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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만든 더블제타 건담...

1. 에르 비아노가 갑자기 비차에게 마음을 주기까지의 중간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46화에서 출격하기 전 비차가 따뜻한 한 마디를 건낸 것에서 갑자기 감정반전. 이전까지 쥬도에게 마음을 주고 있던 건 어떻게 된 거냐? 비차가 에르 비아노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야 쥬도의 "비챠와 에르를 두고 다투고 싶지 않아."라는 대사에서 구체화된 바 있지만. 하지만 그조차도 비차가 에우고를 배반할 때 에르와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없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어진다.

2. 루 루카와 목성으로 떠나는데 말야... 루 루카와 쥬도 사이에도 중간과정은 생략되어 있거든? 도대체 어떻게 해서 쥬도가 루 루카와 함께 목성으로 가는 건데? 루 루카가 쥬도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야 중간에 몇 번 언급된 바 있지만 쥬도는 아니잖아? 그놈은 여자에는 전혀 관심없는 완전 어린애인데. 결론은... 루카에게 잡아먹힌 건가? 다른 가능성은 생각할 수조차 없잖아? 그렇게 한 순간에 나 이제부터 얘랑 살래 할 다른 개연성이 있어? 더블제타건담에?

3. 그레미 토토 이 덜떨어진 자식이 일으킨 덜떨어진 반란이라는 것도 그렇다. 반란이라는 건 자기가 권력을 잡기 위해서 일으키는 것 아닌가? 그런데 코아3에 액시즈를 충돌시켜? 액시즈는 네오지온의 근거지인데? 코아3는 지온의 발흥지인데? 그런데 하만 하나 때려잡겠다고 자신의 근거지로 지온의 발흥지를 파괴한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 하기야 그런 덜떨어진 자식이니까 싸우는 도중 모습을 드러내고 루 루카의 제타건담에 뒈져버렸지. 쯧.

4. 결론은 히키코모리. 하만도 역시 히키코모리였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증오를 가지고 혼자 틀어박혀 뇌내망상이나 키우는. 그레미 토토도 마찬가지고, 플 투도 마찬가지고. 인조뉴타입인 강화인간들도 인위적인 히키코모리들이고. 하만의 장미에 정신을 놓는 마슈마 제로나 모빌슈츠에 열광하는 캬라 슨이나... 세일러 마즈의 샤아 아즈나블에 대한 평가도 걸작이지. 우주의 의지 같은 것에 사로잡혀 사명감을 갖고 있다고.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아닌가? 하만이 쥬도와 일대일 대결을 통해 자살하듯 죽은 것도 히키코모리 특유의 자기파괴욕구 때문일 듯. 그렇게 말고는 하만의 뻘짓을 이해할 도리가 없잖아?

5. 마슈마 제로가 죽는 장면도 그래. 마슈마 제로의 역할은 캬라 슨이 그레미 토토의 부대와 싸우는 것을 뒤에서 엄호하면서 뒤 이어 나올 증원을 견제하는 것 아니었나? 캬라 슨은 일반 모빌슈츠 부대를 상대하고, 마슈마 제로는 뉴타입 부대를 적으로 상정하고, 그런데 혼자 액시즈까지 달려들었다가 사로잡혀 죽어? 바보냐? 아무리 뇌내망상 강화인간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무모할 리 없잖아?

6. 그래도 더블제타 건담의 의의라면 역습의 샤아의 내용을 예고한다는 것이겠지. 하만 칸의 모습은 역습의 샤아에서의 샤아의 모습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하만 칸 자체가 샤아의 오마쥬인지도. 샤아에게 감화된 결과 그런 모습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만 칸의 모습에 세일러 마즈의 샤아에 대한 평가를 더하면 그야말로 역습의 샤아 자체가 된다. 캐릭터 디자이너도 역습의 샤아에서와 같은 기타즈메 히로유키이고. 처음에는 어설프기 그지없더니만 후반으로 갈 수록 역습의 샤아 삘이 나는구만.

7. 그런데 더블제타 건담에 단바인 팀이 다수 참여했나? 아무래도 그림에서 단바인 삘이 많이 나서 말야. 나중에 나오는 퀸만사의 경우 단바인에 나오는 오라배틀러 딱 그거던데. 캐릭터의 표정이라던가 동작도 그렇고. 특히 싸우는 장면의 그 어색함은 단바인 그 자체. 전작에 비해 기사삘이 강한 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 듯. 한 번 알아봐야겠다. 기타즈메 히로유키가 단바인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최소한 메카닉 디자이너 중 한 명은 단바인 팀이다. 단바인도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8. 어쨌거나 결론은 발로 만든 애니라는 것. 다른 건 다 참겠는데 개연성 없는 건 못 참겠다. 플이 플투에게 죽는 장면도 그렇고, 에마리가 퇴각하는 플투를 공격해서 반격을 자초해 죽는 것도 그렇고, 뜬금없는 그레미 토토의 뉴타입 부대에 둘러싸여 전사하는 캬라슨도 생뚱맞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몰살의 토미노인게지. 개연성이야 어찌되었든 일단 죽이고 보자는 식이니까. 개연성이 있다면 왜 몰살이라 그러겠나? 제타 건담에서도 마찬가지였는 걸. 하여튼 쯧...

9. 그래도 역대 건담 가운데 여자 캐릭터가 가장 예쁜 건담시리즈였다. 단일캐릭터로는 단연 세일러 마즈와 크리스티나 맥켄지가 수위를 다투지만, 등장캐릭터 평균으로 따진다면 더블제타가 본좌다. 에마리, 루 루카, 엘 비안노, 하만 칸, 캬라 슨, 라사라, 플, 플 투까지... 더구나 전편의 화 유이리와 세일러 마즈까지 찬조출연하지 않던가. 그림만 조금 더 예뻤더라면... 어쩌면 더블제타 건담의 더블은 두 배로 예쁜 여자들이 출연한다는 뜻에서의 더블인지 모르겠다. 그냥 뭐...

10. 막판 6화는 진짜 지겹기 이를 데 없어서 겨우겨우 끝까지 봤다. 처음 봤을 때도 30화 넘기기가 힘들어서 32화에선가 보다 끝내버렸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근성으로 끝까지 볼 수 있었다. 하기야 그래도 제타건담보다는 낫다. 이건 극장판 보는 내내 언제 끝나나 시간만 재고 있었으니까. 키프레임으로 스킵해서 보느라 2시간 가까운 극장판을 다 보는 데 고작 40분 걸렸을 정도. 역시 어렸을 때나 건담이지 대가리 크고 나니 역시 아니다. 이런 걸 그렇게 좋아 추종했었다니. 뭐 어릴 적 한 때 추억이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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