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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국제회의 참석..“호르무즈 항행 자유에 실질적 기여할 것”

  • 민일성 기자

  • 입력 2026.04.18 10:03

  • 댓글 0

영·프 주도 회의에 50여개국 참석..이 대통령 “관리 메커니즘 국제사회 함께 모색”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공공기관 및 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해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밤 SNS를 통해 “대한민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호르무즈 해협에 의존하는 핵심 이해 당사국이다. 해당 해역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 보장은 우리 경제와 국민 생활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 국제법에 기반한 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며 “향후 상황 변화에 대비해 외교·군사적 협력 증진 방안도 적극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로운 국제 통항 원칙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에 기여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주도적으로 동참하며, 우리 국민의 일상이 흔들림 없이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 10분경 프랑스와 영국 주도로 열린 정상회의에 참여해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적 노력, 선원 안전 및 선박 보호, 전쟁 종식 후 항행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에는 49개국 정상 및 대표들이 참석했으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이란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불참했으며 중국과 일본은 비정상급 인사가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화상으로 참석한 정상 중 가장 먼저 발언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을 포함해 해협 안에 발이 묶여있는 선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교착 상태를 조속히 해소하고 해협의 안정을 위한 관리 메커니즘을 국제사회가 함께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한민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약 70%를 수입하는 핵심 이해 당사국”이라며 “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전은숙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화상 정상회의는 중동 지역 평화를 촉구하고 전쟁 종식 이후 호르무즈 해협 내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부는 자유로운 국제 통항 원칙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주도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일상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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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세 드러난 트럼프 '합의' 주장 허구...이란 “우라늄 이전·해협 개방, 모두 거짓”

  • 기자명 박재산 기자
  •  
  •  승인 2026.04.18 19:46
  •  
  •  댓글 0
 
   
 

“모두 거짓”…이란, 협상 내용 전면 부인
‘약속 위반 프레임’ 포석 의혹…추가 군사행동 명분?
50일간 전쟁 피해 극심…2차 종전협상 불투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사전 합의를 주장했으나, 이란 정부와 군 당국이 이를 즉각 부인하며 전방위적인 반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농축 우라늄 해외 이전과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 등 두 가지 핵심 사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란 측은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이를 "사실무근"이라며 일축했다.

“모두 거짓”…이란, 협상 내용 전면 부인

이란 타스님 통신에 따르면, 1차 종전 협상 대표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모두 거짓”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해협 통행은 이란의 승인과 지정된 항로에 따라 이뤄지며, 모든 결정은 현장 상황에 근거한다”고 강조했다.

이란 외무부 대변인 역시 농축 우라늄의 해외 이전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대변인은 공식 성명을 통해 “농축 우라늄은 어떤 상황에서도 외부로 이전되지 않을 것이며, 이는 협상 대상조차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개방 여부는 이란의 주권적 결정 사항임을 명시하며, 미국의 해상 봉쇄 시도는 휴전 위반으로 간주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약속 위반 프레임’ 포석 의혹…추가 군사행동 명분?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합의를 기정사실화한 뒤, 이를 근거로 향후 ‘위반’ 프레임을 설정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나아가 이러한 방식이 추가 군사 행동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도발에 대비해 완전한 전투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혁명수비대는 육·해상 작전 및 드론·해상 감시 체계 등 전시 대응 능력을 점검하며 무력 대응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혁명수비대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와 관련한 전시 통제 규칙을 강화해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민간 선박은 이란이 지정한 항로로만 이동할 수 있다.

▲모든 선박 이동은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군함의 해협 통과는 금지된다.

▲통행 시점은 전장 상황과 휴전 이행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50일간 전쟁 피해 극심…2차 종전협상 불투명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공 이후 50일간 이어진 전쟁으로 이란 내 피해는 극심한 상태다. 이란 정부가 공식 발표한 집계(3월 26일 기준)에 따르면, 최소 1,750명 이상이 사망하고 약 2만2,000명이 부상했으며 어린이 사망자도 200명 이상으로 파악됐다.

주택 및 건물 파괴 12만여 채, 의료시설 400여 곳, 학교 600여 곳 등 공공 시설이 파괴되어 경제 손실은 2,700억 달러(약 397조 원)로 추산되고 있다.

한편, 양측은 오는 20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2차 종전 협상 개최를 타진하는 것으로 관측되나, 공식적인 일정 확정 소식은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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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조폭 범죄자' 누가 만들었나?…검찰의 실패를 따라간 언론의 실패

[박세열 칼럼] '기성 언론'이 다른 '수세식 스피커들'과 차별점을 갖기 위해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6.04.18. 07:00:04

언론은 검찰의 거울이었다. 언론은 검찰을 '반영'하고 '재현'한다. 우리는 검찰의 내부 사정과 검찰의 수사 내용을 '언론'을 통해서 접할 수밖에 없다. 즉, 우리가 아는 검찰은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검찰이다. 언론은 검찰(검찰 수사)을 제대로 '반영'하는가 하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다.

검찰과 언론의 '받아쓰기' 논란은 마치 문학의 유구한 주제인 재현(Representation)을 둘러싼 논쟁과 닮았다. 문학은 실제(present)를 '재(re-)현'할 수 있는가? 검찰은 '실제'이고, 언론은 '재현'이다. '실제'는 현실, 관념, 감정이 뒤섞인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고, 언론은 그걸 구체화 해 언어로 전한다. 언론은 실제를 정확히 반영하는 듯 하면서도, 실제에 속아 넘어가기도 하며, 실제를 엉뚱하게 해석하기도 하고, 또 아예 재구성하기도 한다.

저널리스트가 유념해야 할 문제는 '언론이 실제를 반영한다'는 착각이다. '팩트 앞에 겸손해 지자'는 오래된 격언은 그 나름의 철학을 담고 있고 폄훼되어서도 안되지만, 언론이 '팩트'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항상 동시에 고민해야 한다. '리얼리즘의 착각'에 빠질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학에서 한때 리얼리즘 작가들은 현실이 '거기'에 '존재'하고, 문학은 그걸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재현의 위기가 찾아오는 건 현실의 모순이 극대화될 때다.

이를테면 검찰수사에서 언론은 2차 가공물이다. 1차 가공물은 검사들에 의해 만들어진다. 검사가 재현한 현실을 언론이 다시 재현하는 것이다.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사건' 재판 과정에서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 "OOO 너(남욱)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라는 내용이 있다. 검찰은 OOO를 '윗 어르신(이재명과 정진상으로 검찰은 추정)들이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라고 공소장에 적었지만, 정작 당사자인 남욱은 법정에서 '위례신도시도 너 결정한 대로 다 해줄 테니까"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

위례신도시가 윗어르신이 된 것은 '실제'에서 글자 몇 개의 작은 변화지만, 검찰의 자의적 해석은 '이재명 일당'을 사건의 중대한 범죄자로 업그레이드시켰다. 이로써 현실의 '민간업자들의 비리 사건'은 거물 야당 정치인이 연루된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확장됐고, 언론은 검찰의 가공물을 다시 받아들여 '2차 가공물'을 재현하고 재생산해 냈다.

검찰은 스스로 현실을 왜곡하기도 하지만, 팩트의 물량공세를 통해 언론에 검증할 시간을 주지 않고 자신들의 의도를 담아 '재현'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특수부 검사들은 '범죄자 이재명'이란 큰 그림을 그리고 윤석열의 정적을 겨냥했다. 어떤 반론도 허용하지 않는 '팩트 물량공세'가 검찰청에서 봇물 터지듯 흘러 나왔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검사 사칭 사건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성남FC 불법 후원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연루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까지. 그리고 이재명의 측근인 정진상과 김용의 뇌물수수와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수사하면서 '윗 어르신(이재명)'이 타깃이라는 암시를 줬다.

그 결과 이재명은 8개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만 5개를 받았다. 어디까지 사실이고, 어디까지 조작이며, 어디까지 거짓인지 우리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물량공세를 정신없이 '재현'해 내기에 바빴던 언론들의 행태가 그야말로 검찰의 '받아쓰기 기계'였다는 논평은 최소한 뼈아픈 지적으로 다가온다.

리얼리즘 효과 (L'effet de réel)는 롤랑 바르트가 고안한 것으로, 이야기 전개와 직접적인 상관이 없는 사소한 묘사들(묘사 속의 낡은 시계, 장신구 등)이 서사적 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건 현실이다'는 느낌을 강화하는 기호로 작용하는 걸 말한다. 일종의 기술적 장치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의 논두렁 시계'다. 그리고 이건 이재명의 '초밥 법카'라든지, '돈 봉투 부스럭 거리는 소리' 따위로 변주된다.

'리얼리즘 효과'를 극대화하는 장치들을 검찰이 고안해 내면 언론은 경쟁적으로 디테일을 따라가며 '현실을 재현한다'고 착각한다. 역시 마찬가지로 '재현의 함정'이다.

이런 작은 장치들은 모여서 '신화'가 된다. 특히 언론이 만든 이른바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신화화'의 정수다. 영화 <아수라>의 안남시는 이재명의 성남시가 아니지만, 언론은 '이재명의 성남시'로 암시한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2018년 7월 21일자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 프로그램이 반영된 후 일주일간 104개 주요 언론사에서 '이재명'과 '조폭'이 키워드인 기사 584건이 쏟아졌다.(미디어오늘 뉴스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 인용 보도) 특히 '아수라' 영화와 비교한 기사는 69건. "'이재명 조폭' 의혹에 '아수라'도 역주행…'안남시·은실장' 다큐같은 디테일"(서울경제), "'그알' 이재명 조폭연루설 제기…영화 '아수라' 속 안남시=성남시라고?"(세계일보), "'재평가 시급' 이재명 보도 전·후 '아수라' 평점…다운로드 순위 역주행"(국민일보), "영화 아수라, 이재명 조폭연루설 암시했다?"(서울신문) 등이다.

영화 <아수라>와 이재명은 전혀 상관 없지만, 언론은 마치 무한증식 기계처럼 '썰'을 기사화하고 이를 통해 조회수를 올렸다. 이건 다시 '밈'으로 형상화돼 퍼지고, AI 알고리즘을 타고 확증 편향의 세계로 진입하게 된다. 초등학교밖에 안나오고 공장에서 거칠게 일하던 교련복 입은 소년공과 그의 불행한 가족사는 '조폭의 음험한 세계'와 결합해 낙인 효과를 일으킨다. 언론은 이를 '인터넷 트롤'들의 소행이라고 말하고 싶겠지만, 그 '트롤'들에게 먹이를 준 건 언론이라는 사실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

MIT 연구진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12만6000건의 뉴스 기사와 450만 개 이상의 트윗을 분석한 결과 '잘못된 뉴스'(가짜 뉴스)가 사실에 근거한 뉴스보다 훨씬 더 빠르고 멀리, 더 널리 퍼져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달했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사실에 근거한 기사보다 잘못된 기사를 리트윗할 가능성이 70퍼센트 더 높았다. 그리고 '잘못된 기사'들은 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다. 영양가 있는 음식이 아니라 맛있는 사탕일 뿐이다. 하지만 사탕이 우리의 영양가 있는 주식을 대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대중은 언제나 진실보다 그럴듯한 거짓말을 선호해 왔다.

대중의 취향과 여론 환경을 탓하자는 게 아니다. 현실의 정보 유통 세계는 마치 보이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들을 상대해야 하는 일과 같다. 마셜 맥루한의 표현을 빌리자면, 저널리스트는 "의사들에게 가장 큰 적은 눈에 보이지 않고 식별할 수 없다고 말한 파스퇴르와 같은 입장"에 서 있다.

이런 세계에서, 그래도 기성 언론이 '유사 언론'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스스로 성찰하고 고민하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모 인사는 '재래식 언론'이란 표현으로 기성 언론을 폄훼하지만, 그들이 대단한 새 시대의 언론처럼 여기는 '수세식 스피커'들이 하는 행태는 과거 '재래식 언론'들이 하던 '프레임 조작'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수세식 언론' 역시 '리얼리즘 효과'의 함정에 빠져들고 있지만, 그들은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다.

검찰 개혁의 시대, SNS 시대에 언론은 끊임없이 '재현 윤리'에 대해 더 성찰해야 한다. 검찰 수사, 폭력, 역사적 사건 등을 다룰 때, 언론은 대상을 어떻게 윤리적으로 '다시-드러낼'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실제'와의 거리를 인정하고, 아무리 정밀한 재현이라도 현실 그 자체가 될 수 없으며, 특히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 속에서 현실을 완벽하게 객관적으로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기본으로 세상을 대해야 할 것이다. '반성하는 언론'과 '성찰하는 언론'이 결국 가짜 언론들과 진짜 언론을 구분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도, 그런 반성과 성찰의 일환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예고화면 갈무리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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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딴청·핏대…'조작 기소' 청문회장의 오만한 검사들

김호경 에디터

haojing610@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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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정당

  • 입력 2026.04.17 23:15

  • 수정 2026.04.18 08:27

  • 댓글 1

강백신 "왜 설명 못 하게 하나!!" 위원장에 버럭

민주 "국회서도 고성, 안하무인…수사 어땠겠나"

박상용 영향받은 듯 불손·무책임한 태도 잇따라

송경호 "중앙지검장 권한" "정일권 100% 신뢰"

"사냥개 풀었다" 지적에 "모욕적…내가 사냥개?"

호승진 "의원님들 나중에 어떡하려고 이러는지"

김영남은 대북송금 유일한 물증에 "기억 안 나"

정청래 "검찰 깡패…수사권 손톱만큼도 안 준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서영교 위원장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다. 2026.4.16. 채널A 현장 영상 갈무리

서영교 : "강백신 증인!"

강백신 : "왜 국민에게 설명을 못 하게 합니까!!"

의원들 : "뭐 하는 거야, 지금!" "국회 모욕죄로 고발해주세요!"

강백신 : "고함친 거는 죄송합니다.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설명을 못하게 하기 때문에 제가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16일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 도중 서영교 국조특위 위원장에게 '왜 내 설명을 막느냐'는 취지로 버럭 고함을 질렀다.

지난 2022년 7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장으로 부임해 대장동 사건 2기 수사팀을 이끌며 이재명 대통령(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을 기소했던 강 검사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윤 의원의 발언 시간이 초과돼 마이크가 꺼진 상태임에도 "이제 (발언을) 정리해달라"는 서 위원장의 당부에 아랑곳없이 '정영학 녹취록' 등을 들어 이 대통령 수사의 정당성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앞서 1기 수사팀의 책임자 중 한 명이었던 정용환 서울고검 차장검사(검사장 직무대리)는 지난 7일 청문회에 출석해 "1기 수사팀은 이 대통령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요지로 증언한 바 있다. 그 때문에 강 검사는 윤석열 정권 출범 직후 투입된 2기 수사팀에서 1기 수사팀의 결론을 정반대로 뒤집은 과정을 강변하는 데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서 위원장이 말을 가로막고, 나아가 2022년 10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내연녀 박모 씨에 대한 2기 수사팀의 압수수색 조서에 입건도 되지 않았던 이 대통령이 '피의자'로 적시된 연유를 캐묻자 돌연 흥분해 큰소리를 지른 것이다.

이에 청문회장에 있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깜짝 놀라 항의하고 국회 모욕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질타하자 강 검사는 "고함친 거는 죄송하다"며 한발 물러섰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못 하게 해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끝까지 항변했다. 서 위원장도 기가 막힌 듯 "국민 여러분, 검사들의 민낯을 보시는 것"이라며 "국정조사를 받는 이 자리에서도 위원장에게 소리 지르는 모습 보셨느냐? (증인으로 출석해 있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 지금 보셨느냐?"라고 좌중을 둘러보며 물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강백신 증인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나와서도 고성을 지르고 안하무인 행태를 벌이는데 수사 과정에서는 어땠겠느냐"고 개탄했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연합뉴스

이 밖에도 청문회 현장에서는 그간 일말의 자성도 보인 적 없는 박상용 검사의 국정감사 무시 태도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특위 위원들, 나아가 국민에게 오만하게 비치는 전·현직 검사들의 불손하거나 무책임한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각각 서울동부지검과 남부지검에 소속돼 있던 강백신·엄희준 검사를 대장동 2기 수사팀 정식 발령 두 달 전부터 서울중앙지검 공판5부 부부장검사 직무대리 자격으로 미리 파견해 수사 기밀을 들여다보게 한 이유를 따져묻는 이용우 의원 질의에 "중앙지검장의 권한"이라고 태연하게 답했다. 1기 수사팀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위법한 직무대리 발령을 그렇게 서둘러 낸 이유가 뭐냐고 이 의원이 재차 물었지만 즉답을 피했다.

송 전 중앙지검장은 심지어 "함께 근무하는 동안 경험한 정일권 검사의 인품이나 실력에 비춰볼 때 저는 정일권 부장의 해명과 입장을 100% 신뢰한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반부패수사1부 부부장검사였던 정일권 부장검사는 2022년 9월 긴급체포된 대장동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를 서울중앙지검 구치감에 2박 3일간 가두고 남 변호사의 자녀 사진을 보여주며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도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도 있다" "우리 목표는 (이재명) 하나다"라고 압박했다는 인물이다. 정 부장검사는 "남 변호사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인도적·도의적 차원에서 아이들 사진을 제시했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의 치료 방법에 비유를 해서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송 전 중앙지검장은 또 "사냥감을 찍어놓고 사냥개(대장동 2기 수사팀 지칭)를 풀었다"고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지적하자 "그런 인간 모욕적 발언을 하지 말라. 제가 어떻게 사냥개인가?"라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호승진 전 검사가 16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대장동·위례 개발비리 및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관련 의혹 사건에 대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6. 채널A 현장 영상 갈무리

역시 반부패수사3부 부부장으로 대장동 2기 수사팀에서 활약했던 호승진 전 검사는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청문회에서 느낀 소회를 말해보라고 하자 "지금 민주당 위원님들께 제가 한 가지 의문이 있는 건, 민주당 위원님들은 김용 피고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불법 정치자금이 8억 원이 넘어갔는데 만약 유동규가 공여자이고 김용 씨는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면 이 사건은 공여자만 있고 수수자가 없는 사건이 돼버린다.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만약 대법원에서 저희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의원님들은 나중에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굉장히 놀랍다"고 했다. 이에 민주당 김동아 의원은 변호사로 개업한 호 전 검사를 향해 "본인 의뢰인한테 그렇게 말씀하라"고 소리쳤고, 김승원 의원은 "깨끗한 증거를 법원에 내야지 더러운 손으로 증거를 오염시켰다"고 비판했다.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변호인들은 지난해 12월 1일 이들 대장동 2기 수사팀의 강백신, 엄희준, 정일권, 호승진 등 전·현직 검사 4명을 모해증거위조,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등의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상태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 증거인 '정영학 녹취록' 내용 중 ▲원본 녹음파일에는 존재하지 않는 "용이하고"라는 표현을 임의로 추가해 김용 전 부원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과정에 관여한 것처럼 조작 ▲남욱 변호사의 발언인 "재창이형"을 정진상 전 실장을 연상시키는 "실장님"으로 조작 ▲남욱 변호사의 발언으로 문맥상 "위례신도시"로 추정되는 부분을 마치 이재명 대통령 등 윗선의 지시가 있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윗어르신들"로 조작하는 등 허위 증거를 법원에 제출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에서는 이들을 따로 공수처에도 고발했다.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영남 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6.4.14. 연합뉴스

검찰이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기소할 때 유일한 물증(비진술증거)이자 핵심 유죄 근거로 제시한 소위 '김태균 회의록'에 대해 당시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 검사의 직속상관인 김영남 전 수원지검 형사6부장은 "회의록에 대해 기억나는 게 별로 없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지난 14일 국정조사에서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쌍방울 재판에서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은 김성태 회장과 방용철 전 부회장의 진술 말고는 없다. 유일하게 있는 게 김태균이라는 투자 유치한다는 사람의 회의록인데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이 부분을 집중 추궁하고 서영교 위원장도 "물증이라고는 회의록 하나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거들었으나 김 전 부장검사는 "재판 중인 내용에 대해 말씀드리는 게 적절한지 의문이다. 문서는 제가 기억을 못한다"고 모르쇠로 일관했다. 서 위원장이 거듭 다그치자 "지금 기억을 되살린다고 해서 기억이 되살아날 리가 없지 않냐? 기억을 못 하는 걸 뭐라고 하시면 어떡하냐?"고 불쾌하게 대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청문회 출석 전·현직 검사들의 전반적인 답변 태도에 분노한 듯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 청문회장의 증인이나 참고인들은 대체로 공손하다. 그러나 유독 국민을 대신해 질문하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고개를 빳빳이 들고 삿대질하고 적반하장식으로 무리하게 구는 국가 공무원이 있다. 검찰 깡패들"이라며 "어제 국정조사 청문회장에서도 그런 일이 있었다. 참 구제 불능인 자들이다. 이번 국정조사를 지켜보면서 검찰에게 손톱만큼이라도 검찰 수사권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 티끌만큼이라도 검찰에게 틈을 주어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강조했다.

 

14일 국회 '윤석열 정권 정치검찰 조작 기소 의혹 사건 진상규명'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열린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관련 청문회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박상용 검사가 증인 선서를 거부한 뒤 거부의 이유를 구두로 설명할 수 있는 기회를 요구하며 의원들을 지켜보고 있다. 2026.4.1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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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기억식에서 이 대통령 손 잡은 학생들, 이 말 전하고 싶답니다

  • 분류
    아하~
  • 등록일
    2026/04/18 08:38
  • 수정일
    2026/04/18 08:38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마을에 살면서,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있습니다. 마을주민이자 선생님·아이들과 학교를 함께 꾸려가는 양육자로서 겪은 일을 전합니다.

16일 밤 서울 마포구 망원역에서 성미산학교 학생을 비롯한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 12주기 집중 선전전을 마무리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선대식

"오늘은 세월호 참사 12주기입니다. 노란 리본 하나씩 받아 가세요."

16일 밤 서울 마포구 망원역 2번 출구 앞. 성미산학교 중등 과정 학생들은 행인들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한 학생은 '기억과 약속의 4월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증인입니다'라는 노란색 팻말을 들었고, 옆에 선 학생들은 세월호 리본 키링과 노란 나비 종이를 사람들에게 건넸다.

많은 사람들은 그냥 지나쳤지만, 걸음을 멈추고 노란 리본과 나비를 받아 든 이들도 제법 있었다. 과자를 사와 학생들 주머니에 찔러 넣어준 사람도 있었고, "고맙습니다"라거나 "참 착하고 기특하네"와 같은 따스한 말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성인 자녀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연배의 남성 둘은 노란 리본을 받아 들고선 "아이들이 살아 있다면, 서른쯤 됐겠지?"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언제 적 세월호야. 학생들은 집에 가서 공부나 하지. 쯧쯧"

못마땅한 표정으로 혀를 차며 지나가는 사람도 있었다. 학생들은 개의치 않았다. 그렇게 1시간 동안 학생들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집중 선전전을 진행했다. 다 함께 '진실을 침몰하지 않는다' 노래를 부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이라는 큰 교실에서,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고 이를 기억하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게 더 큰 공부가 아닐까.

2014년에 태어난 아이가 세월호를 외치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11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역 앞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에 참석해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진실 규명과 생명안전 사회를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누구나 그렇겠지만, 2014년 4월의 날들을 잊을 수 없다. 나에겐 특별한 경험과 함께였다.

그해 4월 1일, 아내 배 속에 생명이 깃들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봄의 따스함과 초록이 넘실대던 때라, '봄이'라는 태명을 지었다. 보름 뒤, 4대강 관련 취재를 위해 경기도 여주를 찾았다. 오전에 여객선 침몰 사고 뉴스를 보고 심장이 쿵 내려앉았는데, 점심을 먹기 위해 들른 식당에서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도했다. 취재를 마친 늦은 오후 참사가 발생했음을 깨달았다.

며칠 뒤 나는 진도 팽목항에 있었다.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은 세월호가 침몰한 바다를 향해 아이가 살아 돌아오기를 빌고 또 빌었다. 바다는 야속했고, 사망자 명단은 늘어만 갔다. 나중엔 아이의 흔적이라도 발견되길 바랐다. 진도 팽목항과 유가족들이 지냈던 진도실내체육관에서 내가 느낀 건 압도적인 슬픔과 절망이었다.

어쩌면 시간은 기억보다 세다. 시간이 흐르면서, 세월호는 내 마음에서 조금씩 잊혔다. 5주기, 8주기, 10주기, 11주기... 매년 4월이 돌아올 때마다 여기저기서 노란 리본과 나비가 피어올랐지만, 눈길을 제대로 주지 못했다. 언젠가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자는 선전전을 지나치기도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아이는 지난주부터 세월호 기억 주간에 시민합창단의 일원으로 노래를 부른다면서, 긴장하면서도 들뜬 모습을 보였다. 아이를 포함한 성미산학교 중등 학생들은 지난주 토요일 서울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에서 진행한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약속 시민대회'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불렀고, 나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기자가 아닌 참가자로 세월호 행사에 참여한 것은 오랜만이었다.

학생들은 15일 성미산마을 기억문화제에서도 노래를 불렀고,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전국에 생중계된 기억식 무대에서 학생들은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군청_푸른빛 약속' 노래를 4.16 합창단과 함께 불렀다. 생중계 화면으로 아이를 포함해 우리 학생들의 얼굴을 보니,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그날 밤, 아이에게 어땠는지 물었다. 아이는 합창하기 직전 무대에서 4.16 합창단의 유가족들에게 노란 나비를 건넸을 때 뭉클함을 느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8개월 뒤인 2014년 12월에 태어난 아이가 마음속에 노란 나비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8학년 태경은 내게 말했다.

"2년 전 10주기 기억식에도 갔는데, 그때는 대통령 자리가 비어 있어 아쉬웠어요.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도 오시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합창하니까 뿌듯했어요. 합창할 때 유가족들을 보니 좀 슬펐는데, 그래도 저희 노래로 위로를 받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옆에 있던 6학년 아인과 8학년 다온도 거들었다.

"사람들이 세월호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계속 노력할 거예요."

어쩌면 내가 틀린 것 같다. 기억은 시간보다 세다.

4·16합창단과 시민합창단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추모 공연을 하고 있다. 2026.4.16 ⓒ 연합뉴스

학생들은 합창을 끝낸 뒤 무대 한편으로 내려왔다. 마침 그곳은 이재명 대통령 퇴장 동선이었다. 기억식이 끝난 뒤 행사장을 떠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4.16합창단 유가족, 학생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어느 학교에서 왔어요?"

학생들이 주춤하며 학교 이름을 말했지만, 이 대통령에게 닿지 못했다. 늦었지만, 학생들은 학교 이름을 대통령에게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성미산학교에서 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억식에서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4.16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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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에 호르무즈 개방"‥"해상봉쇄는 유지"

뉴스투데이

정병화

입력 2026-04-18 07:03 | 수정 2026-04-18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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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으로 머리를‥" 3살 아이 '2년 간' 학대 정황

앵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전격 발표했습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발효에 상응하는 조치로 보이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란 해상봉쇄를 유지하는 등 호르무즈를 둘러싼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정병화 기자입니다.

리포트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용 선박 통항을 전면 허용한다고, 이란 외무장관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습니다.

지난 2월 28일 개전 이후 사실상 처음 이뤄지는 조치입니다.

미국의 중재로 성사된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열흘 휴전에 상응하는 차원입니다.

이란 항만해사청이 사전에 공지한 항로를 따르도록 했습니다.

오만 무산담과 가까운 기존 항로가 아닌 이란 라라크섬 옆을 지나는 항로입니다.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의 허가도 받아야 합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곧장 "감사하다"고 소셜미디어에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미 해군의 '역봉쇄', 이란 항구를 오가는 선박에 대한 봉쇄는 유지한다고 했습니다.

남은 협상을 위해 이란의 '돈줄'인 원유 수출과 물자 조달을 차단하는 압박 카드는 갖고 있겠다는 겁니다.

공교롭게 이란의 발표 직후 열린 호르무즈 항행 자유 관련 국제회의에서는, 이란의 개방 결정을 환영하면서 영구적인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유럽과 아시아, 중동 지역 약 50개국과 국제기구 정상급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공동 주재한 영국과 프랑스는 종전 이후 방어적 군사 계획도 밝혔습니다.

전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항을 위해 군사 호위와 기뢰 제거, 정보 공유 등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겁니다.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도 "항행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호르무즈 통항 허용에 국제유가는 급락했습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10% 안팎 하락해 장중 80달러대를 오가며 지난달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중대 분수령이 될 미국과 이란의 2차 종전 협상을 앞두고 호르무즈 해협이 일단 열렸지만, 미국의 해상 봉쇄 유지에 대해 이란이 휴전 위반으로 간주하겠다며 반발하고, 이스라엘이 휴전 첫날 레바논을 드론 공격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여전히 긴장을 놓을 순 없는 상황입니다.

MBC뉴스 정병화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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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이 대통령, 호르무즈 통항 위한 정상회의 참석…“해협 항행 자유 보장에 실질적 기여할 것”

수정 2026.04.17 23:20

영국·프랑스 등 50여개국 정상·대표와 화상회의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은 17일 영국과 프랑스가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로운 통항 등을 위한 국제 정상회의에서 “교착 상태를 조속히 해소하고 해협의 안정을 위한 관리 메커니즘을 국제사회가 함께 모색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12분쯤 시작한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 관련 국제 정상회의에서 “우리 국민들을 포함해 해협 안에 발이 묶여있는 선원들의 안전과 건강이 충분히 보장되기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고 전은수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날 정상회의에는 주요 7개국(G7) 유럽 국가를 비롯한 49개국 정상 및 대표가 참여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 2곳도 참여했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은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일본도 참석했다. 화상회의로 참석한 이 대통령은 프랑스 현지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의 발언이 끝난 뒤 첫 순서로 발언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공공의 자산이자 글로벌 공급망을 지탱하는 핵심축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로 전 세계 에너지, 금융, 산업, 식량안보 전반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원유의 약 70%를 수입하는 핵심 이해 당사국”이라고 밝히며 “해협 내 항행의 자유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기여를 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시간은 총 4분30초로, 이날 회의는 약 90분간 진행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프랑스·영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해협 자유항행에 관한 화상 정상회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날 회의에서 정상들은 호르무즈 해협 관련 상황 평가를 공유하고, 종전 후 해협 내 항행의 자유와 안전을 확보하고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외교적· 군사적 협력을 증진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 항행의 자유를 위한 국제적 노력, 선원 안전 및 선박 보호, 전쟁 종식 후 항행 안전보장을 위한 실질적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전 대변인은 “이번 화상 정상회의는 중동 지역 평화를 촉구하고 전쟁 종식 이후 호르무즈 해협 내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를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자유로운 국제 통항 원칙과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주도적으로 동참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일상이 안정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공동 주최한 이번 정상회의는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고 신속한 해협의 개방 목표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모여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종전 후 필요한 조치를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영국은 외교 채널, 프랑스는 군사 채널 협의를 주도해 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4일 회의 개최 사실을 알리며 “비교전국들 중에서 안보 여건이 허락할 경우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를 회복하기 위한 다자적이고 순수하게 방어적인 임무를 우리와 함께할 준비가 된 국가들이 참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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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하고도 현명한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psythk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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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온갖 전쟁범죄로 얼룩진 이스라엘

파괴, 봉쇄. 강제이주, 감금, 차별, 집단학살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범죄자 ICC 체포 대상

‘주권과 인권은 존중돼야’ 지적 무엇이 틀렸나

도덕적으로 옳을 뿐 아니라 국익에도 부합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 X에 게시한 글에서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비판하며 “유대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는 다를 바 없다”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쟁 상황에서도 민간인 살해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는 즉각 반발했다. 이스라엘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강력한 규탄을 받을 만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면서, 해당 발언이 홀로코스트를 가볍게 만든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했다.

이러한 반발은 핵심을 빗나간 것일 뿐만 아니라 어떠한 논리적 설득력도 가질 수 없는 궤변이다. 과거에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현재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는 마치 “나는 과거에 고문을 당한 적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고문해도 괜찮고, 나의 고문 행위를 비판하는 것은 내가 당한 고통을 경시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역사적 고통은 기억되고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것이 현재의 잘못을 면제해주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유대인에게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오늘날 이스라엘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비판을 막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대통령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국제사회의 비판에 귀를 닫고 있는 이스라엘의 태도에 실망을 표하며, “각국의 주권과 보편적 인권은 존중돼야 하고 침략적 전쟁은 부인된다”고 밝혔다. 또한 “역지사지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도 적용된다”며 “내 생명과 재산만큼 타인의 생명과 재산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국제사회가 반드시 공유하고 지켜야 할 최소한의 윤리적 기준을 환기시키는 것이었다.

강제 이주, 학살, 점령, 봉쇄… 이스라엘의 반인권 범죄

이스라엘을 둘러싼 인권 혹은 전쟁범죄 논란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반인권 행위와 전쟁범죄를 저질러왔고 그 과정에서 국제법, 국제인권기준을 위반해왔다. 다음은 국제사회에 의해서 확인된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반인권 행위를 연도별로 정리한 것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군의 공격 개시 이후 두 달여 만에 철저히 파괴된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 2023년 12. 05. 신화=연합뉴스

1948년, 나크바(Nakba). 유엔 자료에 의하면 1948년 전쟁 과정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에 의해 대규모로 축출·이주·재산 박탈을 겪었다. 이 사건은 이후의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와 귀환권 논쟁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1956년, 카프르 카심 학살. 이스라엘 국경 경찰이 통행금지 사실을 알지 못한 아랍 주민들을 사살한 사건이다. 훗날 이스라엘 대통령도 이를 국가 차원의 잘못으로 사과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뒤 서안·가자·동예루살렘 점령이 시작됐고, 이후 정착촌 체제가 본격화되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International Committee of the Red Cross)는 이 점령지 내 이스라엘 민간인 정착촌의 설치·확대를 제4제네바협약 49조 6항에 어긋나는 것으로 규정했다.

1982, 사브라·샤틸라 학살. 이 학살 자체는 레바논의 기독교 민병대가 저질렀지만,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의 카한 위원회가 이스라엘이 이를 막지 못한 데 대해 간접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아리엘 샤론의 개인적 책임도 인정됐다고 보도했다.

1987~1993, 제1차 인티파다 기간. 유엔은 이 시기 이스라엘의 과도한 무력 사용을 반복적으로 문제 삼았다.

2000, ‘10월 사건’. 이스라엘의 아랍 시민들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후 오르 위원회(2000년에 이스라엘이 아랍 시민 시위 사망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설치한 국가 조사위원회)는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과 국가의 오랜 차별·방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2002, 제닌 난민캠프 공세. 휴먼라이츠워치는 제닌 공세에서 의료접근 차단, 구급차 제한, 민간인 보호 실패 등이 있었다고 기록했다. 다만 당시 대규모 학살이 있었다는 소문이 무성했지만 유엔과 휴먼라이츠워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2004. ICJ(국제사법재판소)는 분리장벽과 그것에 수반되는 체제가 불법적 상황을 만들었다고 판단했다. 이 의견은 점령지 내의 장벽 건설과 관련 조치가 국제법에 반한다고 본 핵심 문서이다.

2007, 가자 봉쇄 강화. 국제앰네스티는 2007년 6월 이후 강화된 봉쇄가 가자를 인도주의 위기로 몰아넣었고, 주민들을 사실상 가둬 놓았다고 비판했다. 이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도 가자의 16년 봉쇄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2008~2009, 가자 ‘캐스트 리드(Operation Cast Lead)’. 앰네스티와 유엔 조사단은 민간인 대량 희생, 주택·기반시설 파괴, 전쟁범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엔 골드스톤 보고서는 양측 모두의 위반을 다뤘지만, 특히 이스라엘군의 행위에 대해 중대한 국제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네타냐후는 120여개 ICC 회원국의 체포 대상 전쟁범죄자

2010, 마비 마르마라/가자 구호선단 급습. ICRC에 의하면 이스라엘군이 구호선단을 나포하는 과정에서 9명이 사망했고 국제적 비난이 뒤따랐다.

2014, 가자 전쟁. UN 조사위원회와 로이터는 이스라엘이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 있는 중대한 위반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2018, 가자 ‘귀환 대행진’ 시위. UN 조사와 로이터 보도에 의하면 이스라엘군은 비무장 시위대에 실탄을 사용하여 다수의 사망·부상을 냈는데, 이는 전쟁범죄 및 반인도범죄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1, 셰이크 자라 강제퇴거 시도와 5월 가자 공습.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특별보고관은 동예루살렘의 팔레스타인 가족 퇴거 시도가 강제이주 금지 원칙에 배치된다고 지적했고, 같은 해의 가자 폭격으로 25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또 HRW는 2021년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당국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해 아파르트헤이트와 박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22. 앰네스티는 이스라엘의 대팔레스타인 통치 전체를 “아파르트헤이트”로 규정했다. 이것은 단일 사건보다 구조적 지배 체제를 범죄로 본 보고서이다.

2023, 10월 7일 이후 가자 전쟁. 유엔 특별보고관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대규모 인종청소 위험을 경고했다.

2024. 국제사법재판소(ICJ: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는 1월 잠정조치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집단학살 방지 조치, 선동 처벌, 인도주의 상황 개선 등을 명령했다. 또 7월 자문적 의견에서는 이스라엘의 점령 지속과 정착촌 정책이 불법이며 가능한 한 신속히 끝내야 한다고 판단했다. 같은 해 UN OHCHR과 HRW는 가자에서의 대규모 민간인 살해, 강제이주, 물 접근 박탈 등을 두고 전쟁범죄·반인도범죄·집단학살 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2025. 가자에서의 민간인 살해, 원조 차단, 파괴와 강제이주가 계속됐고, HRW는 이를 전쟁범죄·반인도범죄·집단학살 행위로 규정했다. 2025년 9월에는 유엔 조사위원회도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결론냈다.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주변 국가들의 영토를 무단으로 점령하여 정착촌을 세우고 토지를 수탈해왔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켰으며, 가혹한 집단처벌을 지속했다. 나아가 민간인에게 거리낌없이 무력을 사용했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죽거나 다치게 만들었다.

이스라엘의 반인권, 국제법 위반 범죄행위는 네타냐후가 총리에 선출된 이후 부쩍 심해졌다. 이 때문에 2024년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 전쟁범죄와 반인도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한국을 비롯한 ICC 회원국(120여 개국)은 네타냐후가 입국하면 체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네타냐후는 국제사회가 공인한 반인권, 반인륜 전쟁범죄자이다.

 

9일 서대문구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참여연대, 사단법인 아디 등 단체 회원들이 네타냐후 총리 아이작 헤르조그 대통령 등 이스라엘 전쟁범죄자 7인을 형사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 05. 09 연합뉴스

전쟁 후 중동 정세는 이 대통령의 현명함 증명할 것

지금까지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서방 세계는 이스라엘의 반인권 범죄 행위에 대해 거의 비판을 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이스라엘의 죄가 가벼워서가 아니라 미국 나아가 서방 세계에 대한 유대인들의 영향력이 막강했고, 이스라엘을 보호하는 것이 미국의 이익에 부합해서였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은 양심적 인류가 지키고자 하는 인간 존엄성 같은 중요한 가치를 옹호하고 대변하는 매우 용감한 행동으로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할 것이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은 한국의 국익에도 도움이 된다. 미국-이란 전쟁이 종결되면 중동에서 이란의 입지는 커지고 이스라엘의 입지는 축소될 것이다. 한마디로 이란이 중동의 최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그렇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한국은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악화시켜야 할 이유가 없다.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 국민들이 치를 떠는 이스라엘의 악행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 것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비판은 도덕적으로도 옳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는 올바르고 현명한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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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민주당, ‘1호 인재’ 전태진 변호사 영입…김상욱 지역구 ‘울산 남갑’ 출마

수정 2026.04.17 09:37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착!붙 공약 프로젝트; 8·9호 공약 발표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이 17일 울산 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전태진 변호사를 영입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 열릴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맞아 발표한 민주당의 첫 영입 인재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인재 영입식을 열고 전 변호사 영입을 발표했다. 울산 출신의 전 변호사는 울산 학성고를 나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사법연수원 33기로 현재 법무법인 동헌에서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정 대표는 “전 변호사는 뼛속까지 울산 토박이”라며 “참여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과 방송통신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경찰청, 국가유산청 등 정말 많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을 자문하며 정책과 행정 경험을 두루 익혔다”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김태선 울산시당위원장에 이어 전 변호사가 울산 지역 민주당의 젊고 파란 물결을 너울거리게 만들어줄 중요한 인물이 될 거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 변호사 합류 자체가 울산에서의 새로운 바람, 파란 바람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전 변호사는 공익성이 매우 강한 훌륭한 변호사인 한편 굉장히 투지가 있다”며 “제게 강한 의지를 말씀하시는 걸 보며 문무를 겸비한 덕장이고 용장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첫 직장인 법무법인 정세가 청와대 관련 법률 업무를 많이 하고 있다 보니, 제가 변호사로서 처음 출석한 사건의 당사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맡은 사건의 당사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분들의 뜻을 이어받아 이 자리에 나서게 되니 정말 문 전 대통령 책 제목처럼 이것도 다 운명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그는 “울산의 아들인 저부터 앞장서 낡은 지역주의의 틀을 깨고 울산 정치를 바꾸는 노력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김상욱 의원의 울산시장 선거 출마로 오는 6월 치러질 울산 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나서게 된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전략공천을 공언한 상황에서 전 변호사는 1호 전략공천 후보가 됐다.

김 의원은 “울산 남갑이 쉽지 않은 지역구이지만 반드시 민주당이 승리해야만 하는 곳”이라며 “정말 저보다 훌륭한 사람이 오셔서 다행인 것 같다. 지도부에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영입식에 앞서 페이스북에 “100% 제 바람대로 공천이 된 것은 아니나 우리 민주당의 역량과 선배들의 경험과 고민이 담겨서 훨씬 더 현명한 결정을 하셨으리라 믿고 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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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없듯이 영원한 동맹도 없다

  • 기자명 이경렬 전 대사
  •  
  •  승인 2026.04.17 05:31
  •  
  •  댓글 1
 
   
 

산호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가 세상을 나누는 ‘분류’라는 기준이 얼마나 얄팍한 것인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산호는 분명 동물이지만 그 몸 안에는 식물인 조류(藻類)를 품어 에너지를 얻고 몸 바깥으로는 탄산칼슘이라는 광물질을 쌓아 단단한 집을 짓는다. 동물이라는 존재 하나에 식물성과 광물성이 뒤엉켜 있는 셈이다. 자연은 원래 교과서처럼 칸칸이 나뉘어 있지 않다. 인간이 그 위에 이름표를 붙이고 있을 뿐이다.

룰루 밀러의 2020년 책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Why Fish Don’t Exist)가 날카롭게 파고드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우리는 상어와 연어, 폐어(Lungfish)를 모두 ‘물고기’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전부 다른 동물들이다. 놀랍게도 인간을 포함한 모든 사지동물은 폐어와 같은 육기어류(肉鰭魚類) 계통에서 갈라져 나왔다. 물에 산다는 이유로 이들을 묶어 ‘물고기’라 부르는 것은 산에 사는 모든 짐승을 ‘산고기’라 부르는 것만큼이나 거친 편의주의다. 폐어는 생물학적 계통으로는 연어보다 인간에 훨씬 더 가깝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은 이러한 오류가 생물학 책장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 80년간 한국 사회는 미국을 대등한 국가라기보다 일종의 ‘구원자’로 투영해 왔다. 미국이 설계한 질서 안에서는 안전할 것이며, 한미동맹만 굳건히 지키면 번영과 평화가 영원하리라는 믿음이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현실의 동맹은 신앙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과 거래의 영역이다. 2004년 자이툰 부대 파병과 2007년의 파병 연장은 ‘동맹 지원’이라는 명분 아래 이루어졌고, 2016년 역시 동맹의 이름으로 결정된 사드 배치 이후에는 중국의 보복이라는 청구서를 받아야 했다.

2023년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자 합의는 북핵을 넘어 중국 문제까지 대응 수위를 높였고, 그 결과 2024년 타결된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따라 2026년 한국의 분담금은 1조 5,192억 원으로 8.3%나 껑충 뛰게 되었다. 이어 2025년 트럼프는 주한미군 비용을 관세와 엮어 협상하는 ‘원스톱 쇼핑’식 접근까지 들고 나왔다. 우리는 ‘보호’라는 수사 뒤에 반드시 ‘비용’이 따라붙는 냉혹한 현실을 거듭 목격하고 있다. 말이 보호지 사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주한미군임에도 우리는 주둔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돈을 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미동맹이 우리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동맹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처럼 떠받들어 한국 스스로의 전략적 판단 능력이 마비된다는 데 있다. 국가는 우정을 맺는 것이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정하며 공존한다. 미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이 진정으로 동맹을 지속하고자 한다면 더욱 냉정해야 한다. 무엇을 함께하고 무엇은 거리를 둘 것인지, 어디까지는 부담하고 어디서부터는 거절할 것인지 스스로 선을 긋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동맹은 바야흐로 종속이 아니라 협력이 된다.

주한미군의 성격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한미동맹을 한반도 방어용으로만 국한하지 않았다. 2021년 미 국방장관은 동맹을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축으로 정의했고, 2025년 한미 연례안보협의는 그 역할을 동북아 지역 안보 유지와 연결 지어 설명했다. 미국은 한국 내 기지 재배치가 미국과 한국 공동의 국가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가 동맹을 안보의 축으로 설정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오로지 한국만을 위해 존재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이 자명한 사실을 너무 오랫동안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지독할 정도로 편의적이었다. 우리는 북한을 ‘절대 악’ 아니면 ‘언젠가 껴안을 형제’ 중 하나로만 보려 했다. 하지만 실제의 북한은 늘 그 두 얼굴이 뒤섞인 채 존재해 왔다. 2018년 판문점 선언과 남북 군사합의가 비핵화와 긴장 완화를 약속하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2024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한을 헌법상 ‘불변의 주적’으로 못 박은 사건도 있었다. 동일한 북한이 한 때는 협력의 파트너였고 지금은 적대의 대상이다. 북한의 본질을 어느 한 단어로 고정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한국의 대북정책도 신앙이나 감정이 아니라 현실 감각 위에서 다시 짜여야 한다. 북한을 무조건 악마화하면 대화의 문을 스스로 닫게 되고, 반대로 막연한 화해의 대상으로만 보면 적대의 실체를 외면하게 된다. 필요한 것은 선악의 언어가 아니라 관리의 언어다. 군사적 억지는 유지하되 대화의 채널은 복원하고, 원칙은 분명히 하되 접촉 자체를 금기시하지 않는 접근 말이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면 배척이 득세하고 포용도 환상으로 흐른다.

영화 <매트릭스>에서 파란 약은 안락한 허구 속에 남는 것이고, 빨간 약은 불편하더라도 진실을 직면하는 선택이다.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삼켜온 것은 동맹이라는 이름의 ‘블루필’이었다. 미국의 질서를 자연 섭리처럼 여기고 분단의 적대감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레드필을 먹는다고 해서 세상이 단숨에 명쾌해지지는 않는다. <매트릭스>는 체계의 배후를 폭로했지만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는 체계를 벗겨낸 자리에도 선명한 ‘본질’ 따위는 없다고 말한다. 진실은 단순한 곳에 있지 않다. 우리가 믿어온 이름과 질서들이 사실은 얼마나 임의적인 것이었는지 인정하는 데서 진실은 시작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맹 해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이 아니라, 동맹을 ‘영원불변한 본질’로 숭배하는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물고기가 본질이 아니고 산고기도 본질이 아니듯 ‘영원한 한미동맹’ 또한 본질이 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형성된 관계는 역사의 흐름에 따라 언제든 조정될 수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미국은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자국 이익을 우선하는 국가이며, 북한 또한 적과 형제라는 낡은 이분법에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다.

우리의 과제는 미국을 신성시하던 인식과 북한을 단순화하던 인식, 그 두 개의 낡은 분류표를 동시에 걷어내는 것이다. 한미동맹의 질서를 수호하는 것 자체가 삶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이제는 인식을 초월해야 할 때다. 왜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가, 왜 산고기도 존재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영원한 한미동맹이란 존재할 수 없는가. 답은 명확하다. 세계는 처음부터 그토록 단순한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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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이란 무엇인가

[오찬호의 틈새] 그들은 왜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고 했을까

오찬호 작가 | 기사입력 2026.04.17. 08:55:43

내게 최영 장군은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는 사람이었다. 그 한 줄로 기억했고, '최영 장군의 말씀 받들자'라고 흥얼거리며 노래도 불렀다. 제주에서는 다르게 기억되고 있음을 전혀 몰랐다. 삼별초를 제주에서 완전히 진압한 여몽연합군의 몽골인들은 제주를 목장의 섬으로 바꾸면서 100년간 직접 통치했다. 그리고 원나라가 명나라에 중원의 지배권을 뺏겼을 때도 명 황제에게 말을 바치는 걸 거부했는데, 이게 '목호(牧胡)의 난'(1374년)이다.

<고려사>에 최영 장군이 전함 314척과 병력 2만5600명으로 이 난을 한 달 만에 진압했다고 명확히 기록돼 있다. 그래서 악을 응징한 정의로운 일처럼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지만 설마 목호만 진압했겠는가. 한 세기 동안 얽히고 얽힐 수밖에 없었던 수많은 제주도 사람들을 잔인하게 처형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추정할 뿐이다. 제주 향토사학자들은 목호의 난을 '고려판 4·3 사건'이라 부를 정도지만 제주도 사람 몇 명이 죽었는지 모른다. 기록은 없고 오직 전해지는 이야기만 있기 때문이다. (4·3으로 비유하는 이유에는, 명나라에게 고려가 누구 편인지를 보여주려는 다급함이 미국에게 완전히 무결한 자유주의 국가로 인정받으려는 이승만의 조급함과 같음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있다.)

연구를 통해 역사가 복원될 수도 있지만 한 번도 분위기조차 없었다. 교과서에 한두 줄 정도로 가볍게 기록된 게 전부인 섬의 역사, 그리고 나쁜 놈을 물리쳤다고 알려진 승리의 역사 그 이면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는가. 불과 78년 전이었던 제주 4.3의 의미도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훼손하는 이들도 있는데, 알지도 못하는 652년 전의 국가폭력의 진실이 드러나겠는가. 그러니 '당시 제주도 사람 절반이 죽었다'라는 말이 떠돌 수 있는 거다. 나도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 말한다. 답답하니까.

이스라엘은 인정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

2024년 4월, 가자 지구 남부에 위치한 도시 칸 유니스(Khan Yunis)의 나세르 병원 구내에서 수백 구의 민간인 시신이 매장되었음이 드러났다. 이스라엘군이 철수한 다음이라 모든 의심을 이스라엘로 향했지만, 그들은 늘 그랬듯 사실무근이란 말로 넘어갔다.

그러면 두 가설이 남는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기존의 집단묘지에 매장하는 게 전쟁으로 어려워 그곳에 매장했을 수 있다. 하지만 시신이 이상하다. 뒤로 묶여있고 눈은 가려져 있는 등 일상적인 장례절차가 아닌 경우가 많았다.

나머지 가설은 하마스의 집단 처형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종종 팔레스타인을 본보기 식으로 공개처형하곤 했으니 의심할 순 있지만, 평소에 비해 규모가 너무 크다. 게다가 목격자 증언이 전혀 없는데, 심지어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서도 등장하지 않는다. 피난민 수천 명이 그곳에 있었는데 말이다. 반면 이스라엘군이 병원을 군사기지화하면서 의료진과 환자들을 강제로 끌고 나갔다는 증언은 많다. 그러니 여러 인권단체에서 독립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게다가, 그곳은 칸 유니스이니까 말이다.

칸 유니스. 1956년 11월 3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벽에 일렬로 세워놓고 기관총을 난사한 곳이다. 이스라엘은 사실의 외부 유출을 차단했지만, 그래도 누군가가 목숨을 걸고 알렸기에 유엔 보고서에 짤막하게나마 '275명이 사망했다'고 기록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은 언제나 그랬듯 눈도 안 깜빡거렸지만 기록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라도 했다. 그 작은 말들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된다.

당시 이스라엘 군인이었던 마렉 게펜(Marek Gefen)은 훗날 기자가 되어 그날을 증언한다. 26년이 지난 1982년이었다. 묘사는 생생했다. 자신의 양심이 느낀 그대로였다. '땅바닥에 널브러진 시신들을 발견했다. 피범벅이 된 채, 머리가 으스러져 있었다. 아무도 시신을 치우지 않았다. 끔찍했다. 나는 멈춰 서서 구토했다. 인간 도살장 같은 그 광경에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칸 유니스의 생존자들의 증언과 일치했다. 이스라엘은 교전이 있었다 정도로 대꾸했지만, 명백한 처형이었음이 가해자 입에서 직접 밝혀졌다. 1983년, 노언 촘스키는 <숙명의 트라이앵글>(Fateful Triangle)을 출간하면서 이 내용을 담았다. 그리고 훗날 이 책을 읽은 몰타계 미국인 저널리스트이자 만화가 조 사코(Joe Sacco)는 어떻게 이런 끔찍한 일이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고, 7년의 작업 끝에 출간한 그래픽 노블 <가자 지구에서의 발자취>(Footnotes in Gaza)를 2009년에 출간한다. 국내 번역 출간 제목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글논그림밭, 2012)이다.

각주(footnote) 수준의 취급을 받는 가자 지구의 눈물을 직접 발(foot)로 기록(note)한 이 책은 수많은 사람을 인터뷰하며 학살을 온전하게 복원했다. 이 책은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아이스너 상(Eisner Award)을 포함 여러 도서상을 받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이 일을 사과한 적 없다. 인정을 안 했으니. 그러니 더 알려져야 한다.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아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대학가에서 십수 년 넘게 붙고 나서야 그들이 법정에 설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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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이란 무엇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SNS을 통해 이스라엘 군인들의 만행을 공유했다. 야당은 가짜 뉴스를 퍼트려서 외교 리스크를 만들었다며 비판했다. 가짜라고 해서 AI가 만든 조작영상이라도 되는 줄 알았더니, 2년 전 이스라엘 군이 팔레스타인 무장 대원을 사살한 뒤 시신을 옥상에서 떨어뜨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 담겨 있었다. 이게 소년을 고문하고 떨어트렸다는 글과 함께 공유되었으니 사실관계의 왜곡이 있는 건 맞지만, 그 간격이 그렇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이스라엘이 작년 10월에 하마스와 휴전을 하고도 가자 지구를 계속 공격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 7개월 동안 죽은 팔레스타인 사람이 750명이라서 그럴까? 그중 80%이 민간인이라서 그럴까? 아니면, 이런 죽음에 대해 사과는커녕 늘 '하마스의 지휘부 아무개가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라는 말만 했던 그들의 뻔뻔함이 기가 차서일까? 그들은 늘 이런 식이었다. 휴전하면 어쩔 건데, 민간이 좀 죽으면 어쩔 건데. 과거의 사실이 밝혀지면 어쩔 건데. 상식의 종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영상을, '제발 좀 알아주세요'라고 외치는 누군가의 목소리라 여겼다. 조회수 늘려 돈이나 벌어보자는 사이버 렉카가 아니라 어떻게든 사람의 죽음을 알아달라는 외침으로 말이다. 제주에서의 학살을, 칸 유니스의 학살을, 광주에서의 학살을 알아달라는 그 간절했던 절규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니, 이재명 대통령이 관심을 가져준 것을 기도에 대한 응답이라며 반응한 것 아니겠는가. 설마 낚였다고 좋아하는 거겠냐. 이제야 관심이냐는 아쉬움과 앞으론 달라질 수 있다는 조금의 안도감이 교차된 환희였을 거다.

이 문제를 복잡한 외교 문제와 연결해 국익을 먼저 생각하라고 말할 순 있겠지만 최소한 머리라고 긁적거려야 한다. 이 난리통에 굳이 이스라엘을 자극하냐고도 투덜거릴 수 있다. 다만, 추임새라도 넣어야 한다. '네타나휴가 체포라도 된 다음에 하지'라고 중얼이라도 거리는 게 그래도 학살의 공범이 아님을 드러내는 길이다. 역사는 증명했다.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은폐되었던 수많은 국가폭력이 존재했음을. 그리고 뒤늦게 드러난 사실이 더 국가를 혼란에 빠트리니, 인권 앞에 솔직한 게 더 최선임을. 그래서 시대는 묻는다. 국제법을 위반하고, 병원을 공격하고, 학교를 폭격하는 걸 비판하지 않는 게 과연 국익인지를.

오찬호 작가

오찬호 작가는 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12년 간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친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사회학적 시선을 바탕으로 일상 속 평범한 사례에 어떤 사회구조가 얽혀있는지를 입체적으로 드러내는 글을 쓰고 있다. 자기계발 강박이 능력주의로 연결되어 공동체를 어그러트리는 모습을 추적한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2013)를 시작으로 대학의 기업화를 비판한 <진격의 대학교>(2015), 경쟁사회의 내면을 파헤친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2018) 등 많은 책을 집필했다. 최근작으로는 <세상 멋져 보이는 것들의 사회학>(2024), <납작한 말들>(202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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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2주기, 아이들은 노란 리본에 '트럼프 OUT'이라 썼다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26/04/17 09:48
  • 수정일
    2026/04/17 09:53
  • 글쓴이
    이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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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생이 적어 매단 노란 리본에는 '잊지 않겠다'는, '기억하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란 전쟁을 떠올리며 반전의 메시지를 적은 것도 드문드문 눈에 띈다. ⓒ 서부원

어느덧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았다. 올해 우리 학교의 추모 행사 주제는 '하느님은 전쟁을 축복하지 않는다'로 정했다. 교황 레오 14세가 최근 X(엑스, 옛 트위터)를 통해 올린 이 짧은 '선언문'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당면한 현실적 상황에 가장 부합한다고 여겨서다.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촉발한 이란 전쟁에 대한 전 세계 가톨릭 수장의 반전 선언이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바티칸에서 열린 기도회에서 "돈에 대한 우상숭배도, 권력 과시도 이제 그만하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란 문명을 멸망시키겠다"라는 트럼프를 향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대척점에 섰다.

잠자코 있을 트럼프가 아니다. 교황을 향해 "정신을 차리라"고 발끈하며 "급진좌파에 영합하는 걸 멈추라"고 몰아붙였다. 심지어 그가 최초의 미국인 교황이라는 점을 부각하며, 자신이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교황으로 선출되지 않았을 거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언제 끝날지 기약도 없다. 급기야 같은 국가 출신인 교황과 정치권력이 정면충돌하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맞는 세월호 참사 12주기의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참사 희생자에 대한 추모와 기억에 한정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돈 보다 생명'이라는 구호의 범위를 세계로 넓혔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이틀 전날 저녁, 학생자치회 친구들이 학생자치회실에 모여 각 학급에 나눠줄 리본을 자르고 배분하고 있다. ⓒ 서부원

세월호 참사로 절실하게 깨닫게 된 '돈보다 생명'이라는 구호의 범위를 세계로 넓히기로 했다. 참사와 전쟁의 차이일 뿐,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 당했다는 점에선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번 전쟁은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을 떠안기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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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미국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이란의 민주화를 돕겠다고 했다가,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을 동원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이젠 '승전국'으로서 전리품을 챙겨야겠다며, 전쟁의 대가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란이 징수하겠다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세를 나누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나왔다.

전쟁을 일으킨 목적조차 불분명해진 상황에서, 뇌리에 남은 건, 호르무즈 해협으로 상징되는 석유의 위력뿐이다. 폭격으로 희생 당한 숱한 사람들의 주검조차 사람들의 기억에서 시나브로 희미해지고 있다. 이란과 미국 등의 당사국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지며 주판알만 퉁기는 상황이 참담하다.

이 와중에 나온 교황의 일갈은 '돈보다 생명'이라는 세월호 참사의 교훈과 맥락이 맞닿아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 당시 공감 능력이 거세된 무능한 지도자의 실상을 마주하며 가슴을 쳐야 했다. 12년이 지난 지금, 지구 반대편에서 물욕과 권력 과시욕에 취한 한 지도자의 난동으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두 달째 모든 언론을 도배하다시피 한 이란 전쟁으로 학교에서 잊힌 채 지나칠 뻔했던 12주기 추모 행사를 교황의 일갈이 되살려낸 셈이다. '잊지 않겠다'는, '기억하겠다'는 다짐과 추모의 대상이 이란 전쟁의 민간인 희생자들로 확대됐다. 얼마 전 미군의 오폭으로 17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희생된 참사는 우리 아이들에게도 트라우마로 남았다.

작년엔 학생자치회에서 교정 곳곳에 노란 바람개비를 꽂고 노란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며 기억을 되살렸다. 올해는 기억과 추모의 대상이 늘어난 만큼 아이들 각자의 다짐과 바람의 글을 노란 리본에 적어 끈에 묶어 걸기로 했다. 수업 교실을 오가며 '노란 리본의 물결'을 볼 수 있도록 복도에 공간을 마련했다.

리본에 적힌 글귀는 이란 전쟁과 관련된 내용도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옆으로 '전쟁 NO, 평화 YES', '이란 희생자의 명복을 빕니다', '나의 기도가 이란에 닿기를', '트럼프 OUT' 등의 바람을 적었다. 자연스럽게 '반전(反戰)'이 올해 추모 행사의 키워드가 됐다.

세월호 참사 되새기며, 이란 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하느님은 그 어떤 전쟁도 축복하지 않는다"는 교황 레오 14세의 일갈이 올해 세월호 참사 12주기 추모 행사 주제가 됐다. 학생자치회 친구들이 교문에서 캠페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 서부원

학생자치회 주도로 아침 등굣길 캠페인 활동부터 시작했다. 올해 추모 행사의 주제를 홍보하고 친구들의 자발적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사전에 제작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등교하는 아이들의 시선을 붙잡기 위해 애썼다. 언제부턴가 그들의 손목에 채워진 노란 고무링이 학생자치회 임원임을 알리는 '신분증'이 됐다.

청소 시간과 점심시간에 트는 교내 방송도 세월호 참사 추모곡으로 채워졌다. 이미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우리 학교의 전통이다.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이면 어김없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들려주는 것처럼, 4월 16일엔 '천 개의 바람 되어'와 '아직, 있다', '노란 리본' 등의 노래가 오늘의 '주크박스'다.

점심시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한 '번개 음악회'도 추모 행사의 일환이다. 이번엔 교사가 아닌, 아이들이 나섰다. '천 개의 바람 되어'와 '네버 엔딩 스토리' 등 그들에게 익숙한 곡으로 정했다. 기억을 되새기게 하는 데 노래만큼 유용한 도구는 없다. 함께 듣고 노래하면 추모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계기 수업도 빠질 수 없다. 여러 추모 행사로 '동기 부여'가 됐다면, 수업을 통해 '살'을 붙이고 배움이 실천으로 옮겨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예년의 경우엔 안전 교육 일색이었는데, 올해는 나눌 이야기가 훨씬 다채로워졌다. 참고로, 참사가 일어난 4월 16일은 국가가 공식 지정한 '국민 안전의 날'이며, 대부분의 학교에서 그 주를 '안전 주간'으로 설정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당장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 이란의 역사 등에 대해 질문하는 아이가 있었다. 세월호 참사 추모일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지금껏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질문이었다. 정확하게 답해 줄 깜냥이 못 되어 전자 칠판에 중동 지역의 지도를 띄워놓고 AI의 도움을 받으며 수업을 이어 나갔다. 어설펐지만, 아이들의 눈은 그 어떤 수업보다 초롱초롱 빛났다.

이란 전쟁에 관한 이야기는 '기, 승, 전, 트럼프'로 귀결됐다. 대화가 오갈수록 전쟁조차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트럼프를 향한 성토장으로 변했다. 신정 국가인 이란에 대해 호의적이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이란 공습을 두둔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아이들 대다수는 핵 개발을 막는다는 건 허울일 뿐, 트럼프가 석유를 약탈하기 위해 벌인 전쟁이라 여겼다.

트럼프를 향한 증오심은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몰래 다른 나라의 대통령을 납치해 가고, 자국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나라가 과연 민주주의 종주국이 맞는지 반문했다. 이 와중에도 탄핵하지 못하는 미국의 정치 제도가 우리보다 후진적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이란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이는 건 다 석유 때문이라며, 이참에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조그만 나라 이란이 세계 최강 미국에 맞설 수 있는 것도 다 석유 때문 아니냐는 거다. 내로라하는 선진국들조차 산유국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고도 했다.

해마다 해오던 계기 수업이었지만, 올해는 예상치 못한 결론으로 매조지게 됐다. 석유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현실에서 자동차를 덜 타고, 플라스틱 제품을 덜 쓰는 습관을 갖자고 서로 다짐했다. 2026년 4월은 세월호 참사보다 이란 전쟁으로 기억될 성싶다. 세월호 참사의 교훈을 되새기며 이란 전쟁의 희생자들을 추모한다고 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운해하실 것 같진 않다.

#세월호참사12주기#이란전쟁#국민안전의날#계기수업#번개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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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족들 "李대통령, 국가폭력 공식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

참사 12주기 앞두고 국회 기자회견…與 "가족들이 '그만 됐다' 할 때까지 최선"

한예섭 기자 | 기사입력 2026.04.16. 05:18:46

4.16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더불어민주당 세월호 특별위원회가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유족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향해 "국가는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시민들에게 저질렀던 국가폭력을 공식 인정하고 사과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정기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2주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께선 작년 7월 16일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현안을 듣근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때 말씀드렸던 해결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의 과제들이 간담회 이후 그는 "못다 한 진상규명 완수와 책임자 처벌을 위해 지금까지 제공하지 않은 국정원, 군 등 정부기관의 모든 자료를 제공해 달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안전할 권리를 보장하는 생명안전기본법을 참사 12주기 이전에 제정하겠다는 약속 대로 지금 당장 제정해 달라"는 등 구체적인 과제를 전했다.

유족들은 이날 회견을 주최한 민주당 세월호 특위와 협의를 통해 △세월호 관련 미공개 정부 기록물의 투명한 공개 △참사 이후 발생한 국가폭력과 2차 피해 진상 및 책임자 규명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 추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권고 이행과 피해지원체계 개편 등을 참사 해결을 위한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9개월이 지나고도 아예 진행되지 않고 있거나,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거나, 이제 시작하는 등 지난 12년간 노력해 온 우리 유족들의 바람과는 달라서 참사 12주기를 하루 앞두고 이렇게 단상 앞에 섰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빛의 광장에서 응원봉을 흔들며 내란세력을 몰아내고, 국민이 주인인 국민주권정부를 함께 세웠다"며 "국민주권정부가 출범 당시 국정과제로 천명했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진다'는 책무를 다 해주시길 바란다"고 거듭 호소했다.

이태호 4.16 연대 공동대표도 "독립적 국가 조사기구(특조위)가 조사를 통해 정부와 국회에게 권고한 바가 아직도 다 이행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다만 대법 판결을 통해 우리가 대통령 기록물의 '목록'은 볼 수 있는 기회가 최근 열렸다. 그것을 통해 대통령 기록물의 비밀에 접근할 수 있을지 저희가 도전해 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참사 당시 문제가 된 박근혜 청와대 '7시간 문건' 등 대통령 기록물로 보호되고 있는 비공개 문건 문제를 제기한 것. 이 대표는 "국정원 미공개 기록들도 계속 공개하라고 요청하고 있는데, 국정원에서는 협력하겠다고 했는데...(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협력하겠다고 했지만 다 공개를 안 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아 4.16 단원고 가족협의회 위원장은 "304명의 희생자 중엔 국가를 믿고 배·보상안에 사인한 가족들이 있다"며 "(그런데) 국가는 배보상에 차이를 둬서 우리를 두 번 죽였다. 우리 아이들을 두 번 죽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 진행된 참사 피해자 배보상 절차에 대한 문제제기다.

참사 발생 초기였던 2015년 당시 정부는 '국가의 선제적 배보상'을 명분으로 배보상안에 동의한 일부 유가족에게만 보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후 진상규명 활동 끝에 참사 당시 국가의 구조 작업 부실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문제 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유족들은 '국가 책임을 알았다면 보상금을 받지 않았을 것'이란 취지로 지난 2018년 보상금 지급 취소 결정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2015년 당시 희생자 위자료를 받은 유족들과 당시 보상안에 불복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한 유족이 받는 위자료 차이가 3배 이상 벌어지면서 '죽음의 차별' 문제가 사회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1월 '4.16세월호 참사 배상 및 보상심의위원회 보상금 지급 결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당시 배보상 절차를 두고 "사실관계나 법률적인 판단을 기술하지 않고 배·보상금을 정한 다음, 동의를 얻는 '화해' 절차"라며 "화해 절차에 대해서는 판단 누락이라고 볼만한 내용이 없다"고 각하 판결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님도 국무회의에서 (유족들을) '서운하지 않게 하라'고 말씀하셨다"며 "저희는 돈이 문제가 아니다. 서운하지 않게 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우린 내일부터 2014년의 4월 16일로 계속 살겠다"며 "이 점을 감안해 주셔서 모든 것이 해결되길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날 회견을 주최한 민주당 세월호 특위는 "현 정부는 세월호를 포함한 사회적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한 바 있다"며 유족들 요구사항 이행 및 생명안전기본법 제정 등 참사 후속 과제에 대한 국회·정부 차원의 노력을 약속했다.

특위 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김현 의원은 이날 모두발언으로 "이 대통령은 세월호 문제에 대해 '끝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국가의 존재 이유다'라고 말씀하셨다"며 "피해자들이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고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세월호특별위원장인 김현 의원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등과 함께 참사 12주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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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유대인 학살' 비교가 중요하고 적절한 이유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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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국방

  • 입력 2026.04.16 07:40

  • 수정 2026.04.16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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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가 이스라엘 전쟁범죄 면죄부인가?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피해의 독점적 대변자?

나치의 유대인 추방에 협력한 시온주의의 과거

서방의 '속죄'는 아랍인 희생으로 떠넘긴 거짓

반시온주의를 반유대주의로 호도하는 이스라엘

지금의 학살 중단이 진정한 홀로코스트 추모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이스라엘 전쟁범죄 비판 발언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일깨우며 큰 공감과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팔레스타인에서도 '위로와 감동을 받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 발언이 지닌 무게는 단순히 이스라엘의 특정 잘못을 지적하는 차원을 넘어, 그 비극적 실상을 인류사 최악의 범죄로 꼽히는 "유대인 학살"과 직접 비교했다는 점에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홀로코스트를 경시"했다며 즉각적이고 강렬한 반발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러한 이스라엘의 반응은 홀로코스트라는 비극이 인류에게 남긴 본질적인 교훈에 대한 철저한 무지이거나, 자신들의 정치적 정당성을 고집하기 위한 의도적 왜곡을 보여줄 뿐이다.

우리는 홀로코스트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홀로코스트는 인류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역사적 범죄이며, 그 본질은 나치의 파시즘과 극우적 인종주의가 600만 명의 집단학살을 낳았다는 것에 있다. 이는 단순히 특정 민족이 겪은 불운이 아니라, 자본주의 위기 속에 근대 문명이 광기 어린 인종주의를 제어하지 못했을 때 도달하게 되는 참혹한 종착역을 상징한다.

따라서 인류는 산업적으로 수행된 학살이라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통해 '절대 다시는' 파시즘과 극우적 인종주의가 권력을 잡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교훈을 뼈에 새겨야 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를 보편적 인권의 경고등이 아닌, 자신들의 전쟁 범죄나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면죄부'로 활용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팔레스타인 출신 'Jvnior'이 올린 영상을 공유하고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시온주의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왜곡된 신화들을 하나씩 해체해야 한다. 그 첫 번째 신화는 '집단학살은 유대인만이 겪은 예외적 범죄이고 그 피해자들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게 이스라엘'이라는 신화다. 이러한 주장은 홀로코스트를 다른 모든 인종청소와 격리해 절대적 예외로 만듬으로써 자신들이 피해자의 지위를 독점하려는 시도다.

하지만 히틀러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장애인, 성소수자, 점령지 주민 등도 학살했다. 나치의 'T4 작전'을 통해 수만 명의 장애인이 학살당했으며, 수많은 로마인(집시)과 슬라브족 역시 가스실과 처형장에서 목숨을 잃었다. 홀로코스트는 자본주의 위기의 시기에 파시스트들이 집권하면 누구든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는 말이다.

집단학살의 가해자도 독일의 나치만이 아니었고, 시간과 장소를 달리해 새로운 이름과 집단으로 나타나 왔다. 더욱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시온주의 운동의 지도부가 파시즘에 철저히 반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많은 유대인들은 유럽 내에서 사회주의나 자유주의적 연대를 통해 인종주의에 맞서 싸우고자 했다.

특히 많은 유대인 사회주의자들은 '유럽에서 인종을 넘어선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면에 시온주의자들은 파시즘이 유럽에서 유대인들을 쫓아내는 것을 긍정적 효과로 받아들였다. 멀리 중동으로 가서 유대인들만의 국가(이스라엘)를 따로 만들자는 시온주의의 주장이 힘을 얻을 기회로 본 셈이다.

실제로 1933년 시온주의 기구는 나치 정권과 '하아바라 협정'을 맺어 유대인의 팔레스타인 이주를 위해 사실상 협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초기에 유대인의 10~20%만이 이스라엘로 이동했고, 지금도 유대인 절반은 이스라엘 밖에 있다. 즉 이스라엘은 홀로코스트 피해자들을 대표하거나, 대변하는 자리를 독점할 수 없다.

 

이스라엘 비판을 반유대주의라고 입막는 것을 풍자하는 만평 - 출처: X

두 번째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홀로코스트 방관을 반성하고 이스라엘 건국을 도우며 속죄했다'는 신화다. 이는 서구 강대국들의 위선을 가리는 도덕적 분칠에 불과하다. 물론, 역사가 말해주듯이 이들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제대로 막지 않았다. 반유대주의는 이 나라들에서도 강력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 나치의 박해를 피해 탈출하려던 유대인들의 절규를 서방은 외면했다. 1939년 900여 명의 유대인을 태운 성 루이스호가 미국과 캐나다 연안까지 도달했으나 입국을 거부당해 유럽으로 회항했고, 결국 그중 상당수가 가스실에서 사망한 사건은 서방의 반유대주의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 나라들은 유대인들의 도움 호소를 대부분 외면했고, 유대인들의 망명과 이민도 잘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에 유럽과 미국은 시온주의자들을 도와서 중동의 팔레스타인 땅에서 아랍인들을 내쫓고 유대 국가를 만들어 주는 길을 택했다. 이는 인종주의적 범죄의 형태와 공간을 재구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유대인 인종청소(홀로코스트)와 본질적으로는 다를 게 없는 아랍인 인종청소(나크바)가 벌어졌다. '재앙'을 뜻하는 나크바(Nakba)를 통해 7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학살당하거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났다. 영국과 미국은 이런 식으로 자신들의 잘못과 부채를 아랍인들에게 떠넘기며 스스로 '탕감'했다.

아랍인들은 '유럽인들이 유대인들에게 저지른 잘못을 왜 우리가 대신 짊어져야 하는가'에 의문을 던졌고 항변했다. 그 항변은 지극히 타당하다. 당시 서구의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짓밟히고 있던 아랍인들은 히틀러를 도운 적도 없었고, 유대인들과 마찬가지로 인종적 억압과 차별의 피해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팔레스타인 학살에 반대하는 유대인들의 목소리를 보여주는 웹자보 - 출처: X

이 불합리한 비극이 관철된 이유는 제국주의적 이해관계에 있었다. 아랍인들의 의문에 대한 답은, 서방의 강대국들이 중동에서 석유를 빼앗아가고, 아랍인들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이스라엘 같은 자신들의 전초기지(경비견) 국가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는 것에 있다. 결국, 서방 강대국이 이스라엘의 건국을 도운 것은 '속죄'가 아니라 '범죄'였다.

이스라엘 정부가 비판자들의 입을 막기 위해 가장 전매특허처럼 사용하는 세 번째 신화는 '반시온주의는 곧 반유대주의'라는 거짓말이다. 이들은 국가 정책에 대한 비판을 민족 전체에 대한 증오로 치환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점하려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 오늘날 시온주의는 극단적 인종주의를 바탕으로 전쟁과 학살을 정당화하고 있다.

따라서 시온주의는 1930년대 나치에서 이어진 새로운 파시즘의 대표적인 갈래라고 할 수 있다. 나치가 '게르만족의 사명'을 내세워 타 민족을 절멸시키려 했듯, 오늘날의 시온주의는 '성서적 권리'를 내세워 팔레스타인인을 비인간화하고 말살하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와 네타냐후는 국제 극우 네트워크의 핵심 지도자들이다.

이들은 배타적 민족주의, 소수자 혐오, 그리고 폭력에 의한 통치를 공유하며 서로를 돕는다. 역사의 아이러니는 혐오의 대상만 바뀌었을 뿐 그 구조는 동일하다는 점에 있다. 30년대의 파시즘이 희생양 삼았던 것이 유대인이라면, 오늘날의 신파시즘이 희생양 삼는 것은 무슬림이다. 유대인 혐오는 이슬람 혐오로 변화하고 발전해 있다.

1930년대 파시즘의 피해자였던 유대인의 이름을 빌려서, 오늘날 새로운 파시즘의 피해자인 아랍인과 무슬림들을 억압하는 것이야말로 역사의 가장 끔찍한 비극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대공황의 위기가 1930년대에는 '유대인 피해자'를 필요로 했다면, 오늘날은 '유대인 가해자'를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극우 인종주의와 파시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유대주의만큼이나 시온주의에도 철저히 반대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유대인 학살'과 비교한 것은 시의적절했고, '홀로코스트를 경시'한 것이긴커녕 이러한 역사의 비극을 제대로 이해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팔레스타인긴급행동' 측이 14일 가자지구 집단학살에서 살아남은 아동들의 단체인 '생존자들의 메아리' 대표 라마 아드함 아이드(Rama Adham Eid) 씨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쓴 서한을 청와대에 전달하고 있다. 사진=팔레스타인긴급행동

반대로 이스라엘을 비판한다는 핑계로 '히틀러가 옳았다', '역시 유대인들이 문제'라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야말로 완전히 부적절하다. 이러한 반유대주의적 혐오는 비판의 정당성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스라엘 정부를 돕는다. 그런 사람들은 의도하든 아니든 시온주의자들이 자신을 정당화할 무기를 주려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오늘날 전 세계에서 수많은 유대인이 이스라엘과 시온주의에 반대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의 이름으로 학살하지 마라(Not In Our Name)"라고 외치며 가자지구의 학살 중단을 요구하는 이들이야말로 홀로코스트의 진정한 교훈을 잊지 않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는 유대인의 절반 이상, 특히 유대인 청년층의 대다수가 네타냐후에 반대한다.

그들은 홀로코스트를 '경시'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나 '중시'하기에 '유대인의 이름으로 또 다른 집단학살을 하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의 상처가 현재의 살인을 정당화하는 도구가 되는 것에 대한 유대인들 스스로의 처절한 거부다. 홀로코스트의 교훈은 명확하다.

모든 인간의 생명은 존엄하며, 인종과 종교를 이유로 한 집단학살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 이스라엘과 네타냐후의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막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홀로코스트를 기억하고 추모하는 길이다. 그 길만이 역사의 비극이 반복되는 사슬을 끊어내고, "절대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는 약속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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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방문 후 '롤 모델' 된 나라? 자가율 90%의 함정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와 주택들. ⓒ 권우성

개인적으로 "모두가 내 집을 소유하는 사회"를 굳이 반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 집을 소유해야만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는 사회"라면 명확히 반대합니다. 주택을 임차하는 것은 '인생의 결격사유'가 아닙니다. 세입자로 살아도 충분히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일 좋은 것은, 자가든 임대든 공유든 편하게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사회입니다.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살아도 차별 없이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사회, 한 번의 선택이 다음 선택을 제약하지 않는 시스템입니다. 다음 달에 군대를 갈지, 먼 도시로 인턴을 갈지 모르는 사람에게 자가소유의 부담이나 의무를 지우지 않는 사회, 임차인으로 살아도 주거정책의 당당한 대상이 되는 사회입니다.

이런 원칙을 세계세입자연맹에서는 '점유중립성(Tenure Neutrality)'이라고 합니다. '주거중립성'은 나아가 이런 원칙을 점유형태뿐만 아니라 건물형태(아파트냐 빌라냐), 가구형태(혼자 사느냐, 누군가와 함께 사느냐), 입지조건(수도권이냐 지방이냐)에도 적용하자는 개념으로 제가 제안하고 있습니다.

2013 세계 세입자의 날 주제(International Tenants' Day 2013 Theme) :

점유중립성(Tenure Neutrality)

점유중립성(Tenure Neutrality)이란 거주자가 주택을 소유하는 것과 임차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무차별해지는 상태를 말한다. 점유중립성은 사람들이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점유형태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 즉 선택권을 갖는다는 개념이다. 점유중립성은 금융 제도가 임차와 소유 사이의 소비자 선택을 왜곡하지 않아야 함을 의미하며, 이는 금융 지원, 임대료 규정이나 세제와 같은 시장 기제 등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보조금은 점유형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 점유중립성은 어떤 유형의 공급자든 서로 경쟁하고 소비자를 유치할 수 있는 분절되지 않은 주택시장을 전제로 한다.

점유중립성이 왜 중요한가? 점유중립성은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소비자 주권을 강화하고, 생애주기에 걸쳐 시기별로 필요한 점유형태 선택을 수월하게 하며, 빈곤의 덫을 완화한다.

(출처: 세계세입자연맹 (IUT; International Union of Tenants) 계간지 <GLOBAL TENANT> 2013년 4월호, p.7의 박스를 번역)

이 원칙을 먼저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싱가포르 방문을 전후하여, 싱가포르의 높은 자가점유율을 들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가 많은 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싱가포르가 이룬 성취는 분명 인상적입니다. '세입자의 서러움'이 유별난 한국에서는 매력적인 대안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정작 당사자들도 스스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여기는 구조적 딜레마가 있습니다.

한 세대의 자산 형성, 다음 세대의 진입장벽?

싱가포르 아파트 ⓒ 연합뉴스

싱가포르 모델을 친절히 설명하는 대표적인 한 기사도 이 문제를 언급합니다. 다만 딜레마가 아니라 장점이라고 인식한 것 같습니다.

"시장에 나온 HDB는 분양 당시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거래되곤 하는데, 이는 싱가포르 젊은이들의 자산 형성에 크게 이바지합니다." (<"누구나 내 집을 소유하는 사회, 이 나라가 증명했다">, 2026.4.7.오마이뉴스)

그 훨씬 높아진 가격은 누가 부담하는 걸까요. 한 세대나 집단의 자산 형성이 다른 세대나 집단에겐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유의해야 합니다. 또한 싱가포르 시민들은 노후를 위한 강제저축인 중앙적립기금(CPF)을 주택 구입에 미리 인출해 쓰다 보니, 많은 경우 집은 마련하긴 좋았지만 현금은 부족한 노후, 싱가포르 정부도 인정하는 이른바 '에셋 리치, 캐시 푸어(Asset Rich, Cash Poor)'의 상황을 맞이하기도 합니다.

물론 싱가포르도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가구 우선 공급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노인가구가 주택을 줄여 이사할 경우 현금을 지원하는 실버주택보너스 제도 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완책들은 구조적 해법이라기보다는 자산기반 복지의 한계를 다시 자산으로 메우는 고육지책에 가깝습니다.

싱가포르 CPF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55세 도달 경제활동 가입자 중 현금만으로 완전 은퇴기준(FRS·Full Retirement Sum)을 충족하는 비율은 절반에 불과합니다. 그보다 낮은 기초 은퇴기준(BRS·Basic Retirement Sum)조차 '집을 소유하고 임대료 걱정이 없는 사람'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자가소유 없이는 가장 낮은 노후 기준도 채울 수 없는 구조, 자가소유율은 높지만 비싼 집값이 유지되어야 하는 구조, 그러다 보니 후속세대에게 높아진 진입장벽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 이것이 싱가포르 자산기반 복지의 딜레마라 하겠습니다.

'1가구1주택주의' 나 '주거중립성'을 넘어, '어떤 사회를 원하는지'

싱가포르 모델은 건물 분양 방식 하나가 아니라, 토지청(SLA)의 국유화, 주택개발청(HDB)의 배분, 중앙적립기금(CPF)의 금융조달, 토지지분 없는 건물주들의 주거권을 나름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도시재개발청(URA)의 재건축이 60년간 쌓아올린 하나의 독특한 주거 체제(Housing Regime)입니다. 이 주거체제는 고용체제 및 복지체제와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거칠게 종합해보자면, 싱가포르 모델은 권위주의적 고용기반 주거체제와 가족주의적 자산기반 복지체제의 결합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가소유가 정말 보편화되고 그 부담이 가볍다면, 이를 노후 보장의 한 축으로 삼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종합적으로 얽힌 시스템이라 해서 무조건 벤치마킹을 거부하고 담을 쌓을 이유도 없습니다. 그러나 무엇 때문에 그래야 하는 것일까요? 근본적인 목적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가율 90% 그 자체야 좋지만, 집이 있어야만 노후 기준을 채울 수 있는 복지체제, 집을 사기 전에 강제저축에 가입되어 있어야 하는 고용체제 등이 과연 21세기 대한민국이 추구해야 할 사회상일까요. 집을 가졌든 아니든 무관하게 공공의 책임이 고루 미치는 것, 그것이 더 안전한 사회의 기본이 아닐까요.

예를 들어 볼까요. '집밥'이 좋긴 합니다. 그러나 불량식품 문제의 해법으로 모두가 반드시 집에서 가족과 함께 밥을 지어 먹어야 하는 사회를 추구해야 할까요? 가끔 사 먹고 혼밥을 해도, 집에서 밥해줄 가족이 있든 없든, 혹은 혼자서 밥해 먹을 수 있는 시간에 퇴근을 할 수 있든 없든, 누구나 안전하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공공의 관심은 식자재 사재기를 막거나 물가를 관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음식점에 대한 위생 감독에도 미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역복지관 등에서 직접 어르신들께 점심식사도 제공하는 공공식사 돌봄도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테고요.

우리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싱가포르와 같은 강제저축을 어렵게도 하지만, 그 문제는 별도로 해결한다 치더라도 국토공간구조도 고려해야 합니다. 싱가포르는 서울 면적의 1.2배 크기의 도시국가입니다. 그 안에서라면 어디에 집을 마련하든 통근과 통학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직장이 바뀌거나 가족 상황이 달라지면 멀리 이사를 가야 할 수도 있는데, 그럴 때 자가소유는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임차로 살면서도 충분히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구구조, 산업·고용구조, 국토공간구조와 복지체제의 유사성으로 따지자면 싱가포르 보다는 오히려 주거중립성이 어느 정도 실현된 나라들이 한국의 처지에 더 가까운 참고사례가 될 것입니다. 예컨대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덴마크, 독일 등은 자가점유율이 한국보다 낮거나 비슷하지만, 세입자의 주거 안정 수준은 비교할 수 없이 높은 나라들입니다. 이른바 '주거복지 선진국'은, '내 집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가 아니라, '세입자도 마음 편히 살아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물론 이들 나라도 한국과 사정이 많이 다릅니다. 사회주택 비중이 높고, 수도권 집중도 심하지 않습니다. 정책 한두 개만 가져온다고 될 일이 아니며, 당장 우리와 비슷한 점이 많은 쪽만 골라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바라는가입니다. '권위주의적 고용체제와 가족주의적 자산기반 복지 시스템'인가요, '가족이나 점유형태를 구별하지 않는 주거복지 체제'인가요.

한국에도 이미 해법의 싹은 있습니다

협동조합 아파트 사회주택 위스테이 별내 전경 ⓒ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사실, 멀리 싱가포르와 비엔나 사이에서만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한국에도 이미 그 싹이 있습니다. 공공주택과 함께 걸음마를 내디딘 사회주택입니다. 여러 유형이 있는데, 제도의 사각지대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중 두 개를 소개드려 봅니다.

남양주 별내와 고양 지축의 위스테이는 국내 최초 협동조합형 아파트 사회주택입니다. 임차인은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함께 설계와 운영에 참여합니다. 리츠 소유의 주택에 보증금을 낸 입주자가 사회적협동조합에 가입하고, 이 협동조합이 리츠의 지분을 확보하여, 소유와 임대의 경계가 흐려지는 모델입니다. 임대료 인상은 법적으로 2년에 5% 이내로 묶여 있는데, 협동조합에서 자체적으로 1% 수준으로 조정하기도 했습니다.

2022년 환경부 탄소중립 실천 국민대회 민간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탄소중립 마을이고, 공동육아와 커뮤니티 돌봄도 활발하여 둘째 자녀 출산의향도 매우 높은 마을입니다.

아파트 마을 마당에서 결혼식이 열리고 마을 합창단의 축가가 울려 퍼진다 ⓒ 위스테이별내사회적협동조합 제공

다다름하우스는 사회주택 사업자와 지역 사회복지법인이 함께 기획·운영하고 LH가 소유하는 특화형 임대주택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사는 소셜믹스를 실천합니다. 공공(Public)·사회적경제(Social)·민간(Private)의 3자 협력(PSPP) 모델로, 건설사나 민간금융도 공급에 참여하되 공공이 건설비를 책임지고 사회연대경제조직이 기획과 운영을 담당하는 구조입니다.

▲다다름하우스를 공중에서 본 모습사회복지법인과 사회주택 사업자가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려 살아가는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공기업이 든든하게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 사진작가 이재성 제공

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곳에서 직접 현장간담회를 열고 자립준비청년 지원 공약을 발표한 것도, 이 모델이 정치 진영을 넘어 성공적으로 볼만한 주거복지 모델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실 지역의 사정을 잘 알고 돌봄에 전문성이 있는 기관이, 주택개발에 전문성이 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회적기업과 함께 기획하고, 또 시세 50%의 임대료로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도록 공기업이 도와준다는데, 진보나 보수를 가릴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 밖에도 자랑하고 싶은 특화형 임대주택 사례가 많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합니다.

물론 이런 모델만이 정답이거나,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요. 그러나 1인가구화와 고령화라는 인구변화, 기후변화, 산업구조와 국토 공간구조의 변화 한 가운데에서 우리들의 주거권을 보듬고, 주택을 사회문제 해결의 플랫폼으로 만들어 가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어떤 흐름 중 하나입니다. 앞으로는 더욱 큰 흐름이 될 거라고 믿는 이들, 나아가 그렇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다다름하우스의 루프탑 커뮤니티 공간소셜믹스 특화형 임대주택 다다름하우스의 루프탑 커뮤니티 공간 ⓒ 아이부키 제공

이상향이 당장 우리 앞에 놓이지는 못할지라도

'안전한 영양 섭취는 오직 직접 해 먹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원칙이 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는 것처럼, '각자도생 아니면 공기업이 하는 임대주택'이라는 이지선다만 남는 사회도 우리의 이상으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원칙적으로 가장 좋은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당장 그 원칙을 다 실현할 수 없더라도, 그 방향으로 제반 조건들을 바꿔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방향이 다른 원칙 때문에, 대안을 위한 노력들이 어려움을 겪기 때문입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도 대안적 실험을 하던 주택협동조합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1가구1주택'이 원칙이 되는 기조에서 2010년대 말부터 법인에 대한 종부세가 강화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주택협동조합들이 '법인 소유라면 투기와 구분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종부세를 부과받거나 대출을 연장받지 못해, 결국 해산하고 개별 분양되며 팔려나가기도 했습니다. 전세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탄탄주택협동조합의 사례도, '1가구1주택'의 원칙 아래 보증보험이나 대출의 사각지대에서 고군분투하기도 했습니다.

저층주거지에 주민편의시설과 생활 SOC를 제공하는 좋은 거점이 될 수 있는 '특화형 임대주택'의 길도 순탄치 않습니다. '1가구1주택' 원칙이 투기를 잡을 때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금융이나 세제를 비롯한 제도의 여러 디테일에서 대안적인 임대주택의 공급을 가로막습니다. 제도개선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버티면서도 계속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주택협동조합들과 사회적기업 관계자들께 이 자리를 빌어 경의를 표합니다(대표적인 사례는 <"집은 자산 증식 수단 아냐...세입자와 집주인 이분법 넘어야죠"> 2026.4.10.오마이뉴스).

한 개인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는 건 좋습니다. '다른 사회'에 대한 생생한 체험담도 많을수록 좋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행여 '내 집 마련의 함정'에 빠지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무리한 자가 마련을 모든 계층에 밀어붙일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더 심각한 선례도 있습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입니다. 상환 능력을 넘어선 대출로 내 집 마련을 부추긴 결과는 수백만 가구의 주택 압류와 글로벌 금융위기였습니다.

싱가포르의 딜레마가 "집은 있지만 현금이 없다"는 문제라면, 금융위기의 교훈은 "집을 가지자마자 무너진다"는 문제입니다. 적정 수준의 공공임대와 사회임대가 충분히 공급될 때, 사람들은 생애주기 상의 필요와 선호에 따라 적절히 주거형태를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지금 세대와 함께 다음 세대의 자가마련도 무리 없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어쩌면 모두의 노후 대비의 걱정까지도 덜 수 있습니다(공공주택이나 협동조합주택 등 사회주택이 왜 다음세대의 자가마련을 돕는 주택인지, 그리고 우리의 노후 대비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지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른 글(<풍차, 주식회사와 튤립>, 슬로우뉴스 2026.4.13)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싱가포르는 분명 참고할 만한 사례이지만, 지속가능성과 형평성이나 다양한 선택권의 보장 차원에서는 어쩌면 반면교사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 자가소유만을 주거안정의 유일한 경로로 제시하는 것이 반복된다면, 획일적인 '내집(만)마련 포퓰리즘'으로 흐르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 걱정의 한편에 희망의 싹이 있습니다. 제도의 사각지대에서도 버티고 있는 대안적 주택을 향한 시도들, 더 많은 표정들이 어우러지는 동네를 위한 여러 기획들, 이들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주거 모델이 아닙니다. 반드시 내 집 마련을 하지 않아도, 어떤 형태의 가구로 살아도 주거 안정을 누릴 수 있는, 주거중립성이 실현되는 사회의 새싹입니다.

#싱가포르#주거중립성#사회주택#주택정책#1가구1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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