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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론 2-1. 학생회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에 대해

보론 2-1. 학생회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에 대해


발제 : 김성렬


 0.들어가며


  학생회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떠오를까? 학우들의 복지를 위한 공간? 아니면 새터, 대동제 주점, 고연전 참가 등 매 달 있는 달력사업을 학우들과 함께 하는 공간? 이런 생각들이 하나로 모이는 지점이 바로 현재 학생회에 대한 학우들의 인식틀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대중자치조합’이다. 대중자치조합이라면 말 자체가 무슨 의미인지 확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학우들의 생각은 개개인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학생회라는 틀은 기본적으로 단일한 ‘정치’를 바탕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우들로 구성된다. 따라서 학생회에 대해 ‘대중자치조합’이라는 것은 다양한 생각을 가진 학우들 즉 대중들이 모여 학생회 행사를 함께 만들고 진행하는 조합적 틀을 의미한다. 이런 학생회에 대해 많은 사람들 혹은 단체들은 시각을 달리하기도 한다. 이제부터 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다양한 담론들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학생회가 노동조합인가?


  학생회에 대해 노동조합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 그렇다면 ’학생이 노동자와 똑같다고 말하는 건가?’하는 의문이 금방 들기 마련이다. 이렇게 학생을 노동자와 동일하게 바라보는 단체에서는 학생을 ‘사회적 노동자’라고 부르고자 한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노동자가 열심히 일하더라도 일한 만큼 임금을 받지 못하는 모순에 처하듯이 학생 역시 이 체제에서 학생으로 살아가기에 고통 받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사회적으로 보면 노동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라면 자본주의 체제인 남한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다 ‘노동자’가 될 수 있다. 자본주의 체제 그 자체를 변혁의 길로 이끌 수 있는 계급은 어느 계급인가에 대한 명확한 분석은 어느 새 희석된 채 모두가 노동자가 되는 것이다. 또한 학생이 사회적 노동자라고 주장하면서 수업에 대해 ‘수업노동’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학생 대중의 이해가 다름을 사고하지 못한 것이다. 학생들 중에서 수업에 대해 미래의 사회진출에 있어 자신의 노동력 가치를 높이기 위해 높은 학점을 받으려고 결코 강제적이지 않은 ‘능동적’으로 열심히 듣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생을 단일한 이해를 가진 대중으로 보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전체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다양한 조류에 맞물려 있는 것이 바로 학원사회이며, 따라서 학생들의 정치적 의식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학생을 사회적 노동자로 바라보는 경향에서는 학생회와 노동조합은 별반 차이가 없게 된다. 그래서 노동조합에서 임금인상 등 경제적 요구를 주장하는 경제투쟁에서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에 기반한 여러 사안에 대해 싸우는 정치투쟁으로의 상승이라는 논리가 학생회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즉 등록금인상 및 학내 민주화를 위해 싸우는 교육투쟁(경제투쟁)을 바탕으로 하여 반전투쟁이라든지 노동자투쟁에 연대(정치투쟁)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앞서 언급했듯 아직 직접적인 생산관계에 위치하지 않은 학생을 무리하게 ‘사회적 노동자’라고 설정하는 그 자체에 이미 오류가 있으며, 따라서 학생대중의 이해는 단일하다는 전제 아래 노동조합처럼 학생회를 중심으로 운동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 역시 오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조직’의 형식은 문제가 안 된다! 오직 운동만이!


  학생회에 대해 대중자치조합으로 바라보고 여러 자치단위와 더불어 하나의 의미있는 정치적 공간이라고 사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시각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오히려 바르게 분석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학생운동이 왜 위기에 빠졌는지, 학생회에 어떻게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입장 차이이다. 우선 이렇게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학생회가 학우들로부터 보편성을 상실하거나 붕괴해가고 있는 것은 위기의 결과이지 원인은 아니다. 다시 말해 학생운동의 위기로 인해 학생회가 학우들로부터 보편성을 상실한 것이지 학생회가 학우들로부터 보편성을 상실했기 때문에 학생운동의 위기가 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현재 학생운동의 위기는 어디까지나 융합의 위기일 따름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여기서 생각해 봐야 할 지점은 바로 학생운동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가이다. 과연 변화된 학생대중과의 융합의 위기인가? 그렇다면 다시 학생대중이 왜 변화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80년대의 서슬 퍼런 군사파시즘의 광풍이 불던 시기에는 파시즘에 맞서 민주주의(사실상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학원을 중심으로 사회 곳곳에서 벌어졌었다. 따라서 학생대중들도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으로 단일한 행동을 할 수 있었고, 그 때 학생회란 학생대중들을 하나로 묶는 효율적인 틀이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와서 어느 정도 부르주아 민주주의가 안착화되고 강화되자, 더 이상 학원사회에서 단일한 정치적 행동을 벌일 수 있는 기제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전체 사회의 정치적 조류에 따라 학생대중의 정치적 이해는 더욱더 선명하게 분화되어 갔다. 따라서 기존 학생운동의 방식이 학생회 중심이었다면 변화된 지금의 상황에서는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 단체에서는 학생운동의 위기를 학생대중과의 융합의 위기로 보는데, 이는 학원사회를 전체 사회에 맞물려 존재한다는 것을 간과하고 학생대중의 이해를 바탕을 둔 운동이 학생운동이라고 보는 것과 같다. 학생대중의 이해는 단일하게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경향은 옳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학생회에 대한 개입에 있어서 ‘조직’의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것은 ‘운동’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운동이란 것이 정치적 방향성에 따른 일련의 실천 활동임을 고려해 볼 때, 대중자치조합으로서의 학생회에 대한 개입은 더욱더 조직적인 판단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럴 때에만 학생회 활동을 통해 조직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정리하자면 이 단체에서 바라보는 학생회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으나, 그러한 입장이 도출되는 과정은 상이한 입장 차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3.모두가 행복한 학생평의회?


  위에서 언급한 두 단체에서는 기본적으로 학생회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학생회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 하며 ‘모두가 행복한 학생평의회’를 일각에서 주장하기도 했다. 학생평의회라는 말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학생평의회란 말 그대로 ‘총학생회-단대학생회-꽈학생회’로 이어지는 기존 학원사회 구조가 아닌 모두가 참여할 수 있고, 모두가 자신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는 ‘자율과 공존’이 어우러지는 공간을 말한다. 이러한 모습을 가진 학생평의회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학생회에 대해 불필요하다는 불만을 가진 지금의 상황에 바람직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이다.

  그러나 학생평의회를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학원사회를 전체 사회와 유리된 하나의 이상적인 ‘꼬뮌’으로 바라본다는 것에 우선 문제가 있다. 학원사회가 하나의 꼬뮌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의 시야를 전체 사회로 확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원사회 그 자체로 확 좁게 만들며, 이 공간 자체가 절대시 되는 경향을 갖기 때문이다. 또한 위에서 언급한 두 단체에 비해 이 단체에서는 학생대중의 이해가 단일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인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진정한 대중운동이란 학생대중들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학생대중들의 이해에 따라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으로 결국 학원사회를 꼬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전제가 크게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학생회를 해체하고 학생평의회를 만들자는 주장은 그 동안 학생회라는 틀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하긴 했지만 전체 사회와 맞물린 학원사회를 간과함으로써 결코 대안이 될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라고 할 수 있다.


 4.나가며


  학생회에 대한 입장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입장 하나 하나가 다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세 입장이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즉 학생대중이 단일한 이해를 가졌다고 바라보건 그렇지 않건 간에 학원사회에 안에서 학생대중의 이해를 바탕으로 운동을 만들어 가려는 것이다. 과연 학생운동이 학생대중의 보편적 이해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학생들의 정치적 의식/이해 자체가 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 입장은 옳지 않다는 앞에서 수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방향의 학생운동이 진정 전체운동과 맞물리는 운동이 될 것인가? 이런 입장 아래 학생회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라는 고민을 우리는 새롭게 가질 수 있다. 이제 고민의 해결방안에 대한 과제가 우리에게 남아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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