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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맞다

누워서 젖을 먹이는 것 때문에

주선생님이 어쩔 수 없이

미루랑 딱 붙어 있을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미루가 자꾸 아랫배를 발로 찹니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귀여워해주고

그 다음에는 은근과 끈기로 인내하는 것 같더니

지금은 진짜 아파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뭐, 그렇게 아플까..."

 

저도 예전에 미루 발에

얼굴을 한 방 맞은 적이 있긴 합니다.

 

그래도 전, 5개월된 아이한테 맞고서

그렇게 아프다고 하는 걸 보면

주선생님의 과장된 행동은 딱 연극 무대 스타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선생님이 눈을 맞고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고 할 때도

그랬습니다.

 

오늘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퍽~!!"

 

이빨이 싸~합니다.

 

새벽에 한참 자고 있었는데, 뭔가가 날라와서

제 입을 뚫고 이빨을 강타했습니다.

 

"으..."

 

입 속에 뭐가 있어서

다른 말도 못하고

눈을 떴습니다.

 

미루 발이 제 입속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아이고...이건 진짜 아프다...현숙아..."

 

주선생님은 침대 밑에서 잘 자고 있습니다.

 

전 아프지만, 이 상황을 주선생님한테 얘기해주면 참 재밌어할 것 같아서

일부러 깨웠습니다. 안 일어납니다.

 

"에이..좀 일어나지..."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7시 좀 넘어서 잠이 깰 때까지

저는 미루한테 계속 두드려 맞았습니다.

 

미루는 내일 격투기 대회 나가는 사람이

오늘 마지막 훈련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으로

저한테 발길질을 해댔습니다.

 

하루 종일

 

미루의 발길질을 피해 가며

어쨌든 즐거우면서 지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저녁이 됐습니다.

 

"미루야~목욕하자..."

 

미루를 번쩍 안아 들었습니다.

 

"퍽~!!!"

 

아..이건 정말 심각하게 아픕니다.

별이 번쩍였습니다.

 

미루가 다리로

제 급소를 정통으로 찼습니다.

 

아니...명치 말하는 겁니다.

 

가슴에 블랙홀이 생기면서

갈비뼈랑, 폐, 심장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입니다.

 

전 그 와중에도

미루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균형을 잡으면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루 입장에서 이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아래쪽 줄기를 도끼로 찍는 무모한 짓입니다.

 

"내가 넘어지면...너도 큰일 나...미루야.."

 

애 한테 별 소리를 다 했습니다. 

정말 아팠었나 봅니다.

 

주선생님 맷집 키워주는 데 찾으면

저도 따라다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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