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막내 동생이 애를 낳아서
저희 부모님이 서울에 다녀왔다 가셨습니다.
오시기 며칠 전부터
주선생님과 저는
작전을 짰습니다.
"현숙아 김치도 없다고 하고
밑반찬도 다 떨어졌다고 해..
하여튼 최대한 불쌍하게..알았지?"
제가 전화해서 반찬 얘기하면
어머니가 싫어하실게 틀림없어서
대신 주선생님이 몇 차례 어머니와 통화를 했습니다.
"상구야~우리 도착했다..내려와라~!!"
차 트렁크가 열리자
그 안에는 아예 커다른 아이스박스가 들어 있었습니다.
김치 한 박스, 마늘 짱아치 한 통, 깻잎 한 통, 고구마 순 한 다발
멸치 조림 2종류, 외할머니가 밭에서 키우셨다는 다량의 상추
조기, 소고기
그리고 제주도에서 김제까지 공수과정을
나중에 상세하게 설명하시면서 꺼내놓으신
은갈치까지...
특히 은갈치는 어머니가 밤새 토막토막 잘라서
손질을 다 해서 가져오셨습니다. 자식이 웬수입니다.
가져오신 짐의 규모로는
아예 이사를 오신 분위기셨습니다.
원래 뭘 해도 제대로 하시는 저희 어머니는
이번에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으신 겁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집에만 내려가면
뭘 그렇게 바리바리 싸주시는지
귀찮아 죽는 줄 알았었는데
이제는 무슨 반찬만 주신다면
좋아 죽습니다.
이렇게 한방에 많은 반찬들이 오면
당분간 밥 차릴 때는 꺼내놓기만 하면 되니까
세상 그렇게 편할 수 없습니다.
사실 이런 기질은
제가 육아를 하면서 좀 심해지기도 했지만
20대 중반 이후 조금씩 나타나긴 했었습니다.
10년 쯤 전에 같은 과에 있던
공익근무요원 전체가 같이 삼겹살 파티를 하고
고기가 좀 많이 남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야~나 그거 가져갈께~"하고
고기를 신문지에 대충 싸서 버스를 탔었는데
고기에서 나온 물 때문에 신문지가
다 찢어진 일이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생고기를 손으로 들고 있는
젊은이의 모습은 정말 가련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들고 있는 고기가 탐나는지
저를 자꾸 힐끗힐끗 쳐다봤습니다.
그냥 좀 달라고 할 것이지.
근데 요즘은 이런 기질이
더 이상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해졌습니다.
냉장고 안에 반찬이 그득하면
참 마음이 편하고 좋습니다.
고단한 육아 중에
이런 일은 생활의 활력입니다.
그나저나 계속 똑같은 반찬을 내놓을 순 없으니까
반찬에 약간의 변형을 주는 연구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니면 주선생님한테 그냥 참고
계속 같은 반찬 먹으라고 할 생각도 있습니다.
댓글 목록
ScanPlease
관리 메뉴
본문
반찬이 n가지 있다고 하면, 그 중에 한가지씩만 돌아가면서 내놓지 않는 방법이 있죠. 그러면, n가지의 서로 다른 방법이 나오는데요.ㅋㅋ부가 정보
너나나나
관리 메뉴
본문
그 방법을 한 번 써보도록 하지요..ㅎㅎ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