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남출판사 다니던 시절,

그니까 2005년에 썼던 <한국의 재벌> 약식 보도자료.

기획주체였던 참여연대 측의 의중을 "확장"하려고 나름 용을 썼더랬다.ㅋ;;

사실 없는 걸 있다고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렇더라도 이 책의 '쓰임새', 그리고 이런 책의 필요성에 대해

한 얘기는 앞으로 더욱 유효하잖을까 싶다.

 

 

***

'재벌 패러다임'으로부터의 자유를 위하여
《한국의 재벌》(전 5권) 발간에 즈음한 현 정세와 발간의의

 

 

 

삼성그룹의 대가성 대선자금 지원논의(이른바 '이상호 엑스파일') 파문, 그리고 두산그룹 경영권 승계를 놓고 과연 피가 물보다 진한지를 일깨운 박용오-박용성 '형제의 난'. 한국 거대기업집단, 이른바 '재벌'의 역사적 위상 및 성격에 대한 진지한 진단과 평가의 불씨를 새삼 당긴 계기들이다.

 

사실 주지하다시피, 거대기업집단의 당당한 추태와 끝간 데 없는 오만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재벌개혁'이란 의제는 이같은 상황과 궤를 같이 하며 부상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그것은 재벌이란 엔진의 '소음규제'와 '속도조절'에 관한 논의였을 뿐, 엔진의 교체나 차종전환을 다루진 못했다.

 

이리 보면 그간 꾸준히 이뤄져온 '정경유착' 및 '부정부패'의 근절요구는, 그같은 용어사용이 상황의 문제성을 짚는 데 유용했을진 몰라도 이를 혁파하는 논리와 방법 면에서 근본적 난점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 모른다. 삼성과 두산그룹 사태를 이해하는 데 있어 정작 절실한 건 익숙한 일에 대한 익숙한 목청이 아니라, 익숙한 것을 새롭고 낯설게 읽어낼 '시각'인 셈이다.

 

《한국의 재벌》1∼5권에서는 이같은 문제의식을 북돋우고 연구의 저변을 넓히고자 재벌관련 자료들을 최대한 수집·체계화하고, 이를 활용해 기초적 분석을 시도했다.2002년 8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초학문육성 지원사업이었던〈한국의 재벌 :기초자료 수집, 분석 및 평가〉작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 책의 집필과정에는 7명의 전임연구원과 15명의 공동연구원 및 보조연구원 등 40여 명이 참여했고, 참여연대 산하 참여사회연구소와 인하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가 공동주관했다.



《한국의 재벌》은 이렇게 진행된 연구결과를 "재벌의 사업구조와 경제력 집중"(제1권), "재벌의 재무구조와 자금조달"(제2권), "재벌의 소유구조"(제3권), "재벌의 경영지배구조와 인맥·혼맥"(제4권), "재벌의 노사관계와 사회적 쟁점"(제5권)으로 나누어 정리했다. 후속연구에 필요한 기초자료들은 부표로 따로 만들어 부록 CD에 담았다.

 

대선자금 지원 및 지원대상 선정과정에서 삼성그룹과 당시 계열사던 중앙일보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는, 기업집단/자본법인 중심으로 틈만 나면 튀어나오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란 슬로건이 가소로운 자기기만에 불과하다는 것을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두산의 추태와 더불어, 삼성이 한껏 뽐낸 전방위적 위세는 '투명경영'과 기업총수들의 도덕성 제고라는 원론적 요청만으로 자본가집단에 의한 기업법인의 사조직화를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제1권 제2부 "재벌과 경제력 집중", 제3부 "재벌의 사업구조와 내부거래 현황", 제2권 제4장 "재벌과 내부자본시장", 제8장 "부당자금 내부거래" 참조). 사회적 공공성 실현 차원에서 기업법인의 소유·경영에 대한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제어와 개입'이 불가결한 이유다.

 

이제 '삼성·두산 사태'의 성격과 맥락, 나아가 한국 재벌의 동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업/자본법인이 그 자체 이미-항상 정치권력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기업/자본법인은 이윤축적에 유리한 대중의 '자발적 동의'와 문화/이데올로기 생산까지 포괄하는 '사회적 권력'인 것이다(제5권 제6장 "한국의 재벌관련 문헌: 1945∼2002" 참조).

 

그렇다면 재벌이라 불리는 한국 거대자본법인의 오만과 전횡은 한낫 '경제정의' 실현 차원에서 다뤄질 사안일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차라리 사회적 권력으로서 기업/자본법인이 금과옥조로 내세워온 '자유'라는 욕망을 최대한 제어하는 가운데, 자유를 새로이 정의하고 그 조건을 마련할 논의의 지평이 열려야 한다는 당위와 요청은 이로부터 도출된다(제5권 제2장 "단체교섭", 제3장 "소액주주운동의 성과와 과제" 참조).

 

이를 위해선 이들이 구축해온 인적·문화적 네트워크의 '발전' 및 공고화(제4권 제3부 "재벌의 가계와 혼맥", 제5권 제4장 "'전경련 위기'의 실체와 원인분석" 참조)가 한국사회의 전반적 삶의 조건을 어떻게, 얼마나 불모화해왔으며, 또 그럴 것인지를 심층적으로 다룰 기본적 연구자료가 절실하다. 연구자들의 지적처럼, "한국의 재벌기업들이 집중을 기반으로 하여 종종 사회·정치·문화영역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감안한다면" 재벌집단의 무소불위화는 "경제민주주의와 관련된 또다른 문제의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제1권 제2부 "재벌과 경제력 집중" 참조).

 

《한국의 재벌》은 이같은 점들을 효과적으로 포착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재벌연구의 토대를 마련하는 한편, 향후 재벌관련 연구 활성화 및 진전에 보탬이 될 하나의 모범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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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2 12:25 2008/03/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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