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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동거인

오늘도 앞으로 나와 같은 집에서 살게 될 친구를 만나고 왔다. 그녀는 나와 같은 과정을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같이 차를 마시고 쵸코렛을 나눠 먹으면서도, 나는 내심 이리저리 뭔가 나쁜 구석을 하나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명랑 쾌활 친절 그리고 정말 열심히 사는 친구다.

 

이곳에 도착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학교 컴퓨터 실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다. 처음 본 나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하고, 장동건씨 사랑해요~ 라고 귀엽게 얘기하던 이 친구도 나처럼 방을 구하고 있다고 했다.

 

며칠 뒤,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같이 방을 보러 가자는 것이었다. OK!

집주인과의 약속 시간을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이주노동과 관련해 문득문득 "illegal"(불법) 이라는 단어를 쓰는게 약간 거슬렸다. 그래도 잘 몰라서 그려려니 했다.

 

우리는 함께 여러 집의 방을 보러 갔고, 중간에 시간이 남아 잠시 Pub(맥주 파는 곳)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때 그녀가 내 맥주값을 내 주는 바람에 나는 살짝 감동을 했다. 좋은 친구군!

 

 맥주 한컵을 마시고 찾아간 집은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다. 이층에 있는 두개의 빈방이 그녀도 나도 마음에 들었다. 주인아저씨에게 꼼꼼히 이것저것 챙기고 묻는 그녀를 얼렁덜렁 따라다니며, 생판 모르는 사람 보단 이 친구랑 살면 좀 편하겠단 생각이 스쳤고, 결국 그 날 우리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해 두개의 방을 모두 계약하기로 했다.

 

마지막 보러 갔던 집에서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이 가까워 나는 그녀에게 함께 저녁을 먹자고 했다. 내가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 사이, 그녀가 우리집 친구들이랑 하는 얘기가 들려오는데...그녀가 하는 얘기 중에는 대강 다음과 같은...

 

내가 그 때 한국 사람을 조사하고 있었거든,

그 사람이 불법이었는데,

경찰들은 출입국업무에 너무 협조를 안해서,

하루는 경찰들이랑 같이 불법체류자를 잡으로 갔는데, . . .

 

앗, 이게 무슨 소리냐??? 내 몸은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지만, 내 귀는 온통 그들의 대화에 집중!

혹시???

 

나의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그녀는 전직 일본 출입국관리소 직원이었다. 5년간 출입국 조사과에서 일을했고, 2년 전에 영국으로 공부하러 왔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나와 같은 과정에 있다.

 

허걱! 뭐야? 그럼 앞으로 난 출입국관리소 직원이랑 같이 살게 되는 거야? 도대체 이게 뭔일이야???

함께 밥을 먹는 내내 난 굳은 얼굴을 펼 수가 없었다. 가끔 그녀를 향해 어색한 웃음만 지었을 뿐.

 

집을 계약하기까지 며칠동안 고민을 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와

같이

살게

되었다.

 

오늘 도서관에서 만난 그녀는 여전히나 경쾌하고, 친절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게다가 가끔은 일본 에니메이션에나 나올법한 깜찍한 행동으로 옆에있는 사람을 깜짝 놀래키기도 하는, 친구다.

 

이제 곧 나의 동거인이 될 요코.

앞으로 우린 어떻게 지내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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