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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안 상정 포기 우 의장 조롱한 국힘..."외교결례, 사과하라"

▲'개헌안 표결 무산'에 울분 토한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된 데 대해 울분을 토하다 눈물을 닦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 8일 오후 6시]

"이러고도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우원식 국회의장이 작심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이 개헌안에 대해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인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예고하자, 기가 차다는 듯 반응을 보였다. 우원식 의장은 제1야당을 향해 울분을 토한 뒤, 결국 이날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을 비롯한 50여 개 법안들의 상정을 포기했다.

대표적인 '개헌론자' 우원식 의장은 결국 개헌의 문턱까지 와서 야당의 발목잡기에 고개를 넘지 못했다. 전반기 국회의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그는 "산회를 선포한다"라며 의사봉을 세 번 강하게 내려쳤다. 의사봉을 두드리는 그의 입술은 꽉 깨물려 있었다. 그렇게 제435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는 23분 만에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도리어 그를 향한 조롱성 비아냥을 내어 놓았다.

우원식 "국힘, '불법 계엄 반성'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

▲산회 선포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개헌안 표결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 이날 본회의 개회를 선언한 우 의장은 국민의힘이 개헌안과 50개 민생법안 전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신청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며, 개헌안을 상정하지 않고 산회를 선포했다. ⓒ 남소연

전날(7일) 투표 불성립으로 표결이 무산된 대한민국 헌법 개정안은 당초 8일 국회 본회의에 재상정될 예정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을 위시한 여권의 강행 의지는 컸지만, 국민의힘이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표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이 이틀 연속 반복될 공산이 큰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기에 필리버스터까지 예고했다. 개헌안은 물론이고 나머지 민생 법안들에도 모두 반대하고 나서며 의사 진행 저지를 시도한 셈이다.

그러자 우원식 의장은 "헌법 개정안을 상정하지 않고 오늘로서 이 절차를 중단한다"라며 "국민 투표로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선거인단에 등록한 재외 국민 여러분, 그리고 관계기관에도 유감의 뜻을 표하고 국회의장으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우 의장의 작심 비판 "국민의힘 정략과 억지 주장으로 39년 만의 개헌 무산"

이후 우 의장은 "매우 아쉽다. 정말 몹시 안타깝다"라며 국민의힘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개헌의 필요성과 시급성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분명하고 쟁점이 없어서 여야 간에 얼마든지 합의가 가능한, 사실상 내용에 반대가 전혀 없는 개헌안을 놓고도 개헌의 문을 열지 못했다"라며 "정략과 억지 주장을 끌어들여 39년 만에 개헌을 무산시킨 국민의힘에 강력한 유감을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번 개헌안은 전부 다 국민의힘이 국민들께 약속했던 내용들"이라며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그동안 의장이 숱하게 제안했다. 그때마다 거부하고 대답하지 않은 것이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우 의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밟아온 개헌 과정들을 언급하며 "이런 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졸속 개헌이라는 것이다. 내용에는 반대할 게 없고 졸속 개헌이라고 하는데 제가 이렇게 여러 차례 제안했던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만든 개헌 기회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공당으로서 국민께 한 약속을 실천하는 책임도 같이 걷어찬 것"이라며 "'불법 계엄을 반성한다', '반대한다'고 한 소리는 다 어디로 간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지만, 우 의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법 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을 필리버스터까지 걸면서, 이러고도 법원이 내란 우두머리로 무기를 선고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했다는 세간의 의심과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라고 힐난했다.

그는 "부끄럽고 두렵게 여기기를 바란다"라며 "이렇게 해서 만약에 20년, 30년 후에 이런 불법 내란이 또 벌어진다면 정말 국민의힘은 역사의 죄인이 된다고 하는 것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말씀드린다"라고 꼬집었다.

"합의된 민생법안 필리버스터는 국민에게 몽니 부리는 것"

우원식 의장은 또 이날 본회의에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던 다른 50개 법안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모두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점도 맹비판했다. 우 의장은 "이번에 본회의에 제가 올린 50개 안건은 여야 합의로 법사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이라며 "그런 법안들에 대해서 필리버스터를 걸겠다니 법안이 통과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인가"라고 직격했다.

이어 "합의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는 국민들에게 몽니를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라며 육아휴직 확대 법안 통과를 바라는 한 '워킹맘'으로부터 온 문자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정말 속 터진다. 속 터져"라며 "국민들의 삶에 필요한 법을 멈춰 세우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민생을 인질로 붙잡는 것"이라고 야당을 겨냥했다.

우 의장은 "필요한 법안을 제때제때 처리해야 국민들 불편이 줄어든다는 상식적인 국회 운영에도 어깃장을 놓는 이 상황이 저는 정말 분통이 터지고 눈물이 나올 것 같고 정말 화가 나고 답답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눈가를 잠시 손으로 훔치기도 했다.

그는 "전반기 국회가 시작부터 험난했고 또 그 과정에 매우 험난한 과정들이 있었다"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이어 국민의힘의 행태를 겨냥해 "과오와 잘못을 반성도 하지 않고 불법 비상계엄을 꿈도 못 꾸게 하는 개헌까지 막아가면서, 국민들의 민생법안도 이렇게 막는 무도한, 국민과 국회 어디에도 아무 이득이 없는 이 무책임한 관성"으로 규정하면서 "규탄받아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이 가정에서 우 의장은 중간중간 감정을 추스르며 간신히 말을 마무리했다.

국힘 "우원식 의장, 졸업여행 가야 해서 안건 못 올린 것"

▲국회의장에게 항의하는 송언석 원내대표우원식 국회의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신청으로 개헌안 표결이 또 다시 무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자,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고성을 지르며 항의하고 있다. ⓒ 남소연

우 의장의 발언 도중 본회의장에서부터 격렬하게 항의했던 국민의힘은 본회의가 끝난 후 우 의장을 거세게 비난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원식 의장이) 10일부터 졸업여행 가야 해서 안건을 못 올린 것"이라고 폄훼했다. 우원식 의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에 해외 순방을 소화해야 하는데, 필리버스터 때문에 이 일정을 소화하지 못할까 봐 안건 상정을 포기한 것이라며 비꼰 것이다.

박충권 의원도 본인의 페이스북에 "필버 무산시키셨으니, 마지막 해외출장(졸업여행) 맘편히? 잘 다녀오시라"라고 적으며 조롱에 동참했다.

그러자 국회의장실이 반박에 나섰다. 조오섭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언론 공지를 통해 "국회의장은 10~16일로 네덜란드 및 케냐를 대상으로 하는 외회 외교일정을 예정하고 있다"라며 "케냐는 작년 9월부터 무역 및 투자협력 확대를 위한 교류 일정을 논의해왔다"라며 "네덜란드 하원의장의 대한민국 국회 방문에 대한 답방 차원에서 상당기간 준비한 외교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이번 외교는 국익을 위해 초당적 방문단을 구성해 국회의장과 민주당, 국민의힘, 비교섭단체 소속 의원들이 함께 하는 일정"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충권과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이 국회의장과 여야 의원들의 공식 해외순방을 '졸업여행'이라고 조롱하는 것은 외교상대국인 케냐 및 네덜란드에 대한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직격했다.

"의회 외교는 국익에 있어 중요한 수단임에도, 국회의장을 공격하기 위한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 악용하는 저급한 인식과 태도에 대한 매우 유감"이라며 "최수진 및 박충권 의원의 외교결례적 발언 철회 및 공식 사과를 요청드리는 바"라고 덧붙였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대단히 유감스럽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 당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 해임 건의안 표결을 위해서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했을 때, 우 의장과 민주당은 단칼에 거부했다"라며 "정 장관 해임건의안이 4월 임시회에서 폐기됐는데, 어제 헌법 개정안 표결이 부결로 끝나자마자 우 의장은 여야 합의도 없는 상태에서 오늘 또 본회의를 열었다. 아주 일방적이고 다분히 감정 섞인 본회의 개최"라고 비판했다.

이어 "야당이 요구하는 본회의는 죽어도 열지 않고 국회의장이 원하는, 민주당이 원하는 본회의는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개최하고 이것이 국회의 모습인가? 이게 제대로 된 나라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송 원내대표는 "12.3 비상계엄도 현행 헌법의 테두리 내에서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위헌 결정이 났다. 무슨 개헌을 해서 비상계엄을 막는다는 둥 이런 이야기를 하느냐"라며 "여야 합의 없는 독재 개헌을 기필코 국민과 함께 끝까지 막아내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원식#국민의힘#필리버스터#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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