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쟁점은 더 구체적이다. 쌍방울 관계자가 술을 샀는지 여부다. 이 부분은 이미 <오마이뉴스> 보도를 통해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상태다.
2023년 5월 17일 저녁, 쌍방울 법인카드 끝자리 1084번 카드가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사용됐다. 오후 6시 34분 1만 2100원, 오후 6시 37분 1800원이 결제됐다. 특히 1800원 결제가 당시 편의점 소주 한 병 가격과 일치한다는 점에서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법무부는 편의점의 상세 결제 내역, 이른바 밴딩 자료를 통해 두 건 모두 소주 구입과 관련됐다고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1만 2100원 결제는 소주 3병, 생수 3병(2+1행사상품), 담배 1갑, 비닐봉투 1장. 3분 뒤 1800원 결제는 소주 1병이다. 특히 생수 3병과 소주 4병이라는 구성은 '소주갈이' 의혹과 연결된다. 생수병에 소주를 옮겨 담아 외부에서 보기에는 물처럼 보이게 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현장검증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물리적 가능성이다.
수원지검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소주를 사서 소주갈이를 한 뒤 140m 정도 떨어진 수원지검까지 바로 올 수 있는지, 이를 김 전 회장 수발을 담당했던 쌍방울 이사 박상웅씨가 실제 소주 등을 전달받을 수 있는 시간이 들어맞는지 여부다. 또 수원지검 2층 로비에서 13층 검사실까지 이동하는 절차는 어떠했는지, 그 과정에서 검색이나 제지가 있었는지를 따져야 한다.
여기서 김 전 회장을 지속적으로 수발했던, 쌍방울 이사 박상웅씨의 출입기록이 핵심으로 등장한다.
박씨는 2023년 5월 17일 오후 6시 32분 15초 수원지검 13층에서 퇴실했고, 6시 41분 04초 다시 13층에 입실했다. 약 9분의 공백이다. 공교롭게도 이 9분 사이에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는 소주 결제가 이뤄졌다. 오후 6시 34분 1만 2100원, 오후 6시 37분 1800원. 박씨가 13층에서 내려온 시각과 소주 구매 시각, 다시 13층으로 올라간 시각이 절묘하게 맞물린다.
물론 이것만으로 박씨가 소주를 직접 반입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장검증은 바로 그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다. 9분 안에 가능한 일인지, 불가능한 일인지 배심원들이 직접 봐야 한다.
왜 술을 샀나
세 번째 쟁점은 더 중요하다. 소주를 왜 샀는가다. 현재까지 공개된 법인카드 내역과 법무부 확인 내용 등을 종합하면, 쌍방울 관계자가 2023년 5월 17일 수원지검 앞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입한 정황은 상당 부분 확인된다. 끝자리 1084로 끝나는 쌍방울 법인카드를 가진 관계자가 그날 왜 검찰청 앞 편의점에서 소주를 샀는지를 따져야 한다. 그 술이 누구를 위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목적으로 준비됐느냐를 따져야 한다.
2023년 5월 17일은 우연한 날이 아니다. 이날은 이화영 전 부지사, 김성태 전 회장, 방용철 전 부회장이 수원지검에 있었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들이 같은 날 같은 공간에 있었다.
법무부는 김 전 회장이 구속 기간 총 184회 검찰에 출정했고, 김 전 회장 조사 때마다 쌍방울 관계자들이 수원지검 1313호실에 상주하듯 드나들었다는 취지의 교도관 진술을 조사보고서에 담았다. 박상웅씨 등은 김 전 회장에게 커피나 물을 가져다 주고,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수행비서 같은 역할을 했다고 적시했다.
이 대목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 피의자 조사에서 회사 관계자가 검찰청사 안 검사실을, 심지어 '참고인' 출입증을 들고 수시로 드나들며 피의자를 보조하는 일이 가능한가. 구속 피의자가 원하는 외부 음식이 반복적으로 제공되는 일이 통상적인가. 공범들이 한 공간에 모여 식사를 하고 대화하는 구조가 적절한가.
이 전 부지사의 주장은 바로 이 지점과 맞닿아 있다. 그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공범들이 한자리에 모였고, 세미나를 하듯 진술을 맞추는 분위기가 있었으며, 검찰의 회유와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외부 음식과 소주는 그 분위기를 만드는 장치였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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