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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오늘 결혼식에 온 사람들의 주요한 관심사는 물론, 동생의 결혼이었지만
그 다음 관심사는 제가 애를 낳은 사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이렇게 축하해주더군요
"득남을 축하해~"
"아들 나았다며? 축하한다. 축하해"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도 얘기했습니다.
"이야 한방에 해냈구나.."
또 다른 사람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이 사람은 몇 달 전에 저한테 뱃속에 아기가 딸인지 아들인지 물어봐서, 그냥 모른다고 했던 사람이었습니다.
"지난 번에 얘기 안하길래 딸 인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참고로 이 이야기를 한 사람 역시 '딸'이었습니다.
그 전에 딸인지 아들인지 얘기를 안 한 건,
아들이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주변의 사람들이 보일 과잉반응들이 싫어서였습니다.
어쨌든, 오늘 저에게 득남을 축하한다고 얘기했던 사람들 중의 60%는 딸들이었고
나머지 40%는 아들들이었습니다. 가부장제를 중심으로 '딸'들과 '아들'들이 똘똘 뭉쳤더라구요.
딸들 입을 통해서 나오는 '아들이라서 다행이다'류의 말들은 사실 좀 끔찍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주 전형적인 '존재를 부정하는 의식'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누군가가 저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아들 낳으니까 좋지?"라고 물어보는 데
마음 속에서는 이런 말이 용솟음쳐 올라왔습니다.
"저는 딸이든 아들이든 구분하지 않아요~!
그냥 아이가 태어난 사실이 좋은 거죠!
저한테 그런 걸 물어보는 걸 보니 가부장제를 좋아하시는군요~!"
그러나 그 옆에는 제가 애를 낳았다고 했을 때, 아들인지를 확인하고 나서야 엄청난 목소리로좋아했던 삼촌이 서 계셨습니다.
갑자기, 삼촌한테 괜한 상처를 주지 말자는 생각이, 아니 그 보다는 집안에서 괜히 찍히지 말자는 대단히 기회주의적인(!) 생각이 들더군요.
눈치를 보던 저는 결국 "아들 낳으니까 좋지?"란 물음에 염화미소(ㅠㅠ)로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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