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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4
    [독서]중국노동자의 기억의 정치(2)
    겨울철쭉
  2. 2007/07/29
    [독서]문화대혁명
    겨울철쭉

[독서]중국노동자의 기억의 정치


중국 노동자의 기억의 정치
백승욱 엮음 / 폴리테이아


문화대혁명에 대한 중국노동자들의 기억을 구술을 통해 다시 불러오고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들이 밝히는 것처럼 문혁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매우 정치적인 쟁점이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택한 지금의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문혁은 재앙이었다. 문혁은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도 계급투쟁이 지속되어야한다는 것을 말하고, 따라서 급속한 자본주의적 재편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결합할 수 있는 폭발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주의 정치의 측면에서, 공산당의 국가권력 장악 이후에 문혁은 국가와 당을 관통하는 혁명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스탈린주의 이후 관료주의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되어가던 사회주의는 중국에서 문혁을 거치면서 새로운 전망을 획득하기도 한다. 68혁명 과정에서 중국의 문혁이 주목되고, 이후에도 외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들을 당시 문혁에 참가한 노동자의 기억을 통해서 돌아본다는 것은 온갖 평가들--공식적이거나 그것에 반대하는 입장들 속에서 문혁의 구체적인 실제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길이다. 이렇게 바라본 문혁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건들의 나열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한다. 힘든 조사를 수행하고 정리한 저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런 기억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노동자들은 문혁 과정에서 무엇이었나? 노동자들은 문혁 속에서 능동적인 정치적인 주체로 거듭났다. 노동자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영도계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신들의 사회주의 혁명을 밀고 가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자신들을 조직했다. 공장에서 자발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진정으로 더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에 나선다. 심지어 당을 향해서도 투쟁하고 권력을 쟁취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문혁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당시의 입장, 지금의 입장에 따라서 평가가 다른 점도 있지만, 주로 개혁/개방 이후에 노동자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잃고 기계의 부품이 되고 열악한 상황에 내몰린다는 점을 비판한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문혁 당시 기억에 기반해서 조직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중국노동자들의 이후의 투쟁이 문혁의 기억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그것은 또한 세계 노동자운동의 미래와 자본주의 세계체제 앞날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문혁 과정에서 생산 현장에서 권력이 재구성되고 직책이나 지적 위계에 관계없이 평등한 관계가 만들어진다.(오히려 간부나 기술자보다 노동자가 우위에 선다.) 이와 함께 노동자 조직은 공선대로 대학에 파견되어 학생운동(홍위병, 학생 조반파)을 오히려 정치적으로 지도한다. 한편으로는 학생 홍위병이 문혁 초기에 공장에 진입하여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급진화시킨다. 지식에 따른 정치의 위계를 적극적으로 철폐하고 지식인과 노동자가 정치적으로 교통한다.

이와 함께 교육도 혁신된다. (이는 주로 문혁 중앙지도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기는 했지만.) 공농병工農兵 대학과 같은 제도를 통해서 평범한 노동자, 농민, 병사들에게 고등교육의 문이 열린다. 초중등 교육이 농촌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생산과 결합하여 교실만의 학습을 벗어난다. (우리가 가진 교육제도의 관념, 즉 전일제로 교실수업만을 통해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와는 달리 훨씬 더 긴밀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과 함께 생산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지는 데,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구체적인 생산 현장을 바꾸어나가기 때문이다. 문혁 기간 동안 생산을 잘 수행하는 것도 투쟁의 중요한 쟁점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상과는 달리 생산이 중단되거나 파괴된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 등은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생산력의 성격조차 바꾼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생산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생산력의 측면에서도 계급투쟁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생산력의 혁신은 사회주의 단계에서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문화혁명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사회주의 단계가 공산주의로 가기 위한 혁명의 계속된 기간인 것처럼.)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기억을 통해서본 문혁은, 사회주의가 하나의 고정된 단계가 아니라 혁명의 계속이라면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그럴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매순간 모든 곳에서 노동자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지속되어야한다. 국가권력의 장악은 단지 시작일 뿐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자발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공장과 지역, 학교를 혁명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기억은 사회주의 정치를 사고하는데 있어서 문혁은 결정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다시 증명한다. 사회주의는 국가 운영-관리의 기술이 아니라 언제나 대중운동의 이념이라는 점. 이것은 현재의 우리 운동에 있어서도 매우 현재적인 쟁점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 이후에 너무나 쉽게 잊혀진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문혁의 기억을 돌아본다는 것은 사회주의를 사고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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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대혁명


문화대혁명 - 중국 현대사의 트라우마
백승욱 지음 / 살림

 

문화대혁명의 과정과 쟁점들에 관한 책. 얇은 책이지만, 흥미진진하다. 핵심적인 내용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책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모리스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서술은 두 책이 보완적이다. 백승욱 선생의  이 책은 문혁의 '혁명적 주체'들인 조반파 내부의 지형과 운동에 대해서 더 자세히 언급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문혁이 남긴 쟁점들은 정리해서 제시한다.

당장 현재적으로, 문혁의 기억은 자본주의적 모순이 첨예하게 부활하는 중국에서, 노동자들의 저항 속에서 불현듯 출현하고, 따라서 운동을 과잉-과소결정한다. 사회주의 혁명에 대해서 문혁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들, 문혁이 남긴 쟁점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사고를--그리고 정치적 시도/실험들을-- 멈추지 말 것'을 요구한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로 후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당내의 주자파(走資派) 때문에? 혹은 상부구조 변혁의 지체 때문에? 그렇다면 토대가 문제? 그럼 토대는 무엇인가? 이데올로기는 상부구조인가?라는 문제들. 그리고 자본주의 세계체계 속에서 민족국가 단위의 사회주의 체제가 부딪히는 곤란, 당을 관통한 문혁, 그리고 당이라는 쟁점, 대중과 당의 관계라는 쟁점. 그리고 대중의 급진적 진출과정에서 '대중의 공포'라는 쟁점.

 

하나하나가 단행본 책으로 나와도 모자를 매우 중요한 쟁점들이다. 이런 각각의 쟁점들을 문혁을 통해서 어떻게 사고할 수 있는지 저자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하게 하는 책이다. 그런 연구가 있기 전까지 당분간은 몇몇 다른 이론들을 우회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튼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다시 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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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문혁16조"(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정/1966.8.8)는 문혁의 핵심지침이 되는 기본문건이다. 마오쩌뚱 지시로 천보다, 왕리 등이 초고를 작성한 후 수차례 수정을 거쳐 통과된다.

 

지금 읽어보아도 "문혁16조"에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다시 "혁명"을 하자는 요구가 담겨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내용에 대한 이론적, 역사적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미 국가권력을 장악한 공산주의자들이 그것을 다시 혁명하자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한다. 국가권력은 커녕 대중운동조직의 집행기구를 '개혁'하지도 못하고, 권력근처에조차 가보지 못했으면서도 '개혁'적 요구에도 주춤거리는 우리 운동들을 현재를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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