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8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권도현 기자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권창영 2차 종합특별검사팀이 당시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실(현 청와대)에 ‘관저 이전 추가 비용을 분담하자’고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이 ‘행안부가 전부 부담하라’고 지시한 정황을 파악했다.
종합특검은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며 예산 전용 지시에 항의한 행안부 공무원들이 보복성 인사를 당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종합특검은 2022년 행안부가 대통령실에 관저 이전 추가 비용을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대통령실이 회의를 거친 뒤 행안부에 비용을 전부 부담하도록 지시한 정황이 담긴 증거를 확보했다. 종합특검은 행안부가 향후 예산 남용 논란이 불거질 경우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해 대통령실에 비용 분담안을 제시했다고 본다.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친분이 있던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는데도 관저 이전 공사를 맡는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다. 윤 전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22년 3월 기자회견에서 관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는 새 대통령실의 조직·예산 편성 전이었기 때문에 관저 이전 비용은 국가청사를 관리하는 행안부 정부청사관리본부 예비비로 14억원이 배정됐다. 종합특검은 이후 공사업체가 21그램으로 바뀌면서 공사 견적으로 41억원을 제시하자 대통령실이 행안부에 예산을 전용해 추가 비용을 메꾸라고 압박했다고 본다.
종합특검은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면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대통령실이 예산을 배정받는 것이 정상이고 행안부 예산을 원래 목적과 달리 전용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종합특검은 대통령실이 예산 전용을 무리하게 지시한 이유는 21그램과의 부실 계약과 반려동물 수영장, 다다미(일본 전통 바닥재)방, 히노키(편백나무) 욕조 등의 부적절한 시설 공사를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의심한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여소야대’ 상황에서 세간의 주목을 받는 대통령실 예산을 사용하면 비리가 들통날 수 있어서 행안부 예산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종합특검은 대통령실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은 행안부 공무원들에게 부당한 인사 발령이 내려졌는지를 두고도 수사에 착수했다. 종합특검은 지난 3월 행안부를 압수수색하면서 관저 이전 업무 담당 공무원이 윗선에 “지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차라리 인사 조치를 해달라”는 취지로 요청한 문서를 확보했다. 종합특검은 당시 인사의 시점·대상·내용을 살펴보며 정당한 인사권한 범위와 규정을 벗어났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종합특검은 예산 전용 외압의 정점에 김 여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당시 대통령비서실 결재라인을 아래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조사했다. 지난 13일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당시 관리비서관), 14일 윤재순 전 총무비서관, 15일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종합특검에 출석했다. 종합특검은 이들을 모두 출국금지 조치한 상태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인사들이 관저 이전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김 여사가 직접 개입한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해 12월 김 전 차관과 황모 전 행정관, 김태영 21그램 대표를 초과된 관저 공사 비용을 메꾸려고 다른 건설업체 명의로 허위 공사 계약을 체결해 행안부 예산 16억원을 빼돌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지난 11일 이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행안부 공무원은 면허가 없는 21그램이 어떻게 관저 공사를 계약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V0(김 여사)의 의중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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