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헌법상의 기본권 제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은 삼성전자 파업이 국내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업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재명 정부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증시에 중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 같다.
이 대통령이 삼성전자 노조 파업 문제를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이 소년공 출신임을 강조하며 ‘노동 존중 사회’를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이 노동계의 반발이 예상됨에도 파업 자제를 당부하는 글을 엑스(X)에 쓴 것은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 수출의 약 23%, 코스피 시가총액의 약 26%를 차지한다. 한국은행은 최근 청와대에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현실화하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5%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를 전달했다. 총파업이 18일간 진행되고, 메모리 반도체 생산라인이 파업 뒤 복구될 때까지 3주가량이 소요된다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다.
이런 삼성전자의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주주 460만명과 협력업체 1700여개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은 물론, 정부가 공들여온 주식시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6·3 지방선거가 10여일 남은 시점에서 주식시장이 흔들리는 것은 정부·여당에 악재다.
청와대는 특히 기업 영업이익은 세금과 각종 공적 부담이 반영되기 전 단계의 수익이라 노조의 배분 요구가 국민 전체의 몫보다 특정 집단의 이해를 우선한 것이라는 우려가 강하다. 이런 요구가 관철될 경우 결과적으로 기업 부담을 높여 기업 투자와 외국인 투자 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업 영업이익 배분은 시장 원칙에 따라 투자 위험을 감수한 주주들의 권리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도 있다. 이 대통령이 “노동자는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주주는 위험 부담에 따른 이윤의 몫을 가진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다만 청와대는 이 대통령의 발언이 노사 합의를 촉구하는 데 있다고 했다. “기업만큼 노동도 존중되어야 하고, 노동권만큼 기업 경영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은 노사 모두를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현행 긴급조정권이 제한 요건을 넓게 해석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는 늘 신중하게 발동해왔다”며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면 정부의 정책이 친기업 정책으로 기울어지는 것을 상징하는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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