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권력 중 그 어느 것도 헌법 위에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한국에서는 1988년 국회에서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했을 때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였다. 유독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는 문구를 억지로 삽입함으로써 헌법소원의 대상에 입법권과 행정권만 포함시키고 오직 사법권만을 제외시켰던 것이다.
특히 이 나라 사법부는 권력의 하수인이 되어 국민의 인권을 명백하게 유린했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즉, 박정희 유신정권 시기, 사법부는 군사정권의 위헌적인 긴급조치를 아무런 비판 없이 무조건 적용하여 유죄 판결을 선고함으로써 유신 권력의 국가 폭력에 법적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리고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 이후 조희대와 지귀연 그리고 우인성으로 대표되는, 너무나 명백하고 왜곡된 ‘사법농단’은 민주주의와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궤도를 너무도 크게 이탈하는 행태들이었다.
본래 1987년 민주화와 함께 탄생한 헌법재판소는 바로 이러한 ‘사법부 불신’과 ‘사법 통제’의 필요성에서 유래한 제도였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법을 제정할 당시 정작 법원 재판을 헌법 소원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렇듯 헌법소원의 대상에서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는 것은 재판 영역에 대한 ‘헌법의 지배’를 거부하는 것이고, 이는 법치주의의 부정에 다름 아니었다. 이렇게 하여 결국 국민들이 위헌적인 법원의 판결로 부당하게 기본권을 침해받을지라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구제받을 방법이 전혀 부재한 “법원이 법 위에 군림하는” 미로의 상황이 지속되어 왔다.
이번에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법원의 재판을 제외한다’는 독소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새로운 특권을 만드는 것이 전혀 아니다. 1987년 헌법이 예정했던, 그러나 입법의 미비로 뒤틀려 있던 ‘모든 공권력에 대한 헌법적 통제’라는 당연한 상태로의 정상화이다.
정말 조희대 대법원장의 강변처럼 재판 소원 제도가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까?”
재판소원 허용 여부는 ‘특정 기관의 이해와 시각’이 아닌 ‘국민의 이익과 입장’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재판소원의 허용이라는 문제는 결국 국민 기본권을 구제하는 방법의 확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그러므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간다”는 말과 정반대로 반드시 국민에게 커다란 이익이 될 수밖에 없다. 재판 소원 제도를 운영하는 독일과 스페인 그리고 타이완의 경우, 연간 헌법재판소에 접수되는 전체 사건의 80∼90%가 재판 소원의 문제다. 이는 인간사회에서 얼마나 법원 재판의 문제가 일반 대중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또 그에 대한 반발도 막대한 것인가를 웅변해주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반드시 재판 소원이라는 제도적 장치에 의해 보완해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입증해주고 있다.
재판 소원은 4심제가 아니다
대법원은 재판 소원 도입이 ‘4심제’를 초래하여 사법 질서를 혼란에 빠뜨리고 ‘소송 지옥’을 만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테면,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헌법 재판과 일반 재판의 경계선을 명확히 획정하고 있다. 사실 인정이나 단순한 법률 적용의 오류는 일반 법원의 몫이며, 헌법재판소는 오직 판결 과정에서 ‘기본권의 의미와 보호 범위를 잘못 판단했는가의 여부’만을 심사한다는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의 판결을 다시 재판하는 상급심이 아니라, 판결 내용 중 헌법 정신이 투영되었는지를 검증하는 ‘특수 심판 기관’으로 기능하는 것이다. 실제 독일의 법관들은 이 재판소원 제도에 의하여 자신의 판결이 헌법적 심판대에 오를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더욱 정교한 법리를 구성하게 되었고, 이는 결과적으로 사법 정의를 완성하는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석열 일당의 내란을 빛의 혁명으로 진압한 지금이야말로 사법개혁의 명분과 토대가 더 이상의 좋은 조건이 마련되기 어려울 정도로 최상의 상황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의 12.3 불법계엄이 자행된 이후 조희대 사법부가 드러낸 갖가지 ‘사법농단’의 행태들은 사법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차대한 사안임을 모든 사람들에게 가장 분명하고도 명징하게 알려주었다.
물론 지금도 대부분의 제도 언론과 일부 인사들은 매일 같이 관행처럼 갖가지 궤변과 협박을 일삼으며 사법개혁의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위해 ‘분투노력’하고 있다. 냉정하게 반성하건대, 그간 민주진보 정부는 그러한 보수세력의 ‘공격’에 번번히 주눅 들고 설득되어 결국 국민이 ‘명령’한 개혁을 스스로 좌절시켜왔다. 그러나 이번만은 절대 그러한 일들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촛불혁명에 이어 빛의 혁명으로 또다시 이 나라 민주주의를 구출해낸 국민들의 위대한 헌신을 또다시 무위로 돌려서는 안 된다.
사법개혁이야말로 이 시대의 가장 긴급한 과제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