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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1/04
    [독서]중국노동자의 기억의 정치(2)
    겨울철쭉
  2. 2007/08/05
    금융세계화와 노동자운동(1)-중국과 아시아사회운동
    겨울철쭉
  3. 2007/07/29
    [독서]문화대혁명
    겨울철쭉

[독서]중국노동자의 기억의 정치


중국 노동자의 기억의 정치
백승욱 엮음 / 폴리테이아


문화대혁명에 대한 중국노동자들의 기억을 구술을 통해 다시 불러오고 재구성한 책이다.
저자들이 밝히는 것처럼 문혁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40년이 지난 지금도 매우 정치적인 쟁점이다. 자본주의 세계체제에 편입되는 것을 택한 지금의 중국공산당의 입장에서는 문혁은 재앙이었다. 문혁은 공산당이 권력을 장악한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도 계급투쟁이 지속되어야한다는 것을 말하고, 따라서 급속한 자본주의적 재편에 대항하는 노동자들의 투쟁과 결합할 수 있는 폭발력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사회주의 정치의 측면에서, 공산당의 국가권력 장악 이후에 문혁은 국가와 당을 관통하는 혁명이라는 점에서 다른 의미를 가진다. 스탈린주의 이후 관료주의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되어가던 사회주의는 중국에서 문혁을 거치면서 새로운 전망을 획득하기도 한다. 68혁명 과정에서 중국의 문혁이 주목되고, 이후에도 외국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들을 당시 문혁에 참가한 노동자의 기억을 통해서 돌아본다는 것은 온갖 평가들--공식적이거나 그것에 반대하는 입장들 속에서 문혁의 구체적인 실제에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길이다. 이렇게 바라본 문혁은 공식적으로 기록된 사건들의 나열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한다. 힘든 조사를 수행하고 정리한 저자들의 노력 덕분에 이런 기억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노동자들은 문혁 과정에서 무엇이었나? 노동자들은 문혁 속에서 능동적인 정치적인 주체로 거듭났다. 노동자들은 진정으로 자신이 ‘영도계급’이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따라서 자신들의 사회주의 혁명을 밀고 가기 위해서 능동적으로 자신들을 조직했다. 공장에서 자발적인 조직을 구성하고 진정으로 더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투쟁에 나선다. 심지어 당을 향해서도 투쟁하고 권력을 쟁취한다.

이것은 노동자들에게 매우 인상적인 기억이었다. 문혁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당시의 입장, 지금의 입장에 따라서 평가가 다른 점도 있지만, 주로 개혁/개방 이후에 노동자들이 사회의 주인으로서의 위치를 잃고 기계의 부품이 되고 열악한 상황에 내몰린다는 점을 비판한다. 지금도 일부 지역에서는 노동자들의 투쟁이 문혁 당시 기억에 기반해서 조직된다는 점도 지적된다. 중국노동자들의 이후의 투쟁이 문혁의 기억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다.(그것은 또한 세계 노동자운동의 미래와 자본주의 세계체제 앞날에 중요한 영향을 줄 것이다.)

문혁 과정에서 생산 현장에서 권력이 재구성되고 직책이나 지적 위계에 관계없이 평등한 관계가 만들어진다.(오히려 간부나 기술자보다 노동자가 우위에 선다.) 이와 함께 노동자 조직은 공선대로 대학에 파견되어 학생운동(홍위병, 학생 조반파)을 오히려 정치적으로 지도한다. 한편으로는 학생 홍위병이 문혁 초기에 공장에 진입하여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급진화시킨다. 지식에 따른 정치의 위계를 적극적으로 철폐하고 지식인과 노동자가 정치적으로 교통한다.

이와 함께 교육도 혁신된다. (이는 주로 문혁 중앙지도부의 방침에 따른 것이기는 했지만.) 공농병工農兵 대학과 같은 제도를 통해서 평범한 노동자, 농민, 병사들에게 고등교육의 문이 열린다. 초중등 교육이 농촌지역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생산과 결합하여 교실만의 학습을 벗어난다. (우리가 가진 교육제도의 관념, 즉 전일제로 교실수업만을 통해 지식을 주입하는 형태와는 달리 훨씬 더 긴밀한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런 과정과 함께 생산에서도 혁신이 이루어지는 데, 노동자들이 능동적으로 구체적인 생산 현장을 바꾸어나가기 때문이다. 문혁 기간 동안 생산을 잘 수행하는 것도 투쟁의 중요한 쟁점이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인상과는 달리 생산이 중단되거나 파괴된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이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 등은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한다. 노동자들이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생산력의 성격조차 바꾼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경험이다. 생산관계에서만이 아니라 생산력의 측면에서도 계급투쟁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생산력의 혁신은 사회주의 단계에서도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문화혁명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수행되어야한다는 점을 보여준다.(사회주의 단계가 공산주의로 가기 위한 혁명의 계속된 기간인 것처럼.)

노동자들의 구체적인 기억을 통해서본 문혁은, 사회주의가 하나의 고정된 단계가 아니라 혁명의 계속이라면 그것이 어떤 의미에서 그럴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매순간 모든 곳에서 노동자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이 지속되어야한다. 국가권력의 장악은 단지 시작일 뿐인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자발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자신이 존재하는 공간--공장과 지역, 학교를 혁명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의 기억은 사회주의 정치를 사고하는데 있어서 문혁은 결정적인 사건이라는 점을 다시 증명한다. 사회주의는 국가 운영-관리의 기술이 아니라 언제나 대중운동의 이념이라는 점. 이것은 현재의 우리 운동에 있어서도 매우 현재적인 쟁점이다. 사회주의 체제의 성립 이후에 너무나 쉽게 잊혀진 것에 대해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문혁의 기억을 돌아본다는 것은 사회주의를 사고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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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세계화와 노동자운동(1)-중국과 아시아사회운동

태국에서 열렸던 아래 회의에 대한 이야기.(7월15~17)
Understanding Global Finance, Bulilding International Resistance
국제금융의 이해, 국제적 저항 건설

아래 태국에서 진행되었던 '필수서비스 사유화에 대한 아시아 노동자대회'에 연결된 일정. 주빌리사우스는 이 행사들을 연계해서 참가를 조직하기 위해 앞의 일정을 그렇게 잡았습니다. 방콕 출라롱콘 대학에서 진행.

이 행사는 주빌리사우스 노동자대회에 결합했던 각국의 노조들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의 노조, 농민조직 등 대중조직, 아시아 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등을 포함하는 지역에서 온 사회운동 활동가, 연구자들이 함께했습니다.(공동주최 :Bretton Woods Project, Eurodad, Fifty Years is Enough, Focus on the Global South, Gender Action, IDEAS, Jubilee South APMDD, Solidarity Africa)
* 관련된 프로그램 소개와 일정은 이곳 링크  참조

이 회의는 Conference on A Decade After : Recovery and Adjustment since the East Asian Crisis(아시아 금융위기 10주년 토론회)라는 (주로 학술) 행사 뒤에 이어졌습니다. 회의 제목 그대로, 여러나라의 사회운동들이 금융위기 10년을 맞아서 그 동안의 금융세계화의 양상을 평가-이해하고 운동적인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차원에서 기획된 것입니다. 여러가지 발제와 토론이 있었는데, 주로 생각해볼만 한 것들을 정리해봅시다.

전체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아무래도 이러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는 운동단체들이 모여서 진행하기 때문에 그랬겠지만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깊다는 것.(당연한가;;;) 국제적인 수준에서 자본운동이나 금융기구의 움직임, 그리고 국가간 체제에 대한 것들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이고 심화된 토론을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국내에서라면 이런 것들은 몇몇 저자의 책에나 언급되거나, 좌파-현장파들은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냐 혹은 개량주의네 하면서 비난을 일삼을 만한 내용들이죠.(금융세계화의 양상을 강조하고 그에 대한 대응을 강조하는 것을 왜 개량주의라고 비난하는지 그 머리 속을 이해하기가 더 힘든 노릇입니다만.)

몇가지 쟁점들과 생각해야할 지점들.

중국이라는 문제 - 거대한 팽창

먼저, 전체적으로 프로그램 내내 문제가 되었던 것은 중국이라는 쟁점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참가한 대중운동 단위 중에서 중국의 부재가 가시적이라는 것 등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금융세계화, 따라서 미국 헤게모니 하의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운명에 중국이 큰 쟁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외환(달러)보유고는 이미 1조3천억 달러가 넘어서 일본을 넘어 세계최대인 상황입니다. 이러한 거대한 달러는 외국자본들의 상당 부분이 FDI에 기반하는 데, 이 자본은 주로 미국의 재무성 채권과 미국의 해지펀드 등에 투자됩니다. 이렇게 미국으로 순환된 자본은 다시 중국에 투자되는 방식으로 순환합니다. 알려진대로, 이 순환에 있어서 미국에 투자된 외국자본에 비해서 외국에 투자된 미국자본은 두배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여러가지 입장과 해석이 있더군요. 일단 중국의 거대한 생산과 미국의 거대한 소비가 불안정한 균형에 있다는 건 대부분 동의하는 데 그 함의가 무엇인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등등.

일부에서는 중국이 미국이 아니라 주변-반주변 국가들에 대해서 대안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아래 다시 언급하겠지만 중국이 최근 투자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스티글리츠의 주장과도 공명할 뿐 아니라 중국 체제의 성격을 볼 때 실현가능성도 의문입니다.

포스트-워싱턴컨센서스를 제안하는 스티글리츠는 (중국만이 아니라) 각국이 외환보유고를 개도국에 투자해서 국제적인 유효수요를 확대하자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진보주의자들.. 리버럴들의 대안이라고 보면 될텐데요, 이렇게 해야 장기적으로 현재의 금융체계가 붕괴하지 않을 것이고 글로벌한 통치성도 유지될 것이라는 거죠. 이는 현재의 금융세계화를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선일 뿐 아니라, 중국 자체가 이미 대안세계를 위한 어떤 전망을 갖거나 제시할 수 없는 조건에서 그냥 "좋은 희망"일 뿐인 것같습니다.

한편, 예측에 있어서는, 중국이 "때를 기다린다"는 해석도 있습니다.(중국은 미국 시장 외에 대안적인 투자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으로 안한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죠.)

어차피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일정한 시기에는 중국이 미국의 쌍둥이 적자를 지랫대로 엄청난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그렇게 되기 전에는 중국은 시간을 벌면서 (물론 때로는 심각한 신경전을 펼치─는 척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미국 재무성의 요구나 월스트리트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중국이 이미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중국의 지배엘리트들도 그런 지향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

따라서 이러한 전망은 아리기나 백승욱 선생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미국헤게모니의 위기 이후에 미국-중국의 공동지배(스페인-제노바 공동지배와 같이)로 갈 수도 있다는 예상과 연결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 군사력과 경제적 지배력이 상이한 지역에서 우세하게 되고, 세계체제는 이러한 국가들의 공동지배에 의해서만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이죠.

이러한 쟁점은 아시아의 운명과 관련해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회의 내내 여러 섹션에서 쟁점이 되었을 텐데요, 그것이 사회운동, 대안세계화 운동-전망과 어떤 관련을 맺을 지는 이어지는 글에서 더 이야기해보는 것으로 하죠. 특히 중국의 외환보유고와 관련해서는 아시아 지역 차원의 대안으로 제시기되는 아세안+3(한.중.일) 차원의 양자간-다자간 통화 스왑 장치로서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아시아 통화기금’(AMF) 구상과도 관련됩니다. 그것의 의미와 전망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여튼, 이 쟁점은 다음 글에서 더 이야기 해보죠.

(아시아 지역의 대안적 금융체계에 대한 것은 최근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인 심상정 후보캠프에서 관련된 공약을 내면서 쟁점으로 부각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심상정 캠프의 관련된 공약에 동의하지도 않고, 반대에 가까운 입장이지만 그것을 사고하는 것 자체는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의 경우, 국내적인 변혁과 동시에 남미에서 ALBA와 같은 대안적인 지역경제-금융협력체계를 제안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대안적인 무역을 시작하는데, 몇개 나라가 석유-의료서비스-콩을 교환하는 망을 만들거나 공동의 지역은행을 창설하거나 하는 것이죠. 변혁의 문제가 국내정치적인 것만 아니라 이미 최소한 지역적 수준의 대안으로 확장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그것에 대해서도 자기 입장이 필요하겠죠. 물론 심상정 후보캠프의 것은 운동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국가전략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지만. 여튼 자세한 내용은 담글에서.)

중국의 노동력

이런저런 발제 중에서 강조되는 것은 또한 중국이 세계시장에 편입된 것이 매우 중요한 사건이라는 것, 특히 중국의 거대한 노동시장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인구로만 보아도 중국의 거대한 인구는 세계 노동력의 1/5 정도에 이릅니다. 이 노동력의 편입이 가지는 의미는, 중국 국내의 노동정치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죠.

중국에서 온 학자들도 발제를 했었는데, 주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중 한명은 중국의 후진타오 체제가 제시하는 전략으로서 '조화사회'를 언급하면서 노조(공회)설립의 의무화 등이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노동친화적인 체제를 통해서 사회적 불안, 계급투쟁의 촉발을 제어하겠다는 전략인데, 어느 정도로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중국의 이러한 전략이 성공한다면 중국 체제의 안정은 물론, 새로운 노동타협체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겠죠.(그러나 그 반대의 가능성이 더 커보이고 따라서 그것은 반대의 방향에서 국제적인 계급투쟁에 엄청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중국의 지금과 같은 방식의 거대한 팽창은 에너지 수요에 있어서나 환경적인 측면(특히 co2 배출, 지구온난화와 관련해서)에서 재앙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팽창이 어떤 지점까지 가능할지는 알수는 없지만, 어느 시점에 긴급한 문제로 부각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의미의 "정치적인" 측면은 물론이려니와생산과  에너지 사용에 있어서 기술과 이것의 사회적 조직화와 같은 것들이 정치적 문제로 제기될 것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국과 아프리카

21세기 들어서 중국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크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후진타오가 아프리카를 순방하면서 외채탕감, ODA 확대, (주로 에너지 관련 국영기업들의) 직접투자 등을 약속했죠. 이러한 중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지원 확대는 이제 미국에 비슷한 규모로 나가고 있습니다.

이것은 물론 중국이 장기적으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주로 나이지리아나 앙골라 등 산유국에 대한 지원이 중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여러가지 의미가 있는데, 아프리카는 미국 헤게모니가 배제한 지역이기 때문이죠. 아프리카는 주로 금융적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들에게는 변변한 주식시장, 채권시장도 없는 버려진 곳입니다. 전쟁이 나든 인종청소에 학살이 벌어지든 버려두는 것이죠. 그런데 중국이 이 지역에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미국의 입장도 애매한 것같습니다. 여전히 금융적인 투자가치는 없지만 석유자원이 문제인 것이죠.

아프리카 국가들이나 이 지역의 사회운동도 (서로 다른 이유로) 중국에 더 친화적이고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일단, 중국은 미국이나 유럽국가들처럼 IMF 협약,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미국, 유럽과 국제금융자본들은 IMF 협약을 통해서 이들 나라의 물, 전기 등의 필수서비스와 에너지, 광물자원을 체계적으로 약탈해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은 이러한 조건을 달고 있지 않죠. (이 점은 금융세계화 과정에서 국제금융기구나 초국적 금융자본과 관련된 비판이 집중되어 왔던 지점이라는 점에서, 중국에 대해서 일단 여기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아프리카의 사회운동의 입장에서는 중국이 진보적인 입장에서 인권, 정치 민주화와 같은 쟁점에서 조건을 달아야한다고 주장하는 입장도 있는 것같습니다. 최악의 독재국가들에 대해서도 중국이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프리카 지역 차원의 대안적인 지역적 협력체계를 건설하기 위해서도 우회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중국이 서구의 이러한 명분의 개입을 비판한다는 점에서 별로 가능할 것같지는 않지만 말이죠.

또 하나는 중국이 이렇게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외채 등의 방식으로) 자국 자본의 우회적인 침투를 위해 활용했던 서구와는 달리 (기술 이전 등을 통해서) 아프리카 각국의 내재적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습니다. 역시 중국 정부의 입장이 문제일 텐데요, 여기에 중국은 국내 정치에 있어서 '조화사회'와 마찬가지로 외교에 있어서 '조화세계'라는 전망을 내세웁니다. 그러나 그 역시 같은 만큼의 한계를 가질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국내적으로 발전주의 정책이 중시되고 아프리카 관계에서도 에너지자원이 중시될 것이라는 점.

최근 미국은 이제까지 유럽사령부가 관장하던 아프리카의 군사작전을 총괄하기 위해한 별도 기구로 아프리카사령부(아프리콤)를 신설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리카 각국들이 미군의 주둔에 부담을 느끼면서 군사기지 설치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자, 일단은 군사기지 없는 사령부 형태로 추진하는 것도 검토되는 것같습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아프리카에서의 영향력을 비교하게 하는데, 앞으로도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중국, 성공적인 발전국가?

 

발제 중에는, 외환위기 이후의 '쇼크요법'에 대한 비판도 있었습니다. 주로 IMF가 "금융위기를 불러온 경제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한다"는 명분으로 강요하는 협약에 의해서 이루어지죠. 대표적이고 극적인 케이스는 오히려 구 사회주의권의 붕괴 이후에 적용된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급격한 사유화와 공공부문의 붕괴.. 이어지는 자신시장의 창출과 급격한 빈곤화, 성장동력의 소실 등이 결과였죠. 물론 IMF는 끝까지 밀고 나갑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니고, 중국이 이에 비해서 일종의 '연착륙' 모델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더라는 겁니다.(물론 동의하지 않는 토론자들도 많죠.) 베트남 역시 비슷한 케이스로 언급되는데, 발제 중에 언급되는 지표만 봐도 이들의 성장속도는 엄청나더군요. '전성기'의 남한, 대만 등도 앞지르는 속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경제성장은 '질서있는 개방' 혹은 '연착륙'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미 이들 국가가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추진한 80년대말-90년대초 이전에도 민족주의적 발전국가였다는 점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겁니다. 중국은 문화혁명의 종료 이후 덩샤오핑 시기부터 그랬고, 베트남도 꾸준히 정책을 전환해왔죠. 그 이전의 역사를 보는데 있어서도, 그것이 본질적으로 다른 제3세계 개도국과 발전주의를 공유하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 세계시장에 재통합되는 과정에서 직업적으로 잘 훈련/교육되었을 뿐 아니라 국가-당의 지시에 순응적이고 규율있는 노동자들은 국제적인 생산 재배치에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 되었던 것이죠.

 

결국 혁명 몇십년 만에 세계시장에 복귀하면서 애초에 혁명가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효과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역설적으로 자본주의적 성공을 만들어낸다는 건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북한에 있어서도 북한 엘리트들이나 미국-남한의 리버럴들은 이런 방향의 구상을 가질 텐데요.) 그런 점에서는 쿠바가 이례적인데, 지역적인 정세의 차이(아시아와 남미)와 결합해서 정말로 다른 효과들을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망도 아마 다를 수 있겠죠.(이 대목은 좀 우울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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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주로 중국 이야기까지만 해야할 것같군요. 국제금융체계 등과 관련된 여러 흥미로운 쟁점에도 중국이 연관되기는 하는데, 그건 그 쟁점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다만, 한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중국이 쟁점이 되는 분위기가, 묘한 점이 느껴지더라는 겁니다. 주로 서구 쪽에서 온 참가자들에게 중국은 뭔가 공포스러운 것으로 느껴지는 것같고, 아프리카에는 어떤 희망, 아시아 참가자들에게는 우려와 기대의 양가감정 같은 것. 사회운동에 있어서도 민족국가의 지정학적 운명이 미묘하게 인식에 반영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냥 느낌일 뿐인지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명확치 않습니다.

(한가지 에피소드. 태국의 비디오샵 같은 곳에는 한국의 드라마가 많이 깔려 있습니다. 인기가 있다는 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는데요, 공중파에서도 주몽과 같은 드라마를 해주고 있는 걸 봤습니다. 필리핀 사람과도 이야기를 하다보니 주몽이 인기리에 방송 중이라고 합니다. 너무 민족적인 판타지라 해외 판매는 글렀겠구나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동남아 TV시장에서 꼭 그렇지도 않다는 것도 느끼게 됐죠. 그런데 이들 나라에서 주몽과 같이 중국과 대립하는 드라마가 수용되는 맥락은 뭘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역사적으로 중국과는 어떤 식으로든 갈등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던 아시아 각 민족들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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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중국에 대해서는 좀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아래 연재가 도움이 됩니다.(백승욱, 사회진보연대 기관지 연재)

[{사회진보연대} 기획연재] 신자유주의 시대 중국 (2002년)

[연재순서]
1. 흔들리는 중국 (1·2월 합본호)
2. 외부의 자극으로 내부의 구조조정을: WTO 가입과 중국의 미래 (3월호)
3. 국유기업 개혁과 중국의 노동자 (4월호)
4. 黑猫白猫: 외국인 직접투자와 대외개방 (6월호)
5. 마오쩌뚱의 유령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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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문화대혁명


문화대혁명 - 중국 현대사의 트라우마
백승욱 지음 / 살림

 

문화대혁명의 과정과 쟁점들에 관한 책. 얇은 책이지만, 흥미진진하다. 핵심적인 내용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책에도 언급되고 있지만, 모리스 마이스너의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함께 보면 도움이 된다.(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서술은 두 책이 보완적이다. 백승욱 선생의  이 책은 문혁의 '혁명적 주체'들인 조반파 내부의 지형과 운동에 대해서 더 자세히 언급한다.)

 

저자는 책을 마무리하면서 문혁이 남긴 쟁점들은 정리해서 제시한다.

당장 현재적으로, 문혁의 기억은 자본주의적 모순이 첨예하게 부활하는 중국에서, 노동자들의 저항 속에서 불현듯 출현하고, 따라서 운동을 과잉-과소결정한다. 사회주의 혁명에 대해서 문혁 과정에서 제기된 쟁점들, 문혁이 남긴 쟁점들은 여전히 우리에게 '사고를--그리고 정치적 시도/실험들을-- 멈추지 말 것'을 요구한다.

 

사회주의는 자본주의로 후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왜? 당내의 주자파(走資派) 때문에? 혹은 상부구조 변혁의 지체 때문에? 그렇다면 토대가 문제? 그럼 토대는 무엇인가? 이데올로기는 상부구조인가?라는 문제들. 그리고 자본주의 세계체계 속에서 민족국가 단위의 사회주의 체제가 부딪히는 곤란, 당을 관통한 문혁, 그리고 당이라는 쟁점, 대중과 당의 관계라는 쟁점. 그리고 대중의 급진적 진출과정에서 '대중의 공포'라는 쟁점.

 

하나하나가 단행본 책으로 나와도 모자를 매우 중요한 쟁점들이다. 이런 각각의 쟁점들을 문혁을 통해서 어떻게 사고할 수 있는지 저자가 알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하게 하는 책이다. 그런 연구가 있기 전까지 당분간은 몇몇 다른 이론들을 우회할 수밖에 없겠지만. (여튼 <마오의 중국과 그 이후>를 다시 보는 것은 도움이 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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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된 "문혁16조"(프롤레타리아 문화대혁명에 관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의 결정/1966.8.8)는 문혁의 핵심지침이 되는 기본문건이다. 마오쩌뚱 지시로 천보다, 왕리 등이 초고를 작성한 후 수차례 수정을 거쳐 통과된다.

 

지금 읽어보아도 "문혁16조"에는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다시 "혁명"을 하자는 요구가 담겨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내용에 대한 이론적, 역사적 평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미 국가권력을 장악한 공산주의자들이 그것을 다시 혁명하자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생각해야한다. 국가권력은 커녕 대중운동조직의 집행기구를 '개혁'하지도 못하고, 권력근처에조차 가보지 못했으면서도 '개혁'적 요구에도 주춤거리는 우리 운동들을 현재를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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