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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집다

미루가 일삼아 뒤집기를 시작한 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집니다.

 

언제나처럼 똥을 한 바가지 싸서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몸을 확 뒤집어버립니다.

유난히 액체형이었는데, 다른 곳으로 막 흐릅니다.

 

아예 뒤집어진 상태에서

똥을 싸기도 했습니다.

미루 입장에서도 처음 있는 일입니다.

누워 있을 때 보다 뒤처리가 어렵습니다.

 

밤이 되어, 전 11시쯤 잠이 들었습니다.

 

"상구, 이거 봐~상구~상구~"

 

주선생님이 굉장히 놀란 얼굴로 절 깨워서 봤더니

미루가 두 손을 얼굴쪽으로 모아 놓고 엎드려 자고 있습니다.

 

주선생님은

미루가 그냥 누워서 자는 줄 알고

얼굴이나 한 번 볼려고 작은 불을 켰다가,

머리카락만 보여서 기절하는 줄 알았답니다.

 

"자다가 미루 낑낑 거리는 소리 못 들었어?"

"응..."

"나..너무 놀랬어..."

 

엎드려 자다가 숨막히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무서웠나 봅니다.

 

"괜찮어..미루가 신생아도 아닌데, 뭘.."

 

주선생님은 새벽 2시 30분까지

미루가 낑낑거리기만 하면

침대 밑에서 몸을 세워 핸드폰 불빛으로 미루를 비춰봤습니다.

 

머리 풀어 헤친 여자가 침대 밑에서 계속 올라오는데

전, 그게 더 무서웠습니다. 

 

"내가 볼테니까 걱정말고 자..."

 

전, 뒤집은 미루를 몇 번이나 다시 뒤집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둥근해가 떴습니다.

 

주선생님,

머리는 헝클어지고

인상은 잔뜩 찌뿌린 상태로 일어납니다.

 

크게 놀랐던 게 밤새 남았던 모양입니다.

 

"머리 아퍼?"

"아니.....그냥 잠을 잘 못 자서..."

 

계속 이야기합니다.

 

"꿈에...도둑이 들었어...

...아빠가 도둑이랑 막 싸우는 거야...근데..전화를 해야 되잖아...

전화번호가 어떻게 되지?"

 

"112말하는 거야? 113인가?"

 

"응..그거, 그게 생각이 안 나서 한숨도 못 잤어..."

 

어제 밤에 충격이 컸었나 봅니다.

생각해 내서 신고했더라면 큰 일 날뻔했습니다.

 

"이거 단축키 어떻게 하더라?"

"뭐 하게?"

"신고 전화번호 핸드폰에 입력해 놓을려고..."

주선생님이 아직 자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책상으로 가고

주선생님은 한참 더 꼼지락거렸습니다.

 

"저장했다~단축번호 000 번이야...

으...근데 너무 힘들어...딱 30분만 더 자야겠다...일단 엄마한테 전화 한방 하고 나서..."

 

주선생님이 미루 뒤집는 것 때문에

한숨도 못 잤다는 얘기를 들은 장모님은

이런 말씀을 남기셨습니다.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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