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예문서원은 2일 오후 일본 도쿄도 도쿄대학 고마바 캠퍼스에서 ‘전후50년+30년의 현재부터 세계에 말을 전한다’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 - 통일뉴스 조정훈 통신원]
전후 80년인 올해 8.15을 앞두고 일본 정부의 담화 발표 여부가 주목받는 가운데, 전후 일본의 책임론을 강조해 온 다카하시 테츠야(高橋哲哉) 교수는 “행동없는 담화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2일 오후 일본 도쿄도 도쿄대학 고마바 캠퍼스에서 동아시아예문서원 주최로 ‘전후50년+30년의 현재부터 세계에 말을 전한다’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다카하시 테츠야 도쿄대 명예교수는 전후 80년 일본 정부의 담화 발표 여부를 두고 “한국과 중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전후 80년 담화를 기대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일본 정부가 담화 발표를 준비하고 있는지조차도 알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형식으로 일본 정부가 담화를 발표하더라도 매우 부족할 것”이라고 짚었다. 올해는 1995년 무라야마담화 발표 30년이 되는 해인데, 무라야마담화는 식민지 침략에 대해 반성을 담았지만 말에만 그쳤을 뿐 후속 조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독일의 경우, 독일 대통령의 과거사 관련 발언이 홈페이지에 매우 상세하게 나와 있다. 말에 그치는 것뿐만 아니라 독일의 침략을 당한 국가를 방문해 전쟁피해 관련 지역을 방문한다. 현장을 방문해 말의 무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2023년 11월 탄자니아 손게아를 방문해 식민지배를 사죄했고, 2024년 8월 폴란드 바르샤바를 방문해서도 독일 나치의 범죄에 대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일본 역대 총리들은 독일과 같은 행보를 보이지 않았던 것. 이에 다카하시 교수는 “총리가 서울이나 베이징 등을 방문해 전쟁 책임에 대한 행동을 보여야 한다. 그러한 행동이 없이 담화만 발표하는 것은 매우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토론회에서는 일본 문예평론가 가토 노리히로(加藤典洋)가 ‘패전후론(敗戰後論)’을 발표한 지 30년을 맞아 현재 일본의 우경화 흐름을 연계시키기도 했다.
가토 노리히로는 1995년 1월 잡지 <군상>에서 발표한 ‘패전후론’에서 “식민지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필요하지만 먼저 전쟁에서 죽은 일본인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해 좌우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에 다카하시 교수가 반박을 하면서 전후 책임론에 대한 논쟁이 활발히 벌어졌다.
가토의 주장은 최근 실시된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우선주의’를 내세워 약진한 참정당과 결이 같다는 지적이지만, 30년 전보다 우경화된 현재 일본 사회에서 가토의 주장은 현재 좌경화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테 키요부(伊達聖伸) 도쿄대 교수는 “30년 전 우익 쪽에 가까웠던 가토의 주장이 지금은 좌경화 취급을 받는다”며 “아베 정권의 영향이 남아 있는 것이다. 아베 정권이 만든 정치적, 사회적 보수화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고, 참정당이 약진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미마키 세이코 도시샤대 교수, 수도 테루히코 도쿄대 교수 등이 발제자로 나섰으며, 200여 명이 참가했다.
2029년 12월 개항. 가덕도 신공항의 공식 일정이다. 국토교통부는 애초 부산엑스포 행사에 맞춰 공항 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부산 엑스포가 물 건너간 것은 잘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부산 엑스포 행사 시점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완공 시점을 연계하는 것 자체가 애초부터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애초 2035년에 개항 예정이었지만 부산엑스포를 고려하여 2029년으로 당겨진 것이다. 정부와 언론은 가능하다고 말하지만, 현장의 목소리와 공사 현실을 들여다보면 이 계획은 거의 환상에 가깝다. 이는 건설 현장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이 일정이 얼마나 비현실적인지 알 수 있다. 해수를 메우고 산을 깎아 엄청난 양의 바윗덩어리와 흙모래를 운송해서 바다를 메워서 공항을 조성해야 하는 초대형 인프라 공사를 불과 5년 만에 완공하겠다는 자체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국토부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공기 연장문제로 공사 포기를 하면서 다시 재입찰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 그 공사 기간을 맞춰줄 건설사는 없을 것이다. 신공항 건설이 매립지반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부등침하 방지 대책도 없이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안전성과 유지비는 국가가 오롯이 떠안아야 한다. 이웃 일본의 국제공항인 간사이 국제공항도 애초 50년간 11.5m의 부등침하를 예상했지만 불과 개항 6년 만에 기반침하가 11m나 진행되어 긴급하게 보수 공사를 하고 해안 제방과 방조제 및 인공섬을 복구하는데 2천억 원 이상을 투입되었다는데 유사한 입지환경을 가진 가덕도 신공항 건설 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례이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은 설계 변경과 공사비 증액이 불가피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가덕도는 해저지반 특성상 변수가 많다. 해저지반은 조사할수록 변수투성이이다. 단단한 암반에 닿을 때까지 파일을 박고, 침하를 방지해야 하며, 추가 매립·보강공사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어떤 계약서를 들이밀어도, 공사는 계획보다 수년 길어질 것이고, 총사업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이는 수시로 설계 변경을 유발하고, 공사 기간을 몇 년 단위로 늘어지게 만든다. 실제로 국내 항만·공항·철도·교량 등 유사한 대형 건설 공사에서 이미 수없이 반복된 사례이자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다. 아무리 계약상 공사 기간과 준공 일정이 명시되어도, 현장에서는 예외 없이 지연과 추가 비용이 발생해왔다.
그 이유는 건설업자들이 막상 시공에 들어갔을 때 지형과 지반 구조상 예상치 못한 부분이나 자연재해 적인 요인 등으로 인하여 난공사가 발생할 수 있고 추가적인 공사를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기 때문에 계약상 공기는 자연스럽게 연장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서 추가적인 설계 변경을 통하여 공사비도 증액이 되기 마련이다. 국토부는 신공항 공사비를 대략 13조 원 정도로 예상하나 KDI 조사에 따르면 공사비는 16조 원 이상 될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현대건설이 6개월간 신중한 검토 끝에 공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다른 건설사들 역시 그러한 리스크를 안아야 하므로 선뜻 입찰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 설령 다른 건설사들이 재입찰에 나선다 하더라도 그 경우는 부실한 공사와 공사 기간 등의 검토는 제쳐두고 일단 입찰을 따고 보자는 계산일 수도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이다. 2021년 2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불과 23일간의 심사를 거쳐 국회를 통과했다. 당시 부산시장 보궐선거와 다음 해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무슨 일인지 한목소리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함께 수차례 입지 평가에서 최하위를 받았던 가덕도가 단숨에 최우선 입지로 올라섰다. 예비타당성조사는 면제됐고, 전략환경영향평가도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항공대학교 컨소시엄의 "가덕도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연구 용역" 결과를 보더라도 비용 편익(B/C)분석이 0.51~ 0.53으로 경제성의 최저 기준인 1.0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정치인과 지자체에서 써먹기 좋은 문구를 빌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밀어붙였다.
▲ 아미산에서 바라보는 낙동강하구와 가덕도 풍경. ⓒ습지와새들의친구
가덕도 건설 시 세계적 멸종위기종 상괭이가 사라진다면
가덕도에는 멸종위기종인 상괭이가 서식 중이다. 상괭이는 웃는 얼굴의 토종 돌고래인데 매년 1100마리 이상이 그물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그물에서 꺼내어 바다로 돌려보내도 생존하기 힘들다고 한다. 가덕도 신공항 활주로 건설로 인해 바다가 매립되면 당연히 물흐름이 바뀌게 되어 상괭이의 먹이인 숭어 떼가 이동을 하게 되고, 먹이사슬이 깨지면서 가덕도 앞바다의 생태계가 위험에 처하게 된다. 이러한 생태 환경 파괴는 가덕도뿐만 아니라 새만금 신공항과 최근 논란이 되는 경기 국제공항도 매 한 가지다. 최근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이나 경기 국제공항의 경우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거나 해양수산부의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거나 람사르 습지로 등재할 예정이다. 갯벌과 습지와 해양에 사는 수많은 희귀 동식물의 보호는 우리 세대의 책무이고 다음 세대에 온전하게 물려줄 자연유산으로 마구잡이식으로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짓이다.
신공항 건설의 경제성과 타당성이 매우 부족하다. 최근 국내공항의 신규 건설 붐이 일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경기국제공항 등 이미 국내 15개의 공항이 있으나 이 중 11개 공항은 만성 적자에 허덕이고 있으며, 운영적자로 인해 폐업위기에 처해 있다. 현재 추진 중인 새만금 신공항 역시 전북특별자치도의 지역 인구 경제적 특성상 여객은 물론 수출 화물을 창출할 수 있는 뚜렷한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도 거의 없고 물동량 창출의 기반인 배후 도시와 산단 및 인구가 턱없이 적은 현재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설령 신공항이 건설 운영되더라도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사의 입장에서 과연 새만금 신공항에 장거리 항공노선의 신규취항을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공항 이용의 고객은 항공사이고 그 항공사의 고객은 항공기 승객과 화물 운송을 위탁한 화주 기업이기 때문에 항공사의 수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정부와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공항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최근 추진 중인 신공항의 경우 공항건설의 타당성 즉 경제성 지표인 B/C를 1.0 이상으로 만들기 위하여 자의적으로 데이터를 넣어 수요는 부풀리고 비용은 최대한 축소하는 식의 연구용역 결과가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한다. 특히 가덕도 신공항, 대구·경북통합 신공항, 새만금 신공항, 경기국제공항의 경우 여객만으로는 수요부족으로 공항건설의 타당성과 경제성 입증이 곤란하게 되면서 항공화물 수요를 임의로 창출하여 마치 물류 수요 측면에서 공항이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와 주장을 펴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코로나-19 펜데믹과 러-우 전쟁, 이-하마스 전쟁, 미·중 디커플링 전략, 관세 무역 전쟁, 기후변화 등 세계 경제의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변동성 여기로 인하여 세계 경제 성장률이 거의 정체 수준이고 한국 역시 올해 1% 미만의 성장률을 수정 예측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먼로주의, 관세 무역정책, FTA의 파기, 국제기구의 탈퇴 등 전 세계 국가를 위협하는 수준의 정책으로 인해 해상화물 수요는 물론 항공화물의 수요가 거의 증가하지 않고 항공운임 역시 답보상태다. 게다가 최근 그간 미국이 적용해온 전자상거래 물품에 대한 개인 관세면제 제도가 폐지됨에 따라서 알테쉬 등 이른바 차이나커머스의 항공화물 물동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항공화물 시장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필자가 물류와 무역 분야에 40년 이상 일하고 있으나, 그간의 많은 경험측상 최근 세계 경제와 한국경제의 위기는 기후위기와 전쟁과 펜데믹과 국가간의 갈등과 자유무역의 퇴보 등 다양한 원인과 변수에 의해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이 되고 점점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드는게 아닌가 싶다.
항공수요는 국내 GDP 변화, 세계 정치 경제의 변화, 코로나 19와 같은 펜데믹, 그리고 정치적 불확실성 등 다양한 요소를 반영해야 하는데, 이러한 국제적이거나 세계적인 사건들을 배제하고, 국토교통부의 공항부문 사업의 수요예측 방법론 관련 지침에 의하면 국제선 수요예측은 계량경제모형을 활용하여 장래 항공수요를 예측하도록 하고 있다. 세계 GDP와 여객킬로당 실질 여객수입을 변수로 계량경제모형을 통해 장래 수요예측하는 국제항공기구(ICAO)와 항공사별 수요예측 의견을 수렴하여 종합적인 예측 실시하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전망치를 단순 정량적인 증가추세를 반영한 모델 등 여러 수요예측 모델이 있으나 이들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건 무리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침체, 1인당 GDP의 변동, 정치·경제적인 불확실성 등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수요예측으로, 오히려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발 자유무역의 쇠퇴에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국가 간 협정으로 국내법보다 상위 적용되어야 하는 FTA의 일방적인 배제와 폐기 등 WTO가 규정하는 다자간 자유무역을 축소하는 환경변화는 항공화물의 감소와 더불어 공항에 대한 수요 감소로 이어지고 기존의 공항 운영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공항 간의 극심한 경쟁 구도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여객과 화물에 대한 막연한 수요예측을 대입하여 경제성을 부풀리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이고, 설령 신공항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개항 시 운영적자에 시달리게 되며 그 천문학적인 건설비용과 이자 그리고 운영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가덕도 신공항은 원래 건설에 대한 타당성이 매우 낮은 부정적 입지였다. 그 이유는 김해국제공항의 여객수송 취급 능력이 부족하게 됨에 따라 새로운 공항을 건설해야 할지 아니면 기존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해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고, 그러한 컨설팅용역을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세계적인 공항건설 컨설팅회사이자 파리공항공사의자회사인 파리공항공단(ADPi)에 발주를 한 것이다. 그 컨설팅용역의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파리 공항공단의 사전 타당성 조사 결과는 굳이 천문학적인 국가재정을 투입하여 새로운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기보다는 기존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해서 사용하는 김해신공항 계획으로 결론이 난 것이다. 당시 김해신공항 확장공사는 2016년 정부의 연구용역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영남권 5개(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지자체 단체장의 합의하에 진행되었는데 그 당시 세계적인 공항컨설팅 업체의 용역 결과를 부·울·경 지자체장들이 이의 없이 수용하기로 합의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러한 합의를 무참하게 깨 버린 것이다. 당시 국토부는 이 안을 최종 확정했고, 5개 단체장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울·경 단체장을 중심으로 파리공항공단(ADPi)이 제시한 신공항을 건설할 경우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며 백지화를 요구했다. 사실상 세계 최고의 공항건설컨설팅 회사의 결정을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와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회사인데도 말이다.
이제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적 셈법에 따른 초고속 추진을 해왔다. 그리고 수년 전부터 부·울·경의 행정적 정치적 통합과 확장에 대한 열망과 해당 지역 주민의 표심을 의식한 나머지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한다는 것은 어느새 온데간데없고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었다. 공항 개발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의 입장과 무관하게 여야 정치권과 지자체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하여 담합이라도 하듯이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와 전략 환경영향 평가까지 건성으로 실시 한 것이었다 이처럼 법과 제도를 무시한 채, 정치 일정에 맞춘 인프라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는 가덕도 신공항이 안정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7대 항목에서 모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런데도 사업은 대통령 지시 한 마디에 따라 조기 개항을 전제로 진행되고 있고,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에도 일정은 바뀌지 않았다. 이쯤 되면 행정이 정치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정치가 국가 인프라를 자기 돈 쓰듯이 마음대로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격이다.
공사는 기술이지만, 인프라는 철학이다. 설계와 입지, 공사 기간과 공법, 재원과 타당성까지 고루 고려한 공공적 숙의가 있어야 진짜 인프라다. 15조 원 이상이 들어가는 초대형 국책사업이다.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재정이 투입될지도 모르는 국책사업을 법과 제도도 생략한 채 심지어 국회의 일방적인 입법행위 하나로 간단히 통과시키고 나서 이제 추진 속도만 강조해선 안 된다. 안전, 자연환경, 여객과 화물의 이용수요 등 중요한 것들을 외면한 공항 개발은 언젠가 국민 혈세를 가중할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거대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도 모른다. 지금 가덕도 신공항은 그 기본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 공항을 정치 이벤트와 지역 표심에 호소하여 졸속으로 짓는다면, 그 후과는 모두 국민이 짊어지게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신공항 건설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의 박인철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6차 세계국회의장회의에서 러시아·몽골·베트남·라오스 대표와 회담했다고 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최고인민회의 대표단이 7월29~31일 제네바에서 진행된 제6차 세계국회의장 대회에 참가했다”며 “최고인민회의 의장 박인철 동지는 국제의회동맹 위원장과 총서기, 로씨야(러시아)연방의회 의장, 몽골국가대회의 의장, 윁남(베트남)인민회의 의장, 라오스민족회의 부의장과 각각 만나 담화를 했다”고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러시아 대표가 “조선을 지지하는 로씨야의 입장은 불변하다”고, 몽골 대표는 “조선인민이 앞으로도 보다 큰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은 박 의장이 회의에 참가한 중국의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만났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이 브라질·파키스탄·러시아·카자흐스탄 의회 지도자들과 회담했다고 1일 보도했을 뿐 북한 대표와 만남은 언급하지 않았다. 요컨대 박인철 의장과 자오러지 상무위원장의 회담은 없었다는 뜻이다.
회의에는 우원식 국회의장도 참석했으나, 박인철 의장과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세계국회의장회의는 국제의원연맹(IPU)이 2000년부터 5년마다 여는 ‘의회 정상’ 회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과 어찌 손을 잡을 수 있겠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는 전당대회 종료 직후부터 '협치'보다는 '내란 척결'이란 강경 메시지를 쏟아내며 국민의힘에 대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특히 국민의힘 정당해산 심판 청구와 관련해선 "내란특검을 통해 국민의힘 내부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며 임기 내 추진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정 대표는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뒤 기자들과 만나 "아직도 윤석열을 옹호하는 세력이 국민의힘에 있다면 그들과 어찌 손을 잡을 수 있겠나"라며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여야 개념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헌법을 파괴하려 한 세력과,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 세력이다"라고 정의했다.
정 대표는 당심과 민심이 다르지 않다며 '개혁 당대표' 이미지도 부각했다. 그는 "당원들의 마음과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일치한다"라며 "지금 국민들의 요구는 검찰·사법·언론개혁을 추석 전에 끝내라는 것이다. 개혁에 따르는 저항은 제가 온몸으로 돌파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전당대회 결과와 관련해선 "이재명 대통령도 정청래도 당의 주류가 아니었다"라며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건 민주당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뜻이고, 정청래가 당대표가 됐다는 건 이제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이날 전당대회에서 누적 득표율 61.74%를 얻어 이재명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 잔여 임기 1년 동안 대표직을 수행하게 됐다. 다음은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
"국힘 내란 동조 밝혀지면 당대표로서 현명하게 판단"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선출된 후 당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 대주주 양도세 기준 때문에 여론이 안 좋은데 재검토할 건가. 현재 세제 개편안에 대한 입장은.
"오늘은 전당대회 관련된 것만 물어보면 좋겠다."
- 협치보다 내란 척결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내란 정당 해산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12·3 비상계엄과 내란을 통해 계엄군에게 총을 들려 국회로 쳐들어왔다. 헌법을 공격하려 했고 파괴하려 했다. 사람을 죽이려 했다. 거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이 먼저다. 그러지 않고는 그들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하게 반성하고 사과해도 모자란데 아직도 윤석열을 옹호하는 세력이 국민의힘에 있다면 그들과 어찌 손을 잡을 수 있겠나.
내란특검을 통해 윤석열 내란수괴 피의자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 내란 동조 세력과 내란 방조자·협력자들이 있다는 게 밝혀지면 자연스럽게 위헌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당대표로서 현명하게 판단하도록 하겠다."
- 선거운동 기간 전반에 걸쳐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선거운동을 하면서 힘들고 어렵다고 느꼈던 지점이 있나.
"선거운동 기간 내내 현장에서 당원들의 눈빛을 너무나 많이 봤고 당원들의 열기를 느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오직 당원만 믿고 여기까지 달려왔다. 혹시 힘들고 외롭고 쓸쓸할 땐 어떡하지 생각했는데, 솔직히 그럴 때는 별로 없었다. 현장에 가면 당원들 많은 지지와 열기를 느낄 수 있어서 위로가 됐고 힘차게 뛸 수 있었다.
당심과 여의도의 마음은 일치하지 않는다. 선거공학, 정치공학, 언론공학에 의해 기계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행태는 취재를 열심히 하면 앞으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 집권여당 수장이 되면서 여야 관계 설정도 중요한 과제일 텐데,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하는 등 향후 야당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건가.
"지금은 내란과의 전쟁 중이다. 여야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말살하고 헌법을 파괴하려 한 세력과, 헌법과 민주주의를 수호하려 한 세력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지난 6개월간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키라는 준엄한 명령을 했다. 저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당원이 가라는 대로 갈 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 경제도 굉장히 어렵다. 여당 대표로서 첫 번째 민생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나 정책으로 생각하는 게 있나.
"전당대회 기간 내내 싸움은 제가 할 테니 대통령은 일만 하라고 말씀드렸다. 개혁은 국회에서 입법으로 하는 것이다. 그 입법을 통해 민생도 보살피는 것이다. 국회와 민주당 대표로서 저는 개혁 작업을 속력을 내서 할 것이고, 행정부에서 민생을 보살피는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면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 개혁 과정에서 당심과 일반 여론이 거리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할 건가.
"당심과 민심이 틀리지 않다. 다르지 않다. 민주당 당원들의 마음과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일치한다. 지금 국민들이 요구하는 건 검찰·사법·언론개혁을 추석 전에 끝내라는 것이다. 그것이 지상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개혁엔 저항이 따르게 돼 있다. 저항은 제가 온몸으로 돌파하겠다."
- 권리당원에선 많은 표를 얻었고 대의원에선 (박찬대 후보보다) 조금 뒤지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차이는 무엇이라고 분석하나. 내란 청산, 이재명 대통령 뒷받침 등 (두 후보의) 입장이 거의 비슷했는데 어떤 요인이 승패를 갈랐다고 보나.
"전당대회가 끝났다. 전당대회에 대한 표 분석은 언론인들이 해주길 바란다. 저는 민주당 당원과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당대표가 됐기 때문에 그것으로 오늘 행사는 끝났다고 생각한다. 여러 좋은 분석은 언론인들이 해주시길 부탁드린다.
박찬대 후보께는 포옹을 하면서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보자고 했다. 박찬대와 정청래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안 헤어질 결심'을 여러 차례 했다. 헤어지지 않고 손잡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함께 나아갈 것이다. 박찬대와 정청래, 정청래와 박찬대는 헤어질 수 없는 정치적 동지다. 선거 때 혹시 두 사람의 헤어짐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빨리 접으셔야 할 것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2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경쟁했던 박찬대 후보와 포옹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장준하 선생은 일본군에 징집됐다가 1944년 중국에서 목숨을 걸고 병영을 탈출했다. 탈출 후 광복군으로 편입돼 미 OSS 훈련을 받고 국내 침투를 계획하다가, 급격히 이루어진 일본의 항복으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광복 후 백범 김구 선생의 비서로 환국했다. 장 선생은 박정희가 5.16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자 <사상계> 잡지를 발행하는 언론인으로, 그리고 생애 막바지에는 제7대 야당 국회의원과 재야 민주투사로 줄기차게 박정희 독재에 맞서 싸웠다. 독립군 출신으로, 일본군 장교 출신 박정희의 숙적일 수 밖에 없었던 그는 박정희 유신독재가 절정을 치닫던 1975년 8월 17일 인적 드문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사했다. 독재권력이 내세운 공식 사인은 실족사였지만 민주진영에서는 아무도 그 발표를 믿지 않았다. 그의 두개골 후두부에는 둔기로 맞은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직경 6cm의 큰 함몰 자국이 있었다. 그는 조국의 광복과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일생을 바친 ‘대한민국의 진정한 애국자’였다.
중앙정보부 기록에서 명백히 드러난 장준하 탄압 흔적
나는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썼는데 그중에 두 권이 이 분, 장준하 선생에 대한 이야기다. 한 권은 그의 40주기 되던 2015년에 쓴 평전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이고, 다른 한 권은 2003년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 조사관으로서 그의 사인 의혹을 추적한 책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이다. 나는 이 책을 쓰기 위해 1960년대 이후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가 작성한 장 선생 관련 미행 사찰과 도감청 기록을 입수하여 샅샅이 살펴봤다. 이를 통해 박정희 독재 정권이 얼마나 악랄하게 장 선생을 탄압했는지 똑똑히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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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상만 지음 '중정이 기록한 장준하' '장준하, 묻지 못한 진실'.
기록 중에는 장 선생이 집 안방에서 통화한 전화통화 내역도 많이 있었다. 일상의 소소한 통화조차도 중정은 엿듣고 있었던 것이다. 장 선생이 어디를 갔으며 누구와 만났는지는 기본이었다. 이처럼 자신이 철저히 감시되고 미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장 선생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생애 마지막에 이르러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집에서 마당 변소간(화장실)을 가는 것조차 감시받으며 살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특히 1973년 12월 장 선생이 주도한 ‘개헌 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이 일주일 만에 무려 30만 명의 국민이 참여하는 등 폭발적 반응을 일으키자 그 감시와 탄압은 극에 달했다.
그렇게 관련 기록을 읽던 중 나는 한 대목에 이르러 결국 분노로 인한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잔인해도 이리 잔인할 수 있을까. 1974년 1월 26일에 있었던 장준하 선생의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피의사건’ 증인신문 조서를 읽으면서였다. 대통령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꾼 유신 악법을 개정 이전의 헌법으로 돌려놓으라는 요구를 담은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을 주도한 것이 장 선생의 죄였다. 처음엔 재판을 받는 장 선생이 인간적으로 진심 불쌍하다는 연민을 느끼다가, 마지막엔 독재자 박정희를 향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유죄 정해진 법정에 부인과 자녀를 증인으로 세운 독재정권의 잔인함
그러한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세 사람이 있었다. 장 선생이 구속되기 전, 74년 1월 11일 <크리스찬 사이언스 모니터> 도쿄 특파원 엘리자베스 폰드 기자와 <뉴욕타임스> 도쿄 특파원 비터 휠드 기자를 집에서 만나 유신헌법을 비난하는 인터뷰를 한 사실, 그리고 그에 앞서 74년 1월 9일 미국 대사관 소속 정치담당 2등 서기관 보드만의 숙소에 가서 면담한 사실을 입증할 증인이었다. 그들에게 유신헌법을 비난한 것이 죄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재판의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한 순간 나는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증인이 장 선생의 부인 김희숙 여사와 장남 장호권, 장녀 장호경이었기 때문이다.
알려진 것처럼 긴급조치 위반 재판은 형식적이었다. 민간인 신분임에도 군사재판에 회부하였고 기소 자체가 이미 유죄였던 것이다. 그런 재판에 불리한 증언을 하라며 부인과 자식들을 증인으로 끌고 온 독재자 박정희. 그때 법정으로 끌려나온 처, 자식을 바라보고 있었을 장 선생의 심정을 생각하니 나는 정말이지 눈물이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사랑하는 남편과 아버지의 구명은 고사하고, 해서는 안 될 진술을 강요당하고 있던 그 가족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이것을 두고 어찌 박정희 18년 통치를 ‘독재’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결국 1974년 1월,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죄’로 구속된 장 선생은 군사 재판정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는다. 그의 나이 56세. 선고받은 징역을 다 살고 나오면 71세의 노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놀라운 음모가 숨어있었다. 당시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수명은 60대 초반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도 좋지 않은 장 선생이 어찌 15년형을 다 살고 71세에 석방될 수 있을까. 결국 박정희의 진짜 목적은 장 선생을 영원히 감옥에 격리시키는 것이었다.
병중에도 투쟁 멈추지 않았던 장준하 선생
하지만 박정희의 음모는 무산된다. 1974년 12월 3일, 장 선생이 병보석으로 석방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미국이 장 선생의 즉각 석방을 외교적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 선생의 반독재 투쟁은 멈추지 않았다. 감옥에서 얻은 깊은 병에도 불구하고 장 선생은 감옥을 나오자마자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실은 2004년 3월 어느 날, 당시 ‘대통령소속 의문사 진상규명위’ 조사관으로서 법정 스님을 길상사로 찾아갔을 때 직접 들은 것이다. 「무소유」로 널리 알려진 법정 스님의 증언이다.
“1974년 12월 말이었어요. 구속되었다가 11개월 만에 석방된 장 선생이 서울 종로 조광현 내과에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갔습니다. 장 선생이 엄청 반가워하며 안부 인사를 나눈 직후 갑자기 부탁이 있다며 자신의 베개 밑에서 한 뭉치의 서류를 꺼내 저에게 건넸습니다. 그러면서 누구 누구를 만나 서명을 받아달라고 말했지요.”
나는 법정 스님의 말씀에 귀가 번쩍 트였다. 다가서며 “그것이 무엇이었나요?”라고 여쭙자 스님은 ‘유신헌법 개정을 위한 제2차 100만인 서명지’였다고 답하셨다.
그랬다. 나는 독재자 박정희가 왜 1975년 8월 17일 포천 약사봉에서 장 선생을 죽일 수 밖에 없었는지 법정 스님의 증언을 듣고 확신했다. 영구집권을 꿈꾸던 독재자에게 장준하는 결코 살려둘 수 없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결국 그의 일상생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다가 인적 드문 포천 약사봉에서 ‘제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늘의 민주주의 밑거름 된 장준하의 치열했던 반독재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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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날로부터 어느덧 50년 세월이 흘렀다. 올해 50주기를 맞이하며 그 분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다양하게 준비되었다. 먼저 8월 11일(월)부터 17일(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3층 로비에서는 ‘장준하 아카이브 사진전’을 연다. 개막식은 11일(월) 오후 2시. 이어 같은 날인 11일(월) 오후 3시부터는 ‘집중 강연, 장준하를 말한다’ 행사가 개최된다.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이부영 전 의원(‘장준하와 한국 민주주의’), 손남훈(‘권력에 저항한 시대정신, 사상계’), 고상만 전 조사관(‘장준하 선생은 타살되었다’)이 차례로 강연한다.
또한 8월 17일(일) 오전 10시에는 파주 ‘장준하 공원’에서 <장준하 선생 50주기 추모제>가 거행되며,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서울 안국동 소재 노무현 시민센터에서 ‘내 영혼 노을처럼 번지리’라는 주제로 <장준하 선생 서거 50주기 추모음악회>가 개최된다. 일제 식민지배와 독재권력에 일생을 통해 항거한 고 장준하 선생. 우리 역시 그의 정신을 잊지 않아야 옳지 않겠나. 이를 다짐하는 50주기 추모행사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함께 할 것을 기대한다.
주한미군이 올해 초부터 상하가 뒤바뀐 동아시아 지도를 활용해 내부 교육을 진행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이 지도는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의 지시에 따라 제작된 것으로,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캠프 험프리스(주한미군 사령부)를 중심에 두고 있다.
지도에는 일본 도쿄, 중국 베이징,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북한 평양, 베트남 하노이, 필리핀 마닐라, 대만 타이베이까지의 직선 거리가 표시되어 있다.
평택 캠프 험프리를 중심으로 하는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 주한미군기지가 미국 동아시아 전쟁의 센터임을 알 수 있다.
뒤집힌 지도가 충격적인 이유는,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 작전에서 주한미군 기지가 중심에 위치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 평양, 울란바토르, 베이징, 타이베이, 하노이, 마닐라 등 동아시아 주요 도시들을 하나의 전장(원 시어터)으로 설정할 경우, 주한미군 기지는 그 모든 지역에 군사력을 최단 거리로 투사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된다.
이 지도가 공개되자,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주목했다. 실제로 브런슨 사령관은 “지도를 보지 않으면 왜 전략적 유연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도의 함의는 단순히 전략적 유연성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필리핀은 남중국해에, 대만은 대만 해협과 동중국해에 위치한다.
문제의 지도는 한반도는 물론,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단일 전장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전쟁 개념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전쟁의 중심에는 바로 대한민국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지도는 미국이 동아시아 전쟁 지도를 완성해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즉, 주한미군 기지를 발진기지로 하는 새로운 전쟁 계획이 착실히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62대의 F-16 전투기로 구성된 2개의 슈퍼 비행대대가 오산 공군 기지에 배치
지난해 7월, 미 제7공군은 군산에 있던 F-16 전투기 9대를 오산으로 재배치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기존에 오산에는 22대의 F-16이 있었기 때문에, 총 31대로 구성된 ‘슈퍼 비행대대(Super Squadron)’가 창설된 것이다.
주한미공군사령관인 미국 제7공군사령관 아이버스는 이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투 능력과 준비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슈퍼 비행대대의 창설은 태평양공군의 전략 문서 『전략 2030(Strategy 2030)』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해당 문서는 “70년 전에 최적화된 현재의 기지 태세가 오늘날의 신속 대응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다음과 같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 광범위한 위기에 신속 대응 가능한 태세 구축
▷ 인도-태평양 전역에 걸쳐 접근이 용이한 기지 배치
▷ 전략적 거점에서의 민첩한 전투 운용 능력 배양
미 공군은 2025년, 두 번째 슈퍼 비행대대를 오산에 추가로 창설할 계획이다.
데이비드 올빈 미 공군 참모총장은 지난 4월 25일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두 번째 슈퍼 비행대대 창설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올빈 미공군 참모총장이 오산기지에 두번째 슈퍼비행대대를 창설할 계획을 자신의 X에 공개했다.
미국의 군사 전문지 『Air & Space Forces』도 지난 4월 24일자 기사에서, 미 공군이 오산기지에 F-16 전투기 31대를 추가 배치해 두 번째 슈퍼 비행대대를 창설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두 번째 슈퍼 비행대대는 오는 10월까지 배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한편, 미 공군 참모총장 대변인은 “슈퍼 비행대대의 목표는 인력과 물류 지원 요구를 줄이는 동시에, 전투 준비와 훈련 면에서 이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곧 F-16 전투기가 참여하는 한미 연합 공중훈련이 더욱 빈번하게 실시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군산 기지에 F-35A 전투기 배치 계획이 없다고?
군산기지에는 F-16 전투기로 구성된 제8전투비행대대(제8비행대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군산에 있던 F-16 전투기들이 오산으로 재배치되면서, 제8비행대대는 사라지는 것일까?
『Air & Space Forces』의 보도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 제8비행대대는 “한국에 주둔하는 미 공군력의 주요 훈련 및 순환 전력 배치 장소”로서 계속 운영될 계획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어떤 전투기가 앞으로 군산기지에 배치될 것인가이다.
이와 관련해 F-35 전투기가 군산에 배치될 것이라는 보도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미 공군 대변인은 “미국은 현재 한국에 F-35A 전투기를 영구 배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공식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
군산에 배치돼 있던 F-16의 전투 행동반경은 약 550~800km 수준으로, 대만이나 베이징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반면 F-35A는 행동반경이 약 1,100km에 달하며, 베이징은 물론 동중국해와 대만 해협 일대에서의 작전도 가능하다.
게다가 스텔스 기능을 갖춘 F-35A는 중국의 방공망을 회피하여 대만으로 직접 비행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글로벌대만연구소 등 미국의 여러 싱크탱크들은 “미국은 반드시 F-35를 한국에 영구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미국이 한국을 대중국 전초기지로 만드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전투기는 바로 F-35A다. 스텔스 기능과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이 전투기가 배치되어야만 대중국 공군 전력 태세가 완비된다.
따라서 미 공군 대변인이 밝힌 “현재까지 배치할 계획이 없다”는 말에서 핵심은 바로 그 ‘현재까지’(current) 라는 표현이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2025회계연도 국방예산에 F-35 도입 프로그램에 총 124억 달러를 배정했고, 이 예산에는 F-35A 44대 구매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F-16이 철수한 이후에도 군산기지의 제8비행대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F-35A를 수용할 공간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다만, 아직은 F-35A 구매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까지 배치할 계획이 없다”는 미 공군의 입장은, “구매 절차가 완료되면 배치할 계획이다”라는 의미로 읽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한미군수협조 체제의 완비 본격화
7월 8일, 한미연합군수협조단(이하 군수협조단)이 창설되었다.
“전시와 평시 군수 지원의 신속성과 정확성 확보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라는 판단이 창설의 배경이다. 하지만 군수 지원의 신속성과 정확성이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상황은 ‘전시’다.
한미연합군수협조단이 7월 8일 창설되었다.
군수협조단이 창설된 이후, 7월 한 달 동안에만 세 차례의 군수 보급 훈련이 실시되었다.
▷7월 11일: 예비전력 호송 훈련
한국 육군 동원전력사령부와 주한미군 658지원단이 함께 호송작전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은 경기 평택시에서 포천시까지 약 154km를 이동하며 예비전력을 호송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전시에 병력과 장비를 안전하게 후방에서 전방으로 이동시키는 군수 수송 능력 확보를 위한 훈련이다.
▷ 7월 18~24일: 한미 해병대 군수단 연합훈련
해병대 상륙작전 시, 상륙군에게 필요한 군수물자(식량, 탄약, 박격포 등)를 보급하는 방식의 연합 군수지원훈련이 실시되었다.
전시에 해병대가 적 해안에 상륙한 직후, 즉각적인 전투지속능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것이 목적이다.
▷7월 21~25일: 한미 연합 공중 재보급 훈련
적 후방에 침투한 특수작전부대에 장비와 물자를 공중에서 보급하는 훈련이 실시되었다.
이번 훈련에서는 식량, 탄약 등 총 6,000kg 규모의 물자를 보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중 보급은 지상 접근이 어려운 전장 상황에서 특수부대의 작전 지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수단이다.
이로써 7월 한 달 동안, 육군, 해병대, 공군이 모두 참여한 전시 군수 보급 훈련이 실시된 셈이다.
세 가지 훈련 모두 전시 상황을 가정한 실전적 훈련이었으며, 이는 군수협조단 창설과 연계된 작전 능력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전쟁 준비 태세 구축 본격화
뒤집힌 동아시아 지도,, 신속 기동이 가능한 정밀 폭격 전력인 F-16과 F-35A의 전진 배치, 그리고 ‘전시’ 군수협조단 창설과 함께 육군·해병대·공군이 모두 참여한 군수 보급 훈련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본격화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미 윤석열 정부 시절, 미국은 한미일 동맹 구조를 고착화하고,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합(CNI)하며, ‘다영역전’이라는 새로운 전쟁개념을 적용한 군사훈련을 한미 또는 한미일 체제로 반복적으로 진행해왔다.
이 모든 과정은 중국을 겨냥한 전쟁준비 태세 구축이라는 미국의 대전략과 정합성을 갖고 있으며, 그 전략은 윤석열 파면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2024년 12.3 내란 시도가 저지되고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미국이 추진해온 전쟁준비 구도는 중단은커녕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평화가 아닌 전쟁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1월 19일 서부지법 폭동 사태 당시 영상. 당시 서부지법으로 들어간 몇몇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름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깨진 서부지법 창문을 통해 뿌리고 불을 붙이는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다. ⓒ 유튜브 '제이컴퍼니'
1.19 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 63명에 대한 1심 판결이 1일 무더기로 나왔다. 당시 건물 내부에 방화 시도를 하고, 법원 7층까지 침입한 속칭 '투블럭남' 심아무개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고,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알려진 윤아무개씨에게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심씨가 받은 징역 5년은 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들 가운데 최고 형량이다. 검찰 구형이 그대로 유지됐다. 심씨는 특수건조물침입, 특수공무집행방해, 현존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상태였다.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는 이날 오후 2시 30분 심씨 등 서부지법 폭동 사태 가담자 49명에 대한 선고재판을 열었다. 심씨 이외에도 ▲ 법원 1층 유리 출입문을 철제 차단봉으로 깨뜨리고, 경찰관들을 강하게 밀치거나 방패를 잡고 흔드는 등 폭행을 저지른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4년이 ▲ 소화기로 법원 1층 현관 자동유리문을 2회 내리친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다.
또한 ▲ 법원 7층까지 난입해 형사 단독 판사실 2개 호실을 발로 차 개방한 후 내부 수색을 벌이고, 그 과정에서 출입문에 설치된 전기 자석 도어락을 파손한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이 ▲ 법원 당직실 내 컴퓨터 모니터, 키보드를 부수고, 1층 현관 출입구 셔터를 강제로 들어올려 파손시키고, 법원 7층까지 올라가 판사실 출입문 손잡이를 잡아당는 등 수색을 벌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이 선고됐다.
법원 경내로 난입해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 대부분에겐 징역 1~2년 정도가 선고됐다.
"사법권 독립 심각하게 위협... 법치주의 크게 후퇴"
재판부는 양형 이유를 통해 "법원의 재판 과정이나 결과가 개인의 신념이나 기대와 다르다는 이유로 법률이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은 채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법원을 공격하는 행위는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고, 어떠한 명분으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법관이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내릴 독립적인 판단을 위축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를 크게 후퇴하게 만들었다"며 "합리적인 비판은 불법적인 폭력과 구별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특히 피고인들의 행위를 두고는 "재판에 대한 의견을 정당한 절차와 방식으로 표명한 것이 아니라, 다중의 위력을 보여 법원에 침입하고 그 과정에서 출입을 통제하는 경찰관들을 폭행하며, 법원의 기물을 파손함으로써 법원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행위의 죄질이 무겁고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 사건은 단순한 불법행위를 넘어, 법치주의의 핵심 요소인 사법권의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한 중대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겪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훼손과 이에 따른 심리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법원의 물적 피해, 정당한 공권력의 무력화로 인해 경찰공무원이 입은 인적 피해 등 실질적인 결과 역시 참혹하다"고 덧붙였다.
서부지법 폭동 사태를 취재하다 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윤석 다큐멘터리 감독에 대해서는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찍을 표현의 자유 내지 예술의 자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개인적인 작품 활동의 경우에는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하여 그 수단이나 방법이 상당한지,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지 등 정당행위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더해 "당시 법원이 외부인의 출입 자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었던 점, 피고인은 경찰이 정문 출입을 막자 강제 개방된 후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간 점, 피고인은 경내로 진입하기 전에도 법원 담벼락 사이로 경찰과 집회참가자들의 대치 상황을 촬영하였다는 것으로, 침입 행위 없이도 다큐멘터리 제작에 필요한 영상을 어느 정도 촬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긴급성, 보충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영장실질심사 받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윤모씨서울서부지법에서 벌어진 폭력 집단난동 사태에 가담한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 윤모씨가 2월 5일 오후 서부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 마포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전광훈씨가 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였던 윤아무개씨 또한 같은 날 오전에 열린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재판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윤씨 역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부지법에 난입해 법원 출입문 셔터를 망가뜨린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박지원 부장판사는 "(윤씨에 대한)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면서 "법원의 판단에 불만을 갖게 되면 법정 내 분쟁이 일어날 수 있고, 해소되지 않는 사회적 갈등으로 심각한 피해를 불러오게 된다. 이러한 범행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엄벌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왼쪽), 박찬대 당대표 후보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문화방송(MBC)에서 열린 TV토론회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사퇴로 넉 달 동안 공석이던 더불어민주당의 당 대표가 2일 오후 새로 선출된다. ‘내란 세력 청산’과 ‘이재명 정부 성공’이라는 두 과제를 내걸고 보름 남짓 경쟁했던 정청래·박찬대(기호순)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전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정 후보), “국민의 힘 해산을 청구하겠다”(박 후보)며 표심에 호소했다.
“내란정당 국민의힘 해산” 몰아치기엔 한목소리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1일, 두 후보는 한표라도 더 끌어모으기 위한 막판 선거전을 펼쳤다. 정 후보는 이날 오전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출연해 “내란과의 전쟁 속에서는 정청래 같은 강력한 리더십, 전투형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당원과 국민이 공감해주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당 대표 선거전의 승기가 본인에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과시하며 ‘굳히기’에 나선 모양새다. 정 후보는 이날도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 맞고 해산해야 될 것”, “당 대표가 되면 검찰 개혁을 최우선으로 배치하겠다”는 등 수위 높은 대야당 공세 발언을 이어갔다.
선거 초반 ‘협치와 통합’을 외치다 후반부터 ‘내란 척결’ 등 강경 메시지로 선회한 박 후보도 질 수 없다는 듯 “국민의힘 해산”을 외쳤다. 박 후보는 지난달 31일 “내란 특검을 통해 (국민의힘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것이 수사로 밝혀져 죄가 인정된다면, 법무부 장관에게 해산 심판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한남동 관저 체포 저지’ 집회에 나섰던 국민의힘 의원 45명에 대한 제명 촉구 결의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밝히고 있다.
이재명 정부 첫 해 집권 여당을 이끌겠다며 출사표를 낸 두 후보가 나란히 ‘국민의힘 때리기’에 몰두하는 것은 전당대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큰 권리당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당대회 투표에서 국민 여론조사는 30% 반영되지만 권리당원 표심은 두 배 가까이 많은 55%가 반영된다. 권리당원의 표심을 잡기 위해 두 후보 모두 전력으로 질주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특히 ‘추격자’로 평가되는 박 후보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정 후보를 얼마나 앞서느냐가 역전의 관건으로 꼽힌다.
권리당원 표심을 놓고 두 캠프의 설명은 엇갈린다. 정 후보 쪽은 지난달 19∼20일 충청·영남권 권리당원 투표에서 확인된 득표율 격차가 2일 발표되는 최종 전국 권리당원 득표율 격차에서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정 후보 쪽 관계자는 이날 “최근 정 후보가 다른 일을 제쳐놓고 수해 복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을 당원들이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당원들은 처음부터 강력한 개혁 당 대표를 원했고, 최종 권리당원 득표율은 충청·영남권 합산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후보 쪽 관계자는 “수해로 권역별 순회경선(지난달 26∼27일 호남권과 경기·인천권)이 취소되면서 앞서 투표한 충청·영남권 외 지역의 당원들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할 시간이 생겼다”며 “격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다”고 주장했다.
“격차 더 벌어져” vs. “대의원 표 합산 땐 역전”
선거 막바지에 이르러 두 후보는 전체 투표 결과에서 15%를 차지하는 대의원 표심 잡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정 후보가 일반 여론조사(30% 반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은 가운데, 1표가 권리당원 17명의 표에 맞먹는 대의원 표심 향배에 두 후보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 1일 정 후보는 라디오 출연 외 공개 일정을 잡지 않고 국회의원, 시·도당 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에게 전화를 돌려 지지를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도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에서 당원 간담회를 열었고, 나머지 시간은 ‘전화 선거운동’에 매달렸다고 한다.
박 후보 쪽에서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세가 박 후보에게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대의원 표의 상당 부분도 박 후보에게 쏠릴 것이라고 자신한다. 박 후보 쪽 관계자는 “박 후보에 대한 대의원 지지세는 권리당원 투표에서 상대적 열세인 점을 충분히 만회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정 후보 쪽은 “권리당원 표심에서 정 후보가 워낙 앞선 데다 예전처럼 국회의원 지시에 대의원들이 모두 따르는 분위기가 애초부터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일 오후엔 두 후보 간 막판 신경전이 격화되기도 했다. 정 후보가 MBC 라디오에서 “당원들이 국회의원을 압도적으로 이긴다”고 말한 데 대해, 박 후보 쪽이 ‘갈라치기’라고 반발하면서다. 정 후보는 전날 페이스북에도 “국회의원의 ‘오더’(지시) 표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박 후보 캠프는 “당원과 국회의원의 마음이 따로 노는 것처럼 당을 분열시키려는 시도에 강력한 경고의 뜻을 표하며, 지금 당장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2일 오후 2시 시작한다. 수해로 결과 발표가 미뤄진 호남권, 경기·인천권, 서울·강원·제주권 권리당원 투표 결과와 함께 대의원 투표,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한 번에 발표된다.
GDP 규모, 한국이 일본ㆍEU보다 대미 투자 더 많아
방위비ㆍ주둔비ㆍ무기수입 등 트럼프 날강도 짓 아직 남아
중소기업, 고용문제, 민생경제, 산업공동화 치명상 우려
탈미 외교통상 국가들과 연대, 자주권 절실
ⓒ대통령실
한미 간 2+2 (재무·통상 장관) 협의에서 관세 협상이 큰 틀에서 타결됐다.
31일 대통령실 브리핑에 따르면, 미국의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율은 15%이며, 한국은 미국에 3,500억 달러(487조 원) 규모의 투자를 제공한다. 조선업 협력에 1,500억 달러가 조성되며 나머지 2,000억 달러는 반도체, 원전, 이차전지, 바이오 분야에 투자될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 3년 반 동안 1,000억 달러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입해 러시아산을 대체한다. 반면 쌀과 소고기는 추가 개방하지 않는다.
대통령실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흑자 규모가 각각 660억 달러, 685억 달러(미국통계 기준) 로 비슷한 상태에서 경제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한 일본에 비해 3,500억 달러 투자로 한국이 선방했으며, 펀드 운용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프로젝트 산출물의 책임은 미국 정부가 지고 '합리적이고 타당한 프로젝트에 투자한다'라는 단서를 달았다고 자평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소유·통제하는 프로젝트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하며 이익의 90%를 미국이 갖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1,000억 달러의 LNG 등 에너지를 구매하고 추가로 투자 목적의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기로 합의했고, 한국이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을 포함한 미국 제품을 수용해 무역을 완전히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15%이며 철강·알루미늄은 50% 그대로 적용되며, 반도체와 의약품은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게 대우받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한국과 미국 발표의 차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투자이익의 90%를 가져간다는 것은 재투자 개념이며, 농산물에 대한 추가 개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요구한 디지털 지도, 디지털 플랫폼 등의 추가 양보도 없었다.
한국은 일본, EU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나은 수준으로 합의했다. 미국의 주장에 따르면, 일본은 알래스카 가스사업 투자, 보잉기 100대와 수십억 달러의 무기 구매, 쌀 시장 추가 개방 등을 양보했다. EU는 7,500억 달러(3년간) 미국산 석유·천연가스·핵연료를 구매하며, 막대한 규모의 무기 구입도 합의했다. 반면 한국은 미국 상품 구매와 시장 개방에서 비교적 선방했고, 이를 반영하여 타결 직후 코스피가 상승했다.
그러나 2024년 GDP 규모(EU 19.4조, 일본 4.0조, 한국 1.9조 달러)로 볼 때,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는 이들 국가보다 많은 편이다.
또한 국방비를 GDP의 5%로 인상, 주한미군 주둔비 9배 인상, 미국 무기 구입 등의 요구는 진행 중이다. 변덕스러운 트럼프에 의해 추가 양보 요구가 지속될 전망이다.
한미 관세 협상을 동맹국들과 상대적인 비교가 아니라, 국민경제 차원에서 평가하면 문제가 심각하다.
먼저 형식에서, 관세 협상 과정에 이해 당사자와 국민에게 협상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 언론은 미국이나 기업 입장에서만 접근했고, 미국의 부당에 요구에 국민경제와 노동자·농민·국민의 피해는 부각하지 못했다. 정부는 밀실 협상으로 몇몇 장관과 기업 총수와만 논의하고 국민의 지원하에 협상을 진행하지 않았다.
다음으로 내용에서, 관세 부과 이전과 비교하면 국민경제가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다. 한국은 한미FTA로 관세가 대부분 0%였는데, 이번 합의로 자동차 15%, 철강·알루미늄·파생제품 50%, 그리고 반도체·의약품·구리 15~30% 예상 등으로 품목별 관세가 인상됐다. 또한 모든 상품에 적용되는 보편관세 15%도 현재 0%에서 대폭 상승한 것이다. 무엇보다 3,500억 달러 첨단산업의 미국 투자는 산업공동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미 조선협력의 성과를 말하지만, 이는 기술이전과 현지공장 설립으로 한국에 매우 불리한 합의이다. 미국의 쇠퇴한 조선업을 도와주는 것인 만큼 숙련된 인력, 기술, 기자재 공급망이 있는 한국에서 선박을 건조·수리해서 미국에 수출해야 지역경제와 일자리에 도움이 되는데, 미국 퍼주기로 끝났다. 기술과 투자를 제공한 한국이 오히려 하청기지가 되어 미국 내에서 선박을 건조하거나 한국에서 반제품 형태로 만들어 미국 현지 공장에 공급하므로, 대부분의 부가가치는 미국에 귀속될 것이다.
자동차 관세 부과로 미국으로 따라가지 못한 부품사는 완성차에 공급할 물량과 수출 물량이 동시에 감소하여 고용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미국 투자는 기업 차원에서는 배당을 받아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고용·세수·지역의 산업생태계가 붕괴될 수 있다.
미국 우선주의로 타국의 주권을 침탈하는 날강도 트럼프에 대해, 자주권이 없으면 두 번 세 번 양보하고 나라의 곳간이 털리게 된다. 현재 러시아, 중국, 브라질, 인도, 이란 등 브릭스 국가들이 탈미 외교통상을 추구하고 있고, 캐나다, 멕시코, 남미 등의 나라들도 미국의 일방적 관세에 대응하고 있다.
80년간 원나라의 지배를 받은 고려는, 원이 수행하는 일본 정벌과 홍건적 토벌에 군대와 각종 물자를 제공하여 재정이 파탄 나고, 백성들은 쌍성총관부 등을 차지한 친원 매국노들에게 토지를 빼앗기고 공물과 궁녀 상납 등으로 피폐해졌다. 자주권을 되찾기 위한 공민왕의 개혁이 실패하면서 결국 고려는 멸망했다.
역사에서 교훈을 얻어 자주권을 회복해야, 한국의 미래가 아래와 같이 몰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 종속된 한국은 외교통상과 군사 주권을 상실하고, 천문학적 국방비와 미군 주둔비를 부담하여 재정이 고갈되고 미국의 전쟁에 끌려갈 처지가 됐다. 현대판 공물인 ‘농축산물 수입개방’, ‘디지털 플랫폼 개방 확대’, ‘미국에 수백조 원 투자’ 등으로 미국의 산업 부흥과 고용 창출에 기여하고, 한국은 산업공동화로 국민의 삶이 피폐해졌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31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 외교장관이 31일(현지시각) 첫 회담을 열고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1일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 뒤 보도자료를 내고 이렇게 밝혔다. 두 장관은 이 자리에서 “한-미 관세 협상의 타결을 축하하고, 한-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다양한 성과 거양을 위해 일정 등 세부사항을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재명 대통령과 2주 이내에 한-미 정상회담을 열 것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이 강조해 온 ‘동맹 현대화’에 대한 얘기도 주요하게 오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이 더 큰 역할을 해야 하고,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은 한미동맹이 한반도는 물론 역내 평화·안정·번영의 핵심축임을 재확인했으며, 변화하는 역내 안보 및 경제 환경 속에서 동맹을 더욱 강화하고 전략적 중요성도 한층 높이는 방향으로 동맹을 현대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회담 뒤 미국 국무부가 낸 보도자료에는 “양측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유지가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을 위한 필수 요소임을 강조했다”고 돼 있지만, 우리 외교부 자료에는 대만해협 문제가 빠져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루비오 장관이 많은 부분을 중국에 대해 할애하려고 했다”며 “(한국이) 어떻게 해달라는 건 없었다. (한국은)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또 두 장관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해 나가기로 했다. 외교부는 “두 장관은 굳건한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확고히 견지하기로 했다”며 “북한 관련 상호 평가를 공유하고, 앞으로 북한 문제 관련 양국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31일 한미 관세협상의 타결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의 31일 페이스북 소감문처럼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냈고,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맞춤으로써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 그러나 협상이 끝나지 않았기에 평가 역시 미룰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 앞을 지나고 있다. 2025.7.31 연합뉴스
"큰 고비 '하나' 넘겼다"
관세·비관세 부문에 집중된 통상 협상이었다. 협상 상대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에 집중된 것도 그 때문이다. 향후 다른 부문 협상 결과에 따라 성과가 부채가 되거나, 부채가 성과가 될 가능성이 있다. 타결 내용이 수정되거나 엉뚱한 돌출 제안이 들어올 공산도 남아 있다. 이점,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는 이 대통령의 진단이 맞다. 이제 시작인 셈이고, 그런 점에서 나쁘지 않은 시작이었다. '중간평가'에 그치는 이유다.
평가에 앞서 이번 협상에서 드러난 위기의 장면들을 되돌아보는 게 최종 결과 예측에 더 유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상궤를 벗어난 미국의 협상 스타일이 불확실성을 높인다. 미국과 상대국 정부의 협상 타결 발표에도 불구하고 정작 협정문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한미 양국도 아직 합의문서를 공시하지 않고 있다.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다. 특히 관세율과 대미 투자 규모·이익 배분에 대해 막판 개입, 협상 결과를 흔드는 '변칙 플레이'를 종종 구사했다.
대표적으로 뒤통수를 맞은 나라는 베트남. 협상 단계에서 11%로 잠정 정해졌던 관세율이 다짜고짜 20%로 수정됐다. 대미 투자 규모가 4000억→5000억→5500억 달러로 바뀐 일본과 5000억→6000억 달러로 바뀐 유럽연합(EU)도 마찬가지. 한국 협상단도 예행연습까지 하면서 가장 우려할 수밖에 없었던 대목이다. 다행히 한미 협상에서는 불확실성이 최소화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브리핑에서 "(트럼프 면담에서 투자 규모가) 러트닉 상무장관과 잠정 합의한 안보다 '다소' 늘었지만, 우려했던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합의했던 투자 규모가 얼마였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다른 나라 경우보다 질서 있게 진행됐다"는 전언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 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 조선소 전경. 2024.6.21. 연합뉴스
미국측 입 다물게 한 '신의 한수'
협상 절차와 방식도 통상적으로 국가 간 협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측은 댓바람에 과도한 요구안을 내밀거나, 우리 측에 최종안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라고 윽박질렀다. 대미 투자 압력에서는 우리 측의 창의적인 역제안이 물꼬를 텄다. 애초 우리 협상단은 기업들이 예고한 투자와 구매 약속을 모아 안을 던졌다. 그러다가 갑자기 일본이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김 실장은 "미국 측은 초기에 우리가 도저히 받기 어려운 안을 제시해왔다"고 털어놓았다. 우리 측은 지난 25일 러트닉 장관의 사택 협상에서 '미국 조선(shipbuilding)을 다시 위대하게(MASGA)'를 깜짝 제안했다. 트럼프의 주문(呪文)과도 같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변용한 것.
용어 선택에서부터 지지층에게 성공을 과장하는 트럼프의 '허영'을 정확히 저격했다. 한국의 강점인 조선 분야에 동원될 것이라는 점은 예상됐지만 '마스가'는 컬럼버스의 달걀이었다. 총 3500억 달러의 투자 펀드 가운데 마스가의 덩치가 커질수록 일반 투자는 줄어드는 법. 아직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에서 조선 투자를 활용할지 결정하지 못한 미국 측은 되레 "(우리 측의 마스가 투자 규모 제안에)그 정도까지는 안 나온다"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번 협상의 백미였다고 본다. 물론 상궤를 벗어난 트럼프 스타일 탓에 불안의 씨앗은 남아 있었다.
트럼프는 미일 협상 타결 뒤 "5500억 달러의 일본 측 투자는 자신이 원하는 대상에 투자되며,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갈 것"이라고 떠벌였다. 미국시간 30일 한미 협상 결과를 자랑한 X 계정 게시글에서도 "한국이 제공할 투자금 3500억 달러는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대통령인 나 자신이 (투자대상을)선택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협상팀은 먼저 일본측의 타결 내용을 공부했다. 때마침 워싱턴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장관도 팀플레이에 합류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대신과의 28일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계기로 일본 측의 경험을 확인했다. 그 결과 고안한 안전장치가 '비망록'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 인근에 세워져 있는 수출용 자동차들. 2025.2.11. 연합뉴스
아픈 손가락 '2.5%'
마스가 펀드를 제외하고 2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펀드와 관련, △미국이 구매를 보증하고 △안전한 분야에 투자하며 △상업적으로 합리적인 분야여야 한다는 세 개의 메모를 비망록에 적었다. "저도 한 펀드합니다"라며 전문가를 자처한 김 실장이 통상 변호사들과 협의해 고안한 문구. 그러나 한미 관세 협정 문서가 공개되지 않았듯이 비망록 역시 미국측이 서명한 건 아니다. 그러나 상황이 엉뚱하게 굴러갈 때 다툴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트럼프와의 협상은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변수가 늘 있다.
미국 상무부는 타결 뒤 소셜미디어(SNS)에 한국 측 펀드의 투자수익의 90%는 "미국에 남는다(retain)"고 적었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 상식을 내세웠다. 돈을 내는 국가가 있는데 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건 "정상적인 문명국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은 자신들이 사업을 선별하고, 보증하며, 위험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면서 "이익금이 한 번에 (한국에)빠져나가는 대신, 미국 계정에 남는다(retain)는 뜻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실제 투자 이행 단계에서 명확히 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의 대미 투자와 관련한 최종 협의는 2주 뒤쯤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종 결정된다.
한국은 일본이나 EU와 달리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국이다. 대미 수출의 30% 가까이 점유하는 자동차의 경우 일본과 EU는 대미 수출품에 2.5%의 관세를 부담해 왔지만, 한국은 제로(0)관세였다. 똑같이 15% 관세라도 일본과 EU의 추가부담이 12.5%인 반면에 한국은 15%다. 김 실장은 끝까지 12.5%를 주장했지만 관철하지 못한 점을 '아픈 손가락'으로 지목했다. 미측은 "우리도 이해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에 대해 15%를 말한다"라면서 끝내 외면했다. 역시 기존 합의문과 법을 무시하는 트럼프 스타일에 부딪힌 것. 한미 FTA 협정은 한국에선 국회 비준을 받는 조약이고, 미국에선 일종의 행정협정이지만 양국 모두에서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광우병 위험 美쇠고기 전면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시민들이 '미친소싫소, 협정무효' 등 문구와 촛불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숫자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쌀과 쇠고기 수입 개방 압력을 물리친 건 의미 있는 성과다. 특히 우리가 수입용 미국산 쇠고기의 월령을 30개월로 정한 걸 두고 양측 간 고성이 오갔다고 한다. 우리 측은 한국의 농산물 수입개방률(99.7%)이 높고, 유보항목이 10개 안팎에 불과하며,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점을 들어 물러서지 않았다. 트럼프는 X 계정 게시글에 "한국은 자동차와 트럭, 농산물 등을 포함해 미국 상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썼지만, 김 실장은 "정치 지도자의 표현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관세협상을 타결한 모든 나라에 대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개방을 '트로피'로 자랑해 왔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특검 수사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밤 서울중앙지법에서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대기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2025.7.9 ⓒ뉴스1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오는 8월 1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채 소환 조사를 거부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다.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하루 만이다.
특검팀 문홍주 특검보는 31일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통해 “특검은 어제 오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서울중앙지법은 오늘 오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며 “특검은 내일 오전 9시 특검보가 검사와 수사관을 대동하고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서울구치소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전날 두 차례 소환 조사를 거부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날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김건희 특검팀 측에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윤 전 대통령은 체포영장에 대한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앞서 ‘3대 특검’ 중 한 곳인 내란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3차례 강제구인을 시도했지만, 서울구치소 측이 난색을 보이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이에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는 서울구치소를 찾아 소극적인 대응을 질타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현우 서울구치소장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이유로 인치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며 “절차에 따라 본인에게 통보하고 수차례 출석하도록 면담을 통해 설득하고 담당 직원들에게 지시해 인치하도록 했지만, 본인이 완강히 거부한 상태”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질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문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건강을 이유로 인치를 거부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건강 문제는 저희에게 따로 그에 대한 의견이 전달된 바 없고, 확인한 바로는 크게 문제없는 것으로 전해 듣고 있다”며 “저희는 구인할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문 특검보는 체포영장 집행 과정과 관련해선 “구치소의 협조를 얻어야 하니 처음에는 임의출석을 건의해 볼 수도 있다”면서도 “심경에 변화가 없다면 저희들이 들어가서 현장 인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윤 전 대통령 수감실 앞쪽까지) 들어가서 교도관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질 경우, 윤 전 대통령은 호송차를 타고 특검 사무실까지 이동한다. 그간 특검팀은 구속된 피의자를 소환할 경우 지하주차장을 통해 출석하도록 해, 윤 전 대통령의 모습도 노출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한은 8월 7일까지다. 문 특검보는 이때까지 윤 전 대통령이 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건 그때 가서 말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국과 미국이 상호 관세 부과 시한(8월 1일)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협상 타결 직후 자신의 SNS에 한국에 대한 상호 관세와 자동차 품목 관세를 예고했던 25%보다 낮춘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신 한국은 미국 조선업 등에 3500억 달러(약 486조 원)를 투자하고 1000억 달러(약 139조 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를 포함한 에너지를 수입하기로 했다.
1일 자 아침 신문들은 일제히 큰 틀에서는 “급한 불은 껐다”, “불확실성을 없앴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국이 일본·EU와 같은 관세를 내고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이들 국가보다 더 큰 투자를 하게 됐다고도 입을 모았다. 또 이르면 다음 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아직 협상에서 언급되지 않은 방위비 문제가 더 큰 청구서로 돌아올지 모른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 정부는 쌀·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았는데, 매일경제와 경향신문은 정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경향신문은 “쌀·소고기 시장 개방 막아 식량주권 지켜낸 것은 성과”라고 주장했고, 매일경제는 “정부, 쌀·소고기 지킨 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라고 했다.
▲1일 조선일보.
조선일보·한겨레 “고비 넘겨” “선방했다” 평하면서도 EU·일본과 비교해 지적
조선일보는 2면 <李 취임 후 두달 만에 정상회담… 트럼프, 구체적 청구서 내밀 듯> 기사에서 “관세 등 경제·통상 현안의 협상이 사실상 일단락됐다면, 국방비 증액과 주한 미군의 역할 재조정 등 ‘한미 동행 현대화’에 관한 외교·안보 분야 협의는 이제 본격화된다”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 국방비를 GDP(국내총생산)의 5% 수준까지 올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우리 국방비는 61조2000억원으로 GDP 대비 2.3%다”라고 보도했다.
한미FTA로 인해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되던 자동차 품목 관세 15%를 부과받게 됐다. 자동차 수출 시장에서 가격적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 이 점이 사라진 것.
▲1일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3면 <韓 “車관세 12.5%로” 美 “트럼프 15% 고집”… 사실상 FTA 막내려> 기사에서 “앞서 일본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산(産) 자동차 품목관세를 25%에서 12.5%로 낮췄다. 기존의 기본관세 2.5%를 더해 총 15%의 관세를 부과받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한미 FTA에 따라 기존 한국산 자동차가 무관세로 미국에 수출돼온 점을 강조하며 한국 자동차도 품목관세가 12.5%로 인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일본, EU와 같은 관세율(기본관세 합산)인 15%를 고집했다는 게 정부 협상단의 설명이다. 한국 자동차 업계로서는 한미 FTA 효과가 사라지면서 기존에 누리던 2.5%포인트의 관세율 우위를 빼앗기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한겨레는 <한-미 무역협상 안도, 산업공동화 방지 힘 기울여야> 사설에서 “이번 협상은 미국이 패권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터라 우리가 미국으로부터 얻은 건 별로 없지만 대체로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행태는 불공정했지만 일본·유럽연합 등 우리보다 큰 동맹국들도 비슷한 처지였다는 점에서 위안을 삼을 수밖에 없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유럽연합이 먼저 협상을 타결 지음에 따라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은 협상 전략 차원에선 되짚어봐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1일 한겨레 사설.
▲1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도 <관세 타결과 한미 정상회담, 큰 고비는 넘었다> 사설에서 “이번에 타결된 상호 관세 15%는 우리 수출 경쟁국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큰 고비를 넘은 것이다. 수출 기업들에 관세라는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도 다행이다. 대미 무역 흑자의 60%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경우 일본·유럽 등 경쟁국에 비해 유리하던 여건이 사라졌지만 최악은 피했다”면서도 “큰 고비는 넘겼지만 우리 부담은 크다. 일본의 경제 규모가 한국의 2.5배라는 것을 고려하면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는 일본의 5500억달러에 비해 과도하다”라고 평가했다.
매일경제 “쌀·소고기 지킨 대가 너무 커” 경향 “쌀·소고기 개방 막은 건 성과”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쌀과 소고기 추가 개방을 막은 것을 두고 큰 성과라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2면 <‘광우병 시위’ 사진 꺼내 소고기 방어… ‘트럼프 역할극’ 연습도> 기사에서 “30일(현지시각) 한-미 관세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데에는 ‘뉴욕~스코틀랜드’로 이어진 연쇄 회담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협상단은 전했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미국의 강한 요구를 방어하기 위해 ‘2008년 광우병 시위’ 사진까지 동원하는 설득 작전도 벌어졌다”라며 “미국은 협상 초기부터 농축산물 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여러가지 논리로 설득하다가 어느 단계부터는 2008년 광화문 100만명 촛불집회 사진을 가지고 다니면서 러트닉 장관과 그리어 대표에게 보여줬다’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전했다”라고 보도했다.
▲1일 한겨레.
▲1일 경향신문.
경향신문도 3면 <쌀·소고기 추가 개방 않고 ‘일본 수준’의 합의…“선방” 평가> 기사에서 “가장 민감한 쌀과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를 개방하지 않기로 한 것도 성과다. 국내 테크기업들이 보호를 요구했던 구글 등의 고정밀 지도 반출도 수용하지 않았다”라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최혜국 지위’ 받은 대미 관세 협상, 위기·기회 함께 있다> 사설에서도 “이날 협상 타결로 한국은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됐다. 무엇보다 쌀·쇠고기 시장 개방을 막아 ‘식량주권’을 지켜낸 것은 성과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매일경제는 <쌀·소고기 지킨 대가 너무 컸다> 사설에서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쌀·소고기 등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하지 않은 것을 큰 성과로 꼽는다”라며 “그런데 쌀·소고기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얼마만큼 양보했는지 궁금하다. 쌀 등은 이 정부 핵심 지지층의 관심 사안이고 식량 주권은 당연히 소중하다. 그러나 ‘한국은 무엇으로 먹고사는가’ 하는 질문만큼 본질적이지는 않다. 협상을 할 때 특정 가치가 과대 대표되면 본질적 이익을 지키기 어려워진다. 합의에는 수긍하면서도 쌀·소고기를 지킨 대가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라고 비판했다.
▲1일 매일경제.
▲1일 경향신문.
李정부 증세 개편… 한겨레·경향은 긍정적, 조중동 경제지는 비판 목소리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감세 정책을 많은 부분 원상 복귀시키는 내용의 세제 개편안을 내놨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을 보면,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과세 구간별로 1%포인트씩 오른다. 이에 현행 24%인 법인세 최고세율은 25%가 된다. 증권거래세는 현재 0.15%에서 0.2%로 오른다. 주식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기준은 종목당 보유금액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된다. 정부는 전임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감세 정책 대부분을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5년간 35조6000억 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경향신문은 <윤석열표 감세 원상회복, 거덜 난 곳간 메우는 첫걸음이다> 사설에서 “이재명 정부는 확장적 재정을 통한 회복과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0%대 성장률로 추락한 경제, 민생 위기,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해서도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종 세금 감면과 비과세 항목을 축소하고, 선진국과 비교해 턱없이 낮은 부동산 보유세도 정비하고,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증세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윤석열표 감세를 되돌리는 이번 세제 개편은 그 첫발이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1일 경향신문.
한겨레도 <세제개편 윤석열 감세정책 정상화, 올바른 방향이다> 사설에서 “저성장 극복, 저출산 고령화 대응, 신산업 육성 등을 위해 정부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필요성은 날로 커져가는 상황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기업 등에 세금을 깎아주면 이른바 ‘낙수효과’를 통해 투자 확대, 고용 증가, 성장률 제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대대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며 “낙수효과는 일어나지 않았고, 국세 수입이 2023~2024년 연속 감소하고 2023~2025년 3년 동안 100조원 가까운 세수 결손이 발생하는 등 세수 기반만 허약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번 세제개편은 정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한 세제 정상화의 첫걸음으로 평가된다”라고 했다.
반면 보수언론과 경제지는 미국발 관세 폭탄에 증세까지 더해지면 기업들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동아일보는 <증세 몰아치는 정부… 지출 구조조정 병행할 때> 사설에서 “미국발 관세 폭탄과 중국 제조업의 추격으로 국내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이 기업의 활력을 더 떨어뜨릴까 우려된다. 이미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은 경쟁국인 일본(23.2%), 대만(20%)보다 높은데, 여기서 더 인상되면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 대한 증세 기조도 모처럼 살아난 증시 부양 기대를 꺾어버릴 소지가 적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1일 동아일보.
그러면서 “세수 기반을 강화하려면 특정 계층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강한 세금을 물리기보다는 새나가는 세금을 막기 위한 조세지출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 제도부터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기업에 대한 과도한 증세는 경제 활력을 떨어뜨려 세수 감소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라고 당부했다.
매일경제도 <제조업 공동화 걱정인데 與는 反기업법·증세 속도전> 사설에서 “법인세 인상,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강화, 증권거래세 인상 등이 포함돼 있어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 관세협상 여파로 기업들이 이미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입법 강행과 증세 드라이브는 기업에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우는 격이다. 이런 정책 기조는 제조업 공동화를 더욱 부추길 공산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조선로동당 김여정 부부장이 대남, 대미 담화를 연이어 발표했다. 양쪽 모두 대화를 거부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지난 28일, 김 부부장은 이재명 정부를 향해 “한미동맹에 대한 맹신과 우리와의 대결기도는 선임자와 조금도 다를 바 없다”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 입장을 천명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김 부부장의 담화를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헛다리를 짚고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몇 년간의 적대와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윤석열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통일부는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협력 실현을 위해 일관되게 노력할 것”이라며 계속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김여정 담화의 핵심 메시지
첫째, 화해와 협력의 ‘6·15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정동영 의원이 20년 만에 다시 통일부 장관이 되면서 대북전단 살포 중지, 대북확성기 방송 중단, 국정원의 심리전 중단, 주민 접촉 무제한 허용 등 각종 대북 유화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북은 이런 조치가 남북관계를 개선할 ‘근본문제도 아니며 가역적인 조치’에 불과하다고 보고 있다.
김 부부장은 “진작에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이라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과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처럼 미국이 통제하면 곧바로 문을 닫는 등 언제든 거꾸로 돌아갈 수 있는 ‘가역적’인 조치로 치부했다.
김 부부장은 “‘민주’와 ‘보수’를 막론하고 한국은 화해와 협력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재명 정부는 통일부 정상화를 통해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다시 열자고 한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흡수통일이라는 망령에 정신적으로 포로된 한국정객의 본색은 절대로 달라질 수 없다”며 이미 두 국가 체제가 영구 고착된 조건에서 통일부가 왜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북은 ‘6.15 시대’ 때 남이 ‘햇볕정책’이란 미명아래 흡수통일을 추진했다고 본다. 실제 사회주의 조선에 햇볕을 쬐 옷(체제)을 벗기려 한 것은 사실이다. 역대 정부의 통일방안도 모두 국가연합을 통한 통일, 즉 흡수통일 방안이다.
결국, 서로를 적대하면서도 대화와 협력이 가능했던 ‘6·15 시대’는 어떤 수를 써도 다시 오지 않는다는 점을 김 부부장은 담화를 통해 명백히 밝힌 것이다.
둘째, 한미동맹과 남북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공약했다. 하지만, 북은 한미동맹을 맹신하는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 정부와 다를 바 없다고 본다. 한미동맹 그 자체가 대북 적대 동맹이자, 군사동맹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지만, 대북 전쟁을 상정한 대규모 한미합동군사훈련은 멈추지 않았다. 일본까지 끌어들여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한 윤석열 정부의 안보전략도 계속 추진 중이다. 게다가 국방비를 GDP 대비 5%까지 증액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전시 경제 체제 준비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슬그머니 받아들일 태세다. 김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 50여일’에 대해 기대는커녕 대화할 가치조차 없다고 본 대목이다.
한편 김 부부장은 29일 발표한 대미 담화에서 한국은 물론 미국과도 대화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 부부장은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실패한 과거에 집착하면 조미대화는 미국의 희망으로만 남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실패한 과거에 집착’이란 핵보유국 지위를 부정하면서 때 지난 비핵화에 매달리는 경향을 일컫는다.
북은 이미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헌법에 명기했다. 때문에 비핵화 주장은 국체를 무너트리는 적대행위로 간주한다. 그러니 트럼프가 제안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가 성사될 리 만무하다.
김 부부장은 미국과 한국의 계속된 대화 제의를 “상대방에 대한 우롱”이거나 “정세 악화의 책임을 전가해보려는 획책”으로 본다.
요컨대, 미국은 비핵화를 명분으로 북 체제를 무너트리기 위해 한미동맹을 이용한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동맹을 맹신한다. 그러니 한미동맹 강화를 통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반년 이상 지났지만 국민의힘이 아직도 윤 전 대통령·전한길씨와 절연하지 못하고 있다.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을 상대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충심이 남아있는지 질의서를 보내 확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이에 응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보수·진보 성향 언론을 막론하고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동아일보는 “‘아직 덜 망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으며, 한겨레 역시 “상식적인 정당이기를 포기했다”고 지적했다.
아직도 윤석열·전한길 절연 못 한 국힘
내달 22일 열리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두고 당내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4년 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당시 신천지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더해 ‘전한길 면접’ 논란까지 불거진 것이다. 전한길씨는 당 대표 후보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같이 갈 것인가’라는 질의서를 보낸 뒤 윤 전 대통령과 함께 간다는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이에 응하겠다고 밝혀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31일 한국일보 6면 갈무리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한 상황에서 당내 강성 지지층만 남았고, 이에 따라 당대표 후보들이 선명성 경쟁을 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일보는 6면 <野 전대 ‘혁신 경쟁’ 없이 ‘강성 경쟁’으로 치달아> 보도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초기 레이스부터 강성 지지층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며 “강성 지지층에 호소하는 전략은 예견됐던 바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하면서 당내에선 콘크리트 보수 지지층의 목소리만 남은 것과 무관치 않다”고 했다.
▲31일 국민일보 6면 갈무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최고위원 출마자 중 다수가 친윤 인사라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6면 <국힘 최고위원 ‘문제적 인물’ 다수 출사표… 공허한 ‘尹 절연’> 보도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거 출마자에 ‘문제적 인물’이 다수 포진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조기 대선 패배의 상처를 추스르고 당을 재정비할 중요한 전당대회지만 출마자 면면에서부터 ‘퇴행적 복고’ 경향만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운 혁신 작업도 빛을 잃고 있다”고 했다.
보수 성향의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도 사설을 내고 국민의힘을 비판하고 있다. 특히 동아일보는 국민의힘이 쇠락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동아일보는 <하다 하다 전한길 ‘면접’까지… 국힘 부끄럽지도 않나> 사설에서 “(김문수·장동혁 등) 제1야당 대표가 되려는 사람들이 계엄을 옹호하는 부정선거론자가 슬그머니 입당해 공개 질의 운운하며 주인 행세까지 하려는 걸 막기는커녕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며 “국민의힘은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엔 힘을 못 쓰면서 자중지란으로 더 빠져들고 있다”고 했다.
▲31일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 패배로 풍비박산 난 국민의힘은 패인을 분석하고 쇄신에 나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온 힘을 다해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혁신위를 내세워 혁신하는 시늉만 할 뿐 최소한의 인적 청산도 거부하고 있다”며 “상식적인 요구엔 귀 막고 내홍을 부추기는 극우 유튜버에게 휘둘리며 망하는 길로만 골라 가고 있으니 역대 최저 지지율에도 ‘아직 덜 망했다’는 말이 나온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김정하 논설위원 칼럼 <인적 쇄신과 주도세력 교체, 중도층 공략이 필수 과제>에서 “국민의힘에선 탄핵 반대 운동을 주도했던 전한길씨의 입당과 2021년 대선 경선 당시 신천지 개입설이 논란이다. 일부 세력이 조직적으로 움직이면 국민의힘 전체를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당의 기반이 허약하다는 방증”이라며 당 운영체계 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31일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윤 어게인’ 전한길이 국민의힘 상왕인가>에서 “지난 6월 입당 뒤 두달도 안 된 전씨가 국민의힘을 쥐락펴락하며 상왕 대접을 받는 모습에 기가 찬다”며 “특정 종교집단과 내란 옹호자에게 계속 휘둘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민심 이반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상식적인 정당이기를 포기한 모습이다. 이대로 가면 더 깊은 나락일 텐데, 국민의힘 눈에는 그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보수·경제지 “노란봉투법, 유럽기업 철수할수도” 한겨레 “과잉 불안 조장”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보수·경제신문의 반발이 거세다. 노란봉투법 통과 시 기업 경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재계 논리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한겨레·경향신문은 노란봉투법을 둘러싸고 과잉 불안 조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보수·경제신문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노란봉투법에 우려를 표한 입장을 발표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한겨레는 이 입장문이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31일 조선일보 4면 보도 갈무리
보수·경제신문은 해외 상공회의소가 노란봉투법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노란봉투법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4면 <유럽상의 이어 암참(주한美상의)도 “한국 투자에 악영향”> 보도에서 “지난 28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노조법 개정에 대해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법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는 경고성 성명을 낸 지 이틀만에 외국계 기업 단체(주한미국상공회의소)가 또 반대 입장을 냈다”고 했다.
한국경제도 5면 <유럽상의 이어 암참도 경고… “韓 투자에 악영향”> 보도를 통해 “한국 철수 가능성을 거론하며 우려를 나타낸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 이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까지 공식 반대에 나서면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국내 기업은 물론 한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했다.
▲31일 국민일보 사설 갈무리
국민일보는 사설 <미국과 유럽 기업들도 반발하는 노란봉투법>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무수한 하청 노조의) 교섭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위험에 직면한다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다’고 까지 했다. 한국보다 노동친화적 환경에 익숙한 유럽계 기업들의 반응이기에 예사롭지 않다”고 했다. 조선일보 역시 <“한국서 철수할 수도” 미·유럽 기업 ‘노란봉투법’ 반발> 사설을 통해 “주한 외국 기업들의 우려는 곧 각국 정부와 본사로 전달될 것이다.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경제신문의 노란봉투법 비판 근거 중 하나인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입장문이 한국경영자총협회 요청에 따라 작성된 것이라는 한겨레 보도가 나왔다. 한겨레는 5면 <유럽상의 “경총서 ‘노란봉투법’ 우려 입장문 발표 요청”> 보도에서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지난 28일 국회의 ‘노란봉투법’ 처리에 우려를 나타내며 법안 재검토를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하기 전, 한국 경총으로부터 협조 의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31일 한겨레 5면 기사. 클릭 시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한겨레에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가졌다기보다는 경총 등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입장을 내게 됐다”며 “법안이 급물살을 타자 ‘백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 먼저 입장을 밝혀줄 수 있느냐’는 쪽으로 논의가 됐다”고 했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는 매년 정부기관에 전달하는 정책 건의 백서를 준비 중이었는데, 경총의 요청으로 백서 발간 전 입장문을 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입장문 속 ‘한국 시장 철수’ 표현에 대해 “만약의 만약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예시로 든 것인데, 그 부분이 보도에서 강조됐다”고 했다. 지난 28일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입장문이 나오자 <與, 더 센 노란봉투법 처리… 주한유럽상의 “한국서 철수할수도”>(지난 29일 동아일보), <“노란봉투법 시행 땐 한국서 철수할 수도”>(지난 29일 한국경제), <주한유럽상의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노란봉투법 재검토 촉구>(지난 29일, 조선일보) 등 보도가 이어졌다. 경총 측은 한겨레에 “참고자료 공유를 한 것이다. 실무선에서 공식 요청은 없었다”고 했다.
▲31일 한겨레 사설
이에 한겨레는 사설 <노란봉투법 취지 왜곡하는 과잉 불안 조장 멈춰야>에서 “경영계는 여전히 입법 취지를 왜곡하는 여론전만 펴고 있다. 언제까지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라는 억지 주장을 펴고 있을 건가”라며 “경영계는 기업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는 불안 심리만 유포하고 있다”고 했다. 한겨레는 주한유럽상공회의소 입장문도 경총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경영계는 더 이상 소모적 공방을 벌이는 대신 노란봉투법 이후의 새로운 노사관계 틀을 짜는 데 머리를 맞대는 것이 순리”라고 했다.
또 한겨레는 노란봉투법에 대해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교섭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로 노동자의 삶이 파탄 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런 취지가 반영된 법원 판단이 이미 나온 바 있고 국제노동기구 핵심 협약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하면서 “그간 노조가 ‘교섭할 사용자 찾기’에 나서다 갈등만 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교섭 책임을 강화한 노란봉투법이 오히려 노사 간 분쟁을 줄일 것이라는 기대도 크다”고 했다.
▲31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외국기업들 노란봉투법 반발, 여기선 그래도 된다는 건가>를 내고 “국내외 경제단체들은 노조법 2·3조가 개정되면 하청노동자들 파업이 1년 365일 이어지고,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터무니없는 침소봉대”라며 “노란봉투법은 없는 갈등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원청사업주와 하청노동자의 갈등을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주한유럽상공회의소가 노란봉투법에 우려를 표한 것을 두고 “유럽 각국은 한국에 비해 노동자의 권리를 더 폭넓게 보장한다. 그런데도 EU상의가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며 철수까지 운운하는 것은 유럽과 달리 한국에선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이중잣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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