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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밥 따뜻한 밥

미루가 입을 꼭 다물고 안 벌립니다.

 

처음에 이유식 한 숟갈을 물었는데

맛만 보더니 딴 데 쳐다 봅니다.

 

"미루야~너 왜 이유식 안 먹어?"

 

계속 숟가락을 피합니다.

 

"밥이 뜨거운가?....."

 

호호 불어서

밥을 좀 식혔습니다.

 

이제 받아 먹습니다.

 

"현숙..미루가 이유식 차가워지니까 잘 먹는다."

"그래? 앞으로 찬밥 먹여야겠네.."

 

생각해보니까

저도 어릴 때 찬밥 좋아했었습니다.

 

"상구도 그랬어? 나도 그랬는데.."

"근데 자꾸 어른들이 뜨건 밥 먹으라고, 그게 맛있다고 했잖아."

 

"그러게...그땐 찬밥이 훨씬 좋았는데.."

"맞어, 맞어"

 

"근데 다르긴 다르데, 영양이..."

"그래?"

 

"탄수화물인가가 녹말화된대든가...옛날 가사시간에 배웠어"

"정말?"

 

생활의 달인 주선생님이 말하는 거니까

아마 맞을 겁니다.

 

"근데 난 그때도 그게 음모라고 생각했어"

"누구의 음모? 따뜻한 밥을 먹기 위한 남자들의 음모?"

"그때 이미 난 집에서 밥 했거든"

 

어릴 때 주선생님은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일을 나가셔서

동생들 밥을 자기가 해줬답니다.

 

밥만 한 게 아닙니다.

 

"어릴 때 맨날

동네 골목길에서 뛰어다니면서 놀았어.

개구리 잡으러 논에 갈 때도 있었고"

 

또 저는 어릴 때

쌓아놓은 볏단 사이에서

뛰어다니면서 놀기도 하고

애들하고 딱지치기도 엄청 했었습니다.

 

"나는 봉투 붙였는데..."

 

주선생님은 어릴 때

봉투도 붙이고 인형 눈도 달았답니다.

 

잠시 옛날 생각을 하는 사이에

미루는 그 많은 이유식을 거의 다 먹었습니다.

이유식이 식을수록 속도가 빨라집니다.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어른 밥 반 공기는 되는 양입니다.

 

역시 이유식 매니아다운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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