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국민의힘 공천 재난지역으로 떠올랐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두 갈래 의혹이 한꺼번에 분출됐다. 남구갑 당협 위원장이었던 김태규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이 올해 2월 연 출판기념회에서 검은색 돈통 4개를 놓고 시의원 예비후보들로부터 거액의 도서비를 거뒀다는 정황이 첫째다. 김두겸 울산시장의 사조직으로 의심받는 '금섬회'의 회장이 김 시장이 직접 임명한 정무특보로 확인된 점이 둘째다. 두 사안은 6일 뉴탐사 9시 보도에서 함께 공개됐다.
돈통 4개 놓인 출판기념회
김태규 전 부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차례로 지냈다. 방통위 부위원장 시절 이진숙·이상인 체제에서 언론 학살의 실무를 맡은 인물로 꼽힌다. 윤석열에 대한 1심 무기징역 구형 직후에는 "예상된 정치 판결"이라는 발언으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가 울산 남구갑 당협 위원장에 부임한 시점은 지난해 11월이다. 김상욱 의원이 민주당으로 당적을 옮기자마자 박성민 울산시당위원장이 그 빈자리를 김 전 위원장에게 내줬다. 박성민 위원장은 이른바 윤석열 술친구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문제는 올해 2월 열린 북콘서트다. 책 제목은 '법은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다'였다. 국민의힘 중앙당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출판기념회 개최 자체와 도서비 명목 모금을 자제하라는 공문을 일선에 내려보낸 직후였다. 그런데도 행사는 강행됐고, 김 전 위원장 측은 약 2,000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김기현·박성민·장예찬·류희림·강민구·석동현·임현철 등이 자리했고, 나경원·윤상현·김문수·황교안 전 총리, 가수 윤형주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은 아크릴 돈통과 비밀번호 자물쇠
행사장 입구마다 놓인 것은 검은색 아크릴 돈통 4개였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재질에, 위쪽 투입구로만 봉투를 떨어뜨릴 수 있는 구조였다. 봉인은 비밀번호 자물쇠였다. 행사 주관을 맡았던 홍보실장 이원무씨는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그 위로 돈이 한 번 들어가고 나면 다시는 못 꺼낸다. 돈통의 주인은 김태규 위원장"이라고 설명했다. 자물쇠 비밀번호도 김 전 위원장이 직접 설정했고, 행사가 끝나자 돈통 4개는 그의 차 트렁크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이 이씨의 진술이다.
핵심은 이 돈통에 1,000만원, 500만원어치 도서비를 봉투에 담아 넣은 시의원 예비후보가 있다는 점이다. 책값은 한 권에 25,000원이었고, 인쇄 부수는 약 2,200권이었다. 참석자 2,000명이 한 권씩 사 갔다고 가정해도 매출은 5,000만원 안팎이다. 그 액수의 수 배에 이르는 봉투가 한꺼번에 들어갔다면 책값이라기보다 사실상 정치자금에 가깝다는 지적이 따른다.
이 의혹은 이미 국민의힘 공천비리 신고센터에 제보됐고,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도 고발장이 접수됐다. 기자회견에 나선 한 출마자는 "도서비를 내지 않으면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했다"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뉴탐사 통화에서 "터무니없는 말이다. 다 고소 조치해 놨다"고 부인했다. 그는 "체크하는 사람들이 앞에서 다 지켜보고 있는데 그 거금을 어떻게 현금으로 주고 사느냐"고도 했다. 그러나 이원무씨가 묘사한 운영 방식은 김 전 위원장 외에는 누구도 안을 확인할 수 없는 봉인 구조였다. 김 전 위원장은 책 인쇄 부수와 기획사명을 묻는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당원 모집 실적 70% 공천 가중치
같은 출판기념회에는 또 다른 장치가 함께 작동했다. 김 전 위원장이 남구갑 공천 평가 기준에 '신규 당원 모집 실적'을 70%까지 반영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운영위원 채점은 30%였다.
이 기준이 공표되자 시·구의원 출마 예정자들은 보험 모집인처럼 당원 가입서를 끌어모았다. 이원무씨 본인이 모은 신청서만 550장이라고 했고, 김 전 위원장은 누적 4,189장을 박 시당위원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핵심 의혹은 그 다음에 있다. 적지 않은 후보가 자신이 모은 가입서의 추천인란을 비워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 그 모집 실적은 김 전 위원장의 본선 표밭으로 입도선매되는 효과를 냈다는 것이 출마자들의 토로다. 김 전 위원장은 "그런 적 없다. 한쪽 말만 듣고 얘기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금섬회 회장은 김두겸 시장 정무특보였다
울산 국민의힘의 또 다른 뇌관은 김두겸 시장 쪽에서 터졌다. 김 시장의 후원 사조직으로 의심받아 온 '금섬회'의 회장이 그가 임명한 김재익 정무특보로 확인됐다.
울산시청 담당과 통화 결과, 김재익씨의 정무특보 위촉 기간은 2022년 7월부터 2026년 7월까지다. 시장 임기와 사실상 일치한다. 같은 기간 김씨는 울산시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도 겸하고 있다. 시 담당자는 "비상임 민간위원 신분이고, 회의 참석 수당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금섬회는 김 시장이 2022년 당선된 직후 선거 캠프 출신들이 결성한 모임이다. 김 시장이 이 모임에 직접 참석해 선거 전략을 설명한 영상은 앞서 공개된 바 있다. "한 곳에 몰려 있지 말고 4인조로 흩어져 박수를 쳐라"는 식의 이른바 괴벨스식 동원 전략이 그 자리에서 전수됐다. 같은 자리에서 김재익 회장도 같은 취지로 발언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회계장부에서 사라진 정치인 이름
김재익 회장은 올해 정기총회 자리에서 지난 1월 회계 보고와 달라진 변경 사항을 직접 설명했다. 회비 지출 항목 중 특정 정치인 이름이 적혀 있던 칸을 모두 비우고 '예비비'로 일괄 처리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김 회장의 발언은 이렇다.
"그런 예비비라는 항목은 절대 문제가 생기게 돼서 그 항목은 지웠다."
회비 일부가 어떤 정치인에게 얼마나 흘러갔는지가 회원들 앞에 그대로 적시돼 있던 종전 보고에서, 그 꼬리표를 본인 손으로 떼어낸 셈이다. 거명되던 이름 가운데는 김기현 의원과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가 포함됐다는 게 영상으로 드러난 정황이다.
임현철 후보 명예회원 긴급 추대
같은 회의에서는 임현철 남구청장 예비후보를 금섬회 명예회원으로 추대하는 안건이 긴급 상정됐다. 김 회장이 박수로 의결을 받아내자 임 예비후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저는 이미 경선을 통과했기 때문에 요만큼만 도와주시고, 우리 김두겸 시장님 팀을 좀 도와달라"고 말했다. "금섬이라는 조직이 우리 시장님과 관계되는 조직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선거에 나선 예비후보가 시장 측 사조직 모임에서 마이크를 잡고 시장 지원을 호소한 발언이다. 시기와 장소, 발언 내용 어느 것을 보더라도 사전 선거운동 시비가 일 만한 장면이다.
박맹우 단일화 조건으로 떠오른 두 의혹
이 같은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무소속 박맹우 후보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는 줄곧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6일 들어 "단일화의 필요성은 공감한다"면서도 "금섬회와 신천지 관련 의혹 해명, TV 토론 수용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박성민 시당위원장과 서범수 전 사무총장의 비공개 회동, 그리고 김문수 전 후보가 단일화 압박에 가세한 직후의 변화다.
같은 울산 남구갑에서는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방검복을 입고 선거운동을 다니고 있다. 울산경찰의 신변보호 협조 요청이 4일부터 받아들여졌다. 위해 우려가 그만큼 구체적이라는 의미다. 강준현·김기표 민주당 대변인은 금섬회 의혹을 두고 두 차례 성명을 냈지만, 기성언론의 후속 보도는 6일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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