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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생님은 독립다큐멘터리 감독이라서
누가 사무실 나가서 일해라 마라 하지 않습니다.
그냥 자기가 나가서 일하면 됩니다.
근데, 이 놈의 일이 일단 시작하면
마구 몸을 굴려야 되는 일이라
충분한 산후조리가 필요했습니다.
1. 한참 전에
3달을 좀 넘게 집에 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상구~내가 아까 장 보러 갔다 오다가 생각했는데.."
계속 이러고 살아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다시 일을 시작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마을 버스에서 내려 오는 길에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제 앞에서
정말 큰 소리로 노래를 부릅니다.
"오늘 밤만은 그댈 위해서
분홍의 립스틱을 지우겠어요~~"
폴짝 폴짝 뛰고
몸은 좌우로 흔들면서
내용은 별로 좋지도 않은 노래를
가사를 계속 틀려가면서 부릅니다.
이럴 때 몸동작은
한때 한국사회를 주름잡던 대스타
이주일씨를 꼭 닮았습니다.
"근데 있잖아..
나는 왜 항상 가사가 생각 안 나지~?"
계속 가사가 기억 안 나서
립스틱만 3번 지웠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주선생님은 드디어 출근을 했습니다.
2. 오늘
오늘은 주선생님이
다큐멘터리 강좌를 하는 날입니다.
며칠 전부터 한번 잘 해볼라고
무지하게 준비를 열심히 했습니다.
오늘 낮에도 사무실에서 마지막 마무리 준비를 하고
오후 3시 30분쯤 집에 왔습니다.
그리고, 4시에 저녁을 먹었습니다.
미루 목욕시키고 젖 먹일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오랜만에 하는 교육에
힘 딸리지 말라고
저는 특별히 그 동안 냉동실 깊은 곳에
고이 얼려두었던 등심을 꺼내서 구워줬습니다.
미루 나올려고 진통 시작했을 때도
힘 딸리지 말라고 먹었던 등심입니다.
이제 미루 목욕시키고 재우면 모든 준비는 끝입니다.
이렇게 마음 급한 날이면
미루는 꼭 평소에 안 하던 짓을 합니다.
목욕을 거의 시켰을 무렵이었습니다.
"상구...똥 떴어..."
욕조 속에서 미루가 똥을 쌌습니다.
"하여튼, 이런 날에는 꼭 이래요..."
젖도 잘 안 먹었습니다.
5시 40분에는 출발해야 하는데
주선생님은 미루랑 30분을 옥신각신했습니다.
쉬운 게 없습니다.
거의 잠들락 말락 하는 미루 옆에
제가 살짝 누웠습니다. 완전히 잠들 때까지 누워있을 작정입니다.
주선생님은 발밑에서
"화이팅~"을 외칩니다.
전, 입모양만으로 "조심해서 잘 갔다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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