행하는, 몰락하는 패권국가의 무도한 횡포를 전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미국에 좋은 일인지를 생각할 것"이라며, "평화만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무를 더는 느끼지 않는다"고 한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솔직한 것이긴 하겠지만, 스스로 만든 국제질서와 규범도, 동맹관계도 제손으로 짓밟는 제국주의의 민낯을 지켜보는 세계는 술렁이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불거진 대북 무인기 침투는 군사분계선이 엄존하는 가운데 적대행위가 통제, 중지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민주주의와 평화, 주권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절박함을 환기시켜주고 있다.

한반도 군사갈등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온전한 민주주의 실현도 평화도 어렵다는데 뜻을 같이 한 국회와 종교, 시민사회는 20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 국제회의장에서 '적대종식 평화협력 촉구 국회 종교 시민사회 시국회의'를 열고 "접경지역 적대행위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으로 관계개선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자"고 호소했다.

시국회의에는 자주통일평화연대(평화연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를 비롯한 357개 시민사회단체, 더불어민주당(이인영, 이용선, 이재강), 조국혁신당(서왕진, 강경숙, 김재원, 정춘생, 황운하, 김준형), 진보당(윤종오, 정혜경, 전종덕, 손솔) 소속 국회의원 12명과 212명의 개인이 연명으로 함께하는 뜻을 밝혔다.

참가자들은 실천불교승가회 일문스님과 박명희 서울여성연대 준비위원회 대표, 배정현 경실련 통일협회 간사가 낭독한 선언문에서 "하루 빨리 한반도의 군사갈등을 해결하고 관계정상화와 평화를 이뤄내는 것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핵심이익"이라며,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반드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러면서 △9.19군사합의 선제적 복원 취지를 살려 우선 공중, 해상, 육상 완충지대를 재설정하고 완충지대 내 사격훈련과 무인기 등 군사분계선 침범행위를 통제, 중지하여 군사충돌 위험성을 차단할 것 △ 적대적 군사압박의 상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조정, 중단할 것 △ 제제와 군사압박 중심의 실패한 대북정책을  내려놓고 체제 존중, 관계정상화의 원칙아래 정책전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홍정 평화연대 상임대표의장은 취지 발언을 통해 "이재명 정부는 적극적 평화의 관점에서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이 요구하는 동맹국의 안보 분담과 상호 윤용성 강화를 극복하고 동아시아 공동의 평화 안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주권자 대한 국민과 함께 적극적 평화 주권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주권자 대한국민의 외교 안보 주권과 적극적 평화 주권의 확립 없이 분단정권에 의한 '정권 유지 우선 외교 안보 정책'만으로는 식민·분단·냉전 세력을 극복할 수 없다"며, "국민주권시대의 평화주권 실현은 외교 안보 영역에서 국민 주권을 강화하고 외교 안보 정책의 공론화 장을 열어갈 때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남북간 대화와 평화공존, 전면적 교류의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모든 연합군사연습 중단 △대조선 적대관계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헌법 3조와 4조 개정 및 국가보안법 폐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삼열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전쟁 없는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접경지역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  적대적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남과 북의 평화협정을 만들어 낼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어 "전쟁의 위험을 스스로 안고 제국의 패권을 위해 앞장서는 전쟁의 용병으로 전락하는 동맹은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상으로 인사말을 보내 온 김준형 조국혁신당 국회의원은 "남북과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는 우리에게 불가피한 현실이자 무조건적 사명이며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평화의 시계는 다시 움직일 수 있다"고 하면서 "더 이상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긴장완화와 신뢰구축, 군사적 충돌발지를 위한 선제적 결단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은 "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이 그대로 강행된다면 정부가 말해온 긴장 완화와 관계개선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한 조건도 새로운 합의도 아니다.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멈추는 결단, 그 하나만으로도 한반도에는 분명한 변화의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접경지역 주민을 대표해 노주현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활동가는 "대규모 고위험 군사훈련에 관한 사전검토와 피해 최소화의무를 법으로 명확히 할 것, 군사훈련과 군사시설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이 훈련 진행과 시설 설치를 위한 실질적인 협의 주체가 되도록 법제화할 것, 군사훈련 피해에 대한 국가책임을 더욱 강화할 것"을 당부했다. 

시민사회를 대표해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은 "접경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관리하거나 통제하지 못하면 정책실패를 넘어 국가 위기상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지속적 대화의 기초가 될 수 있는 9.19군사합의의 실질적 복원과 가시적 선제조치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미군사연습의 조정 또는 중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용길 전국시국회의 공동대표는 "민주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내란치유의 과정과 함께 윤석열 계엄 등으로 최악의 상황에 몰려 있는 남북 적대적 관계를 평화회복의 과정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책임"이라며, "그 첫번째 조치는 예정돼 있는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이어야 한다"고 이재명의 결단을 촉구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전쟁연습과 군사대결에 막대한 자원을 쏟아붓는 현실을 농민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주권국가라면 우리의 안전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어야 한다"며,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고 조정했을 때 대화의 문이 열리고 평화의 가능성이 생겼던 역사적 선례에서 보더라도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압박이 아니라 정부의 전향적인 중단 노력과 주권적 결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은 "미국의 일방주의가 상대국 영토주권마저 위협하는 냉혹한 조정기에 접어든 지금 한반도가 또 다시 미국 패권을 위한 놀이터로 전락하도록 좌시할 수 없다"며,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중단하라고 하는 것은 강대국의 군사 전략에 우리 국민의 생명을 저당 잡히지 않겠다는 단호한 평화주권 선포"라고 말했다.

김 사무총장은 "유엔사 해체는 정전 체제의 낡은 유물을 청산하고 우리 땅의 주인으로서 온전한 관할권을 회복하는 영토 주권 확립의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법적 근거 없이 우리 영토인 비무장지대의 통제권을 행사해 온 유엔사의 즉각적인 해체"를 촉구했다.

시국회의는 이날 선언문의 내용을 골자로 오는 3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앞에서 국민대회를 개최하고 청와대까지 행진할 예정이다.

적대 종식 평화협력 촉구 국회,종교,시민사회 시국선언 (전문)

접경지역 적대행위와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으로 관계개선과 평화의 길을 열자! 


남북, 북미 대화의 단절과 한반도 군사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2026년 새해를 맞았습니다. 국제사회 곳곳에서 주권국의 권리와 존엄을 훼손하는 강압적 침략이 잇따르는 가운데, 새해 벽두부터 대북 무인기 침투를 둘러싼 남북간 공방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한반도의 군사갈등을 해결하고 관계정상화와 평화를 이뤄내는 것은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우리의 핵심 이익입니다.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 반드시 돌파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의 적대적 군사갈등이 지속, 심화되는 동안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이 소진되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한반도 당사자에게로 돌아왔습니다. 기존에 수십년간 지속해 온 대북제재, 군사적 압박 중심의 대북정책은 안보딜레마를 심화하여  한반도의 적대적 갈등만을 격화시켰을 뿐 실질적인 관계 개선과 평화정착을 이루지 못한  실패한 정책입니다.

지난 내란 세력들의 비상계엄 추진 과정에서 우리는 한반도의 분단전쟁체제를 활용하여 군사충돌까지 유도하려 한 전쟁정치의  위험성을, 그리고 그 해결 없이는 민주주의의 온전한 실현 조차 어려운 현실을 목도하였습니다. 새해 벽두 부터 불거진 대북 무인기 침투 사건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적대행위를 확실히 통제해야 할 절박함을 다시 환기해 주었습니다.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정권유지에 활용하려 했던 윤석열 정권은 빛의 광장에서 심판받았습니다. 새로이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관계개선과 대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힌 만큼, 과감한 정책전환으로 윤석열 정권의 전쟁정책을 청산하고 한반도의 평화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한반도의 분단을 지속시켜  대리전장터로 삼으려는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평화와 관계개선을 향한 주권자의 열망에 기반한 한반도 정책이 필요합니다. 

여러 차례 표방한 대화와 관계개선의 입장을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호소합니다.  

하나. 아직도 불안정한 접경지역의 상황을 신속히 안정시키기 위해 접경지역에서의 적대행동을  중지해야 합니다. 지난 해 3월 전투기 오폭사건과  연초 무인기 사건에서 드러났듯  접경지역에서 충돌을 격화시킬 여러 행동들을 제대로 통제, 중지하지 않는다면 예기치 않은 군사갈등과 참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충분합니다. 9.19합의 선제적 복원 취지를 살려 우선  공중,해상,육상 완충지대를 재설정하고 완충지대 내 사격훈련과 군사분계선 침범 행위를 통제, 중지하여 군사충돌 위험성을 철저히 차단해야 합니다. 

하나. 다가오는 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시작으로 한반도에 다시 평화의 봄을 불러와야 합니다. 적대적 군사압박의 상징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조정, 중단한 것은 1992년 북미 고위급대화의  시작점이었고, 2018년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선결조치였습니다. 2026년 다시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3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연습 중단을 결단하여 다시 길을 열어야  합니다. 

하나. 한미 정부는 제재와 군사압박 중심의 실패한 정책, 대북적대정책을 내려 놓고 체제 존중, 관계정상화의 원칙아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전환에 나서야 합니다. 아울러, 일부 기능과 명칭이 조정되기는 하였으나 대북정책 관련 ‘한미 공조 협의’가 ‘정책조율’이라는 명목아래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기준으로 대북정책을 기획단계에서 부터 통제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여전합니다. 2018년  한미워킹그룹의 파국적 경험이 되풀이 된다면, 이러한 협의체는 해산되어야 마땅합니다. 


2026년 1월 20일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이용선, 이재강,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 강경숙, 김재원, 정춘생, 황운하,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정혜경, 전종덕, 손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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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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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길동 2026-01-20 17:37:13
정신차려 제발 쪼다들아 김정은 괴뢰를 믿는 니들은 더 병신깉은 쓰레기 빨갱이들이다 욕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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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청문회 무산, 조선일보 “지명 철회가 순리” vs 한겨레 “청문회 열려야”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 “편집과 경영의 분리, ‘한겨레답게’ 살기 위한 마지노선”

경향 “행정통합, 속도에 묻힌 소통” 일부 미확인 정보 유포되기도…광주일보 “지역 요구 반영돼야”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6.01.20 07:41

  • 수정 2026.01.20 08:09

▲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지난 8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중단됐고 이 후보자가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부동산 투기 의혹, ‘아빠 찬스’ 의혹, 보좌진에 대한 갑질과 막말 의혹 등 ‘1일 1의혹’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언론에서는 청문회를 제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청와대가 이 후보자를 지명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회장 장남 음주운전 기사’를 쓴 언론사들이 현대차 요구에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취재기자들 몰래 이런 일이 벌어지면서 언론계에 큰 파장이 일었는데 한겨레가 자사 칼럼을 통해 이에 대해 반성하는 내용을 실었다. 해당 칼럼에서는 “편집과 경영의 분리는 한겨레가 ‘한겨레답게’ 살아남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자본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천명한 한겨레의 숙명이자 삶의 조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면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행정통합에 대해 비판이 커지는 현상을 경향신문이 비중있게 다뤘다. 이 신문은 1면 톱기사 <속도에 묻힌 소통…행정통합 ‘파열음’>이란 기사에서 대전·충남 통합 반대 국민청원 참여자가 1만 명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 20일자 한겨레 만평

조선 “지명 철회가 순리” 한겨레 “국회 검증 다해야”

지난 19일 예정됐던 이혜훈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재경위)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부로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장이 아니라 수사기관 피의자 자리에 앉아야 할 사람”이라며 “범법 행위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전면 거부한다”고 했다. 청문회 당일에도 “제출한 자료가 부실하다”며 청문회 개최를 반대했고 임이자 위원장은 청문회 개최 안건을 상정하지 않은 채 “여야 간사가 협의해달라”며 정회를 선언했지만 여야 간사의 협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겨레는 청문회를 거부한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20일 사설에서 “이유가 무엇이든 청문회를 아예 열지 않는 것은 국회에 부여된 공직자 검증 의무와 국민의 알권리를 저버리는 일”이라며 “‘수사나 받으라’며 공직자 검증을 수사기관에 떠넘긴다면, 국회 스스로 부차적 검증기관으로 권위가 위상을 추락시키는 꼴”이라고 한 뒤 “더구나 앞장서서 이 후보자 관련 의혹을 제기하고 비판해온 국민의힘이 정작 청문회를 거부하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의혹은 다 열거하기 어렵다. 장남이 혼인신고를 미루고 부양가족을 늘려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부정 청약해 당첨됐다는 의혹, 배우자가 인천국제공항 개항 1년 전 영종도 일대 토지를 매입해 20억원대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 장남이 쓴 박사논문에 해당 분야 전문가인 아버지가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아빠 찬스’ 의혹, 보좌진에 대한 갑질과 막말 의혹 등이다.

한겨레는 “이 후보자도 어물쩍 청문회를 넘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이 후보자는 아직까지 명쾌하게 의혹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청문회 과정을 통해 자신이 통합과 포용이라는 발탁 취지에 부합하는 자격을 갖췄는지 철저히 되돌아보기 바란다”며 “이에 대한 국민의 엄정한 판단을 위해서도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 20일자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는 청와대에서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자 사설에서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후보자 지명만으로 탕평 인사를 했다는 명분이 서고 낙마하더라도 ‘보수 진영의 부도덕성이 드러났다’고 하면 된다고 한다”며 “그러나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만약 전 정권에서 이 후보자를 장관으로 임명하겠다고 했으면 민주당이 어떤 태도를 취했겠나”라며 “이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 20일자 조선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 <이혜훈, 의혹 해소는커녕 자료 제출 부실이라니>에서 야당과 이 후보자를 모두 비판했다. 이 신문은 이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을 열거한 뒤 “계엄을 옹호하고 탄핵에 반대한 전력이 드러나 청와대가 내세운 통합이나 실용의 명분은 빛이 바랜 지 오래”라며 “이런 식이면 장관 자격도, 야당 자격도 없다”고 했다. 이어 “불거진 온갖 의혹에 피로감이 상당하다”며 “국민의 인내심을 언제까지 시험할 셈인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 후보자 청문회가 중단된 일을 두고 다수 신문에서 청문회 ‘파행’이란 말을 쓰고 있다. 한겨레는 사설 제목을 <파행 겪는 ‘이혜훈 청문회’, 국회 검증 역할 다해야>라고 했고, 조선일보는 <청문회도 파행 이혜훈, 지명 철회가 순리다>라고 했다. 영남일보 사설도 <파행의 이혜훈 인사청문회…자진 사퇴가 답이다>였다.

‘파행’은 ‘절뚝거리며 걷는 상태(절름발이)’를 가리키는 말로 장애를 비하하는 차별표현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차별표현이라는 지적을 차치하더라도 ‘파행’이란 비유를 쓰려면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면서 정상적이진 않지만 청문회가 더디게 진행이라도 됐어야 쓸 수 있는 말이다. 이번 이 후보자 청문회는 절뚝거리며 나아간 것이 아니라 아예 열리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파행’이란 비유가 들어맞는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

한겨레 칼럼에서 한겨레 비판

이종규 한겨레 저널리즘 책무실장은 이번 ‘현대차 장남 음주운전 기사 수정’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유사 사례 전수조사를 맡았다. 조사 방식과 기간, 주체는 저널리즘책무실에서 한겨레 노조와 협의해 진행하고 재발방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실장이 20일 한겨레 칼럼 <먹고사니즘과 저널리즘>에서 지난 13일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한겨레에 쓴 칼럼 중 “한겨레 편집과 경영을 분리하는 울타리에 구멍이 난 것이 분명해 보인다”는 대목을 인용하면서 “(이러한) 진단이 뼈아프게 다가온다”고 썼다.

▲ 20일자 한겨레 칼럼

이 실장은 한겨레가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중요한 가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4대 재벌그룹의 광고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딜레마’에 대해 설명했다. 이 실장은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겨레 내부엔 늘 편집과 경영 사이에 팽팽한 긴장관계가 형성됐다”며 “혼탁한 미디어 시장에 한겨레 조직이 아직은 건강하다는 방증으로 보는 평가도 있지만 매출 실적 부담 등으로 인해 긴장관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해지면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는 점도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자본으로부터 독립이 한겨레의 정체성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실장은 “편집과 경영의 분리는 한겨레가 ‘한겨레답게’ 살아남기 위한 마지노선”이라며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천명한 한겨레의 숙명이자 삶의 조건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

▲ 현대자동차 본사. ⓒ연합뉴스

경향 “행정통합, 속도에 묻힌 소통”

경향신문은 이날 1면과 5면에 걸쳐 최근 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행정통합의 이면을 다뤘다. 보도를 보면, 지난 19일 광주시와 전남도는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합동 공청회를 열었는데 영암군에선 360석 좌석에 500여명이 참석해 행정통합으로 인해 농어촌이 소외되고 인구와 인프라가 광주로 쏠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또한 통합 절차와 소통 방식에 대해 비판하며 “속도전 보다는 주민투표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물어야 한다”(주민 손모씨)는 의견도 전했다.

같은날 광주시에서도 300석 규모에 420명이 사전신청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반대하는 분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김호성 동구주민자치협의회장), “실질적으로 주민투표나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은 제한적인 상황”(지산2동 주민 박영호씨)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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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에서 일부 불명확한 정보가 퍼지기도 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대전 시민 900여명이 참여하는 오픈채팅방에 “대전시와 대전시의회, 대전교육청이 모두 사라진다”, “대전시청이 내포로 이전된다”, “행정·의회·사법·교육 등 모든 본청 기능이 내포에 집중된다” 등 미확인 정보가 퍼지고 있었다.

지역언론에서도 속도전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광주일보는 20일 사설 <‘슈퍼 지자체’ 광주전남 통합…과제도 산적>에서 “행정통합이 속도전 속에 톱다운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지역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지역 정치권은 정부의 지원 약속을 특별법에 구체적으로 담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원이 축소되거나 중단되지 않도록 특별법에 기간과 규모를 명시해야 한다”며 “승부를 가르는 디테일은 지금부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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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km기어와 50m앞에서 기습···진화한 북한군, ‘터미네이터’ 같았다”

수정 2026.01.20 10:15

  • 기사를 재생 중이에요

[신년기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파병1년

① 북한군이 진화했다

4년째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그 전쟁의 한가운데 이슈가 되는 키워드중 하나는 북한군 파병이다. 사상 첫 공식 해외 파병을 한 북한군이 활동한 곳은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이다. 이곳은 우크라이나가 전략적으로 점령하려한 러시아 땅이다.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동남부 돈바스 지역이나 자포리자 등과 종전 협상시 맞교환 카드이기도 했다. 외신에는 북한군을 ‘우크라이나 전쟁의 게임체인저’라 표현하는 문구가 종종 등장한다. 실전 경험도 없는 북한군이 한번도 가본적 없는 러시아 땅에서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했다는 말일까. 어쩌면 대한민국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수도 있는 북한군의 파병을 외신에만 의존할수는 없다. 경향신문은 김영미 국제분쟁전문 PD가 전한 북한군 파병 1년을 5회에 걸쳐싣는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위치한 마이단 광장. 이곳은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이 일어난 장소로 ‘민주광장’이라고도 불린다. 지난해 10월 찾은 이곳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들을 기리는 깃발이 많이 꽂혀 있었다. 그중에 유독 쿠르스크에서 사망했다는 표식이 많았다.

우크라이나 파병 북한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의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뉴스앤드다큐코리아 제공

우크라이나는 2024년 8월6일 최정예부대를 앞세워 러시아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를 점령했다. 쿠르스크는 농축업을 주로 하는 농촌마을이었다. 1980년대 러시아는 이 농촌 지역에 열병합발전소를 세웠고,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건설했다. 러시아의 3대 핵발전소 중 하나인 쿠르스크 원자력발전소도 이곳에 있다. 그중 쿠르스크의 수자(Sudzha)시는 유럽으로 향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관문이 있는 곳으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진격 작전은 동부 전선(돈바스)에 집중된 러시아군의 화력을 분산하고, 향후 종전협상 시 러시아에 점령당한 우크라이나 영토와 교환할 수 있는 ‘카드’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 우크라이나의 쿠르스크 점령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제대로 허를 찔린 셈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토가 외국군에 점령된 첫 사례라 러시아 내부적으로 정치적 부담도 컸다.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군대를 보내려면 어쩔 수 없이 돈바스에서 싸우는 군인들을 분산시켜야 했다. 이 부분이 러시아가 북한군 파병을 원했던 이유다.

2024년 6월19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다. 그리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에 서명했다. 이 조약의 가장 핵심적인 조항은 제4조인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에 처하면, 다른 일방은 지체 없이 자기가 보유한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이다. 사실상 군사동맹이다. 북한군 파병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같은 해 10월 북한군 병력 1만3000명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고, 12월 초 쿠르스크에 배치됐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마이단 광장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전사자를 기리는 깃발이 꽂혀있다.

뉴스앤드다큐코리아 제공

쿠르스크 진격 초기 선봉에 선 우크라이나 부대는 정예인 제80공중강습여단이다. 이 부대는 지난해 1월부터 북한군과 본격적으로 교전을 시작했다. 80여단 정찰부대 중대장인 콜사인 ‘리’는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북한군을 발견했다. 그는 “정찰드론을 통해 보니 북한군은 생각 없이 10명, 20명, 30명씩 무리를 지어 걸어왔다”며 “그들은 쉽게 제거됐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장의 가장 큰 특징은 ‘드론전’이다. 드론이 폭탄을 싣고가 적진에서 폭발한다. 특히 FPV(일인칭 관찰자 시점) 드론은 상당수 전사자를 만들어낼 만큼 치명적이다. 북한군에게 듣도 보도 못한 병기였다. 드론은 날아가 북한군 병사 무리에서 터졌고 사상자가 속출했다.

북한군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인근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타큐앤드뉴스코리아 제공

하지만 이는 초기에 한정됐다. 같은 80여단의 정찰병 콜사인 ‘브라운’은 “북한군은 시간이 지나자 점점 진화했다”며 “북한군은 우리가 더 큰 병력에 주의를 빼앗긴 틈을 타 다른 북한군들이 우리 측면에서 은밀히 우회해 공격했다”고 말했다. 북한군이 드론을 운용하는 것도 관측됐다. 파병 두어 달이 지나자 북한군은 더 이상 드론에 속절없이 당하는 오합지졸 군대가 아니었다.

우크라이나군의 제225독립돌격대대는 장갑차와 드론을 이용해 북한군과 가장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 전장에서 북한군 군복 조각과 한글이 적힌 메모 등을 확보해 전 세계에 공개한 바로 그 부대다.

225대대의 에븐 상사는 “북한군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방법으로 전투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들판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오전 5시경 드론병이 정찰하고 있었음에도 북한군은 수풀로 위장하고 무려 1.8㎞를 기어서 우리 코앞인 50m까지 왔다”며 “북한군의 급습을 받고 교전이 시작됐고, 2~3시간 뒤 지원병력이 도착해서야 북한군을 모두 사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에븐 상사는 “정말 놀랐다. 북한군은 매우 훈련이 잘돼 있었다”며 “더 놀라운 건 그들 중 누구도 도망가거나 항복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말 그대로 ‘편도 티켓’(one-way ticket)만 갖고 있는 것 같았다”고 증언했다.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다.

다큐앤드뉴스코리아 제공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한 러시아 병사는 “훈련소에서 북한 군인들을 봤다. 약 1500명이 있었고, 그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배우는 모든 것을 배웠다. 전투 행동, 사격, 전술, 전략 등이다. 우리는 함께 먹고, 함께 샤워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를 보여주며 “그곳은 쿠르스크의 ‘포스토얄리예 드보리(Postoyalye Dvory) 훈련소’”라며 “통역사들이 북한군과의 대화를 도왔다”고 했다.

준비되지 않은 파병이었던 만큼 초기에는 혼란도 많았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을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북한군이 러시아군 장교를 포로로 잡은 사건도 있었다. 러시아군은 식별을 위해 붉은 완장을 찼다. 그는 “붉은 완장이 없으면 끝이다. 바로 북한군에게 사살당한다”고 말했다.

언어 소통의 문제도 심각했다. 9개월간 쿠르스크에서 작전을 했던 우크라이나 영토방위군 사령부 공보국장 올렉시 드미트라시키브스키 대령은 “우리 드론 영상에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서로 다투다 총격전으로 이어진 장면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북한군들이 쿠르스크 인근에서 전사자 조화에 경례를 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다큐앤뉴스코리아 제공

인터뷰한 대부분의 러시아 포로들은 북한군에 대해 매우 강한 부대라고 말했다. 한 러시아 포로는 “북한군은 우리보다 더 자주 훈련했고, 그들의 교관들은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며 “우리(러시아) 교관들조차도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비교하며 그들을 모범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러시아 포로인 미카엘은 “북한군은 빠르고, 용감하고, 게으름 피우지 않았다”며 “터미네이터 같았다. 달리고, 뛰고, 지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 부대가 일반 부대가 아니고 정예군이었으리라 추측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북한군 정찰총국과 폭풍군단이 파병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포로인 아톰은 “2025년 4월경 북한군과 전투를 했는데 그들은 정말 전투를 잘했다”며 “쿠르스크 지역 대부분은 북한군이 해방시켰다고 들었다”고 했다. 러시아군은 쿠르스크를 9개월 만에 탈환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복 차림으로 달려갈 만큼 중요한 승리였다. 이 승리에 북한군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의미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쿠르스크 인근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쳐. 다큐앤드뉴스코리아 제공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 국가의 전쟁포로 숫자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알려진 북한군 포로는 2명뿐이다. 북한군 포로는 왜 적을까.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정부는 북한군 포로들을 공개했다. 한 명은 턱에 붕대를 감은 모습으로, 또 한 명은 누워 있는 상태로 목소리와 얼굴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 이후 추가적으로 알려진 북한군 포로는 전무하다. 그 의문은 우크라이나군 225대대를 만나고 풀리기 시작했다.

225대대 페트로 중사는 지난해 2월 새벽 북한군과 교전했다. 그는 교전 수칙대로 부상당한 북한군 병사에게 다가갔다. 그의 몸을 수색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병사는 수류탄을 들고 있었고, 곧바로 안전핀을 뽑았다. 페트로 중사는 간신히 몸을 피했지만, 북한군 병사는 사망했다. 페트로 중사는 “교전했던 모든 북한군은 포로가 되느니 자폭을 선택한다”며 “대부분 포로의 길을 선택하는 러시아군과 다르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포로 중에는 죽느니 포로가 되는 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 러시아군 포로는 “(우크라이군의 포격이 시작되자) 스스로 우크라이나군 진지로 가서 포로가 됐다”며 “나는 그냥 총알받이일 뿐이라는 걸 깨달았고, ‘200번’(전사자)이 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또 다른 포로도 “같이 싸우던 전우들이 항복을 제안했다”며 “나는 25세밖에 안 됐다는 걸 깨달았고, 발포 없이 항복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포로수용소 모습

뉴스앤드다큐코리아 제공

절대로 항복하지 않고 자폭을 선택하는 북한군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군에는 충격이었다. 드미트라시키브스키 대령은 “대대장이 북한군 병사 하나를 생포했는데, 그 병사는 자기 팔의 혈관을 스스로 깨물어 끊고 죽었다”고 전했다.

안드리 체르냑 정보총국 대변인은 “북한군은 (북한의) 선전으로 인해 완전히 세뇌되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람들”이라며 “김정은을 ‘태양’으로 생각하는 북한군은 포로가 되면 자살하도록 확실하게 세뇌교육이 됐는데, 이렇게까지 세뇌가 심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 있고 앞으로만 전진하는 군대, 두려움을 모르고 스스로 실전에서 진화하는 북한군을 러·우 전쟁에 참전시킨 것은 러시아 입장에서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반면 생각지도 못한 북한군으로 인해 쿠르스크에서 퇴각한 우크라이나로서는 뼈아픈 손실이 됐다.

이후 북한군은 공병부대와 지뢰제거부대를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우크라이나 국방부 관계자는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적 협조관계에서 혈맹의 관계로 발전했다”며 “이는 한반도 안보에도 미치는 영향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군은 북한군에 대비하지 못한 군대였지만 한국군은 대비하는 군대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키이우(우크라이나) 김영미 국제분쟁전문PD

정리=박병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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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첫 취업 늦고 주거비↑…일 '잃어버린 세대' 닮은꼴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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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6.01.20 08:45

  • 수정 2026.01.20 08:53

  • 댓글 1

기업, 경력직 선호 · 양질 일자리↓…구직 장기화

미취업 기간 늘수록 상용직 가능성↓ 실질임금↓

주거비 부담에 고통당하는 청년세대

청년들을 위한 혁명적 주거대책 마련해야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이 과거보다 첫 일자리를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주거비 부담에 신음하는 등 이중의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이 앞서 유사한 경험을 한 일본 청년세대들의 전철을 고스란히 밟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고용이야 산업구조와 일자리의 격변으로 말미암아 해법을 찾는 것이 어렵겠지만,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고통만은 경감시켜야 마땅하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청년들

한국은행은 19일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에서 “고용률 등 거시통계로 판단하면 현 청년층(15∼29세)의 고용 여건이 대체로 이전 세대보다 개선됐지만, 이면에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 단계에 구직기간이 장기화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들이 경력직을 선호하고 수시 채용을 늘리는 데다, 최근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까지 줄면서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늘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은은 “경력 개발 초기에 있는 청년층의 구직 기간이 길어지면, 숙련 기회를 잃어 인적 자본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뿐 아니라 이후 생애 전체로도 고용 안정성이 약해지고 소득이 감소하는 ‘상흔 효과’를 겪게 된다”고 우려했다.

 

韓 청년층, 구직기간·주거비↑…日 '잃어버린세대' 닮은꼴. 연합뉴스

미취업 기간 늘수록 정규직 될 확률 떨어지고 실질임금도 감소해

한은 분석 결과 미취업 기간이 1년일 경우 5년 후 상용직 근무 확률은 66.1%였지만,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늘어나면 확률이 56.2%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또한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길어질 때마다 현재 실질임금은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이런 현상은 1990년대 초중반부터 2000년대 사이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본 ‘취업 빙하기 세대’ 또는 ‘잃어버린 세대’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첫 취업 소요기간 1년이상 비중 등. 자료 : 한국은행

청년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주거비 폭탄

청년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건 고용시장만이 아니다. 현재 청년층은 과거 세대와 비교해 터무니 없이 높은 수준의 주거비 부담도 안고 있다.

학업·취업을 계기로 독립하는 청년들이 대부분 월세 형태로 거주하는데, 소형 비(非)아파트 주택 공급이 수익성 저하와 원가 상승 등으로 충분히 늘지 못하면서 월세가 가파르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청년층의 고시원 등 취약 거처 이용 비중은 2010년 5.6%에서 2023년 11.5%로, 최소 주거기준(14㎡) 미달 주거 비중 역시 2023년 6.1%에서 2024년 8.2%로 커지는 등 젊은 계층의 주거 질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다.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이들의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 재무 건전성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 분석에서 주거비가 1% 오를 때 총자산은 0.04% 감소하고,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이 1%포인트(p) 늘면 인적자본 축적과 관련된 교육비 비중은 0.18%p 떨어졌다.

전체 연령의 부채 가운데 청년층 부채의 비중은 2012년 23.5%에서 2024년 49.6%까지 치솟은 상태다.

 

청년층 주택 점유 형태 등. 자료 : 한국은행

청년들을 위한 획기적 주거대책이라도 실행해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일자리와 주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데 가장 절실한 일자리와 주거 양쪽에서 협공당하는 모양새다.

답답한 것은 일자리의 경우 그 어떤 정부라도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난망이라는 사실이다. AI 및 피지컬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산업구조와 일자리를 근본적으로 재조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머리와 손발을 기계가 빛의 속도로 대체하는 마당에 그 누구라도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건 불가능의 영역처럼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면 정부는 청년들을 위한 주거문제 해결에라도 총력을 경주해야 옳다. 양질의 일자리 생산을 위한 노력은 그것대로 하고 말이다. 청년들의 주거비용이라도 지금보다 훨씬 낮출 수 있다면 청년들은 그마나 숨통이 트일 것이다. 다양한 유형의 공공임대주택,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등의 정책적 대안은 이미 제시된 상태다. 대규모 재정을 투입할 대통령의 결단만이 필요할 따름이다.

 

세곡동 공공임대주택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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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침공은 미중 무역전쟁의 연쇄 효과

1.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승리

2. 중국의 굴기 : 아프리카, 아세안, 남미 주요 국가 교역에서 미국 추월

3. 미중 무역전쟁이 지정학적 충돌로 확전

1.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의 승리

미중 무역전쟁이 지정학적 충돌로 확대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 된 중국은, 2030년 미국을 추월하여 세계 경제 1위(GDP)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었다. 이에 미국은 중국을 최대 우려 국가로 지목하고 정치·경제·군사적으로 봉쇄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을 상대로 후보 시절부터 공약했던 관세 폭탄을 퍼부었고, 중국의 대미 수출은 관세를 부과한 2025년 4월 이후 26%나 감소하였다. 그러나 EU, 아세안, 아프리카, 남미 등 여타국 수출이 12% 증가하여 중국의 전체 수출은 오히려 늘어났다(아래 그림). Economist는 미국의 관세부과에도 세계 경제가 침체하지는 않았으며, 2025년 무역 갈등의 승자는 중국이라고 평가하였다(2025.11.10)

중국의 경제권역별 수출 비중 [자료 : 해관총서, 한국은행 재인용]

미중 무역전쟁의 경과를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트럼프 1기 미중 1차 무역전쟁이 일어났다. 트럼프(1기)는 2018년 지적재산권 침해, 비시장 관행, 환율 조작, 기술이전 등을 문제 삼고 중국의 340억 달러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였다. 중국도 1,1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매기며 대응하였다. 상호 휴전과 재충돌을 반복하다가 2020년 초에야 확전을 중단하고 갈등을 봉합하였다.

둘째, 바이든 역시 트럼프의 대중 봉쇄정책을 그대로 계승하였다. 2022년 반도체지원법(칩스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제정하여 동맹국의 핵심 산업을 미국에 투자하도록 유인하였다. 투자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대신, 중국산 원자재·부품 사용을 금지하고 중국에 첨단설비 투자도 제한하였다.

2023년 설리반 안보 보좌관은 뉴 워싱턴 컨센서스에서 중국 대응을 통상정책이 아니라 산업·안보·동맹 패키지로 묶어 대응하겠다며 ‘미국·동맹국의 핵심기술 차단’, ‘중국을 배제하고 공급망을 재구축’,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 등을 발표하였다.

2024년 바이든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응하고 자국 제조업을 보호한다며 중국산 전기차 100%, 배터리·태양전지 50%, 철강·알루미늄 50%, 반도체 50% 등으로 품목별 관세를 두 배 이상씩 인상하였다. 중국은 강력히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미국산 대두, 석유, 가스 등의 수입을 제한하여 대미 에너지·식량 의존도를 줄였다.

셋째, 트럼프 2기 미중 2차 무역전쟁이 발발하였다. 2025년 트럼프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자국 산업 보호를 목표로 중국에 125%까지 관세를 인상하고, 반도체 장비 수출을 규제하였다. 중국도 희토류, 갈륨 등 핵심 광물 수출통제, 미국산 농산물·에너지 수입 중단으로 맞섰다. 결국 희토류 대체 방안이 없는 미국이 휴전을 요청하여 관세부과와 수출통제를 상호 1년간 유예하였다.

2. 중국의 굴기 : 아프리카, 아세안, 남미 주요 국가 교역에서 미국 추월

중국은 미국의 경제봉쇄에 맞서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수출 다변화로 대응하였다. 중국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9.3%였으나, 2024년 14.7%, 2025년(3분기까지) 11.4%로 심하게 감소하였다.

중국은 이미 한국, 일본, 베트남, 대만, EU, 남아공, 사우디, 러시아, 호주 등 120개국 이상에서 최대 교역국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제조업, 신에너지, 정보통신(5G), 첨단기술(AI, 양자역학), 철강, 화학, 조선업 등에서 세계 1위이다. 특히 제조업 부가가치(세계 30% 차지), 전기차 생산 및 선박 건조, 자연과학 논문 등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점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18~2024년 세계 태양광, 풍력, 배터리, 수소 기술 제조시설 투자의 80%를 중국이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연구기관 엠버(Ember)는 "각국은 중국과의 협력 속에서 에너지 전환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공급망 의존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이중 과제에 직면했다"고 전망했다.

중국–아프리카 교역 추이 (단위 : 10억 달러) [자료 : UN Contrade(2025.11)]

미국 우선주의 기조 속에서 중국은 일대일로로 세계를 연결하고, 아세안, 남미, 아프리카 등에 무역과 투자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였다.

남미의 경우,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여 최대 교역국이다. 중국은 최근 미국의 관세부과 주요 대상국인 멕시코, 브라질을 제외한 여타 남미 국가(아르헨티나, 칠레,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등)로 수출을 크게 늘렸고, 차관 연장, 항만 인수, 5G 네트워크 구축 등과 함께 승용차, 가전제품, 휴대품 등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남미 누적 투자액은 2024년 말 6,0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이는 중국 전체 해외 투자의 약 20%를 차지한다. 2025년 남미에 92억 달러의 신용을 제공하였고(금융지원은 위안화로 표시), 브라질은 중국에 48억 달러를 투자하였다. 중남미에서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국가는 23개이다(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에콰도르,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수리남, 칠레, 콜롬비아, 가이아나,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도미니카, 그레나다, 자메이카, 바베이도스 등)

특히 중국은 차베스 시기부터 협력을 강화하여 베네수엘라에 약 600억 달러(87조 원)의 차관을 제공하였다. 2023년부터 중국과 베네수엘라는 전천후 전략파트너로 협력을 높였고, 양국 상품 교역액은 2023년 41억 달러, 2024년 64억 달러, 2025년(11월까지) 60억 달러를 초과했다. 중국 전체 원유 수입에서 베네수엘라는 약 4%를 차지한다. 미국의 제재를 피해 그림자 선단, 제3국 선적으로 우회 수출 등이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로이터 통신과 Kpler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의 2025년 원유 수출량은 하루평균 77만 배럴인데 이중 50~80%가 중국으로 향했다.

베네수엘라에 중국의 48개 기업이 등록했는데, 업종분포는 석유 업종 11개, 공업 10개, 전력 생산 5개, 사회기반시설 5개, 전기통신 4개이다. 이들은 원유, 발전소, 철도, 철광석, 전기차, 통신망, 고수확 농산물 종자, 사회주택 6만 채 등을 생산·건설·보급하고 있다.

3. 미중 무역전쟁이 지정학적 충돌로 확전

중국과의 2025년 관세전쟁에서 패배한 미국은, 직접 대결보다는 중국의 약한 고리를 공략하는 간접대결로 전환하였다. 트럼프는 러시아, 중국, 조선 등 군사력이 강한 나라와의 대결은 피하고, 중국의 무역거래국 중 약한 고리를 공략하여 공급망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바이든 때부터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해 대중국 첨단기술 이전 금지, 중국산 제품 수입 금지 등을 압박해 왔는데, 최근에는 군사력이 약한 남미와 반정부 시위가 발생한 이란 등 중국의 주요 거래국을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공격은 미중 3차 무역전쟁으로 확산할 수 있다.

이란산 원유 목적지별 수출 규모 [자료 : 닛케이 아시아, 이투데이 재인용]

남미, 상품무역 대미·대중 비중(%) [자료 : IMF * 멕시코 제외]

트럼프는 먼저 미국의 앞마당이었던 남미를 공략하고 있다. 위 그림을 보면 2020년쯤부터 남미에서 중국이 최대 무역국이 되었다. 미국은 과거처럼 친미 정권을 세워 남미를 식민지로 만들고 중국의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한다. 이에 남미 반미자주노선의 중심지인 베네수엘라를 공격하여, 중국의 남미 거점을 빼앗으려고 했다. 마두로를 납치하고 정권을 교체하여 석유와 광물의 중국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쿠바에도 늦기 전에 미국과 합의하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차베스 이후 30년간 독립과 해방을 경험한 민중들을 다시 억누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미국은 이란의 반정부 시위를 지지한다며 “정부 기관을 점령하라, 도움의 손길이 가고 있다”라고 선동하고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에 25%를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압박하였다. 이는 내정불간섭의 국제법 위반이며, 독립 국가를 폭력적으로 전복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방위군을 투입하여 이민자를 체포·추방·사살한 미국은 남의 나라 주권을 침해할 자격이 없다.

반미 자주 국가인 두 나라는 자국 원유생산의 대부분을 중국으로 보내고 있는데, 중국 전체 원유 수입에서 베네수엘라는 4%, 이란은 14.5%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행위는 사실 중국봉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석유 수입에서 국가별 비중(%) [자료 : 중국해관(2024) * 이란은 블룸버그, 베네수엘라는 kpler에서 추정]

트럼프는 국유화로 쫓겨난 미국 석유 기업들이 베네수엘라에 재진출해 인프라를 재건하고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중국으로 가는 유조선을 미국으로 가도록 압박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은 미국인의 땀과 창의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를 차베스가 몰수한 것은 미국 재산에 대한 최대 규모의 도둑질”이라고 주장 했다. 베네수엘라 침공 작전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선포한 ‘돈로주의’의 실전 판이다. 19세기 먼로 독트린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정의한 이 전략은 서반구에서 미국의 배타적 지배권을 다시 세우겠다는 목표를 담고 있다. 2025년 국가안보전략(NSS)에 명시된 전략은 중남미 내 군사력 재배치, 반미 정권 축출, 이민자 강제 송환 등을 골자로 하여 주권 국가에 대한 무력 개입을 정당화한다.

중국 신화통신은 “미국의 패권적 행동은 국제법 규범을 짓밟고 국제 정의를 훼손한다”라며 “미국 우선을 국제 규범보다 우선하며 사회를 약자와 강자의 정글 시대로 끌어들이려 한다”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른바 ‘힘의 위치’에서 출발해 패권과 괴롭힘을 조장하고 평화와 발전의 흐름을 무시하며 역사의 흐름에 반해 난동을 부리는 것은 분명히 더 넓고 강한 반대를 불러일으키고 결국 유혈 사태로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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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와 접촉한 민간인’이 북에 무인기 보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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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6.01.19 14:03
  •  
  •  수정 2026.01.19 14:08
  •  
  •  댓글 0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근무했던 30대 오모 씨가 ‘내가 북한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일요시사]가 ‘12·3 내란’ 이전 오 씨가 국군정보사령부(정보사) 요원과 여러 번 접촉했다고 폭로해 주목된다.

정보사는 ‘12·3 내란’에 참여한 주요 부대 중 하나이다. 노상원 전 사령관과 내란 당시 사령관이었던 문상호 씨 모두 ‘내란 가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9일 오전 브리핑하는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 [사진 갈무리-ebrief]
19일 오전 브리핑하는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 [사진 갈무리-ebrief]

19일 오전 국방부 브리핑에서 해당 기사 관련 질문을 받은 이경호 부대변인은 “조금 전에 제가 기사를 봤다”면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가정적인 상황인데, 정보사가 민간을 포섭해서 무인기를 보냈다면 그건 군이 한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는가’는 의문에 대해서도 “제가 가정적으로 단정해서 말씀드릴 건 아닌 것 같다”고 대답했다. 

‘북한의 폭로 직후 군이 관여한 거 없다고 발표했을 때 정보사의 이런 활동에 대해서 인지한 상태였는지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 대해, 이경호 부대변인은 “당시 발표한 내용을 그대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다”고 피해갔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북측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지난해 9월과 지난 4일 남측이 무인기를 개성 상공에 보냈다며 “불에 타 멸살될 짓을 당장 걷어치워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지난 10일 국방부 김홍철 국방정책실장은 “1차 조사결과, 우리 군은 해당 무인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이 발표한 일자의 해당 시간대에 무인기를 운용한 사실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민간 영역에서 무인기를 운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부 유관기관과 협조하여 철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통일부 윤민호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무인기 사건 관련해서는 현재 관계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북한 반응 관련해서 모든 것을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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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부터 대선까지 생중계 시청자 1위 ‘매불쇼’, 슈퍼챗 1위 ‘뉴스공장’

한국언론진흥재단 시사 유튜브 분석 결과 조회수 1위는 ‘MBCNEWS’ 비상계엄 반대집회 현장 중계

“유튜브 라이브, ‘디지털 광장’ 기능 수행...‘뉴스공장’·‘매불쇼’, 핵심 이슈 담론 주도하며 높은 주목”

기자명정철운 기자

  • 입력 2026.01.19 07:38

▲'매불쇼' 진행자 최욱씨(왼쪽)와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

불법 비상계엄부터 조기 대선까지 격동의 6개월, 유튜브는 현실에서 ‘언론’ 또는 그 이상이었다. 우리는 이 기간 어떤 시사 유튜브 채널에 주목했을까. 최근 공개된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서 <유튜브와 저널리즘:계엄부터 21대 대선까지>에서 2024년 12월3일부터 2025년 6월3일까지 6개월간 유튜브 ‘뉴스 및 정치’ 분야 채널 데이터를 ‘플레이보드’로 수집해 조사한 결과를 내놨다. 소위 진보 성향 채널의 강세 속에 라이브 중심의 소비 패턴이 보였다.

이 기간 가장 많이 본 영상은 2024년 12월4일 업로드된 ‘MBCNEWS’ 채널의 <국회 앞, ‘비상계엄 반대’ 집회..이 시각 국회 - [끝까지LIVE]>로 조회수는 981만5790회(이하 수집시점 기준)였다. 2위도 2025년 1월15일 업로드된 ‘MBCNEWS’ <현직 대통령 첫 체포‥계엄 선포 43일 만 [LIVE]>으로 975만 945회였다. 3위는 같은 날인 1월15일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윤석열 체포 LIVE]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겸공뉴스특보>로 915만 680회였다.

이번 집계 결과 조회수 상위 10개 영상 중 7개가 ‘MBCNEWS’ 채널이었고, 1~3위 모두 편집된 뉴스 리포트가 아닌 현장 중계 형식의 속보였다. 이를 두고 연구진은 “대형 이슈 발생 시 유튜브가 레거시 미디어의 보조 수단을 넘어 실시간 정보 습득의 핵심 창구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으며 “유튜브 이용자들이 단순히 사건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 과정 전체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소비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MBCNEWS’ 구독자 수는 1월19일 현재 609만 명, 언론사 채널 중 독보적 1위다.

연구서가 ‘비언론’으로 분류한 뉴스 및 정치 분야 채널 중 가장 많이 본 영상 1위부터 20위까지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10개, ‘매불쇼’가 9개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진보 성향을 대표하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매불쇼’는 윤석열 대통령 체포 및 탄핵, 대선 등 핵심 이슈 담론을 주도하며 높은 주목을 받았다. 이들 채널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지지층에게 단순한 뉴스 전달을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이용자들은 레거시 미디어의 객관적 보도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욕구, 즉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이들 유튜브 채널에서 찾았던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유시민 작가 등 유력 논객이 출연한 영상들이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정치적 격변기에 시청자들이 단순한 사실 전달보다는 사건에 대한 해석과 의미 부여, 정치적 맥락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선호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라이브 영상의 동시 시청자 수 상위 100개를 취합한 결과에선 2024년 12월4일 ‘매불쇼’의 <윤석열, 김용현을 당장 내란죄로 체포하라!>편이 1위를 기록했으며, 해당 편의 최대 동시 시청자 수는 무려 103만5654명이었다. 2위~5위까지 라이브 영상은 <‘윤석열 탄핵안 두 번째 표결’ 국회 본회의>(2024년 12월14일, 79만3413명),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헌재 대심판정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2025년 4월4일, 78만6804명) 등 모두 ‘MBCNEWS’ 채널 영상이었다.

계엄부터 대선까지 6개월 슈퍼챗 수익 상위 채널을 뽑은 결과에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 4억2862만4692원으로 1위를 기록한 가운데 ‘신의한수’가 3억465만4017원 2위, ‘매불쇼’가 2억1009만2817원 3위, ‘한두자니’가 1억8023만8170원 4위, ‘사장남천동’이 1억7699만1092원 5위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신의한수’는 2025년 1월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며 “윤석열 체포 이슈가 지지층에게 강력한 위기감을 주었고, 이것이 ‘슈퍼챗 후원’이라는 집단적 행동으로 표출된 결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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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가장 두드러진 이용 행태는 녹화된 편집 영상(VOD)보다 실시간 라이브 방송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라며 “비상계엄 해제 직후나 윤석열 체포와 같은 결정적 순간에 ‘매불쇼’ 등의 채널에서 100만 명에 육박하는 동시 접속자가 기록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유튜브 라이브가 이용자들이 동 시간대에 접속하여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며, 집단적 효능감을 확인하는 ‘디지털 광장’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진 평가다.

연구서에선 시민들의 시사 유튜브 이용 행태 및 인식도 엿볼 수 있다. 성인 2300명을 대상으로 2025년 9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2019년 조사에선 유튜브 이용자 100명 중 54명(53.7%)이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시청했다면, 2025년에는 100명 중 76명(75.5%)이 유튜브 뉴스 이용자”라고 했다. 유튜브 뉴스 시청 빈도에서도 “하루에 여러 번 시청한다”는 응답자가 67.6%로 적지 않았다. 유튜브 뉴스 콘텐츠 규제를 누가 담당해야 하는지 물은 결과에선 ‘언론계나 시민사회가 감시’가 32.3%로 가장 높았다. 이어 ‘유튜브 등 플랫폼 회사 자율규제’(31.1%), ‘정부 직접 규제’(18.1%) 순이었다. 뉴스를 제공하는 개인 유튜버도 ‘기존 언론사와 같은 수준의 법적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한다’는 지적에는 72.2%가 동의했으며, 동의하지 않는 비율은 11.3%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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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공장, 텅 빈 거리···트럼프가 ‘좌표’ 찍은 그 도시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

수정 2026.01.19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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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남쪽으로 약 50㎞ 떨어진 찰로이는 인구가 4000여명에 불과한 작은 러스트벨트 도시다. 이 소도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9월 대선 유세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갑자기 전국적인 이목을 끌게 됐다.

“찰-로이, 이름은 참 아름답지만 실제론 그렇지 못한 곳이다. 아이티 이민자가 급증하면서 도시는 파산했고,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그가 이 말을 한 것은 TV 대선 토론회에서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의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와 고양이를 잡아먹는다는 유언비어를 내뱉은 지 불과 몇 주 후였다.

수십년 만에 반등한 인구, 트럼프 발언으로 싸늘하게 식은 희망

지난 10일(현지시간) 찰로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라는 맥킨 애비뉴와 팰로필드 애비뉴 일대를 걸었다. 토요일 한낮이었지만, 대로 한가운데 서서 360도 회전하며 둘러봐도 시야 안에 눈에 띄는 사람이 없었다.

거리의 상점 대부분은 비어 있었다. 가게 주인들은 폐업하면서 간판조차 떼지 않고 떠나버렸다. 유리창 안을 들여다보면, 버리고 간 가재도구들만 뽀얗게 쌓인 먼지 속에 뒹굴고 있었다. 수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집 앞에는 ‘임대’라는 팻말이 붙었다. 마치 영화에서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재난을 피해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남겨두고 떠나버린 도시 같았다.

1950년대 미국 펜실베니아주 찰로이의 풍경. 과거 유리·석탄산업으로 호황을 누렸던 이 도시는 한때 ‘매직 시티’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곳에도 영광의 시절은 있었다. 찰로이는 한때 ‘매직 시티’란 애칭으로 불렸다. 19세기 말 벨기에 이민자들이 세운 유리 공장과 철강·석탄산업 덕분에 경제는 날로 번성했다. 1920년대 미국 유리의 80%가 이 일대에서 생산됐다. 맥킨 애비뉴의 상가에서 찾을 수 없는 물건은 없었다. 오페라 하우스는 물론 미국 최초의 영화관인 일렉트릭 극장까지 들어섰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산업이 쇠퇴하고 공장이 이전하면서, 찰로이는 전형적인 러스트벨트의 전철을 밟았다. 계속된 인구 유출로 1만명 넘던 인구는 반토막이 났다. 빈곤과 절망으로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그러나 찰로이가 러스트벨트의 운명 앞에 줄곧 무기력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 번도 멈춤 없이 하강 곡선을 그리다가 2020년 결국 4000명선이 붕괴된 인구는 2021년 예상치 못한 반등을 시작했다. 아프리카, 특히 아이티에서 매년 수백명씩 밀려온 이민자 물결 때문이었다.

이들이 이곳까지 흘러온 계기는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에 냉동식품을 공급하는 ‘포스 스트리트 푸드’ 덕분이었다. 팬데믹을 거치며 냉동식품 수요가 급증했지만, 찰로이에서 젊은 일손을 찾을 수 없었던 공장 운영자는 인력 파견업체를 통해 이민자를 불러들였다.

아이티 이민자들은 빈 도시 구석구석을 다시 채워나갔다. 물류창고나 유리공장에서 일하고, 잔디를 깎아주고, 배달 일을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비어있던 상점을 저렴하게 빌려 샌드위치 가게나 캐러비언 음식점, 식료품점 등을 열었다. 추락하던 부동산 가격이 올라갔다. 주택 수요가 급증하자 집주인들은 방마다 세를 놓았다.

찰로이의 행정책임자인 조 매닝은 지난 12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은 주택과 상가 공실을 줄이고, 도시 곳곳에 노동력을 제공했으며, 근로소득세를 냈다”면서 “그들은 이 지역 경제를 살리는데 작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죽어가던 도시는 그렇게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는 듯 했다. 2024년 9월12일, 트럼프 대통령이 그 말을 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러스트벨트 소도시인 찰로이의 조 매닝 행정책임자가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아이티에서 온 이민자들이 찰로이를 장악해 범죄가 만연하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은 ‘좌표’가 됐다. 쿠클럭스클랜(KKK)이 찰로이에 들어와 백인들은 무장하라는 전단을 뿌렸다. 또 다른 인종차별 단체인 ‘패트리엇 프런트’도 아이티 이민자를 공격하라고 선동하는 메시지를 신호등 제어함 등 도시 곳곳에 붙이고 다녔다.

지난 11일 만난 랜디 오드 제일연합감리교회 목사는 그때의 일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학교 아이들을 위한 모금 행사를 할 예정이었어요. 모두가 각자 자기네 민속 음식과 옷 등을 가져오기로 했었죠. 그런데 행사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찰로이를 거론하면서 도시 전체가 쑥대밭이 된 거예요. 아이티 이민자들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공격할까 봐 너무 두려워했어요. 경찰관이 교회로 출동해서 경비까지 섰지만, 결국 참석한 아이티인은 한 가족뿐이었어요.”

찰로이 주민들이 요리 레시피나 정보 등을 교환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혐오 글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누군가 “아이티인들의 저녁 식사”라는 글과 함께 죽은 거위 사진을 올리면 “이들은 찰로이에 어울리지 않아”라는 댓글이 올라오는 식이었다. 행정부에는 이민자들 때문에 교통사고와 범죄가 늘어났다고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 전화가 쏟아졌다.

매닝은 “대통령의 발언 이후 그냥 다들 갑자기 미쳐버린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물론 급격히 늘어난 이민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혐오)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낸 적은 없었다”며 “대통령의 말이 (인종차별을) 정상적인 것처럼 허용해 주는 신호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러스트벨트 소도시인 찰로이 번화가의 풍경. 대부분 상가는 공실이었고, 오가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찰로이의 정체성이었던 유리공장 폐업…러스트벨트 진짜 위기 외면한 트럼프

그러나 그때 찰로이 앞에 닥친 절체절명의 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들쑤신 아이티 이민자가 아니라, 따로 있었다. 130여년 동안 찰로이를 지켜온 유리 공장이 문 닫을 위기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찰로이를 호명하기 일주일 전인 그해 9월4일, 모회사인 앵커 호킹은 모든 시설을 오하이오로 이전하고 찰로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도시 전체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파이렉스(주방용품에 사용되는 투명 내열 유리)는 찰로이의 정체성과도 같았다. 파이렉스 출시 100년을 맞았던 2015년엔 도시 이름을 100일 동안 ‘파이렉스’로 바꿀 정도였다.

공장이 폐업하면 350여개의 일자리가 한꺼번에 증발할 터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부모, 부모, 자녀가 3대에 걸쳐 일해 온 터전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공장 폐쇄에 대한 뉴스가 이 일대를 온통 뒤덮고 있었지만, 미국의 제조업을 살리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은 정작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찰로이의 유리공장. 130년 역사의 이 공장은 지난해 4월 폐업했다. 아직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간판이 그대로 남아있지만, 안은 텅 빈 공실이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결국 유리 공장은 지난해 4월 문을 닫았다. 지난 12일 찾은 공장 앞에는 여전히 코렐 브랜드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9개월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한 탓에 공장은 텅텅 빈 채로 방치돼 있었다.

찰로이에서 이 공장과 어떤 형태로든 연관된 사람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근처 주유소 편의점에서 카운터를 보고 있던 스테이시에게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을 아느냐고 묻자 “내 남편, 내 이웃, 내 이웃의 형제들, 내 가족의 절반이 다 거기서 일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해고된 사람들은 지금 다 어디로 갔냐고 묻자 “각지로 흩어졌다. 내 남편은 GE에서 일하고, 이웃 중 일부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클레이턴 코크스 공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일자리를 찾긴 찾았지만, 상황은 나빠졌다. 코렐 유리공장은 노조가 있고, 8시간 교대 근무와 유급휴식을 보장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스테이시는 “다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코렐 공장은 지역 사회에 뿌리내린 ‘평생 직장’이었다. 앞으론 이곳 사람들 누구도 그런 일자리를 다신 얻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게 파괴됐다”고 말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찰로이에서 문 닫은 공장은 이곳만이 아니다. 유리 공장으로부터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퀄리티 파스타’ 공장도 지난해 9월 폐업했다. 그곳에서 일하던 100여명이 일시에 해고됐다. 퀄리티 파스타 공장 길 건너편에 있는 대형 약국 체인점 ‘라이트 에이드’ 매장은 본사가 파산하면서 지난해 6월 문을 닫았다. 15명 가량의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찰로이 주민들은 이 지역 유일의 조제 약국이 사라진 후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퀄리티 파스타 공장과 라이트 에이드 매장 둘 다 아직도 새 인수자를 찾지 못해 공실로 방치돼 있다.

‘포스 스트리트 푸드’ 공장도 문을 닫을 뻔했다. 이 공장은 지난해 10월 폐업 신고를 했지만, 막판에 겨우 인수자를 찾는 데 성공해 북쪽 공장만 닫고 남쪽 공장은 계속 가동하기로 결정됐다. 지역 언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약 100명이 해고된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 스트리트 푸드 공장 노동자인 마리오는 “나는 원래 북쪽 공장에서 일했지만, 남쪽 공장으로 옮겨서 계속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너무 많은 일자리가 사라졌다”면서 “다행히 난 아직까지 일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지만, 내 처지도 언제 바뀔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을 살리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이 지켜졌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마리오는 “지금 이 나라에 제조업 일자리가 부족한 이유는 지난 20~30년 동안 진행돼 온 구조적 문제다. 그걸 하루아침에 되돌릴 수 없다는 건 안다”면서도 “하지만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서민을 위하는 척하는 사기꾼이라 생각한다. 그는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테이시도 트럼프 대통령이 유리 공장 폐업엔 아무런 관심조차 주지 않은 채 아이티 이민자만 공격한 것에 분노했다. 그는 “나는 지난 1년 동안 트럼프 정책으로 얻은 혜택이 아무것도 없다. 건강보험료는 올랐고, 음식값도 여전히 비싸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러스트벨트 소도시인 찰로이의 풍경. 도시를 가로지르는 이 철도로 아직도 석탄을 실어나르는 열차가 지나다닌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떠나간 아이티인들, 다시 텅 비어가는 상가와 집들

러스트벨트를 되살리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이 지역에서 지켜지지 않았지만, 적어도 아이티 이민자에 대한 그의 약속은 실행에 옮겨졌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제일연합감리교회에서 열린 예배에 참석했다. 아이티 이민자들을 반갑게 환영한 이 교회는 지난 몇 년 동안 영어·운전 교육, 산모 지원, 중고 의류 나눔, 법률 지원을 제공하는 등 이민자들을 위한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예배가 시작될 무렵 20여명의 아이티인들이 함께 차를 나눠타고 도착했다. 오드 목사는 “강제추방에 대한 두려움으로 지난해 아이티 이민자들이 찰로이를 대거 떠나면서 아이티인 교인이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고 귀띔했다.

오는 2월3일 아이티에 대한 TPS(임시보호지위)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찰로이의 아이티 이민자 인구는 더욱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TPS는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에게 임시 거주 및 노동 허가를 부여하는 특별 제도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아이티·온두라스·베네수엘라·엘살바도르·아프가니스탄 등에 대한 TPS를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러스트벨트 소도시인 찰로이에 위치한 제일연합감리교회. 이 교회는 아이티 이민자들에게 영어·운전 교육, 산모 지원, 중고 의류 나눔, 법률 지원 등을 제공하는 사랑방 역할을 했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예배 도중 돌아가며 각자의 기도 제목을 나누는 시간이 되자 아이티 교인인 아크나피는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아내를 대신해 말했다. “아내와 저는 같은 베이커리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 아내의 공장 출입카드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았어요. 아내를 포함해 수십명의 아이티 노동자들이 그 자리에서 한꺼번에 해고된 겁니다. 제 출입카드는 아직까지 작동하고 있지만, 저도 언제 해고될지 모릅니다.”

공장이 이들을 해고한 방식은 매우 무례했다. 다만 공장이 이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장 가동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막으려면, 2월3일 TPS가 종료되기 전 미리 새 인력을 충원해 둬야 하기 때문이다.

아크나피는 TPS가 종료된 후 어떻게 할 예정이냐는 질문에 “막막하기만 하다”고 답했다. 그는 2021년 조브넬 모이즈 당시 아이티 대통령이 한밤중 자택에서 갱단에 암살된 후 나라가 무정부 상태에 빠지자 TPS를 통해 미국으로 건너왔다.

보스턴을 거쳐 찰로이에 정착한 그는 이곳에서 처음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꿈꿔보게 됐다고 했다. 공장에서 일하고, 교회에선 통역 봉사를 했다. 아껴 쓰고 남은 돈은 아이티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송금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모든 것이 송두리째 뒤바뀌었다.

“아이티인은 개도, 고양이도 먹지 않습니다. 그런 말은 사실이 아니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았어요. 하지만 TPS가 종료되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아이티로 돌아갈 생각을 하면 극도로 두렵습니다. 생각해보세요.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그렇게 암살될 수 있는 나라라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 수 있겠습니까. 아이티의 상황은 매일매일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아이티인이 지금도 목숨을 걸고 세계 곳곳으로 피난처를 찾아 떠나고 있어요.”

찰로이를 떠난 이민자 중 고국으로 돌아간 라이베리아인과 나이지리아인은 있어도, 아이티로 돌아간 아이티인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오드 목사는 말했다. 일부는 캐나다로 재이주를 했고, 일부는 뉴욕 같은 피난처 도시로 떠났다.

가족같이 지내온 아이티인들이 한명 두명 떠나갈 때마다 오드 목사와 교회 사모인 메리는 “내 몸이 찢겨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고 울컥한 표정으로 말했다. 랜디 목사는 “이곳을 떠난 사람 중엔 내가 세례를 해 준 두 세 명의 아기들이 있다. 새로 태어난 아기에게 내 이름을 따서 붙여준 아이티 부부도 있다”고 말했다. 메리도 “분만실에 들어가기 무섭다고 같이 가달라고 부탁해서 출산 과정 전부를 함께 한 젊은 부부도 기억난다”며 “그들은 모두 우리 가족이었다”고 말했다.

오드 목사는 “이 도시는 벨기에 이민자에 의해 세워진 도시고, 나도 아일랜드 이민자의 자손”이라면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다 떠나면, 이 도시 경제는 어떻게 되살리겠단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 이 도시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난장판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의 러스트벨트 소도시인 찰로이에 있는 제일연합감리교회의 랜디 오드 목사와 메리 오드 사모가 경향신문과 인터뷰 후 사진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 옆에는 이민자 가정에게 전달할 기저귀가 쌓여 있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아이티 TPS 2월 종료…공장도, 노동자도 사라지는 찰로이의 미래는

그러나 이 도시에는 오드 목사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동의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2024년 대선 때 찰로이가 속한 워싱턴 카운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득표율은 62.43%를 기록했다.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36.93%)를 26%포인트나 앞지른 수치다.

지난 10일 주유소 앞에서 만난 데이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 동안 이 지역의 경제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좋지 않지만,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러 공장들이 문을 닫지 않았느냐고 묻자 “불법 체류자들을 너무 많이 고용했던 그 공장들을 말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민자가 도시 인구 증가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것을 굳이 부정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도심에 나오면 온통 아이티인들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곳은 더 이상 미국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몇 년 전부터 이곳에 거의 오지 않는다. 시내에 나갈 일이 있으면, 다리 건너 (옆 동네)로 간다”고 말했다.

다음 선거에서 공화당과 트럼프 대통령을 또 찍을 의향이 있냐는 질문에는 “우리 가족은 트럼프 강성 지지자라 그럴 것 같다”면서 “나는 그들만큼 강하게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민주당을 찍을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 있는 찰로이 커뮤니티 페이지에는 여전히 아이티 이민자를 비난하는 글이 끊이지 않고 올라온다. 누군가가 교통사고 현장 사진을 올리면 그 밑에는 “역시 아이티인들 짓” “어차피 2월이 되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댓글이 달린다.

스테이시는 일자리 수백 개가 사라진 지난 1년간의 경제적 상황이 이 지역의 트럼프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질문에 “이곳은 레드넥(보수적인 저학력층 백인)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라면서 “트럼프를 맹신하는 사람들에겐 공장이 문을 닫은 것도, 교통사고도, 그냥 모든 것이 다 이민자 탓”이라고 말했다.

매닝은 “어떤 사람들은 아이티 이민자들이 백인 주민을 밀어내고 그들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하지만 이곳엔 애초에 그들이 밀어낼 사람 자체가 없었다. 그들은 비어있는 도시를 채웠을 뿐이고, 그들이 하는 일은 미국인 그 누구도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2월에 TPS가 종료되고 아이티 노동자들이 대거 이 도시를 떠나게 되면 이제 다들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러스트벨트 소도시의 찰로이 주택가에는 ‘임대중’이라는 팻말이 붙은 빈 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 지난해 이곳을 떠나는 아이티 이민자들이 늘어나면서 빈 집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찰로이 | 정유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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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칼럼]대통령은 임기제 국왕인가 호민관인가

전우용 역사학자

histopia@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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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민주주의, 대통령에 관한 질문

'신흥귀족' 테크노크라트에 둘러싸인 대통령

검찰 계혁안 자문위원도 법조계 인사로 가득

검찰 행태에 대한 국민의 공분 해소방안 빠져

대통령 '제왕' 안되려면 시민 목소리 귀 기울여야

계엄의 밤, 시민에게 호소하던 초심 잊지 말아야

정부의 검찰개혁안이 입법예고되자 시민사회는 충격과 분노를 표시했고, 여당 의원 일부도 공공연히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정부와 여당, 정부와 시민사회 사이의 첫 번째 심각한 의견 대립이었다. 검찰청을 법무부 소속의 공소청과 행안부 소속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으로 분리하되 중수청 조직을 전문수사관과 수사사법관으로 이원화한 이 법안은 기존 검사와 법조인들에게 수사 지휘권을 독점시킨 것으로서, 검찰개혁론이 대두된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철저히 무시했다.

일부 정치검사’에게만 ‘검찰독재정권’ 책임 돌릴 수 있나

군사독재 시절 ‘정권의 개’로 불렸던 검찰은 1987년 민주화 이후에도 ‘친독재 반민주’ 성향을 청산하지 못했다. 독재체제 하에서 반민주적 엘리트주의를 체화한 한국 검찰은, 법치주의를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 세우려는 정치인들에게 늘 잔인했다. 검찰은 노무현, 조국, 문재인, 이재명 일가와 측근들을 상대로 표적수사, 먼지떨이식 별건 수사, 조작 수사를 일삼으면서도 자기들과 가까운 자들의 명백한 범죄 행위는 모른 체했다. ‘안면불상 김학의’, ‘99만 원 불기소세트’ 등이 세간의 유행어가 될 정도였으나 그들은 태연히 김건희의 주가 조작 범죄를 덮었다. ‘검찰독재정권’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윤석열 정권의 반민주적·불법적 행위에 수많은 검찰 출신 인사가 동참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작태들의 책임을 일부 ‘정치검사’에게만 돌릴 수 없는 데에 있다. 12.3 내란 이후에도 검찰은 지귀연이 헌정사상 초유의 ‘시간 단위 계산법’으로 윤석열을 석방시켰을 때 ‘즉시항고’하지 않았고, 내란죄 수사와 관련한 국수본의 영장 청구를 번번이 기각했다. 그들은 국민대중의 시선을 개의치 않고 내란 가담세력이나 내란 동조세력으로 의심받을 만한 행위들을 거리낌없이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내부에서 ‘자기 비판’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들의 비판은 ‘검찰개혁’으로만 향했을 뿐이다. 검찰개혁을 내란 종식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만든 것은, 검찰의 행태에 대한 국민일반의 공분(公憤)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왜, 국민의 공분(公憤)을 해소하기는커녕 가중시키는 개혁안을 내놓았을까?

 

지난해 3월 8일 석방된 윤석열이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경호차량에서 내려 걸어가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검찰이 즉시항고를 하지 않아 윤석열은 불구속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정부 검찰개혁안은 중세 길드식 ‘법률 전문가주의’의 산물

며칠 전,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 6명이 ‘정부의 입법예고안은 검찰 관계자들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사퇴했다. 이를 계기로 자문위원 전체 명단이 공개되었다. 전원이 전직 판사, 검사이거나 현직 변호사와 로스쿨 교수였다. 검찰개혁은 법조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떤 사람도 법과 무관한 영역에서 살 수는 없다. 검찰의 별건 수사나 조작 기소 피해자들을 빼고 법률가들끼리만 검찰개혁안을 논의하는 것이, 환자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 의사들끼리만 모여 의료개혁안을 논의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중세 유럽의 길드에서는 ‘장인(匠人)의 자격은 장인만이 인증할 수 있다’는 원칙이 통용되었다. 동업자의 수를 제한하여 구성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에 유효했던 이 원칙은 근대 사회로 재편되는 과정에서도 높은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는 전문 직종들에 계승되어 ‘전문가주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법률, 의료 등 인간의 안전, 생명과 직접 관련되는 직업 종사자들은 국가의 도움을 얻어 신규 진입 장벽을 높게 쌓음으로써 자기 직업의 권위와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들은 전문 직업인인 동시에 국가의 법률, 의료, 위생 등 정책 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로도 활동했다. 이번 정부의 검찰개혁안도 ‘전문가주의’에 따라 만들어진 셈이다.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주선으로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6명의 법조인과 교수들이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14. 연합뉴스

대통령 둘러싼 ‘신흥 귀족들’의 압박

1973년 <제왕적 대통령제(Imperial Presidency)>라는 책을 낸 미국의 역사가 아서 슐레진저는 민주국가의 바람직한 대통령상으로 ‘호민관’을 상정했다. 사실 영국 국왕 조지 6세의 통치권에서 이탈하여 1789년 대통령제를 처음 만든 미국인들에게도 대통령의 위상은 모호했다. 미국 정치사는 대통령을 임기제 국왕으로 보는 시선과 평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호민관으로 보는 시선이 중첩, 교차하면서 전개되었다. 왕국에는 반드시 귀족이 있으며, 국왕은 귀족의 대표 격이었다. 슐레진저는 대지주, 대기업가, 테크노크라트들이 사실상의 ‘귀족’이 되어 있는 현실에서 대통령은 ‘호민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24년 12월 3일 계엄의 밤,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로 가는 차 안에서 개인 유튜브를 통해 “시민 여러분, 국회로 달려와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그 호소에 응답하여 수많은 시민이 목숨이 위태로운 줄 알면서도 국회 앞으로 달려갔다. 그들이 내란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킨 주역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후 각 지역을 순회하며 타운홀 미팅을 가졌고, 방송을 통해 온국민에게 토론 내용을 공개했다. 국무회의 일부와 정부 부처 업무보고도 공개 대상이었다. ‘모든 국민의 의사를 국정에 반영한다’는 민주주의의 기본 이념을 실현하려는 조치였다. 그런데 이번 정부가 내놓은 검찰개혁 입법예고안이 만들어지는 절차는 이와 달랐다. 작년 8월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검찰개혁 대국민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이는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내란의 밤 국회로 달려온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대통령은 직책상 테크노크라트들에게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나 테크노크라트들의 의견에 압도되는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대통령 스스로 “시민 여러분 달려와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던 초심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가 처음 호소했던 사람들의 응답을 먼저 들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일정상회담을 위해 일본으로 떠나기 직전, 이 문제와 관련해 ‘당에서 숙의하고 정부에서 수렴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1월 20일 이 문제와 관련한 대국민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당은 전문가들보다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것이 대통령을 ‘제왕’으로 만들려는 ‘신훙 귀족’들의 압력을 해소하고 민주국가에 어울리는 ‘호민관형 대통령’을 만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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