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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 쓰기/대상으로서의 나/housekeeping

 

 

 

 

 

나는 많은 것들을 뭉뚱그려 파악하고, 덩어리진 채로 사용하며 살아왔다. 지금 일을 하면서 조금 나아진 쪽이 있다면...시간이겠다. 거의 반나절 단위로 흘리던 시간들을 의지만 있다면, 반시간 단위로까지는 쪼갤 수 있게 되었다. 입사한지 일년에다 두달 가량 더 지나고 있다. 오늘 나는 돈을 쪼개보겠다 다짐해본다.

 

지금껏 나는 궁핍하였고 사치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외양을 의식하는 사람일수록 속은 허하고 결핍되었을 공산이 크단 걸 안다. 자주 바뀌는 옷과 잡화를 통해 스스로 들추어지는 열등감, 오래 묵어 힘도 센 그것을 잊고지낼 수도 없다. 그런데 고작 차림새에 신경을 쓰는 그짓이 나에게는 자존을 확인하는 방법이었다. 유난스런 일도 아니지만 남편이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나는 그 방법까지 잃어질까봐 많은 돈을 들여 내 옷장의 빈 조각을 채워넣었다. 그 퍼즐은 채울수록 이가 빠져버리지만, 나는 몇번이고 오늘의 직전까지 채워넣었다. 그러니까 나에겐 새 방법을 찾는 한때를 버텨낼 상당량의 헌 방법이 저장되어 있다...내가 나였던 적이 있기는 할까? 나는 매일 울상으로 출퇴근을 반복한다. 나는 제품을 실장 테스트한다. 내 어떤 세계는 PASS와 FAIL로 갈린다. 나는 십육진수를 십진수로 바꾸어 더하거나 뺀다. 그것을 다시 십육진수로 바꾸어 뒤에서부터 순서를 매긴다. 나는 해당 순서값을 구해 적는다...나는 가계부를 쓸 것이다. 나는 많은 것들을 처음부터 다시 배울 것이다. 술은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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