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조급증 2

미루가 뭐든지 입으로 빨게 된 건

꽤 오래된 일입니다.

 

게다가 요새

새롭게 선보인 동작이 있습니다.

 

딸랑이를 손에 쥐어주면

좀 서툴기는 하지만

위아래로 흔듭니다.

 

이야, 그거 참 신기합니다.

정말 매일매일이 다르게 발전하는게 놀랍습니다.

 

며칠 전 일입니다.

 

손톱 깎아주는 데만 신경 쓰다가

미루 발톱이 하염없이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 중 왼쪽 엄지발톱이 어디에 걸렸는지

획 뒤집어져 있었습니다.

 

"어머..이거 봐...상구~이것 좀 봐..얼마나 아팠을까..."

"에구에구, 미루 정말 많이 아팠겠다.."

 

발톱의 반이 뒤집어졌으니

정말 많이 아팠겠다 싶었습니다.

 

미루는 낑낑 거리면서

주선생님한테 손을 내밀었습니다.

 

"얘 봐...나 한테 위로해달라고 하나 봐..손을 내밀어..

응~미루야, 여기..엄마 손 잡어..."

 

미루는 정말로 슬픈 눈을 하고

주선생님 손을 잡더니

자기쪽으로 끌어당깁니다.

 

그 모습이 너무 가련했습니다.

 

처음 태어난 아이들에게는

'흥분'의 감정만 있는데

 

클수록, '기쁨', '놀라움' 같은 것들이 생깁니다.

 

이제 미루는 거기서 더 나아가

'슬픔'아니면 '위로받고 싶음'의 감정이 생긴 것입니다.

 

주선생님의 손을 잡아 끄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미루가 비록 애기지만,

얼마나 아팠으면 저럴까 싶어 마음이 쓰렸습니다.

 

진심으로 미루에게

'위로가 필요하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미루는 주선생님 손을 자기쪽으로

다 끌고 가더니

 

입으로 막 핥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미루는 오직 빠는 것만 관심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안아줘도 항상 버팅기던 미루가

제 품에 푹 안기고 머리를 어깨에 기댔습니다.

 

"이야~현숙아 미루봐봐...인제 제대로 안기네.."

 

저는 그게 그렇게 신나서

주선생님을 불렀습니다.

 

동시에 제 어깨가 축축해졌습니다.

역시 미루의 관심사는 한가지입니다.

 

미루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주선생님,

이번에는 이유식을 대비해서

양쪽에 손잡이가 달린 컵을 미루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딸랑이를 위아래로 흔들어서

그렇게 소리를 잘 내는 걸 보면

 

미루 팔의 소근육들이

꽤 발달해 있는 것으로 봐도 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컵을 들어서 물을 마시는 동작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습니다.

 

미루는 너무나 능숙하게

일단 한 손으로 컵의 손잡이를 쥐었습니다.

 

주선생님 눈을 빛내며

미루를 쳐다봤습니다.

 

미루는 주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리라

마음 먹은 듯

컵을 더욱 꼬옥 쥐더니

 

위아래로 흔들었습니다.

 

 

역시 너무 빠른 발전을 기대했나봅니다.

 

컵을 쥐어준 건 주선생님 혼자서

미루한테 한 일입니다.

 

저는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 어디까지나 그냥 놔두면 알아서 큰다는 주장입니다.

 

사실 주선생님도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것 저것 시켜보는 게 재밌기는 합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