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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메네이 제거, 첩보전 승리지만 더 큰 실패의 시작?

한승동 에디터

sudohaan@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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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3.06 06:50

  • 수정 2026.03.06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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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시간 알아내 미사일 30발 퍼부어 폭사시켜

미국 첨단정보기술+이스라엘 휴민트 합작품

휴민트보다 첨단정보기술 비중이 점점 더 커져

암살은 문제 해결이 아닌 새로운 갈등의 시작

기회 엿보던 이스라엘에 트럼프 말려들었을 수도

3월 5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미국-이스라엘 합동 군사 작전으로 숨진 사람들을 위한 장례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조문객들이 관에 손을 뻗고 있다. 2026.3.5. AP 연합뉴스

2월 28일 오전 9시 40분께 이스라엘 미사일 30발이 날아들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아툴라 알리 하메네이의 거처를 완전히 파괴했다. 이코노미스트 4일 기사(‘이란전쟁의 시작은 첩보활동 성공에 따라 결정됐다’)에 따르면, 당시 그곳에서는 두 차례의 이란 고위급 회의가 예정돼 있었고,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며칠 전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메네이 회의시간 알아내 미사일 30발로 폭사

공격 전날 밤을 자택에서 보낸 이스라엘 장군들은 당일 아침 일찍 평소와 다른 차량을 이용해 사령부로 이동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첩보원들이 임박한 공격정보를 입수할까봐 불안했다. 정보 교란을 위해 미국은 공격 36시간 전까지 이란과 협상을 계속했고, 추가 회담 계획까지 흘렸다.

그 전에 미군이 이란 주변 중동지역으로 전력을 집결시키자 이란 관리들은 86세의 하메네이를 설득해 지하 벙커로 대피시키려 했다. 몇 년에 걸쳐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추적해 온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그런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들은 하메네이의 행적과 측근, 그리고 그에게 보고하는 이란 고위관리들의 움직임을 포착해 분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 두 차례 회의가 열린다는 것을 확인했고, 그 시각에 맞춰 이스라엘 미사일 30발이 회의장소로 날아갔다.

그것으로 전쟁이 시작됐다. 하메네이의 참수(decapitation)로 전쟁이 끝안 것이 아니라 시작된 것이다.

 

3월 3일, 영국 공군 아크로티리 기지(키프로스 리마솔 인근)에서 U2 정찰기가 이륙하고 있다. 2026.3.3. AP 연합뉴스

미국 첨단정보기술+이스라엘 휴민트 합작품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정보 출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런 정보자산은 살아남은 이란 지도자들을 감시하는데 여전히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출처를 밝힐 수 없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살해 사실을 발표하면서 “우리의 정보력과 고도로 정교한 추적 시스템” 덕분이라 찬사를 보냈고, 미국 관리들은 뉴욕타임스에 이란 최고위급의 테헤란 회의에 관한 세부 정보를 입수해 이스라엘에 넘긴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이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IDF)도 자국 군사정보부의 공로를 인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두 나라 정보기관은 그날 공격 몇 개월 전부터 이란 지도자들과 그들의 측근들을 추적하며 이동 패턴을 파악했다. 이스라엘은 그 전에 이미 테헤란의 이란 고위층에 깊숙이 정보원들을 침투시켜 놓았다. 첩보활동은 사람(정보 요원)에 의한 정보수집 활동(humint)과 첨단기술과 장비 활용 모두를 통해 수행됐다.

2024년 이란 혁명수비대(IRGC) 소유의 게스트하우스에 숨겨둔 폭발물을 이용해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를 암살하고, 2025년 6월 전쟁 발발 초기에 이란 핵 과학자들과 혁명수비대 사령관들을 공습으로 제거한 것도 그런 첩보활동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두 나라 정보기관들은 이번 전쟁 시작과 하메네이 암살 과정에서 긴밀하게 협력했다. 지난해 미국은 처음으로 이스라엘군에 미국 감시위성에서 전송되는 실시간 영상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했다. 그 전에는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정보를 제공했다. 이스라엘도 자체 위성을 갖고 있지만 감시범위는 제한적이다. 한 이스라엘 정보 관계자는 이코노미스트에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처음으로 우리 본부에서 미국이 보고 있는 것을 동시에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첨단 신호정보 수집가들(advanced signal-intelligence collectors)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재료들은 전례없이 많아졌다. 그것은 정보수집 대상(표적)과 그 주변 사람들이 갖고 있는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내비게이션 입이나 최신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와 같은 ‘스마트’ 기기들에서도 수집된다.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모두 이런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 인공지능 도구에 투자해 왔다. 미국이 첨단산업단지 실리콘 밸리를 활용할 수 있는 것은 이런 일의 효율을 크게 높였다.

결국 하메네이 살해는 이스라엘의 휴민트와 미국 첨단 정보기술의 합작품인 셈이다.

휴민트보다 첨단정보기술 비중이 점점 더 커져

첨단기술의 발전은 양날의 칼과 같다. 생체인식 여권과 국제 신원 데이터베이스의 보급으로 스파이들이 적국에서 활동할 때 가짜 신분증을 사용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전통적인 요원 작전(휴민트)들이 더는 불가능해지면서 이스라엘 모사드와 같은 정보기관들이 업무방식을 바꾸고 있다. 오늘날 목표물 추적의 돌파구는 현장 요원보다는 책상에 앉아서 분석하는 분석가, 또는 그 두 가지 모두를 통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새로운 방식은 암살 시도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1992년에 사담 후세인 당시 이라크 대통령을 암살하려던 이스라엘의 계획은 작전 예행연습 중 특수부대원 5명이 숨지면서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휴민트를 통한 공작의 위험성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휴민트는 여전히 중요하지만, 이스라엘은 암살 임무에 전투기와 무인 항공기를 점점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조작된 장비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2024년 9월에 헤즈볼라 대원 수십 명을 살해하고 수많은 대원들을 다치게 만든 공작은, 정보 유출을 겁낸 헤즈볼라 대원들이 휴대전화가 아니라 무선 호출기(‘삐삐’)를 집단적으로 사용하는 점을 노린 이스라엘의 호출기 조작을 통해 이뤄졌다. 이스라엘은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페이퍼 컴퍼니(유령회사)를 통해 헤즈볼라 대원들 호출기 생산과정에서 소량의 폭탄과 기폭장치를 심어놓게 하는 공작을 2년여에 걸쳐 수행한 뒤 그것을 잇따라 터뜨려 휴대하고 있던 헤즈볼라 대원들을 살상했다.

 

3월 5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레바논 남부 크파르 티브니트 마을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레바논은 지난 3월 2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주말 공습으로 이란 최고 지도자가 사망한 데 대한 보복으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쟁에 휘말렸다. 2026.3.5. AFP 연합뉴스

암살은 문제 해결이 아닌 새로운 문제의 시작

하지만 이런 요인 암살은 그 자체로 논란의 여지가 많고, 늘 애초에 목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스라엘은 종종 반이스라엘 무장단체 지도자들을 그런 방식으로 제거해 왔다. 예컨대 하마스의 창설자인 셰이크 아흐메드 야신을 비롯한 하마스 지도부를 거의 모두 폭사시켰지만, 하마스는 살아남았고,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1천 명 이상을 살해함으로써 ‘가자전쟁’의 문을 열었다. 하마스의 존재 자체가 이스라엘의 폭압적인 팔레스타인 제거 내지 추방 정책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은 그런 폭압을 제거한 것이 아니라 폭압의 결과물인 하마스의 지도부 제거에 집착함으로싸 오히려 문제를 키웠다. 하마스의 반격은 결국 7만 명에 가까운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보복공격으로 살해당하는 ‘제노사이드’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1992년에는 공격 헬리콥터로 헤즈볼라 지도자 아바스 무사위를 살해했지만 그의 뒤를 이은 하산 나스랄라는 이후 30년 동아 헤즈볼라를 더욱 강화시켜, 레바논 정치를 장악하고 막강한 무기로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만들었다. 무사위의 암살이 오히려 더 큰 화를 부른 결과가 됐다.

마찬가지로 하메네이의 살해가 트럼프 대통령이 바랐던 신속하고 결정적인 결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은 애초부터 낮았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전 수장이 얘기했듯이 “하메네이 이후 누가, 무엇이 뒤를 이을 것인지”를 미국도 이스라엘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이 중동지역에 대규모 전력을 집중시키자 이스라엘 장교들은 이란 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작전상의 기회”(operational opportunity)라며, 하메네이를 제거하고 미국에 더 순종적인 인물로 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스 마두로를 체포해 미국에 압송하고 미국에 좀 더 호의적인 마두로체제 고위관리 출신의 델시 로드리게스를 임시대통령에 앉혀 간접통치하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이 이스라엘 주장에 말려든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핵 개발을 막을 절호의 기회라고 트럼프를 설득했고 모사드는 휴민트로 얻은 정보를 제공했다.

하지만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도자들 암살이 결과적으로 화를 더 키웠듯이 하메네이의 제거는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도 있다. 이미 이란의 확전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그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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