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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페미니즘 이야기 하기

나는 엄마와 시시콜콜 여성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즐긴다.

엄마가 즐기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엄마에게 내가 하는 운동이 어떤것이가에 대해 말하는걸 좋아한다.

(엄마도 내 활동을 듣는것에 대해선 물론 좋아한다)

한번은 가사노동과 육아노동에 대해서 엄마와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나는 왜 가사/육아노동이 '엄마'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만 요구되는지, 그리고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너가 말하는 걸 들어보면, 내가 지금까지 가족을 위해 일하고, 너희를 키우면서 느꼈던 것들이 모두 옳지 않은 것이라고 느껴져. 엄마나 엄마 또래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동안 집안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게 살아가는 낛이었고, 너희가 커가는걸 보면서 굉장히 기쁘거든"

 

사실 그렇다. 아무리 여성주의에서 말하는 가사노동의 불평등함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보면,

나는 절대 결혼하지 않을거야. 왜 집안일 때문에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거야?라고 말하며,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엄마에겐 "엄마는 왜 집안일 '따위'를 하면서 멋있게 엄마 인생을 살지 못해?"라고들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실제로 엄마는 이렇게 듣고, 나와 한참을 싸웠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싸우고 난 뒤 든 생각이지만, 나의 비혼결심이 엄마가 살아온 그동안의 삶을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정리했다. 가족을 위해 '희생'해온 엄마의 삶을 통째로 부정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지금이라도 엄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도록 지지하는 것이 내가 해야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이런 싸움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여성주의를 접하고 '오빠'라는 말이 가지는 권력에 대해 세미나를 했을 때, 내가 관계를 맺어온 수많은 남자 선배들에게 '오빠'라고 불러왔던 나는 지극히 반여성주의적이었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장애여성에 대한 세미나를 할 때 "장애인을 보면 항상 도울 수 있는 착한 학생이었던"나를 생각하며, 왜 난 시혜적인 관점으로밖에 장애여성을  보지 못했을까 하며 나를 자책했다.

이렇듯 자신의 삶을 부정하게 되는 이야기를 접했을 때 복잡 미묘한 감정이 든다.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삶을 살아왔다면 고쳐가면 되는 것이나, 괜한 '기분 상함'은 어떻게 해석해야할까.라는 고민도 들었다.

 

요즘 불로그에서 한참 논쟁 중인 '엄마'와 관련된 포스팅을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든다.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많은 정체성이 존재한다. 결혼을 하지 않은/않을 여성, 결혼은 했으나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심한/아직 갖지않은 여성, 현재 육아중인 여성 등 많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각 정체성에 기반하여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가끔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에 상처를 받기도 한다.  분명 이 논쟁을 통해 서로의 정치적인 견해 차이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지만, 내가 이전의 경험을 통해 느꼈던 '괜한 기분 상함'은 남아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아직 나도 모르겠다.

다만, 내가 엄마에게 처음 범했던 실수처럼 타인의 경험을 부인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야 겠다는 결심만 다시 생길뿐.

 

아 진짜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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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하루

쓸데없는 기억력은 참 좋은 나지만, 중요한 기억력은 나쁘다.

한번 봤던 사람 얼굴과 무슨 옷을 입었는지 까지 기억을 하지만, 중요한 약속은 잘 까먹는다.

그래서 오늘도 오전일정이 있는지 전혀 모른채 늦잠을 자다 친구의 전화를 받고 아차 했다.

눈뜨자마자 씻고 택시를 타고 학교에 가서 학내 청소미화 용역직 여성노동자들의 휴게실 방문을 정신없이 하고, 친구에게 미안해. 스케줄러에 써두는걸 깜빡해서, 오늘 일정을 기억하지도 못했어.라고 고백했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가, 점점 기력은 쇠해져만가고, 머리는 안굴러가고 그렇다.

그렇게 오전 일정을 마치고 다음 회의를 가는데(방학인데, 방학 아닐때보다 더 정신없다) 좀비처럼 걸어다녔다.

 

이렇게 기분이 축축 처지고, 아무 생각하기도 싫은 이유는 뭘까.

약 세달간에 걸친 모임을 정리하는데, 그동안의 회의 진행경과를 문서화하면서, 참 많이도 모였었구나. 그동안 이런 논의가 있었구나, 좀 더 잘할 순 없었을까.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텐데, 오만가지 후회가 밀려온다. 내가 이 모임에 얼마나 충실히 결합하였나,란 생각도 들고, 지난한 논의를 통해 하나의 의견을 만들어가는 작업이 참 힘들었었다.는 생각도 들고, 복잡 미묘하다.

 

내일은 세미나 발제를 맡아서 여성주의 정신분석 관련 커리를 읽고있는데, 당체 머리속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려운 단어 남발에, 여기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뭘까.전혀 모르겠고, 결국 동거녀와 신세한탄을 하고 있다.(이상하게도 동거녀와 한번 대화를 시작하면, 재밌는 이야기보단, 우울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거 같다)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고 일정에 쫒기다, 저녁늦은 시간이 되어야 폭식을 하며 더부룩한 속을 어찌해야할지 모르는 나는 참 바보같다.(뭘그리도 먹어댔는지.)

 

지금도 내가 무슨 얘기를 쓰고있는지, 사고의 흐름이 어찌되어가는지. 멍-때리고 있다.

 

겨울 생각해야지. 더운날씨도, 장마아닌 장마도, 다 지나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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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랄한 나의 전생

수륙 양육 생물체가 공룡 발바닥에 깔려 죽었다는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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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덥다

폭염주의보.

마침 회의가 취소되었다는 연락에 안나가도 된다!라고 쾌재를 부르며 집에서 뒹굴거리고 있다.

선풍기 앞에 앉아서 어제 대량으로 만들어 놓은 화채를 먹으며 음악듣고, 불질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다 담배까지 물면 정말 좋겠으나, 실내금연하기로 다짐했으니 패스)

 

 

이상하게 갑자기 시간이 붕뜬 날엔 아무것도 하기 싫어진다.

실은 해야할 일이 여러개 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시간이 이렇게 남는데도 절대  일만은 하기 싫은기분.

날씨가 더워서 그래. 라고 합리화하자.

(내일이면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겠지. 시간도 많았음서 일은 하나도 안했다고)

 

하루 세번 샤워로도 더위가 풀리지 않는 이 여름날은. 정말.

에어컨을 설치해놓고도, 전기세 걱정과 함께 얘 때문에 지구온난화가 심해진거겠지?라는 생각에 선뜻 켜지지가 않는다. 그래 이렇게 더워진거도 다 우리 인간탓이지. 누굴 탓하겠어

 

피서가고 싶어.

칩거로 해결되지 않는 더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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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열흘째

#1

 

근 4년간의 기숙사생활을 마치고, 홍대근처에 집을 얻었다.

처음 해보는 자취라 가슴이 둑흔대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어색하기도, 신나기도 한 열흘이었다.

하우스메이트 ㅅㅇㅅ과 함께 복작복작 살아보려했으나 각자의 일정이 바쁘신 관계로 저녁에 잠들기 전 잠시 보는게 전부다.(아침엔 본인이 늦잠을 심하게 자는 관계로 아침의 ㅅㅇㅅ은 보기 힘들다)

 

처음 ㅅㅇㅅ이 오기 전 횡한 방에 누워 혼자 잘 생각을 하니 오만가지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도둑이 들면 어쩌나, 귀신이라도 나타나면 어쩌나, 당체 혼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정말 구리다고 생각했던건, 도둑이 들어도 상관없는데(워낙 훔쳐갈 것도 없는지라)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지 않을까,  누가 내 집 안을 훔쳐보진 않을까 등의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공포는 바로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지난 몇년간 성폭력은 가해자의 잘못이라고 배우고,  더 나아가 성폭력에 맞써 싸우기 위한 자기방어훈련까지 들었으며서도, 20년이 넘게 학습되었던 성폭력에 대한 공포감 하나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싫었다. 이론적으로는 모두 알겠으나, 무서워하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싫어졌다.

 

그래도, 무서운건 무서운거고, 성폭력이 가해자탓은 탓인거고,

일상 속에서 다시 내 안에 있던 공포를 하나하나 깨어내야하는 것이 바른 순서인것 같다.

차츰 적응이 되면서 도둑 까짓거 들어와보렴.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 시작한다.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느꼈던 기분이 성폭력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 낯선곳에 대한 두려움이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역시 경험으로 하나하나 느껴가는 것은 좀 더 강한 나를 만드는 것 같다.

 

#2

 

엄마와 통화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엄마가

"ㅅㅇㅅ이랑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해. 그렇다고 너무 붙어다니진 말고, 좋아하다가 사랑하는 사이까지 되면 곤란하다"

고 발언하셨다. 너무 어이가 없던 난 정말 한참을 웃었다

(이 어이없음이란, 내가 ㅅㅇㅅ이랑 사랑하는 사이라고?ㅋㅋ 에서 오는 어이없음) 

 

우리 엄마,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나의 정체성을 파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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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죄책감을 느끼며 핀 한 대

얼마전 엄마가 서울에 오셨다.

엄마는 내가 흡연자라는 걸 모르신다.(물론 그게 아닌걸로 판명 났지만 ) 그래서 엄마를 만나기 3시간전부터 금연도 하고, 양치도 하고, 손도 씻고 온몸을 탈탈 털며 담배냄새를 없앴다.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를 남기고 말았다.

핸드폰 메인에 써둔 문구 [금연결심ㅇㅅㅇ레이]

엄마는 그 문구를 보더니, 나에게 "너 설마.."라는 말을 남기고 잠시 밖으로 나가셨다.

난 속으로 "이제 난 죽었어, 길바닥에서 무지 쳐맞겠지ㅠ_ㅠ"라며 생존의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

 

우리엄마로 말하자면, 절때로 가족이 담배피는 꼴을 못보신다. 아빠도 그래서 20년 흡연생활을 청산하셨고, 오빠도 몰래피던 게 걸려서 죽을듯이 맞고 끊었다(고 하지만, 역시 모를 일)

 

그런데 엄마가 당체 들어올 생각을 안해서 나가보았더니, 엄마가 울고계셨다.

헉. 우리 엄마가 이런일에 울 사람이라고 전혀 상상도 못한 나는 당황해서 머리를 3초간 열심히 굴렸다.

역시 이때는 막내딸이라는 나의 위치를 최대한 이용하는 수 밖에 없었다.

 

필/살/애/교 + 거짓말

 

홍대 근처 건물 엎에서 엄마에게 앵겨 떨어지지 않은채 갖은 애교와 협박과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다.

 

나 : 엄마~ 내가 잘못했어, 이제 착한 딸 할게~ 울지마, 엄마가 우니까 내가 더 슬퍼어어어어~

엄마 : 떨어져 남들이 본다.

나 : 남들이 보든 무슨 상관이야~ 모녀 지간에. 엄마아아아아아아아앙~ 

엄마 : 떨어지랬지. 너한테서 담배냄새나.

나 : 무슨 소리야~ 나 금연한지 3개월(은 개뿔. 3시간-_ -이었으나)됐어. 무슨 냄새가 나아~

엄마 : 너 미워 저리가.

나 : 엄마. 엄마가 이렇게 울고 나 안보고 집에 내려가면, 나 걱정되서 어떻게 시험공부해? 엄마, 나 맘편하게 시험공부하고 싶어. 그런데 엄마 이렇게 나 속상하게하고 집에 갈꺼야? 응?

 

요렇게 계속 앵겨서 갖은 애교를 떨었더니, 엄마가 넘어오셨다.

 

엄마 : 너 진짜 금연한거 맞지? 너 원래 담배피는거 알고 있었는데, 믿을라 했거만, 이렇게 걸리니? 이제 진짜 피지마, 알았지!

 

이렇게 엄마와의 이야기를 끝낼 무렵, 나의 구원자 ㅅㅇㅅ이 나타났다.

엄마한테는 친구 데려올게 라는 말과 함께 ㅅㅇㅅ에게 달려가 짧게 사건공유를 하고.

나의 금연기간은 3개월이니라. 라고 주입시켜두었다.

 

다행히, 엄마가 집에 돌아가는 시간까지 ㅅㅇㅅ과 함께 했고, 난 더이상 질책받지도, 맞지도 않았다.

ㅅㅇㅅ 사랑한다. 우리 잘살자.ㅋㅋ

 

엄마를 지하철을 태워 보낸 후, 약 6시간을 니코틴 없이 보낸 나는 근처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서 하나 입에 물었다. 그리고 불을 붙이려는 순간. 어찌나 죄책감이 몰려오던지 -_ - 이걸 펴 말어,라고 3초 고민했다.

손도 은근 떨리고.(죄책감때문인지 금단증상인지 -_ -ㅋㅋ)

 

어쨌든. 이렇게 엄마와의 사건은 종결되었다.

물론 이 시건때문에 엄마와 엄청난 논쟁을 하긴 했지만, 우선 여기까지 정리해야겠다.

다음 포스팅은 엄마와 나의 흡연 논쟁을 써봐야것다.

 

아. 엄마 진짜 미안해요. 엄마가 진보불로그까지 오지 않을거라고 믿어요.

진짜. 나 흡연하는거 빼곤 엄마한테 거짓말하는거 딱 하나 밖에 없어요.

사랑해요. 엄마.(보진 못하겠지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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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거걱

#1

그동안 집회다 뭐다 바쁘고 바쁘다보니 학교생활을 굉장히 등한시 했더랜다.

 

밀린 보고서를 쓰려고 인터넷으로 개설되어있는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보았더니, 지금까지 보고서 안낸 사람들은 그냥 0점 처리하겠다고 교수님의 글이 올라와있다;;;;

 

그냥 보고서라면 지금이라도 후루룩써서 대충 메일로 제출한다음에 빌면되겠지만, 영어로 쓰는 보고서다보니 대충 갈겨쓸수도 없다.

 

이대로 0점을 받는것인가ㅠ_ㅠ 20%나 들어가는데, 이건 아니됀다.

 

이러다가 절대평가과목에서 C미만을 받는 일이 발생할거다. 안된다안된다.

 

우선 교수님께 내일 정오까지 꼭 제출하겠으니 봐달라고 애원하는 메일을 보내두었는데, 이거 뭐 괜찮을까 어쩔까 전혀 감이 안잡힌다ㅠ

 

(그 와중에 불질을 하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_ - )

 

진정 이번학기 성적이 불안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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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0 촛불시위

#1

 

신촌에서부터 출발해 시청까지 가두행진을 했다. 꽤 많은 대오가 모였고, 탐탁치않은 기자들의 사진기를 피해보고자 날씨도 더운데 마스크로 얼굴을 꼭꼭 싸매고 걸었다. 어쨌뜬 610 촛불시위에 뭔가 커다란 기대를 했었다. 시청앞에 모였을 때 수많은 사람이 이미 도로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무슨일이 있어도 청와대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를 해버렸다.

 

여기는 사람들이 모두 스크럼을 짜고 앞으로 한두걸음씩만 나간다면, 전경들의 방패따윈 문제되지 않을텐데, 라고 친구들과 농담아닌 농담을 하며 행진을 시작했다. 광화문을 지나 명박산성을 한번 구경하고, 서대문을 향해 행진을 하였다. 행진코스가 어딘지 전혀 공유되지않는 상황에서 어떤 무리는 앞이 막혔다며 돌아오고, 어떤무리는 경찰청으로 향하고. 경찰청에 도착했을 땐, 난 혹시 사람들이 어청수를 겨냥해서 이 코스를 만든건가.진지하게 고민했지만, 행진대오는 그냥 다시 시청을 향해 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광화문에 모였다. 그리고 해산할 사람은 해산하고, 여느때와 비슷하게(아니, 유독 610이 더 심했다.) 둘러앉아 이야기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하는 무기력한 자리가 되어버렸다.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컨테이너박스를 기점으로 또다시 우린 갇힌 상황이었고, 내가 여기서 외치는 이야기가 과연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 고민하게되었다.

 

그동안 동이틀때까지 함께 전경들과 대치하며 싸우던 시민들은 이제 '비폭력'을 입에 달고 있으며, 점차 사그러들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2

 

610집회를 기점으로 지금까지의 집회와는 사뭇 다른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새로운 국면이 펼쳐질 것이다.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모두가 무기력하게, 비폭력만을 외치며, 의지없음으로 인해, 집회는 점차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선다.

 

당분간. 집회에 나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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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생명

#1

이번 주말 내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하루는 물대포를 쏴대더니 다음날은 소화기다. 물대포 맞고 온몸이 젖었지만 열심히 함께 시위를 했고, 새벽 3-4시경이 되어가자 온몸이 으슬으슬 춥더라.

순간 든 생각은,

이제 수도민영화되면, 물대포에 맞아도(서울시가 자랑하는 아리수라도 뿌려주지, 물에서 냄새나더구나) 수도세 걱정에 샤워도 못하고, 의보민영화되면 물대포 맞고 감기걸려도 제대로 치료 못받겠구나.다

이래저래 집회에 참여해야할 의무감만 불타오른다.

그래서 엄청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요일에도 집회에 갔다. 혹시 물대포를 또 쏠까 우의도 준비하고, 추워질까 옷도 두껍게 입고 갔으나, 물대포는 안뿌리고 참 더웠다; 나의 예측은 이리도 빗나가는군.

 

#2

집회에 있으면 전경과 싸우는것도 일이지만 내부투쟁도 참으로 빡세다 -_ -

대오가 부족해지자, 참여자들에게 앞으로 와, 대오를 만들어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어디서 술한잔 거하게 하신 분이 와서는

"아가씨 잘하네 참, 수고해"이라고 반말로 찍찍 갈겨댄다. 거기다 어깨를 툭툭치려고 까지한다 -_ -

그래서 "알겠는데, 반말은 하지마세요."라고 친절하게 말했으나(물론 표정은 썩어있긴했다) 여전히 반말로 우습다는듯이 계속 헛소리를 한더니 가려고한다. 그래서 "그래~ 잘가라~"라고 같이 반말했다능.

 

거기다, 닭장차 위에 올라가있는 전경들에게 외치는 참여자들의 구호 "키스해 키스해" -_ -

와 이게 도대체 무슨 맥락에서 나오는 구호? 아무리 즐겁게 액숀을 하는건 좋지만(물대포 쏠때 온수! 온수! 온수!라고 외치거나, 전경들을 향해 "취침점호 보장하라"등등은 참 재밌다) 할 구호가 있고, 안 할 구호가 있는거다. 요런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서슴지않고 하다니-_ -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결정한것은, 뻘소리가 나오면 그냥 무난한 구호를 더 크게 외쳐서, 뻘소리를 묻히게 하는것,(그래서 툭하면 고시철회 협상무효를 죽어라고 외쳤다. 내 목소리 지못미ㅠ)

 

너무나 많은 대중들이 모인 집회판이다보니, 문제로 다가오는 것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회를 나가지 않을 수도 없는것. 분명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집어가며, 액숀을 취해야할 필요가 있다.

 

#3

촛불집회를 참여하다보니, 나의 적은 전경도, 뻘소리도, 물대포도 아니었다. 바로 체력급저하.

이틀밤을 광화문일대에서 보내다 보니, 이거 뭐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다. 오죽했으면, 물대포 맞은 후 모닥불 앞에 앉아 "이대로 눈 감고, 일어나면 그냥 유치장 안이었음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월요일 수업에 들어가 4시간 내리 졸아버리는 나를 보며, 이렇게 체력 저하되서 집회 못나가면 2MB랑 전경이랑 한나라당이 좋아할거야.라는 생각에 공포가 엄습했고, 체력을 길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수요일까진 좀 체력단련을 하고, 5일부터 달려야겠다. ㄱㅎ과 함께 연행결의를 하고 집회가기로 했으니, 72시간동안 한번 달려보겠어.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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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많다

#1

내일부터 총여 문화제가 시작된다. 그래서 전시설치때문에 지금 학관 밖에 천막을 치고 전시를 하고 있다. 노동요를 위해 공수해온 노르북으로 근근히 블질을 하는 중.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건지 모기가 기승이다. 작년 중도 모기 박멸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총학도 생각나고, 작년 문화제때 밤새 열심히 싸워가며 전시설치를 마친 생각도 나고, 뭐 그렇다.

적당히 전시하다가 도망갈라 그랬는데, 영 인력이 부족하다. 아마 오늘도 밤을 새야할 것 같다. 그것도 노숙으로. 날아다니는 모기와 기어다니는 바퀴벌레가 계속 눈에 밟힌다.(논다고 방금 총여회장이 머리를 쓰다듬고 갔다. 블질을 접어야 하는가. 아니다 난 총여 뒷방늙은이니까 그냥 계속 놀아야지 힛) 벌레까진 어떻게 눈에 보여도 무시한다 치지만, 모기가 문다. 가렵다. 이거 참 모기향을 피워야하나.

아무리 덥다고 해도, 저녁이 되면 춥다. 친구의 옷을 뺏어 입고 추위를 참아보려하지만, 졸리기도 하고 춥다. 이런데서 자면 얼어죽을텐데, 다같이 있으니, 죽지 않을거야.

이틀전엔 신나와 페인트 냄새에 찌든데다가, 문화제 기조색인 파란색으로 피씨를 쓰다가 온 손톱이 스머플라이제이션이 됬었다. 그래서 신나로 손을 씻는데 영 기분이 좋지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플랑천을 찢고 케이블타이로 연결하고 천막을 감싸다가 손이 틀거 같다. 역시 문화제는 힘든 작업이다. 전시를 위해 만들어낸 생산물로 부터 난 소외되고 있다. 무서워 무서워;;

 

#2

1인화장실 문화제를 기획하고 있다. 기존 공공화장실은 여남 구분만 되어있어 그 여남 구분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은 공공화장실을 이용하기 불편하다. 남자처럼생긴 여성, 여자처럼 생긴 남성, 장애여성, 싱글파파와 아기, 트랜스젠더, 인터섹슈얼 등등 공공화장실로 부터 소외되는 다양한 정체성이 있다. 그래서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1인화장실을 만들자,는 기조로 열심히 문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모델화장실을 학관 밖에다가 전시중이다. 변기도 사고, 세면대도 빌리고, 타일모양 시트지도 만들어 붙이고, 손잡이도 만들고 이거 완젼 노가다다. 그래도 완성되고 나면 신나겠지. 동이 트는 걸 보면서 한두시간이라도 눈을 붙이자며 헤어진 후 오전 10시가 되면 전시장 오픈을 위해 쩔어있는 상태로 만나겠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몸은 힘들다. 안그래도 키가 작은 나는 높은 천막을 꾸미는건 힘들다. 폴짝폴짝 뛰어가며 전시를 하고 있는 나를 보며, 친구들은 우유박스 2개를 쌓아 가져다준다. 그래 신체적인 불편함은 극복하며 전시를 하면 된다. 완성을 해야한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하루종일 일하다보니까 정신줄을 놓아간다. 와 모기향이 나타났다. 이제 모기는 조금 줄어들겠지.

 

#3

내일 비가 온단다. 그래서 애써준비한 퍼포먼스는 못할거 같다. 일이 줄었다. 좋아해야하는지 슬퍼해야하는지. 홍보는 못하겠지만, 몸은 쉴 수 있다. 내일 나타나지 말까. 안그래도 내일 저녁에 일정이 가득인데, 몸이 부족하다. ㅇㅅㅇ레이가 3-4개쯤은 있어야한다. 1명은 문화제 준비를 하고 1명은 회의에 들여보내고, 1명은 작은말하기에 보내고, 1명은 수업에 들여보내야하고, 아 5명이 필요하구나, 1명은 자야한다. 몸이 여러개면 정말 좋겠구나. 무슨 망상하는거니 레이야. 괜찮니?응?ㅋㅋ

 

#4

아 조모임도 있구나. 인터뷰하러가야하는구나. 모르겠다. 내가 하는 일의 우선순위중 항상 제일 나중에 해도 되는 것은 수업과 관련된 것들이다. 왜냐면 수업이 제일 귀찮고 재미없으니까.

 

#5

촛불집회참가자들이 또 연행됐다. 친구들도 연행됐다. 세상이 미친거 같다.

친구의 문자는 그냥 서에서 푹쉬다 온다고, 괜찮다고 하지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밤샘 전시작업 끝내고, 내일 아침 일찍 면회가야겠다.

비가 내린다. 계속 연행하는 모습을 언론에 뿌리면, 집회참가자들이 스스로 집회를 그만둘거라고 생각하는걸까? 토끼몰이식 진압에 연행되었다는 소식에 시대가 계속해서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MB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정말 그 사람은 이세상의 것이 아니라고 되뇌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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