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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2. 학생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발제 2. 학생회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


발제 : 녹테잎


 1. 들어가며


  여기 계신 학우 여러분 중에는 지금 학생회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학생운동’이라는 것도 고민하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이 글을 쓴다는 것이 굉장히 부담스럽습니다. 혹 여러분이 학생회를 건설하고 기획하는데 있어 제 글이 참고자료로 쓰일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생회를 준비하기 위한 저의 고민이 미숙하고 별로 깊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여기 계신 학우여러분들과 저의 고민을 나누고 함께 논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생회에 대한 단상이나 그것의 역사적 변화에 대해서는 다들 이전 발제를 통해 확인하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시기에 있어 학생회가 80-90년대 같은 모습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국적으로 봤을 때 학생회라는 것이 이정도로 남아있는 것도 고대 외에는 드문 것이 사실이고, 그 중에서도 90년대와 같은 모습으로 학생회가 구성되고 진행되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사실 학생회의 전통이 많이 남아있는 과반의 학우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대에 일반적인 과반 -학생회란 틀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매년 집행부 할 사람 남기는 것도 겨우겨우 하는- 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려 합니다.

  위에서도 언급한 대로 지금의 대부분의(고대의) 학생회는 집행부 몇몇을 남기기도 힘들게 그럭저럭 돌아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과반에서 정치적인 사업을 만들기조차 힘들다고 느끼실 겁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에 대해 너무 안타깝다고만 생각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학생사회라는 것은 전반적으로 그 전체사회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고, 지금에 학생회도 그러한 사회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집회가 매일같이 있었고, 노동자들의 파업과 강고한 투쟁이 자본의 구조조정 공세에 맞서 많이 일어나고 있었지요. 그러나 그 투쟁에서 패배하였고, 그 후로는 대중적인 노동자들의 투쟁은 많이 줄었고, 실제 집회도 많이 줄었으니까요. 좋습니다. 80년대를 생각해 봅시다. 사실 학생회라는 공간은 반독재 민주화를 위한 대중투쟁공간이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이후로는 어느 정도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정착되면서 그러한 전선이 해체되었습니다. 이것이 학생운동이 쇠퇴하는 중요한 계기였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 이후에 대학 내 구조조정에 일환으로 들어온 학부제가 과공동체라는 최소한의 문화까지도 위태위태하게 만들었습니다. 즉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학생회=학생운동’라는 공식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고, 학생회 공동체마저 무너지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입니다.


 2.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처음에 길게 이야기를 했던 이유는 학생회라는 것이 사회의 영향을 받으며 여러 과정을 통해 쇠퇴했고 사실 학생사회는 전체사회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제가 말할 내용의 핵심은 이것입니다. “있는 현실에서 시작하자”고. 현실과 학생회의 연관을 보지 않고 학생회를 이야기 하는 시도는 공상적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거기에 개입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옳은 자세이겠지요.

  그리고 하나 더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의 정치. 즉 자신이 운동이란 것을 하는 활동가로서 과에서 자신의 정치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학생회라는 것 자체를 물신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재미있게 모여서 놀기 위한 공간이라면 다른 공간도 만들 수 있고, 활동가로서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기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도 굳이 학생회일 필요가 없겠지요. 학회나 동아리 등 여러 방법을 통해서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단지 지금 고대의 상황에서는 아직도 과학생회가 틀이라 하더라도 존재하고, 새로운 학회를 만드는 것보다, 있는 과 학생회 활동에 참여하면서 고민을 푸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지요. 물론 과반 문화가 완전히 없어진 곳에서는 과를 복원하는 것보다 다른 공간을 통해 활동을 만나고 많은 학우들을 만나는 것이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학생회는 우리의 정치적 입장을 이야기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3. 과반활동을 준비하는 자세


  과반활동을 하는 우리는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할까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 가지는 과 활동에 헌신적으로 임하려는 자세이고, 다른 한 가지는 그 속에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이 녹아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배치하려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사람의 활동가로서 자신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위적인 부분일수도 있겠지만 두 번째 임무를 소화하기 위해서도 헌신적으로 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는 우선적으로 활동가는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책임감과 믿음을 주는 모습이 필요하고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가 있기 때문이지요.

  한 가지 예를 들어보죠. 새터를 준비한다고 합시다. 여/남에 대한 성폭력문제에 대해서 문제제기 하고 그것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 벌이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것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 새터 기획단에서부터 적극적으로 함께하면서 기획회의에서 이에 대한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새터를 가서 “반성폭력자치내규가 필요하다!”라고 이야기 하는 것은 오히려 반감을 살 수도 있겠죠. (쟤는 평소에는 암 것도 안하다 왜 저래? 운동권은 다 저래? 등등의 수 없는 비판들...)

  그리고 첫 번째 임무에서 한 가지 더 고려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학생회에서 열의를 가지고 활동을 한다는 것은 집행부(혹은 과장)를 결의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학생회는 일종의 조합이기 때문에 친목이나 과학생회 싸이클에 따라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사업 역시 존재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연전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그런데 고연전을 하고 싶어 하는 학우들은 굉장히 많죠.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할까요? 그 학우들을 일일이 만나면서 고연전에 대한 비판 등을 통해 과내에 고연전 반대 흐름을 키우고 고연전을 가지 않아야 할까요? 물론 역량이 되서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겠죠. 하지만 그런 역량이 되지 않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죠. 이에 대해 인정하지 않고, 그래도 가기 싫다고 해서 안가면 학우들에게 무지하게 반감을 사겠죠?^^; 그렇다면 과 집부 혹은 과장으로서는 고연전을 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안에서 만들 수 있는 실천들(지하철에서 응원을 하지 말라는 내용을 유인물로 돌리거나 하는 등)을 최대한으로 하면서 고연전을 학우들과 함께 가서 여러 실무를 해야 하겠지요. 하기 싫다 하여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고연전이 싫은 이유는 무진장 힘든 응원과,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정신 나가 보이는 행동들- 응원이나 FM등등- 인데, 다른 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면 이러한 것들에 대해 문제제기 조차 하지 못하겠지요. 혹 들어가기 싫은 회의가 있다 해도, 과에서 필요한 회의라고 하면 들어가야 할 경우도 있겠구요. 정치적 입장을 가진 활동가와 조합에서 활동하는 집부원의 역할에서는 서로 상치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고, 이에 대해서 그것을 마냥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역량에 따라 할 수 있는 실천을 최대한으로 하면서 그것에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활동가로서의 정치적 입장을 관철시키고 그러한 사업을 배치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지금의 사회를 자본주의사회라고 부르지요. 그런데 이 사회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꺼떡하면 사람들이 생활고에 못이겨 죽고, 매일같이 짤리는 노동자들이 있고, 국적이 다르단 이유로 테러리스트로 까지 몰리는 이주노동자들이 있고...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이 잘못된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이 자본주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고, 또 실질적으로 바꿔낼 수 있는 조건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투쟁해야 하겠지요. 저는 이 세상을 구성하는 중심적인 사람들이 노동자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들이 바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저는 지금 학생입니다. 그러면 제가 학생으로서 해야 하는 의무는 학생운동이겠지요? 그리고 제가 해야 하는 학생운동은 학우들과 고민을 나누면서 학우들이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도록 하는 것이고요. 이러한 제 입장을 알려나가고, 논의하는 일을 과내에서도 지속적으로 해야 하겠지요. 그 방법은 무지하게 다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공간이 지속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지금의 학생회는 몇몇 결의 높은 사람들이 붙잡고 있지 않으면, 굉장히 빠른 시간에 무너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한 해 한해 근근이 사업만 꾸리는 것도 힘들지요. 그렇기 때문에 학생회에서 자신이 지속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공간과, 사업의 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 과에서는 한 달에 한번 정기토론회를 열도록 한다. 우리 집행부에서는 매년 몇 월 달에 투쟁하는 노동자나 사회인사 들을 초청해서 간담회를 진행 한다 등등... 꽤나 중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성이란 것은 참 무섭습니다. 요즘 4·18에 참여하는 사람은 몇 안 되지만 매년 진행되고 왠지 당연히 뛰어야 할 것 같잖아요? 이런 식으로 이 맘 때쯤 되면 뭐 하겠구나 하는 식의 사업의 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것이 정착되면 그 공간을 통해 자신의 정치를 이야기 하는 것이 훨씬 더 쉬워지겠지요.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2-3년 동안의 철저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가지고 진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핵심적인 것은 그 틀 내에서 헌신적인 참여와 기획을 통해 자신의 정치를 이야기 하고 그것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겠지요. 학생회 전체적으로 사업을 배치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부서별로 사업을 배치시키는 것이 관성이 되기에는 좋을 것입니다.(예를 들면 학술부에서는 매달 한 번씩 주제를 가지고 토론회를 열고 내부논의를 통해 신문을 발간하는 등의 것은 (식상하지만) 매우 좋은 방법이겠지요.) 물론 구체적인 방법은 창발적이고 다양하게 나올 수 있겠지요. 한 가지 명심할 것은 너무 무리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것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집행부가 두 명 있는 과에서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토론회를 하고 매주 그에 관한 신문을 낼꺼야’라고 기획한다면 훌륭한 활동정신이기는 하지만 실행되기 힘들겠죠.


 4. 정리하며


  길게 썼던 제 글을 정리해야 될 것 같군요. 핵심적인 것만 정리하자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기획하자.’, ‘조합 활동가로서 헌신적으로 참여하자’, ‘지속적으로 갈 수 있는 사업을 만들자’ 뭐 이정도 되겠죠?

  다들 상황이 안 좋다 하여도 낙관적으로 생각하면서 현실에 입각한 학생회 활동들 열심히 펼쳐 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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