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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나쁜 새벽...

오늘 우연히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내 뒷담화를 하는 어떤 포스트를 발견했다. 뒷담화 당사자 가운데 한 사람은 나를 무척이나 싫어하던 사람. 다른 한 사람은 무척이나 나에게 친한 척 살갑게 대하던 어떤 누군가. 나를 싫어하던 인간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더라도 평소 친한 척 하던 인간이 거기서 그러고 놀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충격이었다. 나 또한 그 사람을 무척이나 좋게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긴 어쩌면 이런 것이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인지도 모르겠다. 보이는 곳에서는 착한 가면을 쓰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본색을 드러내는, 무한한 인터넷의 바다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곳. 그렇지 않아도 온라인에서의 인간관계라는 것에 대해 회의를 품고 있던 차에 다시 한 번 실망을 더한다. 고작 이런 것이었던가 하는.

 

도대체 어디에서 알마나 되는 나에 대한 험담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나에 대한 조롱과 비아냥이 돌아다니고 있을까? 내가 아는 그 친한 척 하는 사람 가운데 과연 얼마나 되는 사람이 뒤에서 그런 짓을 하고 다니고 있을가?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들리지 않으니 또한 알 수 없다. 그래서 의심만 깊어진다. 인간에 대한 불신이다.

 

역시 사람이라는 것은 살과 살을 부대껴야 한다. 마음과 마음을 부대껴야 한다. 싸우고 갈등하고 화해해봐야 한다. 울고 웃고 화내고 슬퍼해봐야 한다. 그래야 그것을 사람의 관계라 할 수 있다. 고작해야 인터넷 따위. 고작해야 아이디 따위. 고작해야 온라인으로 텍스트나 나누는 따위로 인간관계라 하는 것은 우습다. 진짜 우습다.

 

물론 모든 관계가 그런 것은 아니다. 온라인에서의 인연으로 지금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때로 선물도 받는다. 작년엔 그림 그리라고 타블렛도 하나 받았다. 내가 그림 그려서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아는 사람이 보내온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그래도 인터넷을 버틴다. 그러나 역시 사람을 믿기가 쉽지 않다.

 

인터넷 대인공포증인 것일까? 아마도 그런 것같다. 요즘은 게시판에도 잘 가지 않는다. 예전엔 그렇게 열심히 토론도 하고 논쟁도 하던 그 곳이 이제는 두려워진 때문이다. 정말 무섭다. 그 사람들이. 그 가면 뒤에 숨은 악의가. 그것이 인격으로 보일 때 그 두려움은 실체가 된다. 숨막힐 정도로 두려운.

 

글 쓰는 건 내 취미생활이다. 내 생각을 정리해서 나만의 글로 풀어내는 것은 내가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즐거움이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글을 쓰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이 두렵다. 그래서 일부러 인터넷에서는 더욱 두터운 가면을 쓰려 한다. 아이디는 단순히 아이디일 뿐이라 여길 수 있는.

 

하여튼 기분나쁜 새벽이다. 왜 하필 거기서 그 아이디를 검색했을까? 왜 하필 그 글을 클릭했던 것일까? 아니었다면 그저 좋은 기억으로만 남을 수 있었을텐데. 아니었다면 그저 좋은 관계로만 남아있을 수 있었을텐데. 후회가 앞선다. 차라리 몰랐다면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지낼 수 있었을 것이라 하는 후회다. 정말 기분나쁜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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