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적 목표 달성이라는 트럼프 수사의 허구성
‘파키스탄 중재’라는 외교적 보호막
정보 왜곡을 통한 국내 여론 통제
가려지지 않는 전장의 진실

중동 전운이 기묘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8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란에 대한 공격을 2주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파키스탄 지도부의 요청과 군사적 목표 달성을 휴전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 발표는 이란 국가안보최고위원회(SNSC)가 공식화한 ‘미국의 10개조 수락’ 성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화려한 수사 뒤에 은폐된 전황의 실체와 트럼프의 굴욕을 분석한다.

군사적 목표 달성이라는 트럼프 수사의 허구성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군사적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쟁 수행의 일반적인 논리에 비추어 볼 때, 승기를 잡은 교전국이 적대국의 요구안을 ‘협상의 기초’로 수용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이란이 제시한 10개조 계획에는 다음과 같은 핵심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미군 전투병력은 중동지역 내에서 완전 철수한다.

▲이란에 대한 모든 제재를 전면 해제한다.

▲미국은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금을 이란에 지불한다.

▲이란의 핵농축 권리를 인정한다.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유지한다.

만약 미국의 주장대로 압도적인 군사적 타격이 관철되었다면, 이러한 굴욕적인 양보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정밀 타격 능력을 과시한 이란의 군사적 저항에 직면하여, 미국이 전략적 한계에 봉착했음을 시사한다.

승전보를 울려야 할 시점에 2주간의 휴전을 선택한 사실 자체가 이미 타격력을 잃었다는 자백이다.

‘파키스탄 중재’라는 외교적 보호막

트럼프 대통령이 휴전의 동기로 파키스탄 지도부의 요청을 언급한 것은 어설픈 출구전략이다.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후퇴가 아닌, 제3국(파키스탄)의 간곡한 요청을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군사적 좌절이라는 인상을 지우고 ‘관대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과거 베트남 전쟁이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황망한 철수 당시에도 미국은 ‘동맹의 요청’과 ‘평화의 가치’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본질은 패배한 전장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번에 파키스탄의 중재를 언급하며 '2주 휴전'을 선언한 것도 마찬가지다.

 

정보 왜곡을 통한 국내 여론 통제

CNN 보도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고 나이지리아발 유령 사이트를 언급한 대목은 트럼프식 정보전의 전형을 보여준다. 이란 SNSC의 성명은 이란 관영 타스님(Tasnim) 통신을 통해 세계 전역에 공식 배포된 문건이다. 이를 ‘사기’로 몰아붙이는 행위는 이란의 승리 담론이 미국 본토 내로 확산되어 자신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 기제다.

정확한 사실관계의 반박보다는 ‘가짜 뉴스’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씌워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키는 방식이다. 이는 전황의 불리함을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없을 때 동원되는 고전적 전술이다. 그러나 이란 외무장관의 성명을 직접 인용하며 10개조 제안을 ‘협상 가능한 기초’라고 시인한 트럼프의 발언은 오히려 이란의 승리를 입증하는 근거다.

가려지지 않는 전장의 진실

전쟁의 성패는 SNS의 수사적 기록이 아니라, 전장의 실질적인 통제권이 어느 편에 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하며 미국의 해상 패권에 균열을 냈고, 이를 바탕으로 자국의 요구안을 관철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2주 휴전’ 선언은 전쟁 패배를 가리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화려한 언변으로 전장의 물리적 실체를 바꿀 수는 없다. 역사는 이번 사태를 미국의 군사적 패권이 중동 민중의 저항 앞에 멈춰 선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할 것이다. 이제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 아니다. 2주 뒤,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화려한 수사를 동원하든 호르무즈의 물길을 장악한 실질적 힘의 균형은 바뀌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