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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22년 파면 대통령’ 등판에 ‘선거의 여왕’ 치켜세운 언론은?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근혜, 육영수 여사 생가 옥천 등 충청에 이어 영남권 선거유세 예고…‘보수결집’ 기대하는 매체도

경향 “윤어게인 모자라 박어게인까지 할참인가”…열흘 뒤 국회의장, 민주당 조정식 김부겸 캠프 방문

중앙일보 “국회의장 당적 보유 금지, 정치적 중립 도모하려는 국회법 취지 정면으로 반해”

기자명장슬기 기자

  • 입력 2026.05.26 07:32

▲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지난 23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은 모습. 사진=추경호TV 영상 갈무리

국정농단과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 개입 등 혐의로 징역 22년 형을 받은 바 있고 헌정사 최초로 헌법재판소에서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6·3 지방선거에 전면 등장했다. 지난 23일 추경호 대구시장 후보와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했고 25일에는 충청권 여러 곳을 돌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26일 사설을 내고 박씨의 등장을 강하게 비판한 반면 상당수 지역언론에서는 박씨를 ‘선거의 여왕’이라고 칭하며 ‘보수 결집’을 언급했다.

한쪽에서는 국회의장 선출 예정인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 선거를 지원한 것이 논란이다. 지난 25일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는 김부겸 후보 캠프를 방문해 “대구 발전을 위해서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아직 일반 의원 신분이어서 법을 어기지는 않았다고는 해도 국회의장에 당선된 다음 날부터 당적 보유를 금지해 정치적 중립을 도모하려는 국회법 취지에는 정면으로 반한다”고 비판했다.

탄핵 대통령이 내란혐의 재판받는 추경호 지원

‘윤어게인’으로 모자라 ‘박어게인’까지 할 참인가

박근혜씨는 지난 25일 충북 옥천(김영환 충북지사 후보), 대전(이장우 대전시장 후보), 충남 공주(김태흠 충남지사 후보)를 가서 지원 유세를 벌였고, 앞으로 부산, 울산, 경남지역과 강원도 원주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당 대표를 방불케 하는 행보다. 당연히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민의 신뢰를 배반해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 현실정치 한복판에 다시 뛰어들다니 어처구니가 없다”며 “남은 평생 자숙해도 부족할 처지에 무슨 낯으로 주권자들에게 표를 달라고 호소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 5월26일자 경향신문 만평

경향신문은 박씨를 가리켜 “징역 22년형을 확정받은 중범죄자”라며 “비록 수감된지 4년9개월 만에 특별사면됐다고는 하나 그의 범죄 사실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2021년 12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박씨를 사면하면서 “(이번 사면이) 생각의 차이나 찬반을 넘어 통합과 화합, 새 시대의 개막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박씨는 “많은 심려를 끼쳐드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했다. 이 신문은 “이 발언에 진정성이 있었다면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일은 상상도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국정농단으로 탄핵당한 대통령(박근혜)이 내란 혐의로 재판받는 후보(추경호)를 지원하는 풍경이 상식적·합리적 중도층 눈에 어떻게 비칠지는 생각해봤는가”라며 “‘윤어게인’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박어게인’까지 할 참인가”라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선거판 뛰어든 탄핵 대통령, 사면 취지 새기며 자중하길>에서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과거 몸담았던 정당의 승리나 특정인의 당선을 위해 직접 선거운동에 뛰어드는 것은 새로운 분열과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해야 마땅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사설 <궁색한 보수 현실 드러낸 박근혜 선거 간여>에서 “특별사면을 허용한 민심을 오독하지 말고 자중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국민의힘의 태도도 비판을 받았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박씨의 행보를 두고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더 이상 지켜만 볼 수 없다는 결단의 행보”라며 “충청권 외에 영남권도 방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한겨레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국정 농단’으로 쫓겨난 전직 대통령의 선거 개입이 ‘구국의 결단’으로 포장될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다.

‘선거의 여왕’ 보수결집 기대하는 지역신문들

하지만 상당수 지역일간지를 보면 박근혜씨 등판으로 인한 보수결집을 기대하는 모양새다. 일간경북신문은 1면에 <박근혜, 대구 찍고 충청까지…보수 재결집 나섰다>라고 제목을 짓고 박씨 사진도 두장이나 실었다. 충청매일도 1면에 <박근혜, 충청 유세 지원…파급력 촉각>이라 기사 제목을 짓고 박씨가 충북 옥천에 위치한 육영수 여사 생가를 방문한 사진을 크게 실었다.

▲ 5월26일자 일간경북신문 갈무리

선거의 여왕이라고 박씨를 치켜세운 곳도 많았다.

<‘선거의 여왕’ 등판… 지선 변수?>(경북도민일보 1면 기사 제목)

<대구 이어 충청까지…‘선거의 여왕’ 박근혜 등판>(경북일보 4면 기사 제목)

<‘선거여왕’ 박근혜, 대구이어 충청까지…9년 만 정치 행보 나서나>(경북신문 4면 기사 제목)

<‘선거의 여왕’ 박근혜 등판에 충청 정가 술렁>(충청신문 1면 기사 제목)

<선거의 여왕 충청 보수 결집 ‘지원 등판’>(동양일보 3면 기사 제목)

<‘선거의 여왕’ 박근혜 대구 지원…“추경호, 좋은 정책 마련”>(동방일보 2면 기사 제목)

▲ 5월26일자 충청신문 1면 기사

경북매일은 사설 <박근혜의 추경호 지원 ‘보수결집’ 자극할까>에서 박근혜씨가 최근 유세현장을 찾아 시민들과 어떠한 이야기를 나눴는지 자세하게 전했다. 그러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박 전 대통령의 이날 행보가 ‘보수결집’의 기폭제가 될지에 쏠려 있다”며 “20년 전의 일이지만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총재였던 그는 서울 신촌 유세에서 커터칼 피습을 당한 뒤, ‘대전은요?’라는 말 한마디로 선거 판세를 뒤집어 ‘선거의 여왕’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고 했다.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 김부겸 캠프 방문 논란

중앙일보는 선거면 기사<차기 국회의장 조정식, 김부겸 지원 국힘 “정치 중립 의무 지켜라” 반발>에서 조정식 의원이 김부겸 후보 면담 뒤 취재진과 만나 “김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보다 무엇이 국민께 최선인지를 우선에 두고 험난한 길도 마다치 않았다”며 “대구 발전을 위해서는 힘 있는 여당 후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의원은 오는 6월5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의장 선출이 확실시되는 예비 국회의장이다.

▲ 5월25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왼쪽)와 만난 조정식 국회의장 후보자. 사진=김부겸 캠프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열흘 뒤에 국회의장이 될 인사가 선거 막판에 특정 후보를 이렇게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조 의원은 아직 국회의장 선출 전인 만큼 정치 활동에 제약이 없고 오랜 동지적 인연이 있는 김 후보 격려 방문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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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사설 <김부겸 후보 선거 지원한 예비 국회의장의 부적절한 처신>에서 “여당의 입법 독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22대 국회에서 협치와 의회주의 원칙이 되살아나길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취임하기 전부터 저버린 것 아닌가”라며 “예비 국회의장이라는 공적인 신분으로 선거 일주일 전에 동지와 당을 챙기는 것이 과연 상생과 화합에 맞는 일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국회의장 후보 경선 때 이재명 대통령의 SNS 지원을 받았다는 ‘명심’ 논란에 휩싸였고, 국회의장 후보 수락 인사에서는 ‘협치보다 속도를 앞세우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고 했다.

▲ 5월26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조 의원의 부적절한 처신과 함께 야당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난 15일 대구시 군위군 TK 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것도 선거 개입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며 “여권이 대구시장 선거 승리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면 어느 때보다 정정당당한 승부가 될 수 있도록 지도부부터 자중해야 옳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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