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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으로 보낸 무인기, 미국이 모를 수 없는 5가지 이유

  • 기자명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7.23 18:06
  •  
  •  댓글 0
 
 
2024년 10월 18일, 북이 공개한 무인기 사진
2024년 10월 18일, 북이 공개한 무인기 사진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은 최근 특검 조사에서 “대통령이나 대통령실로부터 직접 지시받은 적 없으며, 합참 지시에 따라 작전을 수행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은 합참 내부 반대에도 작전이 강행됐고, 일부 부대에만 정보가 공유되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미국이 무인기 침투 작전을 사전에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① 작전 구역이 미군 통제하에 있는 곳

미국은 남과 북 사이의 공역을 P518 한국전술지대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이곳은 유엔군사령부, 한미연합사령부, 주한미군이 공동 규정으로 관리·운용하는 구역이다. 이 구역을 비행하려면 반드시 사전에 항공공시보(NOTAM)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비행 절차를 규정한 ‘Regulation 95-3’ 문서에는 “항공공시보 승인 없는 비행은 금지되며, 미군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미국 몰래 무인기를 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P518 한국전술지대 ⓒUNC-CFC-USFK-Reg-95-3(2017)
서부지역 P518 한국전술지대. 백령도도 포함되어 있다. ⓒUNC-CFC-USFK-Reg-95-3(2017)

② 연합 통신망에 연결된 무인기

한국군 무인기는 미군과 연동된 통신·항법 시스템(GPS, Link-16, IFF 등)을 기반으로 운용된다. 비행 중에는 공중조기경보기나 미군 지상레이더, 연합 지휘통제망에 자동으로 탐지되며, 전파된다.

③ 작전 지휘체계상 ‘자동 공유’

한미연합군 구조상 한국군이 북을 겨냥한 정찰·감시·타격 작전을 단독으로 수행하더라도 작전 정보는 실시간으로 미군과 공유되도록 설정돼 있다. 이것은 연합작전 지휘통제 체계(C4I)를 통해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특히 북의 지휘부 또는 주요 전략시설을 향한 고위험 작전은 사전 조율이 필수이며, 이러한 작전은 지휘 체계상 연합사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④ 비행고도와 루트도 미군 승인 사항

북으로 보낸 무인기는 2km 고도에서도 소음이 들려 군사용으로 부적합한 제품이었다. 그런데 소음기를 제거하고, 육안으로 확인될 가능한 고도로 비행했다.

P518 한국전술지대에서는 고도 구간에 따라 통제 부서가 구분된다. 또한 1,000피트(약 300m) 이상 비행 시에는 별도의 통제 절차가 추가된다. 정밀하게 관리되는 구역에서 소음과 육안 노출까지 동반한 무인기 작전이 절차도 없이 은밀하게 진행됐을리 없다.

⑤ 미국이 정치·군사적 위험을 몰랐다고?

윤석열은 북의 군사적 반응을 유도하기 위해 평양에 무인기를 침투시켰다. 이는 국지도발이나 전면충돌을 유발할 위험이 매우 큰 행위다. 이 같은 충돌은 곧 동북아 전체의 불안정성으로 이어진다.

북을 대상으로 하는 고위험 작전은 사실상 미국의 통제하에 놓여있다. 미국의 감시체계상 이를 사전에 몰랐다는 주장은 기술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미국은 P518 한국전술지대에 대한 내용을 수십 페이지로 세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 의해 철저히 관리되고 있는 지역을 통과한 무인기 작전에서 미국이 배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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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비서관 인선 미공개 논란…대변인 “조직 정비 완료되면 공개할 것”

신형철기자

수정 2025-07-23 16:27등록 2025-07-23 16:27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의 사태로 대통령실의 비서관급 공직자의 인선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아직 조직이 정비되지 않아 비공개 방침을 유지하면서 향후 공개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23일 브리핑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문재인·윤석열 정부 등에서는 1급 비서관 인선도 공개했다. 특별히 인선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라는 물음에 “인수위 없이 시작한 정부가 두 달이 채 안 되고 있는데 비서관 채용 또한 마련이 다 되지 않은 상태고 진용도 다 갖춰지지 않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강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시절 초기 언론 담당을 맡았던 담당자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 정부 초기에는 비서관 및 행정관의 개인 연락처나 신상에 관한 공개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언론계 보수 인사의 추천으로 발탁된 강준욱 국민통합비서관이 지난 3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계엄을 옹호하는 주장을 폈던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고, 결국 자진사퇴했다. 이에 대통령실의 비서관급 인선 또한 공개해 외부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지난 정부까지도 비서관급 인선은 대부분 공개됐다. 이재명 정부와 마찬가지로 인수위 없이 정권을 시작한 문재인 정부에서도 결과적으로는 모든 비서관급 인사를 공식 브리핑 또는 보도자료 형태로 공개했다. 다만 그 시점이 분산되었는데, 출범 초기에 임명한 비서관들의 경우 며칠 또는 몇 주 지연되어 발표된 경우가 있었다. 2017년 6월 초까지 일부 비서관들이 사실상 업무를 시작한 뒤에야 인사 발표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후 청와대는 인선이 완료된 비서관들에 대해 수시로 서면브리핑이나 대변인 발표를 통해 공개했다.

한편, 강 대변인은 여당 내에서 대통령실 인사 검증 시스템이 국민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에 대해선 “강준욱 전 국민통합비서관의 자진사퇴 과정은 한편으로는 국민의 기대감을 잘 충족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송구스러운 마음도 포함되지 않았나 싶다”며 “국민주권정부로서 국민의 높은 기대감을 만족시켜 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아쉬움을 같이 표현한 것이라고 봐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신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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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 고통 언제까지…'박원순 다큐' 제작진, 상영금지·배상 판결에 항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7/23 16:25
  • 수정일
    2025/07/23 16:25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김대현 감독, 항소 후 "北 김정은 문제 용납 않듯 피해자 의심 못하게 해" 주장 공유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사건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첫 변론> 제작진이 법원의 상영금지 및 배상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제작진 측은 "마치 북에서 김정은의 통치력을 문제 삼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피해자임을 털끝만큼도 의심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시물을 공유하는 등 피해자 A 씨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

 

22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다큐멘터리 <첫 변론>을 제작한 단체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과 연출자 김대현 감독은 A 씨에 대한 1000만 원 배상과 다큐멘터리 광고·제작·판매·배포 금지 및 위반 시 1회당 2000만 원 지급을 선고하라는 서울남부지방법원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항소이유서는 22일 기준 아직 법원에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대현 감독은 항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뒤인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재판은 항소심으로 올라가야 맞을 것 같다"며 재판부의 판결에 항의하는 글을 공유했다. 해당 게시물 작성자는 "그녀(A 씨)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중죄인이 되고, 과연 그녀가 성추행을 당한 게 맞는 것인지 묻고 그 증거나 증인 등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문제 삼는다면 성추행범을 옹호하는 파렴치한이 된다"며 "마치 북에서 김정은의 통치력을 문제 삼는 것이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A 씨가 피해자임을 털끝만큼도 의심하는 게 용납되지 않는, 그게 우리의 웃기지도 않는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때까지 가장 성공한 여성운동 사례는 A 씨를 증거도 없이 피해자로서 미리 확정시킨 사건" "직권조사로 성추행을 인정한 인권위원장 역시 최영애라는 여성계 인사" "좌파 정치를 공격하면 파워가 생기는 게 한국의 여성계라면, 차라리 우익 정치 운동이라고 스스로 밝힐 것이지 그런 간판은 왜 달고 있는지 모르겠다" 등 박 전 시장 사건과 관련해 여성계에 대한 비난을 거듭했다.

 

그러면서 "영화의 원작은 아무 문제없이 판매되고 있는데 영화는 망하게 만들겠다며 A 씨에게 조그만 흠집조차 용납 않겠다는 판결에는 이의가 있다"며 1심 판결에 불복한다는 뜻을 밝혔다.

 

 

▲ '첫 변론' 포스터.ⓒ박원순을 믿는 사람들

 

<첫 변론> 제작진은 박 전 시장 성폭력 사실을 부정하며 지난 2023년 7월부터 8월까지 전국 16개 지역에서 1400여 명(제작진 추산)이 참석한 시사회를 열었다. 피해자 측은 같은 해 8월 1일 영화상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이 9월 20일 가처분을 인용했다. 이에 제작진이 제소명령을 신청했으며 법원이 이를 인용하자 A 씨 측은 민사배상명령 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지난 3일 1심 재판부는 <첫 변론>이 상영될 경우 A 씨의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며 다큐멘터리 상영 금지와 광고·제작·판매·배포 금지 및 위반 시 1회당 2000만 원 지급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 전 시장의 A 씨에 대한 성희롱 행위의 존재는 인권위 조사절차 및 관련 행정소송 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쳐 여러 차례 인정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영화는 그 가해행위의 존재를 정면으로 부정함에서 더 나아가 A 씨가 박 전 시장과 관련이 없는 준강간 사건의 책임을 고인에게 씌우기 위해 허위 또는 왜곡된 기억을 바탕으로 박 전 시장을 고소했고 이로 인해 공적으로 존경받고 A 씨와도 친밀한 관계였던 박 전 시장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희롱 사건에 대한 A 씨와 박 전 시장의 입장을 균형 있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박 전 시장에게 우호적인 자들의 진술, A 씨의 박 전 시장에 대한 친밀한 언행 등을 통해 A 씨의 피해사실에 대한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하는 내용들로만 구성돼 있다"며 "영화의 구성방식, 전체적인 흐름 등을 볼 때 피고들은 박 전 시장을 지지하는 입장에서 그의 업적을 기리고, 박 전 시장의 가해행위 사실을 축소하거나 부정하기 위해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판결에 대해 지난 14일 성명을 내고 "박 전 시장 성희롱 사건은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과 여러 자료, 증언에 기반한 사실"이라며 "이 사건은 '가짜 미투'가 아니며, 다른 사적인 이유나 앙심에서 비롯된 일도 여성단체와 변호사의 사주로 이루어진 일도 아니"라고 했다.

 

또 이들은 "A 씨를 지원해 온 단체는 고 장제원 전 의원 사건을 비롯한 다른 위력 성폭력 사건도 일관되게 대응하고 있다"며 여성단체를 향한 정치적 편향 의혹을 부정했다. 그러면서 "가해자가 끝내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사망해 그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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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의 마지막 경고장 받은 일본... 어쩌다 이렇게 되었나

[임상훈의 글로벌리포트]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몰락한 자민당

25.07.23 11:53최종 업데이트 25.07.23 11:53

"보수주의는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는다'는 믿음에 기초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대로 두면 변화에 휩쓸린다. 하얀 울타리를 지키고 싶다면 계속 덧칠해야 한다. 옛것을 지키려면 언제나 새롭게 다시 그려야 한다."

영국의 작가 G.K. 체스터턴이 남긴 말이다. 변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조율하며 본래의 가치를 지켜내는 것, 그것이 보수의 정신이다. 보수는 과거로 도망치는 회귀가 아니라 공동체를 지탱할 질서를 유지하려는 적극적인 기술이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 기술이 무너지고 있다. 프랑스의 드골주의 공화당, 이탈리아의 기독교민주당, 독일의 기독교민주당, 미국의 공화당. 20세기를 이끈 주요 민주주의 국가의 보수 정당들이 오늘날 하나같이 위기를 맞거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공통점은 하나다. 보수의 본령을 잃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시대에 맞서 책임 있는 조율자가 되기보다 권력 유지에 급급했고, 질서를 가꾸기보다 기득권을 관리했다. 불안한 공동체를 어루만지기는커녕 익숙한 관행 안에 숨었다. 변화 앞에서 원칙은 흐려졌고, 그 자리에 타성이 남았다.

그렇게 책임을 방기한 자리에 불안과 분노를 자극하는 감정의 정치가 들어섰다. 새롭게 떠오른 세력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를 증폭시켜 정서적 결속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지지를 모은다. 분열의 언어가 힘을 얻고, 미래에 대한 계획은 과거에 대한 향수로 대체된다.

그 틈을 파고든 것이 극우다. 이제 극우는 더 이상 주변부에 머물지 않는다. 주류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주류의 언어를 흉내 내고 때로는 그 자리를 넘본다.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미국에서 이미 확인된 현상이다. 그리고 이제 일본도 그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0일 열린 일본 참의원 선거는 유권자들이 자민당에 보내는 마지막 경고처럼 보였다. 자민당은 단독 과반은 물론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합쳐서도 전체 의석 과반 확보에 실패했다.

2012년 이후 10년 넘게 이어온 안정 다수의 구조가 무너졌고 '참의원 선거만큼은 이변이 없다'는 공식도 깨졌다. 자민당이 상대적 다수는 유지했지만, 일본 보수 정치가 구조적 쇠퇴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더는 감출 수 없게 됐다.

일본 정치의 새로운 질서 구축한 자민당

21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참의원 선거 패배 직후 도쿄의 자민당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위해 연단으로 향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1955년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하며 자민당이 탄생했다. 그것은 단순한 정당 재편이 아니라 일본 정치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한 분기점이었다. 전후 분열된 일본 사회에서 자민당은 안정과 통합의 이름으로 권력을 장악했고 이후 수십 년 동안 일본 정치 중심에 군림했다.

자민당이 선택한 방식은 명확했다. 이념 대립 대신 관료제의 행정을 중시했고, 대립적 정치보다는 이익의 분배를 통해 불만을 흡수했다. 정치는 논쟁의 장이 아니라 문제를 조정하고 관리하는 수단이었다. 갈등은 드러나기보다 봉합되었고, 변화는 체제 안에서 조율되었다.

무엇보다 자민당은 대중을 동원하는 정치보다 엘리트끼리 조율하는 정치를 택했다. 정책은 관료와 당내 파벌 간의 비공식 경로를 통해 결정됐고, 권력은 눈에 띄지 않게 분산되고 배분되었다. 이처럼 자민당은 '이념보다 행정', '대립보다 분배', '대중 동원보다 엘리트 조정'이라는 운영 논리를 통해 전후 일본 사회의 갈등과 불안을 흡수해 냈다.

이러한 운영 논리는 세 가지 구조적 기반 위에서 작동했다. 첫째, 당내 파벌 구조는 권력을 수직화하지 않고 수평적으로 배분하는 장치였다. 둘째, 지역 기반은 지역 개발과 자치 조직을 통해 전국 곳곳에 영향력을 뿌리내리게 했다. 셋째, 분배 구조는 고도성장의 과실을 특정 계층에 쏠리지 않도록 조정해 정치적 불만을 잠재웠다. 이 세 요소는 55년 체제를 지탱한 실질적 기둥이었다.

그러나 그 어떤 정치 체제도 유지만을 목적으로 존속할 수는 없다. 갈등을 봉합하고 권력을 분산하는 기술이 정치를 무풍지대처럼 만들었지만, 그 안에는 유권자의 참여와 선택, 책임의 순환이라는 민주주의의 본령이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

변화하는 사회에 조응하지 못한 그 구조는 점차 생기를 잃었고 정교하게 짜인 기둥들은 안에서부터 서서히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일본 보수 정치의 내파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파벌은 더 이상 권력을 수평적으로 나누는 완충장치가 되지 못했다. 세대교체 속도는 느렸고 당내 권력은 일부 인물에게 집중되기 시작했다. 경쟁보다는 승계, 견제보다는 줄서기가 이어졌고, 조율의 정치에서 긴장의 정치는 사라졌다.

지역 기반 역시 급속히 침식되었다. 지방 인구는 줄고 젊은 층은 자민당의 정당성과 무관한 세대로 성장했다. 조직은 남아 있으나 동원은 약화되었고, 지역의 목소리는 중심 권력과의 연결을 상실해 갔다.

분배 체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도성장기의 자원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재정 부담과 이해 충돌뿐이었다. 이전에는 불만을 잠재우던 예산이 이제는 갈등을 유발하는 불씨가 되었다.

일본 정치의 본질적 위기 보여주는 징후

21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참정당의 가미야 소헤이 대표가 도쿄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수십 년간 일본 정치를 옥죄어온 무기력은 바로 이 오래된 구조의 파열에서 비롯되었다. 문제는 이 무기력이 자각되지 않은 채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 불신도, 분노도 없이, 그저 관성처럼 반복되는 정치의 풍경 속에서 유권자의 기대는 서서히 식어갔다.

이제 정치적 위기는 제도의 실패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로 나타나고 있다. 정당과 유권자 사이, 권력과 국민 사이에 놓인 신뢰의 끈은 점차 느슨해졌고, 일부는 이미 끊겨버렸다. 자민당이 단순히 의석을 잃은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정당으로서의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깊은 의미를 지닌다.

이처럼 신뢰의 단절과 감정의 동요가 겹치는 틈을 비집고 새로운 세력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산세이토(참정당)의 악진은 그 대표적 사례다. 균열된 자민당 체제를 흔들고자 하는 비주류 정치의 상징적 징후이며 기존 정당 정치가 놓친 정서의 틈새를 채운 결과다.

산세이토는 구체적 정책보다 정서적 메시지를 앞세운다. "자유로운 일본", "진실한 교육", "백신 반대", "글로벌리즘 반대" 같은 구호는 논리보다는 감각에 호소하며 외부의 위협과 내부의 배신이라는 이중 서사를 만든다.

그 결과, 유권자들은 정당 정치에 대한 냉소와 회의 대신 '직접 말 걸어주는 정치'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전통적 이미지보다 비주류적 서사에 끌리고, 구조적 해결책보다 정체성의 확신에 기대는 흐름이다.

산세이토의 등장은 아직 서구의 극우 정당들처럼 완결된 정치 기획이라 보긴 어렵다. 그러나 이들이 출현한 공간 자체가, 극우 정치가 자라날 수 있는 조건을 일정 부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감정의 공백과 신뢰의 진공 속에서 정치를 조롱하거나 외면하던 이들이 이제는 분노와 상처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일본 정치의 본질적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다. 그것은 단순한 정당 지형의 재편이 아니라 정치가 감당해야 할 정서적 책임과 공동체적 의미가 붕괴되고 있다는 구조적 경고이기도 하다.

보수는 원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지켜야 할 가치가 갱신되지 않으면, 그 기술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과거의 관성에 갇힌다. 일본 자민당의 쇠퇴는 하나의 정당이 무너진 사건이 아니라 보수 정치가 본래의 책임을 상실한 결과이며, 변화에 대한 조율 능력을 잃고 제도의 틀 안에 정체된 체제의 붕괴다.

변화 앞에서 다시 울타리를 덧칠할 수 있을까. 질서를 지키고자 했던 기술이 새로운 시대의 불안을 어루만질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일본은 결국 보수의 몰락과 극우의 부상이 교차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다음 사례가 될지도 모른다.

#일본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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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 결의.. 내년 10월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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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계환 기자 
  •  
  •  입력 2025.07.22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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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북한에서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를 위한 남포조선소 종업원궐기모임이 21일 현지에서 진행되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에서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를 위한 남포조선소 종업원궐기모임이 21일 현지에서 진행되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북한에서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를 위한 남포조선소 종업원궐기모임이 21일 현지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통신은 “믿음직한 대규모 함선건조기지이며 자력갱생의 전통과 위력으로 영예 높은 남포조선소의 노동자, 기술자, 일꾼들은 우리나라를 21세기의 해양강국으로 급부상시키는 역사적 성업의 돌파구를 새세대 첫 다목적 구축함의 훌륭한 건조로써 열어제낀 그 기세, 그 기백을 더욱 배가하여 2026년 10월 10일까지 또 한 척의 신형 구축함을 건조할 것을 결의해 나섰다”고 궐기모임의 분위기를 전했다.

남포조선소 윤치걸 지배인은 보고를 통해 “당중앙전원회의 결정을 영예롭게 관철하여 공화국의 첫 다목적 구축함을 훌륭하게 건조한 남포조선소 노동계급의 긍지”에 대하여 언급하고는 “또 한 척의 신형 함선 건조에서도 기적적 성과를 이룩하여 혁명공업집단의 명예를 온 세상에 다시 한번 떨치려는 기업소 안의 전체 일꾼들과 종업원들의 드팀없는 의지”에 대하여 피력했다.

이어, 보고자는 “김정은 동지께서 안겨주신 최상최대의 믿음을 한시도 잊지 말고 애국의 한마음으로 더욱 굳게 뭉치며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의 투쟁정신을 발휘하여 구축함 건조를 제기일 내에 훌륭히 결속함으로써 당중앙의 강군건설구상을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영예로운 전위대의 무궁무진한 창조력과 불굴의 기상을 다시 한번 떨쳐나가자”고 호소했다.

이날 궐기모임에서는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 시작이 선포되고 2026년 10월 10일까지 구축함건조를 끝내기 위한 일정계획이 발표되었다. 10월 10일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다.

이어 결의토론들이 있었으며, ‘김정은 동지께 드리는 맹세문’이 채택되었다.

이날 궐기모임에는 당중앙위원회 조춘룡 비서와 관계부문 일꾼들, 남포조선소와 선박공업부문 노동자, 기술자들이 참가했다.

통신은 “모임이 끝난 후 남포조선소의 노동계급은 ‘최현’급 구축함 3호함 건조에 진입하였다”고 알렸다.

앞서, 지난 5월 21일 청진조선소에서 진수식 도중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5천톤급 구축함 2호함의 진수식이 사고 발생 22일만인 6월 12일에 라진조선소에서 진행된 바 있다. 이 5천톤급 구축함은 ‘최현’급으로, 함의 명칭은 ‘강건’호로 명명되었다.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5천톤급 구축함 2호함의 진수식 기념연설에서 “구축함 2호함의 진수기념식을 성대하게 가지게 된 것은 성스러운 개척의 닻을 올린 함대건설의 새 시대가 도도한 전진을 계속하고 있으며 세계적인 해군력 건설을 목적한 우리의 방대한 함선건조계획들이 가장 정확하게 빠른 속도로 추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최현’급 또는 그 이상급의 구축함들을 매해 두 척씩 무어 작전수역에 배치”하는 등 해상무력의 급진적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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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총수의 자기거래특권과 민주주의의 실패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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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7.22 11:39

  • 수정 2025.07.22 14:36

  • 댓글 3

'대리인의 배신' 삼성 무죄판결이 던진 근본적 질문

지난 7월 17일 대법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에 최종적인 면죄부를 선물했다. 이는 단순히 한 기업총수의 재판이 끝났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이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그리고 상법과 회사제도라는 공적 시스템이 어떻게 특정개인의 사적 이익을 위해 마법처럼 동원될 수 있는지를 우리사회에 다시 한 번 묻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 판결을 계기로 우리는 재벌총수 일가에게만 허락된 특권의 본질과 이를 제어하지 못하는 우리민주주의의 실패를 직시해야만 한다.

이 사건이 유독 중요한 이유는 지난 25년간 한국사회의 가장 예민한 환부들을 모두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의 고리, 사법부의 독립성 문제, 엘리트 카르텔의 작동 방식, 그리고 대의민주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대리인 문제까지 삼성의 경영권승계 과정은 이 모든 모순이 응축된 하나의 거대한 프리즘과 같다. 따라서 이 판결의 의미를 제대로 분석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앞으로 어떤 경제 질서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과 직결된다.

‘제왕적 총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재벌의 구조적 특수성

대의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는 주권자의 대리인(agent)인 국회의원이 주인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법을 만드는 ‘셀프입법특권’에 있다. 대한민국 경제에는 이와 완벽하게 닮은꼴인, 그러나 더욱 교묘하고 파괴적인, 대리비용 문제가 존재한다. 바로 재벌총수 일가가 회사와 주주라는 주인을 배신하고 사익을 추구하는 ‘자기거래(self-dealing)특권’이 그것이다.

이 특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벌체제에 고유한 구조적 특수성을 알아야 한다. 미국 대기업의 자회사가 대부분 100% 지분을 소유한 ‘완전자회사’인 것과 달리, 한국 재벌의 계열사들은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은 매우 낮은 대신 다른 계열사들이 서로를 소유하는 복잡한 구조의 ‘부분 자회사’에 가깝다. 바로 이 구조가 총수일가에게 회사라는 공적 제도를 사유화할 수 있는 강력한 유인을 제공한다.

 

여야가 합의한 상법개정안이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고 있다. 2025.7.3 연합뉴스

총수의, 총수에 의한, 총수를 위한 마법의 연금술

재벌지배구조 속에서 총수일가는 다양한 회사제도를 오남용하며 자신들의 부와 지배력을 강화한다. 그 첫 번째 마법은 비상장 계열사라는 비밀의 방이다. 과거 삼성 에버랜드가 그랬듯이 총수일가는 외부감시가 느슨한 비상장계열사를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활용한다. 이곳에서 전환사채 헐값발행과 같은 편법적인 거래가 이루어지고 그룹의 유망한 사업기회를 총수의 개인회사에 몰아주는 회사기회 편취행위를 통해 상장사의 부가 비상장 개인회사로 이전되는 마술이 벌어진다.

두 번째 마법은 물적 분할이라는 알토란 빼돌리기다. LG화학이 전도유망한 2차 배터리 사업을 분가시켜 만든 LG에너지솔루션의 사례는 이 마법의 효과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존 주주들이 소유한 회사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부문을 따로 떼어내 100% 자회사로 만든 뒤 상장시킨다. 이 과정에서 신설 알토란 자회사의 지분은 모회사가 독점하고 기존 모회사의 주주들은 신설회사의 주식을 단 한 주도 받지 못한다. 결국 총수일가는 모회사를 통해 신설 알짜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강화하면서 막대한 상장이익을 독점하고 기존 주주들은 자신이 투자한 회사가 빈껍데기로 전락하며 주가가 폭락하는 것을 눈 뜨고 당해야만 한다.

세 번째 마법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보듯 불공정 합병을 통한 지배권 강화다. 상장사 간의 합병임에도 시장가격을 제쳐두고 총수의 이해관계에 따라 조작된 협의가격으로 합병비율을 결정한다. 네 번째 마법은 이른바 자사주의 마술이다. 주주의 돈으로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보유하다가 총수일가의 지배권을 방어하기 위해 ‘백기사’(white knight)에게 넘기거나 합병 시 총수에게 유리한 의결권으로 활용하며 주주의 재산을 총수의 지배권 강화수단으로 둔갑시킨다.

법은 왜 재벌 앞에서 멈추는가

이러한 총수일가의 자기거래(self-dealing)행태를 규제하기 위해 우리 세법은 갖가지 상세한 증여의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재벌그룹 내 비서실과 거대로펌, 대형회계법인들은 끊임없이 법망을 우회하는 새로운 금융기법을 개발해낸다. 법이 특정행위를 금지하면 또 다른 편법을 찾아내서 치고나가기 때문에 뒷북치기 규제가 반복됐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러한 행위를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조항을 도입하기도 했지만, 법집행기관의 소극적인 태도로 인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과거 IMF 외환위기 이후 주주자본주의 관점에서 추진된 사외이사 도입, 주주대표소송 요건 완화, 공시의무 강화 등의 개혁조치들도 기대효과를 내지 못했다. 이는 게임의 규칙을 만드는 심판(이사회)을 선수(총수)가 직접 임명하는 구조적 모순을 건드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 회사법을 참고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재벌체제는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라 이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힘은 오롯이 대한민국의 정치인과 학계에 있기 때문이다.

기회와 모순의 기로에 선 22대 국회

22대 국회는 현재 역사적 과제 앞에 서 있다. 최근 민주당 주도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자사주의 마술을 막기 위한 추가개정안도 추진되는 등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이 모든 개혁의 취지를 무력화할 수 있는 상법상 특별배임죄 폐지 법안이 민주당 의원입법으로 발의되었다는 사실은 심각한 모순이다.

재벌체제라는 특수한 시스템이 유지되고 그 안에서 총수의 배임적 ‘셀프거래’와 ‘쌍방대리’가 계속되는 이상, 민사적 책임만으로는 부족하다. 이를 포괄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법상 특별배임죄라는 형사적 최후보루는 반드시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폐지하자는 주장은 재벌총수들에게 마음 놓고 사익을 추구할 허가장과 면죄부를 주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해법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 있다

진정한 해법은 ‘회장님’ 자본주의도, ‘소액주주’ 자본주의도 아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대전환에 있다. 기업의 성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우리사주제와 노동이사제, 이익균점권 등을 통해 기업경영과 현장혁신의 파트너로 나설 수 있어야 한다. 그 핵심은 이름만 바꾼 ‘독립이사’가 아닌 노동자와 사회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회이사’의 도입이다.

이러한 제안이 단지 이상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야말로 재벌의 ‘자기거래/쌍방대리 특권’이라는 근본적인 병폐를 치유할 가장 현실적인 처방이기 때문이다. 총수의 전횡을 견제할 유일한 힘은 그와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또 다른 강력한 주체의 등장에서 나온다. 노동조합과 협력업체의 목소리가 이사회에 직접 반영될 때 비로소 총수는 회사를 자신의 개인금고처럼 여기는 행태를 멈추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는 진정한 의미의 경영판단을 하게 될 것이다.

‘코스피 5000’ 시대를 위한 제언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한 22대 국회는 역사적인 기회와 책무 앞에 서 있다. 코스피 지수가 다시 사상 최고점을 향해 달려가는 이 중요한 시점에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신뢰를 갉아먹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불러오는 재벌총수의 ‘자기거래/쌍방대리 특권’을 해체하는 과감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만약 지금, 이 기회를 놓치고 또다시 재벌개혁에 실패한다면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경제정의가 꽃피는 세상과 ‘코스피 5000’ 시대는 그만큼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는 기업민주주의라는 튼튼한 경제적 토대 위에서만 비로소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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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스크에 나타난 북한군에서 재현된 항일유격대 전통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5/07/22 [09:50]
  •  
 

7일 미국의 한호석 정세연구소 소장은 본지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이 어떻게 전투에 임했는지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를 통해 북한군이 현대전에 얼마나 준비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는 무인기가 굉장히 많이 투입되어 장갑차 같은 장비를 쓰거나 여러 병사가 모여 있으면 위험하다. 결국 2~3명으로 편성한 소규모 병사들이 돌격해 작전을 펴야 했고 이 때문에 개별 병사의 정신력과 체력, 훈련 수준이 매우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정규전임에도 마치 유격전의 특징이 나타난 것이다. 

 

▲ 러시아가 공개한 북한군.

 

공개된 여러 증언을 종합하면 북한군이 ▲최고사령관을 향한 충성심이 강하고 ▲강한 전투 의지를 지녔으며 ▲임무 수행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아끼지 않았고 ▲포로가 되느니 자폭을 선택했으며 ▲동료를 위해 죽음도 불사했고 ▲강인한 체력과 높은 사격술을 지녔으며 ▲변화된 환경에 빠르게 적응했다는 주장이 반복해 등장한다. 

 

마치 북한이 이야기하는 일제강점기 항일유격대와 비슷한 모습이다. 

 

북한군의 특징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은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관련된 자료를 다시 정리해서 소개한다. 

 

NPR

 

6월 16일 자 미국 NPR(전국 공영 라디오)가 보도한 「우크라이나에 맞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 북한군, 드론 전쟁에 능숙해져」에 나오는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 NPR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전술을 사용하던 것에서 드론을 이용한 전장 관리로 전환했다.”

“그들은 매우 빠르게 배웠다.”

“우리는 군인들에게 북한군과의 직접적인 교전을 피하라고 지시했다.” (북한군과 교전하면서 피해가 커지자 내린 지침)

“북한군이 없었다면 러시아가 쿠르스크를 탈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제225독립강습여단 사령관 올레흐 시랴예프

 

“그들은 러시아군보다 훨씬 더 효율적이고 신체적으로 준비된 상태였다.”

“건강하고 기동성이 뛰어나 보였다.”

“러시아군에게서 관찰한 것보다 훨씬 더 규율적인 전투 방식이었다.”

“북한 군인이 목숨을 걸고 들판에서 동료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러시아군이 그러는 걸 본 적이 없다.”

-북한군을 드론으로 목격한 제8특전연대 의료 요원 ‘블라드’(호출 부호)

 

“바바야가(드론 종류)가 러시아 부대 위로 날아가면 러시아군은 크게 두려워한다. (크고 시끄러워서) 마치 헬리콥터가 바로 위로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군은 아무런 주의도 기울이지 않고 임무를 계속 수행했다. 그들은 엄폐물 없이 곧장 전장을 가로질러 나갔다. 근처 어딘가에서 포격이 있더라도 숨지 않았다. 우리의 FPV(일인칭 시점) 드론을 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제61여단 공중 감시 부대 지휘자 ‘안드리’(호출 부호)

 

“부대에서 떨어져 나와 버려진 집에 숨어 있는 북한군 병사를 잡으려고 했다. 그는 젊고 체력이 정말 좋았기 때문에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울타리를 넘었고 50살 먹은 우리 군인들이 따라잡으려고 내려왔을 때는 이미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군인들이 그가 배낭과 장비를 들고 달리는 것을 발견했는데 부상한 상태였다. 군인들이 접근하는 걸 본 그는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깨닫고 수류탄을 꺼내 자폭했다.”

-제61여단 정찰 부대 지휘자 ‘볼로디미르’(호출 부호)

 

“북한 군인이 들판에 침착하게 서서 소총으로 드론을 매우 정밀하게 사격했다. 그들은 내 드론을 여러 번 격추했다.” (북한군은 드론을 만나면 3명 중 1명이 드론을 유인한다. 유인자가 멈추면 드론도 멈추는데 이때 다른 두 명이 조준 사격으로 파괴한다.)

-드론 조종사 ‘막심’(호출 부호)

 

NK 인사이더

 

미국 NK 인사이더가 1월 10일 보도한 「단독 보도: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병사 시신에서 발견된 문서 및 유품(1)」과 1월 9일 보도한 「단독: 쿠르스크주에서 북한군 병사 시신에서 문서 발견(2)」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군 장교 시신에서 발견한 문서 「94려단 전투경험과 교훈」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우리 맞춤법에 맞게 원문을 다듬었다.)

 

“모든 전투원을 사상과 신념의 강자, 높은 전투 정신으로 준비시킨다면 현대적인 무장 장비를 갖춘 적들도 정치사상적 우세, 전법적 우세로 능히 이길 수 있다. 작전 전투 2일간 전투원들은 적들의 포격이 우박치고 자폭 무인기가 벌떼처럼 달려드는 속에서도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의 전투명령을 목숨 바쳐 관철해야 한다는 높은 정신력과 전투 정신, 자기 희생정신을 발휘하면서 맹호와 같이 전장을 달려 최신 무기로 장비한 적들을 전율케 하고 플레호보지역을 해방하였다.”

 

“여단장, 대대장, 중대장, 전투조장들이 자기 위치에서 전투 지휘를 긴장하게 진행하면서 전투 과정에 급변하는 정황들에 대하여 정확한 판단과 결심을 채택하고 그것에 맞게 지휘를 진행함으로써 전투를 승리로 결속했다. 전투 과정 전투 지휘를 담당한 중대장들과 조장들이 희생되거나 부상으로 후송되는 정황이 발생하였을 때 신속히 참모부의 지휘성원들과 정치지도원, 부조장들에게 전투 지휘를 넘겨주고 전투를 중단없이 진행하도록 하였다.”

 

“대대들의 침투 지점들에 적들이 지탱점을 형성하고 완강하게 저항하였으며 이로 하여 전투 초기 성과를 확대하지 못하는 정황이 발생하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일부 역량으로 적을 경제 제압하는 한편 우회시켜 적들을 후미에서 타격하도록 하였다.”

 

“적들이 무인기로 아군의 이동을 정찰하고 포병 사격을 호출하여 타격하는 정황이 발생하였을 때 적 무인기에 대한 유인 및 집중사격을 조직하여 많은 무인기를 격추했으며 이미 수색한 건물들의 지하실에 은폐함으로써 인원 손실을 최소화하였다.”

 

“출발 대기 구역 공격 출발 진지까지 제1대대는 50킬로미터, 제7대대는 41킬로미터, 제10대대는 43킬로미터를 은밀히 진출하여 적이 상상하지 못하는 주거 지역의 북쪽과 동서쪽, 수림지에서 불의에 적들을 공격함으로써 31시간 만에 신속히 전투를 결속할 수 있었다. 특히 제1대대에서는 하차 지점으로부터 9킬로미터의 수림과 은폐지를 이용하여 은밀히 진행하였고 진출 노상의 프셀강을 2~3명씩 3척의 쪽배로 도하하였다.”

 

“구예보지역의 포병 무력과 적의 무인기 발진 지점들에 대하여 선제타격을 하지 못한 것으로 하여 그로부터의 인원 손실을 보게 되었다. 실시간에 의한 정찰 및 무인기 타격 행동이 진행되는 현대전에서 전투조(2~3명) 단위로 분산 행동을 진행하지 않는다면 적의 무인기, 포병 타격으로 동시에 큰 손실을 입게 된다.”

 

“전투원들의 높은 사격술과 전진 속도에 겁을 먹은 일부 적 병사들 속에서 투항을 요구하고 포로가 될 것을 희망하였다.”

 

“일부 전투원들 속에서 전투 시 부상자가 발생하자 조급하게 그를 구원한다고 하면서 적의 사계와 포격, 무인기 타격을 고려함이 없이 접근하다가 적의 총탄에 맞아 함께 부상하거나 희생되는 현상들이 10여 건이나 나타났다. 부상자가 발생하면 냉정하게 사색하면서 주변의 적들과 화력을 제압하고 엄호하에 부상자를 구출해야지 무턱대고 들어가면 적들의 저격수와 집중 사격에 많은 인원이 피해를 볼 수 있다.”

 

「로씨야군항공특전사령부사령관과의 동영상회의」라는 제목의 문서에는 드론 대응법이 담겨 있었다. 

 

“매 중대마다 적어도 1개의 무인기조를 조직하며 중대장은 지휘소에서 적정 감시를 24시간 조직하여야 한다. 정찰 없이는 그 어떤 전투 행동도 진행해서는 안 된다. 우리의 첫 임무는 은폐하는 것이다. 매 대대에는 적어도 2~3개의 무인기조를 조직하며 주간 및 야간 정찰조들을 조직해야 한다. 또한 휴대용 전파장애기(재머)를 이용하여 전자전을 벌여야 하며 반드론총 탄알 6~8발을 장비해야 한다.”

 

또 다른 문서인 「진행 할 사업순차」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었다. 

 

“습격 개시 전에 정찰 및 습격대로 적 종심의 무인기, 포병, 전차 소멸할 것.”

 

정찰병이 정찰과 함께 습격 전투까지 하는 건 북한군 특유의 전술이다. 이들은 본대의 지원을 받을 수 없기에 사실상 목숨을 걸고 전투를 진행한다. 

 

“전투 진행 시 부상자는 자체로 처리하고 가능한 대로 도움 없이 은폐시키고 기본 역량은 자기 방향으로 전진하면서 임무를 수행할 것.”

 

속전속결을 위해 부상병은 혼자 버티며 후송을 기다리기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ABC뉴스

 

ABC뉴스가 4월 8일 보도한 「‘그들은 항복하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사령관, 러시아에서 북한군과의 전투에 대한 자세한 설명」에는 쿠르스크에서 북한군과 전투를 벌였던 시랴예프 사령관의 증언이 나온다. 

 

보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을 쿠르스크에서 몰아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거의 8개월 동안 고전하며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고 하였다. 이때 북한군이 합류하면서 전장의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한다. 

 

아래는 시랴예프 사령관의 증언이다. 

 

▲ 올레흐 시랴예프.  © Vyacheslav Ratynsky


“몇 달 동안 평양의 부대는 러시아가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 군대를 몰아내려는 노력에서 ‘정예’ 공격 부대가 되었다.”

 

“그들은 항복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들을 포로로 잡은 사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미 부상한 사람들을 포로로 잡은 적도 있지만, 그들은 부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군은 육탄 공격(보병 공세를 뜻함)을 했다.”

 

“북한군이 빠르게 러시아 공격의 선두 주자로 부상했다. 러시아군은 북한군이 점령한 땅을 확보하는 데 활용됐다.”

 

북한군이 마을을 점령한 뒤 러시아군에 인계하면 러시아군이 마을을 지키는 식으로 역할을 나누었음을 알 수 있다.

 

“그들은 신체적 준비 면에서 최고로 잘 준비되어 있다. 그들은 훌륭한 저격수다. 드론과 교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총으로 드론을 격추한다. 부상자를 버려두지 않는다. 항상 후송하려고 노력한다.”

 

“러시아군이 강제로 전투에 투입되는 것과는 달리 북한군은 헌신적이며, 전장에서 영웅적으로 죽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북한군과 싸우려면) 우리 병사들이 지뢰를 밟거나 미국이 공급하는 어떤 종류의 포탄에 맞아도 그 안으로 들어가 그들을 끝낼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뉴욕타임스

 

1월 22일 자 보도 「러시아와 함께 싸우면서 북한은 그들만의 전투를 벌인다」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북한군은 러시아군과 달리 장갑차 지원 없이 전진한다. 이들은 러시아군과 달리 큰 손실을 보아도 재정비하거나 후퇴하기 위해 멈추지 않는다. 이들은 지뢰가 깔린 들판을 가로질러 맹렬한 포화 속에서 이동한다.”

 

“중상을 입으면 생포되지 않기 위해 한 손으로 수류탄을 쥐고 있다가 우크라이나군이 접근하면 폭발시켜 자폭한다.”

 

“눈 덮인 들판에서 8킬로미터를 이동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부 병사는 부상했지만 후퇴하지 않았고 증원군을 기다린 후 공격했다.”

 

“그저 전진, 전진할 뿐이다. 동기 부여, 명령 그리고 엄격한 규율 덕분이다.”

 

“러시아군과 달리 전사자와 부상자를 후송한다.”

 

월스트리트저널

 

4월 8일 자 보도 「북한이 우크라이나와의 전투에서 얻은 전장의 교훈」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처음에는 최전선에서 참호를 파고 병참 지원을 했다. 그러나 정예 부대를 포함한 수천 명의 러시아군이 빠르게 파괴되자 북한군은 전장에 배치됐다. 북한군은 전술적 인식보다 훨씬 뛰어난 이념적 열정과 신체적 지구력으로 빠르게 두각을 나타냈다.”

 

“그들은 앞으로 돌진하면서 북한말로 소리쳤다. 함성이 엄청났다.”

 

“12월에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에 포위된 북한군 병사 한 명이 ‘김정은 장군’을 외친 뒤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

 

이와 비슷한 증언으로 키이우 인디펜던트 1월 16일 자 보도를 보면 “북한군 포로를 잡을 뻔했지만 그들은 ‘김정은 장군 만세’ 혹은 ‘조선노동당 만세’를 외치며 수류탄을 터뜨려 자폭했다”라는 내용이 나온다. 

 

CNN

 

1월 30일 자 보도 「자폭과 80년대 전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이 작전하는 방식」의 내용을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보병의 빠른 공격을 위해 방탄복과 방탄모를 벗었다. 그들은 기동성이 뛰어나고 매우 빠르게 움직인다. 특히 드론으로는 잡기가 어렵다.”

 

“그들의 배낭에는 최소한의 물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외에 탄약이 가득 들어 있었다. 따뜻한 옷, 모자, 목도리 같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탄창 약 10개, 수류탄 5~10개, 기관총 탄약, 지뢰를 소지하고 있었다. AK-47의 최신형인 AK-12 돌격소총을 쓴다.”

 

“약 100미터 거리에서 드론을 격추하는 데 뛰어난 사격 실력을 보였다.”

 

“그들은 부상으로 더 이상 싸울 수 없게 될 때까지 당당하게 전투에 나선다. 모든 항복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싸운다. 마지막에 수류탄을 사용해 자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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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력 빠진 '윤희숙 혁신위'…국민의힘, '혁신안 패싱'하고 전당대회행?

 호우 피해에 의총 2차례 연기, '인적 쇄신' 논의 표류…전한길은 일단 '당원'신분 유지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제안한 혁신안 논의가 국민의힘 안에서 공전하고 있다. 당은 애초 전국 폭우 상황을 이유로 한 차례 연기한 의원총회를 21일 열어 혁신안 관련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또다시 호우피해를 이유로 취소했다.

 

윤 혁신위원장은 자신의 목소리가 당 지도부로부터 '매몰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선 패배 뒤 '쇄신'을 공언한 국민의힘의 혁신위 활동은 사실상 동력이 빠진 상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순연된 의총 개최 시점에 관해 "수해 현장 복구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잡게 될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당장 내일 개최는 어려울 거 같다. 빠르면 수요일(23일) 이후에 의총을 개최할 수 있을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의총 최대 안건은 혁신위에서 제안한 혁신안에 관해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이었다. '윤희숙 혁신위'를 둘러싼 당내 의견이 분분한 만큼, 혁신안을 수용할지 또는 부분적으로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등에 관해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는 윤 위원장이 발표한 혁신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윤 위원장이 지난 16일 송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윤상현·장동혁 의원을 당내 첫 인적 쇄신 대상자로 지목하며 분위기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지난 17일 지도부에 혁신안을 보고한 뒤, 당시 분위기를 "다구리(몰매를 뜻하는 은어)"로 요약한 윤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 나와 "아주 무의미한 트집만 잡으면서 시간을 끌려고 하는 게 보였다. 그건 바로 혁신안에 대한 다구리"라고 항변했다.

 

윤 위원장은 "이 분들이 지금 우리 당의 어떤 위기 상황을 전혀 공감하지 못한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다. 굉장히 유감스럽다"며 "혁신하지 않고 그냥 전당대회를 연다는 게 국민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지에 대해 너무나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거 같다. 굉장히 절망스럽다"고 토로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22일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본격적인 전당대회 국면에 접어들면, 당의 시선은 각 주자에게 쏠리고 혁신위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사그라질 가능성이 크다.

 

윤 위원장은 혁신안이 의총에서 묵살될 경우 "국민이 볼 때 (국민의힘) '의원 전체가 수구 세력'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극적인 지도부를 향해 "욕먹을까 봐 의총도 못 여는 지도부가 되는 것"이라며 "요즘은 온라인도 있고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의총을) 진행시킬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권 출마를 공식화한 인사들도 지도부의 '혁신 역행' 행동을 비판하고 나섰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윤 위원장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전당대회를 하고자 하면 사실 많이 바꾼 상태에서 해야 한다"며 "혁신에 대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윤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대해 1호를 발표했고, 나머지도 발표하려고 준비는 해놓았다고 한다. 의총이 열리지 않아 미처 발표할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는데, 이러다가 바로 전당대회로 들어가면서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한다면 발표할 기회를 놓칠 수밖에는 없지 않으냐는 우려의 말을 같이 나눴다"고 전했다.

 

조경태 의원은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국민의힘은) 온전한 정당이 아니다. 극우세력과 뒤죽박죽돼 있다"며 "진정한 인적 쇄신이 없으면 보수 통합이 안 된다"고 윤 위원장 혁신안에 힘을 실었다. 당 대표 출마를 저울질 중인 한동훈 전 대표도 안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을 비공개로 만나 당의 '우경화'에 관한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에도 지도부의 침묵은 길어지고 있다. 당장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해 온 전한길 씨의 '출당' 조치를 당헌·당규에 따른 "조사 및 확인"을 이유로 시간을 끌고 있다. 당 일각의 출당 요구에도 지도부는 전 씨에게 해당 행위가 있는지 우선 살펴보겠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전 씨 입당은 국민의힘 혁신의 '악재'로 꼽힌다. 윤 위원장은 "그분(전한길)에게 판을 깔아준 중진도 징계해야 한다. 제가 그분들(나경원·윤상현·장동혁·송언석)에게 거취를 요구한 것보다 지도부는 더 세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송 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종료 뒤 기자들에게 "전 씨 입당 문제와 관련해 여기저기 많은 의견이 있다"며 "오늘 또다시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서울시당으로 하여금 전 씨의 언행에 대해 조사하고, 검토해 별도로 보고하도록 다시 한번 지시를 내렸다"고만 했다.

 

▲국민의힘 윤희숙 혁신위원장(왼쪽)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안철수 의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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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이 대통령, ‘내란 옹호’ 강준욱 즉각 경질하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강선우·강준욱, 대통령실 인사 비판 계속

한겨레 “대통령실 지명 철회, 자진 사퇴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

조선일보 “강선우 임명? ‘을’ 위한 민주당 을지로위 문 닫아야”

‘800-7070’ 발신자 윤석열 인정한 이종섭… 2년만에 통화 확인

기자명박재령 기자

  • 입력 2025.07.22 07:32

▲ 지난 19일 집중호우 대처상황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관 갑질’ 논란에 이어 강준욱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의 ‘일제 식민통치 옹호’, ‘비상계엄 옹호’ 논란 등 대통령실 인선에 대한 비판이 계속된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강 비서관의 인식을 ‘극우’로 규정하며 대통령실에 사설로 경질을 촉구했다.

강준욱 비서관은 2018년 대법원의 강제동원 관련 판결을 비난한 글에서 “나는 식민지 근대화론을 믿으며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고 했다. 2022년 페이스북에선 “이죄명 지옥 보내기에 대한 열망”이라고 했다. 지난 3월 펴낸 저서에서도 12·3 비상계엄을 “민주적 폭거에 항거한 비민주적 방식의 저항”이라며 “의회 다수당의 횡포를 참을 수 없어 실행한 체계적 행동”이라고 내란을 옹호했다.

“극우 인사가 국민통합 책임지는 대통령실 비서관이라니”

경향신문과 한겨레 모두 강준욱 비서관 경질 촉구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22일자 사설 <‘윤석열 내란’ 비호한 국민통합비서관 경질하라>에서 “극우 편향적 시각을 가진 인사가 국민통합을 책임지는 대통령실 비서관이라니, 납득하기 어렵고 부적합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강 비서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내란 종식을 외치며 탄생한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 비서관 발언이 헌법을 부정한 내란 세력의 ‘경고성 계엄’ 주장과 다를 바 없다”며 “‘강준욱 파문’은 잘못된 인사 중용 수준이 아니다. 보수 인사도 껴안는 국민통합 정부일 수 있지만, 생각이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엄연히 구분해야 한다. 그 겨울 ‘빛의 혁명’을 일으키고 정권교체에 힘 실은 국민에게 ‘내란 비호자’ 중용은 관용의 선을 넘었다”고 했다.

▲ 22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22일자 사설 <‘내란 옹호’ 강준욱, 이재명 정부 통합비서관 자격 없다>에서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으로도 강 비서관은 국민 통합이라는 임무에 적합하지 않을뿐더러 공직을 맡을 자격도 갖추지 못했다. 더 이상 논란이 확산되기 전에 경질하는 게 옳다”고 했다.

한겨레는 “헌정질서를 파괴한 위헌·위법적 비상계엄을 대통령의 권한 행사로 정당화하는 지극히 위험한 극우적 주장이다. 이런 인물이 어떻게 내란 극복을 지상과제로 하는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실에 들어왔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나는 강제징용이란 것을 믿지 않는다”, “위안부도 마찬가지지만 길거리에서 아무나 무작정 잡아간 것으로 여기기에는 일본인들의 태도가 너무도 존경스러운 수준” 등 강 비서관의 일제 식민통치 옹호 발언을 소개했다.

한겨레는 “우리 민족이 겪은 역사적 비극마저 부정하는 왜곡된 식민사관을 답습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통합비서관은 반대 진영의 의견도 수렴해 국민 통합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난했던 인물을 기용하는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상식적 사고를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강 비서관은 단지 이 대통령에 적대적이었다는 수준을 넘어 헌정질서와 역사적 진실마저 부정해왔다. 이런 인물을 앉혀서는 국민 통합이라는 취지가 오히려 훼손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 22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는 이날 4면 <李 지지한 정규재가 강준욱 추천… 그래서 안 자르나> 기사를 통해 강 비서관 관련 소식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강 비서관을 추천한 보수 인사는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정규재 주필은 조선일보에 “이 대통령이 국민 통합 차원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쓰고 싶어 하기에 추천한 것”이라며 “만일 강 비서관을 공격해 무너뜨리면 다음에는 이런 실험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文정부 장관 강선우 예산삭감 폭로, 조선 “갑질 어디까지…”

조선일보는 강 비서관보다는 강선우 후보자에 집중하는 지면 배치를 보였다. 1면 <그의 갑질은 어디까지…>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여가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의 강선우 후보 관련 갑질 폭로를 주요하게 보도했다. 정 전 장관은 지난 21일 지인들에 보내 메시지에서 강 후보와 관련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는 입장을 밝혔다.

▲ 22일자 조선일보 1면 기사.

조선일보는 “2021년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강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추진했는데, 정 전 장관이 산부인과 의사 확보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라며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으냐’고 화를 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22일자 사설 <갑질 장관 임명, 乙 위한 ‘을지로위’라도 폐지를>에서도 강 후보자를 향해 “이번에는 자신이 맡게 될 부처에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추가됐다. 우리 사회의 소수, 약자들을 위한 부서의 장이 될 수 있겠나”라며 “그런데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강 후보자 임명을 관철할 태세”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은 사회적 약자 보호를 표방해온 당이다. 12년 전부터 당내에 ‘을지로위원회’란 기구를 만들어 을(乙)의 목소리를 듣고 갑질을 근절하겠다고 해왔다”며 “이재명 대통령은 을지로위원회가 ‘민주당의 정체성’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강 후보자 임명을 강행한다면 최소한 을지로위원회는 문을 닫는 게 옳다. 그러지 않으면 을지로위는 희극이 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 22일자 한겨레 1면 기사.

한겨레는 1면에 강 후보자와 강 비서관의 논란을 같이 보도했다. 1면 <갑질·망언 더 나와도 꿈쩍 않는 대통령실> 기사에서 한겨레는 “정치권 안팎에서 비판이 빗발쳤지만, 대통령실은 지명(임명) 철회나 자진 사퇴는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두 사람의 과거 행적과 관련한 논란이 추가로 불거지며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 비판 성명들을 인용했다. 경향신문도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 “강선우, 민원 안 들어주자 예산 삭감”> 등 강 후보자 관련 기사를 1면에 냈다.

‘발신자 윤석열’ 이종섭 인정 대신 尹 입장문 상단 다룬 조선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2023년 7월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채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임성근 당시 해병대 1사단장의 처벌 얘기가 나오자 윤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V 격노설’이 불거진 시점이다. 통화를 마친 뒤 이종섭 전 장관은 해병대 수사단의 언론 브리핑 취소 및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 다만 이 전 장관은 당시 통화에서 격노로 느낄 만한 대통령의 질책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22일자 아침신문 다수가 이를 지면에 소개했다. 한겨레는 1면에 <이종섭, 채상병 사건 ‘VIP 통화’ 인정… “02-800-7070 발신자 윤석열 맞다”> 기사를 내며 “이로써 이 전 장관을 매개로 수사 외압이 시작된 진원지로 지목된 ‘02-800-7070’ 발신자가 윤 전 대통령이었음이, 이 전 장관 쪽의 의견서 공개로 사건 2년 만에 확인됐다”고 했다.

한겨레는 <‘대통령 통화’ 부인하다 이제서야 실토한 이종섭> 사설에서 “앞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을 비롯한 안보실 관계자들도 특검 조사에서 그동안 부인해왔던 ‘VIP 격노설’을 인정했다. 지난 2년 동안 국민을 속여온 윤석열 정권의 뻔뻔함이 드러나고 있다”며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부인해 법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사람이 오로지 자신의 안위만 따져 사실을 선택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2일자 동아일보 3면 기사.

▲ 22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용산 800-7070 발신자는 윤” 이종섭, 2년 만에 시인> (중앙일보 6면), <이종섭 “‘800-7070’ 번호 발신자는 尹” 2년만에 실토> (동아일보 3면) 등 보수 성향의 신문에서도 이종섭 장관 관련 기사를 주요하게 다뤘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김건희 소환 통보한 날… 尹 “정치탄압, 나로 족해”> 기사에서 이 전 장관의 통화 인정을 한 문단으로 짧게 다뤘다.

관련기사

조선일보는 대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입장문을 상단에 소개했다. 조선일보는 “구속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말도 안 되는 정치적 탄압은 저 하나로 족하다’고 밝혔다. 특검 수사에 대한 첫 공식 입장”이라며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김 여사 소환 조사가 임박하자, 윤 전 대통령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입장문을 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다”고 했다.

앞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은 오는 29일 오전 10시, 김건희 여사는 8월6일 오전 10시 특검 사무실에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를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렀는데, 특검이 김 여사를 소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일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조사가 한꺼번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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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없어서가 아니라 죄가 넘쳐서, 이재용 무죄

최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대법원이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이로써 지난 25년 넘게 이어져온 경영권 불법·탈법 세습 논란은 법률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이 기사는 2000년 처음 이 사건을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린 주역 중 한명이었던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의 소회와 분석이다.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17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사진은 지난 2월 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연합뉴스

지난 17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건의 상고심에서 이재용 삼성회장과 관련자 전원의 전부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이로써 에버랜드와 SDS의 신주 배임발행의 최대수혜자이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 합병 관련범죄의 몸통, 이재용 회장이 지난 25년간 지속된 경영권 무세세습 사법리스크의 멍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같은 동전의 이면이지만, 2000년 6월 29일 필자를 위시한 43인의 법학교수들이 그룹차원의 조직적 배임범죄로 형사고발한 삼성경영권 무세세습에 대한 형사법적 단죄노력이 정확하게 4반세기만에 초라한 무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재용 회장에게는 축제의 날일지 몰라도 43인 법학교수들의 입장에서는 비감한 통한의 날이다.

이번 대법판결의 핵심 문제는 법의 잣대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앞에서 갈대처럼 휘었다는 데 있다. 역사는 훗날 7월 17일을 법의 기술로 법의 정의가 난도질당한 삼성 발 법치(恥)일로 기록할 게 틀림없다. 명백하고 중대한 일련의 동종 범죄행위에 대해 대한민국의 사법부가 질끈 눈을 감고 '묻지 마' 무죄판결을 진상한 사법정의 사망의 날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한 대한민국의 사법정의와 법치주의가 유독 삼성총수의 권세 앞에 무릎 꿇고 멈춰 선 날은 하필 제헌절 77주년 기념일이었다. 입헌주의와 법치주의의 날에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커피를 뽑아먹을 100원짜리 동전 8개, 총 800원을 횡령했다는 이유로 버스기사를 해고한 버스회사의 손을 들어줬던 오석준 대법관이 모르긴 해도 그 10억 배도 훨씬 넘을 '경제대통령'의 배임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주심이었다는 사실도 아이러니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30년 스토리 : 4단계 배임성 '무세(無稅)승계' 작전

2000년 6월 29일, 전국 법학과 교수 43명이 고발인으로 나서 삼성 이건희 회장과 삼성에버랜드 대표이사, 이사, 감사 전원 및 주주계열회사 대표이사 전원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서울지검에 제출했다. 여기서부터 25년에 걸친 이재용 현 삼성전자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시작된다. ⓒ 이종호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자면 문제의 삼성경영권 무세(無稅)세습 작전은 최소한 네 단계로 진행됐다.

첫째는 1996년 12월 이재용과 세 자매를 위한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헐값발행이었다. 이것으로 이재용이 단숨에 에버랜드의 지배주주가 됐다. 2년 후인 1998년 IMF외환위기로 주식과 자산가격이 반 토막 났을 때도 내부계열사끼리 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0만 원에 거래한 기록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1996년 12월 이재용과 세 자매는 에버랜드 지배지분을 어떤 프리미엄도 지불하지 않고 주당 9천원에 매입했다. 당시에도 에버랜드는 단순히 계열사의 하나가 아니라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사실상의 지주회사였다. 이재용 남매가 눈 떠보니 취득한 에버랜드 지배지분은 에버랜드의 지배권을 넘어 그룹전체의 지배권으로 이어지는 황금지배지분이었다. 참고로 당시 이부진, 이서진 등 세명도 에버랜드 지분을 이재용 보유지분의 3분의 1씩 취득해서 지금까지 보유하고 있다.

1998년 12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전현직 임원명의로 차명 보유하던 생명주식 344만주(지분율 20%)를 에버랜드가 헐값에 취득한 것이 두 번째 단계였다. 이로써 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그룹지주사가 되고 이재용이 그 꼭대기에 앉아 이때부터 실질적인 그룹지배권을 갖게 됐다. 이재용-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다시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완벽한 순환출자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배지분 취득 당시 비서실은 차명주주들에게 주당 9천 원에 사들였다. 1년도 안 된 1999년 11월 4일 이건희 회장은 삼성자동차 파산책임을 지고 채무상환용으로 본인명의로 보유해온 삼성생명주식 400만주를 사재 출연한다. 이때 삼성생명 주당가치는 주당 70만 원이며 2조8천억을 사재 출연했다고 대서특필됐다. 주당 9천 원은 차명수수료와 명의개서료에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무튼 1999년의 에버랜드의 생명지분 인수는 다소 느슨했던 지배구조에 마지막 화룡점정을 찍어 이재용 시대를 연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세 번째 단계는 에버랜드가 제일모직과 합병한 후 합병회사 이름을 제일모직으로 바꾼 것이었다. 법적으로 오염된 에버랜드 법인명을 대중의 기억에서 지우려고 했던 것 같다. 이제 이재용은 제일모직의 지배주주가 됐지만 그룹차원의 순환출자구조는 바뀐 게 없었다.

이재용이 지배하는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합병한 것이 네 번째 단계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를 확실하게 지배할 목적이었다. 이렇게 되면 이재용이 덩치 큰 글로벌기업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었다. 특히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사망으로 부친소유 전자지분을 상속받으면 이재용의 직접소유와 간접소유 지분합계가 최소 6~7%에 달해서 안심이 될 것이었다. 그래야만 만에 하나 보험업법 개정으로 금산분리규정이 강화돼 삼성생명이 보유해온 전자지분 중 순자산의 3% 초과분을 처분해야하는 특단의 사정이 생기더라도 삼성전자 지배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었다.

욕심 : 0.35 대 1

삼성물산은 오래전부터 상장사였지만 제일모직은 에버랜드 이래로 비상장사라서 삼성총수의 비서실이 이름을 바꾼 미래전략실은 먼저 제일모직을 상장시킨 후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제일모직이 분명한 지주사임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양사의 주가가 예상을 뒤엎고 엇비슷하든가 오히려 삼성물산 주가가 조금 높았다는 데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전략실은 양사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다들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시장가격에 의한 합병을 추진할 수 없었다.

여기서부터 뒤에서 간단하게 살펴볼 각종 어려움이 잉태되었는데, 이것은 철저하게 이재용와 세 자매의 뜻에 따라 미래전략실이 욕심을 부린 결과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법원은 1심, 2심, 3심 모두 이재용은 물론이고 미전실장 장충기 등 관련자 14인 누구도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합리적인 경영판단으로 양사간 협의 합병을 추진했다며 면죄부를 줬다. 말이 되는지 살펴보자.

상법(회사법)에 따르면 합병회사는 상호 협의 아래 주식교환비율을 정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전략실은 그 방법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게 총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미래전략실의 의뢰를 받은 투자증권사들과 회계법인들이 양사의 기업 가치를 평가한 결과 협의비율이 제일모직 0.35주 당 삼성물산 1주로 맞춰졌다.

상장시가 기준으로 1대1이 둔갑한 것이라 누가 봐도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불공정한 합병비율이었다. 하지만 국내의 어느 투자자문회사나 회계법인이 삼성총수의 뜻을 알고도 거꾸로 가랴. 그랬다가는 모든 재벌총수로부터 일감이 끊길 판이다. 심지어, 제일모직은 이재용이 지배하는 회사라 그 임원들이 무슨 소리를 해도 사람들이 믿지 않기 때문에, 삼성물산의 대표이사와 사외이사들이 총대를 메고 명백한 자해성 합병비율을 옹호하는 웃지 못 할 코미디가 벌어졌을 정도다. 이거야말로 초현실주의적인 극사실주의 풍경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대법원 무죄가 확정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연합뉴스

덜미, 그리고 기이한 결말

이때 삼성물산 3대 주주였던 미국사모펀드 엘리어트가 튀어나와 소수주주들과 기관투자가들을 규합하며 합병반대캠페인을 조직해서 반대논리가 먹히기 시작한다. 다급해진 이재용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이자 제일모직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을 합병찬성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박근혜와 최순실에게 뇌물을 준다. 안종범 경제수석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받은 국민연금은 합병주총에서 찬성 표를 던지고 덕분에 간신히 3% 차이로 반대를 누르고 양사의 주주총회를 통과해서 양사의 합병이 성사됐다. 이에 격분한 소수주주들이 합병무효소송을 내고 참여연대가 배임죄 등으로 형사고발을 했다.

물산 1주 대 모직 0.35주 교환비율은, 삼성물산 기업가치를 정할 때는 모든 자산과 사업기회의 가치를 최소로 평가하고 제일모직 기업가치를 정할 때는 부동산과 사업기회를 최대로 부풀려 억지로 맞춘 결과였다. 구체적으로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에버랜드 토지가격과 이재용 시대의 플래그 십(flag ship)으로 만든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한껏 부풀리며 업무상 배임 등을 저질렀다.

삼성은 용인시청과 토지평가사, 건설부를 어떻게 구워 삼았는지 합병에 대비해 1년 전에 미리 에버랜드 공시지가를 대폭 올렸다가 합병성사 직후에 공시지가 재(再)인하를 요청해서 재산세를 아끼는 놀라운 재주를 부렸다. 또한 삼성 미전실은 삼바와 미국제약사 바이오젠의 합작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콜 옵션 회계처리와 관련해 회계부정을 저질렀고 이것을 덮기 위해 삼바공장의 콘크리트 바닥을 파고 대대적인 증거인멸 작업을 수행했으나 얼마 안 돼 덜미를 잡혔다.

윤석열-한동훈-이복현 검찰의 본격 수사 끝에 이재용과 하수인들은 2020년 9월 업무상 배임, 공시의무 위반, 증거인멸 등 19개 혐의로 기소된다. 그런데 결말이 기이하다. 놀랍게도 2024년 2월의 1심에 이어서 1년만인 2025년 2월 2심도 이재용 회장과 하수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다시 불과 5개월 만인 지난 17일, 대법원 3부가 2심판결을 확정하며 삼성 이재용에게 완승을 선물함으로써 25년간 계속된 사법투쟁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삼바공장 콘크리트 바닥에 숨겨놨던 결정적인 핵심증거들을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배척한 후 물산 부당합병과 삼바 회계부정이 경영권 승계목적만으로 행해졌다고 볼 증거가 불충분하고 합리적 경영판단으로 볼 여지가 없지 않다는 것이었다. 재판부가 피고인을 봐주려고 마음먹을 때 동원되는 손쉬운 증거불충분 타령을 떼창했다.

도대체 왜 이랬는지 궁금하지 않는가.

딜레마 아닌 딜레마 : 집행유예 없는 중형, 아니면 전부무죄

물론 지난 25년의 뒤틀린 사법과정에서도 때때로 희망의 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2019년 김명수 대법원은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2심의 가벼운 집행유예 판결을 파기하며 이 회장의 뇌물공여액수를 86억 8061만 원으로 올려서 확정짓고, 그에 맞춰 이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때가 최고법원이 처음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권을 불법 대물림할 목적으로 국가권력을 동원한 거대한 국정농단의 실체를 인정한 역사적 순간이었다. 어떻게든 집행유예를 붙여주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던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종국에는 이재용 회장에게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해 잠시나마 법원이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모두 마지막을 위한 서곡에 불과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지난 1, 2심의 전원무죄 전부무죄 판결에 대한 최종적인 추인이었다. 1심부터 대법원까지 모든 재판부는 도대체 무슨 이유와 배짱으로 전부무죄 결론으로 일관했을까? 그 답은 재판부가 느꼈을 심리적 딜레마에 있다고 본다.

만약 이 사건에서 단 하나의 유죄라도 인정된다면 뇌물공여 국정농단사건으로 이미 유죄판결을 받은 이재용 회장은 5년 이상 실형을 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정황과 증거를 고려해서 나온 정당한 법의 판단인 이상 재판부는 어떤 결론이 나와도 하등의 딜레마를 느낄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현실의 법관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다.

이번 불공정합병 사건의 배임수혜액과 회계부정액수가 워낙 커서 이재용 회장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최소 5년 이상의 징역형이 불가피했다. 더욱이 국정농단 뇌물전과로 누범 가중처벌을 적용받기 때문에 집행유예 선고마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즉, 재판부의 선택지는 '집행유예 없는 중형' 아니면 '전부 무죄'라는 양자택일뿐이었다. 각급 법원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관계자 14인 전원무죄, 19개 혐의 전부무죄의 길을 택한 실질적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 지배엘리트의 최상위층에 위치하는 엘리트 법관들 관점에서는, 물산-모직 합병 관련 뇌물공여사건으로 이미 2년이나 '국립대학' 생활을 맛보고 나온 이재용 회장에게 집행유예 없는 중형을 선고해서 다시 교도소로 보내는 것이 심리적으로 도무지 용납되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구속중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8년 2월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뒤 석방되고 있다. ⓒ 이희훈

여기서 오해는 금물이다. 이 회장과 그의 하수인들에게 죄가 없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죄가 너무나 명백하고 중대해서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순간 정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중형을 선고해야하는 난처한 상황에서 엘리트법관들이 일제히 눈을 감아버렸다고 보는 편이 실체적 진실에 더 부합할 것이다. 실제로 1심, 2심, 3심 가릴 것 없이 무죄판결의 유일한 논거는 '증거가 불충분하고 달리 볼 여지가 없지 않다'는 소극적이고 전형적인 봐주기 면책논리뿐이었다. 그저 눈 질끈 감고 '원님재판'을 했다고 보면 맞다.

그러니 삼성과 이재용을 이제부터라도 정신 단단히 차리라고 훈계하는 대신 검찰수사를 맹비난하는 보수언론의 논설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헛소리에 가깝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이번 1심과 2심의 무죄판결은 물론이고 대법원의 확정판결도 삼성물산-제일모직 불공정합병이 경영권 승계목적만이 아닌 합리적 경영판단의 결과일 수 있다고 강변한다는 점이다.

이는 이재용이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던 대법원의 2019년 국정농단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한 것과 다르지 않다. 대한민국의 최고사법기관이 전원합의체를 거치지 않고 자신의 종전 판결취지를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면서까지 무죄판결을 내리는 모습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뒷배

이 지점에서 필자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의문은 사법부의 이런 흐름이 과연 조희대 대법원장의 존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지 여부다.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장이 되어 빛의 속도로 진행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유죄취지 대법판결, 기상천외한 논리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풀어준 지귀연 부장판사의 구속취소결정, 지 부장판사의 룸살롱 출입의혹을 감찰하고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대법원의 모습, 그리고 1심과 2심의 무죄판결을 거쳐 이재용 회장에게 최종 면죄부를 준 이번 대법판결까지가 모두 조희대 대법원장을 음으로 양으로 가리킨다고 하면 필자만의 지나친 억측일까. 그렇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상식과 법리가 뒤집힌 기이하고 씁쓸한 사법풍경을 목도하고 있다. 이재용 회장의 두 차례에 걸친 2년 영어생활을 이끌어낸 뇌물공여 국정농단사건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불공정합병의 일환이었다.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합병찬성을 유도할 목적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그의 집사 최순실에게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처벌받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합병사건과 그 일환으로 이뤄진 제일모직의 자회사, 삼바의 회계부정과 증거인멸 사건으로 이재용에게 다시 또 중형을 살리는 것은 가혹하다는 정서가 엘리트 법관들 사이에 팽배했던 것 같다. 이들은 조희대 대법원장을 자신들의 무죄판결을 지지해줄 든든한 뒷배로 여겼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과적으로 공식세계에서는 삼성경영권 불법승계 역사와 이를 덮기 위한 삼성의 간단없는 국정농단 역사가 합법적 경영활동으로 세탁되고 면죄부를 얻은 셈이다. 법치주의의 관점에서, 또 고발교수들의 입장에서 깊은 비애와 통한을 피할 수 없지만,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의 속성상 다시 뒤집을 도리가 없다. 다만 이재용 회장도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최종적인 역사의 심판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5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나는 지난 30년의 지난하고 굴곡 많았던 장거리 경주를 다소 허탈하게 마감 당한 개인적 소회와 평가를 담아 이후 역사의 법정에 제출할 최후변론서 겸 재(再)기소장을 예비적으로 작성하고자 이 글을 썼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지금은 고인이 된 삼성해고자이자 삼성일반노조위원장 김성환님과 함께 삼성 사안에 관한 나의 첫 파트너였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와 함께 시작한 '스탑 삼성' 캠페인의 최종 결말을 독자들에게 보고할 책임감으로 쓴 것이다.

교훈 : 금권 앞에 멈춰선 제왕적 사법부와 주권자의 직접 통제

이 글을 마치기 전에 두세 마디 보태고자 한다. 이번 무죄판결의 배후에는 국민의 동정여론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 '삼성이 우리나라를 먹여 살렸다'는 삼성성공신화도 '그냥 넘어가자'는 삼성편향 여론을 만들어내지만, 이번에는 이재용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2년을 감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이제 그만하면 됐다'는 국민정서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담당재판부들도 이런 분위기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이번에는 억지로 무죄판결을 내려도 별다른 비난이 쏟아질 것 같지 않다고 예측하고 눈 딱 감고 봐주기 무죄판결을 감행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이재용 회장은 이제부터 '돈 황제'를 우러르는 1심, 2심, 3심 법관들에게 고마워할 게 아니라, 동정여론을 만들어준 일반국민의 관용과 아량에 무한히 감사한 마음을 잊지 말고 준법경영과 사회책임에 앞장서야 마땅하다.

끝으로 이번 삼성무죄판결 스캔들은 사법개혁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웅변한다. 먼저 비뚤어진 엘리트의식을 길러주는 지금의 법조인양성과정은 인공지능시대를 맞아 발본적으로 혁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법률가들이 모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미 유능한 법률가들도 인공지능만큼 고품질 변론서나 판결문을 쓰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중대사건을 맡은 법관이 대법원장의 눈치를 보게 만드는 제왕적 대법원장제 역시 개헌할 때 영순위 혁파대상이다. 그밖에도 대법관과 하급심법관의 대폭 증원 및 국민의 사법참여(배심제, 참심제) 활성화를 포함하는 종합적인 사법개혁으로 더 이상 이중 잣대에 의한 자의적이고 선택적인 사법권 남용이 발 붙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명색이 엘리트 법관이란 이들이 대한민국의 최강자들에게 법률상 요구되는 중형선고를 심리적으로 견디지 못하고 '묻지 마' 무죄선고로 도피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수 있다.

요컨대, 이번 대법 판결이 우리 사회에 주는 가장 중요한 교훈은 엘리트들로 구성된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가장 강력한 경제 권력을 제대로 견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해 주권자의 직접적인 통제가 필요하듯이, 제왕적 자본 앞에 꼬리를 내리는 제왕적 사법부를 바로 세우는 힘 또한 궁극적으로 주권자인 국민에게서 나와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 시점에서 요구되는 사법개혁은 제왕적 대법원장제를 혁파하고 법관 수를 늘리는 수준을 넘어 중대한 사법스캔들이나 엘리트 법관들의 중대한 비위에 대해 국민이 직접 조사하고 심판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추첨으로 구성된 사법개혁 시민의회에 법관인사시스템 개혁안 설계를 맡기거나 중대한 사법 불신을 초래한 법관에 대해 엄격한 요건 아래 국민소환제 도입여부를 논의하게 하는 방안이 그것이다. 이렇게 사법부의 주인 역시 국민임을 헌법제도로 증명할 때 비로소 우리사회가 금권 앞에 멈춰선 사법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6경제단체·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6.13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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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 다음 주부터 ‘피의자’ 윤석열-김건희 차례로 부른다

“김건희 조사, 하루로는 힘들 것…2주 뒤 부른 이유? 자발적인 출석 위해”

윤석열 전 2024.09.21. ⓒ뉴시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김건희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과 김 씨를 연달아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은 각종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과 김 씨를 수사 개시 3주 만에 처음으로 소환 통보한 것이다. 

특검팀의 문홍주 특검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특검 사무실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오늘 오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7월 29일 오전 10시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수사협조 요청서를 서울구치소장에게 송부했다”며 “또한 오늘 김건희 씨에 대해서도 8월 6일 오전 10시에 피의자로 출석하라는 출석요구서를 주거지로 우편 송부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김 씨를 소환해 도이치모터스 및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조사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혐의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다. 윤 전 대통령 역시 명태균 씨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다.

문 특검보는 김 씨에 대해 여러 차례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문 특검보는 ‘김 씨 혐의사실이 여러 개인데, 당일 조사로 끝날 수 있나’라는 질문에 “하루로는 힘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씨의 소환일을 2주 뒤로 잡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한에 여유를 두는 것이 그분들이 자발적으로 출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염두에 뒀다”고 밝혔다.

김 씨의 소환은 공개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문 특검보는 “공개, 비공개라는 방침은 없지만 취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포토라인을 설치한다”며 두 사람 모두 기존 피의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출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내란 특검과 마찬가지로 평소 피의자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들어오게 하는 방법이 더 맞는 게 아닌가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 씨 측은 특검팀의 소환과 관련해 “성실히 임하겠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를 소환해 조사 중이다. 문 특검보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조사 중 인지된 변호사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조사하고 있으며, 오늘 조사 이후에도 이번 주 중 2차 소환 조사를 예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특검팀은 건진법사 등 의혹과 관련해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사무실 등 7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기획재정부 등 일부 부처에 대해서도 관련 자료를 협조받기 위한 차원의 영장을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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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이 '한풀이 이용 정치'라니

이득우 언소주 정책위원·조선일보폐간시민실천단 단장

mindlenews01@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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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당신을 '진상'이라 불렀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진상은 하는 짓이나 겉모습이 차마 볼 수 없을 정도로 우습고 거슬리는 사람을 칭하는 말로 주로 젊은 층에서 널리 쓰인다. 꼴불견과 같은 뜻이고 점잖게 가관이나 장관이라고도 한다. 매일 방씨조선일보가 저지르는 눈꼴사나운 짓거리를 지켜보다 보면 진상이라는 말도 아깝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중증의 자아도취에 빠져 아무 말이나 뇌까리는 모습 때문이다.

방씨조선일보는 사설(社說)을 핑계로 사설(邪說)을 들이대는 상습범이다. 즉 언론의 이름을 버젓이 내걸고 상습적으로 요설과 망발을 늘어놓는 집단이다. 그들이 7월 18일에 사설이라고 토해낸 제목은 "뜬금없는 '이태원' 검경조사단, 한풀이 이용 정치 그만"이다. 사설(社說)은 신문의 얼굴이고 목소리다. 체면을 내걸고 양심에 따라 진실을 말하는 자리라는 뜻이리라. 방씨조선일보에게 정상적인 언론이길 기대하는 일은 헛되고 헛될 뿐이다.

우선 방씨조선일보의 '뜬금없다'는 말이 생뚱맞음을 넘어 모욕적이기조차 하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0일이 되어 가지만 여전히 온갖 소문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 윤석열과 김건희 집단이 벌인 괴기스러운 행태는 슬픔에 빠진 희생자들의 가족은 물론 국민의 가슴에 대못질하는 만행이었다. 희생자의 사진을 금지하거나 근조 리본에 문구가 보이지 않도록 하라는 공문 하달 등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이제라도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하는 이유다.

'한풀이'라는 단어는 어떤가. 마치 한풀이가 무슨 죄라도 되는 듯이 종주먹대는 듯해 불쾌하다. 어찌 보면 정치인은 한을 풀어주는 사람이다. 부당함과 부패에 대한 울분과 분노는 늘 약한 자들의 몫이었다. 힘이 없어 제대로 풀지 못하는 그들을 대신하여 그 한풀이를 해주는 일이 정치인이 할 책무다. 특히 부패 기득권 카르텔이 갖은 수단 방법을 동원하여 한풀이를 막고 나설 때 당당하게 맞서라고 민중들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을 비롯한 대표자를 선택하는 수고를 마다치 않았다.

 

인터넷 조선일보 화면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지시한 진상 규명 조사단 편성이 문제라는 투다. 희생자 유가족과 국민이 지금까지의 조사나 수사에 대해 의심스러워한다면 마땅히 해소해야 한다. 제대로 실체가 드러나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다시는 이런 대형 사회적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책임 소재를 가리는 과정에서 정쟁으로 흐르거나 본질이 훼손되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역할은 언론과 국민의 몫이다. 방씨조선일보는 아예 자격 미달이니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말라.

방씨조선일보는 "사건의 진상 자체가 조망이 안 됐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물고 늘어진다. 마치 대통령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듯 갈라치려는 속셈이겠지만 대다수 국민 특히 유가족들이 한결같이 주장해 온 내용이다. 방씨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는 좁은 골목에 감당할 수 없는 인파가 몰려 넘어지면서 참사가 벌어졌다'는 경찰 조사 결과 외에 달리 나올 만한 '진상'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고 우겨댄다. '핼러윈' '누구나'라니 참으로 오만방자한 '진상' 방씨조선일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유독 방씨조선일보는 '핼러윈 참사'라고 고집한다. 선우정이라는 자가 했던 이태원 지역민을 고려했다는 알량한 변명이 민망하다.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짓이다. 그렇다면 10.29 참사라는 말은 어떤가? 핼러윈이라는 말로 그날 희생자들은 그저 놀러 갔을 것뿐이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흉계를 모르리라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격이다. 국회에서 통과한 법조차 '10·29 이태원 참사'로 되어있다. 방씨조선일보가 희생자에 대한 의도적이고 노골적인 2차 가해를 하는 것은 아닐까? 놀러 가서 죽은 사람이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우겨대려는 심보가 엿보인다. 방씨조선일보라는 독극물이라는 생각이 더욱 굳어진다.

방씨조선일보는 '코로나19'라는 공식적인 명칭에 대해서도 '우한 폐렴'을 고집하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은 전력이 있다. 아스팔트 극우들에게 극단적인 중국 혐오 정서를 선동하기 위한 술책이었을 것이다. 그들의 의도대로 일베를 비롯한 극단 세력들은 그 말을 즐겨 쓰고 있다. 방씨조선일보의 공작이 제대로 먹혔으니 자랑할 만한 일이다. 건강한 비판과 견제 그리고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분열과 갈등 그리고 혐오를 조장하는 자들이 언론일 수는 없다.

"유족으로선 애통한 일이고 이는 누구나 공감한다. 어느 정도 한풀이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도가 있어야 한다. 유족이 원한다고 없는 '진상'을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한풀이를 정치에 이용하는 것은 끝나야 한다"란다. 방씨조선일보의 위선적인 태도에 구역질이 치민다. 어르고 뺨치는 전형적인 2차 가해로 들릴 지경이다. 일말의 공감 능력이라도 남아있다면 방씨조선일보는 당장 '핼러윈'이라는 헛소리부터 폐기하라. 그리고 마음에 없는 말로 유족을 조롱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방씨조선일보에게는 가해자의 편에 서서 피해자를 괴롭히는 피가 흐르는 듯하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 제국주의자들의 편에 서서 독립운동가를 욕보였던 자들이 방씨조선일보다. 전두환 살인마를 칭송하며 광주 민주화 운동에 나선 시민을 모욕했던 자들도 다름 아닌 방씨조선일보다. 윤석열의 12.3 내란 및 외환 시도에서도 그들의 입장을 옹호하며 목숨을 걸고 대한민국을 지켜낸 시민을 바보로 취급하던 자들 또한 방씨조선일보다. 이번 기회에 이 모든 범죄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밝히고 처벌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진상' 방씨조선일보는 폐간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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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윤석열이 박은 '부자감세' 대못 뽑는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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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7.21 05:50

  • 수정 2025.07.21 07:43

  • 댓글 0

'법인세 원상복구' 가능성…'응능부담' 원칙 천명

배당분리 '당근'주고 대주주 양도세·거래세 회복?

근소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는 중장기 과제로

윤석열 정부 때 무너진 세수기반 되살리기 시동

이재명 정부가 전임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를 전면 원상복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전임 정부가 밀어부친 감세기조로 국가재정이 파탄나고, 세입기반이 붕괴했으며, 조세정의가 으스러졌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전방위적 '부자감세'를 추진하면서 내세웠던 '감세를 매개로 기업 성장을 촉발해 세수를 증가시키겠다'는 명분은 완벽히 파산했다.

이재명 정부는 우선 법인세 및 대주주 양도세 등부터 원상복구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당장 손대지 않고 중장기 개편 과제로 남겨 둘 전망이다. 중요한 건 윤석열 정부가 세제에 박아놓은 '부자감세' 대못 뽑기가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응능부담 원칙 천명하며 법인세 원상복구 나선 이재명 정부

2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조만간 발표될 이재명 정부 첫 세법개정안에는 세수기반을 확대하는 여러 조치들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정부의 무리한 '부자감세'를 되돌리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증세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응능부담의 원칙(납세자 부담능력에 따른 과세 원칙)을 천명하며 법인세 인상을 예고했다.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 2022년 세법 개정을 통해 1%포인트(p) 인하된 최고세율이 원상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 복합적인 경기둔화 요인이 적지 않게 작용하기는 했지만, 법인세수가 2022년 약 100조 원에서 지난해 60조 원 수준으로 무려 40% 급감한 데에는 윤석열표 감세가 결정적이었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판단과는 별도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법인세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이미 입법은 기정사실의 수순에 돌입했다.

 

이재명 정부 첫 세법 개정안 벙향

대주주 양도소득세도 원상복구하나?

주식 세제에서도 대주주 양도소득세부터 원상복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 윤석열 정부는 상장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종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대주주들이 과세 기준이 되는 연말 직전에 매물을 쏟아내면서 '개미투자자'들까지 손실을 보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허무맹랑한 감세 명분과는 달리 극소수의 거액 자산가들만 감세 혜택을 집중적으로 누렸다.

증권거래세 인하분도 일정 부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도입하면서 증권거래세율을 단계적으로 낮추기로 했지만, 정작 금투세 도입이 무산돼 거래세만 인하하는 꼴이 됐다. 증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고려한 조치였지만, '유리지갑'으로 상징되는 근로소득과 달리 자본소득에만 과도한 비과세 혜택을 주는 기형적인 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또한 증권거래세 정상화는 고(高)배당을 유도하기 위해 '배당소득 분리과세'라는 파격적인 당근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최대한 세수 중립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현행 소득세법은 연 2000만 원까지 금융소득(배당·이자)에 15.4% 세율로 원천징수하지만, 2000만 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 포함해 최고 49.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배당소득을 따로 떼어내 분리과세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과세 사각지대'로 불리는 감액배당에는 과세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감액배당은 자기자본을 감액해 배당하는 것으로 순이익을 나눠주는 일반배당과 달리 과세되지 않다 보니, 대주주 조세회피에 악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구윤철 신임 경제부총리도 관련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일반배당과 경제적 실질이 다르지 않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7.17. 연합뉴스

근소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중장기 개편 과제로

한편 이재명 정부는 관심을 모았던 근로소득세, 상속·증여세, 부동산세 등은 이번에 개편하지 않고 중장기 개편 과제로 미뤄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세제는 ‘6·27 대출규제’로 급한 불은 끈 터라 타이밍과 상황을 보며 변화를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세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증세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예컨대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내년 6월1일 이전에 시행령 개정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현행 60%)을 상향하면 과표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겨 증세로 이어진다.

구윤철 부총리는 조만간 대통령실과 세부적인 세제개편 방향을 논의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주거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종부세 폐지·완화 주장 거대양당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석열이 세제에 박은 대못 본격 제거 시작

내란수괴 윤석열이 대한민국에 끼친 해악은 열거하기 힘들만큼 많고 심대하기 이를 데 없다. 윤석열은 세제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윤석열은 오직 부자들에게 감세해 줄 마음으로 조세정의를 파괴하고, 세입기반도 붕괴시켰다.

참여연대는 8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2025 세법개정안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참여연대가 낸 의견서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 상속세, 주택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인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 등의 전방위적 감세 드라이브를 통해 5년 동안 97조 3000억 원(누적법 기준)에 달하는 감세 방안을 발표했다. 감세혜택은 당연히 부자와 고자산가들에게 집중됐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부자감세는 세수결손을 통한 재정파탄으로 귀결됐다. 국세 수입은 2022년 395조 9000억 원에서 2024년 336조 5000억 원으로 59조 4000억 원(15%p)이 급감했고, 2023년 56조 4000억 원, 2024년 30조 8000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세수 결손을 발생시켰다. 1990년 이후 지금까지 국세 수입이 감소한 해는 1998년 IMF 경제위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3년 경기 둔화, 2020년 코로나 위기의 단 4차례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볼 때 윤석열 정부가 대한민국의 세수기반을 얼마나 궤멸적인 상태로 밀어넣었는지 알 수 있다.

이제 이재명 정부에 의해서 윤석열이 대한민국 세제에 박아 놓은 '부자감세'라는 이름의 대못이 차례차례 뽑혀나갈 것이다. 법인세 등의 복원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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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3대 요구’ 확정, 복귀 논의 가속…입영 특례 등 쟁점될 듯

의-정갈등 수급 국면

환자단체 “형식만 바꾼 재요구”

손지민기자

수정 2025-07-21 06:00등록 2025-07-21 06:00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대강당에서 열린 전공의협의회 임시대의원 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의-정 갈등으로 수련병원을 떠난 사직 전공의들이 의료정책 협의체 구성과 수련 연속성 보장 등 대정부 요구안을 확정하면서 ‘전공의 복귀’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9일 오후 5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참석한 138단위(총 177단위) 중 124단위(약 90%)의 찬성으로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재검토를 위한 현장 전문가 중심의 협의체 구성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수련 연속성 보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를 위한 논의 기구 설치 등 3대 요구안을 결정했다.

대전협이 새로운 공식 요구안을 내놓은 것은 1년4개월 만이다. 대전협은 지난해 3월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등 ‘7대 요구안’을 발표한 이후 요구안을 수정한 적이 없었다. 전공의들은 이달 말 공고될 하반기(9월) 전공의 모집을 기점으로 복귀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협 관계자는 “3대 요구안이 선결 조건이라기보다는, 이런 부분이 반영된다면 더 많은 전공의들이 수련을 재개(복귀)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의-정 갈등이 해소된다고 해도 사직 전공의는 의대생처럼 ‘전원 복귀’가 쉽지 않다. 현재 사직 전공의 절반 이상이 다른 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있고, 수련을 포기한 이들도 있어서다.

전공의가 얼마나 복귀할지 여부는 3대 요구안 중 ‘수련 연속성 보장’ 부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원칙과 제도 등을 바꿔야 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뿐만 아니라 이미 수련병원으로 복귀한 전공의와의 형평성 논란 등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요구안인 협의체와 논의 기구 설치, 수련 환경 개선은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크게 이견이 있는 부분은 아니다.

대전협은 특혜로 비칠 수 있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수련의 연속성을 위해 입영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들은 의무사관 후보생으로 편입돼 있어, 사직할 경우 자동으로 군의관·공중보건의사로 입영 대상이 된다. 사직 전공의들이 하반기에 복귀하더라도 수련을 마치기 전에 영장을 받으면 바로 입영을 해야 한다. 제대 뒤 원래의 수련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명확하지 않아 ‘입영 연기 특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한 사직 전공의는 “미필 전공의 같은 경우 복귀를 한 다음 바로 군대를 가게 되면 수련의 연속성이 무너지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얘기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직 전공의도 “수련 단축까지 되면 좋겠지만, 입영 연기만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고 털어놨다.

내년 초에 실시하는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수련 기간을 줄여주는 방안이나,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등도 전공의들이 요구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대전협 관계자는 “(수련 연속성 보장은) 복잡한 사안이고, 여러 주체들이 논의할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대전협의 요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회의를 통해 내용을 검토할 것”이라며 “(대전협) 요구안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에 큰 틀에서 입장을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환자단체는 3대 요구안을 내놓은 대전협을 비판했다. 중증질환연합회는 20일 성명을 내어 “요구안 중 일부는 기존의 7대 요구안보다 범위와 강도 면에서 오히려 확대된 내용이며, 사실상 요구 조건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형식만 바꾼 재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수개월간 환자들의 생명과 치료가 중단된 현실 속에서, 또 다시 복귀는 미루고 조건은 늘려가는 전공의단체의 결정은 환자의 생명을 외면한 무책임의 반복이자, 진정성 없는 협상 전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손지민 기자

안녕하세요 손지민 기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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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노조법 개정·노정교섭 복원 촉구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7/21 06:44
  • 수정일
    2025/07/21 06:44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김준 기자
  •  
  •  승인 2025.07.19 19:50
  •  
  •  댓글 0
 
 

노조법 개정, 21일부터 국회 앞 농성 재개
반노동 정책 폐기 및 노정 교섭 복원 촉구
플랜트 건설노동자 “기계설비법 개정 촉구”
“노동자 시민이 함께 사회대개혁 이뤄야”

민주노총이 총파업 대회에 이어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을 벌이며 노조법 2·3조 개정 즉각 처리를 촉구하고 나섰다. 21일부터는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국회 앞에서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19일 민주노총은 중구 을지로입구 역 앞에서 총파업·총력 투쟁 대행진을 열었다. 윤석열 정부의 반노동 정책 폐기와 노조법 2·3조 개정을 촉구하고 나선 거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뉴시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총파업 대행진에 대해 “퇴진광장 투쟁이 멈추지 않았음을 알리는 투쟁이자, 새롭게 들어선 이재명 정부에 노동자 시민 요구에 화답하라는 요구의 자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노조법 2·3조 개정 ▲노정 교섭 재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위한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월요일 국회에서 1천여 명의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다시 국회 농성 투쟁에 돌입한다”며 “올여름 안에 노조법 개정을 쟁취할 수 있도록 함께 투쟁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윤석열이 파괴핟고 퇴행시킨 반노동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며 “이제 노동현장에서 윤석열을 지우고 노정 교섭으로 새로운 미래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번 대회에 가장 많이 참가한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을 콕 집기도 했다. 양 위원장은 이들을 향해 “고맙다”면서도 “취업과 실업을 반복해야 하는 불안전 고용은 노동자들을 고통 속에 살도록 강요한다”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 참석한 플랜트 건설노동자들 ⓒ 뉴시스
19일 서울 중구 을지로1가 사거리에서 열린 광장의 힘으로 새로운 세상 쟁취! 2025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에 참석한 플랜트 건설노동자들 ⓒ 뉴시스

이날 플랜트 건설노동자들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기계 설비법 개정을 촉구했다. 지난 14일,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추락으로 사망한 60대 노동자를 언급하며, 다단계 하청, 일용직 구조 속에서 위험에 노출된 채 일하다 생긴 비극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엄정 수사를 지시하며 산재 사망률 개선을 약속했지만, 정작 노동조합의 사고조사 참여는 거부됐다. 플랜트노조는 “현장에선 영업자가 부담하게 되어 있는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비용마저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정부의 범부처 대책이 시급한 현장이 바로 플랜트건설현장”이라고 지적했다.

대회 발언대에 오른 이주안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 4월부터 대정부, 대국회를 상대로 ▲건설노동자 퇴직공제제도 적용확대 ▲유해화학물질 안전교육 제도 개선 ▲플랜트 노후설비 유지 관리 법제화를 위한 기계설비법 개정 ▲산업단지 경기 침해로 발생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실업난 해소를 이재명 정부에 요구하기 위해 1만 명의 조합원이 현장을 멈추고 서울로 상경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2.9%(290원) 향상이 결정된 2026년 최저임금을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의 주권자 국민에도 노동자가 포함될까 하는 의문이 생기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위원장은 “화물안전운임제 복원을 비롯해, 노조탄압으로 악용된 회계 공시 의무화 제도 폐기, 양회동 열사가 죽음으로 고치고자 했던 고용안전대책 등은 이재명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노정 교섭 복원을 통해 일 하는 노동자 시민이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대개혁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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