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entary No. 276, Mar. 1, 2010

 

 

난장판: 그리스에서 유럽으로, 서구권 국가에서 세계로?

("Greek Mess, Euromess, Western Nations Mess, World Mess?")


 

 


<포춘>지에서 “그리스발 소용돌이”라고 한 상황을 놓고 너나 할것없이 토론 중이며, 모두가 다른 누군가를 가리키고 있다. 누구(혹은 어느 나라) 잘못인가? 그리스 정부는 자국 주민들한테 감당도 안 될 삶을 살도록 하며 속임수를 썼다고 욕먹고 있다. 유럽연합은 유로 화폐로선 감당 불가능한 구조를 창출했다는 이유로 욕을 먹는다.

 

아니면, 골드만 삭스 탓인가? 골드만 삭스가 욕을 먹는 이유는, 그리스 정부가 유로 화폐체계의 일원이 되려 할 때 재정상태를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지금 골드만 삭스는 그리스 정부의 상태를 훨씬 더 악화시켰지만 결국 은행의 이윤창출에 공헌한 “신용디폴트 스왑”에 관여했다며 비난받고 있다[‘신용디폴트 스왑’은 채권·대출에 근거해 만들어진 금융파생상품으로, 성격상 보험과유사한데, 이 상품의 가격은 디폴트리스크(채무불이행 가능성)가 높으면 높을수록 올라간다]. 뮌헨소재 ‘유니크레디트’의 신용전략 담당 대표는 이 상품이 말하자면 “당신 이웃집을 상대로 보험 상품을 사들여, 그 집이 불타버릴 유인을 만들어내는 셈”이라고 했다.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은 골드만 삭스가 2002년 그리스 정부와 맺은 스왑 협정이 “몹쓸놈의” 짓이라고 했고 프랑스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는 신용디폴트 스왑에 대한 한층 더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목청을 냈다.

 

(2006년에 우리말로도 번역된 책 <제국>에서, 이영훈 서울대 교수의 논지와 유사하게, 영국 헤게모니의 부상과 맞물려 전개된 지구적 식민주의 덕분에 비유럽권에서도 근대적 발전/문명화가 이뤄지게 됐다는 논지를 펼친 스코틀랜드 출신의 하버드대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그리스 위기가 미국으로 오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 상황을 “서구 세계가 맞이한 재정 위기”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는 공공 채무와 “케인즈식 공짜 점심”이라는 발상의 악덕들에 대해 설교를 펼친다. 이런 발상들이 결국엔 “성장의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폴 크루그먼은 동일한 상황을 일컬어 “유럽발 난장판”이라고 하는데, 유럽이 정치적 통합 채비를 갖추기에 앞서 단일 통화를 채택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젠 유로(화폐체계)를 깰 수도 없는 노릇인데, 그랬다간 범세계적인 금융 붕괴를 촉발할 터라서 그렇다.

 

한편,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그리스 정부를 향해 재정적자를 얼추 4년 안에 GDP 대비 12%인 현 수준에서 4%대로 감축하라고 압박을 가하고 있지 싶다. 그리스 정부로서 이게 가능하며, 그렇게 해야 마땅한 걸까? 그리스 정부에선 조치를 취하겠다고 한다. 이 “조치”라고 하는 건 이미 충분히 이뤄진 상태다. 농민/농업노동자와 병원노동자, 항공관제사와 세관공무원들, 경제 위기와 점증하는 실업 상황 와중에 수입 삭감을 요구받는 모든 이들이 대규모 파업에 나서게 할 만큼 말이다.

 

독일에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할까? 독일인들은 두 가지 주된 이유로 그러고 싶어하지 않는다. 첫째,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아일랜드처럼 동일한 상황으로 경제적 어려움에 처해 있는 여타 국가들의 지원 요구가 (형평 차원에서)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적인 압력 때문인데, 가뜩이나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독일 시민들로선 그리스에 대해 이뤄지는 그 어떤 도움도 자신들 돈을 갈취해 넘기는 것으로 여길 터라서다.

 

반면, (여타 국가들을 포함해) 그리스가 자국 시민들한테 빚을 갚으라며 쥐어짜기에 나설 경우 이는 무엇보다 독일산 수입제품에 대한 구매력 감소, 바꿔 말해 독일 경제의 침체를 뜻하는 셈이 된다. 시사주간지 <디 자이트> 편집장 조세프 조페는 이렇게 탄식했다. “유럽은 모두를 위한 거대한 복지국가다. 개개인만이 아닌 개별국가들에 대해서도 말이다.

 

이러는 사이 유로는 곤두박질 치고 있고 달러는 다시, 잠시나마, “안전한 피난처”가 됐다. 퍼거슨은 우리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미국 정부의 빚은 안전한 피난처다. 마치, 1941년에 진주만이 안전한 피난처였던 것처럼 말이다.”

 

<파이낸셜타임즈>의 분석가가 독일이 결국 그리스를 구명해야 할 거라고 했을 때, 어느 독일 독자는 이렇게 평했다―“그러니까당신 얘기는 당신 가게에서 쓸 돈을 그들한테 주라는 거군.” 하지만 바로 이게, 중국이 미국 재무성 채권을 사들이면서 하는 일 아닌가?

 

단기적으로 일게 될 비난과 단기적으로 생길 소득을 놓고 이렇듯 여러 각도에서 잘라 보는 다면적 분석들이 놓치고 있는 건, 문제가 세계 전체에 걸쳐 있고 구조적이라는 점이다. 은행들의 존립 이유는 돈을 버는 것이다. (다른 은행들도 그렇지만) 이제껏 골드만삭스가 해온 게임은 그리스하고만이 아니라, 많은, 많은 나라들하고 있어왔다. 심지어 독일과 프랑스, 영국, 급기야는 미국하고도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정부들로선 살아남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정부들은 “소용돌이”와 시민-대중 봉기를 막고자 충분한 돈을 지출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스스로 조세 인상을 원치 않는 데다가, 경제가 취약해지면서 총세입도 줄기 때문에) 이렇게 하기에 충분한 조세가 걷히지 못하면, 이들 정부에선 빚을 짐으로써 자국 계정을 “마사지”해야 한다. 암암리에 (이를테면 은행으로부터) 진 빚은 공공연히 지는 경우보다 더 나은데, 그렇게 하면 정부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밀이 탄로 나고, “인출쇄도”가 벌어질 때까지는 말이다.

 

그리스가 겪고 있는 문제는 정말이지 독일이 겪고 있는 문제다. 독일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정말이지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다. 그리고 미국이 겪고 있는 문제는 정말이지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다. 지난 10년 동안 어느 나라에서 뭘 했는지 따지는 일의 영양가는, 차라리 향후10년 간 뭘 할 수 있는지를 놓고 토론하는 쪽보다 훨씬 더 못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세계적 규모의 치킨게임이다. 어느 쪽이 먼저 꽁무니를 뺄지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누군가 실수를 저지를 텐데, 그리고 나면 우리는 (UC 버클리 경제학교수로,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더불어 2008년 이후 미국경제가 ‘더블딥’ 국면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해온) 베리 아이켄그린이“모든 금융 위기의 모태”라고 했던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 영향권에서는 중국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이매뉴얼 월러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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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04 22:14 2010/03/04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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