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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육아 휴직 들어간 지 8일이 지났고 이제 9일째 되는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8일 동안 정말 너무나 열심히 일했습니다.
기저귀 갈기 하루에 20회,
3끼 식사 준비,
식사와 식사 사이에 간식 신경 쓰기,
설거지하기,
청소하기,
빨래하기
아이 옷 삶기
그 밖에도 생각 못했던 이 일, 저 일...
아무튼 단 한 시간도 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일들이 쏟아졌습니다.
고딩때 공부할 때도 이 정도로 열심히 하진 않았었습니다.
그때 공부 안하면 나 혼자 좌절하면 그만이지만, 지금 일 안하면 곧바로 두 사람이 좌절입니다.
또,
인내심을 키우고, 정신력을 강화하는 데 효과만점인 상황들도 많이 벌어졌습니다.
기저귀 갈고 있는 데 오줌을 갈겨서 방금 빨아 말렸던 요, 이불, 각종 깔개 등을 다시 빨기
젖 먹였는데 울어서 기저귀 갈아줬더니 1분 있다 다시 울고, 트림 시켜줬더니 트림 하고 나서 울고, 달래줬더니 괜찮아졌나 싶다가 다시 울고, 그러다가 다시 배고프다고 울고, 또 기저귀 갈고, 또 트림 시켜주고, 또 달래주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새벽 3시도 되고 4시도 됩니다. 물론 5시도 되고 6시가 될 때도 있습니다.
가장 강한 정신력을 요구했던 건 이렇게 해서 밤을 샌 날 오전에 사무실 사람이 전화해서 이렇게 물었던 겁니다.
"잘 쉬고 있냐?"
이 말을 들으면서도 이상하게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수양'하면 부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옛날에 우리 부모님들이 "허리가 휠 정도로 일을 하셨다"고 하실 때
"음..적절한 비유군.."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제가 지금 허리가 휘기 직전입니다.
...
제 허리가 휠려고 하는 건 그냥 일이 많기 때문 보다는 사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8일 동안 일을 하면서 한 6일째 되는 날부터 허리 위 등쪽이 너무 아파왔습니다.
좀 심각합니다.
하루 종일 대체 뭣 때문에 아픈가 생각해봤는데..
이유를 찾았습니다.
일단 대부분의 일들이 상체를 굽히고 하는 일들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싱크대가 너무 낮았습니다.
키에 안 맞게 너무 낮은 싱크대에서 하루에 몇 시간을 일하다보니, 몸에 이상이 생겼습니다.
'업무상 재해'가 발생한 것입니다.
싱크대가 주로 여자들 평균 키에 맞춰 나오다 보니까 저에게는 영 맞지 않았나 봅니다.
남자들이 부엌에 와야 남성용 싱크대를 만들든지 말든지 하지...싱크대 설계한 노동자가 앞에 있으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지금 제 상태는 일종의 근골격계질환에 걸렸다고 봐도 될 정도의 상황입니다.
아..아파죽겠습니다.
수천년간 여자들을 부엌에 쳐박아뒀던 남자들을 대신해서 제가 대표로 고생하는 느낌입니다.
좀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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