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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첫 특검 조사 불과 5시간…"법꾸라지 구속이 답"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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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

  • 입력 2025.06.28 23:20

  • 수정 2025.06.29 03:45

  • 댓글 0

특검 "30일 2차 소환…횟수 제한 없이 부르겠다"

윤, '체포 저지' 조사 돌연 거부 3시간여 버티기

'경찰 총경' 신문 건너뛰는 조건으로 협조 생색

역시 총경 담당인 비화폰 삭제 조사도 무산시켜

검사들이 계엄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 혐의 질문

저녁 9시 50분 종료…윤, 오전 조서엔 서명 거부

조서 검토 뒤 새벽 귀가…실제 신문은 총 5시간

민주 "윤석열은 구속만이 답…강제 수사 나서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2025.6.29 [공동취재] 연합뉴스

윤석열이 28일 내란 특검의 오후 조사를 터무니없는 이유로 거부하다가 3시간여 만에 다시 받아들였다. 특검이 변호인단의 수사 방해 행위가 선을 넘었다고 경고하며 윤석열에 대한 체포영장 재청구까지 시사하자 조사 거부 명분이었던 '경찰 총경'의 신문(訊問)은 건너뛰는 조건으로 일단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첫 대면 조사가 어렵사리 종료되긴 했지만 끊임없이 법기술을 동원해 불리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윤석열에겐 구속만이 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후 윤석열의 거부로 '체포 저지' 혐의에 대한 조사는 중단했다고 밝혔다. 박지영 특검보는 언론 브리핑에서 "체포 방해 관련 부분에 대한 조사는 윤 전 대통령 측이 조사를 거부해서 결국 재개하지 못했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했다"며 "피의자 신문 조서가 2회로 넘어갔다. 조사량이 많은 점, 수사 효율성 등을 고려해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가 (비상계엄 선포 당시)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 혐의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오전에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주도했던 신문은 윤석열 측의 반발로 더 이상 이뤄지지 못했고 검사들이 담당하는 다음 단계 조사로 바로 넘어갔다는 얘기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지난 1월 3일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윤석열이 경호처에 지시해 집행을 저지했던 혐의를 오전 10시 14분부터 1시간가량 조사했다. 하지만 윤석열 측이 돌연 조사자 교체를 요구하며 답변을 거부하고 점심시간 뒤엔 아예 대기실에 머문 채 버티자 조사를 중단했다. 역시 박 총경이 담당인 비화폰 삭제 혐의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특검팀이 부장검사들이 질문자인 다른 혐의 조사로 넘어가면서 윤석열 측도 협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지난 1월 3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나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관들을 태운 차량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도착해 대기하고 있다. 2025.1.3 연합뉴스

박 특검보는 "오후 4시 45분쯤 (국무회의 의결 및 외환 혐의에 관해) 조사가 재개됐다. 오늘 중 조사를 마치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윤 전 대통령이 (심야 조사에) 동의한다고 하더라도 밤 12시를 넘기진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의 건강과 수사 집중도를 고려해 무리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조사하지 못한 부분은 곧바로 추가 소환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변호인들의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수사 방해에 대해선 내란 특검법에 조항이 명시돼 있고 처벌 조항도 있어서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은 오후 7시 25분까지 조사받다가 경호처가 직접 식당에서 수령한 음식으로 저녁 식사를 한 뒤 다시 8시 25분부터 9시 50분까지 신문에 응했다. 영상녹화엔 동의하지 않았지만 진술 거부권은 사용하지 않은 채 검찰 측 질문에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석열에 대한 호칭을 '대통령님'으로 했고 조사 문답 내용이 담긴 조서에는 '피의자'로 기재했다. 박 특검보는 윤석열이 오전에 작성된 신문조서에 서명·날인을 하진 않았다면서도 "(조사가 이뤄진)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있다. 여러 가지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석열은 피의자 신문 종료 뒤에도 3시간에 걸쳐 조서를 여러 차례 읽어보고 본인 답변을 군데군데 수정하고 나서야 29일 오전 0시 59분쯤 청사를 빠져나와 귀가했다. 윤석열이 이날 특검 사무실에 머무른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약 15시간이었지만 신문을 거부한 시간과 휴식 및 식사 시간, 조서 열람 시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 조사를 받은 시간은 총 5시간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내란 특검은 윤석열에게 오는 30일 오전 9시에 다시 출석하라고 통지했다. 2차 소환에서도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다 마무리 될 때까지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부르기로 했다.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왼쪽 뒤편에 김홍일 변호사가 보인다. 2025.6.29 [공동취재] 연합뉴스

특검팀은 이날 불발된 체포 저지 및 비화폰 삭제 혐의 조사에 대해선 2차 소환 때도 경찰 담당을 유지해 박 총경에게 맡긴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변호인단의 김홍일·송진호·채명성·윤갑근 변호사가 허위 사실 유포로 수사를 방해했다며 이들을 대한변협에 징계 통보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윤석열 측이 또 다시 박 총경이 신문한다는 등의 이유로 도발하지 않도록 확실히 잡도리를 해두겠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한편 윤석열의 조사 거부 행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결국 법꾸라지 윤석열은 진실 규명에는 관심 없고 오로지 구속만 피하고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서 출석한 것"이라며 "불법 계엄과 내란에 대해 국민께 사죄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협조하려는 최소한의 염치와 양심조차 없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구속만이 답이다. 국민을 우롱하고 법을 우습게 여기는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며 "진실을 밝히고 법과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특검은 즉각 강제 수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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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불길 잡는다"…정부, 갭투자 원천차단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red19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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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 입력 2025.06.28 05:40

  • 수정 2025.06.28 08:17

  • 댓글 1

서울 불장에 사상 처음 주담대 상한 6억으로 제한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경우 6개월 이내 처분해야

전세대출 보증·생초자 대출도 축소, 사각지대 없애

가계대출 총량관리로 하반기 10조 이상 줄일 계획

통화· 대출·세제·공급 등 아우르는 로드맵 마련해야

이른바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불타오르는 서울 아파트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이재명 정부가 대출관리 대책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해도 무방할 대책을 내놓았다. 수도권 및 규제지역에선 주택담보대출 상한이 6억 원으로 제한되고, 수도권 다주택자 주담대는 금지되며, 수도권 주택을 구입하며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전입의무가 부과된다. 또한 전세대출 보증이 축소되고 생초자에 대한 대출도 줄어든다. 아울러 정부는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정책대출도 축소하기로 했다. 최근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이 주로 대출에 의한 것이었음을 감안할 때 '6.27 가계대출 관리방안'은 확실히 시장심리를 진정시키는데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차제에 이재명 정부는 금융·세제·공급 등을 아우르는 종합 로드맵을 마련해 부동산 문제 해결의 신기원을 열어야 한다.

소득·주택값 관계없이 주담대 상한 6억으로 제한

금융위원회는 27일 권대영 사무처장 주재로 '긴급 가계부채 점검 회의'를 열어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0.43% 올라 6년 9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패닉 바잉' 양상이 나타나자 역대 가장 강력한 대출 억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당국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목적 주담대의 최대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초강수'를 뒀다. 정부가 소득이나 주택가격과 상관없이 주담대 총액에 한도를 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위는 "고가주택 구입에 과도한 대출을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연봉 2억 원 차주가 20억 원 집을 구입 시(금리 4.0%·만기 30년 분할상환 가정) 종전에는 주담대로 13억 9600만 원을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대출 규제 아래에서는 6억 원밖에 받을 수 없다. 한도가 7억 9600만 원(-57%) 깎이는 셈이다. 그에 비해 같은 조건으로 연봉 1억 원인 차주가 10억 원짜리 집을 구입할 경우 대출 한도는 6억 9800만 원에서 6억 원으로 1억 원가량(-14.1%)만 감소한다. 한편 연봉 6천만 원(수도권 중위소득)인 차주가 10억 원 주택을 살 경우에는 대출 한도는 4억1900만 원으로 종전과 다름이 없다.

주담대 6억 원 상한설정은 이른바 '고액 영끌'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포·용산·성동 등에 집을 구매하려는 차주들을 정조준한 대책으로 보인다. 통상 강남 3구와 마용성은 서울 집값을 견인하는 기관차 역할을 해 왔다.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을 위한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4.5.13. 연합뉴스

다주택자 등에 대해서도 고강도 대출 관리에 들어가

그간 은행들이 월별·분기별 한도에 맞춰 자율적으로 운영한 다주택자 및 갭투자 대출 제한 조치들도 규정화했다.

수도권·규제지역 2주택 이상 보유자가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0%가 적용된다. 즉 대출이 완전히 막히는 것이다. 또한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하지 않고 추가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만 처분 조건을 지키면 규제지역 LTV 50%, 비규제지역 LTV 70%가 적용되는데, 그 조건이 2년 내 처분에서 6개월 내 처분으로 엄격해졌다. 갭투자에 쓰이는 조건부 전세대출 공급도 금지한다.

한편 은행별로 달랐던 주담대 만기는 30년으로 일률화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를 방지한다.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최대 1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을 활용한 주택 구입을 방지하기 위해 한도를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묶는다. 금융권 대출은 실거주 목적에만 활용할 수 있도록 주택 구입시 주담대를 받은 경우 6개월 이내 전입 의무를 부과한다. 이는 정책대출(보금자리론)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대출 제한 조치는 수도권·규제 지역에 한해 시행하기로 하면서 지방 부동산 대응과 차별화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영끌'이 이어지면서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전체 가계 빚(부채)이 다시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사진은 21일 서울 한 은행 지점 앞에 게시된 담보대출 광고. 2025.5.21 연합뉴스

생초자와 전세대출 보증도 축소해

이번 가계대출관리방안에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에도 LTV를 줄이고, 정책대출 최대한도도 축소 조정하는 등 '규제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들도 여럿 포함됐다. 수도권·규제지역 내 생애 최초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디딤돌·보금자리론 포함) LTV는 기존 80%에서 70%로 축소된다. 정책대출 중 비중이 큰 주택기금 디딤돌(구입)·버팀목(전세) 대출은 한도를 대상별로 최대 1억원 축소 조정한다. 또한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재 90%에서 80%로 더 낮춘다. 생초자 대출과 전세대출이 투기에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보고 이를 축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하반기에만 가계대출 총량을 10조 원 이상 줄이기로 해

한편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감축한다. 이를 통해 하반기에만 10조 원 이상의 가계대출을 줄이게 된다. 아울러 최근 집값 급등의 원흉으로 지목된 정책금융도 축소된다. 디딤돌대출·버팀목·보금자리론 등 정책대출 공급을 연간 공급 계획 대비 25% 줄이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대출 수요가 쏠리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조치를 오는 28일부터 즉시 적용한다.

 

5대 시중은행 본점의 로고, 위에서부터 국민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농협은행. 연합뉴스

통화·대출·세제·공급 망라한 종합 로드랩 마련해 부동산공화국 작별해야

최근의 ‘한강벨트’소재 아파트 가격 폭등은 다분히 대출을 통한 유동성의 힘이 컸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된 초고강도 대출 관리 대책이 서울 불장을 진정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만약 급한 불을 끈 것으로 확인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공화국과 작별할 담대한 로드맵 마련해 작성해야 한다. 부동산공화국과 헤어지기 위해서는 통화, 대출, 세제, 공급 등이 모두 망라된 종합 로드맵의 구축이 긴절하다.

부동산공화국과 헤어질 결심만 확고하다면 이를 실행하기 위한 로드맵 마련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닐 수 있다. 예컨대 또 하나의 정부처럼 행세하며 실물경제에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유동성 남발만 감행하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전세대출·정책대출 등으로 DSR 적용 확대, 주담대 위험가중치 상향해 금융의 부동산 과잉유입 원천차단,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완화로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 과감한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통해 실효적 공급대책 마련 등을 실시해야 한다.

만약 건국 이래 대한민국을 악령처럼 괴롭히고 있는 부동산공화국과 작별할 결심을 하고 이를 실행해 옮긴다면, 이재명 정부의 업적은 죽백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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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세력'의 확장을 막는 방법…'자유민주주의'와 '건국절'을 허하라

[박세열 칼럼] 극우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빼앗아 전유하기

이번 대선 과정에서 별로 주목받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국민의힘은) 헌정질서와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모두 파괴한 정당"이라고 말한다. 이재명이 "자유민주적"을 언급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이재명 후보 공동선대위원장이자 국민대통합위원장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공개석상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토대로 한 자유와 평등이 조화되는 실용주의적 정책으로 나가야만 국민 통합이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아니 문제 삼을 이유도 없다. 자유민주주의와 그 발화자는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요컨대 이재명은 윤석열과 윤석열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이 오염시켜온 말 하나를 슬쩍 훔쳐낸 거였다. 여기에서 야금야금 영토를 넓혀가는 극우 세력 확장 문제를 우리가 어떻게 다뤄야 할지 힌트가 살짝 엿보인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서 자유민주정(주의)는 이렇게 규정된다.

 

 

"민주적 정부 구조로서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보호되며, 정치적 권력 작용이 법의 지배에 의해 제한되는 것"

 

자유민주주의가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된 것은 이 말이 사용된 맥락 때문이다. 극우 세력의 '자유민주주의'는 탄생부터 대항 개념이었다. 적을 설정하고 그들을 박멸하기 위한 것으로, '공산주의', '인민민주주의'의 대체 개념으로 수용됐다. 반독재 투쟁을 '빨갱이'로 몰고자 사용된 기만적인 언어기 때문에 그들이 읊어대는 '자유민주주의'에는 전체주의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래서 진보진영에선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 오염됐다고 봤다.

 

 

그럴수록 '자유민주주의'는 극우 세력의 전가의 보도가 됐다. 자유민주주의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절대 선'으로 설정하고 '그 외 모든 세력'은 박멸해야 할 것들로 봤다. 자유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고쳐 쓰는 것은 북한의 계략이고,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절대 악'의 이미지를 씌웠다. 민주화 세력 탄압에 쓰였던 이 말은 세월이 흘러 극우 세력의 정치 투쟁 소재로 자리잡는다.

 

그들은 오늘도 열심히 '반 대한민국 세력'이라는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매질을 하고 있다. 이 허수아비 때리기는 곧잘 통했고, 청년 극우 세력의 자양분이 되어 '민주당은 공산당', '문재인은 간첩'과 같은 허무맹랑한 사상 체계 밖의 세상을 통으로 부정한다.

 

'언어의 소유권'에 대해 꽤 관심을 가져왔다. 이를테면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두고 얼마나 싸웠던가. 역사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 표현을 쓰는 것에 대한 논란은 꽤 오래됐는데, 지난해 윤석열 정부 하에서는 교과서 9종 모두에 '자유민주주의'가 명기됐다. 극우 세력은 이를 '좌파에 한방 먹인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한 승리'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극우 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무기로 사상전에 나섰다. 리박스쿨의 강령이라 봐도 손색이 없는 '언론 자유 없이 자유민주주의 없다'는 제목의 2018년도 문건은 이른바 '우파 사상 개발'과 '여론 확산 계획'을 열거하고 있다. "우파 전략과 논리를 개발", "유튜브 활용", "각 사회단체로 확장", "작가·기자·연예인 발굴" 등의 전략을 담은 이 문건은 옛 독재 정권 사상 투쟁의 21세기 버전이다. 그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전유하고 배타적으로 독점 소유하면서 상대 진영을 비난하는 도구로 사용한다.

 

북한은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전유해 체제 정당성을 대내외에 과시하지만, 우린 그 '민주주의'가 반쪽자리 껍데기임을 알고 있다. 그와 쌍둥이같은 사례가 정통성 부족을 상쇄하려 극우세력이 점유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이다. '우리에게 자유와 민주주의는 아직 이르다'면서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했던 박정희가 자유민주주의를 주장하는 세력들의 '우상'이 된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말이다. 전두환이 '정의'를 내세운 것처럼 극우 세력은 '자유민주주의'를 내세워 스스로 '반자유민주주의자'임을 은폐해 왔다. 그리고 '국민저항권' 같은 말을 훔쳐와 왜곡해 언어의 영토를 넓히고 있다.

 

'보수'의 영역에 전략적으로 침범한 이재명은 이 상황을 역으로 이용했다. 윤석열이 자유 민주주의를 말할 때, 이재명이 자유 민주주의를 말할 때, 같은 말이라도 그 맥락과 뉘앙스는 달라진다. 우리는 윤석열과 이재명이 어떻게 다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재명은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굳이 배척할 이유가 없었다. 자유민주주의는 더이상 민주당에서 금기어일 필요가 없다. 극우 세력이 가져간 '자유민주주의'를 역으로 전유(轉有)하면 된다.

 

극우 세력을 비판한다고 해서 그들이 약화되지 않는다. 오히려 유용한 전략은 극우 세력에 의해 점유된 가치들을 하나하나 빼앗는 것이 아닐까.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가, 민주당이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보다 더 자유롭게 사용하길 바란다. '자유민주주의'에 정명을 찾아주고 본래의 의미를 조명해 역(逆)전유할 필요가 있다.

 

극우 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 빼앗아 전유하기

 

'건국절' 논란에서 '건국절'이라는 말을 훔쳐오는 건 어떤가. 건국절 논란이 문제가 되는 거기에 부여된 '함의' 때문이다. 이승만 추종 세력이나 극우 뉴라이트 세력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부정하고 1948년 건국을 주장한다면, 건국절이라는 말을 역으로 전유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이를테면 1919년 4월 11일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을 '건국절'이란 이름으로 공식화하는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도 그러한 사례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빨간색을 전유한 박근혜의 새누리당이다. '좌파'의 상징 빨간색을 보수정당의 상징으로 파격 도입한 박근혜는 자신의 이미지를 '중도'로 끌어오는 효과를 톡톡히 봤다. 전형적인 이미지 전유의 예다. 물론 그 빨간색은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과 그걸 비호한 국민의힘의 상징색으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중이라, 애초에 도입했을 때 기대한 효과는 한참 퇴색한 상황이다. 사람들은 이제 '빨간색'을 '내란 수괴 윤석열'과 등치시킨다. 모르긴 몰라도 국민의힘이 재창당 수준의 정치 기획을 벌인다면 상징색을 바꾸지 않을까 싶다.

 

'애국'도 마찬가지다. '애국'은 원래 80년대, 90년대 대학가 학생 운동권에서도 널리 쓰이던 말이다. 베트남 호치민이 혁명을 준비하며 쓴 이름이 '아이쿡'(애국)이었다. 과거 애국은 유럽을 비롯해 혁명을 경험한 국가가 내세운 대표적인 가치 중 하나였다. 지금은 극우 세력이 전유해 가져다 쓰면서 배타적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태극기(태극기란 말도 얼마나 오염되었는가) 집회 참석자들은 스스로를 '애국 시민'이라 부른다. '애국'의 가치도 리버럴 진영이나 진보 진영에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다시 가져다 쓸 만한 말이다.

 

'언어 전유'와 '이미지 전유'는 극우세력의 확장 동력에 힘을 빼 줄 수 있을 것이다. 배제와 혐오를 일삼는 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니, '애국'이니, '태극기'니 하는 말의 독점 사용권을 주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극우의 세력 확장을 약화시키기 위해선 그들이 훔쳐간 단어들에 '정명'을 돌려주고, 역으로 전유해 새로운 가치를 입혀 재탄생시키는 방식을 고려해 볼 만 하다. 하나의 운동처럼 이어져도 좋겠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나선 한 시민이 윤석열 얼굴이 들어간 배지를 차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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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민주당 지자체장엔 "이러면 곤란" 국힘 지자체장엔 "잘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 '2조 원을 내놓으라' 이런 식은 곤란하다."

지난 25일 광주광역시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향해 날을 세웠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땅만 만들면 기업들이 들어온다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며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준비 부족을 꼬집었다.

허공을 향한 질타가 아니었다. 눈 앞에 앉은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를 직격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끝내, 이 대통령은 두 사람으로부터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대통령, "구체적으로 얘기해달라" 수차례 얘기했지만 돌아오는 쳇바퀴 대답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25 ⓒ 연합뉴스

330만 광주·전남 시민을 대표하는 두 지자체장은 중앙정부와의 협력을 요청하며 지역 발전의 그림을 펼쳤지만, 색채도, 방향도 흐릿했다. 강 시장은 AI(인공지능)와 모빌리티 산업이 융합된 '직주락' 신산업단지를 소개했다. 해당 산단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2조 원의 인프라 개발비를 중앙정부가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어떻게 지원해 달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며 사업의 당위성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지금 당장 가능한 실효적인 방안을 요구했다. "장밋빛 그림을 그려 시민들에게 보여주는 건 좋은데, 실현 가능한 대안이 되어야 한다", "산단 부지만 만들면 기업이 입주한다는 전제를 하는 것 같다"고 누차 강조했지만, 강 시장은 결국 산단에 입주할 기업이 있다고만 되풀이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태양광 발전 규제의 근거가 되는 전력 계통 포화 문제에 대해 전문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지사님은 조사 안 해보셨나"라고 묻자, "우리 능력이 안 돼서..."라며 말을 흐렸다. 전력 계통 연결 문제, 송전망 투자, 계통 계획 변경과 같은 핵심 의제를 앞에 두고도 제대로 된 기초자료 하나 마련하지 못한 채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이어 김 지사는 외국 기업이 전력확보가 안 돼서 전남에 입주를 철회했다며 한전이 기존의 전력 계통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그건 돈 문제예요? 규제 문제예요?"라고 묻자 "한전 측은 기존 계획을 바꾸기 어렵다고 한다"라며 한전의 방침만을 되풀이했다.

이 대통령이 전력 계통 계획을 바꾸기 힘든 이유로 재차 재정과 규제 중 어느 쪽 문제냐고 물으며 "계획을 바꾸면 되지 않나, (한전은) 왜 안 바꿔줍니까"라고 물었지만 돌아오는 건 "계획 변경이 굉장이 어렵다고 하더라"는 같은 대답의 반복이었다. 결국 이 대통령은 본인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했다.

'국가산단이 폼 난다'는 수준이면 도와주고 싶다가도 마음 접는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이 25일 광주광역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에서 김영록 전남도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2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중앙정부의 지원 없이는 지역 발전이 어려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체적인 전략과 설계 없이 손 내미는 행태를 정당화하지 않는다. 대통령의 지적처럼 "어떻게 지원해달라는지, 무엇이 급한지"를 정리해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무능에 가깝다.

실제로 광주와 전남은 지난 수년간 산업단지 조성과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외쳤지만, 그 성과에 대해서는 평이 갈린다. "산단 개발만 해 놓으면 기업들이 입주하나, 제 생각에는 아니다"라는 이 대통령에 김 지사는 "전남의 산단 분양률이 98%"라고만 답했다. 이 대통령이 듣고 싶었던 건 단순히 분양률을 넘어 그 산단들이 실제 지역 경제에 미친 파급 효과, 고용 창출력, 지속가능성 등에 대한 자체 평가 결과였을 테다.

그 정도의 준비도 없이 이 대통령이 "산단 만드는 건 도시공사나 전남도에서 승인해도 되지 않나"라고 지적하자 "지방산단으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런데 국가산단으로 만들어야 폼이 난다고들 한다"라고 답하는 수준으로는 대통령이 도움을 주고 싶다가도 마음을 접게 만들 수밖에 없다.

"제가 뭐 기대가 너무 컸는지 모르겠는데"

가장 뼈아픈 말은 대통령의 이 한마디였다. 지역을 살릴 해법을 기대하며 간담회를 연 대통령은 실망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당위성만 설파하고 대안은 없는 자리, 중앙정부에 두루뭉술한 내용만 요구하며 명확한 수치는 말하지 않는 태도에 대통령은 거듭 "뭘 하면 광주나 전남이 먹고 살 수 있는지 그 얘기를 해보시라"고 재촉했다.

그럼에도 광주시장과 전남도지사는 "우리는 이러저러한 계획을 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구체적인 재정 추계, 민간 투자 유치 전략, 중앙정부 협의 계획, 지역 주민 동의 확보 방식 등은 없었다.

또한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운 광주·전남 7대 공약을 말하며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특히 광주의 경우 이 대통령은 'AI 국가 시범도시 조성'과 '대한민국 대표 모빌리티 도시 조성'을 공약한 바 있다. 'AI·모빌리티 신산단'을 만들겠다는 강 시장의 계획과 정확히 일치함에도 강 시장은 이런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만난 김에 뽕을 뽑으시려고" 김두겸 울산시장과 비교돼... '장밋빛 그림'에 멈추지 않길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5.6.20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뉴스

한편 지난 20일 이 대통령을 만난 김두겸 울산광역시장은 "AI를 산업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이 울산"이라며 AI 산업 관련해 중앙정부가 울산에 지원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지금 광주에서 AI 특화도시한다고 연구하던데..."라고 광주를 언급하자 "그래봤자 사용하는 건 울산"이라며 "판매 수용처가 있는 울산에 (AI)산업의 밸류체인이 조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제조AI는 확실히 울산이 강점이 있다"며 수긍했다.

이외에도 김 시장이 '수중 데이터센터 단지구축 연구지원'과 '산림청을 산림부로 승격' 그리고 '2028 울산국제정원박람회 지원' 등을 건의하자 이 대통령은 "만난 김에 아주 뽕을 뽑으시려고... 잘하십니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국제정원박람회의 예산 규모를 물으며 관심을 보이자, 김 시장이 곧바로 "7천억 원 정도 소요되는데 이중 국비는 현재 8백억 원밖에 책정이 안 됐다"고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야당 소속 김 시장에는 웃음을 보이고 칭찬까지 건넨 반면, 같은 당 소속인 강 시장과 김 지사에게는 야박하게 군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지역에 대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요구안을 제시한 지차제장과 그렇지 못한 지자체장 중 전자에게 호의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중앙정부보다 더 빨라야 한다. 현실을 가장 먼저 감지하고, 주민과 가장 자주 만나며, 가장 구체적인 대안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지역민의 여론, 기업 유치 프로세스, 법적 규제 및 제약, 예산 구조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제시하는 것, 그것이 준비된 지자체의 책임이다.

광주·전남 지방정부는, 이제라도 구체적인 전략과 대안을 갖고 중앙정부와 다시 마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대통령의 말대로 장밋빛 그림은 또다시 허공에 흩어질 뿐이다.

#이재명#강기정#김영록#김두겸#광주전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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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한과 갈등 해결할 것”

  •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6.28 07:52
  •  
  •  수정 2025.06.28 09:39
  •  
  •  댓글 1
 
2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갈무리-백악관 유튜브]
27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사진 갈무리-백악관 유튜브]

“나는 그와 매우 잘 지냈고 갈등(conflict)이 있다면 우리는 북한과 그 갈등을 해결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르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외교장관들을 백악관으로 불러 평화협정을 맺는 자리에서 ‘김정은에게 친서를 보내려 했다는 게 사실이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대답했다.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였고 나는 정말로 그와 아주 잘 지냈다. 그러므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볼 것”이라며 “어떤 사람들은 잠재적 갈등이 있다고 말하는 데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우리는 잘 해낼 것이다. 그것은 우리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주유엔 북한대표부를 통해 ‘트럼프 친서’를 보내려 했으나 북한 측이 수령을 거부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북한은 지난 21일부터 사흘 간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21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진행했다. 다만 결정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중요연설이 있었다고 했으나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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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의 불똥은 한국 경제 어디로 튈 것인가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ibaek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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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무기 생산업자들 이익 연결되는 국방비 증액 요구

백일 전 울산과학대 교수·경제학

2023년 가자지구 전쟁이 개시된 지 3년여,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으로 시작된 중동전쟁이 돌연 멈췄다. 트럼프의 미국이 개입하여 이란 핵시설을 폭격(06.21)하며, 항복을 종용하다 휴전. 약속 대련이란 소문이 무성한데, 이란의 최고지도자 참수 작전 운운하다가 황당하다. 애들 장난도 아니고. 지하 수십 미터를 파괴한다는 고성능 폭탄 벙커버스터는 휴전용 퍼포먼스였나? 이쯤 되면 세계를 기만한 해프닝에 다름없다.

무슨 일인지 복기가 필요하다. 실제 전쟁은 장기냐 단기냐에 따라서 유불리가 갈린다. 오랜 중동전쟁사를 보면 전쟁이 단기간에 끝난 적은 없어, 아마도 그대로 진행되었으면 전력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장기전으로 갈 것이 유력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처럼 늪에 빠져 전력을 소모할 가능성이 크다. 핵폭탄급 위력이라는 벙커버스터의 실체는 뭘까. 군사전문가들 의견을 종합해보면 벙커버스터 1발 무게는 13.6톤, 가격은 400만 달러쯤, 수십 미터 지하를 파괴한다는 어마무시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발사체 운반의 문제, 지형(특히 산악일 경우)에 따른 오차 발생, 중력 낙하 폭탄의 부정확성 등의 이유로 성공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포르도(핵시설) 폭격의 피해 정도가 잘 확인되지 않는 이유다.

 

미국의 이란 공습 직후인 6월 23일에 찍은 이스파한의 핵시설 위성사진. 연합뉴스

미국 이스라엘의 승산없는 전쟁, 누구 좋으라고 하는 건가

지상전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공중전 능력만으로 이란을 항복시킬 수 없다. 지상전 가능성도 사실 높지 않다. 국경을 마주하지 않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거리는 1600km, 인구수는 10배, 영토 면적은 80배, 산악지형, 병력은 60만 명 대 15만 명 4배 차, GDP는 4800억 달러 대 4000억 달러로 엇비슷하며, 중동 주둔 미군 지상병력은 약 4만 명, 즉 정규 지상전은 미군의 참전과 무장력 우위까지 감안해도 단기 승산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승산이 모호하다면 장기전, 승산은 현지 사정에 익숙한 이란 쪽으로 기운다. 군사비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이고, 무리한 선제 폭격으로 국제 여론 흐름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 도대체 이 전쟁은 누구 좋으라고, 뭐 때문에 하는가.

근 100여 년간 남북분단이 해결되지 않고 때만 되면 전쟁 위협 운운하는 한반도 입장에서 보면, 중동전은 남의 일 같지 않다. 이 전쟁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뭔가. 미치광이 트럼프가 개입하였으니 엉뚱하게 불똥이 튀는 건 아닌가?

우려하던 그 불똥이 튀었다. NATO와 마찬가지로 국방비를 GDP 대비 2.8%(2025년 66조 원)에서 5%(△51조 원, 총 117조 원)로 증액, 미국 돈으로 350억 달러를 더 내놓으란다. 그래서 그걸 내면 한반도 전쟁 위협이 뚝 멈추기라도 하는가. 아니라면 군비를 강화해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대만에서 중국 혹은 한반도에서 북한을 건드려서 세 번째 전쟁, 즉 신냉전을 신열전으로 바꾸고 싶은가. 중미 갈등이 하루 이틀 거론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직접적인 군사적 무력 충돌로 치달은 적은 없는데 동북아에서의 전쟁이란 설마 지나친 상상에 지나지 않겠지?

 

파키스탄 페샤와르에서 시민들이 미국의 공습으로 피해를 입은 이란인들에 대한 연대시위를 하고 있다. 2025. 6. 23. EPA 연합뉴스

이란 공격으로 노리는 트럼프의 딴 주머니

동북아까지 3개의 전쟁은 없다고 하면, 결국 중동으로 제한된 지역전 확전이다. 그러나 확전은 세계 최대 국가채무 40조 달러를 짊어진 나라, 미국의 능력을 넘어선다. 언제부턴가 미국은 직접 참전을 삼가고 전쟁을 틈타 경제 실익을 챙기는 쪽으로 돌아섰다. 이번에도 전쟁 위험을 고조시키고 상대방의 잠정 위협을 각인시킨 후 갹출(방위비 공동분담)하는 방식이다. 전쟁은 돈을 쓰든, 벌든 결국 실익이 누구한테로 들어가느냐의 문제다. 네타냐후는 전쟁 확대로 자기 정권의 수명 연장을 도모하는 전쟁광들의 국수주의를 재건하고, 미국은 핵위협 제거를 명분 삼지만,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이라크 침공 사례로 보면 이란 핵시설의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위협의 확장, 큰 그림 만들기, 딴 주머니를 노리는 속셈이 보인다.

2024년 미국 국방전략위원회의 미 국방전략검토보고서(NDS), 거기에는 그간 거론되지 않았던 ‘이란’이란 나라 이름이 드디어 등장한다. 즉 중국 러시아 북한과 이란이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단기적 대규모 전쟁 가능성을 지적하며 총력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비책으로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인 갈등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비하는 다중 전역 군사 구조(Multiple Theater Force Construct)를 달성하기 위한 가령 미일 합동사령부를 제안한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시절 한반도 역사상 단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한일 군사협력 또는 한미일 동맹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던 것은 아마도 이런 보고서의 영향일 것이다.

그런데 이 장면은 어디서 본 듯한 오래된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독일과 일본 군비를 GDP 대비 5%, 각각 2천억 달러,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올린다는 시나리오. 이건 마치 다중이라는 이름으로 2차대전 동맹국, 전범 독일과 일본의 재무장을 허용한다는 소리가 아닌가. GDP 4800억 달러, 미국의 1/80에 못 미치는 경제 약국, 이란을 끼워서 전범들의 재무장이라니 너무 막 나가는 것 아닌가. 세상은 별일 다 있으니 이 보고서가 이런 시나리오를 한 번쯤 상상한다고 해서 그네들 입장을 뭐라고 하지는 못한다.

그 뒤에 역시 석유자본의 이익이 숨어있는 것 아닌가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다. 작전을 전격 감행할 다른 직접적인 이유가 또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중동 하면 알기 쉽게 떠오르는 경제적 실익을 상징하는 단어는 석유 또는 에너지 아닌가. 석유 값, 그와 연관된 석유자본의 문제라면 앞뒤가 꿰인다. 다음은 양대 전쟁이 발생했던 2022년 이후 최근 6월까지 3년간 석유값 변동 추이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중동발 석유 공급 차질로 유가와 운임 상승이 우려되는 22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 앞 유가정보판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번 주 국내 주유소 휘발유ㆍ경유의 주간 평균 가격은 6주 만에 상승 전환됐으며, 국제 유가 또한 이란·이스라엘 무력 충돌에 따른 중동 지정학 리스크 상승 등이 반영돼 올랐다. 2025.6.22 연합뉴스

 

두바이유 가격추이(2022-2025년)

이스라엘, 우크라이나 양대 전쟁 발발기인 2022년 배럴당 100달러 대로 고공행진하던 석유 값은 2023년-2024년 87달러 전후, 트럼프 집권과 더불어 종전 회담이 거론되는 2025년 들어서는 급락하여 손익분기점 선인 3년 내 최저치 60달러, 이란전쟁으로 확전 후 급반등해서 75달러 선, 전쟁이 장기화되면 다시 100달러 선을 넘는 것은 잠깐이다. 중동전 확전의 배후에 석유 에너지가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또 있을까? 이란의 주요 석유항이 폐쇄되고,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가 급등한다는 것을 이해관계자들이 모를 리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확전으로 러시아산 가스 수송이 봉쇄되자, 미국산 셰일가스의 대유럽 수출이 사상 최고를 이루었던 것처럼 전쟁은 세계의 시민들을 궁핍하게 하지만 에너지 산업과 그 이해관계자들의 배를 불린다. 석유값이 오르면 2025년 0%대 성장이 예측되는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 유류의 34%가 운행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당연히 옆 통로 수에즈운하 봉쇄 기간이 연장될 것이고, 해운이 남아프리카로 우회하기 때문에 물류 기간이 더 길어지고 유럽행 해상수송비가 폭등하면, 수출입 물동량이 큰 산업이 포진한 한국은 또다시 어려움을 겪는다. 벌써부터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가 150% 인상이니 하는 판에 유일한 해운동맹 국적선사인 HMM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는 반대 급부의 소식도 들리지만, 선사를 마냥 증선할 수 없는 것은 이번처럼 불확실성 발생시 과잉선박 유휴화 부담이 걱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같은 휴전과 석유값 하강이 연계된다. 어찌 된 일인가. 만족스럽지 않겠지만 석유값 최저선을 넘겨 아쉬운 대로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선에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지 싶다. 이 정도면 급휴전은 막대한 전쟁 비용 회피용으로 사전 기획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의 국방비는 연 465억 달러(2024년), GDP의 10% 수준으로 상승하였으며, 방어돔 유지비 하루 5억 달러(7천억 원)~10억 달러(1조 8천억 원), 요격용 미사일 1발 당 350만 달러로 보도된 바, 대 이란 확전시 GDP 대비 15~20% 전비 상승을 버틸 만큼 이스라엘 사정이 좋은 것은 아니다. 3년 전쟁만에 탄약이 바닥이라는 소문처럼 궁지에 몰렸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방비는 연 9055억 달러, 코앞의 1조 달러를 넘어서면 사상 최대치 GDP대비 4% 선, 연 이자만 500억 달러,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한편 이란의 유명한 자폭 드론은 탄도미사일의 1/1000, 대략 1발당 2천∼3천 달러, 비교할 필요조차 없이 저렴하다. 이 정도 차이라면 장기전시 어느 쪽에 승산있을 지는 겪지 않아도 계산이 선다. 물론 이란이라고 지구전, 확전이 좋을 리 없다. 그래서 배꼽을 맞춘 휴전이고 종전을 위한 약속 대련이다. 대신에 휴전과 함께 증권 수치는 오르고 이 모든 사전 금융정보를 좌우하는 정책 결정은 마이다스의 손 트럼프에 달려있다.

 

다우존스 3개월(2025, 3-6월) 추이

트럼프도 돈 벌고 미국 무기 생산업자들도 끼어들고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자신의 금융투자 소식을 전하는 바, 최근 몇 개월간 21억 달러(2조7천 억원 가량)를 벌어들였단다. 4월 급등락은 관세 도발과 유예 번복, 6월 이란공습 도발과 돌연 휴전, 그 급등락의 금융정보가 한 사람에게 쏠려있다면 이걸 투자라고 해야 하나, 투기의혹이라고 해야 하나. 세계가 한 사람의 장사꾼에 의해 농락당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좋은 소리 못하고 나쁜 소식만 열거하니 답답하다. 남의 나라 전쟁이니 탈출구가 잘 눈에 띌 리가 없다. 그나마 몇 수십년 전의 베트남 또는 이라크 참전, 얼마 전의 윤석열 정부 때 말 많던 우크라이나 군수지원 같은 소리가 또 나올까 걱정이다. 그 베트남과 지금은 동남아시아 최고 수준의 교역 관계여서 까맣게 잊혀진 듯 하지만, 참전의 아픔은 아직도 50년째 양국 모두에게 부담으로 남아 많은 사람을 숙연하게 한다.

트럼프의 전쟁 발빼기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불씨가 완전 사그라든 것으로 볼 수 없다. 돌연 공습재개 소식도 낯설지 않아 당분간 유가가 최저선 이상에서 유지된다면 석유상들의 급한 불은 해소된 것으로 본다. 다만 약속 대련, 전쟁 소강 후, 진영의 분리는 더 분명해질 것이다. 미국-이란 관계는 당분간 소원할 것이며, 핵시설 폭격을 공식화한 사정상 미국은 으름장을 놓을지언정 공개적인 대 이란 추가 핵사찰을 공언하기 어렵고, 이란은 대놓고 말하지는 않아도 핵개발을 고민할 것이다. 대대적 충돌의 위험은 수면 밑으로 잠시 내려갔을 뿐이다. 불씨가 살아있는 한 양대 전쟁이 질러놓은 불, NATO 일본 한국 등에 대한 GDP 대비 5% 방위비 상향 공언은 유효하다. 비용 분담의 수용 여부를 떠나서 얼마라도 인용된다면, 그 상당 부분은 전력 현대화의 핵심 공중전 병기, 전투기와 미사일 방어체계, 결국 동맹국 주요 공군전력의 공통점으로서 미국산으로 설계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선택은 불가하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딕 스호프 네덜란드 수상. 2025. 6. 25 UPI 연합뉴스 2025. 6. 25

NATO 수렁에서 발 뺀 새 정부 선택은 아주 잘한 것

1차 대전 당시 독일 무기상 헤링겐은 ‘유사시 필요 무기 생산 능력을 유지하려면 평화시에 무기상들에게 수출의 자유와 철저한 장사꾼이 되도록 두어야 하고 청렴윤리를 강요하는 것은 넌센스’라고 진술한 일화로 유명하다. 록히드나 보잉은 좋겠다. 그들은 양심도 필요 없고 돈을 벌 수 있다면 로비와 향응은 물론 전쟁시 얼마가 죽든 개의치 않는다. 2025년 5월 현재 미국의 제1 수출품목은 항공기 및 부품, 464억 달러, 2024년 대비 6.5% 증가, 관세전쟁 속에서도 사상 최대치다. 소름이 돋는다.

이란의 운명을 걱정하기엔 확실한 전쟁 정보가 너무 적다. 그러나 전쟁 수습과정에서 이란은 이스라엘과 미국 이외 국가, 가령 중국 인도 파키스탄 러시아 등 직간접적으로 이란을 지지한 세칭 BRICs국가들과 교역 확대를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석유 에너지 및 자원 강국이고, 미국을 포함한 NATO, 혹은 G7국이 아니더라도 막대한 석유에너지를 교역할 다수의 우호세력을 확보한 거나 마찬가지여서 복구는 급속하고 빠르게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한때 에너지와 자연자원, 공산품 등에서 밀접한 교역관계를 형성했고 축구로도 가까웠던 이란과 우리의 관계는 어쩔 것인가. 실용주의 칭호를 두른 새 정부는 향후 중동정세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갖출지 매우 궁금한데, NATO 회의 불참 소식이 들린다. 곤란한 시점에서 트럼프가 NATO에 오면 무슨 소리 할지 뻔한데, 회원국도 아닌 옵저버로서 이 수렁에 한발 담그면 물귀신을 걱정해야 한다. 발을 뺀 건 적절한 선택이다. 기죽지 말자,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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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다녀온 위성락, “방위비 5% 인상이 하나의 흐름”

“트럼프 대통령의 많은 관심은 조선 분야 협력”

  • 기자명 이광길 기자 
  •  
  •  입력 2025.06.27 08:41
  •  
  •  수정 2025.06.27 08:51
  •  
  •  댓글 0
 
나토 정상회의에 '대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맨 뒷줄 맨 왼쪽), [사진제공-대통령실]
나토 정상회의에 '대참'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맨 뒷줄 맨 왼쪽), [사진제공-대통령실]

“이번 NATO 정상회의의 주요 주제가 방위비를 늘리는 문제고, NATO가 5%를 타깃으로 늘려가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5%는 아시다시피 3.5%의 직접적인 국방비와 1.5%의 간접적인 국방비로 구성돼 있다. 그게 하나의 흐름이다.”

24~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이재명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고 귀국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6일 저녁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토로했다. “유사한 주문이 우리한테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위비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은 NATO에 대해서 유사하게 여러 동맹국들에 비슷한 주문을 지금 내고 있는 상황인 건 맞고 그런 논의들이 실무진 간에 오고가고 있다”며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는 정해 가야 한다”고 확인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헤이그 방문 계기에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등과 만나 ‘조속한 한미정상회담 개최’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정상회담과 관련하여 한·미 간에는 현재 통상과 안보 협상이 각각 진행 중이다.   

“아까 그런(주-방위비 인상) 내용들은 안보 관련 협의에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인데, 협의 경과를 지켜봐야 되겠다”면서 “두 개의 협상 트랙에서 서로 유연하게 접점을 찾아서 정상회의를 준비해 나가자, 그런 정도의 얘기가 있었다”고 밝혔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도 잠깐 대화를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관심이 조선 분야 협력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이 되었다”고 알렸다. 

‘다음달 중순 말레이시아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에 참석하는 루비오 국무장관이 그 직후 일본과 한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에 관해서는 “ARF 계기에 곧 미국 인사들이 방한할 가능성은 열려 있는 것 같다”면서도 “더 협의를 해 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나토와의 방산협력 강화를 위한 국장급 협의체(dialogue)’에 대해서는 “방사청이나 국방부나 관련 국장급에서 하게 될 것”이라며 “NATO가 방위비를 지금 현재 2%, 아니면 2% 안 되는 선에서 5%대로 올리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수요는 굉장히 많고, 또 우리는 그런 수요에 부응할 역량을 갖춘 몇 안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시의적절하게 이런 다이얼로그를 출범시켜서 더 많은 내실 있는 협력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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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추경은 피할 수 없는 선택...경제와 민생엔 여야 없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파행으로 끝난 김민석 청문회, 중앙 “李, 교체할 인물 과감히 결단해야”

尹 비공개 출석 요구, 한겨레 “아직도 대통령인 줄 착각하는 모양”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5.06.27 07:33

▲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 연설 중인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홈페이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6일 취임 후 가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의 신속한 국회 통과를 요청했다. 27일 주요 신문들은 모두 1면에서 이 대통령의 첫 시정연설을 다뤘다. 사설에선 여야의 협력으로 추경을 속도감 있게 집행해야 한다는 당부가 다수였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경기 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경제 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총 3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경안에는 전 국민에게 소득에 따라 15만 원에서 최대 52만 원까지의 소비쿠폰을 차등 지급하고, 지역화폐 발행 규모를 8조 원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 차주 113만 명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고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 채무를 정리해주는 등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민생안정 예산 5조 원도 포함됐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이 대통령은 ‘공정 성장’을 화두로 올리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 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관련해 한겨레는 기사 <공정 화두 던진 이 대통령 “성장 기회와 열매 함께 나눠야”>에서 “대선과 새 정부 출범 과정에서 경기 침체 극복을 위한 ‘친기업 성장론’을 전면에 내세우긴 했으나, 이번 연설을 통해 공정 성장의 비전도 놓지 않고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고 했다.

주요 신문들은 여야가 협치해 신속히 추경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 연설 뒤 전 국민 대상 소비쿠폰 지급을 “빚내서 뿌리는 당선사례금”이라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그런 국민의힘도 대선 때 30조 원 추경을 공약했고 1차 추경 당시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며 “이 대통령이 야당에 추가로 필요한 예산 항목 관련 의견을 달라고 밝혔으니 여야가 협상을 통해 보완해 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0%대 성장률 전망 속에 수출 소비 투자 할 것 없이 모두 가라앉는 위기를 넘어서려면 경제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인 추경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여당은 일방 독주를 자제하며 야당의 합리적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야당은 세부 이견에 지나치게 매달리기보다 추경 필요성의 대승적 관점에서 접점을 찾아야 한다”며 “경제와 민생엔 여야가 없다. 국가적 위기 앞에서 정쟁은 잠시 접고 추경이 실기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할 때”라고 했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국회도 민생·국익과 정쟁을 분리해 국가적 현안은 조속히 우선적으로 매듭짓는 대원칙을 세우기 바란다”며 “추락하는 경기에 반전을 만들려면 추경의 속도감 있는 집행도 중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의 대응을 두고는 “혹여 지지부진한 당 쇄신에 대한 내부 불만과 갈등을 밖으로 돌려보려는 속계산은 아니길 바란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야당을 움직이려면 여당도 변화해야 한다. 민주당은 민생 현안과 주식시장 선진화 방안이 될 수 있는 상법 개정안 등 여러 개혁 법안은 처리하되, 끝까지 여야 협의 처리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날도 결론을 내지 못한 원 구성 협상은 원내 1당이자 여당으로서 협치 정신과 책임감을 마지막까지 잊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정치 복원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취임 선서 직후 국회에서 6개 정당 대표와 ‘비빔밥 오찬’을 했고, 22일에는 대통령 관저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한 데 이어, 이날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여야 대치를 핑계로 지난해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하고, 11월 예산안 시정연설도 국무총리에게 대독시켰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확연히 대조되는 행보”라며 “지난 3년 동안 망가진 정치를 되살리는 노력이 대통령과 여당, 야당 사이에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파행으로 끝난 김민석 청문회, 중앙일보 “李, 교체할 인물 과감히 결단해야”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파행으로 끝난 다음날인 26일에도 재개되지 못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주장했고, 민주당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를 넘어선 대선 불복까지 염두에 둔 의도”라고 비판했다. 전날 이틀째 진행되던 청문회는 야당의 자료 부실 비판 속 정회 후 재개되지 못하고 자정을 넘겨 자동 산회했다.

이번 청문회를 두고 중앙일보는 “김 후보자와 관련해선 재산 증식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제대로 검증된 게 없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검증을 주도해야 할 야당의 실력 부족 탓도 있지만,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거나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후보자와 후보자 옹호로 일관한 여당 책임이 크다”면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으로 증인과 참고인 한 명 없이 총리 인사청문회가 열렸다”고 했다.

▲ 중앙일보 사설 갈무리.

민주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국회에서 채택되지 않으면 오는 30일 또는 내달 3~4일 중 본회의를 열어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 표결 수순을 밟겠다고 야당을 압박했다. 중앙일보는 이에 대해서도 “여권이 앞으로 남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 검증에서도 김 총리 후보자의 경우처럼 부실한 대응으로 일관한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다수 의석을 믿고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제대로 검증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과 여당은 의혹이 제기될 경우 국민에게 설명할 것은 설명하고 교체할 인물은 과감히 결단하는 모습을 보이기 바란다”며 “다수 의석을 믿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다간 역대 정권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했다.

윤석열 비공개 출석 요구, 한겨레 “아직도 대통령인 줄 착각하는 모양”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내란 특검에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소환’을 요청하면서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28일 불출석하겠다고 했다. 시간도 오전 10시까지로 출석 시간을 1시간 미뤄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의 체포영장 기각 이후 “특검의 소환 요청에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밝힌 윤 전 대통령 측이 하루 만에 조건을 붙이며 ‘포토라인’에 서는 것은 거부하고 나선 것이다. 특검은 오전 10시 요구는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비공개 출석 요구는 수용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윤 전 대통령의 요구를 두고 동아일보는 “공개 땐 불응하겠다는 생떼”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윤 전 대통령이 출석 거부의 명분을 쌓으려고 생떼에 가까운 요구를 들고나온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비상계엄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억지를 쓴 게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행태도 다르지 않다. 구속기간 만료를 앞두고 법원이 관련자 접촉 금지 등의 조건으로 보석을 결정하자 ‘사실상 구속 연장’이라며 거부했다”며 “특검이 추가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김 전 장관 측은 재판부 기피 신청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려다가 결국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법 기술을 동원해 조건 없이 풀려나려다가 오히려 6개월 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어떻게든 수사를 피해 보려고 꼼수를 쓰는 모습이 구차하다 못해 안쓰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망상에 사로잡혀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린 범죄자가 사과와 반성은 고사하고, 조건을 달아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니 기가 찬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감방에서 풀려나 활개 치고 다니는 것만 해도 울화통 터질 일인데, 도대체 내란 수괴 윤석열에게 보호해야 할 사생활과 명예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수사는 결과만큼 과정도 중요하다. 압수수색부터 소환, 체포, 구속 등의 절차가 국민의 법 상식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조은석 특검은 ‘특별대우 없다’는 예고대로, 다른 여느 피의자와 똑같이 윤석열을 다뤄야 한다. 특별히 더 억압할 필요도, 더 봐줄 필요도 없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한겨레 역시 사설을 내고 윤 전 대통령이 특검 수사에서도 꼼수를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어느 피의자가 수사기관의 소환 통보에 비공개 조건을 달고 ‘안 들어주면 못 가겠다’고 할 수 있겠나”라며 “윤 전 대통령은 아직도 자신이 대통령인 줄 착각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관련기사

한겨레는 “대리인단은 앞서 조은석 특검팀이 청구한 체포영장을 심사하는 법원 영장전담판사에게 ‘특검 소환에 응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법원이 이를 토대로 체포영장을 기각하자, 비공개 조건을 달며 태도를 바꾼 것”이라며 “대리인단은 앞서 경찰의 세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면서 ‘경찰 소환을 거부한 적 없다’는 거짓말도 했다. 내란 특검이 출범했을 땐 ‘위헌적인 특검 수사에 응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수사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대리인단의 이런 태도는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도 법원은 특검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는 말만 듣고 체포영장을 기각했다”며 “앞서 지귀연 판사의 기상천외한 법 해석에 놀란 국민들은 법원이 유독 윤석열 피고인에게 관대하다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내란 우두머리가 대낮에 공원을 산책하고 상가를 배회하는 게 정상이라고 보는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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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철수’ 여론, 이재명 정부의 짐일까 무기일까?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5/06/27 08:31
  • 수정일
    2025/06/27 08:31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 기자명 데스크
  •  
  •  승인 2025.06.26 19:42
  •  
  •  댓글 0
 
 

트럼프 ‘국방비 GDP 5%’ 요구에 나토 정상들 굴복
트럼프, 주한미군 감축설 흘린 이유
이재명 정부 '국익중심 실용외교'가 성공하려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서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쓰기로 약속했다. 나토 회원국의 현 국방비는 가장 낮은 스페인이 1.4%이며, 대부분 GDP 대비 2%내외에 머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요구해왔던 국방비 5% 증액을 나토가 6개월여 만에 수용하자 커다란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결과를 “미국의 기념비적 승리”라며 흡족해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장기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GDP 5%’ 요구는 주권국가의 국방예산을 좌지우지하려는 난폭한 내정간섭이며, 미국산 무기를 동맹국에 강매하기 위한 술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주둔한 모든 동맹국에 ‘GDP 5%’ 기준을 강요할 것이라는 데 심각성을 더한다.

2024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국방비는 2.37%다. 트럼프가 제시한 기준에 맞추려면 현 61조원 규모의 한국 국방예산을 2배 이상 증액해야 한다. 더욱이 트럼프가 나토 회원국에는 10년의 시한을 줬지만, 미군 28,500여명이 주둔한 한국에는 몇 년을 제시할지 모를 일이다.

참고로 이시바 일본 총리는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2년 내 국방예산을 2배 인상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한국에 일본과 같은 조건을 요구할 경우 2027년 한국 국방예산은 1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한편 국방예산과 함께 미국의 주한미군 주둔비(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도 논란이 예상된다.

조셉 윤 주한 미국대사대리는 지난 24일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규정한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해 “건설, 인건비, 군수비용 세 부문으로 구성되는데 다른 비용도 어떻게 분담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SMA 협상은 이미 끝났지만, 구성 항목을 늘여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는 안보를 미끼로 국가예산을 제멋대로 강탈하려 든다. 트럼프의 약탈 본능에 시동이 걸린 시점은 대선 직전인 지난달 23일 “주한미군 4,500명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도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을 검토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군사적 견제를 집중하기 위해 해외 주둔 미군 재편과 맞물려 주한미군 재조정을 거론하고 있다.

사실 최근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중국 압박을 실현하는 전진 배치부대 역할로 조정되고 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지난 3월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를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 육군의 전진 배치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 차관은 “한국과 같이 유능하고 의지가 있는 동맹국의 역할확대를 지지한다”라고 언급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대만 또는 남중국해에서 발발할 수 있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주한미군을 재배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한미군 감축이 마치 한반도 안보에 위협이 될 것처럼 호도함으로써 대한민국 예산을 약탈하는 양면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문제는 ‘국익중심 실용외교’를 표명한 이재명 정부가 트럼프의 비열한 ‘이중 플레이’에 대응할 수단이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지금이야말로 광장시민이 이재명 정부를 도울 때다. 캠페인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국민여론이 높아지면 이재명 정부는 대미 협상에서 유리한 지렛대를 가지게 된다.

요컨대 주한미군 철수 여론은 대미 협상에서 이재명 정부가 국익을 지키는 명분이 되고, 실용외교를 성공시킬 디딤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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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미국 후방기지? 윤석열 정부가 국민 몰래 한 일

[강명구의 뉴욕 직설] 12·3 비상계엄 혼란 속 통과된 미 국방수권법 뜯어 보니... 2~3개월 내 중대 결정해야

25.06.27 06:58최종 업데이트 25.06.27 06:58

2024년 12월 18일 미국 워싱턴 D.C.의 미국 의회 의사당에서 공화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미 상원은 양당의 압도적 지지로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켰다.EPA 연합뉴스

"2024년 국방수권법 제842조 (h)항 (2)에 규정된 '대상 국가' 목록에 (B)항 다음에 '(C) 일본', (D)항 다음에 '(E) 대한민국'을 각각 추가한다."

지난해 12월, 우리 사회가 비상계엄 사태로 혼란에 빠져 있을 때 미국에서 통과된 2025 국방수권법(NDAA 2025) 제821조의 전문이다. 지난 6개월간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조항의 중요한 전략적 의미가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제842조 (h)항 (2)는 2024년 국방수권법으로 신설된 '경쟁적 군수지원 시범·시제품 개발 프로그램'의 대상국 목록을 말한다. 기존에는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을 새로 추가한 것이다.

'경쟁적 군수지원'(Contested Logistics)이란 적의 방해가 예상되는 분쟁 상황에서도 미군이 필요한 탄약, 연료, 장비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체계다. 쉽게 말해 한국과 일본의 항만과 기지를 미군의 분산 보급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한 줄짜리 조항이지만, 우리나라 안보에 미칠 파급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하지만 관련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관계 부처에서 준비하고 있겠지만, 미 국방부가 올해 9월까지 이행계획을 의회에 제출해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하면 진지한 검토와 사회적 토론이 시급하다.

국방수권법 제821조의 전략적 의미

2023년 8월 18일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자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미국의 2025 국방수권법 제821조는 언뜻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이 조항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에게 일어날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

미국은 이미 호주, 영국, 캐나다와 함께 '경쟁적 군수지원' 체계를 실험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호주 다윈항이다. 2022년부터 건설 중인 이곳 연료기지는 11기의 대형 탱크에 군용 항공유 3억 리터를 비축할 수 있다. 대만 유사시 미 공군의 후방 보급 허브로 설계된 이 시설에서는 B-52 전략폭격기와 F-22 스텔스 전투기의 순환 배치를 뒷받침하는 실전 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영국에서는 현지 전투 장비 수리가 가능한 '전장 정비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전면전 시에도 병력을 후방으로 철수시키지 않고 인근 제3국에서 무기와 차량을 수리해 재투입하는 분산 정비 개념이다. 캐나다와 뉴질랜드도 군수 물자의 사이버, 물리 보호 체계와 분산 운송망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전시에도 연료와 탄약, 예비 부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이미 가동 중인 '후방 군수 네트워크'에 우리나라와 일본을 공식 편입시키겠다고 법에 명시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군사 협력이 아니라 미군 전시 작전 인프라에 우리가 직접 들어가게 됐다는 뜻이다.

이 조항이 국방수권법에 포함된 것은 미 의회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일 안보협력이 급속히 강화된 배경이 있다.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에서 핵협의그룹(NCG) 창설에 합의했고,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는 "새로운 수준의 안보협력"을 천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 연합훈련 확대, 방산기술 협력 등이 구체화되었고, 결국 미국 의회는 국방수권법 제821조를 통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경쟁적 군수지원 네트워크에 공식 편입시키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다시 말해, 이 조항은 단순한 법률 조문이 아니라 지난 2년간 한미 정부 간 긴밀한 협의의 산물이다. 문제는 이런 중대한 변화가 국민들에게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채 진행되어 왔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 조항으로 인해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뀔까? 예를 들어 부산, 포항, 목포 같은 항만은 미군이 탄약이나 연료를 보급받는 주요 거점이 될 수 있고, 김해공항에는 미군 항공기의 정비 시설이 들어설 수 있다. 창원이나 대전에는 미사일을 조립하거나 점검하는 설비가 생길 수도 있다.

단순히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한 시설만이 아니다. 대만 해협이나 남중국해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진다면, 우리 항만과 공항이 미군의 작전 출발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쟁이 우리 땅에서 시작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가 미군의 '전진 보급 기지'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참고할 만한 호주 모델

호주 다윈항연합뉴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특히 호주의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호주는 2022년부터 다윈항에 3억 리터 규모 항공유 저장기지 '프로젝트 케이머스'를 건설하면서 '위험은 분담하고, 이익은 챙기는' 전략을 구사했다.

먼저 비용 분담부터 달랐다. 총사업비 2억 7000만 달러 가운데 50%는 미국 국방예산이, 나머지 50%는 호주 북부개발기금과 민간 컨소시엄이 부담했다. 단순히 땅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절반의 현금을 투자하도록 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연간 4억 달러 규모의 시설 유지·정비(MRO) 서비스를 호주 업체가 독점하도록 계약에 명문화한 점이다.

공론화 전략도 주목할 만하다. 2022년 호주 언론이 "대만 유사시 다윈이 미군 전구 보급소가 될 것"이라고 직설적으로 보도했지만, 정부는 이를 회피하거나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경제효과와 동맹 강화"라는 긍정적 프레임으로 적극 대응했다. 연방정부는 "인프라 투자 1달러마다 지역경제 파급 2.4달러"라는 구체적인 경제성 분석을 공개해 여론을 선점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안보 이슈를 은밀하게 처리하려 할수록 국민의 의구심과 반발만 커진다. 차라리 투명하게 공개하되 경제적 이익과 안보적 필요성을 함께 설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교훈이다. 호주 정부는 위험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이익을 명확히 제시해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운영 방식에서도 실질적 통제권을 확보했다. 다윈항 연료기지는 미군 단독 시설이 아니라 호주-미국 합동관리위원회가 운영하며, 호주의 동의 없이는 연료를 반출할 수 없다. 형식적으로는 미군 시설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호주가 통제권을 유지하는 구조다.

우리가 처한 지정학적 및 전략 환경은 호주와 분명 다르다. 그래서 고려해야 할 내용도 다르고, 전략적 판단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무엇이 국익에 더 부합하는지 판단을 내려야 할 상황에 처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익 중심 실용외교의 시험대

지난 9일 육군 1117공병단이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11공병대대와 연합 병참선 교량 구축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육군

미국의 국방수권법 제821조는 우리에게 양면성을 갖는다. 한미 간 투자형 방위비 분담, 첨단 무기 공동생산, 항만 인프라 현대화 등의 기회가 있는 반면, 중국의 경제 보복, 의도하지 않은 분쟁 연루, 신북방 정책과의 충돌 등 위험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선택지가 '찬성 아니면 반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호주는 미군 기지를 받아들이되 건설비를 미국이 절반 부담하도록 협상했다. 미국의 국방수권법 제821조 참여를 전면 거부하면 우리만 소외될 수 있고, 무턱대고 받아들이면 다른 나라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따라서 조건부, 단계적 참여를 검토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내세우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협력 강화를 공언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이념적 접근이나 감정적 반응을 넘어서야 한다. 주한미군 철수론 같은 거대담론에만 매몰될 게 아니라, 얻을 이익과 떠안을 위험을 전략적으로 계산해 명확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시급성이다. 9월 20일 이전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이행계획을 제출하면, 그 안에 우리의 조건이 담겨야 협상력이 유지된다. 관련 부처에서 내부 분석이 진행되고 있겠지만, 국민적 지지를 얻으려면 공개 설명과 사회적 토론이 병행돼야 한다. 호주처럼 투명성과 조건 협상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면서 실익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부가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국민적 관심과 지지가 뒷받침된다면, 이번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국가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실용외교의 진가가 발휘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국방수권법 #전략적유연성 #실용외교 #경쟁적군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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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실·기자단, 없앨 때 됐다

오태규

ohtak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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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거부하는 기성 언론 독점 체제 유물

오태규 언론인·전 한겨레 논설실장

기자실과 기자단이 필요한 시기가 있었습니다. 권력의 힘이 막강했던 군사정권 시절입니다. 그때는 기자들이 뭉치지 않으면 권력에 부담되는 사안을 취재하기조차 어려웠습니다. 사자 한 마리에 맞서려고 얼룩말 수십 마리가 스크럼을 짜고 뒷발질해야 하는 동물의 세계와 흡사한 환경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언론사의 기자가 홀로 반독재 시위를 하다가 경찰서에 연행돼 온 학생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하면, 경찰은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서 출입기자단이 떼를 지어 서장실로 몰려가 요구해야 마지못해 선심 쓰듯 알려 주곤 했습니다. 기자들은 그렇게 기자실과 기자단의 효능감을 맛봤습니다.

기성 언론의 독점 체제 무너지는 인공지능(AI) 시대 아닌가

그러나 세상이 확 달라졌습니다. 언론 환경도 크게 변했습니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지만, 요 몇 년 새 기자단이 언론자유를 수호하고 언론탄압에 저항하려고 집단행동을 했다는 소리를 들어본 바 없습니다. 오히려 윤석열 정권 때 대통령실이 ‘바이든-날리면’ 보도에 대한 응징으로 <문화방송> 기자를 대통령 전용기에 못 타도록 했지만, 대통령 기자실의 ‘1호 기자’들은 항의는커녕 침묵으로 동조했습니다. ‘집단의 힘으로 권력의 횡포에 맞선다’라는 기자실과 기자단의 중요한 존립 논리가 파탄 났다는 걸 이보다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습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급격한 발달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활성화로 이미 언론 환경이 급변했습니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가세하면서 언론사와 기자의 앞날이 1년 뒤 어떻게 달라질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기성 언론사와 기자의 독점 체제는 급격하게 무너질 것이고 소통 방식은 더욱 쌍방향·수평화·공유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누구나 쉽고 편하게 정보를 발신하는 환경이 더욱 가속화할 것입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및 가족과 관련된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23일 조 장관 자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입구 바닥에 설치된 포토라인. 2019.9.24. 연합뉴스

권력기관 접근조차 못하는 1만 3천여 개 인터넷 매체들

이것이 지금 당면하고 있는 21세기 언론 환경이라면, 기자단·기자실로 대표 되는 주류 언론의 취재 방식은 ‘20세기의 유물’이라고 할 만합니다. 6·3 대통령 선거를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권의 이름은 ‘국민 주권 정부’입니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잘 포착한 이름짓기입니다. 이를 언론에 대입하면 ‘소비자 주권 언론’쯤 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 언론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한국 언론의 모습을 대표하는 ‘기자실-기자단 체제’는 구리기 짝이 없습니다. 세상의 흐름과 거꾸로 달리고 있습니다. 출입처와 편을 먹고 기득권을 지키려고 바둥거리고 있습니다. 소비자는커녕 공급자 시각에서 전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로운 언론환경 아래서 1만 3천여 개의 인터넷 매체가 활동하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 매체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출입처가 수두룩합니다. 대통령실과 검찰·법원 등 권력기관이 대표적입니다.

검찰 기자실, 권언유착·시대착오의 상징

검찰을 예로 들어봅시다. 신생 매체가 검찰에 출입하면서 취재하려면 기자단에 먼저 가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검찰 출입 기자들로 구성된 기자단이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가입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습니다. 검찰의 관점에서 보면, ‘귀찮은 매체’의 진입을 기자실과 기자단을 앞세워 ‘이이제이’, ‘차도 살인’하고 있는 셈입니다. 검찰로서는 당연히 통제하기 어려운 다수의 기자보다 주무르기 쉬운 적당한 규모의 기자를 상대하길 원할 겁니다. 한정된 출입 기자들과 농밀한 관계를 활용해 자신들의 의도를 반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기득권 언론으로서도 ‘기자실-기자단 체제’가 밑지는 장사가 아닙니다. 검찰이 선별해 흘려준 독점 정보를 ‘단독’ ‘특종’의 문패를 달아 크게 보도함으로써 클릭 수를 올릴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회사나 개인의 민원 통로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대장동 사건의 주범 격인 김만배 씨가 검찰 출입 기자를 하면서 기사 쓰기보다 검찰 고위층과 인맥 쌓기에 힘썼다는 건 잘 알려진 얘기입니다. 최근 출간된 <마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메디치, 송요훈 이도경 전지윤 지음)라는 책에 잘 나와 있듯이, 기자실과 기자단을 매개로 유착관계에 있는 검·언 공동체는 2019년 조국 몰이와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과 같은 기득권 수호 합동작전을 때때로 벌이기도 합니다.

이제, 시대 흐름과 맞지 않을뿐더러 언론 소비자의 관점에서 이익보다 폐해가 큰 기자실-기자단 체제를 혁파할 때가 됐습니다. 국민 주권 정부를 자임하는 이재명 정권 초기야말로 바로 그 적기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잔디마당에서 열린 '대통령의 저녁 초대' 출입기자단 초청 만찬 간담회에서 계란말이를 만들고 있다. 2024.5.24 [대통령실]

기자실 해체로 ‘국민 주권 정부’ 걸맞은 ‘소비자 주권 언론’ 돼야

그동안 기자실-기자단을 없애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7년 5월, ‘취재 선진화 방안’이라는 개혁안이 나왔습니다. 일부 언론사 기자들이 독점해 온 기자실을 모든 기자가 사용하는 브리핑룸으로 바꾸고, 각 부처의 브리핑 내용을 동영상으로 송출하는 ‘전자 브리핑 제도’를 도입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정보를 모든 사람에게 투명·공평하게 개방하겠다는 것입니다.

아쉽게 이 방안은, 기득권 언론이 언론자유 탄압, 취재 방해라고 생떼를 쓰면서 실패로 끝났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두고 추진하는 바람에 정쟁으로 번지며 동력을 상실했다는 점, 언론계와 교감이 부족했다는 점이 실패의 원인이었습니다. 또 권력이 위에서 밀어붙이는 하향식으로 추진됐고, 시민들의 지지도 약했습니다.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릅니다. 무엇보다 기자실-기자단으로 상징되는 기득권 언론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큽니다. 인터넷 시대의 롱테일 상품 판매 방식이 보여주듯이, 수많은 작은 매체를 합치면 소수 기득권 매체를 압도할 정도로 언론 지형이 달라질 것입니다.

기득권 언론의 반발도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합니다. 이재명 정권의 대통령실이 브리핑 때 대변인뿐 아니라 질문하는 기자도 비출 수 있는 카메라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했는데도 언론계의 공식 반발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노무현 정권 때라면 ‘기자를 압박해 까칠한 질문을 봉쇄하려는 것 아니냐’라고 난리를 부렸을 터인데 말입니다. 정권 초기라는 점도 기자실-기자단 제도를 혁파하기에 적절합니다. 일본의 서민 재상 다나카 가쿠에이가 말했듯이, ‘정권은 정권을 잡았을 직후 가장 힘이 세’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권의 ‘취재 선진화 방안’ 발전적 계승 필요

이재명 정권은 다른 사안도 마찬가지지만 언론 분야에서도 점수 따기가 매우 쉽습니다. 언론계를 쑥대밭으로 만든 전임 대통령 윤석열의 악행을 바로잡기만 해도 박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정도에 만족하면 안 됩니다. 후퇴했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에 멈추지 말고 새로운 시대에 맞게 언론개혁을 설계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저는, 노무현 정권 때 시행하려다 실패한 취재 선진화 방안을 대통령실부터 발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언론개혁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하는 기자를 비추는 카메라 설치 건도 이런 큰 그림 속의 작은 조각이 돼야 더욱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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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종합] 침략은 실패했고, 저항이 승리했다

  • 기자명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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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5.06.26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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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0
 
 

1. 전쟁의 본질: 이란, 핵 제거가 아닌 체제 전복 기도
2. 침략자는 누구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모
3. '이란 참패론'의 허구: 저항은 강력했다
4. 트럼프의 휴전선언, 그 속내는?
5.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6. 불안한 휴전상태, 중동 평화는 아직도
7. 침략은 실패했고, 저항이 승리했다

2025년 6월, 12일간의 이란-이스라엘 전쟁이 이른바 ‘휴전 선언’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 휴전은 단순히 총성이 멎은 것이 아니라, 침략의 실패와 저항의 승리를 알리는 중대한 분기점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민플러스는 그간의 전쟁 전개 과정과 국제 정세, 그리고 트럼프의 급변하는 행보를 종합해 이번 전쟁의 본질과 의미를 해부한다.

1. 전쟁의 본질: 이란, 핵 제거가 아닌 체제 전복 기도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전쟁의 명분으로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의 군사적 핵무기 개발에 대한 어떠한 증거도 제시한 적이 없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주요 핵시설은 모두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을 위한 용도이며, 국제 감시 하에 운영되어 왔다.

즉, 이 전쟁은 핵무기를 막기 위한 '방어전'이 아니라, 이란 하마네이 정권을 전복하고 중동의 반미 자주 노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침략이었다. 트럼프는 직접 “이란 정권은 교체돼야 한다”고 밝히며 레짐체인지(체제 전복)를 공언했고, 미국 보수 매체는 이스라엘이 망명 중인 팔라비 왕조 인사들과 접촉해 '사후 체제 수립'까지 논의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이는 이란의 주권을 무너뜨리고 친미 체제를 수립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작동하고 있었음을 방증한다.

트럼프가 직접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Make Iran Great Again)”라고 외친 것만 봐도 그 목적은 명백하다. 이는 단순한 정치 수사가 아니라, 이란 체제를 무너뜨리고 미국 중심의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계산이 깔린 발언이었다.

이란이 무너지면 러시아는 남진 경로를 잃고, 중국은 중동 접근 통로를 잃는다. 이란 체제가 서방의 통제 하에 들어가면, 미국은 중동의 지정학적 요충지를 장악하고, 세계 에너지 흐름을 다시 미국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질서 재편 시도다.

2. 침략자는 누구인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모

6월 13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이 전쟁은 이스라엘의 선제공습으로 시작됐다. 미국은 B-2 스텔스폭격기, 벙커버스터, 토마호크 미사일 등 자국 최첨단 전력을 동원했고, 이스라엘과 전술 정보를 공유하며 공동 작전을 수행했다.

이는 단순한 군사협력 수준이 아니라 침략행위의 공모다. 미국은 공습 전 이스라엘과 전술 정보를 공유하고 작전 계획을 조율했으며, 미 공군은 정보·정찰·전자전 등 핵심 지원을 담당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미국과의 긴밀한 조율 사실을 인정했고, 미국 내 일부 보도에 따르면 작전 전 트럼프가 직접 공격 목표와 시점을 승인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이는 정치적 승인과 군사적 실행이 결합된 사실상의 공동 작전이었다.

더욱이 공습 대상은 핵시설에 국한되지 않았다. 병원, 통신기지, 정유소, 주택가까지 폭격당했다. 알자지라와 현지 보도에 따르면 이란에서만 민간인 사망자가 250명을 넘었고, 수천 명이 부상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이를 "위험한 군사적 격화"라고 경고했다.

3. '이란 참패론'의 허구: 저항은 강력했다

트럼프는 SNS에 “전면적인 승리”를 선언했지만, 이란은 핵시설을 방어했고 정권은 건재했다. 포르도 핵시설은 사전 대피로 피해를 최소화했고, 방사능 누출도 없었다. 여기에 더해, 이란은 공격 이후에도 핵개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이는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자국의 평화적 핵에너지 개발 권리를 국제사회로부터 재확인받는 외교적 성과였다. 또한 이란은 4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로 텔아비브, 하이파, 네게브 정유소 등 이스라엘 내 주요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군사적 응전 능력을 과시했다.

이스라엘 아이언돔은 이를 막지 못했고, 이란의 극초음속 미사일과 드론이 방공망을 뚫고 주요 군사·산업시설을 타격했다. 이스라엘 방공망의 한계가 드러났고, 미국이 자랑해온 절대적 무기 우위 신화도 금이 갔다. 특히 F-35 스텔스기 격추와 알우데이드 미군기지 피격은, 미국이 더는 무적이 아님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전쟁에서 기술 우위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이란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후티, 헤즈볼라, 이라크 민병대 등 '저항의 축'이 일제히 반격에 나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미군기지까지 타격했다. 이 전쟁은 중동 전역에서 침략자에 맞선 자주 세력의 연합전선이었다.

4. 트럼프의 휴전선언, 그 속내는?

 

트럼프는 24일, 당사국인 이란과 이스라엘보다 앞서 ‘전면적인 휴전’을 선언했다. 그는 "이란이 모든 공격을 마무리했다"고 주장하며 정전을 일방적으로 발표했고, 동시에 이스라엘에 "폭탄을 투하하지 마라"고 공개 경고하며, 작전에 동원된 전투기들을 즉각 철수시키라고 지시했다. 이는 실질적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된 조치로, 미국이 더는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국면에 몰렸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불과 하루 전까지 레짐체인지(체제 전복)를 부르짖던 트럼프가 입장을 바꾼 배경은 분명하다. 이란의 반격은 중동 주둔 미군 기지를 정밀 타격했고, 특히 알우데이드 기지 피격은 미국 군사전략의 치명적 허점을 드러냈다. 미국 의회에서는 “의회 승인 없는 공습은 위헌”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국제사회도 일제히 미국의 일방적 군사행동을 규탄했다. 트럼프는 침략의 실패를 인정하고 정치적 고립을 피하기 위해 후퇴를 택한 것이다.

5. 전쟁의 승자는 누구인가

전쟁이라는 잔혹한 사태에서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일은 무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침략의 목적이 무엇이었고, 그것이 실현되었는가를 따져보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핵시설 제거, 이란 체제 전복, 중동 질서 재편이라는 침략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존속되었고, 하메네이 정권은 붕괴하지 않았으며, 이란은 여전히 자주적인 군사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오히려 군사적 응전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고, 국민은 결속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국제법을 위반한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외교적·법적 명분을 확보했고, 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 남미와 아시아 여러 나라의 외교적 지지 속에 외교 고립을 극복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트럼프는 이란 핵시설 폭격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실패로 미국 내 위헌 논란과 국제적 고립에 직면했다.

6. 불안한 휴전상태, 중동 평화는 아직도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를 공습 중이다. 휴전은 이란과의 정전일 뿐이며, 팔레스타인에는 여전히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불완전하고 위태롭더라도, 이란과의 정전 합의가 선언된 것 자체는 이란의 외교·군사적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란은 고도의 경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추가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동시에 국제사회는 점점 더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 중동의 진정한 평화는 이란과의 정전뿐 아니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완전히 중단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것.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평화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고 보는 이유다.

7. 침략은 실패했고, 저항은 승리했다

이 전쟁은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설계한 침략전쟁이었다. 그러나 이란 민중은 굴복하지 않았다. 핵이라는 허구, 안보라는 구실, 문명이라는 위장을 벗겨냈을 때, 드러난 것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성과 이란 민중의 저항이었다.

‘전쟁론’의 저자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말했다. 전쟁은 침략군과 해방군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을 침략한 군대였고, 이란과 ‘저항의 축’은 침략을 물리친 해방군이었다. ‘12일전쟁’에서 침략은 실패했고, 저항은 승리했다.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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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칼럼 “조국2 김민석, 임명 강행시 이재명 기대 꺾일 것”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5/06/26 08:33
  • 수정일
    2025/06/26 08:33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아침신문 솎아보기] 조선일보 “김민석 출판기념회 2억5000만원 과도해, 뇌물 모금회”

경향신문 “윤석열 체포영장 기각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5.06.26 07:44

  • 수정 2025.06.26 07:58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영상 갈무리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 청문회가 이틀째 열렸으나 김 후보자의 자료 제출을 둘러싸고 충돌하면서 파행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에 인사 청문 자료 제출을 촉구하며 청문회장에 복귀하지 않은채 기다렸으나 김 후보자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이 제출하라고 요구한 청문 자료는 김 후보자의 증여세 납부 내역, 2024년 대출 1억8000만 원 상환 자료, 2025년 대출 및 상환 1억5000만 원 자료, 중국 칭화대 성적표 등이라고 한겨레는 전했다. 김 후보자는 재산신고에 누락한 6억원을 장롱에 쟁여두고 썼다고 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비판하며 제2의 논두렁 시계 사건으로 역공을 폈다.

여야 모두를 향해 비판이 쏟아졌지만 김 후보자의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동아일보 칼럼니스트는 김 후보자를 “제2의 조국”으로 규정하며 “임명 강행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꺾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명과 검증 모두 부실했던 맹탕 청문회

이틀간의 김민석 후보자 청문회에 혹평이 많았다. 한국일보는 1면기사 <“무자료 총리” “제2 논두렁 시계”… 능력 검증 없는 청문회>(온라인 기사제목: <“제2 논두렁 시계” “무자료 총리”… 해명·검증 모두 부실했던 맹탕 청문회>)에서 “25일 이틀째 이어진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의 자질도 도덕성도 제대로 따져보지 못한 맹탕 청문회, 면죄부 청문회로 마무리됐다”며 “대한민국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의 정책 비전이나 행정 능력은 따져볼 새도 없이 청문회는 정치 공방으로 얼룩졌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2025년 6월26일자 1면

동아일보도 8면 기사 <‘배추밭 2억 투자-장모 2억-나랏빚’ 논란만 남긴 김민석 청문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지 못하고 자질 논란만 남긴 채 파행 끝에 25일 마무리됐다”며 “청문회 전부터 김 후보자의 재산 증식 의혹 등이 이어졌으나 증인과 참고인 없이 청문회가 진행된 데다 김 후보자가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증인과 참고인 없이 총리 인사청문회가 열린 건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처음”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의 ‘배추 농사’ 투자도 이틀째 도마에 올랐다. 김 후보자는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미국 유학 당시 강아무개 씨에게 월 450만 원씩 지원받은 데 대해 “강 씨가 배추 관련 농사에 투자하면 거기서 수익이 생겨 학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희정 의원은 이날 “도대체 얼마를 배추에 투자한 거냐”고 물었다. 이에 김 후보자가 “지금은 따로 살고 있는 애들 엄마가 2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선일보 “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

조선일보는 사설 <‘뇌물 모금회’처럼 된 정치인 출판기념회>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6억 원 수입 누락과 관련해 “두 차례 출판 기념회를 통해 2억5000만원가량의 수익을 얻었다”고 밝힌 것을 두고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신문은 출판기념회를 두고 “국회의원이 국민에게 의정 성과를 알리고, 정치 신인은 자기 이름과 소신을 밝힐 기회라고 하지만, 음성적인 정치자금 모금 통로가 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별다른 제재 규정이 없으니 출판기념회 수익은 모금 한도나 내역 공개 의무가 없고, 과세 대상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참석자 대부분이 책값보다 많은 금액을 내놓는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는 “‘입법 로비 창구’ ‘뇌물 모금회’란 말까지 나온다”며 “선거에 드는 돈은 기본적으로 국가가 대주고, 정당 운영도 나라에서 책임진다. 그런데도 돈이 더 필요하다면 정치가 아니라 돈 버는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맞는다”고 질타했다.

▲조선일보 2025년 6월26일자 사설

이 신문은 김 후보자가 “출판기념회 자체를 불가능하게 제도를 개선한다면 깊이 생각해보겠다”고 말한 점을 들어 “법안 개정은 민주당이 추진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청문회를 두고 “모든 면에서 실망스럽다”며 “국민을 대표해 인사 검증을 맡은 여야는 수준 낮은 정치 공방만 벌였고, 김 후보자는 재산 증식 의혹 등 논란을 성실하게 해명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김 후보자에 대해 “증빙자료 제출 등 인사청문 대상자의 의무는 소홀히 한 채 피해자를 자처한 것부터 부적절하거니와, 국회 검증 권한을 존중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며 “이런 인식으로 총리에 취임하면 어떻게 협치를 복원하고 야당의 국정 협조를 구할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김 후보자가 왜 새 정부 초대 총리 적임자인지, 정부·여당이 어떤 새로운 정치를 보여줄 것인지를 설득하고 입증하지 못한 것을 이 대통령과 민주당은 성찰하기 바란다”고 쓴소리했다.

동아일보 칼럼니스트 “조국2 김민석 임명 강행하면 이재명 기대 꺾일 것”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은 ‘김순덕 칼럼’ <‘조국 2’ 김민석에게 李정부 명운이 걸렸다면>에서 김 후보자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의원 세비에 비해 과다한 지출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그는 25일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이 수상한 자금이라고 하는 대부분은 저에 대한 표적 사정에서 시작됐다’, ‘정치 검사들의 조작질이라는 표현밖에 쓸 수가 없다’고 오만하고 날 선 반응을 보였다”고 비판했다.

김 칼럼니스트는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김민석의 인식이 ‘조국 사태’와 닮았다고 본다”며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586 정치인, 지지자들은 조국을 싸고돌며 검찰 수사를 ‘검찰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지금도 윤석열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으로 파면되는 바람에 김민석 의혹쯤은 ‘윤석열보다 낫다’ ‘국힘이 뭔 자격으로 비판이냐’며 넘어가려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국 사태로 상징되는 운동권 출신, 아니 윤석열 같은 엘리트의 내로남불은 좌파나 우파나 여전히 그대로”라며 “‘조국 시즌2’ 김민석을 총리로 임명한다면,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와 희망은 크게 꺾일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2025년 6월26일자 34면

그는 “인사 검증이나 청문회는 당연히 우스워지고, 수억 원대의 출판기념회는 물론 ‘스폰서 정치인’이 당당해지고 부패와 정경유착이 판칠 수도 있다”며 “ ‘악의 연대’ ‘뻔뻔함의 연대’로 돈 때문에 권력을 좇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고 내다봤다.

경향신문 “윤석열 체포영장기각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정”

법원이 내란·외환 사건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특검 출석 요구가 있으면 적극 응하겠다’고 밝힌 것이 기각 사유다. 특검은 오는 28일 출석 요구를 통지했다며 불응시 체포영장 재청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영장은 발부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는 25일 대통령경호처를 속여 비화폰을 지급받아 민간인인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게 지급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윤석열 체포영장 기각, 특검은 재구속해 정의 세워라>에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 기각 결정을 두고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윤 전 대통령이 수사에 불응한 사유가 자신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수색영장 집행이 위법하니 영장 집행 방해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논리라는 점을 두고 “어느 기관이건 수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 표시”라며 “이런 상황에서 조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체포영장 청구에 윤 전 대통령 측이 ‘기습 영장 청구’니, ‘소환조사에 응할 생각이 있다’ 등의 주장을 편 것을 두고 이 신문은 “어떻게든 체포를 면하려고 끝까지 법기술을 부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조 특검은 윤석열을 반드시 재구속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의를 바로 세우는 것이요, 윤석열 일당의 내란·외환 혐의를 규명하는 첫걸음”이라고 촉구했다.

한국일보는 사설 <“특검 출석 응할 것” 윤 전 대통령 언급에 기각된 영장...수사 적극 협조해야>에서 “사실 윤 전 대통령이 갖은 핑계를 대며 수사를 피해온 점에 비춰 법원 판단은 다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며 “더욱이 내란 특검 출범 후 ‘특검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위헌적 절차에 따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고 비판했다.

윤 전 대통령 측에 대해서도 한국일보는 “윤 대통령은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법이 정한 수사엔 응하지 않으면서 억지 주장만 펴는 것은 윤 전 대통령 재구속 필요성만 높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6면 기사 <법원, 윤 체포영장 기각…특검 ‘신병확보 속도전’ 일단 제동>에서 “임명 12일 만에 ‘12·3 비상계엄 내란 사건’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를 위한 속도전에 나섰다가 급제동이 걸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중앙일보 2025년 6월26일자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그가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법 기술을 부려 특혜를 누리려 한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며 “내란 우두머리 혐의의 법정형이 ‘사형,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로 살인죄보다 무겁다는 점에서도 구속 재판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많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유독 윤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의 수사와 재판에서만 전례 없는 법꾸라지 행태가 반복된다”며 “공분을 자아낼 만한 상황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장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촉구했다.

송미령 장관 사과...“결자해지 선행돼야”

관련기사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중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5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농업 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유통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을 ‘농망 4법’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사과했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농망 4법’ 발언에 대해 “저 나름으로는 부작용을 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다시 한번 재고하자는 취지였다”며 “그런 절실함의 표현이 거칠게 표현된 것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 <“농망법” 사과한 송미령 장관, 새 농정 방향 책임있게 밝혀야>에서 “지속되는 혼란은 송 장관 유임이 인사 문제를 넘어 새 정부 농정 방향과 직결되는 사안임을 보여준다”며 “송 장관의 결자해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한 농업정책에 대해서는 사과 후 전면 재검토하고, 필요시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송 장관의 사과는 정부 따라 입장을 바꾸는 보신주의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경향신문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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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체포영장 기각... 특검 "28일 오전 9시 출석하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기사보강 : 25일 오후 9시 35분]

전직 대통령 윤석열씨 체포영장 청구가 기각됐다.

조은석 특별검사가 이끄는 내란 특검은 25일 오후 7시 50분경 "법원은 어제 청구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피의자가 특검의 출석요구가 있을 경우 이에 응할 것을 밝히고 있다는 이유로 기각했다"라고 알렸다.

이어 특검은 "이에 즉시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 및 변호인에게 6월 28일 오전 9시 출석을 요구하는 통지를 했다"면서 "출석 요구에 불응 시 체포영장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체포영장 청구 기각은 윤씨 쪽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내란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법률대리인단은 "특검이 출범 직후 곧바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부당하다는 점과 향후 정당한 절차에 따른 특검의 요청에 따라 소환에 적극 응하겠다는 윤 전 대통령의 입장을 명확히 밝힌다"라고 한 바 있다. 즉, 법원은 윤씨 측의 두 번째 입장, 특검이 소환 요청하면 적극 응하겠다는 뜻을 감안한 것이다.

그동안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지난 6일과 12일, 19일, 모두 세 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윤씨는 모두 불응했다. 23일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내란 특검은 별도 소환 요청을 하지 않은 채 다음날(24일) 바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청구 직후 박지영 특검보는 "사건 연속성 위하여 조사를 위해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끌려다니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던 사안은 ▲지난해 12월 대통령경호처에 군사령관들 비화폰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교사) ▲지난 1월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관련된 것이다.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했다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번 체포영장 기각으로 내란 특검 vs. 윤석열 첫 번째 충돌은 표면적으로 윤씨 측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일방적인 승리라고만 평가하기 힘든 이유는, 사흘 후 윤씨의 특검 출석이 공식화 됐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경찰의 소환 요구에 일체 응하지 않던 윤씨는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자 특검의 요구에는 응하겠다고 밝혀 위기를 벗어났고, 특검은 바로 시간을 잡았다. 장소는 사흘 후 토요일(28일) 오전 9시 내란 특검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고등검찰청이다. 자칫 끌려다닐 수 있는 상황을 벗어났으므로 특검으로서도 나쁘지만은 않다.

"28일 윤석열씨가 출석에 응하지 않은 경우 체포영장을 바로 청구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박지영 특검보는 "청구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처럼 세 번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윤석열 쪽 "특검 소환 요청에 당당히 응하겠다"

윤석열씨 쪽은 내란 특검의 출석 요구에 응하겠다고 밝혔다.

윤씨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오후 법원의 체포영장 청구 기각을 두고 "법불아귀(法不阿貴)는 위법한 수사를 자행하는 권력기관에 대한 경고"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들은 "내란 특검팀이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실체적 진실 규명보다는 별건·편법 수사, 나아가 수사 실적 과시를 위한 정치적 행보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이 정한 정당한 절차와 수사의 중립성을 준수하여,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수사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무리한 체포영장 청구와 절차 위반이 전직 대통령을 향한 부당한 망신주기와 흠집내기 시도가 아닌지 깊은 우려를 표하며, 특검의 향후 수사가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하고 정당하게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아울러 무리한 기습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었으면 변호인과 출석 가능일자를 조정하여 통지하는 것이 일반사건에서도 정상적인 절차임에도 체포영장기각 사실을 알리며 소환날짜를 지정해서 언론에부터 공지하는 것은 특검답지 못하고 너무 졸렬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이번 주 토요일로 예정된 특검의 소환요청에 당당히 응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 "끌려다니지 않는다" 내란 특검, 윤석열 체포영장 청구 https://omn.kr/2e9tg

- "법불아귀" 좌고우면 없는 특검에... '절차' 문제 삼는 윤석열 https://omn.kr/2e9uk

#윤석열체포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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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에 의한 희생에 “고귀한 희생”?

박선영 진화위원장 골령골 기습 방문에 유족들 분통 터뜨려

  • 기자명 대전=정성일 통신원 
  •  
  •  입력 2025.06.25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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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발발 75년을 맞은 오늘,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 위원장이 대전 산내 골령골을 기습 방문해 유가족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특히 헌화에 사용된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가 국가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들에게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대전에서는 이날 국가보훈부 주최로 ‘6.25전쟁 제75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행사를 대전에서 개최하는 이유로 6.25 전쟁 당시 임시수도였던 대전의 상징성과 ‘대전 전투’의 기여를 들었다.

그러나 전쟁 중 군인과 경찰에 의해 자행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반성과 사죄가 6.25 행사에서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대전이 임시수도였던 기간과 골령골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던 기간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대전골령골대책회의 임재근 집행위원장이 박선영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대전골령골대책회의 임재근 집행위원장이 박선영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진화위 박선영 위원장은 6.25 기념식에 참석한 후 골령골을 방문하였다. 유족들 또한 “골령골 민간인 학살 사건의 가해자가 국가였고, 국군이었는데, 하필 6.25 기념식에 참석한 후에 골령골에 올 수 있느냐”며 이는 유족들을 기만하고 두 번 죽이는 가해 행위라고 규탄했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골령골 학살사건 위령제에 박 위원장의 참석 여부를 두고 유족들의 고심이 있었으나, 박 위원장이 위령제에는 불참하고 6월 25일 기습 방문으로 일정을 변경하면서 유족들과 대전골령골대책회의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대책회의 임재근 집행위원장은 “진화위원장이 6월 25일에 6.25 기념식에 참석한 후 골령골을 오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고 규탄할 일”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박선영 위원장이 보낸 화환에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제공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박선영 위원장이 보낸 화환에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 제공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더 큰 문제는 박선영 위원장이 헌화에 사용한 “고귀한 희생에 깊은 애도를 보냅니다”라는 문구였다. 유족들은 “국가에 의한 희생이 어찌 ‘고귀한 희생’이란 말입니까?”라며 강하게 비판했지만, 박 위원장은 ‘고귀한’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 “희생이 아닙니까?”라며 반문해 공분을 샀다.

유족과 대책회의는 ‘고귀한 희생’이라는 표현은 ‘국가를 위한 희생’에는 사용될 수 있을지 몰라도, ‘국가에 의한 희생’에는 절대로 쓸 수 없는 표현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희생자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그들의 희생을 왜곡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국무회의에서 파초선을 언급하며 공직자의 작은 관심과 판단이 국민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박선영 위원장의 이번 방문과 부적절한 문구 사용은 유족들에게 심대한 상처를 주고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파초선(芭蕉扇)’이 되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희생자 유족들의 항의에도 박선영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희생자 유족들의 항의에도 박선영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업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제공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골령골 유족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희생자 두 번 죽이는 박선영 진화위원장, 골령골 꼼수 방문 웬 말이냐!”, “유족의 피눈물 외면하는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자격 없다!”, “진실화해위원회 박선영 위원장은 지금 당장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박 위원장이 현장을 떠날 것과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오늘 골령골을 방문하여 공분을 산 박선영 진화위원장은 윤석열이 12.3 내란 직후인 12월 7일에 임명하였고, 그간 극우적 역사관과 역사 왜곡 발언으로 여러 번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는 5.16쿠데타를 혁명이라고 하는가 하면, 12.3 계엄 직후에는 SNS에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자들이 판치는 대한민국, 청소 좀 하고 살자”라는 글을 올려 논란이 있었다. 지난 4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중 ‘5.18 북한군 개입 음모론’에 “진실 모르겠다”며 답변해 진화위원장으로서 자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인물이다.

박선영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오는 27일 위령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박선영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현수막과 오는 27일 위령제를 알리는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있다. [사진 – 통일뉴스 정성일 통신원]

과거사를 올바르게 정리하여 국민을 위해 진실을 규명하고, 화해에 가장 앞장서야 할 진화위원장이 연거푸 진실을 왜곡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과거사 문제 해결에 있어 국가의 진정성 있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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