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00세대 이상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단 1개일 정도로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전세가가 뛰는 사이 월세가는 날아올랐다. 서울에서 경기로 확대된 전월세난에 수요자들이 갈 곳을 잃고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부메랑처럼 다시 매매가가 상승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임대차 시장 부담을 고려한 정책 속도 조절과 아파트 수요를 대신 소화할 비아파트 등의 조기 공급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전세 매물 감소는 여러 공식적인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전세수급지수는 5월11일 기준 113.7로, 2021년 3월8일 116.8 이후 약 5년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가 100보다 크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이날 네이버 부동산을 기준으로 1000가구 이상 대단지를 살펴본 결과, 강북·노원·중랑·금천·강서구 등에서 전세 매물은 단지당 1~4개꼴이었다. 가령 강북구는 9개 단지의 총 매물이 19개뿐이었고, 소위 ‘대장주’인 3830가구 단지 SK북한산시티의 매물은 2개에 그쳤다. 경기 의정부·구리·하남·광명·부천시 등 인접 도시에서도 단지당 1~2개에 불과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는 단지당 60~70개로 사정이 훨씬 나았다. 다만 개포주공 6·7단지 등 재건축단지의 주변 이주가 시작되면 전세 매물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면서 전세가는 튀어오르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공인중개사 B씨는 근처 약 1000가구 대단지를 두고 “원래는 전세 물건이 한 10개 정도 나와야 정상인데 하나도 없다”며 “2~3년 전 8억원에도 거래가 안 됐는데 최근 전세 계약 건이 11억9000만원”이라고 말했다.
전세는 점점 월세로 대체되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에서 월세 비중은 올해 처음 과반(50.8%)을 넘어섰다.
문제는 월세가 오르는 속도다. 국토연구원이 부동산원 자료를 바탕으로 서울 전월세가격지수를 산출한 결과, 월세가격지수는 2022~2023년 103.1로 정점을 찍고 하락했다가 도로 상승해 최고치를 계속 경신하며 최근 109.0에 이르렀다. 전세가격지수 역시 비슷한 패턴을 보이지만 2022~2023년 당시 정점을 넘어서진 못했다. 전세가격이 뛰는 사이 월세가는 날아오른 셈이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전세가 부족하고, 전월세 가격 상승은 다시 매매가 상승 고리를 형성했다. 국토연구원은 최근 전셋값이 오른 이후 3~9개월까지 매매가도 오르는 경향이 있다고 발표했다.
최근엔 전세에서 아예 매매로 눈을 돌리는 수요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남편과 함께 사는 30대 C씨는 “전세 재계약 하려면 5000만원 정도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집값이 아무래도 내릴 것 같지는 않아 지금이라도 사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상승세는 수도권과 서울 외곽에서 중심부로 점차 파고드는 형국이다. 지난 1월 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예고로 일시적으로 가라앉았던 시장은 3월부터 경기 구리·하남, 서울 노원·성북·강서 등에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줄줄이 하락했던 서울 성동·강동·용산·송파·서초·강남구도 하나둘씩 상승으로 돌아섰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말대로 ‘아랫목(강남권)’부터 식었지만, ‘윗목’의 열기가 다시 ‘아랫목’으로 유입되며 도로 달궈지는 중이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무주택자들이 매수하면서 가격을 높이고, 무주택자에게 집을 판 1주택자들이 더 비싼 주택으로 옮겨가다 보면 한강벨트 등의 수요도 자극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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