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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201번 보고 쓴 667만자, "내란대장경도 팔만대장경처럼 국란 극복용"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이정민

667만 2094자. 1년 간 군인권센터 활동가 4명이 "절박한 심경"으로 써내려간 12.3 내란 관련 재판 기록 '내란대장경(https://mhrk.org/106)'의 글자수다. 방혜린(37) 군인권센터 사무국장과 활동가 3명(이소중·이진우·함성현)은 내란 관련 첫 재판이었던 내란중요임무종사자 김용현의 공판(지난해 1월 16일)부터 내란우두머리 윤석열의 1심 선고(지난 19일)까지 내란 관련 재판을 201회 지켜보고, 기록했다.

"거의 모든 국민의 관심사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에 있을 때였다. 윤석열 파면도 중요하지만 내란의 형사적 죄책을 물을 수 있는 곳은 형사재판이기 때문에, 지귀연 등 재판부가 제대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지 감시·기록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방 국장과 인터뷰했다. 윤석열의 내란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그는 지귀연 재판부의 1심 판결을 두고 "비상계엄이 국헌문한 목적의 내란임을 인정한 것 외에는 하나도 동의할 수 없다"라고 평가했다.

군인권센터가 지난1월 16일 '내란대장경'을 공개했다. ⓒ 군인권센터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3~6월 매주 발송(총 11회)했던 내란 재판에 관한 뉴스레터. 각종 '밈'과 '짤'을 활용해 알기 쉽고 재밌게 재판 내용을 전하고 있다. ⓒ 군인권센터

내란대장경에는 윤석열·김용현·노상원 등 주요 피고인의 '명대사'도 담겨 있다. 방 국장은 "활동가들과 함께 토의하며 가장 어처구니없거나 열 받았던 피고인들의 말을 선정했다"며 "노상원이 황당한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해서 결정하기 쉬웠다"라고 설명했다.

내란대장경 제작팀은 매주 내란 재판 내용을 알기 쉽고, 재밌게 구성해 지난해 3~6월 총 11차례 독자들에게 이메일로 전송하는 '뉴스레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방 국장은 "일단 재미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 '밈'과 '짤'을 많이 썼다"라며 "'설시하다'처럼 재판에서는 많이 쓰이지만, 현실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도 가다듬어, 이해하기 쉽게 만들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해군사관학교 졸업 후, 5년간 해병대에서 복무(대위 전역)한 방 국장은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할 줄 아는 군인들도 있는데, 이들을 만만히 본 게 윤석열의 패착"이라며 "군 구성원들에게 반복적으로 쿠데타에 동원돼온 군의 역사를 교육시켜, 더 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앞으로도 군인권센터는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의 내란 관련 재판을 계속 기록할 예정이다.

다음은 방 국장과의 일문일답.

"법원을 선전 현장으로 만든 윤석열"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윤석열 내란 1심 선고 내용 중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한 부분이 가장 의아했다"고 말했다. ⓒ 이정민

- 윤석열이 지난 19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내란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시기 등, 윤석열의 주장을 많이 수용한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내란 특검팀의 공소장 변경, 노상원 수첩의 증거 채택이 뒤늦게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이 법원이 밝힐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윤석열이 장기독재 목적이 아닌 국가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한 이유로 계엄을 결심했다고 판단한 부분은 실망스럽다."

- 재판에 임하는 윤석열의 태도는 어떻게 봤나.

"괘씸했다. 재판이 중계되기 전, 윤석열은 출석과 불출석을 반복하는 등 재판을 사실상 무시했다. 중계가 시작된 후에는 법정을 적극적으로 선전 현장으로 쓰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재판부, 검찰, 증인 등에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지지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법원의) 재판 중계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영상을 2차 가공해 배포하는 것이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범죄는 하나의 증거나 증언으로 성립되는 게 아니라, 여러 증거와 증언들이 켜켜히 쌓여 성립된다. 재판 중계 영상 중 일부만 떠돌아다니는 것은, 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자극적인 부분만 부각시켜 윤석열·김용현을 광고해주는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했다."

- 1심 선고 당시 판결 요지를 들었을 때 가장 의아했던 지점이 있다면.

"(지귀연 재판장이)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 없다'고 한 부분이다. '대통령이 국가 위기 상황이라고 인지해, 어떤 결단을 내렸다'라는 것을 '성경을 읽는다'에 비유함으로써, 정당성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그러면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며 '그렇다고 군을 국회로 보내서는 안 됐다'고 판단하긴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러한 행동이 정당할 수 있다고 읽히게끔 판결해버렸다. 또 살인이라는 결과를 낳지 않았더라도 내란 행위 자체만으로도 최고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국가 원수인 찰스 1세가 처형당했다고 말했으면서도 뒤에 가서는 여러 이유를 들며 양형을 깎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2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전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지귀연 부장판사가 선고 요지를 설명하고 있다. ⓒ 서울중앙지법

- 내란대장경에 담은 윤석열의 명대사로 "대통령이 계엄 해제했는데도, 내란몰이하면서 대통령 관저 막 밀고 들어오지 않습니까?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을 선정했다.

"그 말이, 윤석열의 기본 태도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윤석열은 재판 내내 '너희가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얼마나 우습게 알고, 나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구국의 결단' 등을 많이 이야기했다. 윤석열 세계관에서 군인들은 자신과 동일한 선에 있는 사람이 아니다. 스스로 생각도 못하고 판단도 못하는 이들이다. 그러니까 곽종근·이진우에게까지 계엄 직전까지 구체적인 계획을 알려주지 않은 거라고 생각한다.

계급이 낮은 군인들을 대상으로 증인신문이 진행됐을 때도, '네가 뭘 안다고' 식으로 그들을 대했다. 그런데 결국 본인이 그것에 되치기 당했다. 국회에 갔던 이진우 부관 오○○ 대위, 운전관 이○○ 중사가 그날 밤 윤석열과 이진우 사이에 이뤄진 통화에 대해 실토하면서 진실을 밝히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이런 군인들도 있는데, 군인들을 마냥 만만히 본 게 윤석열의 계엄 실패 요인 중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앞으로도 계속 재판 감시"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11-20 ⓒ 서울중앙지방법원

- 내란대장경이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나.

"연말에 회의하다가 나왔다. (내란대장경 공개 후) 어느 날 자신을 불교신자로 소개한 이로부터 전화가 없다. '어떻게 대장경이라는 단어를 쓸 수 있냐'고 따지더라.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팔만대장경과 내란대장경의 집필 배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시대 때 몽골군이 쳐들어온 국란의 상황에서 승려님들도 '이거 하나라도 더 파면 부처님이 우리 정성을 알고 도와주시지 않을까'라는 굉장히 절박한 심경으로 대장경을 만드셨을 것이다. 우리도 내란이라는 국란을 맞이했다. 이 국란에 어떻게 대처하고 이를 기록·기억해 나갈 것인지 고민했고, 그 결과가 내란대장경이었다. 이처럼 팔만대장경과 내란대장경의 본질적인 속성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 전역한 군인이기도 하다. 윤석열 내란에 동원된 군인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더 이상 내란에 우리 군이 동원되지 않고 불법적인 명령에 항명할 수 있으려면, 이번 사건을 정면으로 돌파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지 못한 게 제일 아쉽다. 예컨대 국방일보에 '12.3 비상계엄', '내란'을 검색하면, 오피니언(칼럼)이 딱 하나 나온다. 그런 건 확실히 문제다. 또 이번 계엄에 동원된 3공수여단은 전두환이 쿠데타를 일으킬 때도 동원됐었다. 부대원들 사이에 '우리 부대가 굉장히 불법적인 일에 여러 번 동원됐고, 이로 인해 부대 하나가 박살나기 직전까지 갔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돼야 한다. 군 구성원들에게 이런 어두운 과거를 꾸준히 교육해야 한다. 군 내부에서 내란이라는 것을 방 안에 코끼리처럼 가둬놓고, 계속 외면한다면 언제 또 다시 이런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 앞으로 활동 계획은.

"(군사법원에서) 서울중앙지법으로 넘어온 여인형·곽종근·이진우 등 사령관과 계엄투입군들의 재판을 기록할 예정이다. 윤석열·김용현 등의 2·3심 재판도 기록할 것이다. 재판이 모두 마무리되면, 내란대장경의 검색 기능도 개발할 계획이다. 윤석열은 끝까지 내란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았다. 지지자들의 결속을 위한 선동성 발언만 했다. 그런 그도 계속 감시할 것이다."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이후 내란 재판에 대해서도 계속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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