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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도를 기다리며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민음사,  2000/11] 를 미친듯이 읽어내려가다.

희곡과 산울림 소극장에서의 연극의 기억이 겹치는.

 

(상략)

 

  포조 (버럭 화를 내며) 그놈의 시간 얘기를 자꾸 꺼내서 사람을 괴롭히지 좀 말아요! 말끝마다 언제 언제 하고 물어대다니! 당신, 정신 나간 사람 아니야? 그냥 어느 날이라고만 하면 됐지, 여느 날과 같은 어느 날 저놈은 벙어리가 되고 난 장님이 된 거요. 그리고 어느 날엔가는 우리는 귀머거리가 될 테고. 어느 날 우리는 태어났고, 어느날 우리는 죽을 거요. 어느 같은 날 같은 순간에 말이오.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냔 말이오? (더욱 침착해지며) 여자들은 무덤 위에 걸터앉아 아이를 낳는 거지. 해가 잠깐 비추다간 곧 다시 밤이 오는 거요. (그는 끈을 잡아당긴다) 앞으로!

 

(중략)

 

침묵.

 

  에스트라공 정말 내일 또 와야 하니?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그럼 내일은 튼튼한 끈을 가지고 오자.

  블라디미르 그래.

  에스트라공 디디.

  블라디미르 왜?

  에스트라공 이 지랄은 이제 더는 못하겠다.

  블라디미르 다들 하는 소리지.

  에스트라공 우리 헤어지는 게 어떨까?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블라디미르 내일 목이나 매자. (사이) 고도가 안 오면 말야.

  에스트라공 만일 온다면?

  블라디미르 그럼 살게 되는 거지.

 

블라디미르가 모자를 벗는다. 럭키의 모자다. 그는 모자 안을 들여다보고 손을 넣어보고 흔들어본 다음 다시 쓴다.

 

  에스트라공 그럼 갈까?

  블라디미르 바지나 추켜올려.

  에스트라공 뭐라고?

  블라디미르 바지나 추켜올리라고.

  에스트라공 바지를 벗으라고?

  블라디미르 추 -- 켜 -- 올리라니까.

  에스트라공 참 그렇구나.

 

그는 바지를 추켜올린다. 침묵.

 

  블라디미르 그럼 갈까?

  에스트라공 가자.

 

둘은 그러나 움직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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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목
    그리운 지난 것 혹은 두려운 올 것로의 떠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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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 얘기나 써볼까라고 생각한 2004년 7월 27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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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D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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