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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하루

쓸데없는 기억력은 참 좋은 나지만, 중요한 기억력은 나쁘다.

한번 봤던 사람 얼굴과 무슨 옷을 입었는지 까지 기억을 하지만, 중요한 약속은 잘 까먹는다.

그래서 오늘도 오전일정이 있는지 전혀 모른채 늦잠을 자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차 했다.

눈뜨자마자 씻고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서 학내 청소미화 용역직 여성노동자들의 휴게실 방문을 정신없이 하고, 친구에게 미안해. 스케줄러에 써두는걸 깜빡해서, 오늘 일정을 기억하지도 못했어.라고 고백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점점 기력은 쇠해져만가고, 머리는 안굴러가고 그렇다.

그렇게 오전 일정을 마치고 다음 회의를 가는데(방학인데, 방학 아닐때보다 더 정신없다) 좀비처럼 걸어다녔다.

 

이렇게 기분이 축축 처지고, 아무 생각하기도 싫은 이유는 뭘까.

약 세달간에 걸친 모임을 정리하는데, 그동안의 회의 진행경과를 문서화하면서, 참 많이도 모였었구나. 그동안 이런 논의가 있었구나, 좀 더 잘할 순 없었을까.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텐데, 오만가지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이 모임에 얼마나 충실히 결합하였나,란 생각도 들고, 지난한 논의를 통해 하나의 의견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참 힘들었었다.는 생각도 들고, 복잡 미묘하다.

 

내일은 세미나 발제를 맡아서 여성주의 정신분석 관련 커리를 읽고있는데, 당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려운 단어 남발에,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전혀 모르겠고, 결국 동거녀와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이상하게도 동거녀와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재밌는 이야기보단, 우울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거 같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고 일정에 쫒기다, 저녁늦은 시간이 되어야 폭식을 하며 더부룩한 속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나는 참 바보같다.(뭘그리도 먹어댔는지.)

 

지금도 내가 무슨 얘기를 쓰고있는지, 사고의 흐름이 어찌되어가는지. 멍-때리고 있다.

 

겨울 생각해야지. 더운날씨도, 장마아닌 장마도, 다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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