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변호사는 스틸 지명을 단독 사건이 아니라 한미 극우 세력의 초국적 연대라는 더 큰 그림 속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들의 연계가 한미 관계를 어떻게 위협하는지는 이미 현실에서 확인된다. 지난 해 이재명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숙청이나 혁명이 일어나는 것 같다"는 발언을 SNS에 올린 일, 김민석 국무총리 방미 시 J.D 밴스 부통령이 첫 마디로 쿠팡 문제를 꺼낸 일 등이 대표적이다.
박 변호사는 우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스틸 지명자를 추천한 인물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언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 깅리치가 스틸 지명자를 추천한 것은 2024년 12월 29일 친트럼프 매체 <뉴스맥스>를 통해 처음 알려졌습니다. 미묘한 것은 이 타이밍입니다.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가 윤석열을 탄핵한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거든요. 미국 극우 세력으로서는 한국의 촛불시민들과 민주당 세력에 대항하는 충성파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론이 가능합니다."
깅리치라는 인물 자체도 문제다. 하원의장 시절부터 북한·이란·이라크에 대한 강경 노선을 지지해온 그는 최근 이재명 정부에 대해 "너무 좌로 가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종교를 탄압하고 있으며, 이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극우 네트워크의 목표 "이재명 정부 흔들기"
박 변호사는 또 고든 창, 모스 탄 같은 미국 극우 인사들의 최근 발언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고든 창과 모스 탄은 보수성향의 한 방송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친중, 친북, 반미 정치인" 더 나아가 "공산주의자"라고 발언해왔다고 한다. '빈손 외교'라고 빈축을 샀던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최근 방미도 이들 극우세력과의 국제적 연대라는 차원에서 보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모스 탄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정당한 대통령으로 인정해야 한다, 미국은 한국 내 유엔사령부 지휘권을 가지고 있으니 계엄을 선포하고 이재명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어 '미국은 그럴 능력이 충분히 있고, 한국인들은 미국의 도움을 강하게 바라고 있다'고 했습니다. 물론 실현 가능성은 없지만, 이것이 그들의 최종 목표라는 것은 명확합니다."
박 변호사는 "미국 극우세력이 스틸 지명자를 통해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미국 내 강경한 메시지를 전하고 이재명 정부 흔들기를 계속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며 "과거에도 주한미대사가 한국정부와 미국의 입장이 다른 방향으로 갈 때 한국 정부 흔들기를 하는 사례는 많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그레망 거부할 수 있다"…국제법적 근거와 선례
아직 미국 상원의 인준 절차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박 변호사는 국제법적 근거와 실제 선례를 들어 한국 정부가 스틸 지명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거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61년에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국제협약 4조 2항을 보면, 주재국이 외교 사절 수용 여부를 결정할 때 그 거부 사유를 파견국에 설명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외교 사절 임명 여부가 전적으로 주재국의 주권적 판단 영역임을 확인해주는 국제법적 원칙입니다. 2015년 브라질이 정착촌 논란을 이유로 이스라엘 대사 지명자에 대해 사실상 아그레망을 거부한 선례도 있습니다. 최근인 2020년대 들어서는 일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외교관 또는 대사 후보에 대해 안보 우려를 이유로 수용을 미루거나 거부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
터커 칼슨, 마조리 테일러 그린, 캔디스 오웬스…트럼프에게 등 돌리는 마가 인사들
한편 이란전쟁, 엡스타인 파일 등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마가(MAGA) 진영이 분열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 곤경에 처했다.
지지층 분열의 상징적인 인물은 폭스뉴스 전 앵커 출신인 터커 칼슨이다. 그는 트럼프에게 "배신당했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박 변호사는 "칼슨은 트럼프가 원래 내세웠던 '아메리카 퍼스트'와 '새로운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공약에서 벗어나 실제로는 중동에서 적극적인 군사 개입을 하고 있으며, 이 변화의 배경에 신보수주의 성향의 인사들과 정책적 영향이 있다고 인터뷰했다"며 "칼슨은 트럼프를 지지했던 것에 대해 후회한다, 미국 국민들에게 사과한다고까지 말했다"고 밝혔다.
터커 칼슨 외에도 마조리 테일러 그린, 캔디스 오웬스, 알렉스 존스 등 마가 진영의 핵심 스피커들이 잇달아 트럼프에게 등을 돌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박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이란 전쟁, 그리고 엡스타인 파일 문제, 또 가난한 백인 노동자들을 버리고 소수의 부자들, 이른바 올리가르히에게 트럼프가 포획되었다는 인식이 '배신'이라는 감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트럼프 지지율이 30대 초중반으로 급락했고, 다시 회복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이대로 가면 11월 중간선거에서 연방 하원뿐 아니라 연방 상원까지도 민주당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공화당 내부에서 팽배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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