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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삶의 주인으로서, 전쟁포로인 나의 본국송환을 요구한다"

96살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통일대교까지 거동, 온몸으로 송환의지 밝혀

  • 기자명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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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8.20 16:24
  •  
  •  수정 2025.08.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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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20일 오전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초소까지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 송환의지를 재차 밝혔다.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20일 오전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초소까지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 송환의지를 재차 밝혔다.

72년이 지난 지금도 전쟁포로의 신분인 비전향장기수 안학섭 선생(96살)이 20일 오전 판문점으로 향하는 통일대교 초소까지 자신의 걸음으로 걸어가 송환의지를 재차 밝혔다.

안학섭 선생은 이날 오전 임진강역에서 동행한 40여 명의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 관계자들과 함께 1차 결의대회에 참가해 "나는 내 삶의 주인으로서, 나에게 주어진 권리인 전쟁포로로서의 본국 송환을 요구한다. 내 조국은 지척에 있는 조선이다. 노병 안학섭은 이제 조국에서 귀대보고를 마치고 눈을 감고 싶다"고 말했다.

2000년 9월 2일 비전향장기수 송환 당시 왜 북으로 가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북에서 내려온 것도, 북으로 가는 것도 모두 나의 선택이었다. 투쟁으로 점철된 나의 삶은 나에게 허락된 하나뿐인 생명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라고 했다.

지난 13일 '전쟁포로 안학섭 판문점송환 일정에 대한 중대발표' 기자회견에서 언급한대로 "이제 죽을 때가 됐는데, 죽어서까지 식민지 땅에 묻히고 싶지 않다"는 심경을 다시 밝힌 것.

송환추진단은 성명에서 "2000년 북으로의 송환을 마다한 이유는 남녘 조국에 제국주의 침략군대 미군이 주둔해서 였다. '내가 안방을 내주고 그냥 간다는 것은 내 의도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남았다'고 한 안선생의 말씀은  정치적 생명이 있는 사람의 양심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임진강역 앞 1차결의대회에서 안학섭 선생이 직접 써 온 발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임진강역 앞 1차결의대회에서 안학섭 선생이 직접 써 온 발언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날 정부의 비전향장기수 송환 적극 검토 의사가 확인된 이후 판문점으로 향하는 고령의 비전향장기수의 행보에 많은 국내외 보도진들이 관심을 보였다.

안 선생은 임진강역 대회 이후 마정교차로를 거쳐 통일대교까지 1시간동안 진행된 행진 대열의 선두에서 차량에 탑승하여 함께 이동했다.

통일대교 앞에서 행진이 멈추고, 안 선생은 송환추진단 공동단장인 이적 민통선평화교회 담임목사와 한명희 전 민중민주당 대표의 부축을 받아 군 관할 초소까지 200여 미터를 걸어가 송환의사를 밝힌 뒤 다시 기다리던 송환추진단에게 돌아와 대기하던 앰뷸런스를 타고 후송됐다.

초소에서 송환추진단에게 돌아오는 길에 안 선생은 품에서 꺼내든 '공화국기'를 자신의 몸에 두르고 자신은 '조선공민'이라는 뜻을 펼쳐 보였다. 

안학섭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안학섭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안 선생은 정규군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무시하고 이적 간첩죄를 뒤집어 씌워 무기징역을 선고한 과정에서 목격한 당시의 부패한 사회상, 전향공작 과정에서 당했던 수모와 고문, 치욕과 고통을 언급하며 "도망칠 생각을 안해봤다면 거짓말이고 자살할 생각을 안해봤다면 그것도 거짓말"이라고 치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분단과 전쟁의 역사는 다시는 반복되서는 안된다. 역사의 희생양은 안학섭 하나로 족하다. 평화와 통일의 새 역사를 만들자. 나의 발걸음이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한 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환추진단은 이날 성명을 발표해 '안학섭 선생은 현존 세계 최장기 비전향장기수이며, 지금까지도 전쟁포로'라며, 1949년 체결된 제네바 3협약의 3조와 109조, 108조(전쟁포로에 대한 인도적 대우 및 본국으로의 자동송환 원칙), 그리고 정전협정 제3조(정전협정 발효 후 60일 이내 전쟁포로의 직접 송환) 등에 따라 그의 송환을 촉구했다.

북으로 간다! 길비켜라!. 통일대교에서 군 초소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안학섭 선생과 송환추진단 일행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대교 앞에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 전쟁포로 안학섭노병 즉각 송환을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통일대교 앞에서 안학섭선생송환추진단이 전쟁포로 안학섭노병 즉각 송환을 외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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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귀연 재판부, 尹 불참 너무 쉽게 허용…여름휴정기 쉬는 등 속도도 느려"

 참여연대·민변 '내란 재판 현주소와 제언'…"한덕수·박성재·추경호 집중 수사 필요" 주장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5회 연속 불참한 가운데, 재판부가 너무 쉽게 궐석 재판을 허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주 1회만 재판을 진행하고 여름휴정기에는 쉬는 등 재판 진행 속도가 과도하게 느리다는 비판도 함께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19일 서울 서초 민변 사무실에서 '12.3 내란 재판의 현주소와 제언'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손익찬 변호사(민변 '12.3 내란 진상규명·재발방지 태스크포스' 팀장)는 "특검이 여러차례 피고인의 강제구인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강제구인이 어려울 것'이라는 서울구치소 보고서를 근거로 강제구인을 하지 않고 궐석재판을 진행했다"며 "피고인 윤석열의 궐석재판을 너무 쉽게 허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 11일 재판에서 "피고인의 출석 거부에 따라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 대신 불출석해서 얻게 될 불이익은 피고인이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고, 이어진 18일 재판도 궐석재판으로 진행했다.

 

손 변호사는 이에 대해 "궐석재판 여부는 매번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매번 재판에 앞서 강제구인 시도가 있어야 하고 불출석 사유 조사도 매번 있어야 한다"며 "사건의 중대성에 비춰봤을 때 서울구치소의 보고서만 받아보고 결정할 일이 아니라 수명법관(재판부가 조사 등 행위를 하도록 명한 법관)에 의한 조사 등 적극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피고인 강제구인은 인권침해'라는 지적에는 구인 가능성의 "제대로 된 조사 없이 궐석재판이 허용되는 것은 안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다"며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론했다.

 

내란 재판이 과도하게 지체되고 있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손 변호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사건도 함께 심리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 진행이 지나치게 느리다"며 "재판부가 윤석열 사건만 전담하는 등 방안을 통해 최소 주 3회 이상 심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손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재판이 2017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9개월여 간 통상 주 3회씩 총 105차례 진행된 반면,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은 지난 4월부터 4개월여 간 통상 주 1회 진행돼 현재까지 14차례 진행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국정농단 재판이 여름휴정기에도 여덟 번 열린 반면, 내란 재판은 여름휴정기에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는 점도 두 재판 진행의 차이점으로 꼽혔다.

 

손 변호사는 또 "국가적 법익의 침해가 문제되는 내란 재판에 관해서는 국민도 알 권리가 있다"며 내란 재판 영상중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서는 그간 내란 재판의 진행 경과와 전망, 내란특검의 집중수사가 필요한 사안에 대한 제언도 있었다.

 

김태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간사는 윤 전 대통령 내란 재판 진행에 대해 "세 가지 핵심적인 사실관계 중 '계엄군과 경찰의 국회 침탈 및 봉쇄'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검증이 이뤄졌고, 7월부터는 '계엄군의 선관위 점령' 관련 사실관계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며 "관련 증인 신문이 마무리되면 이후 '경찰과 방첩사의 주요 정치인 체포 작전' 관련 검증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재판에 출석한 증인은 모두 군인인데, 대부분의 증인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등이 윤석열과 직접 통화하면서 국회의사당 침탈과 선관위 침탈에 관한 지시를 한 사실을 증언했다"고 짚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내란특검이 향후 집중수사해야 할 사안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계엄 심의 국무회의 관련 행적과 역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계엄 관련 지시사항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당시 여당 지도부의 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 등을 제시했다.

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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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비전향장기수 6명 송환 적극 검토 의견

기자명

  •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5.08.19 11:58
  •  
  •  수정 2025.08.20 07:23
  •  
  •  댓글 1
 
지난 12일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추진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의 추석전 송환을 축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지난 12일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 추진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전향장기수들의 추석전 송환을 축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북한과의 대화채널 복원을 목표로 하는 통일부의 '남북관계 정상화·안정화' 조치가 연일 언급되고 있다.

전날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과의 대화 재개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이라고 답하며, 이른바 '참수작전'을 의미하는 한미연합 특수작전훈련 '티크 나이프'(Teak Knife)를 특정해 중단해야 한다고 언급한데 이어 19일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나 북한인권보고서 비공개 전환, 6명 비전향장기수 송환 등 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검토의사를 밝혔다.

이 당국자는 "정부는 안학섭씨를 포함하여 비전향장기수 문제에 대해 인도적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고 하면서 "다만 8월 20일 송환 요청과 관련해서는 시간이 촉박하고 북한과의 협의, 관계기관과 협력 등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이 문제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통일부에 전달된 송환요청 대상자는 안학섭씨를 포함해 총 6명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2일 비전향장기수 2차송환추진위원회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개한 송환 대상자는 김영식(1934.7. 92살), 박수분(1930.1. 96살), 안학섭(1930.4. 96살), 양원진(1929.9. 97살), 양희철(1935.9. 91살), 이광근(1945.10. 81살) 등 6명의 비전향장기수. 그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공민이며 평양시민'이라며 송환을 요구하는 김련희씨가 거론됐다. 

송환 희망자 중에는 일부 전향장기수도 있으나 이들은 자신들의 전향이 당시 행형당국에 의해 폭압적으로 강요당한 것이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1953년 4월 전쟁포로로 체포되어 1995년 8.15 광복절 특사로 나올때까지 42년 4개월의 수감생활을 한 안학섭씨의 경우 오는 20일 임진각 통일대교에서 판문점까지 직접 이동해 북으로 가겠다며, 통일부에 유엔사 및 북측과 협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 상태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생존 비전향장기수는 모두 대한민국 국적이 있고 과거에 전향한 분도 있다.  본인들은 강제전향이라고 했고, 국가기관이 인정한 바도 있는 등 굉장히 다양한 형태가 있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그분들을 관리하지는 않고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현재로서는 (송환희망자가) 6명인데, 추가로 더 나올 수 있다고 예상은 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숫자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련희씨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비전향장기수와 경우가 다르고, 탈북자 일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별도 검토는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송환 여부는 결국 북의 수용의지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북측이 협의에 응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더욱이 납북·국군포로 등에 대한 반대급부가 조건부로 제기될 경우 실제 송환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이 당국자는 또 앞으로 '북한인권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서는 올해 보고서를 비공개, 내부용으로만 만들고 따로 공개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인권과 관련해서는 통일부 내부 자료로 실태조사를 계속 해왔으며, 생산·관리된 자료는 법률에 따라 법무부에 이관 보존해 왔으나 윤석열정부에서 2023년과 2024년 두차례에 걸쳐 이를 '북한인권보고서'라는 이름으로 공개했다.

이날 설명의 요지는 "공개 비난 위주의 공세적·대결적 북한인권정책이 북한주민의 실질적 인권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본다"는 것.

이 당국자는 "인권문제는 자유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북한인권법에서도 실질적 인권 개선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같은 사회권 영역과 함께 균형있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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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트럼프가 들이밀 6대 청구서는?

기자명

  •  한경준 기자
  •  
  •  승인 2025.08.19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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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5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의 향방을 가를 중요한 분수령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할지, 아니면 자주적 목소리를 낼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윤석열 정부가 보여온 ‘추종 외교’와는 다른 길을 이재명 정부가 보여줄 수 있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밀 것으로 예상되는 ‘5대 청구서’에 대해 철저한 대응이 필요하다.

① 동맹 현대화, 주한미군 역할 재편

첫 번째 청구서는 ‘동맹 현대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주한미군의 규모와 성격을 재검토하고, 한국군을 대중국 전쟁에 더 깊숙이 참여시키려 할 가능성이 높다. 동맹 현대화는 주한미군의 역외 진출뿐 아니라 한국의 역할과 부담 확대까지 포함한다. 사실상 대중국 전쟁에서 주한미군의 참전과 한국의 개입을 염두에 둔 구상이다.

지난 8일 제너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동맹을 현대화하면 미국군이 다른 역할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 예시로 지난 4월 주한미군 패트리 미사일이 중동으로 전개된 것을 들었다.

문제는 이러한 전환이 한국의 이익과 직접적으로 배치된다는 것이다. 한국군이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분쟁에 간접적으로라도 개입할 경우, 중국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국익중심' 외교는커녕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굴종외교를 의미한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의 참전은 평택, 군산 등 주한미군 기지가 중국의 타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② 국방예산, 증액 요구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을 두 번째 청구서는 국방예산 증액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한미 합의 초안을 입수해 미국이 한국에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8%로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피트 헤그셋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 동맹국들에게 국내총생산(GDP) 대비 5%까지 국방비를 늘릴 것을 요구했다. 한국의 국방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8%로 62조 원이다. 국방비가 두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 14일 “모든 아시아 동맹국은 집단방어의 부담을 질 준비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은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이 전방위적으로 국방비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국방비 증액 요구는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안보 전략을 미국의 요구에 맞추라는 압박이기도 하다. 미국이 원하는 수준의 국방비를 맞추는 순간, 한국은 안보 전략을 스스로 설계하기보다 미국이 그려놓은 틀에 맞춰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 이는 곧 한국의 안보가 ‘미국의 대중국 전략’에 종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이 미국을 위한 '전시 국가'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③ 방위비 분담금

트럼프 대통령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때도 “한국은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앞세워 사상 최대 규모의 분담금 인상을 요구했다.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한국을 겨냥한 일방적 ‘청구서’가 예고되고 있다.

이번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은 주한미군 주둔비와 연계해 분담금을 대폭 증액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달 8일, 트럼프는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대한민국은 충분히 부유하고 역량 있는 국가로서, 자신들의 군사 안보를 위한 비용을 더 책임져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후보 시절에도 “우리가 다시 집권하면 한국은 우리에게 연간 100억 달러까지 지불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④ 한일 관계, 삼각동맹 압박

 

트럼프 대통령이 내밀 네 번째 청구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삼각동맹 가속이다. 미국은 오래전부터 ’동북아 안보의 핵심은 한미일 협력‘이라는 기조를 강조해 왔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곧바로 한일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배경에도 이런 압력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한미 관계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대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전진 기지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한일 안보 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의 군사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은 ’전쟁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의 전환이라는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한미일 동맹의 본질은 미국의 군사 전략에 한국을 종속시키는 구조다. 이는 곧 한반도를 미·중, 미·러 갈등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한국이 자주적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뒷전으로 밀리고 전쟁이 가속화될 수 있다.

⑤ 관세 협상, 도장 찍을까?

이번 정상회담의 민감한 의제 중 하나는 단연 관세 협상이다. 기본 합의안을 도출하며 일단은 진전을 본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 내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1,0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구매를 약속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기초 합의안'일 뿐, 세부 조항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남아 있다.

문제는 트럼프 행정부가 고율 관세라는 압박 카드를 여전히 쥐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지정한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50% 관세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미국 내 생산 기반을 갖추지 않은 외국산 반도체에 대해서 10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을 정조준한 조치다. 한국의 철강·자동차·반도체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관세 인상은 곧 수출 물량 축소와 기업 매출 타격, 나아가 일자리 위축으로 직결된다.

또한 3,5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창출하라는 의미다. 미국 현지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한국 내 생산기지와 일자리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불가피하다.

⑥ 알래스카, 에너지·자원 투자 강탈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할 여섯 번째 청구서는 알래스카 투자다. 에너지 안보를 핵심 과제로 내세워 한국이 알래스카의 가스와 광물 개발에 대규모로 참여할 것을 압박할 예정이다.

알래스카 투자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위한 기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대규모 탐사·인프라 건설에는 수십조 원이 필요하며, 운송·가공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성이 불투명하다. 이미 엑손모빌과 콘코필립스 철수한 바 있다. 미국이 ‘투자 파트너’라 부르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리스크와 비용을 떠안는 구조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자주 없는 동맹은 ‘굴종’

이재명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동맹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할 때 지속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미국의 일방적인 청구서에 굴복하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한국은 종속을 벗어날 수 없다. 한반도의 평화와 국민의 자주적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결단이 요구된다.

 한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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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판까지 노조법 개정 발목 잡는 재계, 민주노총 ‘원안 사수’ 총력전

노조법 2·3조 개정안, 24일 표결 처리할 듯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비롯한 경제6단체 대표들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조법 개정안 수정 촉구 기자회견에 들어서는 가운데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 관계자들이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재계와 국민의힘이 막판 발목잡기에 나서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원안 사수를 내걸고 총력전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목전에 둔 이번 주 내내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 원안의 즉각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18일에는 민주노총 등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대거 결합한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운동본부)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불법행위로 이윤을 획득해 왔던 경영계가 이제는 노동조합과의 교섭을 통해 올바르게 기업을 경영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은 경제계의 몰염치를 대변하는 역할을 하지 말라. 국회는 경제계의 억지 주장에 흔들리지 말라”고 잘라 말했다.

노조법 개정안은 국회 공청회와 법안 심사 등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논의를 거쳐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두 차례 통과된 바 있다. 더욱이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대안으로 정리된 개정안은 그간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요구를 최소한의 수준으로 담아낸 것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후퇴는 안 된다는 게 민주노총의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비롯한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이 가시화되자 “사회적 대화를 통한 노사 간의 협의 없이 법안 처리가 강행되고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법 개정에 대한 토론을 거부해 온 건 오히려 경영계였다. 그간 노동계는 노조법 개정안을 반대해 온 경총 등을 향해 공개 토론을 제안해 왔지만, 경영계는 이에 응하지 않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왜곡 선동만 이어왔다.

더욱이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해야 한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잇따라 나오는 상황에서도,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를 묵살하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남발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경식 경총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의 CJ대한통운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 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온 데 이어 법원의 1, 2심 판결까지 나온 상황이지만 교섭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운동본부는 18일 노조법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 소통관을 찾은 손경식 회장을 향해 “노조법 개정 반대 운운하기 전에 원래 있는 법부터 지키라”며 “CJ택배노동자와의 단체교섭 거부는 불법”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원안 즉각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속노조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이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노조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진보당


19일에도 금속노조와 민주일반연맹, 청년단체들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후퇴 없는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외쳤다.

20일에는 보건의료노조와 공공운수노조, 21일에는 건설산업연맹이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연다. 22일에는 민주노총과 운동본부, 진보당이 국회 본청 계단 앞에 모여 기자회견을 연 뒤 같은 날 저녁 국회 정문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원안 통과 끝장 투쟁 문화제를 진행한다.

한편, 당초 국회 본회의는 21~24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여야는 협의를 거쳐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열리는 22일을 제외하고 21일과 23~25일 본회의를 열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비롯한 쟁점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인데, 국민의힘은 이들 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한 상태다. 이러한 계획에 따르면, 노조법 2·3조의 경우 23일 본회의에 상정돼, 24일 처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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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 돈다발 증거 분실' 파문 확산... "매우 엄중" 법무장관 감찰 지시

검찰이 지난해 무속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자택에서 압수한 5천만원 신권 '뭉칫돈'의 출처를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전씨의 자택에서 나온 한국은행이 적힌 비닐로 포장된 돈뭉치. ⓒ 연합뉴스 = 독자 제공

서울남부지검이 건진법사 전성배씨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의 띠지를 분실한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성호 법무부장관이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감찰을 지시했고, 대검찰청 감찰부가 즉시 감찰에 돌입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증거인멸"이라며 특검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19일 오후 3시 법무부는 정성호 법무부장관의 감찰 지시 사실을 알렸다. 법무부는 "정 장관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서울남부지검의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문제'와 관련하여, 이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므로 진상파악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에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정 장관이 대검에 감찰을 지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 직후 노만석 대검찰청 차장검사(검찰총장 직무대행)는 대검 검찰부(감찰부장 김성동)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 대검은 "대검 감찰부는 즉시 감찰3과장(김윤용)을 팀장으로 하는 조사팀을 구성하여 서울남부지검으로 보내 감찰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후 6시 15분경 정 장관은 이와 관련해 SNS에 직접 글을 올렸다. 그는 "금융사건 수사 전문 검찰청인 서울남부지검이 중요 증거를 이렇게 허무하게 '분실'하는 것도 모자라, 사기 저하를 우려해 감찰조차 하지 않았다는 해명은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누구에게는 서슬퍼런 칼날이 되고, 누구에게는 성긴 그물이 되는 수사는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라고 적었다. 이어 "감찰 과정에서 작은 의혹이라도 발견된다면 대검은 신속한 후속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건진법사 전씨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한국은행 관봉권 등 현금 1억6500만 원을 찾았다. 개인에게 지급되지 않은 관봉권은 5만 원권 100장 단위마다 띠지로 묶여 있고, 관봉권 10개 묶음은 스티커가 붙은 비닐로 포장됐다. 관봉권 띠지와 스티커에는 현금을 검수한 날짜·시간, 담당자 코드 등이 적혀있어 통상 출처를 파악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런데 이후 서울남부지검이 그 띠지와 스티커 등을 분실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직원이 현금을 세는 과정에서 띠지와 스티커 등을 잃어버렸다는 게 남부지검 측의 설명이다. 결국 핵심 단서를 분실함에 따라 자금 출처 규명은 실패로 돌아갔다. 남부지검 내부에서 띠지와 스티커 분실 사실을 확인된 건 지난 4월이었지만, 이후 감찰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SNS를 통해 "현금 '띠지'나 관봉권 '스티커'는 현금 출처를 추적하는 매우 중요한 증거다. '분실했다'는 건 수사 상식에도 맞지 않다"면서 "김건희 특검에서 과연 고의로 분실한 것인지 아닌지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러니, 검찰이 스스로 해체를 재촉한다는 소리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논평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으며, 수사를 진행한 검찰의 조직적 증거인멸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면서 "수사 담당자들이 권력자와 관련된 사건의 증거를 조직적, 의도적으로 폐기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을 향해 "이번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지난 2022년 통일교 쪽으로부터 받은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과 청탁 내용을 김건희씨에게 전달해 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이날 법원에 전씨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건진법사로 불리는 전성배씨가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백 등을 받은 뒤 김건희씨에게 전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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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첫 주미대사에 강경화 전 장관 내정

 이재명 정부 첫 주미대사에 강경화 전 장관 내정

 

 

이재명 정부 첫 주미대사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내정됐다.

 

18일 SBS는 "이재명 대통령이 강경화 전 장관을 주미대사로 내정하고 미국 정부에 주미대사 임명을 위한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접수국의 사전 동의)을 요청할 계획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오는 25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인사 조치다.

신임 대사 아그레망에는 통상 4~6주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외교부 장관이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헌정사상 첫 여성 외교부 장관의 이력을 지녔다. 외교부 연구원을 거쳐 주UN 대한민국 대표부 공사, UN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부대표, UN 사무총장 정책특별보좌관 등을 지냈다. 현재 아시아소사이어티 회장을 맡고 있다.

 

닷새 앞으로 다가온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주일대사도 내정됐다. 이재명 정부 첫 주일대사로는 이혁 전 주베트남대사가 내정됐다.

 

이혁 전 대사는 주일대사관 공사, 동북아1과장, 아시아태평양국장 등을 지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과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조만간 주미·주일대사 인선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주미대사로는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 주일대사로는 이혁 전 주베트남 대사가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18일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조만간 미·일·중·러 4강 대사를 임명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가운데 일부 국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대희

독자 여러분의 제보는 소중합니다. 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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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영의 아내이자 동지, 우리 할머니의 '글꼴'이 나왔습니다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우리 할머니가 독립운동가라고 느껴 본 적은 없었다.

나를 안아주고 업어주고 늘 따뜻하게 감싸 주기만 한 할머니였다. 억세고 강건하고 단호해야 할 수 있을 것 같은 독립운동가와 우리 할머니는 연결 지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지만 우리 할머니는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기며 반평생을 독립운동가로 살아온 분이다. 할아버지 우당 이회영과 가족 모두가 함께 '투쟁'한 활동을 오래 전에 책으로 냈다. 할아버지 여섯 형제 분들이 모두 가솔을 이끌고 서간도로 이주한 것부터 신흥무관학교를 중심으로 전개한 항일운동의 과정이 책에 담겨있다. 아사 하거나 고문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 할아버지들, 이루 말로 다하기 어려운 비극적 가족사까지 그 책에는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그것이 <서간도 시종기(이은숙 저)>이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후 독립운동가로 서훈을 받았다.

최근 우리 가족에게는 아주 기쁘고 영광스러운 일이 하나 생겼다. 할머니의 서체가 완성된 것이다. 그것은 육필원고의 글씨체를 정형화해서 만들었다. 서체의 이름은 '광복 이은숙' 글꼴이라고 붙여졌다. 할머니의 글씨는 강건한 중심이 있으면서도 유연하게 여분을 품고 있었다. 글맵시는 자유스러우면서도 깨지지 않는 격식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엉겁결에 할머니의 저서에 만만치 않은(?) 기여를 했다. 원고를 묶은 원본 책의 제목을 붓글씨로 내가 쓴 것이다. 제목 중에는 '할머니 자서전'이라는 문구가 있다. 그것이 나의 참여를 만방에 알리는 실마리이다. 흔쾌하게 마음먹고 쓴 것도 아닌데 할머니의 저서 덕에, 나는 책과 함께 영원히 익명의 손자로 등장하게 됐다.

할머니는 초겨울 방문을 열고 엄동설한의 그 기억을 모았다

광복 이은숙 글씨체 소개 ⓒ 광복8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서체를 하염없이 보면서 할머니의 삶을 상상하게 된다. 내 어릴 적 보아 온, 책을 쓰고 있는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는 햇볕이 가득 들어오는 마당 쪽 방문을 열어 놓고 글을 쓰셨다. 햇빛을 옆으로 받으며 앉아서, 무릎을 세워 책상 삼아 글을 쓰셨다. 무릎 위에 놓는 단단한 책받침은 아버지의 작품이었다. 할머니의 자세에 맞게 편히 글을 쓸 수 있도록 아버지가 직접 재단하고 만들어 드렸다.

할머니는 마치 붓글씨를 쓰듯이 펜의 중간 위를 잡고 글을 아래로 써 내려갔다. 펜 끝에 힘이 많이 들어갈 수 없는 옛 필법이었다. 그렇게 쓰면 글씨 또한 커지기 때문에 펜도, 원고지도 특수해야 했다. 그래서 아버지가 한지류의 적당하게 부드러운 종이를 찾았다.

큰 한지를 크기에 맞춰 가지런하게 잘라 저술 용지로 묶어 드렸다. 펜은 굵은 사인펜을 사서 끝이 부드러워지도록 이겼다. 붓펜이 따로 없던 시절이어서 아버지가 이런 방법을 고안했다. 끝이 풀린 굵은 사인펜은 할머니의 손과 팔에 무리가 안 가게 했고 잉크도 적절하게 풀려 나왔다. 왜 할머니의 사인펜은 새것도 항상 헌 것처럼 끝이 이겨져 있는지 그때는 궁금했다.

할머니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던 시기에 나는 초등학교 입학 전후여서 그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다만 할머니가 무엇인가 쓰고 계셨고 그러기 위해서 늘 골똘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았다는 기억을 한다.

초겨울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 때에도 할머니는 방문을 열어 둔 채 두꺼운 스웨터를 입고 마당을 내다보며 글을 썼다. 마당에서 놀고 있는 막내 손자와 가끔 눈이 마주치면 예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여느 때처럼 나의 놀이에 눈길을 계속 주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할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그 옛날 엄동설한의 기억 속으로 생각을 모아가고 있었던 것 같았다. 잎을 거의 떨군 화단의 겨울나무들을 보는 할머니의 눈길은 그보다 훨씬 멀리, 닿지 않는 곳에 가 있는 것 같았다. 얼마를 그러다가 천천히 눈길을 되돌려 다시 사인펜의 윗부분을 잡고 붓글씨를 쓰듯 몇 줄을 술술 써 내려가곤 하셨다.

추위와 기아는 이제 옛 얘기가 됐을지 몰라도 그 겨울들에 묻혀 있는 고난의 시간을 어찌 따뜻한 온기에서 맞이할 수 있을까? 가늠할 길 없는 할머니의 눈길이 그렇게 수없이 겨울을 오가며 할머니의 과거는 뭉툭한 글씨로 하나씩 종이 위에 옮겨졌다.

할머니는 기억이 나지 않을 때 종종 갑자를 꼽았다. 왼손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네 손가락의 마디를 하나씩 짚어 가며 중얼거리곤 했다. 기억을 불러오다가 다시 고쳐 되뇌고를 반복했다. 어떤 경우에는 연이어 갑자를 꼽고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억의 정확한 자리를 찾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또 몇 줄을 써 내려갔다.

간혹 손가락 마디를 계속 짚다가 마치 찾고자 한 것을 찾지 못한 것처럼 손을 탁탁 털고 원고용지를 접은 후 일어나기도 했다. 그럴 때는 한 줄도 더해지지 않았다. 나중에 그것이 시기를 기억하기 위해 갑자를 꼽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어린 손자의 눈에 그것은 정말 희한한 행동이었다. 언젠가 할머니께 여쭈어본 적이 있었다.

"할머니 손에 뭐가 있어?"

할머니는 웃으며 갸름한 손바닥을 보여 주셨다. 거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잔주름 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주름 속에 담겨 있는 수많은 사연을 그 당시에는 헤아릴 수 없었다. 할머니는 실망한 표정의 막내 손자를 안고 상기된 볼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셨다.

<서간도 시종기>는 거의 전적으로 할머니의 기억 속에서 나온 것이다. 할머니에게는 다행히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경험을 회상하고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중요한 자리가 있었다. 할머니의 생신이 되면 아침부터 과거의 동지들이 할머니를 찾아왔다. 버릇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할머니 무릎에 앉지는 못했다. 그래서 오며 가며 본 장면과 소리로만 기억이 남아 있다.

해마다 생신 때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여러 어르신들이 할머니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슬퍼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모두 혁명가들이어서 그런지 노인들임에도 대체로 목소리가 우렁우렁하고 쾌활했다.

국사 교과서에서 다시 만난 할아버지, 할머니의 동지들

광복 이은숙 글꼴 ⓒ 광복80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우당장이 이런 말씀을 하셨지요."

종종 이런 말씀을 여러 분이 하셨다. 그리고 때로는 씁쓸하게 혀를 차기도 하고, 때로는 껄껄 웃기도 했다. 해마다 오던 동지들 중 여러 분은 나중에 중고등학교 시절 국사 교과서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교과서에 독립운동가로 소개된 것을 보고 비로소 그분들을 정확하게 알게 됐다.

할머니 책의 제목을 쓴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아버지가 할머니 책의 표지 제목을 나에게 붓글씨로 쓰라고 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는 서예 특별활동이 있었는데 우리 반의 담임 선생님이 그 지도 교사였다. 좋으나 싫으나 나는 서예 연습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서예 숙제를 하느라 밤늦게까지 연습할 때마다 아버지가 지켜보며 칭찬해 주셨다.

처음에는 가로 획과 세로 획만 수 천 번 이상 연습했다. 글자를 쓰게 된 것은 시간이 꽤 지난 그다음이었다. 획 하나하나는 그런대로 모양을 갖춰도 획들이 모인 글자를 균형 있게 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획은 살았지만 글자는 깨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더 나아가 여러 글자가 모인 글을 하나의 화선지에 정연하게 쓰는 것은 말할 수 없이 어려웠다.

아버지가 할머니 책의 제목을 쓰라고 했을 때는 이제 막 화선지 위에서 줄 맞추랴 크기 맞추랴, 여러 글자들을 놓고 씨름하고 있을 무렵이었다. 자신도 없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흔쾌하게 그것이 나의 일인양 생각하며 쓰겠다고 했던 것 같지는 않다.

어느 날 아버지가 먼저 벼루에 먹을 갈아 놓고 화선지도 여러 장 미리 준비하셨다. 그날 수없이 많은 화선지를 버렸다. '서간도'가 그런대로 써지면 '시종기'가 비뚤어지고 다행히 '서간도 시종기'까지 괜찮았는데 '할머니 자서전'의 간격이 너무 떠서 볼 수가 없었다. 쓰고 또 써도 그다지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았다.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 그중에 가장 나은 것을 골라 책 표지를 만들기로 했다. 나는 마음에 썩 들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잘 썼다고 했다. 나중에 할머니도 아주 좋아했다. 그것이 지금 표지에 붙어있는 <서간도 시종기 (할머니 자서전)>이다.

<서간도 시종기> 책표지 ⓒ 일조각

그 이후 나의 서예 실력은 더 나아져 이런저런 대회에 나가 제법 상도 받았다. 글씨를 잘 쓴다는 소리도 종종 들었다. '다시 쓰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았지만 할머니 책은 이미 나의 초등학교 5학년 글씨를 표지로 완성돼 있었다. 그것은 다시 봐도 그리 잘 쓴 글씨는 아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할머니 책의 표지를 볼 때마다 할머니가 고사리 손 어린 손자를 안고 계신 것 같아서 엉성한 글맵시가 오히려 편안해 보이기도 한다.

할머니의 삶을 담고 있는 서체는 준엄한 기품이 있지만 엄격한 틀을 강요하지 않는다. 중심이 흔들리는 듯 획이 날기도 한다. 그렇지만 다음 획으로 이어지고 또 글자에서 글자로 가는 사이에 강건함과 유연성이 화합하며 균형을 잡는다. 할머니의 서체는 하나의 불균형을 염려하지 않는다. 끝내 전체와 어울리는 조화를 이루어 낸다. 할머니의 서체에는 각기 다른 양상이 충돌하며 연결되는, 다차원적 구성의 아름다움이 있다.

굴종을 강요하는 세월에 흔들림 없이 맞서고, 또 견디며 결국 소화화고, 이겨낸 할머니의 삶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까? 고사리 손 어린 손자도 이제 손바닥에 잔주름이 잡히고 있는 환갑쟁이가 됐다. 세월을 그렇게 먹도록 아직 배우지 못한 것을 할머니께 여쭙고 싶다.

"할머니 어떻게 그렇게 사실 수 있었어요?"

#독립운동#할머니#우당이회영#서간도시종기#광복이은숙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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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학살을 막지 못한 '침묵의 공모자'가 될 것인가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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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5.08.19 06:05

  • 수정 2025.08.19 07:05

  • 댓글 1

내가 알던 모든 이가 죽고 모든 곳이 사라졌다면

가자 완전 점령과 서안 합병을 선언한 네타냐후

변한 적이 없는 집단 학살과 인종청소라는 목적

서방 선진국과 초국적 자본이 공모한 전쟁범죄

중동 아랍 정권들에게로 향하는 분노와 배신감

분노와 공포가 무력감과 수치심으로 변하기 전에

일요일인 20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이스라엘 접경인 지킴 검문소를 통해 북부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 물자 트럭에 접근하려다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숨진 이들의 시신을 가자시티의 시파 병원으로 옮긴 뒤 오열하고 있다. 2025. 07. 20 [AP=연합뉴스]

"가자의 심각한 상황을 이해하려면, 당신이 자라면서 알게 된 모든 사람을 생각해봐야 한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모와 삼촌, 사촌들,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낸 친구들 … 이제 그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상상해 보라. … 당신은 매일 수 시간을 들여 음식을 찾거나 깨끗한 물을 구해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 사이 그녀는 폭격으로 두 다리를 잃었고, 병원에서 마취제가 떨어졌기 때문에 다리를 절단할 때 당신은 그녀의 손을 잡아야 했다. … 자라면서 놀던 장소, 생일을 축하하던 친구들의 집, 첫 데이트를 했던 장소, 모든 것이 사라지고, 끝없는 회색의 폐허가 됐다.

당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이 밀가루 한 봉지를 구걸하며 땀에 젖은 절박한 인파를 밀치며 지나가던 중 총소리를 듣고 땅에 쓰러진다."

미국의 진보 언론 <자코뱅>의 필자인 브란코 마르체틱(Branko Marcetic)은 지금 가자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살육, 굶주림, 질병으로 뒤덮인 집단 학살 속에서 230만 명이 살던 사회가 완전히 파괴되는 과정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 제노사이드는 이제 그야말로 종말적 단계를 향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의 네타냐후 정권은 가자지구의 완전 점령과 서안지구의 합병을 선언했다. 이미 가자지구의 80% 가까이를 군사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은 이제 나머지 3개 도시(가자 북부의 가자시티, 가자 중부의 데이르 알-발라와 누세이라트)까지 완전히 파괴하고 점령할 계획을 발표했다. 그리고 서안지구에 정착촌 3천 채 이상을 추가 건설할 계획도 승인했다.

이스라엘 국회에서는 서안지구를 이스라엘 영토로 선언하는 결의안이 71 대 13으로 통과됐다. 이것은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개념 자체를 없애버리려는 시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네타냐후와 초강경 극우 시온주의자들은 ‘시나이반도에서 골란고원과 시리아 남부를 거쳐 유프라테스강까지’ 이어지는 대(大) 유대 국가 건설로 나아가려는 구상도 숨기지 않고 있다.

네타냐후 정권과 그 최대의 후원자인 트럼프 정권은 처음부터 '영구 휴전'과 '점령군의 철수'라는 하마스의 요구를 들어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인질'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휴전 협상'에 대한 모든 움직임은 그저 시간 끌기를 위한 사기극과 쇼에 불과했다. 인종청소를 완수하며 팔레스타인의 영토를 강탈하고 자원을 약탈하려는 그들의 목표는 변한 적이 없었다.

 

물론 가자와 서안의 고립 분산된 극히 일부 지역에 아무런 독립적 권한도 없는 '팔레스타인 국가'를 허용해줄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진정한 국가가 아니라 가짜 국가에 불과하고, 아랍의 독재 정부들과 유럽연합 등에 체면치레하라고 던져줄 텅 빈 포장지일 뿐이다. 이스라엘 점령군은 이러한 진실을 가리기 위한 가자의 언론인 표적 암살을 더욱 강도 높게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까지 사망한 가자의 기자와 언론인 수는 240명을 넘어서고 있는데 이것은 미국 남북전쟁, 1차 세계대전, 2차 세계대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유고슬라비아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발생한 언론인 사상자 수를 전부 합친 것보다 더 많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 주식 시장이 세계 어느 곳보다 더 높은 수익 상승률을 보이면서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스라엘의 최첨단 군사 기술과 주변 국가들에 대한 군사적 공격의 성공을 보면서 국제 자본과 투자자들은 아낌없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시장은 중동의 명확한 승자를 지목하고 있다"라고 이것을 평가했다. 결국,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은 발전한 서구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와 초국적 자본들이 공모한 집단 학살이다.

그 핵심에는 네타냐후와 함께 트럼프가 있다. 반제국주의 사상가 질베르 아슈카르는 이렇게 지적한다. "논평가들은 트럼프가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려는 열망이 있는 인물로 묘사하고 있다. … 그러나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총리에게 '평화'를 강요했다는 보도는, 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거짓 소문일 뿐이다. … 실제로 트럼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을 추방할 계획을 자유롭고 공개적으로 세우도록 허용한 인물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전폭 지지하는 이유는 중동 패권에 대한 그들의 뚜렷한 이해관계의 일치 때문이다. 흔히 사람들은 '미국은 중국과 대결하기 위해 이제 중동에서 발을 빼고 싶어 한다'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 중동 석유와 에너지에 대한 의존이 결정적인 나라다. 미국은 중국과 대결을 위해서도 중동 패권을 놓칠 수가 없다.

 

'미국이 아시아로 회귀한다'는 떠들썩한 논란과 달리 미국은 중동 지역의 군사기지나 군병력을 크게 감축한 바가 없다. 이것이 얼마 전 트럼프가 네타냐후와 함께 이란을 폭격한 이유이고,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이스라엘 합동 폭격의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유다. 그리고 이 점에서는 독일과 영국, 유럽연합도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이들은 가자에서 매일 죽어가는 1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의 생명보다, 가자에 남아있다는 50여 명의 이스라엘 '인질'의 안전에 대한 노골적인 선택적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과 기아 학살이 최정점에 달하면서 이들 나라의 정부마저도 최근에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라는 선언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팔레스타인 국가는 앞서 언급했듯이 껍데기뿐인 가짜 국가를 뜻한다. 그러므로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에 대한 유럽 정부들의 립서비스는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막아서기 위한 실질적 조치는 취하지 않으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새롭고 창의적인 수법'이라는 냉소적인 반응과 비판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팔레스타인 민중이 가장 큰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중동과 아랍 정권들의 태도다.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말만 하면서 집단 학살을 막기 위한 어떤 실질적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중동과 석유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해 온 아담 하니에(Adam Hanieh)는 그 이유를 이들 친미 독재 정권들과 미국의 동일한 이해관계로 설명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이집트 같은 국가들은 미국의 프로젝트와 근본적으로 다른 입장에 있지 않다. … 미국과 걸프 국가들 사이에는 극도로 긴밀한 협력 관계가 있으며, 이는 트럼프 하에서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현재의 미-러 협상을 주최하고 있다는 사실과 UAE가 향후 10년간 미국에 1조 4천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는 최근 발표에서 볼 수 있다. … 따라서 우리는 아랍 국가들이 트럼프가 제안하는 방식의 인종청소와 '정상화'에 근본적으로 반대한다고 해석할 수 없다."

 

베트남 전쟁부터 미국의 제국주의 역사와 패권 전략을 분석해 온 생태사회주의자 조나선 닐은 미국, 유럽연합, 아랍의 정권들이 집단 학살을 막지 않는 더 중요한 이유를 지적한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두려움을 원했다. … 그들은 우리에게 그들이 무엇이든 할 수 있고, 우리가 그것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로운 기준을 만들고 있다. … 인종차별적 살인, 난민 박해, 학살이 정상화된 세상. … 우리의 분노와 공포가 두려움, 무력감, 그리고 수치심으로 변할 위험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결국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얼마 전 광복 80주년을 기념했듯이, 베트남이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프랑스에 맞서서 식민지 해방을 이루었듯이, 팔레스타인도 언젠가는 반드시 해방될 날이 올 것이다. 조선일보는 며칠 전 '우리가 파병까지 해서 막으려 한 베트남 빨갱이 호찌민의 동상이 왜 서울에 있냐'고 호통치는 칼럼을 실었는데, 언젠가는 팔레스타인 민족해방 투사의 동상이 서울에 세워질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먼 미래에 세워질 동상이나 기념비가 아니다. 지금 집단 학살을 지켜보고 침묵하고 나서 나중에 그것을 돌에 새기고 애도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가 우리를 집단 학살을 막지 못한 침묵의 공모자로 기록하도록 놔둘 수 없다. 21세기에 최초로 벌어지는 주요 선진 국가들이 공모한 이 공공연하고 끔찍한 집단 학살을 멈추기 위해 지금 당장 더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

☞ 가자지구 4차 피해주민 긴급구호

☞ 한국석유공사는 가자지구 가스전 수탈을 멈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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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기존 남북 합의 단계적 이행 준비하라”

  •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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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일
    2025/08/19 08:29
  • 수정일
    2025/08/19 08: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기자명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8.18 10:45
  •  
  •  수정 2025.08.18 14: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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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 대통령.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18일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이 대통령. [사진 갈무리-KTV 유튜브]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관련 부처는 기존 남북합의 중에서 가능한 부분부터 단계적인 이행을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날부터 한·미 연합군사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가 시작된 가운데, ‘을지국무회의’를 주재한 그는 “급변하는 대외 여건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키고 외교적 공간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남북관계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철통같은 대비태세를 굳건하게 유지하는 바탕 위에서 긴장을 낮추기 위한 발걸음을 꾸준하게 내딛는 용기”라며 “작은 실천들이 조약돌처럼 쌓이면 상호 간에 신뢰가 회복될 것이고 평화의 길도 넓어져서 남북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토대도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이 대통령은 “6.15 공동선언, 10.4 선언, 판문점 선언, 9.19 공동선언”을 거론하면서 “우리 정부는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가능한 사안은 곧바로 이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북측의 체제를 존중하고, 어떠한 형태의 흡수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일체의 적대행위를 할 뜻도 없음을 분명히 밝”하고 “특히, 남북 간 우발적 충돌 방지와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9.19 군사합의’를 선제적으로 그리고 단계적으로 복원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선제적으로 취하려는 조치가 있는가’는 질문을 받은 국방부 이경호 부대변인은 “현재로서는 구체적으로 드릴 말씀은 없고, 국방부는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축 노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군사 대비 태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실효적인 긴장 완화 조치들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이번 UFS 군사연습 일정 중 서북도서나 접경지역에서의 사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되는가’는 의문에는 “서북도서 해상 사격훈련 중지에 대해서는 검토한 바는 없다”거나 “접경지역 훈련에 대해서는 제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18일 통일부 구병삼 대변인은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제80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 공존과 공동 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대북정책 방향을 천명하였다”면서 “핵심 대북 메시지로 북측의 체제 존중, 흡수통일 불추구, 일체의 적대행위 불추진의 세 가지를 제시하였다”고 확인했다. 

“이는 지난 윤석열정부 8.15 통일 독트린의 반북 흡수통일, 자유의 북진론을 폐기하고 평화 공존의 대북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정부는 앞으로도 한반도의 실질적 긴장 완화와 남북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를 일관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유정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을지연습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방어적 성격으로, 이를 통해 북한을 공격하거나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도사」를 통해 “민주주의와 평화, 민생경제”를 위해 분투했던 김 전 대통령을 추모하면서 “대통령께서 앞장서 열어주신 그 길 따라서, 멈추지 않고 직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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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와 협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해결의 필연적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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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번역] 김정호 북경대 박사
  •  
  •  승인 2025.08.18 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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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구시보 사설 2025-08/18

8월 15일,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러시아 대통령 푸틴이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회담을 가졌다. 회담은 3시간도 채 지속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평화를 향한 긍정적인 한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3년 반 동안 지속되고 지정학적 대립이 계속 고조되는 배경 속에서, 이번 회담은 세계에 다시 한번 분쟁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대화와 협상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분쟁 해결의 유일한 출구임을 증명했다. 이 원칙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뿐만 아니라 글로벌 갈등을 다루는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은 러시아-미국 관계의 교착 상태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양국 관계가 완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외교적 시도의 의의는 미-러 고위급 대화 메커니즘을 재개하고, 후속 협상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알래스카가 회담 장소로 선택된 것에 대해, 서방 언론은 푸틴이 "러시아를 방어하기 위해 설립된 미군 기지"에서 미국 대통령의 영접을 받은 것이 매우 상징적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양측이 이 지역 위기를 공동으로 관리하려는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며, 분쟁이 더욱 확대되거나 파급되어 심지어 두 핵 강대국 간의 직접적인 대립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세계의 우려를 완화시켰다.

이번 회담은 미-러 관계의 방향에 새로운 변수를 가져왔을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회도 제공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회담이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증명된 한 가지 진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이다. 즉, 협상과 대화는 위기 해결의 유일한 출구이며, 이는 중국의 일관된 원칙과 입장이기도 하다. 이미 2023년 2월, 중국은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 문서에서 명확히 지적했다: 대화와 협상은 우크라이나 위기 해결의 유일한 실행 가능한 출구이다. 지난 3년 이상, 일부 강대국의 갈등 부추김과 일방적 제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의 방향을 바꾸지 못했고, 오히려 분쟁의 장기화와 손실의 확대를 초래했다. 이러한 "전쟁으로 전쟁을 멈추려는" 사고방식은 상황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기 확산 위험을 지속적으로 악화시켰고, 대화의 문은 한때 완전히 봉쇄되었다.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했듯이, 외부 세력의 개입은 종종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며, 각 당사자는 이로부터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인류가 중대한 위기 앞에서 내려야 할 올바른 선택은 결코 무력 대결이 아니라 냉정한 협상이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수많은 분쟁과 전쟁이 협상과 대화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예를 들어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미국과 소련은 긴장된 외교 협상을 통해 결국 전 세계 핵전쟁을 촉발할 수 있는 위기를 피했다. 또한 한반도 문제를 보면, 상황이 여전히 복잡하지만, 수년간 각 당사자들은 6자 회담 등 다양한 협상 메커니즘을 통해 어느 정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왔다. 오늘날, 어떤 분쟁도 단순히 지역적 문제가 아니며, 그 영향은 종종 전 세계로 파급된다. 따라서 협상과 대화를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것은 분쟁 당사자들의 인민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전체 국제사회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다.

 

미국과 러시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간접 협상을 가진 것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스탄불에서 직접 협상을 한 것, 그리고 이번 미-러 정상의 대면 교류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문제의 정치적 해결 맥락이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과정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존재하지만, 갈등과 의견 차이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번에 2024년 6월에 제안했던 휴전 조건보다 완화된 요구를 제시했다. 트럼프는 러시아에 100% 에너지 관세 제재를 실시하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는 미-러 갈등이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 협상은 어렵고 느리지만, 의견 차이를 줄이고 심지어 제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현재, 우크라이나 위기의 각 당사자들은 입장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모두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구속력이 있고, 모든 당사자가 수용할 수 있는 평화 협정을 달성하기를 희망한다.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이 접촉을 유지하고, 상호관계를 개선하며,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추진하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또한 모든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들이 적절한 시기에 평화 협상 과정에 참여하여, 조속히 분쟁을 종식시키고 지역 평화를 재건하기를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s://opinion.huanqiu.com/article/4Nx286HNo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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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짓는데 1조, 새 단장에 3조?···배보다 배꼽이 큰 인천공항 리모델링



수정 2025.08.18 07:01

  • 박준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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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2001년 완공된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전면 새 단장(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리모델링 비용이 개항 당시 공사비(1조3816억원)의 두 배가 넘는 약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돼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7년 12월부터 2033년까지 제1여객터미널의 외장과 지붕, 골조를 제외한 모든 시설을 리모델링할 예정이라고 17일 밝혔다. 리모델링 계획안은 지난 5월 기본설계를 마쳤고, 조만간 실시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다.

 

계획안을 보면 개항 이후 365일 24시간 무중단 운영으로 노후화된 건축·기계·전기·통신·소방·수하물시스템(BHS)의 시설이 전면 교체된다. 1990년대 기준으로 설계된 소방·내진·내화 등 성능 개선과 안전기능 강화 등이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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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박준철 기자

 

3층에 있는 출국장 6곳은 4곳으로 통합된다. 중앙에 있는 출국장 4곳을 2곳으로 통합하고, 동·서 끝단에 2개의 프리미엄 출국장을 조성하는 방식이다. 보안구역 내 동·서편의 환승장도 한 곳으로 통합하고, 예비 환승장 한 곳을 신설하게 된다.

 

출국심사 절차도 변경된다. 지금은 체크인 후 보안검색을 받고 출국심사를 받지만, 리모델링 이후부터는 출국심사를 먼저 받은 뒤 보안검색을 받게 된다.

 

1층에 있는 6곳의 입국장과 환영홀도 2곳의 통합입국장으로 조성된다. 별도로 ‘특별입국장’ 한 곳을 신설한다. 1층과 2층 중간에 설치된 입국장 출구 쪽 ‘유리 다리(글라스브릿지)’는 모두 철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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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통합출입국장 조성 계획.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문제는 공사가 추정한 리모델링 비용이다. 기본설계에서 제시한 사업비는 2조8466억원이다. 제1터미널 건설 비용인 1조3816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에서 제시한 사업비(1조195억원) 보다도 훨씬 많다.

 

공사는 “물가상승률(30%)을 반영해야 하고, 공사범위가 확대됐다”며 “KDI의 비용 추계에선 여러 개의 항목이 빠진 점도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KDI의 비용 추계와 비교하면 건축비가 2369억 원에서 5501억 원으로 갑절 넘게 뛰었다. 기계 부문이 2162억 원서 4185억 원으로, 전기 부문이 1305억 원서 3524억 원으로, 정보통신 부문이 627억 원서 3778억 원으로 느는 등 많게는 6배가량 비용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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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 박준철기자

 

공항 안팎에서 3조 원에 달하는 리모델링 비용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인천공항 4단계 사업으로 지난해 완료된 제2여객터미널에 확장 공사에는 총 2조4000억 원이 소요됐다.

 

인천공항의 한 직원은 “지금도 외국공항에 비해 모든 시설이 우수하고 멀쩡한데, 보수해서 사용하면 될 것을 건축비보다 2배 넘게 들여 리모델링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개항 당시 모든 시설이 100년 이상도 끄떡없다고 했는데, 결국 ‘빈말’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그 비용이면 터미널을 새로 짓는 게 낫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KDI는 “공사가 기본·실시설계 과정에서 사업규모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관여할 수 없다”며 “기획재정부에서 지시가 있으면 예비타당성 재조사와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를 다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사 관계자는 “2조8466억 원은 기본설계가 끝난 뒤 모든 부서의 의견을 취합해 산정했다”며 “비용이 늘어난 부분은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준철 기자

전국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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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만세] 그 많던 청년은 어디로 갔을까

이하나 문화공동체 히응 대표인구 10만이 되지 않는 작은 도시에 오랫동안 공동체를 꾸려온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만나 주민의 권리와 지역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에는 마을공동체로 시작했는데 인구도 작고 도심지도 적다 보니 한 도시를 대표하게 되었다.


  • 이곳은 80년대 정부 정책으로 개발한 지역이 있었다. 과거형이다. 나지막한 아파트가 오밀조밀하게 모여있고 오래된 나무들이 아이들을 키워내던 그곳은 몇 년 전부터 하나씩 사라지고 20층이 넘는 아파트가 들어섰다. 마지막으로 남은 몇 곳의 단지도 이제 싸그리 사라질 것이다. 이곳에서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고 풀뿌리정치를 꿈꾸던 사람들은 함께 늙어갔다. 새로 높게 올라가는 아파트를 포기하고 떠난 사람도 있고, 더 아늑한 곳이 어울리겠다며 떠난 사람도 있다. 나무와 함께 자라던 아이들도 마을을 떠났다. 그중 몇 명은 집으로 돌아왔지만 친구들은 사라졌다. 대부분의 청년들은 학교와 직장을 찾아 마을을 떠났다.

    이 도시의 한쪽 끝에는 비닐하우스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불법건축물이라는 이유로, 그곳이 하루빨리 싹 개발되어 새로운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길 바라는 이유로, 매년 화재가 일어나도 별다른 대책이 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더러 이해했다가 더러 이해하지 못했다.

    8~90년대의 대규모 개발로 만들어진 1기 신도시와 비슷한 곳들은 대부분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다. 공동체에서 자란 어린이가 성인이 되어 학교와 직장을 찾아 떠날 때가 되면 오래되고 낡은 아파트들은 동시에, 한 번에 소멸한다. 어떤 청년들은 자기들이 중고등학교 때 교복을 사러 갔던 낡은 상가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들은 철거가 예정된 단지를 드나들며 기억을 모았다. 자료를 찾고 각자의 앨범에 정리된 사진을 찾아냈다. 살림살이가 나와 있는 복도를 오가며 사진을 찍었다. 또래들을 모아 전시회를 열거나 책을 쓴다.

    이들과 비슷한 또래들은 커뮤니티에 글을 쓴다. ‘예전에 그런 나라가 있었단다.’ 이제 서른 정도 된 청년들은 자라나는 후배들에게 먼 옛날의 이야기를 전한다.

    ‘아파트는 모두 복도식이야. 현관문은 항상 열려있어. 집에 아무도 없으면 옆집에 가서 밥을 먹었지. 우리는 녹슨 미끄럼틀에서 해가 질 때까지 놀았어. 그리고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면 내일 보기로 하고 헤어졌지.’, ‘같은 층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고 명절이면 음식 나눠 먹었어.’, 7~80년대 단독주택 골목에서 복도식 아파트로 바뀌었을 뿐, 생활양식은 비슷했다. 이들의 글은 커뮤니티를 돌다가 유튜브 콘텐츠가 된다. 옆집에서 밥을 얻어먹고 ‘너희 엄마 시장 갔다’고 알려주던 이웃을 기억하는 이들이 그때를 그리워한다는 반증이다.
     
    재건축 추진중인 1기 신도시 산책로 ⓒ필자 제공


    어떤 청년들은 도시에서 가장 싸게 교복을 팔던 집 이야기를 나누다 화가 난다고 말했다.

    “그냥 그 시절이 통째로 사라진다는 게 화가 나요. 왜 화가 날까요?”

    어떤 과거는 지우고 싶겠지만 어떤 과거는 소중하다. 잊고 있던 서랍을 열었을 때 발견한 종이쪽지에 적힌 친구의 메시지처럼, 장소는 기억을 담고 있다. 집단 기억을 담고 있던 한 시절이 내 의지와 무관하게 삭제될 때, 나의 과거도 부정당한다.

    삐 – 당신의 과거는 삭제되었습니다. 소거되었습니다. 또는 소멸되었습니다.
     
    마을의 공간은 끊임없이 삭제되는데 정책과 기득권들은 자꾸 공동체를 강조한다. 상호돌봄이 이루어질 수 있는 마지막 사회적 자산이 공동체뿐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방법이 공동체다. 이미 자산을 축적한 기득권은 공동체가 작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에서 마을공동체 사업을 육성하기 시작하면서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마을공동체를 지원했다. 그러나 깨져버린 땅에서, 또는 곧 부서질 예정인 곳에서 어떤 공동체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인구 10만이 안 되는 도시에 남은 풀뿌리 활동가들은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했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청년들은 시민사회에도 마을공동체에도 진입하지 않는다며 염려가 크다.

    “왜 청년들이 마을이나 풀뿌리 활동에 관심이 없을까요?”
     
    필자가 마을교육을 진행한 초등학교 교실 (2023) ⓒ필자 제공

    정말 그럴까? 내가 체감하기로는 그렇지 않다. 복도식 아파트가 그립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사라진 교복 집을 떠올리는 이들은 안락하게 쉴 수 있는 공동체를 원했다. 그들은 비슷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했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게다가 폭발적으로 모이는 모임은 많다. 청년들이 마을 활동에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관심이 적을 수는 있겠다. 그들이 어린이일 때부터 어른들은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고 가르쳤다. 공부 열심히 해라, 좋은 학교 들어가라, 좋은 직장 다녀라. 좋은 학교와 좋은 직장은 경쟁의 상부에 있고 그곳은 마을 안에 없다.

    작년엔가 만났던 한 청년 예술가는 우리 지역에 살다가 서울로 옮겨 자취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기가 살던 도시와 마을을 추억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는 작가들과 지역과 마을을 재구성하는 활동을 하면서 자기가 자란 마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마을과 지역, 그 안에서 발생하는 정치와 정책은 자기 삶과 동떨어져 있었다. 그렇지 않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며, 굳이 서울로 가지 않았어도 괜찮았겠다고 했다.

    만일 그가 마을에서 더 오랫동안 머물렀다면 그는 공동체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을까. 어른들은 쉽사리 자리를 내주지 않으면서 청년이 나타나면 반갑게 인사한다. 인구소멸 시대라는 단어에 매몰된 마을은 청년들에게 간이의자를 한 번 내어줄지언정 판을 깔아줄 여유는 없다. 그저 귀하고 귀해서 외부인이 된다. 밖에서 들어온 낯선 자로 여긴다. 청년을 청년이라는 울타리 안에 가둬버린다.

    2010년 이후, 어린이들에게 ‘마을에서 만난 사람’을 떠올려보자고 했을 때, 어린이들은 편의점 아저씨, 태권도 사범님, 미술학원 선생님, 피자집 사장님을 말했다. 청소년들은 피시방 알바 누나, 아이스크림 집 사장님 등 상거래로 만난 사람들만 떠올렸다. 거래 없는 관계는 차츰 실종되었다.
     
    경기도 1기 신도시의 어린이공원 ⓒ필자 제공

    시민사회와 마을공동체, 사회적경제를 비롯한 대안적 삶을 꿈꾸는 활동 영역에서 마을과 지역에 기반을 세우기 위해서 우선 공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방정부에 따라 이에 대한 지원은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는 공간은 정책에 의해 계속 삭제되고, 정책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을 다시 조성해야 하는 형국이다. 마을은 삭제하고 공간은 만든다. 사람과 사람이 마주칠 공간은 사라지고 아파트는 단지마다 철벽을 치면서 모일 만한 곳을 만들려니 돈도 많이 들고 억지스럽다. 강이 직선으로 흐르지 않는 것처럼, 사람도 바둑판같은 길을 따라 걷지 않는다. 어린이들이 모여 노는 곳을 보면 사람이 어떤 공간을 원하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어린이들은 정해진 놀이터에서 놀기보다 어딘가 다른 곳을 발견해 놀이터로 만들어버린다. 그나마 그 어린이들도 사라지고 있다.

    지도 위에서 자를 놓고 찍찍 줄을 그어 만드는 마을, 대통합단지로 거듭나야 한다는 주장, 외부인 출입을 엄금하는 아파트 공동체가 첩첩이 성벽을 쌓고 있는데 마을은 어디서 어떻게 다시 태어나야 할까. 유년 시절을 삭제당한 청년들은 마을로 돌아올 길을 잃었다. 잠자리채를 들고 뛰어다니던, 함께 자라 터널을 만들어준 나무들 사이로 매미가 울고 잠자리가 날던 그 산책로는 하나씩 삭제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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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내년 선거 때 심판받겠다…사면 반대 국민께 효능 입증할 것”



인터뷰 | 조국 전 혁신당 대표

사면 반대 48%에 저의 효능·역할 입증할 것

11월 혁신당 전대 열리면 당 대표 출마할 생각

민주당과 합당은 내년 초 열린 자세로 논의

윤석열·한동훈, 지위 보전 위해 칼 망나니처럼 휘둘러

 

박찬수,박찬수기자

  • 수정 2025-08-18 08:05등록 2025-08-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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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공유 카페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감 전에 비해 약간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의 사면을 둘러싸고 수많은 논란이 오갔다. 한 개인의 사면이 사회 시스템의 문제뿐 아니라 계급 문제로까지 비화한 건 ‘조국’이라는 발화점의 폭발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면이다. 숱한 논란과 비판, 정치적 우려를 뚫고서 밖으로 나온 조국 전 대표를 15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공유 카페에서 만났다. 수감 전보다 약간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표정은 밝았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는 걸 원치 않기에 분명한 반대 증거가 나오지 않는한 재심 청구를 하지 않겠다.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이다. 제 사면에 반대하신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감옥에서 광복절 사면 대상에 포함됐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을 때 심경이 어땠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의 헌법적 결단에 감사했습니다. 여론조사로는 찬반이 팽팽했는데, 종합적인 판단에 따라 정부 출범 초기에 (사면을) 결행하기로 하셨구나 짐작했습니다.”

 

― 이재명 정부 출범 두 달이 조금 더 지났습니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이재명 대통령 개인의 특성, 장점이기도 한 것 같은데 실무 능력이 아주 좋고, 조직 장악력이 아주 좋으신 거 같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국정 장악력이죠, 국정 장악력이 아주 좋고, 국무위원까지 포함해서 공무원, 관료에 대한 장악력이 아주 좋은 게 확인된 거 같습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통해서 훈련되고 축적됐던 능력을 지금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내란을 극복하고 경제 위기를 넘어야 하는 비상한 상황이니까,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맨 앞에 직접 나서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이니까, 그게 참 좋은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령 산업재해 문제에서, 역대 어느 대통령도 그렇게 직접 챙기고 지시하고 그런 적이 없잖아요?”

 

― 사면을 둘러싸고 논란이 컸습니다. 형기의 1/3만 복역한 상황에서 사면되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구요. 이런 비판과 논란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민주당 안에서 조기 사면에 대해 의견이 나뉘었고, 2030세대에서는 반대 의견이 높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 우려와 비판, 이해하고 감수합니다. 향후 행동으로 답하겠습니다. 내란 척결과 민생 회복, 사회 대개혁을 이루는 데 역할을 하겠습니다.”

 

― 출소 메시지에서 ‘저의 사면에 비판의 말씀을 해주신 분들에 대해서도 충분히 존경의 마음으로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법률적으로만 얘기하면 사면권은 대통령의 권한이니까 그게 불법이라고 얘기하시는 분은 아마 없을 겁니다. 그 문제보다는, 이유야 뭐든 간에 조국은 유죄 판결이 나지 않았느냐, 검찰권 오남용이 있었다 하더라도 유죄 판결이 난 거 아니냐, 그리고 그것 때문에 투옥까지 된 거 아니냐, 그렇다면 대통령이, 아무리 검찰권에 의해서 피해를 받은 대통령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경우엔 유죄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요구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비판 자체에 대해 제가 고깝다고 생각하지 않고, 그런 비판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입니다.

 

물론 저는 검찰 수사는 물론이고 법원의 유죄 판결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며칠 전 대구문화방송(MBC) 보도(동양대 표창장이 허위라는 법원 판단과 배치되는 증거가 새로 나왔다는 보도)를 봤는데, 재판 과정에서 저는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거든요. 그러나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 말을 지금 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걸 따지는 건 피고인 시절의 얘기이고, 저는 이제 정치인이 됐기에 더는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저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들였고, 제가 지금 국민께 말씀드리는 건 그걸 전제로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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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조국 전 대표가 서울 봉천동 공유 카페 앞 골목에서 뭔가를 설명하고 있다. 류우종 기 wjryu@hani.co.kr

― 조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 중에는 꼭 재심을 청구해서 무죄를 받아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재심을 청구할 생각입니까?

 

“저는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부인인) 정경심 교수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재심을 하게 되면 거기에 또 힘을 쏟아야 하는데 그걸 원치는 않습니다. 저는 법원의 사실 판단과 법리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판결에 승복한다는 얘기를 이미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에 따라서 지난해 12월16일 구속돼 8개월의 형을 살았고, 오늘(15일) 사면복권을 받았습니다. 여하튼 법률적으론 끝난 문제입니다. 앞으로 할 일은 저의 사면을 비판하시는 분들, (여론조사에서 사면에 반대한) 48%의 국민께 저의 효능, 저의 역할의 필요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사면복권을 비판하신 분들이라도 제가 정치인으로서 의미 있는 활동을 하면 받아주실 것이고, 안 그러면 못 받아주실 거라 생각하기에 저는 미래를 보고 갈 생각입니다. 저의 활동의 초점은 재심이 아닙니다.”

 

― 좀 전에 ‘2030세대에서 사면 비판이 높았다’고 언급했는데,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2030세대가 저에 대해 가진 불만은 이른바 ‘입시 비리’ 문제에 대한 불만일 겁니다. 자신들은 가질 수 없던 인턴십이라는 기회를 조국이라는 사람은 자식들에게 주고, 그걸 입시에 제출했다는 것 때문에 화를 내시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점은 사건이 터졌을 때부터 여러 차례 사과했고, 지금도 여전히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 당시 제도가 그랬다, 부모로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로 변명할 수는 없는 문제입니다. 제가 ‘죄송하다, 미안하다’고 거듭 사과한다고 해서 그분들의 마음이 풀리진 않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그래도 제가 석방된 오늘부터, 앞으로의 제 행동과 실천으로 그분들의 고통을 완화하고 그분들의 꿈을 실현해주는 뭔가를 한다면,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면에 반대했던 분들의 마음을 풀어드리는 건 앞으로 저의 실천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 앞으로의 정치적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립니다. 지방선거 출마설, 민주당과의 합당설 등이 떠도는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요?

 

“이제 막 석방됐을 뿐인데 여러 추측과 예상이 난무해서 좀 조심스럽습니다. 교도소에서 방송을 보니까 정치평론가들이 수많은 전망을 하시고 시나리오를 말씀하시는데, 지금 당장 제가 무엇을 하겠다 얘기하는 건 너무 성급한 거 같습니다. 먼저 사면 탄원을 해주신 종교계와 시민사회 원로 분들을 만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조언을 받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국혁신당 시도당이 있는 지역을 방문해서, 당원과 국민의 의견을 듣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저는 정치인으로 돌아왔고 내년 6월 국민으로부터 한 번 더 심판을 받겠다는 것입니다.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내년 6월에 열리는 지방선거 또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실 생각이라는 거죠?

 

“그게 지방선거가 될지 국회의원 재보선이 될지를 지금 판단하는 것은 이르지만, 정치적 심판을 받을 것이란 점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때 상황을 보면서, 제 개인이 아니라 당에서 필요한 곳이 어딘지 결정을 해주면, 저는 거기에 따를 생각입니다.”

 

― 민주당과의 합당 가능성을 얘기하는 분도 많습니다.

 

“많은 분이, 예컨대 박지원 의원님은 공개적으로 민주당과 합당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저는 선의를 가지고 그런 제안을 하셨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단결하자는 취지라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제가 답을 할 수 없는 게, 조국혁신당은 공적 정당인데 내부 논의를 먼저 해야 하고, 또 합당이 최선인가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합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도 조국혁신당을 만들면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방해된다는 비난이 매우 많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별도의 당을 만든 게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모두에 다 도움이 되지 않았나요? 내년 지방선거와 그 이후 2028년 총선까지 생각하면 어떻게 두 당의 관계를 형성하는 게 최선인가, 합당이 옳은 것인가에 대한 내부 논의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물론 저는 예전의 정의당처럼 무조건 민주당과 차별화하고 선을 긋는 방식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우선은 당을 재건하는 게 시급합니다. 낮은 자세로 당원들의 얘기를 듣겠습니다. 그리고 연말을 지나 내년에 들어갈 때, 어떤 게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될지 열린 상태로 고민하고 당내 의견을 모아보겠습니다.”

 

― 조국혁신당 지도부가 임기 단축을 결정했으니 조만간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게 됩니다. 당 대표로 복귀하시는 겁니까?

 

“아직 전당대회 날짜는 결정이 나지 않았지만, 11월 초중순께 열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면 저는 당 대표에 출마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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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대표가 15일 한겨레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하기 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조 전 대표는 “젊은 세대의 ‘입시 비리’ 비판은 변명할 수 없는 문제다. 행동과 실천으로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감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수감과 특검의 체포영장에 막무가내로 저항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겁니다.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전직 대통령 이전에 대한민국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품위가 없는 저급하고 몰염치한 겁쟁이임을 재확인했습니다. 국민도 ‘저런 사람이 검찰을 지휘했고 나라를 쥐락펴락했구나’ 하며 한탄하셨을 겁니다. 윤석열은 공포를 주는 ‘폭군’에서 조롱의 대상인 ‘진상’으로 전락했습니다. 저에 대한 사면 결정이 난 후 김건희씨도 구속되어 남부구치소에 입감됐습니다. 남부구치소는 제가 있던 남부교도소 바로 옆입니다. 윤석열-김건희 공동정권 두 주체의 몰락을 확인하면서 저는 옥문을 열고 나온 것이니, 정말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 언젠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을 사면하는 게 정치적으로 필요하리라 생각하십니까? 조 전 대표는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2019년 제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되자, 윤석열·한동훈 두 사람은 제가 사모펀드를 활용해 정치자금을 모았다는 황당한 논리를 언론에 전파하고 청와대에도 보고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자신들의 주장이 근거가 없음을 알았을 겁니다. 그러면 수사를 멈춰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수사 중단은 자신들의 오류와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기에 제 자식들의 인턴증명서 수사로 파고 들어갔습니다. 10년 전 학생 인턴의 상황을 분 단위로 따졌습니다. 털고 또 털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와 우리 가족 전체를 짓밟았습니다.

 

인턴증명서 기재 시간과 실제 활동시간 사이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합니다. 이에 대해선 여러 차례 공개 사과를 했고, 처벌도 받았습니다. 그런 기회를 아예 가질 수 없었던 분들에겐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러나 윤석열과 한동훈은 자신들의 지위 보전과 검찰개혁 저지를 위해 검찰권이라는 칼을 망나니처럼 휘둘렀습니다. 베고, 찌르고, 비틀었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윤석열은 계엄을 통해 민주헌정을 파괴하려 했고, 저를 포함한 정치인들을 ‘수거’하여 죽이려 했습니다. 솔직히 말합니다. 저는 두 사람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단, 국민 다수가 용서하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는 경우엔 예외입니다.”

 

― 출소 메시지에서 국민의힘을 ‘극우정당’이라고 칭했습니다. 국민의힘 극우화를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국민의힘 전신(前身) 정당의 경우엔 수구와 온건 보수가 공존했습니다. 당내에 극우 성향 인사는 있었지만, 당권을 가진 지도부가 극우 일변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집권 이후에 수구·극우가 확고한 당내 주도권을 쥐게 됐고 이 흐름이 12·3 계엄 뒤 더 분명해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여러 나라에서 극우 정당의 부상이 현저히 눈에 띄는데, 한국의 경우엔 새로운 극우 정당이 등장하는 대신에 국민의힘 자체가 극우화된 겁니다. 지금 윤석열과의 단절 거부, 부정선거 음모론 폐기 거부 등의 모습은 정상적인 정당의 모습이 아닙니다. 윤석열 집권 후 국민의힘이 ‘윤석열화’된 결과이고, 윤석열이 가진 극단성과 저열성이 국민의힘 전체에 전염된 결과입니다.

 

지금 국민의힘은 12·3 비상계엄 이후에도 평균적인 국민 마음을 읽고 그에 부합하는 혁신을 하지 않고 극우 지지층에 영합하는 선택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번 당 대표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가 얻은 41.15%를 믿고 이재명 정부가 실책을 범할 시간을 기다리는 겁니다. 국민의힘 자멸을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 자멸이 가속화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새로운 정치지형을 만들어야 합니다. 위헌 정당 해산 요건이 충족되는지는 내란 특검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 확인될 것이나, 이와 별도로 내년 지방선거와 2028년 총선을 통해 국민의 ‘적’이 된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제1야당을 교체해야 합니다. 즉, 국민의힘을 주변화·소수화시키고 그 공간을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확보해야 합니다.”

 

―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이재명 정부의 1호 국정과제가 개헌입니다. 역대 거의 모든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이루지 못했던 개헌, 이번엔 현실화할 수 있을까요?

 

“이재명 정부 임기 중 꼭 개헌이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여대야소의 국회 환경이기에 실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개헌 시기와 관련하여 2026년 6월 지방선거냐 2028년 4월 총선이냐로 의견이 나뉘는 것 같습니다. 2026년 6월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고, 올해의 경우 내란 완전종식과 민생·경제 회복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2028년 4월로 미룬다면 개헌의 동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희망사항을 말하자면, 올해는 검찰개혁·언론개혁·사법개혁 등에 집중하고 연말연초에 개헌 논의에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내년 6월 전에 여야 합의가 다 이루어지지 못하면, 쉽게 합의할 수 있는 사항 중심으로 1차 개헌을 했으면 합니다. 예컨대, 5·18 및 6·10 정신의 헌법전문 추가, 대통령의 계엄선포권 제한, 검찰의 독점적 영장청구권 조항 삭제, 감사원의 소속 변경 등을 포함한 개헌입니다. 그리고 내년 6월 지방선거 이후에 논의를 계속하여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4년 연임제로 대통령 임기조정, 지방분권 공화국 명시, 수도 조항 신설(행정수도 위헌 방지용), ‘사회권’을 포함한 기본권 조항 강화,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구성방식 개선 등을 합의해 2028년 4월에 2차 개헌을 하면 됩니다.

 

개헌이 성사된다면 한국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것입니다. 1987년 헌법을 만든 주체들이 약 40년을 지속한 헌법을 만들었듯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헌법을 남겨 주어야 합니다. 개헌은 이재명 대통령의 큰 업적 중 하나가 될 것임이 물론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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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후 인터뷰 직전, 서울 봉천동 공유 카페 앞 골목에서 조국 전 대표가 박찬수 한겨레 대기자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조 전 대표는 “수년간의 긴 터널을 이제야 빠져나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를 계기로 학자의 삶은 끝나고 정치인의 삶을 살게 됐습니다. 윤석열 검찰의 수사를 받고 8개월간 옥고도 치렀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습니까?

 

“대학 졸업 이후에 학자를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으로 활동하고 잠시 민주당 혁신위원으로도 일했지만, 언제나 중심은 학교에 두고 있었습니다. 윤석열이 지휘하는 ‘조국 (가족) 사냥’으로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었습니다. 비유하자면 ‘별자리’가 바뀐 것이지요. 이런 총체적이고 전면적 충격을 겪으면 누구든 사람의 생각은 바뀔 수밖에 없을 겁니다.

 

2019년 이후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불끈 쥔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23년 말 정치 투신을 결심했습니다. 학자 시절에는 학문적·이론적 원칙과 이에 기초한 논리의 일관성과 정밀함이 중요했습니다. 정치인이 된 후로는 정치적 원칙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온 말, ‘모든 이론은 회색이다. 영원한 것은 저 푸른 생명의 나무다’를 사고와 행동의 중심에 놓고 있습니다. 학자는 ‘해석’ ‘평가’ ‘분석’이 중심입니다. 정치인은 이를 전제로 ‘변화’ ‘창조’ ‘변혁’을 이뤄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스스로 ‘사건 창조적 인간’이 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이제 저는 국민의 마음을 읽고 국민과 소통하며 세상의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저의 새로운 용도를 국민께 입증할 겁니다.”

 

박찬수 대기자 p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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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수 기자

청와대와 국회를 오래 취재하며 ‘정치란 결국 권력 행사를 통해 사회를 바꾸는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어떻게 하면 권력을 제대로 올바르게 행사할 수 있을까에 관한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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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은 부자 나라의 쓰레기통이 아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8/18 08:20
  • 수정일
    2025/08/18 08:20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인터뷰] 케냐 탈플라스틱 활동가 헬렌 카하소 데나 "쓰레기 투기로 매년 40만~100만 명 숨져"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가 '미온적 국가'들로 인해 길어지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약속에 소극적인 국가들이다. 여기엔 한국도 포함된다. 플라스틱 논의가 지연되는 사이 지구에서 대량 양산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로 지금도 수출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올해 내로 탈플라스틱 로드맵을 확정한다. 말레이시아, 케냐, 필리핀의 탈플라스틱 활동가 3명에게 한국이 세계 시민을 향해 가져야 할 윤리를 물었다.

 

마을에 감당치 못할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이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우기엔 쓰레기 더미가 수로를 막아 홍수를 유발하고, 이에 따라 수인성 질병도 확산한다. 수로에 쌓인 쓰레기는 토양, 수질을 오염시키고 주거 지역에선 설사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일부 남반구 국가들에서 설사는 주요 사인 중 하나다.

 

플라스틱은 차차 분해돼 토양, 대기, 물 등에 스며든다. 불에 태우면 유해 물질이 대기에 방출돼 동물의 몸에 들어간다. 분해된 미세플라스틱의 악영향은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고, 빈곤국에선 실태조차 거의 기록되지 않았다. 소나 염소가 플라스틱을 먹어 복부 팽창으로 폐사했다는 보고는 수시로 나온다. 대량 쓰레기로 산호초가 파괴되는 등 해양 동·식물의 피해도 심각하다. 이는 관광산업의 축소로도 연결된다.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로 진통을 겪은 아프리카 국가들을 조사한 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아프리카 대륙을 '유망 시장'으로 간주한다. 2018년 중국이 폐플라스틱 수입을 금지한 후, 대안 지역으로 지목되면서다. 케냐는 중국의 금지 조치 이후 1년 만에 폐플라스틱 수입량이 4배나 늘었다.

 

케냐의 탈플라스틱 활동가 헬렌 카하소 데나(Hellen Kahaso Dena)는 "케냐와 아프리카는 부유국들의 쓰레기통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헬렌은 지난 4일 <프레시안>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는 석유와 가스를 땅속에 그대로 두고, 대형 오염 기업의 무분별한 플라스틱 생산을 멈추게 할 국제 조약을 당장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년 10월, 그린피스 아프리카의 활동가 두 명이 케냐의 한 쓰레기 폐기장을 둘러보고 있다. ⓒ그린피스
▲2022년 4월, 케냐 나이로비 인근 단도라(Dandora) 쓰레기 매립지에 쌓인 폐섬유와 폐플라스틱 더미들. ⓒ그린피스

 

 

하루 종일 쓰레기 산 뒤지는 피커, 4000만 명

 

현재 케냐의 상황을 묻자 헬렌은 '피커(picker)'를 먼저 소개했다. 한국말로 풀면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다. 해외로부터 막대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유입되면서, 케냐 도심지 주변 곳곳엔 매립지와 노천 폐기장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3미터(m) 사다리보다 높게 쌓인 폐플라스틱 더미에서 재활용할 수 있거나, 오염되지 않은 쓰레기를 찾아 되팔며 생계비를 버는 이들이다.

 

해외 유입량 못지않게 자국 내에서 버려지는 폐플라스틱도 무시하지 못한다고 헬렌은 말했다. 그는 "케냐는 매년 88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며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하루 약 2400톤의 고체 쓰레기가 발생하는데, 그중 20%가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했다. 또 "이는 주로 단도라(Dandora)나 키베라(Kibera) 같은 비인가 거주지에 버려지며, 여기엔 매립지와 노천 폐기장이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헬렌이 속한 그린피스 아프리카는 지난 5월 피커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쓰레기 산'들이 있는 케냐의 단도라에서 피커로 일하는 조이스(Joyce)의 일상을 다뤘다. 조이스는 어릴 적인 12년 전부터 피커인 어머니를 따라다니며 매립지를 매일 오갔다. 그러다 어머니 건강이 악화하면서 자신이 피커로 일을 이어 갔다. 그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 하루 대부분을 폐기장에서 팔 수 있는 플라스틱을 찾는 데 보낸다.

 

조이스 가족 중 여럿이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를 앓고 있다. 2019년 케냐 등의 피커 실태를 조사한 티어펀드(Tearfund)에 따르면, 전 세계 피커는 40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린피스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쓰레기로 인해, 빈곤국에선 매년 40만~100만 명이 질병이나 사고로 숨진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1950년대 연간 200만 톤이던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4억 톤으로 늘었다. 지금까지 플라스틱 생산량은 83억 톤을 넘었고 2060년까지 3배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의 실제 재활용률은 9%에 불과하다. 나머지 91%는 땅에 방치되거나 불에 태워진다.

 

오염 문제가 극심해지면서 2017년 케냐 정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했다. 2020년엔 국립공원 등 보호구역에서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금지했다.

 

헬렌은 그러나 "실질적 이행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며 "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케냐의 시장, 노점상, 비인가 거주지에선 비닐봉지가 여전히 쓰이고 있다. 설탕 등 일부 상품은 여전히 비닐봉지에 포장돼 팔린다"고 말했다. 또 병, 쓰레기봉투, 포장 용기 등의 제품은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사각지대도 넓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DUMPED: A WASTE PICKER'S STORY' 다큐멘터리 갈무리. 왼쪽의 두건을 두른 여성이 조이스다. ⓒ그린피스아프리카유튜브
▲'DUMPED: A WASTE PICKER'S STORY' 다큐멘터리 갈무리. 케냐의 한 쓰레기 폐기장 풍경. ⓒ그린피스아프리카유튜브

 

 

"우리는 당신들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주요 가해자 중 하나는 다국적 기업이다. 헬렌은 "대형 오염 기업들이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책임지게 하기 위한 활동과 이들의 그린워싱을 알리는 활동을 쭉 해왔다"고 밝혔다. 대상은 코카콜라, 유니레버, 네슬레, 펩시코 등이다. 이들 제품의 쓰레기는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 주요 쓰레기 수입국에서 쉽게 발견된다.

 

2020년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케냐를 향한 석유·화학업계의 로비가 폭로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미국화학협회 이사의 서한엔 케냐가 미국산 화학제품과 플라스틱을 아프리카의 다른 시장으로 공급하는 허브로 기능할 수 있으니, 케냐가 플라스틱 규제 정책을 완화하도록 협상해달라는 로비 내용이 담겼다. 미국과 케냐 간 무역 협상이 진행 중인 때였고, 서한은 미국 무역대표부에 전달됐다.

 

"Africa is not a dumpster(아프리카는 너희의 쓰레기장이 아니다)."

 

케냐의 환경운동가들과 시민들은 이 문구를 내걸고 로비를 막기 위해 캠페인을 벌였다. 해시태그를 붙여 #AfricaIsNotADumpster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고, 케냐 산업통상부 장관 등에게 미국산 플라스틱의 케냐 수입을 허용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헬렌은 "얼마 후 장관은 무역협상에서 자국 환경법을 위반하는 어떤 제안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헬렌은 지난 8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속개회의(INC5.2)'에 참관 중이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회의로, 전 세계의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오염 제로’ 체제로 전환하려는 협약이다.

 

석유화학업계의 로비는 이 회의에서도 발견됐다. 국제환경법센터(CIEL)는 234명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이번 회의(INC5.2)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회의에 참석한 유럽연합 대표단 233명보다 많고, 한국 정부 대표단 25명의 10배에 달한다.

 

▲헬렌 카하노 데나. ⓒ그린피스

 

 

7개 국가 플라스틱 생산량 66% 차지

 

국제기구 Zero Carbon Analytics에 따르면, 2024년 단 7개국이 전 세계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량의 66%를 차지했다. 중국(34%), 미국(13%), 사우디아라비아(5%), 한국(5%), 인도(4%), 일본(3%), 독일(2%) 순이다. 또 18개 기업이 전 세계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의 51%(2021년 기준)를 차지했다. 시노펙, 아람코, 엑손모빌 등 대형 석유·가스 업체다. 이 중엔 한국 기업인 롯데케미칼(1.7%)도 포함됐다.

 

헬렌이 원하는 건 "플라스틱 생산 그 자체의 감축"이다. 헬렌은 "플라스틱의 생산과 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전면적인 국제 플라스틱 협약을 원한다"며 "한국과 같은 미온적인 국가는 과학을 인정하고, 자국의 사업·경제적 이익을 잠시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회의는 전 세계 플라스틱 위기를 해결할 '일생에 단 한 번 있는 기회'"라며 "협약은 인권을 토대로 하고, 불평등을 줄이며, 인류 건강과 환경을 우선시하면서 저탄소 시스템으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렌은 "아프리카 국가들의 상황에 맞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채택돼야 한다"며 "우리는 플라스틱, 섬유, 전자폐기물 등 모든 폐기물 투기 문제에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전 세계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비율. ⓒZero Carbon Analytics

손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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