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12/07/01 15:09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물질적 측면에서의 여성에 대한 차별은 널리 보고되어왔다. 세계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노동을 하지만, 여성 노동의 가치는 낮게 평가되어 왔다. 여성은 대부분 남성보다 30~40%  정도 낮은 임금을 받고, 가사노동에 대해서는 한 푼도 받지 못한다. 여성이 관리직과 행정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10~20%에 불과하며 권력, 정치 및 의사 결정 순위에서 매우 낮은 위치에 놓여 있다. 결과적으로 여성이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물질적 자원을 얻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빠져나갈 길이 없어요...... 가끔은 내가 많은 노력을 들일수록 환자들은 더욱더 많이 요구하는데, 이때는 마치 환자들이 내 피를 빨라먹는 것처럼 느껴지죠. 누군가에게 가혹한 요구를 한다고 느껴지는 위치에 있는 것은 좋지 않아요(Handy, 1991:827)'

 

 

- 레슬리 도열,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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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간호조무사로 근무하는 동안 나와 동료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자주 했다. 간호는 고된 육체노동이면서 한편으로 끊임없는 감정노동을 요구받는다. 사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의 건강은 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이면서도 중요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온갖 질병 속에서도 유독 '돈'이 되는 질병일수록 신약개발과 연구가 가장 활발하며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 역시 마찬가지이다. 최근엔 수많은 중소병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의료의 질과 서비스는 더욱 중요해졌다 . 환자 및 가족, 즉 구매자의 욕구를 적절히 만족시키지 못하면 경쟁 속에서 결국 도태될 뿐이니 점점 더 서비스에 목을 매는 것이다. 결국 탐욕적인 자본의 이윤추구는 부족한 인원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병원 노동자들이 웃는 얼굴로 쌔빠지게 뛰어다니도록 내몰고 있다. 내가 담당한 환자들의 불만족은 '컴플레인(complain)'으로 승화(?)되면서 다양한 언어폭력과 고용불안의  형태로 목줄을  죄어온다. 간호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와 자부심도 잠시, 노동이 지속될수록 팔다리만 퉁퉁 붓는 게 아니라 심장까지 퍼렇게 멍드는 것이다.. 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고객과 하녀가 아닌  평등한 관계속에서 ' 인간의 얼굴을 한 보건의료' 가  언젠가는 꼭 실현되겠지..

 

무엇이 여성을 병들게 하는가? 우리의 삶에 대한 성찰이 중요해진다. 나와 그녀들의 계급과 인종과 국가..즉 이렇게 말해보고 싶다. 

"당신이 어떻게 사는지 말해주세요. 그러면 당신이 왜 아픈지, 어떻게 치료해야하는지 얘기해볼 수 있을 거예요

우리는 우리 몸의 주인이고, 그런 의미에서  전문가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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