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은 남의 아이들이 아니다. 모두 우리 사회의 아이들이다. 소년사건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지, 왜 비행청소년이란 이름표가 붙게 되었는지 차분히 들여다봐야 한다. 소년재판에 오는 많은 아이가 가정의 방임과 방치, 또는 과도한 간섭 등으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다. 변화무쌍한 사춘기인 아이들 곁에서 그들의 얘기를 들어주고 때로는 따끔한 조언을 하는 좋은 어른을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재판 2년 차부터 걷기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어른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목표다. 올해로 4년째를 맞는 걷기학교는 1:1 멘토 멘티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반나절 걷기학교를 통해 매년 100여 명의 아이들이 자신만의 멘토와 걷는 시간을 갖고, 1박2일 걷기학교에서는 써클 대화를 통해 좋은 어른들과 깊은 교감을 나눈다.
걷기학교에 참여했던 모든 멘토는 입을 모아 얘기한다. "소년범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왔는데, 막상 함께 걸어 보니 일반 아이들과 전혀 다르지 않다". 당연한 말이다. 처음부터 비행청소년으로 태어나는 아이는 없다. 아이들이 자란 환경이 아이들을 비행의 길로 내몰았을 뿐이다.
비행을 선택한 아이들을 나무라기만 한다고 바뀌지 않는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사회·구조적 문제가 분명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손쉽게 연령만 내린다고 해서 소년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당장 손쉬운 선택으로 엄벌을 전제로 한 분리와 배제는 결국 오늘의 소년범을 내일의 '성인범'으로 마주하는 미래를 낳을 것이다.
시집 한 권이 열어준 세계... 배제보단 참여의 기회를
스마트폰, 유튜브, 웹툰, SNS가 익숙한 청소년들에게 필자가 시를 읽자고 권하는 것은 언감생심처럼 들린다. 소년재판까지 온 친구들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그러나 창원지방법원 소년부는 2024년 여름, 첫 시도를 했다. 1호 처분을 받고 경상남도 청소년회복지원시설 6곳에 있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가는 평산책방'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기서 청소년 시집 <난 빨강>의 저자 박성우 시인을 만났다. 아이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자신들의 마음을 그대로 표현한 시를 만난 기쁨이 대단했다. 저자와의 만남 자리에서 아이들은 시를 읽고 시를 지어 보았다. 박 시인은 친구들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불렀다. 아이들은 스스로 지은 시를 낭독하는 경험도 했다. 얼굴이 환해졌다. 그 결실이 2025년 가을 청소년 시집 <이제는 집으로 간다> 출간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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