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75, Feb. 15, 2010  

 


일상화된 혼돈/카오스

("Chaos as an Everyday Thing")



익히 알고 있다시피 (1) 주류 언론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끊임없이 놀라워하며 (2) 다양한 분야의 고명하신 석학들께서 내놓는 단기전망이 현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쪽으로 가고 많은 유보조항이 달린 채 언급된다든지 (3) 현 체제의 권력기구에서 위험을 무릅써가며 예전엔 금기였던 걸 말하고 관련용어를 들먹이며 (4) 보통 사람들이 두려움과 분노를 겪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몹시 막막해 할 때, 우리는 카오스/혼돈과도 같은 상황을 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눈에 띄는 수많은 “놀라운 결과들”, 이를테면 (수십년 간 민주당 텃밭이었던) 메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일이라든가, 두바이의 재정파탄, 미국 내의 덩치 큰 여러 주들과 유럽연합 소속인 4~5개 국가에서 일어난 사실상의 재정파탄 사태, 세계적으로 극심하게 요동치는 환율 상황을 곱씹어보라.

 

세계 언론과 정치 지도자들은 이같은 “놀라운 결과들”에 대해 연일 논평중이다. 이들은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전혀 일치점을 못 찾고 있고, 심지어 상황 호전을 위해 뭘 해야 하는지에 관해선 한 술 더 뜨는 모습을 보이기조차 하는 중이다. 예를 들어, 미국 메사추세츠 주 선거결과에 대해 이뤄진 명민한 언급은 딱 두 번 있었다.

 

하나는 버락 오바마가 스스로 했던 말인데, “[공화계인] 스콧 브라운이 [전통적으로 민주계 지지였던 메사추세츠 주에서] 당선된 건 내가 대통령이 됐던 이유와 똑같다. 국민들은 화가 나 있고, 좌절해 있다.”고 한 것이다. 또 하나는 <뉴욕타임즈> 외부 칼럼니스트로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찰스 M. 블로우가 쓴 글이었다. 이 글의 제목은 “군중의 지배”였다. 그는 “군중과 마주한 여러분을 환영한다. 분노에 찬 상처받은 유권자로서, 경기침체에 넌더리를 내고 정치적 스펙트럼을 오락가락하며 몸에 묵은 때를 벗기면서, 여전히 변화를 열망하고 살해욕구를 품고 있는 군중 말이다.” 이들은 처음에 오바마를 뽑더니만, 지금은 그를 내치고 있다. 왜? “군중은 변덕스럽다.”

 

지금 캘리포니아 주와 그리스, 세계체제 내의 대다수 정부들에게서 우리가 보고 있는 건 무엇일까? 정부 수입은 하향세인데, 주로 줄어든 조세 수입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세계 어디가 됐든 사람들이 수중의 돈이 바닥나리라는 두려움으로 소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이와 동시에, 실업률이 세계적 규모에서 상당히 더 커졌다는 바로 그 이유로 국가 지출에 대한 요구는 격해졌다.

 

국가들로선 충족시켜야 할 요구들은 더 커졌는데 지출할 돈이 줄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 국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뭘까? 조세를 늘릴 수 있다. 그러나 자기가 내야 할 세금이 오르는 걸 반가워할 납세자는 거의 없다. 그리고 국가로서 두려운 건 기업들이 자국에서 떠버리는 일이다. 글쎄, 이렇게 되면, 국가로선 지금 당장이든 앞으로든 이를테면 연금 같은 지출을 삭감할 수 있다. 그러면 국가는, 대중들의 반란까지는 아닐지라도 소요 사태와 마주하게 된다.

 

그러는 사이 “시장”이 반응한다. 예를 들면 선호하던 거래통화를 바꾸는 식으로 반응한다는 이 시장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거대기업들과 헷지펀드 같은 금융구조들로, 초단기지만 아주 중요한 돈벌이가 목적인 세계 금융체계를 굴러가게 하는 것들이다.

 

정부는 결과적으로 불가능한 선택지들과 맞닥뜨려야 하고, 해당정부의 주민들로선 상황이 훨씬 더 안 좋은 셈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법한지 이들은 내다볼 수가 없다. 그렇다 보니 이들은 훨씬 더 광폭해진다. 보호주의나 외국인혐오, 대중선동에 세차게 휩쓸린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해결되는 건 거의 없다.

 

이쯤 되자 세계적 선지자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토마스 I. 프리드먼께서 “예전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이란 제목의 칼럼을 하나 쓰신다. 뭘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걸까? 다보스 포럼에서 미국인 아닌 사람들이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에 관해 하는 이야기를 그는 들었다. 그는 자기 경험상 그런 표현은 러시아나 이란 아니면 온두라스 같은 나라들만을 대상으로 써왔다고 했다. 상상해보라. 사람들은 실제로 미국이 정치적으로 예측불가능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프리드먼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40년 넘는 세월 동안,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에 대해 글을 쓰고 설명해온 사람들은 상당수에 이른다. 그러나 토마스 프리드먼은 이 얘길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여지껏 자기 스스로 구축한 보호막 속에서, 미합중국의 주류 정치체제와 다른 곳의 위성국가들이 설치한 보호막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런 기초적인 현실을 알아차리기에 프리드먼 같은 이들이 마주한 상황이 정말로 나쁜 건 틀림이 없다. 미국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하며 이는 향후 10년 간 더해지면 모를까, 덜해지진 않을 듯하다.

 

유럽은 더 안정적일까? 그렇더라도 약간일 뿐이다. 라틴아메리카는 어떨까? 마찬가지다. 중국은 미국보다 더 안정적일까? 모르긴 몰라도 그럴 테지만, 보장할 순 없다. 중국이라는 거인이 비틀거릴 때, 그같은 상황에 많은 것들이 연루될 수 있다.

 

일상화된 혼돈/카오스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니까, 단기 예측이 불가능하며 심지어는 중기적 예측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요동은 큰 규모로 급속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한테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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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8 05:26 2010/02/18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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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르바 2010/02/18 08:5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지금 부다페스트에서 공부중인데, 월러스틴이 부다페스트에 온다고 해서 내일(18일) 강연 들으러 갈 생각이에요.. 강연 제목이 Strategic alternatives of the USA, Europe and Russia 무슨 강연을 국방대학교(?) 이런데서 한다고 그래서 좀 어이없긴 하지만... 암튼, 월옹 강연 때문에 매우 흥분한 상태^^

    • 들사람 2010/02/18 22:10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 부다페스트. 거기서 공부중이시군요. 정말 하고 싶은 공부를 하시는 건갑다 싶어 부럽기도 하고, 쉽지 않은 선택였을 텐데 싶기도 해 한편으론 존경스럽기도 하네요.^^:

      그렇군요. 고령인 것 치곤 정정해 그런지, 장기리 이동에 부담이 없나바요 그 할배..ㅋ; 월옹이 제창한 분석틀이 자본주의 극복을 겨냥한 거라, 체제/문명비판과 맞물리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싶네요. 우파 쪽에서도 판단하기 나름으로 건져먹을 게 있을 수 있단 얘길 텐데.. 추정컨대, 그쪽 '국방전문가'들은, 우야든동 붙잡고 있을 외교-정치적 동앗줄은 그저 미국뿐인 양 (잘못)아는 대한민국 국방관계자들보다는 그나마 좀 나은 편인 모양입니다.ㅋ 아무래도, 애당초 미국의 지정학적 세포로 만들어진 '주권독립국가' 대한민국의 구려빠진 경로의존성 탓일라나요.

      암튼 강연 들으시구서 뭔 얘길 하던지, 시간 괜찮으심 후기 올려주심 좋겠네요 그럼.ㅎ (사실 몇 년 전엔가 한국에 와서 했던 강연은, 냉정하게 말함 굳이 강연으로 안 들어도 되는 내용였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