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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선생이 사라져간 이야기

돌아오는 길에 생각한다

 

슬프지 않은 죽음이란 없다

사라진다는건 원래 마뜩찮은 일이니까

 

내가 너의 기억에서 지워질때 나는 슬프고

아버지의 검은 머리카락이 점차 사라져갈때 또 나는 슬프다

그건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에

 

통장의 잔고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을때보다

훨씬 더 슬픈 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가을하늘은 청명하고

역사로 쏟아질 한낮의 햇살은 아마 지난해와 같을 것이다

나뭇잎은 곧 붉게 물들어갈 것이며

내년 이쯤이면 또 같은 계절이 되돌아오겠지

 

가야할 것은 미련없이 보내주기

다만 슬픈죽음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사라지는 그에게 안녕을 노래하며

 

왼발 한보 물러앉아 차가운 술 한잔 기울일 것

그리고 돌아올 너의 한 세대를 새롭게 맞을 것

 

돌아오는 길이 맑고 신선하다

참 좋은 이 계절이 돌아올때마다

그를 기억할 수 있다는 것도 행복한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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