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와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파출소 개청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처음 제안하신 분이 누구신가요?
"..."
- 김건희나 대통령실 측이랑 종점 변경 관련해서 소통사항 있었나요?
"..."
- 강상면 땅이 김건희 일가 땅인 거 언제부터 아셨나요?
"..."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단어가 나오자 전진선 양평군수는 부리나케 발걸음을 옮긴 뒤 차에 올랐다. 양평을 지역구로 둔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현장] '김건희 고속도로' 묻자 기자 밀치고 줄행랑친 양평군수권우성
▲[현장] 김건희 때문에 '출금'당한 국회의원이 파출소 개소식에... (이게 맞나??)권우성
두 사람은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검)이 수사 중인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이들은 "종점 변경 과정에서 김건희와 소통한 적이 있냐"는 <오마이뉴스>의 질문에 어떠한 답도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났다. 특히 전 군수는 질문하는 기자를 직접 밀치면서까지 답을 피했다.
질문 듣고는 황급히 승차, 보좌진 향해 기자 막으라는 손짓도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와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물맑은양평체육관에서 열린 ‘제8회 양평군수배 어르신 한궁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전 군수와 김 의원은 15일 오전 9시께 물맑은양평체육관에서 열린 '제8회 양평군수배 어르신 한궁대회'에 동시 참석했다. 행사 시작 후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한 전 군수는 동석한 김 의원을 언급하며 "김선교 국회의원과 함께 우리 양평군을 좀 더 잘 사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전 군수는 축사를 마친 뒤 김 의원을 포함한 내빈들과 인사를 나누더니 곧장 체육관 뒤쪽 출입구로 향했다.
출입구를 빠져나오며 기자와 마주친 전 군수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당황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전 군수는 질문하는 기자를 향해 손바닥을 펴세우며 멈추라는 듯 손짓하더니, 뒤따라 빠져나오던 노인의 손을 붙잡고는 "잠깐만요. 어르신하고 얘기 좀 하게"라고 말했다. 기자가 "특검팀에서 수사 중인데 소환 예정이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전 군수는 등을 돌리고는 노인과 함께 서성이며 기자를 피했다. 곁에 있던 양평군 직원도 "잠시만요"라며 질문을 제지했다.
노인과 특별한 대화를 나누지 않은 전 군수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현장을 떠났다. 체육관을 빠져나가는 길에 "국토교통부 압수수색이 진행중인데 양평군 입장은 어떠냐", "원희룡 전 장관이나 김선교 의원에게 종점 변경하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냐"고 재차 질문했지만, 전 군수는 황급히 빠른 걸음으로 의전 차량에 탑승했다. 이 과정에서 전 군수는 양손을 뒤쪽으로 휘저으며 기자를 막으라는 듯 보좌진에게 손짓했으며, 기자를 직접 밀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과 전진선 양평군수가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파출소 개청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직후 오전 10시께 이어진 서종파출소 개소식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행사에 함께 참석한 전 군수와 김 의원 모두 기자를 피했다. 전 군수는 행사 전 기자가 접촉해 입을 떼자마자 "행사 중이다. 나중에"라 말했으며 전 군수 곁에 있던 양평군 직원 한 명은 기자의 팔을 잡아끌며 전 군수로부터 기자를 떨어뜨려 놓기도 했다.
열 걸음가량 떨어진 행사장 뒤쪽으로 직접 기자를 데리고 간 해당 직원은 "행사 중인데 지금 와서 이렇게 하시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후 기자가 "행사가 끝나면 인터뷰하는 것이냐"고 반복해 물었으나, 직원은 "(행사) 끝나고도 일정이 바쁘다. 인터뷰 날짜를 따로 잡으라", "비서실 통해서 업무를 협조하라"며 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가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파출소 개청식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파출소 행사를 마친 뒤에도 전 군수는 기자를 밀치며 답을 피했다. 오전 10시 39분께 서종파출소를 빠져나오던 전 군수에게 기자는 "종점 변경을 누가 처음 제안했냐", "김건희나 대통령실 측과 종점 변경 관해서 소통이 있었냐", "강상명 땅이 김건희 일가 땅인 걸 언제부터 알았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역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보좌를 받으며 의전 차량으로 향하던 전 군수는 팔을 들어 질문하는 기자를 반복해서 떼어내더니 빠르게 차에 탔다.
직후 뒤따라 나오던 김 의원에게도 접촉했지만 김 의원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기자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김 의원은 입을 열지 않았다.
-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관련해 출국금지 됐는데 입장이 무엇인가요?
"..."
- 종점 변경안 제안할 때 김건희나 대통령실 측과 소통한 적 있나요? 아니면 원희룡 장관과 소통한 사항 있으실까요?
"..."
- 김건희 일가가 강상면 일대 땅 소유하는 거 언제부터 알고 계셨나요?
"..."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이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파출소 개청식에 참석한 뒤 떠나고 있다. ⓒ 권우성
"연관 없다면서 양평군이 왜 행동대장 역할?"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은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통과한 사업이 2023년 돌연 변경되면서 불거졌다. 변경 전 양서면이었던 고속도로 종점이 김건희 일가의 땅이 있는 강상면으로 바뀌면서 큰 비판을 받았다. 전 군수와 김 의원은 사업 변경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고속도로 특혜 의혹 제기로 제명까지 당했다가 소송까지 해 복귀한 여현정 양평군의원은 1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2022년 7월 전진선 군수가 취임하고, 김선교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임하고,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엮였던 공무원이 도시건설국장으로 승진하며 (양서면 원안으로 확정된) 분위기가 바뀌었다"라며 "(윤석열과) 연관이 없다면 왜 양평군이 행동대장 노릇을 하며 종점 변경에 앞장섰나"라고 꼬집었다.
<오마이뉴스>는 16일 "A국장(양평군 도시건설국장)을 왜 승진시켰는지"를 비롯해 행사 현장에서 전 군수가 답하지 않은 특혜 의혹 관련 질문들을 재차 전화와 문자로 질의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양평군 비서실 관계자로부터만 "질문지를 정식으로 보내주면 검토 후 취재 요청에 응하겠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의원 역시 "종점 변경에 개입했나", "윤석열·김건희와 어떤 사이인가"라는 문자 질의에 답하지 않고 기자의 전화 역시 피했다.
▲국민의힘 소속 전진선 양평군수와 김선교 의원(경기 여주시양평군) 15일 오전 경기도 양평군 서종파출소 개청식에 참석하고 있다. ⓒ 권우성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김건희 특검팀은 지난 14일 국토교통부·용역업체를 압수수색하고 15일 관계자를 소환했다. 김 의원은 특검팀에 의해 출국금지된 상태다. 양평군청은 해당 사건이 특검에 이첩되기 전인 지난 5월 경찰 수사 단계에서 국토교통부와 함께 압수수색된 바 있다. 또한 특검팀은 원 전 장관과 김 의원, 양평군 고위 공무원 3명을 포함해 김건희 모친 최은순씨와 오빠 김진우씨 등 양평고속도로 및 공흥지구 개발 특혜 연루자들을 출국금지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형동 의원은 손배소를 제한하는 노조법 3조 개정에 대해선 "사용자의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우리나라에 없다", 원청의 사업자 책임을 강화하는 노조법 2조 개정에 대해선 "법체계상 과연 맞나"라며 의문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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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들은 노동시간 단축, 정년 연장, 체불임금 등 다른 노동정책에 대한 후보자의 생각을 물었다. 김 후보자는 노동시간 단축 방안에 대해 "우선 연차휴가가 있음에도 제대로 못 쓰는 현실이 많다"며 "자유롭게 연차를 쓰게 하는 일부터 시작해 기초 노동질서 단속에 노동부가 좀 더 힘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 후보자는 아울러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던 주 4.5일제에 대해선 "가능한 것부터 시범사업을 하고 지원"하겠다며, 노동시간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년 연장에 대해서는 "공적연금 지급 시기와 퇴직 시기를 일치시켜야 한다"며 "반드시 올해 내에 진행돼야 되고 다만 '선호하는 직업에 취직할 기회가 더 작아지지 않겠냐'는 청년의 요구도 잘 살펴 사회적 대화를 추진해야 된다"고 답했다.
김 후보자는 또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검토"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폭염 대책을 묻는 말에 그는 "최소한 300명 수준의 근로감독관을 적시에 투입해 118년만의 폭염에 대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사업주의 의무와 노동자의 권리가 합쳐질 때 산재 예방의 길이 열린다"며 "오남용되지 않도록" 유의하며 작업중지권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노동자 고공농성,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보좌진 '갑질' 논란, 세종호텔·한국옵티칼하이테크 해고자 고공농성 등 현안 관련 질의도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강 후보자 관련 논란에 대해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명 난 사건에 대해서는 근절해야 된다"고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고공농성 문제에 대해서는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이삼남’은 ‘이삼십대 남성’의 줄임말입니다. 새로 시작하는 ‘이삼남 이야기’는 2030세대 젊은 남성 필진들이 번갈아 쓰는 칼럼입니다. 청년 이슈와 온라인 여론 등을 주제로 한 달에 두 번 게재 예정입니다. 혐오와 갈라치기, 무관심과 오해를 넘어 건전한 공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오늘날 비트코인은 단순한 디지털 화폐일 뿐 아니라 극우화의 기제로 되었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골럼비아는 자신의 저서 『The Politics of Bitcoin』에서 “블록체인은 기술이 아니라 정치 프로그램”이라고 규정한다. 다시 말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과 정부 규제를 불신하는 세력이 자신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도구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미국 극우·자유지상주의 담론과 맞물리며, “정부 없는 돈”이라는 구호를 만들어냈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음모론적 사고방식이다. 미국의 ‘연준 음모론’은 “연방준비제도가 무제한으로 돈을 찍어 서민의 부를 빼앗는다”는 주장을 핵심으로 삼는다. 이 주장은 정부를 ‘도둑’으로, 중앙은행을 ‘만악의 근원’으로 묘사한다.
한국에서도 미국과 유사한 ‘비트코인 극우’들이 등장하고 있다. 2017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이어진 ‘코인 광풍’ 속에서 국내 온라인 공간에는 신조어 ‘코인충’이 등장했다. 인터넷 등지에서는 이들 ‘코인충’을 “암호화폐에 무지하지만 한탕주의에 빠진 집단”으로 정의한다. 이들은 “정부 규제는 폭압”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시세가 떨어지면 “정부가 살려내라”고 외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골럼비아가 지적한 미국 극우 담론과 유사한 구조가 그대로 재현된 셈이다.
2017년 암호화폐 규제 규탄 집회 웹자보 ⓒ필자 제공
이들의 사고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따져보자. 이들의 사고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논리적 기제로 작동하는 건 바로 정부 혹은 국가에 대한 음모론이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극우’들은 중앙은행이 인플레를 의도적으로 조장한다면서, “달러는 휴지 조각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획재정부가 원화를 망쳤다” “한국은행이 돈을 풀어 집값이 올랐다”는 식으로 표현이 현지화될 뿐이다. 내용이 달라 보여도 ‘국가가 화폐 가치를 훼손한다’는 원형은 동일하다. 그런 맥락에서 비트코인은 ‘정의로운 대안’으로 포장된다. 공급량이 2천1백만 개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걱정이 없다”는 말이 뒤따른다. 그러나 골럼비아는 이 주장이 경제학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공급이 고정돼도 가격은 투기와 수요 변화로 요동칠 수 있고, 실제로 2018년과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은 값이 80% 이상 폭락하는 경험을 했다.
두 번째 주요 논리적 기제는 ‘자유 대 폭압’ 구도다. 미국 ‘비트코인 극우'들은 “세금은 도둑질, 규제는 독재”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수입해 들여와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 등골 빼먹기” “금융위는 사회주의 집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021년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은 내재가치가 없다”고 언급했을 때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하루 만에 10만 명 이상이 몰려들어 ‘발언 철회’와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이는 ‘정부=악’이라는 도식이 어떻게 대중 행동으로 이어지는지 잘 보여준다.
세 번째로, 이들 ‘코인 극우’들은 ‘한탕주의와 피해망상’에 빠져있다. 소위 ‘코인충'들은 “저점 매수, 고점 매도면 월급은 필요 없다”며 노동을 경시한다. 동시에 가격이 조금만 떨어져도 “정부 때문에 폭락했다”며 국가를 탓한다. 골럼비아가 지적한 미국 사례에서도 “시장 실패는 정부 책임, 시장 성공은 혁명”이라는 논리가 반복된다. 이처럼 비트코인을 둘러싼 음모론은 개인의 투자 실패를 외부 탓으로 돌리는 심리적 안전장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흐름이 한국에 빠르게 퍼진 배경은 무엇일까. 첫째, 경제 불안이 크다. 취업난과 부동산 급등으로 청년층은 ‘법정화폐로는 자산 증식이 어렵다’고 체감한다. 둘째, 기술 낙관주의다. 24시간 스마트폰으로 거래할 수 있다는 편리함은 “코드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강화한다. 셋째, 알고리즘으로 돌아가는 플랫폼 구조다. 자극적 급등 예측이나 정부 음모론 영상이 조회 수를 끌면, 추천 기능은 더 극단적인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정치적 불만과 투기 심리가 서로 증폭된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는 한국 극우 온라인 문화의 새로운 도구가 되었다. 개인투자에 대한 신화, 극단적 개인이기주의, 국가와 사회에 대한 불신으로 현상하는 반사회성,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암호화폐를 극우화의 매개가 되게 한다. 자신은 ‘코인 투자’를 통해 돈을 벌 수 있고, 남들 위에 올라설 수 있는데, 정부 규제가 이를 막는다고 생각하니, 투자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고, 정부의 시장 개입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코인 커뮤니티에서는 비트코인 이야기와 함께 ‘큰 정부 비판’ ‘반(反)페미니즘’ ‘반(反)중국’ 구호가 한데 엉킨다. 이처럼 정치·문화적 불만이 투기 열풍과 결합되면, 합리적 규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골럼비아가 “비트코인의 가장 큰 위험은 가격이 아니라 정치적 과열”이라고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암호화폐 규제 논의나 가격 변동에 색깔론을 들이대는 주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흔하다. ⓒ필자 제공
이제 결론적으로 이러한 극우화 흐름을 막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정부와 한국은행은 통화·재정 데이터를 꾸준히 공개하고 규제 근거를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 투명한 정보는 음모론이 뿌리내릴 공간을 좁힌다.
둘째, 학교와 언론은 디지털 금융과 블록체인 기본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탈정부가 곧 자유”라는 단순 구호를 비판적으로 읽을 힘을 길러야 극단적 담론이 약화된다.
셋째, 플랫폼 사업자는 근거 없는 급등 조장 영상이나 펌프·덤프 방에 경고 라벨을 붙이고 알고리즘 노출을 제한해야 한다. 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 장치다.
넷째, 정치권은 코인 과세나 소득 공제를 논의할 때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주거·노동 개선책을 병행해야 한다. 실질적 경제 불안을 해결하지 못하면 음모론은 계속 다른 모습으로 확대재생산될 것이다.
투명한 정보, 비판적 교육, 책임 있는 플랫폼, 그리고 포용적 경제 정책이 함께 작동할 때 비트코인을 둘러싼 극우화 흐름을 실질적으로 제어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 총파업 대회 개최
“기다릴 여유 없어, 새 정부 답해야”
김영훈, 노조법 개정 필요성 강조
20250716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총파업대회 (수도권) ⓒ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윤석열 파면 후 첫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에게 윤석열 정권 파면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이뤄낸 값진 성과라고 강조하며 ▲노조법2·3조 즉각 개정 ▲잔존하는 윤석열 반노동 정책 완전 폐기 ▲대정부 교섭 쟁취를 목표로 내걸었다.
민주노총은 16일 전국 총파업 대회를 개최했다. 서울 국회의사당뿐만 아니라, 충북도청, 광주·포항·부산·울산시청 등 전국 다발적으로 열린 집회에 8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가했다.
동시에 총연맹은 ‘우리는 역사적 전환점 위에 서서 새로운 투쟁을 선언한다’는 성명을 내고 “이 땅의 모든 노동자들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첫발을 내딛는다”고 선포했다. 촛불 정부를 자임하며 기대를 한껏 받았던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의 후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이들은 해당 성명에서 “윤석열 정권은 반노동 정책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민주주의를 퇴행시켰다. 그때마다 가장 먼저 거리로 나섰던 것은 바로 우리 노동자들이었다”고 강조하며 노조법 개정, 반노동 정책 폐기, 대정부 교섭권 이 세 가지를 강조했다.
총파업 대회에 발언자로 나선 조합원들도 이 기조에 힘을 보탰다. 서비스연맹 가전통신서비스노조 코디코닥지부 김순옥 지부장은 “12월 3일 내란의 밤, 우리는 가장 먼저 국회로 달려가 깃발을 꽂았다. 그 싸움 끝에 소년공 출신 인권변호사가 대통령이 됐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부 장관 후보로 지명됐다”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그럼에도 수많은 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하며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노조법 2조와 3조의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강조했다.
민주일반연맹 공공연대노조 서울본부 김정환 문체부지부장은 “2018년, 용역에서 공무직으로 전환되었지만 기재부 예산 통제로 기본급이 최저임금도 안 돼 이직을 고민하는 일자리가 됐다”고 현실을 고발했다. “올해 최저임금은 최근 정부 중 두 번째로 낮다. 비정규직 차별 해소 대책도 보이지 않는다”며 “국민주권은 대통령의 선포가 아니라 노동자 국민들이 그 권한을 온전히 가질 때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20250716 민주노총 전국동시다발 총파업대회 (수도권) ⓒ 민주노총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지켜보자는 말도 있지만, 우리는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우리는 이미 벼랑 끝에 선 지 오래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오늘부터 진행되는 총파업 투쟁으로 새로운 정부에게는 광장이 멈추지 않았음을, 노동자들의 요구가 똑똑히 전달되도록 싸워나가자”고 말하며 “감옥 간 윤석열뿐만 아니라 내란세력을 완전히 청산하고 새로운 세상을 우리의 투쟁으로 만들어 가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이날 국회에서는 전 민주노총 위원장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의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여기서 김 후보는 노조법 2·3조 개정이 헌법과 충돌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에 반박하며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노란봉투법은 대화 자체가 불법이 도고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과 극한 투쟁의 악순환을 끊는 대화 촉진법이고 격차 해소법이라 생각한다”며 “원하청 교섭을 통해 하청노동자 처우와 협력업체 생산성이 동반 개선된다면 원청의 최종 생산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 상병 순직사건 및 수사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이 16일 오후 수사외압 의혹을 일관되게 증언해 온 박정훈 대령을 참고인으로 부른다.
특검팀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박정훈 대령이 오늘 오후 1시 30분 참고인으로 특검에 출석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최근 수사외압 의혹의 발단이 된 이른바 ‘VIP 격노설’과 관련된 이들을 잇달아 소환해 왔다. ‘VIP 격노설’이란 지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 받고 격노하면서 사건의 경찰 이첩이 보류되는 등 각종 수사외압이 이뤄졌다는 의혹이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전 국가안보실 1차장과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등은 최근 특검에 잇따라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특검팀은 상관의 지시에도 수사 기록을 이첩했다는 등의 이유로 재판에 넘겨진 박 대령의 항명 사건을 지난 9일 항소 취하했다. 이로써 무죄가 확정된 박 대령은 11일부로 해병대 수사단장으로 복직했다.
박 대령은 전날 변호인단과 군인권센터에 보낸 입장문에서 “제자리를 찾았다”며 “이 모든 것이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 그리고 기도 덕분이다.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박 대령은 “오는 7월 19일은 채 상병이 사망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금까지도 왜 죽었는지, 누가 그 죽음에 책임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답답하고 채 상병 부모님께 죄송할 따름”이라며 “다행히 채 상병 특검에서 하나씩 사실을 밝혀나가고 있어 멀지 않아 모든 진실이 드러나고 책임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두 번 다시 채 상병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박 대령은 “저는 이제 다시 군인으로서 제자리로 돌아가 주어진 직분에 충실하겠다”며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충성으로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5일 내란 특검 2차 조사를 마치고 조은석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수감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5일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2차 강제구인 지휘에도 조사를 거부했다. 16일 주요 일간지들은 특검 수사에 불응한 윤석열 전 대통령 소식과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 중인 김건희 특검의 전방위 압수수색 소식을 주요하게 다뤘다.
지난 10일 특수공무집행 방해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조은석 내란특검팀의 조사 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고 있다. 내란특검팀은 14, 15일 서울구치소 측에 수감된 윤 전 대통령을 서울고검에 있는 특검 조사실로 인치하라고 지휘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이를 거부해 무산됐다.
한겨레는 16일자 1면에 <특검 조사 불응 법 위에 윤석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 “내란 사태로 특검까지 출범했지만 여전히 법 위에 군림하려는 윤 전 대통령의 행태를 두고 법조계에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며 검사 출신 변호사, 검사 등의 비판의 목소리를 담았다.
중앙일보는 3면 기사 <특검, 윤 두 번째 강제구인 실패…구속 기간 연장없이 기소 관측도>에서 “윤 전 대통령 구속 후 6일째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조계에서는 추가 조사나 구속 기간 연장 없이 기소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도 구속 이후 조사에 불응하자 검찰은 조사를 생략하고 기소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도 3면 <윤석열 강제구인 또 ‘불발’…내란 특검, 이번주 기소도 검토> 기사에서 특검이 바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동아일보도 관련 기사를 4면에 배치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사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조사 불응, 구차한 버티기일 뿐>에서 “이렇게 계속 특검 조사에 불응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행태는 과거 검찰총장 시절 강조해 온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서도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미루고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해명을 해 왔다”며 “대체 언제까지 자기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회피할 것인가. 전직 대통령답게 결자해지의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중앙일보 사설.
한편 국민의힘이 계엄과 탄핵, 또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과 대선 패배를 겪은 뒤 대대적인 혁신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혁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국민일보는 사설 <친윤계도 혁신에 동참해야 당 정상화 앞당겨질 것>에서, 조선일보는 <국힘 지도부 ‘尹 어게인’ 참석, 민심 외면도 정도가 있다>에서 이같은 현상을 비판했다.
국민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요즘 당 구성원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혁신과는 거리가 멀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혁신이 아니라 오히려 혁신을 방해하는 게 아닌가 의심될 정도다”며 “친윤계가 더는 혁신에 저항하지 말고, 오히려 더 앞장서서 쇄신에 나설 때 당이 더 빨리 정상화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16일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가 14일 ‘윤석열 어게인’ 행사에 참석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는 ‘의원 주최 행사에 지도부가 참석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그것도 행사 나름”이라며 “민심을 외면하는 정도가 아니라 민심에 침을 뱉는 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힘은 지금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이다. 가장 큰 책임이 윤 전 대통령 부부와, 그들에게 맹종한 구주류에 있다는 것을 온 국민이 안다”며 “ ‘윤 어게인’ 행사도 전당대회를 앞두고 세를 결집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국힘의 문제는 결국 이들 구주류의 문제”라고 전했다.
한·미 협상 농축산물 수입 확대 논의에 경향신문 “농민은 희생만 해야 하나”
오는 8월1일 상호관세 발효를 앞두고 한·미 간 협상과 관련해 미국이 민감한 농축산물 수입 확대 등을 요구한 데 대해 통상 당국이 일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에 농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다.
통상 당국에 따르면 미국은 협상에서 에너지·농산물 등 자국 상품 구매 확대 및 각종 ‘비관세 장벽’ 문제 해결 등을 집중적으로 요구했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 허용, 쌀 구입 확대, 감자 등 유전자변형작물(LMO) 수입 허용, 사과 등 과일의 검역 완화가 주요 요구 사안으로 알려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와 관련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민감한 부분은 지키되 그렇지 않은 부분은 협상의 전체 큰 틀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사태 후 지금까지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해 왔다.
▲16일 국민일보 1면.
관련 사안을 경향신문, 국민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중앙일보가 1면에 다뤘고 대다수 일간지가 사설도 내놓았다. 다음은 한·미간 협상에서 농산물 개방에 관련한 사설 제목이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는 관련 사설을 내놓지 않았다.
경향신문 <대미 협상카드 된 농산물 개방, 농민은 희생만 해야 하나>
국민일보 <美, 농축산물 수입 요구… 국민 납득할 협상안 만들어야>
동아일보 <美 쇠고기 추가 개방 검토… 대내 조율과 설득 서둘 때>
서울신문 <美 농축산물 개방 압박… 전략적 결단하되 국민 설득을>
세계일보 <美 소고기·쌀 수입 압력, 국익 따져 냉정히 결단해야>
한국일보 <농축업 불똥 한미 관세협상, 일방 피해 없는 대책 서둘러야>
경향신문은 농업을 협상의 수단으로만 여겨서는 안된다는 입장에 섰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지금도 위기감 큰 농민과 농업이 언제까지 통상 협상의 희생양이 되어야 하는 건지 우려스럽다”며 “협상 테이블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통상 책임자가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건 성급하다. 농산물 개방에 완강하던 농정당국까지 소고기와 사과 등 일부를 내주는 방향을 용인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니, 정부가 너무 쉽게 농업을 포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16일 경향신문 사설.
그 외 신문들도 의견 조율이 쉽지는 않겠지만 전략적인 선택을 해야한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최종 협상안이 정해지기 전인데도, 일부 농민단체들은 한국인의 먹거리 안전이 위협받고, 농가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며 벌써 ‘제2의 광우병 촛불’을 거론하고 있다. 사과 농가가 많은 지역의 지방자치단체 의회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올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해 당사자들에 대한 의견 조율이 만만치 않을 거란 의미”라며 “정치·사회적 파장이 큰 만큼 농축산물을 협상카드로 내놓는 결정은 마지막까지 신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경제의 미래가 걸린 협상에서 수입 개방이란 전략적 선택을 마냥 피하기도 어렵다”고 전했다.
서울신문은 사설에서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를 관세 협상의 카드로 고려하고 있다면 과연 어느 선까지 가능할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국민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며 “전략적 결단에 따라 당장 피해를 입게 될 농가를 신속히 지원하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 역시 “가능한 범위 내에서 협상 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의견 수렴절차도 제대로 밟아야 한다”며 “협상 타결에 따른 이익과 손해를 고르게 분담하고 피해 농가를 두텁게 지원하는 정교한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 전했다.
한국일보는 “농민의 가장 거센 저항이 예상되는 분야는 사과다. 국내 과일 재배면적의 23%를 차지할 만큼 관련 농가가 많아, 정부는 1993년 이후 병충해 가능성을 내세워 수입을 사실상 막아왔다”고 전했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협상 시한 내에 농민을 설득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농업 추가 개방을 거부하기도 어렵다”며 “미국 수출품에 25% 관세가 부과될 때 경제성장률은 0.5%포인트 이상 감소하는 충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라 전했다.
▲16일 한국일보 사설.
연이은 인사 청문회, 조선일보 “자격 미달 후보자 속출”
이재명 정부 첫 내각의 인사 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인사 청문회에 대한 평가가 신문의 주요면과 사설로 다뤄졌다. 조선일보는 16일 사설 <자격 미달 후보자 속출해도 전원 임명 강행할 건가>에서 이진숙 교육부총리 후보자,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권오을 보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의혹과 의문은 쌓여가는데 청문회는 무자료와 무증인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이재명 정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본격화하면서 국민 눈높이 미달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16일 조선일보 사설.
이재명 정부 초대 통일·국방 장관 후보자들이 9·19 남북 군사합의 복원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여러 사설이 나왔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9·19 합의는) 바로 복원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낮은 단계부터 서서히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의 주적’이라는 명제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 북한은 위협이다”라고 했고, 대통령실과의 사전 조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통일부 명칭 변경 구상도 꺼냈다.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 <‘9·19 군사합의’ 복원하자는 안보 장관들, 평화의 출구 열길>에서 “(북한에)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며 “작은 실천을 주고받다 보면 대화와 신뢰의 문이 다시 열리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반면 동아일보 <“한미훈련 연기해 대화 유도”… 일방적 대북 유화책 안 된다>, 서울신문 <北은 “교전국”이라는데, “北은 적 아니다”라면…>, 세계일보 <천안함 폭침이 MB정부 탓이라는 통일장관 후보자> 등의 사설은 정부가 바뀌면서 대북정책 기조가 빠르게 바뀌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정 후보자 답변에선 그간 급격한 정책 변화가 가져온 악영향과 실패에 대한 성찰은 보이지 않았다”며 “정부의 오락가락 대북정책은 번번이 북한에 이용당하곤 했다. 한미 양국이 경쟁하듯 유화책을 내놓으면 북한도 새로운 ‘대화 쇼’에 나설 수도 있다. 하지만 거기 숨겨진 의도부터 제대로 읽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노력은 필요하지만 그것은 무리한 널뛰기가 아닌 상호적 관계 조정이어야 한다. 일방적 유화책은 무모한 강경책 못지않게 위험하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역시 이날 사설에서 “정부가 바뀔 때마다 흔들리는 대북관(觀)에 국민은 혼란스럽다”며 “다수의 국민이 흔쾌히 수용하기 어려운 주적 개념의 변화나 부처 명칭 변경은 신중하게 접근하기 바란다. 통일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한다’는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 부처로 남아야 한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그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이명박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이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을 고려해도 북한의 도발을 우리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건 지나치다”며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정권 성향에 따라 오락가락하면 북한은 우리를 우습게 볼 것이고 국제사회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정의를 이야기하면 그래도 들어주는 세상이라고 아직 믿고 있다. 사람들은 내게 순진하다고들 하지만, 순진한 사람들이 잘 사는 사회야말로 정의로운 사회가 아닐까? 법은 기득권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겉으로는 약자를 위한다고 표방하는 것이 또한 법이기에 부조리한 세상을 포기하지 않고 법으로써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간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세상의 모습을 이곳에 전한다.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지난 14일 마지막 공판 후 철거된 아카데미 극장 부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아카데미의 친구들
24명의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피고인이 되어 법정에 섰다. 고발인은 원주시장이다. 검사의 공소장 죄명은 '업무방해'. 피해자는 공사 관련 업체들이다. 예술인들이 공사 업무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예술인들과 시민들이 공사를 방해했다니, 무슨 일인 걸까? 또 주목할 부분은 공소장에 있는 피해자인 업체들은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히고 있는 점이다. 심지어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탄원하기도 했다. 오로지 원주시만이 이들의 처벌을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카데미 극장을 철거하려는 시장, 대체 왜?
사건의 시작은 원강수 원주시장이 취임 이후 원주에 있는 단관극장인 아카데미 극장을 철거하겠다고 하면서부터다. 지역의 예술인과 시민들은 극장 지키기에 나섰고, 전국의 영화인들도 극장 보존에 목소리를 보탰는데, 그 결과가 현재와 같이 범죄자로 몰려 법정에 선 모습이다.
아카데미 극장은 1963년 원주 원도심에 개관하여 한국에서 원형을 간직한 가장 오래된 단관 극장이었다. 멀티플렉스의 성행으로 원주 내 다른 단관극장은 모두 없어지고 아카데미 극장만이 유일하게 남았는데, 이곳 역시 2021년에 철거 논의가 시작되었다.
▲1983년 당시 강원도 원주시 평원동 아카데미극장 외관 ⓒ 아친연대 제공
그런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3주만에 1억여 원을 모금하고, 전국 54개 영화문화단체에서 보존에 대한 지지 성명을 내는 등 극장보존 의견이 다수가 되었다. 그렇게 철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되었고 원주시(당시 원주시장 원창묵)는 32여억원을 들여 아카데미극장을 매입했다. 이후 아카데미 극장 보존사업은 문체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으로 선정되어 국도비 39억 원을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이 모든 일은 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으로 만들어낸 성과였다. 시민들은 2016년경부터 재생사례 연구와 전문가 포럼, 영화, 연극, 공연, 인문학 강좌 등의 다양한 재생실험 등을 하며 극장 보존운동을 했다. 그야말로 시민들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 지역의 커먼즈(공유지)로 자리매김했다.
이렇게 시가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던 아카데미 극장 보존 사업은 2023년 6월 현 원강수 취임 이후 물거품이 되었다. 원강수 시장은 돌연 아카데미 극장 철거를 결정하고 이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32억여 원을 들여 극장을 매입하고 국도비 39억 원까지 확보했는데, 이를 모두 포기하고 철거비 6억 5천만 원을 추가로 지출하여 갑자기 철거를 한다고 하니 시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렇게 아카데미 극장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모임인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극장 철거 반대 운동에 나서게 되었다.
원강수 시장은 극장 보존에 관하여 시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는데, 이에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그렇다면 함께 이에 대해 토론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원주시 주민참여 조례에 따라 정식으로 시정 토론을 요구했고, 조례상 원주시는 이에 응해야 하는데, 원주시는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반면, 아카데미 극장 보존의 목소리와 정당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었다. 한국영화학회, 한국사회학회, 역사문제연구소, 한국극예술학회, 한국건축역사학회 등 28개의 학술단체는 아카데미 극장이 희소성 높은 근대문화자산임을 강조하며 문화 철거 계획 즉시 중단을 요구했고,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 확보, 보전, 관리 활동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 '한국내셔널트러스트' 역시 극장 보존을 호소했다.
전국 대학교수, 강사, 연구자들, 영화문화단체들도 비민주적인 철거 강행을 비판했다. 공공기관인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도 아카데미극장을 등록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실제로 문화재청장은 원주시에 등록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라고 두 번이나 이야기했다.
그러나 원주시는 '귀틀막'이었다. 심지어 철거 공사에 앞서 법령상 거쳐야 하는 심의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법을 외면하는 시장 앞에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
▲강원도 원주시는 지역 시민과 영화인들의 아카데미 극장 보존을 요구하는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2023년 10월 극장을 강제 철거했다. ⓒ 유성호
이제 정말 공사가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공사에 앞서 내부 자료들을 옮긴다고 했는데, 극장 안에 있는 자료들은 모두 그 자체로 역사자료임에도 원주시는 이 자료들을 어디로 옮겨 어떻게 보관할 것인지조차 시민들에게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 역사자료 반출이 예상되는 날, 20여 명의 시민들은 급히 극장 앞에 모였다. 그러자 원주시는 100여 명의 남성 공무원들을 현장에 투입시켜 시민들을 물리력으로 몰아붙였다. 시민들의 집회가 예상되는 또 다른 어느 날에는 경비용역을 불러 시민들의 극장 진입을 차단했다. 원주시 공무원은 법정에서 약 2천만 원을 들여 경비용역업체를 불렀다고 진술했다.
건물 외벽 철거가 예상되는 날에는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 이은 명필름 대표,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 등 전국에서 영화인들이 아카데미 극장으로 모였다. 공사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보자는 마음으로 다 같이 팔짱을 끼고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30분 만에 모두 경찰서로 연행되었다. 절박한 일부 예술인 등은 옥상에 올라가 철거를 몸으로 막아보려 하기도 했으나, 마찬가지로 모두 연행되었으며 극장은 철거됐다.
조례에 따라 토론하자는 요구조차 들어주지 않고, 공사에 앞서 지켜야 할 법령상 사항도 무시하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몸으로 막는 것밖에 없었다. 특히 극장 철거는 비가역적인 것으로서 그 자체를 막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회복할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당시 예술인들과 시민들의 항의 행동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공사 관련 업체들도 이러한 점을 이해하기에 이들에 대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한 업체의 대표자는 자신도 원주시민으로서 아카데미 극장이 무너지는 것에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으며, 이에 저항한 시민들이 처벌을 받게 된다면 자신이 너무나 큰 마음의 빚을 지게 된다고 이들을 처벌하지 말아달라고 탄원했다.
이처럼 원주시만이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를 통한 갈등 해결이 아닌 고발을 통한 억압을 택한 원강수 시장은 과연 정치인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해 묵직한 울림 준 시민들의 최후진술
▲2023년 11월 12일 강원 원주시 서원대로 일원에서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가 아카데미극장 위법 철거 반대 2차 시민대행진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검찰은 '업무방해'와 '특수건조물침입' 등의 혐의로 피고인이 된 24명에게 징역형 또는 벌금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우리('아카데미의 친구들'측 변호인들)는 무죄를 주장한다. 대법원은 이미 공적 사안에 대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한 것에 대해 업무방해죄로 처벌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쉽사리 인정하면 공적 관심사에 대한 민주적 담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원주시 행정의 위법성을 밝히고, 시민들은 그저 구호를 외치고 팔짱을 끼고 서 있는 등의 지극히 평화롭고 소극적인 방식이었던 점(시민들은 욕설과 같은 폭언을 행한 적도, 물리력을 행사한 적도, 물건을 손괴한 적도 없다), 무엇보다 실제 철거가 예정된 공사 시간에 모두 이루어져 업무방해의 결과도 없는 점을 강조했다.
마지막 공판기일었던 지난 14일 춘천지법 원주지원에서 피고인이 된 24명 예술인과 시민들의 최후진술이 있었다. 사람이 많아 최후진술만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지역의 창작자로, 원주의 오랜 시민으로, 영화인으로 각자 제각각 자신에게 갖는 아카데미 극장의 의미, 자신들이 왜 극장 앞에 모여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는지를 이야기했다. 극장과 지역 공동체 문화를 지키려는 순수한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느새 법정은 훌쩍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고, 나 역시 변호인석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민주주의, 지역문화와 예술 다양성에 대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진술이자, 변호인들의 법적인 변론보다 훨씬 뛰어난 자체 변론이었다. 아래 그 일부를 소개한다.
"저는 아카데미 친구들을 생각하면 감사한 마음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이들은 여러 노력 끝에 극장을 문화재로 지정권고까지 이끌어왔고, 극장을 불법적으로 철거하려는 것에 맞서 경제적 어려움도 그리고 일부 부정적인 시선도 감당하며 원주시의 부당함에 움츠러들지 않고 극장을 지키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이런 노력이 서울에 있는 저를 이곳까지 오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아카데미극장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었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하고, 함께 가꾸며 문화적 가치를 키워온 상징적인 공간이었습니다. 저 역시 이 소중한 장소가 일방적으로 철거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32년간 청소년과 청년들에게 '스스로 자립하는 삶' '가치 있는 온전한 삶' '혼자만의 성공하는 삶이 아닌 더불어 함께 잘사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성장을 지지하고, 함께 곁을 지켜주는 사람으로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공간을 통해 역사적 가치와 미래문화유산으로의 가능성을 알고, 시민들의 참여로 그 공간을 지키고 되살리려는 젊은이들의 마음이 참 소중하여, 그 곁에서 함께하게 된 것입니다."
"아카데미극장은 누군가에겐 이미 문화재였고, 누군가에겐 흉물과도 같은 폐건물이었습니다. 결국은 가치관의 차이였습니다. 그러나 이 가치관, 아카데미극장을 바라보는 견해는 좁혀질 기회도 없이 극장과 함께 사라져 버렸습니다. 바로 이 점이 극장이 헐린 것보다 아쉬운 지점입니다. 시민들의 여론을 충분히 모은 후 내린 결정이 극장 철거였다면, 이처럼 허무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 상실감을 쥐여주는 행정을 막기 위해 시민들은 목소리를 내고, 대화를 위해 옥상에도 오른 것입니다."
"비민주적인 행태를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행태 속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은 극장 앞에 서 있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이것이 죄가 된다면 지역의 민주주의가, 나아가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통탄할 일이 될 것입니다."
"과연 소통하려 하지 않고 무리한 행정에 대한 시정은 불가한 것이 되는 것인지 어떠한 폭력이나 위력적인 행사가 없었음에도 수갑을 채우는 일은 정말 괜찮은 것인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의 자유가 무력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됩니다."
건물을 부수는 시장, 시민들은 이를 저지하고자 했을 뿐
시장이 시민들을 고발하며 이토록 강경한 태도를 취하다니, 혹시 이 예술인들이 서부지법 폭동들처럼 건물을 부수고 난동을 부리는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한 걸까 싶지만, 이처럼 실상은 정반대였다.
이전에 이어져 온 정책 방향을 돌연 뒤엎고 건물을 부쉈던 것은 원강수 시장이다. 시민들은 이를 시정하기 위해 민주시민으로서 해야 할 행동을 했을 뿐이다.
최근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영국의 켄 로치 감독으로부터 연대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타인의 노동을 착취해 부를 축적하는 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모든 기회를 틈타 돈을 벌려 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모두에게 필요한 건물들을 기꺼이 파괴하기도 하죠. 정말 긴 싸움입니다, 그렇지요. 우리가 위안을 삼을 수 있는 유일한 사실은, 한 번의 전투에서 졌더라도,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역문화 파괴, 시민공간 축소의 움직임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싸움을 기억하고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이다. 아카데미 극장은 무너졌지만, 아카데미의 친구들은 무너지지 않도록 부디 재판부가 이들의 손을 잡아주기를 바란다.
▲켄로치 감독이 연대의 마음을 담아 아카데미의 친구들에 편지를 보냈다. ⓒ 아카데미의 친구들
합참이 지휘했다면, 주한미군사령관 보고는 ‘법적 의무’
‘합참의 지휘’ 여부를 숨겨온 까닭
합참이 주한미군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
특검이 주목한 ‘내란·외환’의 실체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은 합참의 지휘 하에 진행됐다”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의 증언이 나오면서, ‘주한미군이 12.3 내란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밝힐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
김 사령관 측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평양 무인기 투입과 비상계엄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만약 내란수괴 윤석열이 당시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공모해 합참을 거치지 않고 드론작전사령부에 직통으로 ‘작전’을 지시했다면, 이를 수행한 김 사령관 역시 내란 및 외환죄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날 김 사령관 측이 유독 “합참의 지휘”를 강조한 것도 ‘외환죄’ 적용을 피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김 사령관의 이 같은 진술은 오히려 12.3 내란과 주한미군 사이의 연결고리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합참이 지휘했다면, 주한미군사령관 보고는 ‘법적 의무’
합참이 ‘무인기 평양 침투’와 같은 대북 군사작전을 수행할 경우, 반드시 한미연합사의 작전통제를 받아야 한다.
한미 간 작전통제권 관련 양해각서(MCM-002)에 따른 전술작전절차서(CFC OPLAN 5015 / TACSOP)에는 ‘모든 대북 군사행동은 합참-한미연합사-주한미군 간 긴밀한 사전 조율 및 사후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한미연합사 작전지침서(JCS/CFC Operations Order)에는 평시 군사행동 중 북한 지역을 겨냥한 작전은 ‘합참 J3(작전본부) → 한미연합사 J3(작전처) → 한미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으로 보고 체계를 반드시 거치도록 의무화돼 있다.
결국, 합참이 개입했다는 김 사령관의 발언은 주한미군 역시 이 작전을 인지했거나 최소한 묵인했음을 의미한다.
‘합참의 지휘’ 여부를 숨겨온 까닭
김명수 합참의장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에서 무인기 작전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발언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 → 김용현 국방부 장관 → 김명수 합참의장 →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을 거쳐 드론작전사령부에 지시가 내려갔다면, 이는 군령에 따른 절차를 지킨 것이기 때문에 김용대 사령관에게는 죄가 없다.
하지만, 김용현 당시 장관이 합참의장이나 합참 본부장을 건너뛰고 드론사에 직접 지시했다면, 이는 직권을 남용해 전쟁을 유발한 외환죄에 해당할 수 있다.
내란수괴 윤석열은 여전히 특검 수사를 회피 중이며, 김 전 장관 측은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고, 이 본부장은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관계자들 모두가 “합참의 지휘” 여부를 밝히는 데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한편, 경기도 포천에 위치한 드론작전사령부에서 무인기를 바로 띄우지 않고,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백령도까지 이동시켜 침투 작전을 펼친 배경에 대해, 주한미군의 개입 사실을 숨기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백령도는 미군이 군사분계선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역으로, 작전 실패 시 주한미군의 책임을 피할 수 있는 장소다.
이 때문에 윤석열-합참-주한미군이 이 작전을 공동 기획하면서도, 미국은 외관상 ‘모르는 척’ 빠져나갈 길을 사전에 설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합참이 주한미군에 보고하지 않았을 가능성?
일각에선 합참이 한미연합사령부에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을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처리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러나 평시 대북 정찰 및 상공 작전은 합참이 아닌 주한미군 중심의 ISR(정보·감시·정찰) 체계에 의해 운용되기 때문에, 보고 누락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주한미군은 고고도 정찰기(RC-135), 인공위성 감시체계, 백령도~평양 라인을 비롯한 휴전선 전반을 24시간 감시 중이다.
따라서 무인기가 백령도를 떠나 평양으로 진입하는 순간, 미군의 레이더와 감청 시스템에 포착될 수밖에 없다.
즉, 합참이 ‘무인기 평양 침투 작전’을 주한미군 측에 숨기고 싶어도 숨길 수 없는 구조라는 뜻이다.
특검이 주목한 ‘내란·외환’의 실체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 중인 조은석 특검은 전날 김 사령관의 자택과 드론사 본부 등 관련 24곳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2024년 10~11월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으로 인해 남북 간 무력 충돌 가능성이 급증했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초래됐으며, 이에 따라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이 저해됐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비상계엄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무리한 작전을 감행하고, 군사적 긴장을 의도적으로 고조시켜 전쟁 유발을 기도한 행위라는 것이다.
여기에 합참이 개입했고, 보고가 주한미군까지 이뤄졌다면 이는 곧 주한미군이 윤석열의 12.3 내란을 공동 기획했거나 최소한 묵인했다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단서가 된다.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국민연대'(SOFA개정국민연대)를 중심으로 33개 단체와 56명의 개인 공동연명으로 14일 오전 서울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트럼프의 경제안보수탈, 대중국견제 한국압박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8월 1일을 최종시한으로 제시하면서 한국과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진짜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각)에는 전날 '상호관세 25%' 부과 서한을 발송한데 이어 "미국은 거의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군대를 제공한다. 한국이 매년 100억 달러(약 13조 7,000억원)를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도 했다.
지난 5월 15일에는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은 일본과 중국 본토사이에 떠있는 섬, 즉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표현하면서 한국을 대중국 봉쇄를 위한 전초기지로 여기는 인식을 드러냈으며, 한국과 아시아 동맹들도 유럽연합과 같이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고 제기했다.
'불평등한 한미SOFA개정국민연대'(SOFA개정국민연대)를 중심으로 33개 단체와 56명의 개인 공동연명으로 14일 오전 서울 미국대사관 앞 광화문 광장에서'트럼프의 경제안보수탈, 대중국견제 한국압박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군사적 압박에 더해 경제적 수탈까지 자행하려는 미국의 태도는 전형적인 강대국 횡포"라며, "대한민국은 미국의 압력에 글려다니지 말고, 국회 비준동의없이 외교·안보정책을 결정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미국의 요구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명확히 공개하고, "통상협상이든, 방위비분담금협상이든 더 이상 침묵하거나 굴욕적인 협상을 반복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맨몸으로 내란을 막아낸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지켜온 그 힘으로 이번에는 경제주권과 안보주권을 지켜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이장희 SOFA개정국민연대 상임대표는 "지금 미국은 자신들의 필요에 의해 만든 자유주의적 무역질서인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1948년)와 우루과이라운드 타결로 출범한 'WTO'(세계무역기구, 1995년) 체제를 스스로 허물고 신제국주의로 가고 있다"고 하면서 "이제는 166개 WTO회원국 중 무역규모 6위(2024년)에 오른 우리가 미국의 신제국주의 압박에 일방적으로 복종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EU)과 브릭스(BRICS), 일본, 중국을 비롯해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나라들과 함께 시만사화의 의견도 수렴하여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응하는 긴밀한 협의를 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21개 회원국 정상과 6,000여 명 이상의 외빈이 참석한 가운데 경주와 인근 도시에서 200회 이상의 다양한 에이펙 공식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미국의 신제국주의 신통상주의를 중단시키고 균형잡힌 새로운 국제통상질서를 협의하는 새로운 라운드를 출범하자'는 것.
나원준 경북대학교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상호관세 25% 부과개시까지 보름 정도 남은 상황을 언급하고는 "미국은 지키지 않아도 되고 한국에게만 의무로 남은 불평등 조약인 한미 FTA로 한국이 미국에 부과하는 관세는 1%도 되지 않고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관세 상당치로 따지면 4%에 그쳐 미국의 주요 교역 상대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며, 14년째 한국의 해외 직접 투자 상대국 1위가 미국, 2023년 기준 제조업 투자의 50% 이상이 미국인데,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 국방비를 GDP 5%까지 올리라는 트럼프의 요구에 대해서는 "한국 민중이 원치 않는 주한미군을 위해 왜 돈을 더 내놓아야 하느냐"며, "만약 그렇게 하면 이 나라는 복지지출을 대폭 삭감하지 않는 이상 재정파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은 우리의 목을 조르면서 고율 관세를 강요하고 나아가 더 맞기 싫으면 생산기반인 제조역량을 통째로 바치라는 강압을 하고 있는 셈인데, 우리의 군사적 약점을 철저히 경제침략에 이용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나 교수는 "미국은 쉽게 달러와 국채를 찍어 재정을 조달하며, 그 다음엔 제3세게 곳곳에서 바로 그 돈으로 전쟁의 불길을 몰고 다닌다. 그게 언제라도 우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잠이라도 편히 잘 수 있겠느냐"며, "다시 밀려오는 제국주의 미국의 경제 침탈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고은광순 가짜 '유엔사'해체를 위한 국제캠페인 대표는 "미국은 유엔명칭을 도용하여 평화를 지키는 척 분단을 공고하게 한 '가짜 유엔사'를 내세워 한국을 미국의 군사식민지로 73년 이상 지배하는데 성공하고, 북한의 남침위협을 막아준다고 주둔비, 방위비 다 받아먹으며 실제로는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미국의 이익을 관철하는데 성공했으나 정작 미국때문에 우리가 위험해 진다는 사실을 더 많은 시민들이 알게 되었으니 미국의 야욕은 한국에서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성희 자주연합(준) 집행위원장은 지난 10, 11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 및 한미일 합참의장 회담이, 1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 계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진행되었으며, 각 회의에서는 중국 견제와 러시아 봉쇄, 북한 억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안에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확대가 결의되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또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가 진행되던 같은 날 제주도 남방 공해상에서 B-52H 전략폭격기가 전개된 가운데 한미일 3자 공중훈련이 진행됐으며, 9월에는 한미일 3국이 '프리덤에지(Freedom Edge)'라는 이름으로 다영역 연합군사훈련이 예정되어 있다고 알렸다.
종래의 전통적인 전장 구분은 사라지고 전투발생지에서 즉각적으로, 다각적으로 대응하는 온 사이트(On-Site) 전쟁개념이 자리잡은 지금은 "대만에서든 남중국에서든 서해안에서든 한 군데서라도 삐꺽하면 전체가 긴장이 고조되고 전쟁 위기에 빠지게 된다"고 하면서 "왜 한국이 이런 상황에 제발로 끌려가야 되느냐"고 반문했다.
패권이 약화되는 미국을 돕는 척하면서 군사대국화로 가려는 일본의 길을 우리가 열어주어야 하느냐는 것.
정 위원장은 "한미일 군사공조는 우리의 생존과 안보, 경제와 민생을 모두 망치는 길"이라며, "국민주권정부는 절대 그 길을 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을 현금인출기로 여기는 트럼프에게 'NO TRUMP' 스티커를 붙이는 상징의식이 진행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25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 리튬전지 공장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화재 원인을 찾기 위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4.6.25 [공동취재] 연합뉴스
안종주 언론인·보건학 박사
올 한여름 더위는 ‘덥다’라는 말보다는 ‘푹푹 찐다’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전국이 가마솥 ‘찜통더위’로 몸살을 앓게 되면. 농민, 특히 이들 가운데 노인과 고령‧외국인 노동자가 온열질환 사망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 10명가량이 이미 숨졌고 비슷한 죽음의 행진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라도 이 행진 속도를 늦추어야 한다.
일터에서 좌우명으로 삼아야 할 말은 “사업주나 공무원 자신 또는 가족이 그 현장에서 일한다는 생각으로 현장의 위험을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기 위해 안전장치와 보호장구를 노동자가 갖추고 일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 이들이 충분한 휴식과 안전교육을 받아 위험 회피 행동을 하게끔 해야 한다”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이다. 업종별, 기업규모별, 그리고 회사별로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신경 쓰지 않는 사업주가 여전히 많다.
“규개위 공무원들 뙤약볕에 20분만 서 있어 보라”
이번 주부터 체감온도 33도 이상일 때는 2시간 일할 때마다 최소 20분간 휴식 시간을 주도록 의무화됐다. 우여곡절을 겪은 뒤 뒤늦게 나온 결정이다. 지난 7일 오후 구미시 산동읍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베트남 국적 청년 노동자(23)가 지하 1층에서 앉은 채 쓰러져 숨진 사건이 계기가 돼 긴급하게 이루어진 조치이다. 이날 구미시의 낮 최고 기온이 섭씨 37.2도였고 숨진 노동자 체온이 40.2도로 측정됐다고 하니 온열질환으로 인한 사망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폭염에 앞서 규제개혁위원회 행정사회분과위원회는 지난 4월 25일과 5월 23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에 대해 두 차례 규제 심사를 벌였다. “(노동부가 올린) ‘체감온도 33도 이상 시 2시간 이내 20분 이상 휴식’ 보장 규칙 개정안은 영세사업장에 과도한 규제”라며 철회를 권고했다. 대통령 권한대행 시절 이루어진 결정이었다. 규개위원들은 자신들의 결정이 좋은 규제 완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쁜 규제 완화였다.
베트남 청년 노동자 사망을 계기로 노동단체가 전향적 폭염 대책을 규개위와 정부 쪽에 강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은 연일 폭염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일터 온열질환 발생 예방을 위한 규칙 개정안을 거부해온 규개위를 향해 “공직자로서 자격이 없다”고 질타했다. “(규개위 공무원) 본인들이 뙤약볕에 20분만 서 있어 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윤석열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3대 ‘패악질’
규개위는 노동단체와 정부·여당, 그리고 여론의 따가운 질책에 마지못해 자신의 결정을 번복했다. 만약에 규개위원들이 폭염 속에 건설 현장에서 일은커녕 20분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어도 ‘과도한 규제’ 운운을 입에 올리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은 책상물림으로 결정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가를 보여준 좋은 본보기였다.
살인적 폭염에 일터는 물론이고 농촌에도 비상이 걸렸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폭염의 사망자가 가장 많이 나오는 곳은 농촌이고 피해 대부분이 60~80대 노인들이다. 이들은 판단력도 떨어지고, 흩어져 개별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실상 파악도, 안전교육, 홍보 모두 다 어렵다. 위험 발생 시 조치도 어렵다.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이 아닌 패러다임을 바꾼 대응책이 필요하다.
일터에서는 그동안 ‘물·그늘(바람)·휴식’이란 온열질환 3대 예방수칙을 강조하고 ‘냉방버스 도입’ ‘자가체온확인 패치’ ‘쿨링 조끼·토씨’ ‘얼음물 제공’ ‘이동식 에어컨’ ‘염분·포도당 알약’ 등으로 폭염 대응을 해왔다. 이는 나름의 성과로 이어졌지만 중소영세업체 노동자를 보호하는 데는 많이 모자란다. 더 단단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추가로 필요하다.
윤석열 정부(권한대행 시절 포함)가 산업안전보건 제도나 행정‧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비교적 잘 이루어져 왔던 것마저 헝클어놓은 것은 폭염 대책 말고도 여럿 더 있다. 대표적으로 산업안전보건기술지침(코샤가이드, KOSHA Guide) 등 안전보건 기술표준 제정을 관장하는 주체를 안전보건공단에서 고용노동부로 바꾼 것과 일터 안전지킴이 인력과 예산을 깡그리 없앤 것, 그리고 노동단체와 언론사와 홍보‧협력 체계를 구축해 안전문화를 확산해오던 것을 백지화 해버린 것을 꼽을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산업안전보건 3대 ‘패악질’을 차례대로 톺아본다.
노동부가 저지른 ‘쿠데타 식 안전보건 행정’
먼저 노동부의 안전보건 기술표준 행정의 불법성 문제를 진단해보자. 노동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줄곧 공단이 책임을 맡아 해오던 표준제정 업무를 관련 법령을 개정하지 않고 2024년 빼앗아 버렸다. 그 사유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명백한 불법적 조치이며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는 물론이고 형사처벌까지 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노동부가 전문성 강화를 위한 영역 확장의 일환으로 이런 일을 벌였다는 말이 돌았지만 확인된 바는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65조(권한 등의 위임·위탁) 제2항은 ② 고용노동부장관은 이 법에 따른 업무 중 다음 각 호의 업무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공단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영리법인 또는 관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개정 2023.8.8.]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2항의 3호는 제13조제2항에 따른 표준제정위원회의 구성·운영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116조(업무의 위탁) 1항은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① 고용노동부장관은 법 제165조제2항제2호부터 제4호까지, 제6호부터 제10호까지, 제12호, 제15호, 제16호, 제18호부터 제30호까지, 제32호, 제33호 및 제35호부터 제41호까지의 업무를 공단에 위탁한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제165조 제2항 3호인 표준제정위원회의 구성·운영은 관련 법과 시행령에 따라 공단이 하게끔 되어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이를 완전히 무시했다. 자신들이 강제로 공단의 법적 위임 업무를 빼앗는 것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노동부 관련 부서는 이들 시행령을 먼저 개정하지 않고 시행령의 하위단위인 노동부 내규를 개정해 표준제정 업무를 막무가내식으로 가져갔다. 명백한 불법이었다. 그 뒤 이를 기정사실로 만들기 위해 사후에 시행령을 개정하는 전략을 택했다. 하지만 2023년 말 당시 법제처 담당자가 상위법을 개정하지 않고서는 시행령 개정이 어렵다고 해 노동부의 시행령 개정은 무산됐다. 노동부가 저지른 ‘쿠데타 식 안전보건 행정’을 법제처가 ‘진압’한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도 노동부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지금까지 깔아뭉개고 있다. 법제처마저 무시해 버렸다. 표준제정위원회 구성·운영은 지금도 불법 상태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일터에서 벌어지는 불법을 감독하고 처벌하는 일을 해오고 있는 노동부가 불법 산업안전보건 행정을 저지르고 있다. 이재명 정부와 국정기획위원회 차원의 철저한 조사와 감사, 그리고 수사당국의 수사가 필요하다.
윤석열 취임하자마자 일찌감치 없애버린 일터 안전지킴이
둘째, 윤석열 정부는 일터 안전지킴이 제도를 임기 첫해 없앴다. 이 제도는 건설·조선·제조업 등 산재·중대재해가 일어날 위험성이 큰 작업장에 과거 이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한 베테랑 노동자나 간부 출신을 보내 안전지도를 하게끔 하는 것이다. 은퇴자들의 일자리도 늘리고 재해예방에도 도움을 줘 일터 안전을 꾀하는 일석이조격 정책사업이었다. 사업 호응도와 만족도가 좋았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만든 노인 일자리를 대폭 없애면서 안전지킴이 사업도 함께 싹 지워버렸다.
공단은 재해 발생이 많은 건설·조선 부문만이라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으나 ’마이동풍‘이었다. 환경노동위원회 일부 위원과 일각에서는 공공기관보다는 지방자치단체에 맡기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책임 의식을 갖고 이를 할 수 있는 곳은 한두 곳에 지나지 않아 설득력이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이 제도를 없앤 진짜 배경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터 안전지킴이 제도의 허와 실을 냉정하게 살핀 뒤 이 제도가 필요하다면 부활시켜야 한다. 그 어떤 제도도 늘 공과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만약에 부활시킨다면 과거보다 진일보한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끝으로 공단이 노총 등 노동단체와 안전보건단체‧언론사와 홍보‧협력체계를 나름대로 잘 구축해 안전문화를 확산해오던 것을 백지화해버린 것이다. 노동부가 구호로는 안전문화 확산을 외치면서도 실은 안전문화를 포기한,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공단은 고용노동부의 승인을 받아 매년 해왔던 일이었고, 전년도에 국회 심의까지 거쳐 노동계에 약 5억 원, 안전보건단체와 언론사에 약 15억 원 등 모두 20억 원가량의 예산을 확보한 바 있다.
아파트 공사현장
사업도 못한 채 사업비 전액을 물어주게 만든 노동부
이 사건의 발단은 이 사업 자체에 있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들어서자마자 노동계와 극한 대립을 벌였다. ‘건폭몰이’와 ‘노조 회계 투명성’ 문제로 시끄러웠다. 고용노동부는 회계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고발 등 각종 불이익을 주겠다고 천명했다. 이 와중에 노동부는 공단이 노동계‧언론계와 함께 협력체계를 구축했던 각종 산재 예방 캠페인 등 안전문화 협력‧확산 사업을 백지화할 것을 공단에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서명까지 하고 이를 주고받은 뒤였다. 하지만 노동부는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는 단체한테는 사업비를 주지 못하도록 못박은 공문까지 보내왔다.
민주노총은 불쾌하게 여겼으나 포기했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상대적으로 사업비(4억 원가량)가 많고 관련 인력도 제법 있어서 그런지 부당하다며 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공단 비상임이사를 보내고 있는 한국노총 간부들을 만나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들도 배후에 노동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서로 잘 협력해도 모자랄 판에 ’원수‘가 되어도 좋다는 식의 안전문화 동반자 포기 결정은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안전문화 확산의 최고 책임부처가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정 갈등으로 안전보건단체‧언론사도 애꿎게 뒤통수를 맞았다.
1차 소송은 지난 4월 한국노총의 승소로 결론 났다. 공단은 항소하더라도 이기기 쉽지 않고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생각해서 재판을 포기했다. 공단은 노총이 요구한 청구액 3억 2천만 원과 그동안 이자를 보태 4억여 원을 한국노총에 지급했다. 사업을 전혀 하지도 못하고 사업비 전액에 해당하는 비용을 준 것이다. 이 또한 노동부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통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렀는지 밝혀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
1. 학살과 파괴…전방위적 민간인 학살
2. 전쟁범죄와 국제 인도법의 중대한 위반
3. 미국의 직접적 개입…숨길 수 없는 '공범'의 실체
4. 국제사회의 침묵…“법보다 힘”을 선택한 서방
5. 국제사회의 시험대…우리의 침묵이 의미하는 것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이 지난 6월 13일, 이란에 대한 대규모 군사공격을 감행했다. 이른 아침 테헤란의 주거지에 미사일이 떨어졌고, 이후 병원, 방송국, 대학교, 공항, 원자력 시설, 심지어 유아가 잠든 가정집까지 전방위적인 공격이 이어졌다.
특히 미국은 공습에 앞서 이스라엘에 정밀타격용 미사일을 비밀리에 제공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지금 항복해야 한다”며 사실상 작전의 기획자이자 동조자로 나섰다.
본 기사는 이란이 국제사회에 제출한 공식 보고서와 다수의 국제 미디어 보도를 바탕으로, 이스라엘-미국의 침공이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을 어떻게 짓밟았는지를 폭로한다.
1. 학살과 파괴…전방위적 민간인 학살
공습이 시작된 첫날, 테헤란 샤히드 참란 아파트가 공격을 받아 60명이 목숨을 잃었고, 그 중 20명은 어린아이였다. 이후에도 수도 테헤란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의 병원, 아동복지기관, 기숙사, 학교, 대형 쇼핑몰, 약품 공장, 공항, TV 방송국, 종교 기념물, 심지어 경마장까지 공격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았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공습 65시간 만에 1,481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부상했으며, 6월 22일까지 이 숫자는 3,000명을 넘어섰다. 중환자실과 수술실이 포화된 가운데, 두 명의 임산부와 그 태아가 사망했으며, 생후 2개월 된 유아 라이얀 가세미안은 전신 화상으로 숨졌다.
2. 전쟁범죄와 국제 인도법의 중대한 위반
이스라엘의 폭격은 단순한 무력충돌을 넘어, 제네바협약과 국제인도법에서 명시한 전쟁범죄를 구성한다.
특히 ▲민간인과 민간시설을 목표로 한 공격, ▲병원과 구호차량에 대한 폭격, ▲언론인 살해, ▲물·전기·금융 인프라에 대한 타격, ▲사이버 공격과 도심 차량 폭탄 테러 조장 등은 국제형사재판소 기소 대상이 되는 중대한 범죄다.
원자력 시설에 대한 공습은 특히 위험하다. 이란의 나탄즈, 포르도, 아라크, 이스파한 핵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있으며, 모두 평화적 목적의 시설임이 반복 확인된 바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유엔 안보리 결의 487호를 무시하고 정밀 타격을 감행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격 당시 IAEA 사찰단이 이란에 머무르고 있었으며, 이들은 공습 직후 대피해야만 했다.
3. 미국의 직접적 개입…숨길 수 없는 '공범'의 실체
이번 사태에서 미국은 단순한 후방 지지자가 아니었다. 공습 전 미국은 이스라엘에 정밀 유도 미사일 ‘헬파이어’ 300기를 비밀리에 제공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은 항복하거나 더 참혹한 공격을 감수하라”며 실질적인 작전 지시자처럼 행동했다.
미군은 공습 직후 중동 해역에 항공모함 USS 니미츠호를 급파했고, 공중급유기 31기를 유럽에 배치하여 공습을 뒷받침했다.
6월 22일, 트럼프는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핵시설을 “미국이 직접 타격했다”고 공식 발표하며, 미국이 사실상 작전의 실행 주체임을 자인했다. 나아가 “테헤란을 즉시 비우라”는 경고와 함께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 위협까지 가하며 국제사회에 전례 없는 협박을 가했다.
4. 국제사회의 침묵…“법보다 힘”을 선택한 서방
이 범죄에 대해 국제사회는 놀라울 정도로 침묵했다. 독일 메르츠 총리는 “이스라엘이 우리 모두를 대신해 더러운 일을 해줬다”고 발언했고, 영국은 공습 직후 전투기와 급유기를 중동에 파견했다.
프랑스, 캐나다, 체코,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등은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운운하며 침공을 정당화했다.
이러한 언행은 유엔 헌장의 무력사용 금지 원칙, 그리고 제네바 협약상 ‘제3국의 비협조 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 이란은 이들 국가가 사실상 전쟁범죄에 연루됐으며, 국제법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5. 국제사회의 시험대…우리의 침묵이 의미하는 것
이란은 유엔 사무총장과 안보리에 이스라엘과 미국의 범죄를 공식 고발하며, 침략 행위를 즉각 규탄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유엔 안보리는 세 차례의 긴급회의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유엔의 무능은 국제 질서의 붕괴로 직결된다.
오늘날 이란에서 벌어진 일은 단지 중동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침공과 학살이 묵인되고 정당화된다면, 그것은 국제법의 붕괴를 뜻하며, 전 지구적 무력 충돌—즉 제3차 세계대전—로 이어질 불씨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14일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 복원 의지를 피력했다. [사진-MBC 갈무리]
"지난 시기 남북이 합의한 것들에 대한 이행방안을 고민하면서, 멈춰 서 버린 '1단계 화해협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동영 통일부장관 후보자는 14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장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지난 6년간 단절 상태에 빠진 남북관계의 현실이 참담하다며 줄곧 강한 복원 의지를 피력했다.
모두발언에서부터 "폐허가 되어버린 남북관계를 다시 복원하고, 무너진 한반도의 평화공존 체제를 재구축해야 한다"며, "'자유의 북진'이 아닌 '평화의 확장'으로, '적대적 대결'이 아닌 '화해와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의 물길을 다시 돌려 세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20여 년 전 노무현정부 통일부장관으로 개성공단 착공과 가동, 김정일 국방위원장 단독 면담, 9.19공동성명 체결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뒀고 '북과 이야기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신뢰를 자산으로 갖춘 그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듯 파탄상태의 남북관계 복원 방안을 비롯한 의원들의 정책질의가 쏟아졌다.
정 후보자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문제는 '빛과 실'처럼 제 삶을 비추고 생각을 묶는 화두였다. 정치를 시작하면서 저의 소명으로 삼았던 명제였다"고 사명감을 피력하고는 "남북관계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지 않도록 한반도의 평화공존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통해서 '사실상의(de facto) 통일'로 계속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관계 복원을 위해 '지난 34년간 남과 북, 우리 사회가 공유하고 유지해 온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대원칙을 제시했다.
1991년 12월 체결된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로 가는 '마그나카르타'(대헌장)이며, 지난 3년간 반공통일, 흡수통일 논리로 파괴되었지만 애초 보수정부가 만든 것이었니 지금이라도 여야의 초당적 합의만 있으면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것. 남북관계는 상대적인만큼 우리가 그렇게 초심으로 돌아가면 북도 호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북기본합의서(노태우)의 중요 내용은 △남북화해 △상대방 체제에 대한 인정과 존중, 내정불간섭과 체재 파괴·전복 행위 금지 △경제·사회·문화·체육 등 여러 분야의 교류·협력, 자유왕래·접촉 실현 △상대방에 대한 무력 사용 금지 △군비통제 및 군비감축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는 공동의 노력 등을 담았는데, 이는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김대중), 2007년 10.4남북정상선언(노무현), 2018년 4.27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문재인)으로 이어지게 된 초석이 되었다.
이에 앞서 박정희 정부가 북과 합의해 발표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을 포함해 6개 남북합의를 국회 비준 동의를 얻는 것은 남북관계의 안정화와 일관성을 위한 강력한 정치적 설득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관계가 다시는 가다 서다를 반복하지 않고 일관성만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 국민은 물론이고 한반도 전체로 보아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정기획위원회에서 법적구속력이 없는 남북기본합의서를 30여 년만에 '남북기본협정'으로 한 단계 격상시켜 국회비준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도 좋은 구상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12월 말 이후 북이 남북관계를 '교전상태의 적대적 두 국가관계'로 선언한데 대해서는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30여 년간 공식적인 통일방안으로 유지·계승·발전되어 온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지난 3년간 사실상 폐기되고 반공통일론으로 후퇴한데 대한 북의 맞대응'이라고 짚었다. 윤석열정부가 북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선제타격을 주장한데 대한 맞대응으로 북한 역시 우리를 주적으로, 교전상태의 적대관계로 규정한 상호적, 상대적 결과물이라는 평가인 셈.
이같은 남북관계 변화에 대해 "사실상 두개의 국가를 인정하면서도 화해와 협력을 통해서 통일을 포기하지 않고 그길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적대적 관계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적대적 두 국가가 아니라 우호적 두국가로 바꾸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를 관념적,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실용적, 절충적 접근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우리 입장에서 본다면 남과 북은 사실상 30년 이상 두 국가속에서 살아왔다. 이것을 제도화하는 과정이 앞으로 평화통일 정책의 핵심과제"라고 했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을 규정한 헌법정신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안철수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는 "헌법조항은 결국 국회논의를 거쳐 합의에 이르게될텐데 아직 헌법개정에 대한 자신의 의견이 확립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관계복원을 위한 해법으로는 △선제적 한미 및 한미일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 △9.19남북군사합의 효력 복원 △통일부 명칭 변경 △민간교류 △통일부 조직 및 예산 정상화 △개성공단 재가동과 경협 활성화 등을 언급했다.
김준형 의원이 제안한 '선제적 한미 및 한미일연합훈련 중단 또는 축소'에 대해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말 문재인대통령이 이듬해 3월로 예정되어 있던 한미군사훈련 연기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한 구상이 2018년 한반도의 봄을 가져왔다"고 하면서 "앞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을 통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적극적인 의사를 밝혔다.
또 "남북관계가 꽉 막혀있을 때는 문화, 체육, 종교분야의 교류가 물꼬를 틀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으나 북의 지도자가 이를 비본질적인 사안으로 규정했다"며, "본질적 문제인 정치군사 분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같은 것을 중단한다고 약속했는데, 그들의 입장에서는 왜 그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는 항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깊은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불발 이후 그해 6월 30일 판문점에서 남북정상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났을 때 트럼프가 싱가포르에 이어 다시 한번 '한미 군사훈련은 너무 공격적이고 돈 낭비이기 때문에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두달 후에 예정됐던 훈련에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 결국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동결상태로 들어가게 한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윤석열정부 3년간 완전 파탄상태가 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최우선적 과제인 남북간 군사적 긴장완화와 전쟁위험 제거를 위해서는 충돌발지를 위한 군직통전화 복구→9.19군사합의 복원→신뢰회복과 교류협력의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조정식 의원의 의견에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새 정부의 평화 철학을 보여줘야 한다"며, "2024년 6월 4일 국무회의 의결로 그 효력을 정지시켰으니 역으로 새 정부의 국무회의가 합의를 복원한다는 의결을 먼저하고 이후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 남북이 재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권영세, 김영호 장관을 거치면서 통일부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지, 교류협력국·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남북회담본부·남북출입사무소 통폐합, 인원 81명 감축, 그리고 2024년을 예산 전년대비 3,379억원 삭감하면서도 거꾸로 담대한구상(2023), 저강도 흡수통일정책인 8.15독트린(자유의 북진정책)을 수립하는 등 "대화와 협력에서 대결을 지향하는, 명백히 비정상 상태"에 빠졌다며, 조직의 원상회복과 사기앙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가장 쉽고 당장할 수 있는 일은 민간교류라고 하면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상징하는 '선민후관(先民後官)·선공후덕(先供後德)·선경후정(先經後政)·선이후난(先易後難)'을 상기시켰다.
구체적으로는 국제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도 북한 영유아 보건지원사업에 300만 달러를 지원한 유네세프가 재원 부족으로 660만 달러 추가 지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어 즉시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라며,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선의를 증명할 필요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었으나 물거품이 되어버린 안타까움이 있고 반드시 되살려내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개성공단 재개에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 후보자는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한 몇몇 의원들의 부정적인 의견 개진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있다.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의논해야할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저는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뜻을 굽히지 않았다.
1969년 서독이 전독부(통일부)에서 내독부(독일관계부)로 명칭을 바꿈으로써 '대독일주의' 대두에 대한 주변국들의 우려를 가시게 했다고 하면서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는 이재명정부의 입장에서는 통일부 명칭을 변경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은 완성된 단어이며, 다만 부처 명칭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통일부의 역할과 기능이 축소 왜곡된 상황에서 단지 '한반도부'로 이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산림, 보건의료, 재난 등 통일부의 영역과 역할이 넓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긍정성을 부각시켰다.
"과거 내무부가 행정안전부로, 체신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바뀌었듯이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정부조직법은 얼마든지 개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대기 장소인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14일 내란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윤석열씨를 오후 3시 30분까지 서울고등검찰청 청사 내 조사실로 인치(피의자를 데려오는 조치)하도록 지휘하는 협조공문을 서울구치소 측에 보냈지만, 구치소 측이 수행이 어렵다고 회신하면서, 구속 상태인 윤씨 강제구인 시도는 총 네 번째 실패하게 됐다. 특검으로서는 첫 번째 실패지만, 이미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세 번 시도했다. 특히 세 번 중 한 번은 공수처가 구치소 방문조사를 하려고 했는데도, 윤씨를 수용실에서 구치소 내 조사실까지 오게 하는 것도 실패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14일 오후 브리핑에서 "교정당국으로부터 특검의 인치 지휘를 사실상 수행하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나름 최선을 다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전혀 응하지 않고 수용실에서 나가길 거부해, 전직 대통령인 점 등을 고려할 때 강제적 물리력을 동원하긴 어려워 난감하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씨를 15일 오후 2시까지 인치하도록 지휘하는 협조공문을 다시 서울구치소에 보낸 상황. 하지만 여러 상황을 볼 때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다.
이렇게 구속 피의자가 구치소 수용실에서 출정을 거부하면서 버티면, 방법이 없을까?
교도관들이 강제로 끌어냈더니
이런 상황을 명확히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은 없다. 하지만 통상 이럴 경우 수사기관은, 조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교정당국의 협조를 받아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로 조사실에 데려와 앉힌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2013모160 결정)가 있다. 2011년 7월 간첩단 사건 피의자들이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는데, 이후 국가정보원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서울구치소 교도관들과 국가정보원 수사관들은 피의자들을 구치소에서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강제로 인치했다(데려왔다). 이 과정에서 출감을 거부한 피의자가 있었는데, 교도관들은 물리력을 행사해 그를 수용실 밖으로 끌어냈다. 이후 피의자들은 이 행위가 위법하다는 준항고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결정은 기각이었다. 대법원 역시 재항고를 기각했다. 수사기관과 교정당국의 행위가 적법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구금된 피의자가 피의자신문을 위한 출석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면서 수사기관 조사실에의 출석을 거부한다면, 수사기관은 그 구속영장의 효력에 의하여 피의자를 조사실로 구인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씨는 이 판례와 강제구인 실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특검보는 "구속 수감자 조사 업무에 관해 누구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기에 (출석 거부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1월 공수처와 7월 특검의 차이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이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에게 출석을 요구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 앞에서 취재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 유성호
다만, 상대는 전직 대통령이다. 아무리 파면됐다 해도 쉽게 물리력을 동원하기는 쉽지 않다.
선례도 있다. 2018년 3월 구속 상태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조사를 거부했지만, 수사기관은 물리력을 동원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은 세 차례 구치소 방문조사를 시도했지만 이 전 대통령은 모두 거부했고, 결국 조사 없이 기소됐다.
공수처 쪽은 지난 1월 강제구인이 실패한 주된 이유로 서울구치소의 소극적인 대응을 꼽았다. 강제구인은 수사기관이 구치소 쪽에 인치 지휘 협조공문을 보내면 교도관이 구속 피의자를 수용실 밖으로 나오게 만드는 순서로 진행된다. 결국 교정당국의 의지가 강제구인의 성패를 가르는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당시 서울구치소 쪽에서 (윤씨를) 데리고 나오지 못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교정당국이 소극적이었다는 인상을 받았다"면서 "수사기관이 구속 피의자를 직접 데리고 나오는 게 아니기 때문에 교정당국의 협조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공수처의 실패를 극복할 수 있을까? 1월 공수처와 7월 특검은 무엇보다 처한 상황이 크게 다르다. 1월 윤씨는 비록 구속상태지만 아직 현직 대통령 신분이었고, 교정당국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경호처 직원도 서울구치소 경내에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윤씨는 파면당한 전직 대통령 신분이다. 그 사이 정권은 선거를 통해 교체되었고,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이진수 차관이 법무부를 이끌고 있다. 또한 당시 공수처는 구속기간 20일 중 일부만 사용 가능했기에 시간에 쫓겼지만(구속 기간을 검찰과 나눠 써야 했음), 현재 특검은 상대적으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특검 관계자는 "교정당국은 인치 지휘를 하는 내란 특검과 버티는 윤 전 대통령 사이에서 난감할 것"이라면서도 "특검은 더욱 강하게 강제구인을 강조할 것이고, 여기에 사회적 분위기가 뒷받침 된다면 교정당국이 강제구인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태이긴 하지만, 구속영장실질심사 때 나온 쟁점을 추가적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 조사가 필요하다"면서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는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에 불리하게 작용된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조사를 계속 시도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정재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을 만나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5.07.07. ⓒ뉴시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집중주간을 앞두고 “후보자의 소명을 들어보되 납득되지 않으면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 의장은 13일 오전 KBS 1TV 일요진단라이브에 출연해 인사청문회에 대한 민주당의 기본 입장을 밝혔다.
일부 후보자에 대한 야당과 시민단체의 임명 철회 주장에 대한 질문을 받자 진 의장은 “일단 후보자 본인의 소명이나 해명을 들어봐야 한다”면서 “언론이나 야당의 비판에 대해 청문회에서 충실하게 답변하겠다고 한 만큼 청문회에서 소명을 들어보고 일리가 있다면 수용할 것이고, 납득되지 않는다면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진 의장은 “기본적으로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장하고 뒷받침해줘야 될 책임이 여당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잘 골라서 국민 앞에 선보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국민적인 눈높이에서 문제가 있다고 분명히 지적되고, 소명이 안 되는 문제라고 한다면 고민해봐야 될 대목”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런 것까지 고민하지 않고 그냥 밀어붙인다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진 의장은 이런 태도는 당초 장관 후보자 전원 통과를 외치던 것과는 달라진 민주당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야당과 언론의 공세는 논문 표절, 자녀 불법 해외유학 등 의혹을 사고 있는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국회 보좌진 갑질 의혹을 받는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여론도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
앞서 11일 원로 보수언론인인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과 오찬회동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도 이진숙 후보자와 관련해 “내가 알아서 (이 후보자를) 추천한 것은 아니고 추천받은 것인데, 조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딱하다”고 말했다고 정 전 주필이 유튜브 방송을 통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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