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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부동산 고군분투, 이제 '진짜 무기' 꺼내야

[전강수의 경세제민] '부동산 공화국' 혁파하려면... 치밀하고 종합적인 정책 뒷받침되어야

26.02.25 06:48최종 업데이트 26.02.25 06:48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연일 발신하는 부동산 관련 메시지가 실로 파격적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하고, 임대 사업자에게 주어지던 특혜성 대출 혜택을 전면 중지하겠다는 것이다. 투기 세력에게 강한 압박을 가해 매물을 시장에 토해내게 만들면 부동산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생각일 터이다.

과거 정부들이 기득권층 눈치를 보며 좌고우면했던 것과 달리, 중과 유예 종료 시점(5월 9일)을 앞두고 선제적이고 단호하게 시그널을 보낸 점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또 부동산과의 '전쟁'을 선포한 타이밍도 절묘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3년 동안 시장 마사지 정책이나 펼치며 미적대다가,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다음에야 초강경 부동산 조세 정책으로 급전환해서 부동산 소유자들의 반발을 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동산 정책 같은 중대한 개혁 조치는 집권 후 1년 안에 해내지 않으면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불로소득을 척결하고 부동산 공화국을 해체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표명한 것은 '강남이 불패면 대통령도 불패'라며 임기 내내 부동산 투기와 일전을 불사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용감한 행보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워낙 분명하고 국민의 지지가 높아서 투기 세력도 잔뜩 긴장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말의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탄탄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경우, 강한 의지만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부동산 시장을 제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 이재명 대통령이 쥔 주력 무기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인데, 과연 이것만으로 대한민국을 '부동산의 덫'에서 탈출시킬 수 있을까.

당장 오는 5월 9일 이후 벌어질 시장의 '역공'이 문제다. 그때부터는 퇴로가 막힌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놓지 않고 무작정 버텨서 생기는 '매물 잠김 효과'가 강하게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장에 가격 상승 압력이 존속하는 경우, 무거운 양도소득세는 매수자에게 전가되어 부동산값을 안정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상승시키는 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 대통령은 시장의 강한 역공을 퇴치할 대안을 준비해 놓고 있을까. 만약 대통령의 의지 표명에도 불구하고 5월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부동산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진보 정부 때만 되면 집값이 폭등한다'는 속설이 대중의 마음속에 움직일 수 없는 '진실'로 각인될 것이고, 그때부터는 그 어떤 정책으로도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려워질 것이다.

종합부동산세 복원이 필수적이다

양도소득세의 '매물 잠김 효과'를 방지하고 단기적으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움켜쥐고 버티는 것보다 시장에 내놓는 것이 합리적 선택이 되도록 정교한 조세 조합을 마련해야 한다. 집을 계속 보유할 때 감당해야 할 비용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출구 전략이 단기적 시장 안정의 핵심인데, 이를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가 무력화한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고액 보유자 위주로 강화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정치인들, 특히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종부세 이야기만 꺼내면 벌벌 떠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형평성 논란과 1주택 실거주자의 반발을 피하면서도 종부세를 강화할 방법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 종부세 강화 과정에서 형평성 논란과 '똘똘한 한 채' 논란이 발생한 것은 '1주택자 = 실소유자, 다주택자 = 투기꾼'이라는 프레임에 기대어 규제 지역의 다주택자에게 과중한 세율을 적용하는 차등 과세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2021년 대폭 강화된 종부세가 고지되자 수도권 곳곳에서 세 부담의 폭증과 불공평성에 대한 시비와 불만이 분출했다. 예컨대 공시가격 40억 원짜리 똘똘한 한 채를 가진 사람보다, 22억 원과 18억 원짜리 아파트 두 채를 가진 사람의 세 부담이 비정상적으로 무거워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보유 가액 총합이 같은데도 보유 호수만을 기준으로 징벌적 세금을 매기다 보니 곳곳에서 형평성 시비가 일 수밖에 없었다.

보유 가액 기준의 일률 누진과세로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는 문제를 어설픈 방식으로 해결하려다가 벌어진 일종의 사회적 '참사'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종부세 강화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활용해 아예 종부세 무력화에 나섰다. 과세 대상은 격감했고 세수도 크게 줄었다. 사실 작금의 부동산값 폭등은 윤석열 정부의 무분별한 종부세 무력화 조치에 기인한 바가 크다.

따라서 이재명 정부에 주어진 과제는 문재인 정부가 시행했던 기형적인 차등 과세를 피하면서 종부세를 다시 강화하는 것이다. 오직 가액을 기준으로 하는 일률 누진과세로 전환하여 노무현 정부 때 종부세의 원칙을 복원하는 것이 옳다.

이렇게 하면 부동산 고액 보유자의 보유세 부담을 높이면서도 형평성 논란은 피할 수 있고, 똘똘한 한 채 논란도 상당히 완화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낮춰버린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일단 현행 60%에서 70%로 상향한 뒤 해마다 10%p씩 인상하고, 공시가격도 점진적으로 현실화하되 부동산 유형별·지역별 불형평성을 과감히 해소해야 한다.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염려하는 '한강 벨트' 지역 주민의 반발은 현행 장기 보유자 공제와 고령자 공제를 1주택 실거주자(단순 보유자가 아니다!) 위주의 공제로 전환하여 얼마든지 잠재울 수 있다. 1주택 실거주자 중 5년 이상 거주한 이들에게는 매년 10%씩 최대 80%까지 세액을 공제해 주어 부담을 덜어준다. 적용 기준은 과표 20억 원(시세 약 50억 원 상당) 이하로 설정하고, 만 60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최소 30%의 기본 공제율을 보장한다. 과표 20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의 경우 과표 20억 원 초과분에 대해 정상 과세를 적용한다.

대한민국을 '부동산의 덫'에서 구해낼 근본적 개혁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가 오는 5월 9일부터 재시행된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조정대상지역 주택 양도차익에는 최고 75%(지방세 포함 82.5%)의 세율이 적용된다. 1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외벽에 양도세 중과 관련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사실 다주택자에 초점을 맞추어 부동산 전쟁의 '전선'을 꾸리는 전술은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어렵다. 현재의 정책 방향과 종부세 복원이 결합해서 효과를 발휘하면, 정책의 목표는 오랜 세월 대한민국 경제의 질곡으로 작용해 온 부동산의 덫을 완전히 철거하는 근본적인 개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소득 연계형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양도소득세를 상시적인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장치로 개선해야 한다.

또한 국가의 주택 공급 정책 방향을 전면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국공유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할 때는 투기 세력의 먹잇감이 되는 일반 분양 대신,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뼈대로 삼아야 한다. 신규 공공택지에서도 이 두 주택의 공급 비율을 압도적으로 높여 서민층과 중산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지방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에 고품질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자는 조국혁신당의 정책 제안은 발상의 전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하다. 법률적 근거가 약해서 오랫동안 고전해 온 사회주택 사업에 대해 법률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이재명 정부가 할 일이다.

아울러 주택 시장의 거품을 떠받치고 있는 금융 시스템의 수술도 불가피하다. 현재의 부동산 금융은 대출 과정에서 은행이 단 한 푼의 손해와 위험도 감당하지 않는 기형적인 구조다. 집값이 오르면 이익은 사유화되고, 위기가 오면 부실의 위험은 사회화된다. 금융 기관 역시 대출 부실에 따른 위험을 실질적으로 분담하도록 제도를 개혁하여, 맹목적인 부동산 자금 쏠림과 가계 부채 팽창을 원천적으로 제어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결연한 의지와 선제적인 시그널은 훌륭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그 의지가 현실의 거대한 변화로 이어지려면 조세·공급·금융을 아우르는 치밀하고 종합적인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는 5월 9일 이후, 대통령이 쥔 무기가 단순한 징벌적 과세를 넘어 대한민국을 부동산의 덫에서 구해 낼 정교한 수술용 메스임이 입증되기를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묻지 않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고 쏟아내는 대통령의 맹렬한 포화 뒤로,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하고 구체화해야 할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료들의 모습은 왜 보이지 않는가. 대통령이 앞장서서 부동산 개혁의 깃발을 들었다면, 주무 부처의 장관과 관료들이 나서서 부동산 정책의 방향과 대안을 국민 앞에 브리핑하고 시장을 설득해야 마땅하다.

작금의 상황은 흡사 대통령 혼자서 전선을 지키며 '북 치고 장구 치는' 형국이다. 관료들의 침묵 속에 대통령의 '고군분투'만 남는다면, 부동산 공화국을 혁파하겠다는 담대한 선언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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