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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격렬한 반정부 시위, 대체 무슨 일인가

정혜연 기자 haeyeonchung5@gmail.com

  •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 메단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수당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회의원들에게 월 5000만 루피아(약 430만 원)의 주택 수당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는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5000만 루피아는 인도네시아 빈곤 지역 월 최저임금의 약 20배에 달하는 액수다. 2025.08.27. ⓒ뉴시스
     

    편집자주

    인도네시아에서는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물가 급등, 재산세 인상으로 불만이 고조돼 왔다. 8월 25일 자카르타에서 국회의원 수당 논란을 계기로 첫 시위가 벌어졌고, 사흘 뒤 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지면서 분노는 전국으로 확산됐다. 같은 시기 의원들이 매달 1억 루피아(약 900만 원)에 달하는 각종 수당을 올리는 법안에 환호하는 영상까지 퍼지며 국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인도네시아 시위 배경을 살펴보는 알자지라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y are antigovernment protests taking place in Indonesia?

    인도네시아에서 생활비 문제를 둘러싼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됐다. 지난주 수도 자카르타에서 시위 현장을 지나던 오토바이 택시 기사가 경찰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금요일 녹화 연설에서 정부와 자신을 믿어 달라며 자제를 호소했다. 그러나 같은 날 시위대는 중앙 자카르타 끼탕 지역 경찰 기동대 본부를 향해 돌을 던지고, 인근 5층 건물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폭우 속에서도 시위는 밤까지 이어졌다. 이는 지난해 10월 취임한 프라보워에게 가장 큰 정치적 시험대가 되고 있다. 토요일에는 당국이 시위대가 건물에 불을 지르면서 3명이 숨졌다고 발표했다.

    국민이 거리로 나선 이유 

    국민의 분노는 수개월간 쌓여온 경제적·정치적 불만에서 비롯됐다. 특히 시민들의 불만을 키운 것은 국회의원 580명이 월급과는 별도로 매달 5천만 루피아(약 3000달러)의 주거 보조비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보조비는 자카르타 최저임금의 약 10배, 빈곤 지역 최저임금의 20배에 달한다. 국회의원과 경찰은 오래전부터 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시민단체 게자얀 메망길은 국회의원들을 부패한 엘리트라고 규정하며 급여 삭감을 요구했다. 시위대는 또 물가 상승과 세금 부담으로 생활이 불가능해졌다며 최저임금을 물가 상승률에 맞춰 인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경제성장률을 5년 내 8%로 끌어올리고 투자 유치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한 무역 관세도 불확실성을 키웠다. 인도네시아산 제품은 평균 19%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지만, 팜오일·코코아·고무는 예외로 협의됐다. 미국은 중국에 이어 인도네시아의 두 번째 수출 시장이다. 세계은행은 2025~2027년 인도네시아 성장률을 연평균 4.8%로 전망했다. 이는 프라보워의 공약과 큰 차이를 보인다.

    시위 현장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전국적 시위는 월요일 자카르타 의사당 앞에서 시작됐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가 돌을 던지고 폭죽을 터뜨리며 의사당 진입을 시도하자 경찰은 이를 저지했다.

    목요일에는 충격적인 사건이 국민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오토바이 택시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21)이 음식 배달 도중 경찰 장갑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당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이었다.

    금요일에는 수천 명이 경찰 기동대 본부로 몰려들어 교통 표지판과 시설물을 부수고 도로를 마비시켰다. 해가 진 뒤에도 충돌은 이어졌고, 자카르타 전역과 다른 도시로 확산됐다. 시위대는 폭죽과 몽둥이로 맞섰고,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대응했다.

    수라바야에서는 시위대가 주지사 관저를 습격해 차량을 불태우고 울타리를 허물었다. 욕야카르타, 메단, 마카사르, 마나도, 반둥, 파푸아 마노콰리 등 주요 도시에서도 시위가 벌어졌다.

    현재 상황

    토요일, 인도네시아 재난관리청은 마카사르 지역 의회 건물 화재로 3명이 사망하고 5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희생자들은 건물 안에 갇혀 있다가 불길에 휩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탈출하려다 건물에서 뛰어내려 부상을 입었다. 화재는 이미 진화됐다.

    싱가포르 대사관은 자국민에게 시위와 대규모 집회를 피하라고 권고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대응 

    프라보워 대통령은 금요일 대국민 연설에서 경찰의 과도한 대응에 충격과 실망을 느낀다며, 쿠르니아완의 죽음에 대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의 호소에도 시위는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시위는 프라보워 정부의 최대 위기다. 금요일 인도네시아 증시는 1.5% 하락했고 루피아는 달러 대비 0.8% 떨어졌다. 경기 둔화가 심화되면 국민의 불만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프라보워는 취임 직후 민주적으로 일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동시에 필요하다면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야권은 그가 군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권위주의적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할 가능성을 우려한다.

    프라보워는 주말에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 회담 부대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며, 9월 3일에는 전승절 8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시진핑 주석 등과 나란히 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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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결국 실토 "나토 목걸이 받은 것 맞다"…거짓말에 '모조품 쇼'까지 벌이더니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9/03 06:17
  • 수정일
    2025/09/03 06:17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5.09.02. 21:59:06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가 '나토 순방 목걸이'로 알려진 6000만 원대 반 클리프 아펠 목걸이를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렸다', '모조품을 샀다'고 수차례 말을 바꿔왔다가, 이제서야 목걸이를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2일 KBS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김건희특검(민중기 특별검사) 조사 과정에서 최근 "목걸이는 이 회장에게 받은 것"이라고 인정했다. 해당 논란이 불거진 지 3년여 만이다.

 

김 전 대표는 지난달 구속영장 심사 과정에서 이 회장이 "목걸이를 줬다"는 내용의 자수서를 특검에 제출했음에도 "받지 않았다"고 잡아 뗀 바 있다. 앞서 김 전 대표는 2022년 나토 순방 당시 해당 목걸이가 논란이 되자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고 거짓해명을 했고, 이후 '모조품을 샀다', '어머니 선물용' 이라고 수차례 말바꾸기 거짓 해명을 했다.

다만 김 전 대표는 이봉관 회장의 사위인 박성근 전 검사가 국무총리실 비서실장에 임명되도록 했다는 '인사 청탁 의혹'은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박성근 전 검사가 누군지도 모르고, 인사에 관심이 없다"면서 "이 회장이 내밀한 부분에서 거짓 변명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김 전 대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모두에게 '뇌물죄'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김 전 대표는 반 클리프 목걸이 외에 브로치 등 다른 귀금속을 받은 경위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2022년 6월 29일 스페인 마드리드 만다린 오리엔탈 리츠호텔에서 열린 동포 만찬간담회에서 당시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가 착용한 반 클리프 목걸이 모습.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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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서 죽은 것도 억울한데, 800만원으로 퉁치자? 이 엄마의 선택

[김형남의 갑을,병정] 고 홍정기 일병 국가배상 항소심 재판부 탄핵 및 징병제 폐지 촉구 국민동의 청원 이유

25.09.02 06:49최종 업데이트 25.09.02 06:49

고 홍정기 일병 국가배상 항소심 재판부 탄핵 및 징병제 폐지에 관한 청원국회

지난 8월 18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징병제 폐지 청원이 올라왔다. 9월 1일 기준 8100여 명이 동의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9-3민사부 윤재남, 노진영, 변지영 판사를 탄핵하든지 아니면 징병제를 폐지해달라는 청원이다. 재판부 탄핵과 징병제 폐지. 언뜻 봐선 어울리지 않는 두 가지 요구는 왜 한 묶음이 되었을까.

청원인 박미숙씨는 2016년 군 복무 중 사망한 고 홍정기 일병의 어머니로 홍 일병은 박씨의 막내아들이다. 박씨가 탄핵을 요구한 서울중앙지법 제9-3민사부는 홍 일병 유가족의 국가배상소송 항소심 재판부다. 이들은 지난 7월 23일 선고공판을 열고 이렇게 판결했다.

피고 대한민국은 고 홍정기 일병의 부모에게 각 800만 원, 조부모 및 형에게 각 100만 원을 지급하라.

소송 총비용 중 80%는 유가족이, 20%는 대한민국이 각 부담한다.

법원이 매긴 홍 일병의 목숨값은 1900만 원, 열 달을 배 아파 낳은 어머니에게는 800만 원. 홍 일병이 잃어버린 수십 년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1년 치 최저임금만도 못했다. 그마저도 배상 책임이 있는 국가에겐 소송비용의 20%를, 80%는 피해자인 유가족에게 부담시키는 이해하기 어려운 단서까지 붙였다. 소송의 원인을 제공한 책임자는 국가인데 도리어 소송을 건 피해자들이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배상금에서 소송비용 80%를 빼면 나라에서 배상받았다고 말하기도 궁색할 지경이다. 선고 후 박씨는 "내 아들 목숨값이 개값만도 못하냐"며 울분을 토했고, 재판부는 뒷재판을 남겨둔 채로 서둘러 법정 밖으로 빠져나갔다.

이 소송 1심에선 원고인 유가족이 패소했다. 판결문상 국가가 홍 일병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내용은 항소심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1심 재판부는 국가에 아예 배상 책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 때문이었다.

군경의 배상청구권 박탈해 버린 박정희 정권

1964년 베트남전쟁 참전용사와 전사자 유가족들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이 급증하자 박정희 정권은 군인, 군무원, 예비군, 경찰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 자체를 박탈하는 '국가배상법' 개정안을 만들어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때부터 군인들은 다치거나 죽어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되었고, 국가의 과실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지급되는 보상금만 수령할 수 있었다.

보상과 배상은 엄연히 다른 개념인데, 어거지로 배상청구권을 박탈해 버린 것이다. 이 법을 이중배상금지 조항이라 부른다. 일반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국가를 상대로 보상과 배상을 동시 청구할 수 있는데 군경 등만 나라에 돈이 없다는 이유로 권리를 빼앗겼다는 점에서 이 법은 도입 당시부터 법조계의 비판을 받았다.

1971년 대법원은 이 법이 군경을 민간인과 공무원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는 법이라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당시에는 헌법재판소가 아닌 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자 박정희 정권은 대법관들에게 압력을 넣어 자리에서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를 1차 사법파동이라 부른다.

이듬해인 1972년 유신헌법을 제정하면서 아예 헌법에 이중배상금지 조항을 못 박아버렸다. 이 조항은 1987년 민주 항쟁 이후의 개헌 과정에서도 여당이었던 민주정의당의 폐지 반대로 그대로 존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2024년 12월 10일 헌법을 우회하는 취지로 '국가배상법'이 개정되었다. 헌법 개정이 필요한 군경 당사자 배상청구권과 사망 군경 유가족의 위자료 청구권을 분리하여 이중배상금지 조항에도 불구하고 유가족의 배상청구권은 인정하기로 법을 바꾼 것이다.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1차 탄핵소추안 부결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으나, 법조계에서 수십년간 대표 악법 중 하나로 꼽아온 이중배상금지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된 역사적인 입법이었다.

이 법은 저절로 개정된 것이 아니다. 법 개정 논의에 불을 붙였던 계기가 바로 홍 일병 국가배상 사건이었다. 홍 일병은 2016년 군 복무 중 급성백혈병에 걸렸다. 문제는 발병 사실을 사망한 뒤에야 확인했다는 것이다.

홍 일병은 몸에 반점이 나고 머리가 아프다며 여러 차례 군의관을 찾았지만 그때마다 처방받은 건 피부병약과 두통약이 다였다. 환자가 반복적으로 증상을 호소하고 호전되지 않으면 큰 병원에 보내는 것이 상식인데 군의관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민간 병원에 가는 일 역시 부대 전술훈련 기간이란 이유로 뒤로 밀렸고 홍 일병은 그대로 훈련에 참여했다.

훈련 뒤 찾은 민간 병원에서 혈액암 의심 소견을 내고 즉시 대학병원으로 가라 했다. 인솔 간부가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대대장은 이틀 뒤 군병원 외진 버스가 있으니 복귀했다 그때 병원에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 이틀간 홍 일병은 부대 의무실에서 날마다 토를 하고 굴러다니며 괴로워하다 군 병원 외진 버스에서 의식을 잃었고 이튿날 세상을 떠났다. 백혈병에 걸린 걸 알게 된 건 이때다.

홍 일병의 직접 사인은 뇌출혈이다. 백혈병의 대표적 합병증이다. 20대 급성백혈병 환자는 보통 발병 이후 5년 이상 생존하고, 적시 진단과 관리만 잘하면 생존율은 그보다 더 높다. 그런데 병원 한 번 제대로 못가 본 홍 일병은 발병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합병증에 걸려 병명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났다. 명백한 국가의 과실이 아닐 수 없다.

국가배상법 개정은 피눈물 나는 호소의 결과

8월 20일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군 사망사건 유가족, 현역 장병 부모 모임, 군인권센터가 연 '국가배상 항소심 재판부 탄핵 청원 개시' 기자회견 도중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 박미숙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전선정

당초 박미숙씨는 아들 또래 군의관들이 찾아와 사과하는 모습에 자세한 속 사정은 모르지만 남은 사람들 벌 줘서 뭐 하겠나 싶은 마음이 들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박씨는 이날의 일을 지금도 후회한다.

군은 박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걸 용서가 아닌 '책임 없음' 쯤으로 인식했던 모양인지 진상규명은 나 몰라라였다. 이때만 해도 홍 일병 부모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게 된 정확한 경위를 알지 못했다. 그러다 뒤늦게 한 방송국 시사교양프로그램에 의해 홍 일병이 군의 부실 의료, 진료 지연으로 사망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씨의 오랜 싸움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군은 군의관 2명을 감봉 1개월과 3개월로 솜방망이 징계한 사실을 부모에겐 알리지 않았고, 징계 관련 서류 사망자 이름에 엉뚱한 홍 일병 형 이름을 적어 이후 여러 조사기관과 법원이 홍 일병 관련 징계 기록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뒤늦게 국가배상 사건 1심 재판부에서 징계 기록을 받아내 잘못 기재된 까닭을 묻자 '실수'였다고 대답한 것이 고작이다. 박씨는 군이 일부러 책임을 감추기 위해 이름을 잘못 써둔 것으로 의심한다. 실제 국가 책임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국가배상 재판이 급물살을 탄 것은 이 징계 기록을 발견했을 때부터다. 군이 의도를 갖고 징계 기록을 쉽게 찾지 못하게 할 의도로 엉뚱한 홍 일병 형 이름을 써뒀던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다.

1심 재판부는 국가의 명백한 과실이 인정되는 사건인 데다 이러한 참극이 재발하지 않게끔 하기 위해서라도 국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행법을 무시하고 판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2023년 우회적으로 '화해권고'를 결정했다. 국가가 홍 일병 유가족에게 2500만 원 상당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는 것이 권고의 취지였다.

이때 정부 소송대리를 맡은 법무부 장관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당대표다. 법무부는 현행법상 화해권고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수용을 거부했지만, 이중배상금지의 문제점에 공감한다며 국가배상법 개정 추진을 약속하고 정부 입법안을 발의했다. 다만 이 법안은 21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다 임기 만료 폐기되었다.

그러나 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에게 국가배상은 단순히 배상금을 받는 문제가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군과 국가로부터 책임을 인정받는 중요한 과정이다. 박씨는 아들 홍 일병을 포함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군인들의 죽음에 국가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반드시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국회를 찾아 여야 주요 인사들을 만나러 다녔다.

당시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를 위시하여 지금은 국무총리가 된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 당대표가 된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 조국혁신당 당대표를 만나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법 개정을 이뤄달라 호소했다. 2024년 12월의 국가배상법 개정은 이러한 피눈물 나는 호소의 결과였다.

재판부 탄핵 국민동의 청원 올린 이유

하지만 마냥 판결을 미룰 수 없었던 1심 재판부는 법 개정 전에 원고 패소를 결정했고,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 제9-3부는 법 개정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재판 일정을 추정해 두었다. 때문에 법 개정 이후 재개된 홍 일병 국가배상 사건 항소심 재판은 군 사망 사건 유가족을 비롯한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았다. 법 개정의 원인이 된 사건이기도 하고 향후 법원이 복무 중 사망한 군인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어떻게 물을 것인지 확인해 볼 수 있는 가늠자 사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홍 일병 사망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금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초라한 결정을 내놨다. 판결문에 따르면 재판부가 배상금을 이와 같이 책정한 원인 중 하나는 '백혈병 가능성을 의심할 수 있는 때로부터 불과 11일이 지난 2016. 3. 24. 사망한 점'이다.

부모 입장에선 예후가 좋지 않아 병원에 보냈어도 오래 살기 어려웠을 것이란 얘기로 읽힐 법한 문장이다. 하지만 이는 가정일 뿐이다. 병원에 안 보내서 무슨 병에 걸린 줄도 모르고 합병증으로 사망한 사람을 두고 예후가 좋지 않았다는 것이 국가의 과실 책임을 줄여주는 기준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다.

또 재판부는 '망인의 아버지인 원고 홍성원이 구 군인연금법, 보훈보상자법에 따른 사망보상금 및 보훈보상금을 수령한 점'을 고려사항으로 꼽았다. 이미 보상을 받았으니 배상은 적게 책정하겠다는 뜻이다.

국가배상법의 개정 취지가 보상과 무관하게 국가의 과실이 인정될 경우 군경에게도 배상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음에도 법 개정 취지를 몰각하는 지나치게 보수적인 판결이 아닐 수 없다. 자격 요건만 갖추면 당연히 받는 보상과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 배상은 엄연히 개념이 다르지만 법원은 오랫동안 보상을 받은 경우 그에 맞춰 배상금을 적게 책정하는 관행을 따르고 있다.

박씨는 재판부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요구하며 법정을 찾아간 적도 있지만, 판사들은 소란을 피우지 말라며 퇴정을 명령하곤 본인들이 법정에서 나가버렸다고 한다. 이 판결을 이대로 두고 넘어가면 앞으로 사망 군인에 대한 배상청구권 인정 기준이 상식 밖으로 과소하게 굳어질 것이란 걱정이 박씨가 재판부 탄핵 국민동의 청원을 올린 이유다.

10년을 싸워가며 얻어낸 800만 원으로 아들 죽음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퉁치고 가라는 말을 납득할 부모는 세상에 없다. 박씨는 "군인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에 징집할 자격이 없다"며 국회가 재판부를 탄핵할 자신이 없으면, 그냥 징집을 포기하고 징병제를 폐지하라는 입장이다.

나라 지키려고 데려간 자식을 어이없이 죽이고, 제대로 예우도 해주지 않으며, 책임조차 인정하지 않는 국가가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운운하기란 얼마나 면구스러운 일인가. 5만 국민동의 청원 성사로 홍 일병 어머니의 절규가 법원과 군에 경종을 울릴 수 있길 바란다.

#홍정기 #국가배상 #국민동의청원 #탄핵 #법원

프리미엄 김형남의 갑을,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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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의 국힘 당원 무더기 가입, 김건희가 요구했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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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9.01 18:45

  • 수정 2025.09.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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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왼쪽), 통일교 한학자 총재

2023년 3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통일교 측에 '집단 입당'을 요청한 당사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였던 것으로 특검 조사 결과 드러났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통일교 한학자 총재가 이런 지원을 대가로 윤 전 대통령에게 교단의 각종 현안을 청탁하며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가 1일 입수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공소장에 따르면 한학자 총재는 2019년 10월쯤부터 국가 운영에 자신의 뜻이 반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통일교는 ▲신아프리카 안착을 위한 각종 행사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캄보디아 메콩피스파크 사업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설치 등을 추진했다.

윤 전 본부장은 한 총재의 지시에 따라 2022년 대선에서 통일교 현안을 정부 정책으로 수용하는 것은 물론 교단과 우호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적임자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지목했다. 윤 전 본부장은 그해 1월 '윤핵관' 권성동 의원을 만나 "윤석열 정권이 통일교의 정책, 프로젝트, 행사 등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하는 등 지원해주면 통일교 신도들의 조직적 투표 및 통일교의 물적 자원을 이용해 대선을 도와주겠다"는 제안과 함께 1억 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했다.

권 의원은 같은 해 2월 8일 한 총재가 거주하는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천정궁을 방문했다. 이에 한 총재가 '앞으로 통일교는 윤 후보를 돕겠다'는 취지로 말하자 권 의원이 감사 표시를 했다는 게 김건희 특검팀의 조사 결과다. 이후 윤 전 본부장과 한 총재 등은 대선을 약 한 달 앞둔 2월 13일 통일교 행사 '한반도 평화서밋'에서 윤석열 후보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면담을 주선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마치 미국이 윤 후보를 지지하는 듯이 연출한 것이다.

한 총재는 대선 일주일 전인 3월 2일에는 롯데호텔에서 열린 '참부모님 특별집회'에서 총재 비서실장, 5개 지구회장, 기관장 등 120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 특검팀은 이런 정황을 종합할 때 "한 총재의 결단에 따라 윤 전 본부장은 통일교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석열의 대통령 선거를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공소장에 기술했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윤석열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통일교의 인적·물적 지원 노력은 이어졌다. 특히 김건희 씨와 연결되는 '건진법사' 라인이 작동한 정황이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윤 전 본부장은 2023년 3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교인들을 입당시켜 권성동 의원을 당대표로 미는 방안을 건진법사 전성배 씨와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소장에 나온 내용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4개월 앞두고 2022년 11월부터 두 사람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전 씨에게 "윤심(尹心)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전당대회에 (동원해야 할 당원 등이) 어느 정도 규모로 필요한가요"라는 문자를 보냈다. 이에 전 씨는 "윤심은 변함없이 권(성동)"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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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윤 전 본부장은 "과시할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투표권 기준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물었고 전 씨는 "만 명 이상" "권리당원, 3개월 이상 당비 납부"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전 씨의 요청에 윤 전 본부장은 "티가 안 나게 해야 하는데 단기간이라… 청년, 원로 등 세 그룹으로 정리해 보겠습니다"라고 호응했다. 2022년 7월 당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성접대 수수 의혹으로 당원권이 정지돼 대표직이 박탈된 뒤 권성동 원내대표가 새 당대표로 거론되던 시점이었다.

하지만 전 씨의 말과 달리 권 의원은 다음 해 1월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윤 전 본부장은 "저희가 굉장히 무리해서 입당까지 했는데 낭패"라는 요지로 문자를 보냈고 전 씨는 "(김건희) 여사님께 말씀드렸다"며 "어차피 V(대통령)를 위한 것이니 도와달라고 하셨다"고 다시 요청했다. 그러자 윤 전 본부장은 "현장에 '권성동'으로 하달했는데… 다시 알려달라"고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18일 민중기 특별검사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들어가고 있다. 전 씨는 2022년 4∼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관련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이를 김건희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2025.8.18 [공동취재] 연합뉴스

이 같은 문자 내용은 윤 전 본부장이 실제로 통일교 신도들을 다수 국민의힘에 입당시켰고 그 배후에 김건희 씨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강하게 불러일으켰다. 실제 특검팀은 2022년 11월 초순 김 씨가 전 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에게 신도들의 입당을 요청한 것이라고 파악했다. 김 씨가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유착에 깊이 관여한 정황을 윤 전 본부장 공소장을 통해 드러낸 것이다.

김 씨는 전 씨를 통해 윤 전 본부장과 직접 소통하며 지냈다. 공소장에 따르면 윤 전 본부장은 대선 직전인 2022년 3월 3일 통일교 한 고위 간부로부터 '건진법사 전 씨가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두텁고 앞으로 윤석열 정권에서 굉장한 영향력이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같은 달 23일 전 씨를 소개받아 만났다. 김 씨는 일주일 뒤인 30일 윤 전 본부장에게 연락해 "전 고문(전성배)이 전화를 주라고 했다.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한학자)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말했다.

역시 공소장에 자세한 내용은 안 나와 있지만 김 씨는 이날 윤 전 본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통화했을 때 윤 전 본부장이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하자 "애 많이 써줘서 고맙다"고 답했다. 이어 윤 전 본부장이 "교회만 아니라 학교, 대한민국 조직 기업체까지 동원한 거는 처음"이라 말하자 "선생님 너무 감사하다"고 거듭 고마움을 표시했다. 윤 전 본부장 발언은 통일교 소속 교회뿐만 아니라 통일교 계열 학교와 기업까지 총동원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씨는 윤석열이 취임하고 난 뒤인 7월 15일 통화에서도 윤 전 본부장에게 "선거 때 많이 도와줬는데 조금만 더 도와달라"며 지속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을 매개로 한 소통 창구와 함께 전 씨와 김 씨를 통한 청탁 창구가 유효하다고 보고 '투트랙' 채널을 만들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이 전 씨를 통해 김 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 각종 선물을 제공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었다는 게 특검팀의 판단이다. 2022년 3월 30일 김 씨는 윤 전 본부장에게 뒷자리가 '8563'으로 끝나는 휴대폰으로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이 번호는 제가 비밀리에 하는 번호"라며 "의견 주실 부분 있으면 이 번호로 저한테 문자를 꼭 해주면 된다"고까지 말한 바 있어 두 사람 간의 유착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1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6차 전당대회 수도권·강원·제주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인 장동혁(오른쪽부터), 조경태, 김문수, 안철수 후보 등 참석자들이 김건희 특검의 당사 압수수색 관련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8.14. 연합뉴스

특검팀은 이미 통일교 시도 지구장 등 지역 담당 간부들을 잇따라 소환해 통일교 교인들의 국민의힘 가입 실태를 상당 부분 포착한 상태다. 일부 통일교 간부는 특검팀에 "교단에서 국민의힘 당원 가입 독려 목적으로 각 지구 등에 지원금을 지급했다"고 진술했다. 특검팀은 지구→교구→교회 순으로 국민의힘 당원 가입 목표치가 하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교회별로 입당 인원 할당량이 부과됐다는 얘기다.

특검팀은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통일교 신도가 3만 명 이상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2023년 2월 윤 전 본부장이 전 씨에게 "신규 입당원이 1만 1101명, 기존 당원이 2만 1250명"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윤 전 본부장은 특검팀에 "권 의원 불출마 이후 (친윤 후보인) 김기현 의원의 당 대표 당선을 도왔다"는 진술도 했다. 개인의 자유 의사에 반해 정당 가입을 강요하면 정당법 위반이다.

특검팀은 이 같은 불법적인 당원 가입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3일 국민의힘 여의도 중앙당사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시도했지만 당직자 등의 극렬한 저항에 부닥쳐 실패한 바 있다. 당원 명부 전체를 요구한 게 아니라 2021년 12월부터 2024년 4월 사이에 입당한 당원 명단에 국한해 전산 자료를 임의 제출해달라고 했으나 국민의힘은 이마저도 막무가내로 거부했다. 특검팀은 조만간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재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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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 진정한 다자주의 매력을 보여주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9/02 08:40
  • 수정일
    2025/09/02 08:40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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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

  •  [번역]김정호 북경대 박사
  •  
  •  승인 2025.09.01 09:10
  •  
  •  댓글 0
 
 

[환구시보사설]2025.9.1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진정한 다자주의’가 핵심 키워드다. 동맹을 맺지 않고, 대립하지 않고, 문명 충돌·냉전 사고·제로섬 게임을 넘어선 새로운 국제관계가 바로 SCO의 인기 비결이다.세계 인구의 절반, 경제 총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SCO 회원국들이 단결 협력을 강화하고 더 긴밀한 운명공동체를 만들면, 세계에도 안정과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편집자주>

2025년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톈진에서 열렸다. 시진핑 주석은 20여 명의 외국 정상과 10명의 국제기구 책임자들과 함께 하이허변(海河之滨)에 모였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SCO 회원국, 옵서버국, 대화 파트너국, 의장국 손님 등 각국 국가원수와 정부 수반, 배우자들,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8월 31일, 시진핑 주석은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건배사를 하며 이번 정상회의가 각국의 합의를 모으고, 협력 동력을 불러일으키며, 발전 청사진을 그리는 중요한 임무를 맡았다고 밝혔다. ‘상하이협력’에서 ‘상하이협력+’로, SCO는 창립 이래 가장 큰 규모의 행사를 맞으면서 강력한 내부 결속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보여줬다.

SCO의 발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진정한 다자주의’가 핵심 키워드다. 2001년 6월, SCO는 황푸강변에서 창립을 선언했다. 이는 지역 국가들이 국경 안보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내린 중요한 선택이었다. 24년이 지난 지금 상호 신뢰, 상호 이익, 평등, 협의, 다양한 문명 존중, 공동 발전 추구라는 “상하이 정신”이 전 세계적으로 더 큰 공감을 얻고 있고, 강한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SCO는 초기 6개 회원국에서 10개 회원국, 2개 옵서버국, 14개 대화 파트너로 구성된 대가족으로 성장했다. 세계에서 가장 넓은 지역과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지역 국제기구이다. SCO 회원국들은 역사, 문화, 정치제도, 발전 단계에서 큰 차이가 있지만, 시대 흐름에 맞고 각국의 요구에 부응하는 지역 협력의 길을 열었으며, 새로운 국제관계의 모범이 됐다. 이것 자체가 다자주의의 생생한 실천 역사다.

오늘날 일부 서방 주요국들이 다자주의 체제를 약화시키려는 가운데, SCO에서 회원국 확대를 담당하는 국제협력부는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가 됐다. 이는 SCO의 가치가 깊이 자리잡았음을 보여준다. 다자주의는 결코 시대에 뒤처진 게 아니라, SCO의 ‘제도적 경쟁력’이 되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는 중국 인민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유엔 창립 80주년이라는 역사적 교차점에서 열렸다. SCO는 유엔이 대표하는 다자주의 체제를 계승·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이념 혁신과 경로 재창조를 실현하며, 글로벌 다자주의가 침식되는 상황에서 이 원칙을 굳게 지키고 실천하는 기준이 됐다.

동맹을 맺지 않고, 대립하지 않고, 문명 충돌·냉전 사고·제로섬 게임을 넘어선 새로운 국제관계가 바로 SCO의 인기 비결이다. 냉전 시기의 집단 대립과는 전혀 다르게, SCO의 탄생은 지역 국가들에게 포용적인 다극화 발전 경로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테러·분리주의·극단주의 ‘세 가지 세력’에 맞서 협력했고, 이후에는 안전과 경제 협력의 ‘두 바퀴’로 발전했다. 지금은 무역·투자, 에너지, 디지털 경제, 현대 농업, 녹색 발전 등 다양한 분야로 협력이 확대됐다. SCO는 진정한 다자주의가 지역 단결과 안전에 대한 도전의 대응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연결과 공동 번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했다.

 

“상하이협력과 함께, 톈진(天津)의 빛을 피우다”라는 현수막이 톈진 거리 곳곳에 걸렸다. 이번이 중국이 SCO 정상회의를 주최한 다섯 번째다. 그동안 SCO는 점점 성숙해진 제도 구축을 통해서, 변동이 심한 국제 환경에서 회원국들에게 안정적인 발전 공간과 풍부한 협력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발전 혜택을 누리게 했다.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중국과 SCO 회원국, 옵서버국, 대화 파트너국 간의 무역액은 약 8,903억 달러로, 중국 전체 무역의 14.4%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카자흐스탄의 두 번째와 세 번째 ‘루반공방’(鲁班工坊, 직업교육 및 기술훈련 센터)이 공식 개소했고, 6,000그루의 중국산 우수 사과 묘목이 우즈베키스탄에 보급됐다. “건강 특급 국제 광명 길” 프로젝트로 SCO 국가 민중 2,000명 이상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SCO 국가의 국제 화물 운송 운전자들을 위한 ‘실크로드 역참(驿站)’ 협력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세계는 SCO를 통해 인류 운명공동체의 따뜻함과 희망찬 미래를 느끼고 있다.

“역사는 우리에게 다자주의와 단결 협력이 글로벌 문제 해결의 올바른 답이라는 걸 보여준다.” 8월 30일, 시진핑 주석이 톈진에서 유엔 사무총장 구테흐스를 만났을 때 한 말이다. 이 말은 SCO 창립 취지와 발전 목표를 깊이 드러낸다. 지금은 일방주의, 보호주의, 패권주의 위협이 끊이지 않고, 평화·발전·거버넌스(관리) 부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 경제 총량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SCO 회원국들이 단결 협력을 강화하고 더 긴밀한 운명공동체를 만들면, 자신들의 발전과 지역 안전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세계에도 안정과 긍정 에너지를 불어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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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본회의장 상복 국민의힘, 졸렬한 보수정치”

[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 내란특별법 추진에 조선일보 “사법도 여당 뜻대로”

경향신문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 검찰개혁 원죄”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5.09.02 07:39

  • 수정 2025.09.02 07:40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29회 정기국회 개회식에 상복차림으로 참석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지난 1일 개회식을 열고 오는 12월9일까지 100일간 이어질 정기국회 회기를 시작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국민을 걱정시키지 않는 국회, 사회를 분열시키지 않는 국회의 모습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우 의장 제안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등은 한복을 입고 개회식에 참석했으나 국민의힘은 검은색 상복 차림을 입었다. 2일자 조간에는 현재 여야 대립의 국회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담겼다.

일부 언론은 여당이 추진하는 내란특별법에 대해 비판적 논조를 보였다. 민주당은 내란특별법을 오는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하기로 했다. 민주당에서 발의한 이 법은 특별영장판사 선임, 1·2심 특별재판부 설치(국회·법원·변협 추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대법원 제척, 내란·외환죄 확정시 사면 제외, 법관 작량감경 금지, 내란범 배출 정당 국고보조금 중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검찰이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한 근거가 된 예규(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를 공개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참여연대가 검찰총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긴 것이다. 2022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뉴스타파가 ‘윤석열 검사가 대검 중수부에서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대출브로커 조우형에 대한 수사를 덮었다’는 김만배·신학림 대화를 보도하자 검찰은 해당 보도가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직접 수사에 나섰는데 검찰청법에 따라 검찰이 명예훼손 사건을 직접 수사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었고, 관련 근거를 밝히도록 한 것이다.

▲ 2일자 한겨레 1면

한복 vs 상복, 극한대립 예상되는 정기국회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당의 입법 독주·폭주에 항의”라는 뜻을 담아 근조 리본을 단 검은색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 <한복 대 상복…100일 입법전쟁 강대강 예고>에서 “3년 만에 여당으로 정기국회를 맞은 민주당은 대선 정국부터 전면에 내세워 온 검찰·언론·사법개혁 등 3대 개혁을 ‘시대적 과제’라고 명명하며 법안 추진에 본격적인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고 전한 뒤 “대선 패배 이후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를 ‘독재 정권’으로 부르며 건건이 맞설 것을 예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한겨레는 “강 대 강 대치 분위기 속에 국회는 9, 10일 각각 민주당과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실시하고 15~18일엔 국정 운영 전반에 대한 대정부질문이 이어질 예정”이라며 “당장 2일부터 시작되는 최교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와 원민경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3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5일)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여야가 격돌하는 첫 현장이 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관련해 중앙일보는 사설 <협치 사라진 국회, 코미디 같은 ‘드레스 코드’ 싸움>에서 “산적한 민생 현안을 풀어야 할 100일이 시작됐으나 개회식 풍경부터 민망하기 짝이 없었다”며 “국정 현안은 뒷전이고, 코미디 같은 정쟁 퍼포먼스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기국회 첫날 상복을 입은 국민의힘의 태도는 국민에 대한 예의에서 한참 벗어났다”며 “그러나 지난 몇 달간 독주를 일삼으며 야당을 극단으로 몰고 간 여당과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고 했다.

국민일보도 사설 <정기국회 첫날부터 한복·상복 대결한 여야>에서 “(여당은)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뭐든 강행 처리하고, 국정 수행에 필요한 입법만 야당의 협조를 구하겠다는 태도로는 민생 국회를 만들 수 없다”며 “정기국회를 아예 ‘전쟁’으로 규정하고 잘 싸우는 사람만 공천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국민의힘의 자세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만큼은 나쁜 정치로 경쟁하지 말고, 진정한 민생 정치로 승부를 걸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 비판에 힘을 실었다. 사설 <‘본회의장 상복’ 국민의힘, 졸렬한 보수정치 선 넘었다>에서 “가뜩이나 여야가 소 닭 보듯하고 악수도 하지 않아 정치 실종 우려와 불안감이 큰데도 거여를 향한 팻말 시위나 회견도 아니고 상복 등원이라니, 할 일 많은 정기국회 첫날부터 제1야당이 극한 정쟁을 선언한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상복 시위가 먼저 향하고 국민 앞에 새출발을 다짐할 곳은 윤석열이 있는 서울구치소여야 한다”고 했다.

▲ 9월2일자 한겨레 만평

▲ 2일자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 “사법도 與 뜻대로”

조선일보도 1면에 한복과 상복을 입은 국회의원들 사진을 실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민주당 비판에 무게를 뒀다. 1면 톱기사 <사법도 與 뜻대로…내란 특별재판부 추진>에서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골자로 한 내란특별법 추진을 본격화했다”며 “앞서 지난달 29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사법권 독립 침해, 재판 독립성 저하, 사법의 정치화 등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고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당 강경파는 이 법을 밀어붙일 태세”라고 비판했다.

이 법안에 대해 한국일보도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사설 <특검 수사 중에 내란특별법 추진, 사법권 침해 소지 크다>에서 “이 법안은 사법부와 개별 법관의 헌법상 권한을 심하게 제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적지 않다”며 “개별 재판부 선임 과정에 국회와 변협의 힘이 미치는 것도 부적절하고, 법관의 감경을 아예 막는 것도 재량권 침해”라고 비판한 뒤 “‘이미 합의된 룰’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서, 특정 정파가 법을 자의적으로 만드는 건 법치나 민주주의 시스템에 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 2일 세계일보 사설

세계일보도 사설 <내란특별재판부 강행하려는 與, 입법 독주 도 넘었다>에서 “내란특별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국민의힘을 배제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견을 들어 특별판사 추천위원을 3명, 판사회의가 3명, 대한변협이 3명을 각각 추천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검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된다면 압도적 의석을 가진 여당이 재판부 구성을 사실상 좌지우지할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대법 ‘검찰 예규 공개’ 판결

현재 검찰청법상 검찰은 명예훼손 혐의를 직접 수사할 수 없지만 검찰은 2022년 윤석열 부선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특별수사팀까지 꾸려 대대적으로 수사했다. 검찰은 뉴스타파 등 기자들을 기소했고, 경향신문 등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경향신문은 이를 “대선 후보 검증 보도에 수사의 칼날을 들이댄 초유의 사태”라고 평가했다.

▲ 2일 경향신문 사설

경향신문은 사설 <대법 ‘검찰 예규 공개’ 판결, 위법 수사·검사 청산 전기로>에서 “애당초 이 수사의 위법성 논란이 불거질 때 검찰이 스스로 (예규를) 공개해야 옳았고, 적어도 1심이 공개하라고 판결한 뒤에는 수용해야 마땅했다”며 “대검은 이제라도 해당 예규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대검 예규상 이 사건이 김만배씨 등의 대장동 비리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있어 수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해당 예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할 수 없는 명예훼손 수사를 대장동 사건과 억지로 엮어 하려다 보니 아무런 근거도 없이 ‘배임수재 등’을 혐의사실로 기재해 경향신문 기자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는 식의 편법이 속출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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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주장대로 윤석열 명예훼손 수사를 예규에서 할 수 있도로 해놨어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경향신문은 “‘직접 관련성’의 범위를 무한대로 확장해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한 검찰청법 취지를 멋대로 깔아뭉갠 것”이라며 “검찰이 윤석열 심기 경호를 위해 예규조차 벗어나 수사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최근 검찰개혁 쟁점 중에는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지의 이슈도 있다. 경향신문은 “검찰에 보완수사권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데 그 원죄는 조그마한 근거만 있어도 멋대로 예규를 만들어 수사권을 확대·남용해온 검찰에 있다”며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수사가 단적인 예”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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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북 방송 15년 만에 중단…남북관계 긴장 완화 이재명 정부 조치 계속

 文 정부 때도 유지했지만 이번에 중단…"군사적 긴장 완화 위한 조치 일환"

남북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조치가 북한의 냉담한 반응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국방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재개됐던 대북 방송을 15년 만에 중단했다.

 

1일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그간 군 당국이 송출했던 대북 심리전 방송인 자유의 소리가 중단됐다는 보도에 대해 "국방부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자유의 소리 방송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지난 7월 5~15일 이종석 신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순차적으로 대북 방송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인민의소리, 희망의메아리, 자유FM, 케이뉴스, 자유코리아방송 등 라디오 방송 5개와 대북 TV 방송 1개 등 모두 6개 주파수가 포함됐는데, 1970년대 국정원 전신인 중앙정보부에서 제작됐던 대북 방송을 50여 년 만에 중단한 것이었다.

정부의 대북 방송은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에 따른 조치였다고도 볼 수 있다. 북한은 2023년 12월 30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뒤 다음해인 2024년 1월 대남 라디오 방송 송출을 중단했다. 당시 북한이 송출을 중단한 방송은 '통일의 메아리' 6개 주파수(FM 3개, 단파 3개), '평양방송' 7개 주파수(FM 3개, AM 2개, 단파 2개), '평양FM' 1개 등이었다.

 

북한의 방송 중단 배경은 남한을 상대하지 않겠다는 적대적 인식 하에서 이뤄졌다. 다만 방송을 중지하는 것은 상대를 향한 체제 선전 등 심리전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소모적 대결을 더 이상 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는 측면도 있다.

 

남북 간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대북 선제 조치는 이재명 정부 취임 직후부터 이어졌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9일 통일부는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중지를 강력히 요청했고 국방부는 11일 14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시켰다. 이에 12일 북한은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일정 부분 호응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북한은 6월 25일 DMZ 내 여러 지역에서 국경화 작업의 일환으로 공사를 진행하겠다면서 관련 계획을 유엔사에 통보했다. 또 지난 7월 9일 통일부가 서해 및 동해에서 표류하다 구조된 북한 주민 6명을 송환할 때도 남북은 유엔사를 통해 간접적인 방식의 소통을 진행했다. 이어 북한은 7월 국정원의 대북 방송 중단에 대해 방해전파 10개 운영을 중단했다.

 

다만 북한이 남한의 조치에 지속적인 호응을 보내는 데는 일정한 한계도 나타났다. 지난달 4일 국방부는 대북 확성기를 모두 철거했다고 밝혔고 이후 9일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에서도 확성기 철거 동향이 있다고 공개했으나 14일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은 이를 부인했다.

 

김 부부장은 '서울의 희망은 어리석은 꿈에 불과하다'라는 제목의 본인 명의 담화에서 "얼마 전 한국합동참모본부도 국경선부근에서 우리가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식별되였다고 발표한바가 있다"며 "사실부터 밝힌다면 무근거한 일방적억측이고 여론조작놀음이다. 우리는 국경선에 배치한 확성기들을 철거한 적이 없으며 또한 철거할 의향도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확성기 철거를 부인한 데 대해 "군은 관측한 사항에 대해서 사실을 설명드렸고 상대가 발표하는 그 의도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이전 군 발표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김 부부장은 지난 7월 28일을 시작으로 본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선을 그어왔다. 그럼에도 정부는 남북관계 긴장을 낮추는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7월 28일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북한당국이 이재명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한다. 지난 몇 년 간의 적대 대결 정책으로 인해 남북 간 불신의 벽이 매우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북한의 반응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만들고 한반도 평화 공존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차분히 일관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가 출범 직후 단행한 대북 긴장완화 조치를 평가 절하하고 적대적 태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14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북측 기정동 마을 인공기가 펄럭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남북관계 및 국제적 사안들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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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덕수 “빨리 오라” “기다리자”…계엄 당기고 해제 늦추고

A4 39쪽 한덕수 공소장 입수

12·3 당시 한덕수 행적 재구성

하어영기자

수정 2025-09-01 07:15등록 2025-09-01 05:00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지난 27일 구속영장이 기각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

지난해 12월3일 밤 9시37분. 한덕수 국무총리는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 송 장관은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긴급히 추가 호출한 6명의 국무위원 중 하나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시간으로 예고한 밤 10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앞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밤 9시13분께 국무회의 심의를 위해 대기하고 있던 한 총리를 향해 손가락 4개를 들어 보였다. 의사정족수까지 4명이 더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윤 대통령도 밤 9시25분, 9시39분, 9시51분, 9시59분 등 4차례나 국무위원들이 모여 있는 대접견실에 들어오고 나가기를 반복했다. 이런 장면은 용산 대통령실 시시티브이(CCTV)에 그대로 찍혔다.

한겨레는 31일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가 지난 29일 기소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공소장을 국회를 통해 확보했다. 특검법(제12조)은 공소 제기 10일 이내에 대통령과 국회에 사건 처리 결과를 서면 보고하게 돼 있다. 공소장에는 한 전 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심의는 당기고,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은 늦추려 한 구체적 행적이 확인된다. 특검팀은 “한덕수는 윤석열의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에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워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도록 하는 방법 등으로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위헌·위법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 부여”

A4 3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 한 전 총리의 행적과 혐의가 분 단위로 치밀하게 재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3일 저녁 8시께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40분 뒤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총리는, 대접견실에 먼저 와 있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윤석열 대통령,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미 모여 있었다.

“위헌·위법 비상계엄에 절차적 정당성 부여”

A4 3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선포 전후 한 전 총리의 행적과 혐의가 분 단위로 치밀하게 재구성돼 있다.

지난해 12월3일 저녁 8시께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빨리 들어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40분 뒤 용산 대통령실에 도착한 한 총리는, 대접견실에 먼저 와 있던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대통령께서 계엄을 선포하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에는 윤석열 대통령,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미 모여 있었다.

밤 9시37분. 추가로 호출한 국무위원이 아무도 도착하지 않자, 한 총리는 송미령 장관에게 직접 연락을 했다. 송 장관이 ‘밤 10시10분쯤 도착할 것 같다’고 하자, 한 총리는 “빨리 오세요”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특검팀은 이를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조속히 채우려는 의도로 봤다.

밤 10시12분. 김 장관이 한 총리 등에게 손가락 1개를 들어 보였다. 국무회의 의사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1명의 국무위원만 더 오면 된다는 취지였다. 당시 한 총리는 윤 대통령이 준 비상계엄 관련 실행계획·부처별 조치사항 문건을 읽거나 다른 국무위원과 돌려보고 있었다. 4분 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도착하면서 국무회의 최소 의사정족수인 11명이 채워졌다. 긴급 호출한 2명의 국무위원이 아직 도착하기 전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곧바로 2분짜리 비상계엄 심의 국무회의를 시작했고, 밤 10시27분 생중계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특검팀은 국무회의 운영을 맡는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일부 장관에게는 직접 전화해 재촉하며 비상계엄 선포가 지연되는 것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뒤 대접견실로 돌아와 한 총리에게 ‘대통령이 참석하기로 예정돼 있던 행사에 대신 참석하라’고 지시하는 등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추가 지시사항을 하달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국가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을 지시하며 같은 내용이 적힌 문건을 건넸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에게는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등과 관련해 ‘전화하라’는 손동작을 하며 지시사항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한다.

밤 10시43분.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이 ‘국무위원들은 서명을 하고 가라’는 취지로 말했다. 한 총리 역시 “대통령실에서 같이 모여서 참석했다는 의미로 서명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국무회의 문건에 서명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무위원들은 반대하며 결국 서명은 이뤄지지 않았다.

밤 10시44분. 한 총리는 윤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건네받아 양복 상의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던 비상계엄 지시사항 문건을 꺼내 내용을 확인했다. 특히 다른 국무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상황에서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 등을 받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남아 있으라’는 취지의 손짓을 했다. 두 사람 대화는 밤 10시49분부터 16분 동안 이어졌다. 이 장관은 대통령에게 받은 문건 3장을 꺼내어 읽어주다가, 그중 1장을 한 총리에게 두 차례 보여줬다. 또 다른 1장은 직접 건네주기도 했다. 한 총리는 손가락으로 문건을 짚어가며 대통령 지시사항을 협의하는 듯한 모습이 확인됐다고 한다.

밤 11시5분. 한 총리는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수령을 거부하며 두고 간 대통령 지시사항을 대신 챙겨 들고 정부서울청사로 이동했다. 특검팀은 “외교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도록 지휘·감독하려는 의도”라고 판단했다.

“추경호 전화받고 ‘걱정하지 마라’ 말해”

밤 11시11분 한 총리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당시 국회는 봉쇄(밤 10시27분)→일시 출입 허용(밤 11시7분)→재봉쇄(밤 11시23분) 시점이었다. 7분 넘게 이어진 통화에서 한 총리는 “추 대표,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추 의원은 의원총회 장소 변경 이유를 두고 특검팀 수사를 받고 있다. 특검팀은 “여당 원내대표를 통해 국회 상황을 확인 등을 통해 윤석열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봤다.

밤 11시34분. 한 총리는 정부서울청사 12층 집무실에서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해 국회 통제 상황 등 주요 기관에 대한 시간대별 봉쇄 계획 진행 상황 등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을 돕기 위해 윤석열의 지시사항을 확인하고, 이를 점검하기 위해 지시 문건을 수거하거나, 국회·언론사 등에 대한 지시 이행 방안 등을 논의하는 방법으로 윤석열 등의 내란 행위를 방조했다“고 판단했다.

국회가 계엄해제 요구안을 의결하기 직전인 4일 새벽 0시50분∼1시, 한 총리는 국무조정실장과 국무1차장에게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국회에 통고 되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국무조정실장은 행안부·국방부 차관에게 연락해 이를 확인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의 절차적 요건을 보완·구비하려는 조치”였다고 판단했다. 헌법과 계엄법은 계엄을 선포하면 지체없이 국회에 통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벽 1시2분 국회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 총리는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국무조정실장에게 “기다려보자”고 말했다고 한다. “한덕수는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특검팀 판단이다.

법원은 지난 27일 한 전 총리의 행적 등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법적 평가는 다툴 여지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하어영 김남일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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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기는 내년 8월’ 이진숙에 경향신문 “물러나는 게 마지막 도리”

[아침신문 솎아보기] ‘최악 가뭄’ 강릉에 재난 선포…신문들 일제히 1면

한겨레, 한덕수 공소장 보도…“더 빨리 오라”, 추경호엔 “걱정 말라”

기자명김예리 기자

  • 입력 2025.09.01 07:34

  • 수정 2025.09.01 07:47

▲1일 중앙일보

정부가 자연재난으로는 처음으로 강원 강릉시에 재난사태를 선포하고 가뭄 대응에 필요한 인력과 장비 등 총동원령을 내렸다. 강릉시는 역대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며 주요 상수원 저수율이 식수 공급의 마지노선인 15% 이하로 떨어졌다. 강릉시는 각종 행정조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75% 제한급수’를 시행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강릉시청에서 가뭄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재난사태 선포와 국가소방동원령 발령을 지시했다. 지난달 31일 강릉의 주요 식수원인 오봉저수지 저수율은 전날보다 0.5%포인트 낮아진 14.8%를 기록했다. 1일 경향신문과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가 이를 1면 사진 기사로 전했다. 중앙일보는 1면에 전국 각지에서 지원 나온 소방차가 강릉 강북공설운동장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빽빽이 집결한 사진을 배치했다.

동아일보는 오봉저수지 저수율이 “약 한 달 만에 저수량이 반토막이 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강원과 서울 등 수도권, 경북 등 전국에서 71대의 소방차가 동원돼 급수 지원을 했다. 강릉시는 지난달 20일부터 50% 제한급수를 시행 중이고, 앞으로는 아파트와 단독주택 등 수도계량기가 최대 75%까지 잠긴다. 경향신문은 “수도꼭지를 최대한 틀어도 물이 25%밖에 나오지 않는 수준”이라며 “시민들이 겪는 피해와 불편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1일 경향신문

▲1일 조선일보

국민일보는 “주민들은 빨래를 자제하고 물티슈로 화장실 청소를 하거나 변기 물까지 아껴가며 절수에 동참하고 있다”고 했다. 일부 식당과 카페, 펜션들은 휴점 선언하거나 점심영업만 하고 있다. 농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민일보는 “수확이 한창이어야 할 안반데기 배추밭에는 가뭄 탓에 배춧속이 가운데부터 녹아버리는 이른바 꿀통 배추가 급증, 출하를 포기한 농가가 수두룩하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문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결과로 이런 극한 기후가 일상화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강릉 가뭄은 대기가 스펀지처럼 수증기를 흡수해 나타나는 ‘돌발 가뭄’이 그 원인”이라며 “워낙 비가 내리지 않은 데다 폭염이 이어지니 그나마 내린 비마저 빠르게 증발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강릉에서 유독 피해가 컸지만 2022년 서울 폭우, 2023년 호남 가뭄, 2024년 중부 폭설처럼 기후 재난은 어느 지역에나 예고 없이 닥칠 수 있다.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그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는 적응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겨레, 한덕수 공소장 입수 “더 빨리 오라”, 추경호엔 “걱정 말라”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2·3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심의는 앞당기고, 계엄 해제 국무회의 소집은 늦추려 한 구체적 행적이 특검을 통해 파악됐다. 한 전 총리는 국회 봉쇄가 진행 중일 때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 사실도 확인됐다. 한겨레가 한 전 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공소장을 입수해 이를 1면 보도했다.

▲1일 한겨레

한겨레에 따르면 한 전 총리 공소장은 39쪽 분량으로 비상계엄 선포 직후 그의 행적과 혐의를 분 단위로 담고 있다. 한 총리는 지난해 12월3일 밤 9시37분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게 “오고 계시죠? 어디쯤이세요? 빨리 오세요”, “더 빨리 오시면 안 되나요”라고 재촉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밤 9시13분께 한 총리를 향해 손가락 4개를 들어보인 이후다. 의사정족수를 채우려면 4명이 남았다는 뜻이다. 내란특검은 한 전 총리가 국무위원 전원에게 소집 통지를 하지 않은 채 일부에게만 재촉해 계엄 선포 지연을 막았다고 판단했다.

한 전 총리는 밤 11시11분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전화를 받고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통화는 7분 넘게 이어졌다. 당시 국회는 봉쇄됐다가 일시 출입(11시7분)이 이뤄진 뒤 재봉쇄(밤 11시23분)가 이뤄진 시점이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겨레는 또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2주 뒤인 2022년 3월22일 경기 가평 천정궁을 찾아가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당선 축하 성격의 금품으로 추정되는 쇼핑백을 받은 사실을 민중기 특검팀이 파악했다고 했다. 같은 날 권 의원은 곧장 통일교 핵심 간부인 윤영호 전 본부장을 데리고 윤 전 대통령의 당선자 사무실을 찾아 만남을 주선했다고 한다. 윤 전 본부장은 권 의원에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한겨레는 윤 전 대통령이 윤 전 본부장을 통해 한학자 총재에게 “대선을 도와줘 감사하다”고 전했고, 윤 전 본부장이 통일교 숙원 사업을 전하자 “향후 그와 같은 사항들을 논의해 재임 기간에 이룰 수 있도록 하자”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특검팀은 이 만남 일주일 뒤인 2022년 3월3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분과의 ‘국정과제이행계획서’에서 아프리카 공적개발원조 규모가 2배 증액되는 등 통일교 현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고 파악했다.

▲이진숙 위원장이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4차 위원회 회의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향, ‘임기보장’ 요구 이진숙에 “물러나는 게 마지막 도리”

대통령실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직권면직 검토 방침을 밝힌 데 이어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다수 신문이 이를 보도한 가운데, 경향신문은 사설로 이 위원장과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에게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마지막 도리”라고 주문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달 30일 방송에 출연해 “(이 위원장이) 대구시장에 출마할 거라면 그만두고 나가시는 게 맞지 않느냐”고 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7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감사원으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 감사원은 이 위원장이 공무원 신분으로 유튜브에 수 차례 출연해 특정 정당을 직접 거명하며 반대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것 등에 대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훼손할 가능성이 큰 경우’라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상당히 심각한 사안으로 직권 면직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공개 반박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은 “(내) 임기는 2026년 8월까지이다. 2026 지방선거 일정은 현재 6월3일로 예정되어 있으며 제가 임기를 채우면 지방선거 출마는 불가능하다”며 “저는 법적으로 정해진 기관장의 임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하였으며, 이러한 발언을 정치적인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1일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힘은 ‘방송 장악용 찍어내기’라며 반발했지만, 이 위원장의 공직 자격부터 따져볼 일”이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이 위원장이 임기 내내 비정상적인 ‘2인 체제 방통위’의 심의·의결 강행으로 물의를 빚어온 사실은 잊은 것인가. 이쯤 되면 이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이 위원장이 지난해 9~10월 보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보수 여전사’를 자임했을 정도니 우 수석 비판이 과하지 않다”며 “정치 중립 의무 위반은 국가공무원법상 ‘면직’ 사유”라고 했다.

경향신문은 “부적절한 처신으로 기관 위상을 훼손한 김형석 독립기념관장도 거취를 결단하길 바란다”고 했다. 과거부터 친일파 명예회복을 주장해온 김형석 관장은 앞서 ‘광복은 연합군의 승리로 얻은 선물’이란 광복 80주년 기념사로 물의를 빚었다. 독립기념관을 기독교회 예배 장소로 빌려주고 동창 모임 장소로 활용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향신문은 “국민의힘은 ‘전 정부 인사 밀어내기’라고 비판하지만 이 위원장과 김 관장에 대해선 타당하지 않다”고 했다.

극우 집회서 만난 10대 인터뷰한 한국일보

한국일보 1면에 ‘10대 극우화 현상’을 파악하기 위해 10대 아동과 청소년 인터뷰 기획보도를 내놨다. ‘소년이 자란다’ 연재 기획을 통해 홈스쿨링과 교회의 대안교육기관을 다니며 심각하게 왜곡된 이념을 주입받는 10대 아동과 청소년들을 직접 인터뷰했다. 지난 3~4월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현장에서 10대 남녀 12명을 만났고, 이중 일부를 주거지 근처에서 다시 만났다.

▲1일 한국일보

한국일보는 “홈스쿨링이나 비인가 대안교육시설에 보내겠다며 법정 의무교육인 초등·중학교에 자녀를 출석시키지 않으면 위법이지만 정부는 실태조차 제대로 챙기지 않는다”며 “이 아이들은 정부, 부모, 교회, 사회의 잘못으로 공교육을 받을 기회조치 박탈당한 피해자로 보였다”고 했다. 극우 기독교계에 따르면 현재 기독대안학교는 약 500곳으로 추정되며 홈스쿨링을 받는 아이들은 수 천명 가량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2~3면을 통해 이들이 근본주의 교회에 다니며 홈스쿨링을 받고, 비인가 대안교육시설에 다니며 접하는 교육과 수업 내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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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에 독이 퍼져"...이태원 참사 악플과 직접 맞선 두 사람의 운명

10.29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살아남았던 한 생존자는 참혹한 기억의 상처 속에 괴로워하다가 결국 세상을 등졌다. 끝까지 그를 괴롭힌 것 참사 희생자들과 유가족은 끊임없이 조롱하고 모욕하던 '악성댓글'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참사 이후 지난 3년간, 온라인에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겨눈 악성댓글 6만 건의 실태를 빅데이터 딥러닝 분석으로 추적했다. 참사 직후부터 특별법 제정까지 특정 시기마다 폭증하고 진화를 거듭해온 악성댓글의 잔혹한 기록을 남긴다.

이태원 참사 유튜브 영상에 달린 악성댓글, 위에는 159번째 희생자 고 이재현군이 악성댓글을 비판하는 댓글도 있다. ⓒ 신상호

이태원 참사 159번째 희생자인 이재현군, 이씨가 세상을 떠난 날은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이 아니라 40여 일이 지난 2022년 12월 12일이다. 참사 현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던 이군은 그러나, 자신의 소중한 친구들을 하늘로 보내야 했다. 친구를 잃은 슬픔에 젖은 이군을 더욱 괴롭게 만든 것은 '악성댓글'이었다.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 '그알' 유튜브 영상에 그가 단 댓글

ⓒ 봉주영

'마약을 했다', '연예인 보러 갔다' 등 온갖 허위정보로 희생자를 모욕하는 악성댓글, 보다 못한 이재현군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유튜브 영상(https://zrr.kr/T0ZVIH)에 '참사 생존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장문의 댓글을 남겼다. 그는 이 댓글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는 두 명의 사람과 함께 추억을 쌓으려고 이태원을 갔지만 결과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 두 명을 잃었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호소했다.

이군의 진심 어린 댓글 역시 '악성댓글'의 표적이 됐다. 이군이 쓴 댓글에 "친구 관리 잘 하세요", "피해자 ㄴㄴ 그냥 놀다가 다친 사람", "유명인 본다고 멍청하게 비집고 들어갔고", "경찰서장탓 정부탓 하기 전에 개념부터 심는 게 시급할 듯" 등의 악성댓글이 붙었다. 이군은 악성댓글 게시자를 향해 다시 댓글을 달았다. 슬픔과 분노가 고스란히 담긴 글이었다.

"진짜 이태원 참사 피해자 탓하는 니 개념부터 다시 심는 게 우선인 것 같은데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많이 돌아가셨는데 저따위로 말을 하냐 진짜..."

이군의 모친인 송해진씨는 재현군을 떠나보낸 뒤 해당 댓글들을 보고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했다. 송씨는 재현군이 악성댓글과 관련해 했던 말들을 똑똑하게 기억한다.

"저녁에 식탁에 같이 앉게 됐는데, (이재현군이)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억울함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온라인상에서) 친구들 욕을 한다고 그러면서 막 우는 거예요. 막 울면서 '친구들 보고 싶다, 죽고 싶다', 그 얘기를 했었어요. 친구들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애가 우는 것도 처음이었어요."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이군의 휴대전화에는 SBS 유튜브 영상 외에도 이태원 참사 관련 영상들을 찾아본 기록들이 남아있다. '45명의 증언, 300여 개의 제보 영상이 말하는 그날의 진실'을 비롯해,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YTN)(https://zrr.kr/ffC0Cq),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SBS)(https://zrr.kr/llEGXa),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SBS)(https://zrr.kr/gJan1G) 등이다. 해당 영상들에는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악성댓글'이 극성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는 이군이 확인했던 영상을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을 골라내는 딥러닝 모델을 통해 분석해본 결과(자세한 내용 아래 상자 기사 참고) '45명의 증언'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19.9%(5448개 중 1089개)였다. '"사람 무게 이기지 못해 사망"...'복부 팽창' 이유는?'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1.2%(515개 중 212개), '이태원 참사, 사망자 1명 늘어 총 158명…10명 입원 중' 영상의 악성댓글 비율은 40.7%(423개 중 172개), '사고 위험 직감했나…이태원 참사 인파 속 벽 기어오른 외국인'도 40.7%(423개 중 172개)로 나타났다.

해당 영상을 본 이재현군 역시, 이런 악성댓글들을 마주하면서 심리적으로 변화를 겪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군의 모친 송씨는 온라인에 익숙했던 아들이 '악성댓글'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온라인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에 기성세대보다 충격이 더했을 거란 얘기였다.

"아들이 이전과는 달라졌거든요. 스스럼없이 저랑 대화하던 재현이가 말을 안 하는 거예요. 참사를 바라보는 분위기. 그 분위기를 파악하는 제일 첫 번째는 온라인상의 글들이니까, 얘한테는 (온라인) 사회라는 게 하나의 큰 사회잖아요. 중요했을 거라고 봐요, 재현이한테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 네이버 등 포털에 직접 악성 댓글 삭제 요청

ⓒ 봉주영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유족인 A씨 참사 직후부터 쏟아진 악성 댓글을 막고자 노력했던 인물이다. 나의 가족, 그리고 다른 유가족들이 악성댓글로 힘들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행동에 나섰던 것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악성댓글이 많은 기사들을 캡쳐했고, 네이버 등 포털에 직접 댓글창 삭제를 요청했다. 이와 함께 기사를 쓴 담당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댓글창을 닫아달라 요청하는 메일도 보냈다. 참사가 난 뒤 3개월 동안 그는 직접 '악성댓글'과 마주하며 지냈다.

"가짜 뉴스 같은 거 있잖아요. 간첩이네 북한에서 왔네 등등의 내용도 일일이 신고를 누르거나 했는데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그런 것들 보면은 일일이 댓글을 보고 닫아달라고 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게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어요. 기사 댓글창을 닫아달라고 해도 이걸 수용하지 않는 분들도 많았거든요. 그때는 그냥 하루 종일 멍하니 있거나 이게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도 하고..."

유가족 당사자인 그가 댓글들을 일일이 살펴보면서 받는 정신적 충격은 상당했다. 온갖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들, 유가족과 희생자에 대한 인신모욕성, 성희롱성 글들을 직접 본 기억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그는 사람이 두려워졌다.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혹시나 '악성 댓글을 단 사람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가짜 뉴스도 많다 보니까 (사람들이) 저희를 어떻게 볼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무서워졌어요. 사무실 같은 공간에 가면 숨이 잘 안 쉬어졌어요. 화장실이나 복도에 나가서 숨을 쉬고 다시 돌아오곤 했어요. 익명의 악성 댓글이 정말 무서웠어요. 애써서 잊으려고 하는데 그동안 봐온 게 너무 많으니까 여전히, 지금도 생각이 나요."

지난 2022년 10월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에 경찰통제선이 설치되어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 권우성

악성댓글에 맞서다가 악성댓글의 최대 피해자 중 한 명이 된 A씨는 "온몸에 독이 퍼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2차 가해를 예방하는 것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그는 당시 악성댓글과 맞섰던 것을 후회하진 않는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더 많은 악성댓글이 활개를 쳤을 것이고, 그만큼 많은 유족들이 다쳤을 것이기 때문이다.

"제가 좀 유난히 댓글들을 많이 접했어요. 악성댓글을 보면서 독이 온몸에 퍼지는 느낌이 들었요. 다른 참사 유가족 분들도 똑같았을 거예요. 2차 가해를 예방하는게 그래서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태원 참사 악성댓글 분석, 어떻게 진행했나

<오마이뉴스>는 유튜브 API를 활용해, 이태원 참사 당일인 2022년 10월 29일부터 2025년 6월 10일까지 '이태원 참사'를 다룬 방송 및 언론사(중복 채널명 제외하고 총 68개) 유튜브 영상 929건에 달린 댓글 26만 7635개를 수집하고, 자체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활용해 악성댓글을 분류했다. 악성댓글에 대한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자문을 거쳐 모두 4646건의 댓글에 대해 악성 여부를 판단해 학습데이터를 만들었고, 한국어언어모델인 KcELECTRA에 학습시켰다. 최종 댓글 분류에 활용된 딥러닝 모델은 훈련손실값(Train loss) 0.28로 적정 성능을 확보한 모델로 진행했다.

#이태원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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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절하고 빈손?…권성동-한학자, 잡아떼기 입 맞췄나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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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8.31 20:00

  • 수정 2025.08.3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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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일요일 오전에 '금품 수수 없었다' 발표

권성동 "한학자에 큰절은 했지만 정치인의 예의"

한학자, 특검 수사 조여오자 첫 공개 입장 밝혀

"어떤 불법 청탁, 금전 거래 없어…허위사실 유포"

그러나 통일교 재정국장 문자엔 "선물과 금일봉"

윤영호 전 본부장 "현금 든 쇼핑백 두 번 받아가"

접선 당일 찍은 현금 다발 사진까지 특검 확보

체포동의안 9~10일 표결…"통일교 게이트 규명"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가 서로 짠 듯이 같은 날 비슷한 시각에 불법 청탁 및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한 총재도 특검 소환이 머지않은 상황에서 혐의 일체를 끝까지 부인하겠다는 의지를 함께 다진 모양새다. 그러나 특검이 관련 진술은 물론 문자 메시지와 사진 등 명확한 증거를 다수 확보하고 있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시도가 통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권 의원은 31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최근 일부 언론과 특검, 그리고 민주당은 제가 대선 기간 중 통일교를 방문한 사실을 침소봉대하며 요란 떨고 있다"면서 "방문과 인사는 사실이지만 금품을 받은 일은 없다.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춘 것이었을 뿐, 부정한 목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인사' '예의'는 한 총재에 대한 '큰절'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은 이어 "정치인은 선거에서 단 1표라도 얻기 위해 불법이 아닌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면서 "성당에 가면 미사에 참여하고, 절에 가면 불공을 드리며, 교회에 가면 찬송을 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듯, 종교 시설에 방문하면 그 예를 따르는 것은 상식"이라고 덧붙였다.

자신이 통일교 신자는 아니지만 정치인으로서 어디까지나 선거 운동 차원에서 한학자 총재를 방문해 관례에 따라 절을 올렸을 뿐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는 얘기다. 권 의원은 "그런데도 특검은 증거 대신 낙인 효과를 통해 여론을 선동하고, 민주당은 이를 확산시키며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특검과 민주당을 동시에 비난했다.

또 "더 나아가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회를 정치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면서 "저는 2018년 문재인 정권 탄압 때 불체포특권을 포기했고, 2023년에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체포 국면에서는 특권 포기를 촉구했으며, 2024년 총선에서는 국민께 서약서로 약조한 바 있다"고 열거했다.

그러면서 "특권 포기는 저의 일관된 소신"이라며 "거듭 우원식 의장께 정중히 요청한다. 제 불체포특권 포기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민주당과의 정치적 일정 거래에 이용하지 말라"고 전했다.

 

통일교 교주인 한학자 총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영상 갈무리

한학자 총재도 이날 오전 통일교 예배를 통해 금전 거래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통일교 전 세계 지도자와 신도들을 대상으로 한 '참어머님 특별 메시지'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한 총재는 "나의 지시로 우리 교회가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였다는 허위사실이 유포되고 있다"며 "나는 이 자리를 빌려 분명히 말씀드린다. 어떤 불법적인 정치적 청탁 및 금전 거래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건희 특검팀의 통일교 관련 수사가 시작된 이래 한 총재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총재는 이처럼 권성동 의원과 얽힌 의혹 전부를 포괄적으로 부인한 뒤 교인들에게 "여러분의 동참과 헌신, 그리고 기도와 정성에 깊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선민과 세계평화 주역의 사명을 다하는 감사의 삶을 살아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특별 메시지는 권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특검 수사 내용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면서 동요하는 신도들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영상에서 한 총재는 직접 인사말을 했지만 이후엔 건강상의 문제로 한 총재가 지켜보는 가운데 통일교 방송 'PeaceTV' 아나운서가 메시지를 대독했다. 한 총재는 "나는 일생을 하늘부모님(하나님) 해방, 인류 구원, 항구적 평화 이상세계 실현을 위해 살아왔다"는 말로 결백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가 8일 조사를 받기 위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있는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로 출석하고 있다. 정 씨는 통일교 측이 2022년 4∼8월께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 씨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백 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다. 2025.8.8 [공동취재] 연합뉴스

그러나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부인이자 통일교 재정국장을 지낸 이모 씨가 지난해 12월 한학자 총재의 비서실장인 정원주 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대선 때 권 의원이 천정궁에서 두 차례 한학자 총재를 만났다" "한 총재가 여러 말씀과 함께 권 의원에게 선물과 금일봉도 줬다"고 보고한 내용이 담겨 있다. 천정궁은 통일교 본산인 경기도 가평에 있는 건물로 한 총재가 머무는 상징적 공간이다.

윤 전 본부장 역시 특검에서 "권 의원이 2022년 2~3월 천정궁을 두 차례 방문해 현금이 든 쇼핑백을 받아갔다"며 "한 총재가 권 의원에게 쇼핑백을 건네주는 걸 봤다. 권 의원이 한 총재에게 큰절을 하고 받아갔다"고 진술했다. 윤 전 본부장은 앞서 2022년 1월 5일 서울 여의도의 고급 중식당에서 권 의원을 만나 현금 1억 원을 전달하고 그 뒤 권 의원에게 "(윤석열) 후보님을 위해서 요긴하게 써달라"는 문자 메시지도 보낸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통일교 재정국장으로 세계본부의 자금 관리를 총괄하던 이 씨가 접선 2시간 전 해당 현금 다발 4~5개가 담긴 종이 상자를 촬영한 사진까지 존재한다.

특검팀은 권 의원이 한 총재의 해외 원정도박 수사 정보를 통일교 측에 흘려 수사에 대비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수사 중이다. 또 윤 전 본부장과 '건진법사' 전성배 씨가 2023년 3월 치러진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권 의원을 밀기 위해 통일교 교인들을 대거 입당시킨 정황도 파악하고 있다. 이에 더해 권 의원이 각종 선거에서 통일교 측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는 대가로 교단 현안은 물론 교계 인사의 공직 천거 등에 도움을 준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 28일 권 의원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현재 절차가 진행 중인데 오는 9월 9일 또는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10일에는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권 의원이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이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을 제 체포동의안 표결로 덮으려 한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건진법사 청탁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7월 30일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 이날 국회 소통관 브리핑에서 "권성동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해 '통일교와 어떤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적 없다'고 부인하더니, 이제는 '통일교 총재에게 큰절은 했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변명과 말 바꾸기로 사건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통일교 게이트와 불법 정치자금 수수의 실체적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일교 총재를 두 차례나 만나 큰절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이제는 국민 앞에 큰절하고 석고대죄해야 할 때"라면서 "윤석열-김건희 정권의 국정 농단을 방조하고 대선 후보 교체를 시도한 정치 쿠데타의 공범으로서 정치적 책임도 명확히 져야 할 것이다. 특검은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 통일교 게이트를 신속하고 철저히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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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검찰개혁 당·정·대 이견 없어...언론 불협화음 기우제 멈춰야”



“이재명 대통령 ‘공론화 거치자’는 말씀은 당연... 충분한 토론 준비 중”

윤정헌 기자 yjh@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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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신임 당대표가 2일 오후 2일 오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제2차 임시전국당원대회에서 수락연설을 하고 있다. 2025.08.02 ⓒ민중의소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1일 “검찰개혁과 관련해 수사·기소 분리 입장과 방침에 대해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청은 폐지된다. 검사는 수사를 못 하게 된다. ‘파열음’, ‘암투’, ‘반발’, ‘엇박자’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께서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는 말씀은 백번 천번 옮다"면서 "당은 일정 시점에 충분한 토론을 준비하고 있으며, 법사위 공청회나 의원총회, 필요하면 더 많은 공개토론회도 열 수 있다. 정부조직법은 곧 성안이 돼 9월 안에 통과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대표는 “검찰개혁에 관한 정부조직법 중에서 ‘중수청(중대범죄수사청)을 행안부에 둘 거냐, 법무부에 둘 거냐’는 문제는 원래 방침대로 당정대간 물밑 조율을 하고 있다”면서 “참고로 국정기획위는 행안부로 제안했다. 곧 공론화가 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대표는 “가짜뉴스는 팩트왜곡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황당한 주장도 일종의 가짜뉴스”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검찰개혁에 대한 당정대간 이견은 없다”고 거듭 강조하며 “언론들은 당정대간 불협화음 기우제를 멈추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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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소년공'이 이 대통령에 전한 말 "국가 사과 받고 싶다"

<국회에 온 '당신의 이야기'>는 사회적 갈등의 최전선이자 해법을 찾는 공간인 국회에서 생략되고 지워져 온 목소리에 주목합니다. 저마다의 이유를 품고 국회를 찾아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오마이뉴스 국회 출입기자가 전합니다.

▲'과거사법 개정' 촉구 회견 참석한 문호현씨집단수용시설 동명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문호현씨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권리를 반영한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는 날, 또 다른 소년공 출신 한 남성은 서울 여의도 국회를 찾았다. 기자 한 명 없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가 네 줄짜리 문장이 적힌 손팻말을 쥐고 햇빛을 받으며 말없이 서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익어가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그가 유일하게 입을 뗀 건 손팻말 문구를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로 외칠 때였다.

"국회는 집단 수용시설 / 진상규명을 강화하고 / 피해생존인의 권리를 반영한 / 과거사법 즉각 개정하라!"

구호를 제외하면 한마디 말도 없던 문호현(48)씨가 국회를 찾은 이유를 털어놓은 건 인근 카페로 장소를 옮긴 뒤였다. 25일 기자와 만난 그가 "1989년 9월쯤이었다"라며 고향인 전남 해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아원 등을 전전하다 12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강제로 보내졌다는 '그곳', 목포역에서 도보로 20km 남짓 떨어진 그곳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가 그곳을 설명하기 위해 반복해서 하는 말이 있었다.

"거긴 고아원이 아니라 교도소예요. 완전히 삼청교육대라니까, 형제복지원이랑 똑같다니까."

바닷가 소년공, 그 고통의 증언

동명원.

1967년 전남 목포시 대성동 211번지의 '성덕부랑아보호소'로 시작해 1972년부터 운영돼 온 부랑아 수용시설. 아동을 대상으로 감금, 폭행·가혹행위, 강제노역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곳. 1967년부터 1983년까지 매 연말 기준 90명(평균 입소자 145명, 퇴소자 152명)을 수용했다고 법인 대장에 나오지만, 실제론 180명 이상을 수용한 것으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가 판단한 그곳.

이후 전남 무안군 청계면으로 이전한 동명원은 1984년 현 위치인 청계면 복길리 산57 일대 부지(5959㎡·180만 2598평)에 시설을 신축했다. 1988년엔 시설장 둘째 아들이 무안군 삼향면 지산리 농공단지에 산업폐기물 포장재를 만드는 금호포리머 주식회사 공장을 세웠다. 이 공장은 동명원의 수익사업으로 활용됐다. 1989년 12월부터 1993년 3월까지 동명원 수용 아동 20여 명이 이곳에서 강제노역에 동원됐다고 진실화해위는 밝혔다.

문씨의 증언은 다만 초점이 달랐다. 농공단지로 공장이 이전하기 전 동명원에서 2.7㎞ 떨어진 복길나루터(무안군 청계면 복길리 556) 해변에 금호포리머로 불리는 공장이 있었다는 것이다. '금호산업' 간판을 달았다는 이 공장에 문씨의 고통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바닷가에 금호포리머가 있었어. 거기서 3년을 일했지. 날마다 안 맞은 적이 없어. 겨울엔 영하 20도 바닷물에 들어가게 하는데 진짜 죽지. 그때 같이 일했던 20명 이름을 내가 지금도 다 기억하잖아."

2시간 넘는 증언이 이어졌다. 동명원으로 문씨와 함께 끌려갔다는 동생 문인현(44)과 그보다 4년 전 끌려갔다는 동료 이현주(52)가 옆에서 증언을 보탰다. 지난 4월 동명원 인권침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위 결정서가 이들의 증언을 뒷받침한다(이현주는 신청인으로 진실규명 대상자, 문호현·문인현은 미신청인으로 참고인).

강제노역 3년, 세 번의 탈출

집단수용시설 동명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문호현씨(가운데)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뒤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현주, 문호현, 문인현씨다. ⓒ 남소연

그 공장에선 크고 작은 섬들이 보였다.

정면으로는 토끼섬(무안군 청계면)이, 왼쪽으로는 가란도·압해도(신안군 압해읍)가 있었다는 30여 년 전 기억을 문씨가 떠올렸다. 그는 1km 남짓 간격으로 모여 있는 섬들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시늉을 하며 "공장 위치를 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명원에 들어가고 몇 달 뒤 금호포리머로 보내진 문씨는 당시를 떠올리며 "감옥"이라고 되뇌었다. 구타당한 어린 시절의 참혹함과, 강제노역의 고단함과, 끝 모를 감금의 막막함을 되살리는 증언이었다. 하루는 고압 전류에 감전돼 공장 직조기(베틀)에 딸려 들어갈 뻔한 일이 있었다. 목포 적십자병원으로 이송돼 의식을 되찾았으나 피 검사만 받고 퇴원해 다음 날 다시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그때의 후유증이 20대 후반의 몸에 청각장애와 심장질환을 남겼다고 문씨는 기억했다.

"야간 반이면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일했지(12시간 2교대). 주간·야간으로 사람만 바뀌지 공장 일은 똑같아. 3톤짜리 직조기를 계속 돌리는 거예요. 하루 종일 80㎏짜리 쌀 포대 나일론 원단을 짜는 거야. 그걸 부산에 납품했었거든. 하루 할당량 못 채우면 책임자한테 뚜드려 맞는 거야."

겨우 10대 나이에 미처 헤아릴 수 없는 가혹행위들이 있었다. 콘크리트 타일 바닥에 내던져져 뒤통수를 부딪쳐 기절한 일, 뼈가 다 드러날 정도로 동명원 자갈밭에서 포복한 일, '곡괭이 빠따'를 날마다 맞았던 일을 문씨는 하나하나 증언했다. 군대 가혹행위 '매미'를 묘사하는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신 교육을 받으러 동명원에 있는 2층 창고로 가서 3시간 동안 창틀에 매달려 있었어. 그러다 떨어지면 곡괭이 빠따로 죽도록 맞으니까 떨어지지도 못하고. 기계가 고장나서 생산을 못해도 뚜드려 맞는 거야. 죽을 고비를 넘겨서 천만다행이지."

참혹했던 증언은 탈출에 이르러서야 끝났다. 세 번만의 탈출이었다. 야반도주로 이틀에 걸쳐 목포에 있는 파출소에 도착했지만 그는 가족이 아닌 동명원에 다시 넘겨졌고(첫 번째 탈출 실패), 무안 청계면에 있는 창고에 숨어 잠들었다가 한 남성의 신고로 또다시 동명원으로 보내졌다(두 번째 탈출 실패). 1993년엔 동료 두 명과 세 번째 탈출을 시도했다. 산속으로 들어가 군부대를 지나고 해안선을 따라 사흘 만에 해남에 도착했다. 몇 달 뒤 외할머니와 이모부를 통해 동명원에 여전히 수용돼 있던 동생 문인현씨를 데리고 나왔다.

형이 잠시 증언을 멈춘 사이 동생이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그때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밭에서 배고프게 농사짓고 있는데 외할머니랑 이모부가 찾아오신 그 순간엔 진짜 울었죠. 아, 이제 나가는구나."

"이재명 대통령도 소년공이잖아"

▲'과거사법 개정' 촉구 회견 참석한 문호현씨집단수용시설 동명원 피해생존자모임 대표 문호현씨(오른쪽 두 번째)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열린 집단수용시설 피해생존인의 권리를 반영한 '과거사법 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있다. ⓒ 남소연

지난 4월 진실화해위가 '목포 동명원 부랑아 수용시설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을 내린 이후 문씨와 동료들은 세상에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 언론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면 적극 응한다. 문씨는 동명원 피해생존자들을 모으기 위해 전화번호까지 공개했지만 아직 연락이 온 건 없다. '동명원 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를 맡은 그는 다른 피해생존자들과 지난 20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장을 접수했다.

그가 소송에 그치지 않고 국회를 찾은 이유는 나흘 전(8월 21일) 발의된 법안 때문이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피해생존인 중심주의 원칙'과 '집단 수용시설 인권침해 직권 전수조사' 등을 담은 이 개정안은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을 앞두고 문씨와 같은 시설수용 피해생존자들의 요구가 반영된 법안으로 평가받는다.

당일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일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해당 개정안에 대해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영화숙·재생원 등 수많은 시설과 피해자가 존재했던 사건에 '집단 수용시설'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를 진상규명 대상으로 명문화했다. 또 국가가 직접 운영한 기관뿐만 아니라 민간 시설도 조사 대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했다"라며 "이는 진실화해위가 수용시설 사건의 중요성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개정안엔 '집단 수용시설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시설에 대해 시설별로 직권 전수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피해자가 고령과 장애로 고립돼 있고 정신병원이나 요양시설에 수용돼 있는 경우가 많다 보니 진실규명 신청의 장벽이 매우 높다"라며 "정부의 역할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게 아니라 더 적극적으로 시설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24~27일)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문씨는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 자신과 같은 소년공 출신인 이 대통령에게 그는 국가 차원의 첫 사과를 바랐다. 그와 동료들은 2시간 넘는 증언을 마무리하며 국가가 나서야 하는 이유를 말했다.

"지금까지 사과한 대통령이 없었으니까요. 그때 당시 대통령이 아니었어도, 본인 잘못이 아니어도 국가를 대표해 사과해야 하는 거예요. 이재명 대통령 본인도 소년공이었으니 누구보다 잘 알 거예요. 형제복지원, 선감학원, 삼청교육대처럼 동명원 사건이 더 많이 알려져야 해요."

#동명원#피해생존자#과거사법#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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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항소법원도 “트럼프 관세는 불법” 판결

한승동 에디터

sudohaan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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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08.30 16:35

  • 수정 2025.08.30 22:55

  • 댓글 2

연방 무역법원의 1심 판결에 이어 2심도 "위헌"

미국 여론도 60% 이상이 트럼프 관세에 반대

10월 14일 상고 기한까지 일단 현행 관세 유지

상고심, 6대 3 보수법관 우위여서 예측 불허

트럼프 2기 출범 반년 만에 관세수입 121조 원

정권 바뀌더라도 '달콤한 고율관세' 못 버릴 것

트럼프 대통령의 징벌적 관세 조치는 미국 중소기업과 주 정부로부터 즉각적으로 법적 도전을 불러일으켰으며, 29일 연방 항소법원이 중소기업과 주 정부 쪽 손을 들어줌으로써 트럼프 정부를 더욱 난처하게 만들었다. 뉴욕타임스 8월 29일

미국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에 부과한 징벌적인 관세 중 많은 것들이 불법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는 지난 5월 중소기업들과 주 정부들이 트럼프 관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연방 무역법원이 내린 1심 무효 판결을 지지하는 것으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 수행에 대한 의구심과 반대여론이 한층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1심에서 연방 무역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한 상호관세와 마약 펜타닐 관련 징벌관세 조치가 대통령 권한을 벗어난 것이라며 헌법 위반이라 판결했다.

10월 14일 상고 기한까지 일단 현행 관세 유지

항소법원은 그러나 원고 쪽이나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는 10월 14일까지 집행을 연기해, 대법원이 상고심을 기각하거나 최종 무효판결을 할 때까지 현행 관세 징수는 계속할 수 있게 허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SNS 계정에 “모든 관세는 여전히 유효하다. 당파적인 법원이 관세를 철회해야 한다고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판결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미국에겐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대법원에 상고할 뜻을 밝혔다. 그는 법원이 자신의 관세 부과를 무효화해 이미 징수한 거액의 관세를 반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1929년과 같은 대공황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적인 주장을 펼쳤다.

IEEPA를 근거로 한 트럼프 관세는 위헌

미국에서 관세는 본래 의회의 전권사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977년에 제정된 국제경제비상권한법(IEEPA)을 근거로 대통령령을 발동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왔다. IEEPA는 미국 안보와 외교, 경제상의 국가 비상사태 발생 시에 대통령이 외국과의 무역 등 경제활동을 광범위하게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연방 무역법원의 지난 5월 1심 판결과 이번 연방 항소법원의 2심 판결은 모두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세기 전에 제정된 IEEPA를 근거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없다며 위헌이라고 못박은 것이다. 중소기업 등 원고 쪽은 대통령이 부과할 권한이 없는 외국상품에 대한 관세 부과 때문에 재정적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10명 중 6명 이상(반대 61%, 찬성 38%)이 트럼프 관세정책에 반대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응답자의 89%가 반대했다. 퓨리서치센터

미국 여론도 60% 이상이 트럼프 관세에 반대

법원의 판결은 트럼프 관세에 대한 미국 일반여론의 흐름과도 부합한다. 미국 조사회사 퓨리서치센터가 8월 4~10일 조사해 공표한 조사 결과는 응답자의 61%가 트럼프 관세에 반대(39%는 ‘강력하게 반대’)했으며, 찬성자는 38%(‘강력하게 찬성’은 15%)였다. 정당 지지자별로는 공화당 지지자들은 32%가 반대하고 68%가 찬성했으나, 민주당 지지자들은 89%가 반대하고 11%가 찬성했다.

항소법원의 판결에다, 트럼프 고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이 소비자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8월 이후 악화된 여론까지 가세할 경우 트펌프 관세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분은 결국 자국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것이기 때문이다.

 

8월 2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인도 특산품 시장에 인도에서 수입된 제품들이 진열되어 판매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로 인해 부과된 25% 관세를 기존 25% 관세에 추가했다. 이로써 의류, 보석, 신발, 스포츠용품, 가구, 화학제품 등 인도에서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한 총 관세는 최대 50%까지 높아진다. 이 관세는 8월 27일부터 발효됐다. 2025.8.28.EPA 연합뉴스

상고심, 6대 3의 보수법관 우위 상황에서 예측 불허

1, 2심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소송이 연방 대법원에서 역전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 미국 연방 대법원 9명의 법관 구성이 보수6 대 진보3의 비율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그리고 설사 법원 최종 판결이 관세 철폐나 인하 쪽으로 내려진다 하더라도, 이미 고관세를 통해 막대한 재원을 얻게 된 행정부가 최종 판결이 날 때까지 이미 그 관세 수입을 토대로 한 재정운용에 길들여진 나머지 관세 부과 이전으로 되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2기 정권 출범 반년만에 관세수입 121조 원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반년(1~6월)만에 관세수입이 872억 달러(약 121조 원)에 이르렀으며, 이대로 가면 관세 수입이 법인세 다음으로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관세수입이 미국정부 고정재원으로 자리잡을 경우 앞으로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고관세 정책을 폐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관세수입은 상호관세를 발동한 지난 4월부터 급증해, 6월에는 266억 달러(약 37조 원)로 예년의 4배에 달했다.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따르면, 6월 말까지 상호관세의 기본세율 10%만으로 관세수입은 177억 달러(약 25조 원)가 넘었다. 여기에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로 107억 달러(약 15조 원) 이상이 따로 징수된 것으로 CBP는 분석했다.

정권 바뀌더라도 '달콤한 고율관세' 버리기 어려울 것

이처럼 별다른 노력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이런 거액의 수입이 늘어나 정부 재정운영이 윤택해지고 고질적인 재정적자까지 손쉽게 줄일 수 있다면, 그러고도 별다른 부작용이나 저항이 없다면, 누가 이를 거부할 수 있을까. 문제는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관세전쟁 앞날에는, 미국 국내 여론이나 법원 판결에서 보듯 엄청난 부작용과 저항이 기다리고 있다. 교역 상대국들도 관세를 높이거나 미국과의 교역을 피하거나 줄이는 대응책을 강구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월 1일부터 멕시코와 유럽연합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뒤인 7월 14일 독일 뒤스부르크 항구의 자동차 터미널에 미국으로 갈 새 차들이 잔쯕 적체돼 있다. 2025.7.14.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평균실효관세율 20%대

예일대 예산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실효관세율은 지난 7월 13일 현재 20.6%로 19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수입품 가격에서 관세가 차지하는 비율도 급속히 늘고 있다. 8월 초부터 새로운 상호관세율이 발동된 뒤 “나라가 관세로 부유해질 것”이라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트럼프의 강압적 관세협상으로 미국이 외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평균관세율은 20%대인 반면 교역 상대국의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는 0%(제로)를 유지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이런 뒤틀린 상황에 환호하고 있다.

미국 세수 총액 대비 관세수입 비율 4%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지난 6월 추가관세가 2035년까지 미국의 재정적자를 2조 8천억 달러(약 3890조 원) 줄여 줄 것으로 시산했다. 세수 총액인 67조 5천억 달러의 4%에 상당하는 액수다. 미국 초당파 재정감시기구인 CRFB는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미국의 누적 재정적자가 22조 7천억 달러(약 3경 153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세수에서 관세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3년에 2.8%였다. 이는 영국의 0.7%, 프랑스의 0.006%에 비해 월등히 높고, 중국의 2.7%보다도 높았다. 지금 미국의 총 세수 대비 관세수입 비율 4%는 일부 개도국들에서나 볼 수 있는 세수구조다.

이런 상황에 익숙해지면 차기 정권을 어느 당이 잡더라도 미국은 이 구조를 깨기 어려워질 것이고, 따라서 고관세 정책이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들이 많다. 그러면 부작용과 저항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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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톈진 정상회의’에 쏠리는 세계의 이목

‘톈진 정상회의’에 쏠리는 세계의 이목

  • 기자명 박다송 기자
  •  
  •  승인 2025.08.30 10: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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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31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제25차 정상회의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디 인도 총리,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등 20여 개국 정상들과 국제기구가 참석할 예정이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출범해 인도, 파키스탄, 이란, 중앙아시아 5개국 등이 참여하며 안보·정치·경제 협력을 포괄하는 유라시아 지역 협력체로 발전했다.

상하이협력기구가 안보 중심의 지정학적 협력체라면, 브릭스(BRICS)는 경제와 금융에 방점을 두고 있다. 중국·러시아·인도·이란이 공통으로 참여해 상호 보완적 성격을 띤다. 두 기구는 비서방권의 연대를 강화하며 다극체제 형성의 양축으로 기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톈진 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 주도의 국제질서가 흔들리는 가운데 열린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의 관세전쟁이 일단락된듯 보이지만 중국, 러시아, 인도 등과의 무역 갈등이 첨예한 상황과 맞물리면서 더욱 시선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를 주목하는 이유는 세계전략이 맞부딪히는 전장이기 때문이다. 미국 세계전략의 중심이 인도·태평양으로 이동하면서 동북아는 대중국 견제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최근 뜨거운 쟁점인 한미일 공조와 소위 ‘동맹 현대화’ 역시 그 일환이다. 이에 맞서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를 통해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중동까지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맞대응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더해, 톈진 정상회의 직후인 9월 3일,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을 확정하면서 주목도는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톈진 정상회의는 비서방권이 얼마나 결속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이자, 미국이 주도해온 일극 체제와 중국, 러시아, 인도 등이 주도하는 다극 체제가 충돌하는 국제지정학 질서에 또 하나의 전장이 될 전망이다.

 박다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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