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뉴시스
30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3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뉴시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의 오만하고 위태로운 발언이 연일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브런슨 사령관은 지난 22일 미 육군 전쟁대학 팟캐스트에서 한국을 ‘중국을 겨냥한 단검’으로 묘사했다. 파문이 일자 그는 30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대화에서 "작전 환경을 설명하려던 것"이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구한말 프로이센 군사고문의 망언까지 소환하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청와대는 30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부·국방부 등 각급 외교·안보 채널을 통해 미국 측에 사실상의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고 자제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주권국가에 대한 심각한 내정간섭이자 자주권 침해다. '속국'이라는 비뚤어진 인식을 가지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망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를 한낱 '물밑 소통'으로 적당히 수습하려 했다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이 같은 안하무인식 발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국가 주권의 핵심 과제인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해서도 일개 국가의 군인 신분으로 공개적인 딴지를 걸며 월권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전쟁반대 및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추방,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7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들이 전쟁반대 및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추방, 주한미군 철수 등을 촉구하며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 나라의 군사적 주권과 외교 전략은 오직 주권자인 국민과 정부가 결정할 영역이다. 그럼에도 번번이 한국의 전략적 위상을 대중국 전진기지로 제멋대로 규정하고 흔드는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오만함이다.

 

가령 일본의 방위상이나 자위대 막료장이 공식 석상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발언했다면 우리 정부의 대응이 어떠했겠는가. 당연히 주한 일본대사를 즉각 초치하고 강력한 공식 성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엄중히 요구했을 것이다.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 작아지는 우리 정부의 대응 방식은 주권국가의 자존심을 스스로 훼손하는 행위다. 이번 사안은 조용히 소통하고 뒤에서 유감을 표명했다고 언론에 넌지시 흘리며 적당히 수습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정부는 당장 주한미국대사(대리)를 초치해 이번 사태에 대해 공식적으로 엄중히 항의하고, 주권 침해성 발언의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주한미군사령관의 거듭되는 설화를 개인의 즉흥적 비유나 해프닝으로 묵인한다면, 동맹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의 자주권은 끊임없이 잠식당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