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 관련 사건의 항소심을 담당할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가 23일 사건을 배당받으며 본격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의 체포방해 사건(형사 1부 윤성식 부장판사)과 한덕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사건(형사 12-1부 이승철-조진구-김민아 대등 재판부)이 이 재판부에 배당되었고,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윤석열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역시 2심이 열리면 이 재판부에서 다뤄진다.
이 재판부의 출범은 단순한 사법 행정의 조정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입은 상처의 깊이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12·3 내란은 특정 정치인의 일탈이나 돌발적 충동이 아니었다. 그것은 헌법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집단적 시도였으며, 민주공화국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범죄였다. 국민은 지난 1년 넘게 분노와 불안 속에서 사법적 판단을 기다려 왔다. 그 기다림은 단순한 처벌의 욕구가 아니다. 그것은 헌법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권력자 역시 법의 심판을 피할 수 없는지를 확인하고자 하는 절박한 물음이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심각한 시험대에 올랐다. 조희대 체제의 사법부는 스스로의 독립성과 권위를 지켜내야 할 책무가 있음에도, 일부 판결과 재판 운영은 국민에게 혼란을 안겼다. 특히 지귀연 재판부의 1심 판단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어설픈 법리 해석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내란의 구성 요건을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와 위헌성을 충분히 천명하지 못한 채, 피고인의 주장과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듯한 논리를 전개함으로써 판결의 설득력을 스스로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하는 절차다. 그러나 방어권 보장은 곧 피고인의 주장에 논리적 균형 없이 기울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법원은 증거와 법리에 기초해 공정하게 판단해야 하며, 특히 헌정 질서를 침해한 중대 범죄에 대해서는 더욱 엄밀한 논리 구조와 치밀한 법 해석이 요구된다. 만약 법리가 일관성을 잃고, 판단의 기준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다면, 판결은 형식적 결론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내란전담재판부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존재 이유가 기존 재판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것임을 직시해야 한다. 판결은 단지 결과가 아니라 과정과 논리의 산물이다. 앞뒤가 맞지 않는 법리 구성, 결론을 정해 놓고 이유를 끼워 맞춘 듯한 서술, 피고인의 주장에 과도하게 기대는 해석은 또 다른 분열과 불신을 낳을 뿐이다.
12·3 내란의 본질과 법리의 정합성
12·3 내란은 윤석열 개인의 문제를 넘어선 집단적 헌정 유린이었다. 국가 권력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가 얽혀 있었고, 명령과 실행, 방조와 침묵, 선동과 정당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항소심은 단순히 1심의 형량을 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내란의 본질을 더욱 명확히 규명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특히 체포방해 사건은 법치주의의 핵심을 건드린 사안이다. 적법하게 발부된 영장의 집행을 조직적으로 방해한 행위는, 국가 권력의 정당한 행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다는 원칙은 민주공화국의 출발점이다. 그 원칙을 훼손한 행위에 대해 모호하거나 이중적인 법리 해석이 제시된다면, 그 자체가 또 다른 왜곡을 낳는다.
1심에서 드러난 문제는 바로 그 지점이었다. 내란의 중대성을 인정한다고 겉으로 내세우면서 그 의미를 축소하거나 피고인의 정치적 동기와 상황을 과도하게 참작하는 듯한 논리는 판결의 일관성을 해쳤다. 법리는 감정이나 정치적 고려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 법률의 적용은 동일한 기준과 원칙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특히 최고 권력자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항소심은 이러한 법리의 정합성을 회복해야 한다. 내란의 구성요건, 공모 관계, 실행 행위의 구체성, 헌정 질서에 미친 영향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그 결론이 왜 도출되는지 명확히 설명해야 한다. 판결문은 논리적 구조를 갖추어야 하며, 판단의 기준과 전제가 분명히 드러나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는 그 결론을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피고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재판 운영은 지양되어야 한다. 방어권 보장은 철저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것이 공정성의 균형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법정은 정치적 협상의 장이 아니라,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하는 공간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원칙을 분명히 보여주어야 한다.
사법 신뢰 회복과 헌법 수호의 결단
이번 항소심은 사법부 전체의 신뢰 회복과 직결된다. 정의가 지연되고, 판결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을 때 사회적 갈등은 증폭된다. 법원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빈 틈은 정치적 선동과 왜곡된 서사가 채운다.
내란전담재판부는 엄정함과 신속함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충분한 심리와 치밀한 검토는 필수지만, 불필요한 지연은 또 다른 불신을 낳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판결의 일관성과 설득력이다. 앞뒤가 맞는 법리 해석, 증거에 기초한 사실 인정, 헌법적 가치에 대한 분명한 선언이 결합될 때, 비로소 사법부는 권위를 회복할 수 있다.
내란을 방조·옹호해 온 세력에 대해서도 헌법적 책임의 경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관용을 전제로 하지만, 스스로를 파괴하려는 시도까지 허용하지는 않는다. 헌정 질서를 침해한 행위에 대해서는 단호한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 그것이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내란 단죄’는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공화국의 자기 방어다. 법 앞의 평등은 특히 권력자에게 더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권한이 클수록 책임도 크다는 원칙이 분명히 확인될 때, 공화국은 건강해진다.
서울고등법원 내란전담재판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기존 재판이 보여준 어설픈 법리 해석과 균형을 잃은 논리를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헌법 수호의 책무에 따라 정합성과 엄정함을 갖춘 판결로 새로운 기준을 세울 것인가. 국민은 그 답을 기다리고 있다. 헌법은 추상적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판결을 통해 살아 움직인다. 이번 항소심이 그 사실을 분명히 증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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